어떻게 지내 내 안부는 궁금 - eotteohge jinae nae anbuneun gung-geum


아해

언택트 시대에 안부를 자주 물어야한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고 지내는 편이지만, 그래도 안부를 나눌 때를 놓치지 않기를 스스로 바란다.


가원

누군가와 통화 끝에 ‘○○에게도 안부 전해줘’ 라는 말이 빈말처럼 느껴졌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를 빌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 싶다.


민선

요즘 저의 안부 인사는 “무탈하신가요?”로 시작해 “잘 지나보내고 만나요!”로 끝나곤 합니다. 다들 비슷하겠죠?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옛날 생각이 갑작스레 떠오르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소식이 많이 궁금한 한 해였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로 지우지 않고, 살아가면서 가끔 안부를 묻고 근황을 나눌 수 있는 관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디요

경조사를 챙기는 일이 허례허식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품고 사는 인간이란 것을 다들 잘 알아서인지 언젠가부터 나에게 경조사를 알려오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에게 경사를 알리는 연락이 왔다. 어찌나 고맙고, 또 어찌나 미안하던지. 마치 혼자 사는 세상처럼 살아온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이후로 누군가의 경조사가 그냥 허례허식이 아니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경조사를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소식을 전해주면 훨씬 더 고마운 마음으로 안부의 인사를 살피게 되었달까.


세주

매일보다는 가끔… 예전 학교 친구, 선배, 후배들에 정말 가끔 안부를 묻긴 했어요. 간혹 너무 오랜만이라 서먹했던 적도 있어요. 너무 오래되면 사실 통화 버튼 누르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올 겨울 마음먹고 한 번 안부를 물어봐야겠네요. 여러분도 다들 건강하세요.


엄마에게 내가 먼저(!) 전화했을 때 들었던 제일 웃긴 반응은 ‘네가 전화를 다 하고 웬일로? 내일 통일되려나 보네?’ …내일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전화해야 할 때가 왔다.


어쓰

매일 얼굴 보고 이야기나누는 사이에 새삼스럽게 안부를 묻지는 않으니, 안부란 모름지기 오래 못 본 사이에서야 묻게 되는 듯 합니다. 한때 무척이나 가깝던 사이에서 어느새 몇 달에 한 번 안부를 묻는 사이로 변한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 슬퍼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애정을 담아 주고받는 안부 인사는 참 반갑고 따뜻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이야"로 시작해 "잘 지내?"로 이어지는, 조금은 식상한 대화일지라도요.


정록

2020년은 안부를 가장 많이 묻게 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부모님께도 자주 전화하게 되고, 후원인 모집사업을 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통화하게 된 사람들에게도 올 한 해 다들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하며 안부를 물었다. 생전 잘 안 하던 안부를 묻다보니, 좋았다. ^^

보고픈 요즘, 잘 지내나요?

# Project. 활동가인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Series 1. 활동가 인터뷰 - A편

인터뷰어 : 백구, 인터뷰이 : A
이미지 : 백구 드로잉 + A 손글씨

어떻게 지내 내 안부는 궁금 - eotteohge jinae nae anbuneun gung-geum

백구:  안녕하세요.
A: 안녕하세요.

백구: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 아뇨.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구: 백신은 맞으셨나요? 저는 1차 맞았어요.
A: 아니요. 9월 말 쯤 예약했어요. 

백구: 활동보조인분들은 대부분 맞으셨던데... 안 맞으셨네요? 

A: 네. 백신에 대해 불신이 좀 있었어서. 그런데 보니  안 맞으면 또 확진 됐을 때 폐가 다 녹을 거 같아서....

백구: 매주 보다가 안보니깐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실까?
A: 요즘은 활동을 쉬고 있어요. 2020년도에 활동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무급휴직이라 생계가 어려워 알바를 또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쉬는 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 그래도 마음이 편하니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백구: 맞아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너무 바쁘기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궁금한게 어떻게 하다 활동가가 되셨어요?
A: 제가 있는 단체에 (구) 대표님이 활동지원을 받으시는데 그 분 활동지원을 하다가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을 받아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백구: 그럼 언제부터 일하신거예요?
A: 단체활동은 2015년 6월부터 시작했어요. 

백구: 활동보조인은 그냥 자원 하신거예요?
A: 그때는 제가 수술 받고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몸이 좀 좋아져서 알바를 구하려고 하는데 친한 친구가 쉬운 알바가 있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백구: 쉬는 시간을 가지는 올해도 엄청 바빠 보이시던데, 어디라도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A: 아니요, 아직... 계획대로 라면 풀빌라를 다녀왔어야 하는데... 사기를 당해서 1차 풀빌라는 못갔고 다음주에 2차 풀빌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기당한 이야기 나누는 중...)

백구: 활동가로 살다보면 개인생활과 단체생활의 분리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말하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을 할 수 없잖아요. 

A: 그럴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 저는 그게 좋았어요. 그래서 단체의 모든 일을 함께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딱히 그런걸 못 느꼈어요. 그런데 요즘엔 분위기도 사람도 바뀌어서 그런게 필요한거 같더라구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고 고민하다보니 더 힘들어졌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생각도 다시하고 잘 맞춰보려고 해요. 

백구: 저도 마찬가지로 말만 예술가지, 일과 개인 생활에 경계도 없고 계속 일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의 삶이란 게 불안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지금 아니면 일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에 들어오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욕심 부리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제가 무슨 일 하는지 모르세요. 전화오면 ‘출근했니?’ 라고 맨날 물어봐요.ㅋㅋㅋ

A: ㅋㅋㅋㅋ 저는 데모꾼이라고 생각하고 계세요. 그래서 뉴스에 집회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저를 찾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요즘엔 사회복지 일도 같이 한다고 알고 계셔서 사회복지사도 준비중이긴 한데...(부모님이 알고 계셔서 준비하는 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에 공부중)

백구: 그래도 부모님이 데모꾼 반대는 안하시나봐요.ㅋㅋㅋㅋㅋ

A: 처음엔 사실 말씀을 안드렸어요. 그냥 취직했다고 했죠. 그리고 한 1~2년 지나서 이야기 드렸던거 같아요. 그 때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고 밥벌이 이기도 하니깐 최대한 빨리 그만두는게 어떻겠냐고 말로만 만류하는 느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백구: 저도 처음에 ‘출근했니?’ 라고 물으시면 출근 안한다고 짜증내다가 지금은 그냥 출근했다고 해요. ㅋㅋㅋㅋ 늘 출근중... 작년 2020년에 코로나 때문에 제 개인생활에도 변화가 생기고 경제적 생활에도 변화가 많았는데요. 사회가 멈춰 있었으니깐...
저는 작년에 그래서 산에 자주 올랐어요. 사람 없는 곳을 찾다가 북한산을 자주 올랐는데 2020년 어땠어요. 개인적으로나 혹은 경제적으로든 활동에 있어서...

A: 2020년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뭔가 참담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실 그전까지는 뭔가 다들 욜로욜로 하면서 돈을 다 써재끼는 분위기 였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산, 재테크, 부동산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저도 개인 경제생활을 돌아보니 많이 처참한 상황이더라구요. 그러면서 뭔가 다 힘들었던거 같아요. 속이 그러니깐 겉으로 티는 안낸다고 노력했는데 예전만큼 뭔가 잘 풀리는 거 같지 않고,,, 여튼 이래저래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초반에 좀 계획을 해서 후반에는 상황이 좀 나아지고 쉬겠다고 말할 용기도 생겼던거 같아요. 

백구: 저도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아요. 벌면 월세내고 생활비 쓰고 돈 남으면 통장에 넣어두기만 하는데 그냥 통장에 돈을 넣기만 하는 사람은 요즘 시대에 정보력이 없거나 게으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구요.ㅋㅋㅋㅋ 그런데 진짜 정보력도 없어요. 

A: 맞아요. 그래서 그때 저도 유튜브를 많이 봤던거 같아요. 유튜브에 뭔가 단어를 치면 여러 영상들이 나오는데 그중에 그래도 하나는 건질게 있더라구요. 정보든.. 귀로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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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지치거나 힘들 때, 자신한테 위로가 되는 순간이나 시간이 있어요?
저는 요즘 계속 작년 초에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에 친구들과 친구네 시골집에 가서 마른 나뭇가지 주워서 불질렀던 추억을 곱씹어요.ㅋㅋㅋ 불을 보면서 멍하니 사람들이랑 서있었던 기억이 좋았나봐요. 

A: 저는 몸 상태에 따라 방법이 좀 달라지는 거 같아요. 몸이 좋지 않을 때는 그냥 방에 누워만 있어요. 티비 틀어놓고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어요. 그때 이제 정신과 의사들의 유튜브를 많이 보는 거 같아요. 제가 보는 유튜버는 ‘당신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당신의 감정이 맞는 거다’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몸이 좀 추슬러지면 일어나서 누워있느라 못했던 설거지를 해요.. 라디오 틀어놓고.
제가 먹는 것에는 진심인 편이라 누워있을 때도 밥은 잘 챙겨먹어요. 그럼 요리할 때 쓰던 식기들을 그냥 두고 누워있는데. 누워서 좀 괜찮아지면 누워 있느라 못한 설거지를 하는 거 같아요. 

백구: 공감됩니다. ㅋㅋㅋ 누워서 핸드폰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근심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요 근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살까?에 대해서 생각을 엄청 하다가 우울에 빠졌었죠.ㅋㅋㅋ ‘다들 너무 열심히 살아’라고 화를 내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러면서 열심히 안살고 있는 거 같다고 나를 채찍질하다가 무기력해졌다가 반복... 뭔가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즐거웠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고, 그런 순간들을 겹겹이 쌓아두고 다시 들춰보면서 활동을 이어가나요? 아님 어쩔 수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계속 간다는 마음일까요?ㅋㅋㅋ

A: 음, 두가지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ㅋㅋㅋ 저 위에 말에 저도 공감을 많이 해요.‘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산다.’와 그러면서 열심히 안사는 나를 채찍질하는 거... 저도 작년 재작년 계속 그 두마음을 번걸아 느꼈던거 같아요. 사실 제가 이 단체에 온 이유는 ‘열심히 안사는 거 같아서’ 였어요. 그냥 편하게 편하게 그렇게 사는거 같았는데,, 아니었죠...
예전에는 조금 그런 부분도 있었을 텐데 제가 너무 부분만 봤던 것도 있고 시대가 바뀌는 것도 함께 진행되면서 예전의 노닐노닐의 단체가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된거죠. 그래서 혼란스러웠던 거 같아요. 내가 처음 생각한 것과 거리가 멀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릴 것인가? 더 이상 예전처럼 하하 호호 웃으며 낄낄 거리면 천방지축 어린애처럼 활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드는 혼란.. 그럴 때 마다 그때 좋았었지... 하면서 일단 이번 년은 좀 보텨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작년, 재작년을 지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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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뭔가 버티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거 같아요. 그래서 힘내서 해보자 마음을 먹는 순간 방전되는 거 같은 기분이예요. 저는. 저만 그런가 요즘 생각해요.ㅋㅋㅋ 엉뚱한 안부묻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ㅋㅋ 진지하게 곰곰하게 적어내려가주는 모습에 감동입니다.ㅋㅋㅋ 저는 요즘 저의 이런 상태를 인정하고 (무기력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 숨기지 않고 사람들과 요즘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ㅋㅋ 무기력하고 지쳤다 왜? 어쩌라고의 감정. 혹시 뜬금없지만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친구가 있나요?

A: 일단 안부를 물어주어 고마워요. 누군가 내 안부를 이렇게 물어주다는 저도 감동입니다:)
그리고 질문자의 요즘을 나누는 일에 저도 함께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조심히 표현해 봅니다.ㅋㅋㅋ
요즘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이라고 하니 먼저 퇴계로에 있는 ‘ㅁㄱㄷ’ 님이 떠오르고 그 뒤를 이어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가네요..(불효자식..ㅋㅋㅋ) ‘ㅁㄱㄷ’님은 뭔가 항상 생각하면 많이 아쉬우면서도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인거 같아요. 내 인생에 못잊을 사람 중에 꼽을 수 있는 사람. 더 늦지 않게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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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2021 예술인파견지원사업 '예술로'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