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한자 뜻 - sinmyeong-gi hanja tteus

신명기 한자 뜻 - sinmyeong-gi hanja tteus

신명기의 명칭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의 "神命記"가 아니다

신명기는 출애굽 제 1세대에게 들려주셨던 하나님의 가르침을 출애굽 제 2세대에 해당하는 새 세대 이스라엘에게 새롭게 해석하여 전수하는 글이다. 이점에서 신명기는 시내산법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신명기는 시내산 법을 전제로 한다. 신명기는 시내산에서 전수되었던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재해석이요 새로운 적용이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정착하게 되는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성취해야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해설하고 있다. 신명기는 모세가 선포한 연설이요 설교이자, 모세가 남긴 유언이다.

신명기라는 우리말 이름의 뜻을 되새기고 지나가는 것도 우리 공부에 도움이 된다. 우리말에서 신명기(申命記)라는 이름은 그 표기가 중국 한문 성경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여겨진다. 일본어 성경과 중국어 성경도 모두 신명기를 "申命記"라는 한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옥편(玉篇)을 보면 ""이라는 우리말에 해당되는 한자어는 모두 24개 이상이나 된다. 그 중에서도 ", , , , " 등은 우리 눈에 친숙하다. 이 때 신명기는 "납 신()"을 써서 "申命記"라고 한다. 왜 하필 "申命記"일까? 여기에는 나름대로 신학적인 노력이 새겨져 있다.

흔히 말하듯 신명기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의 "神命記"가 아니다. 또한 "새로운 명령"이라는 뜻의 "新命記"도 아니다. 신명기를 "神命記" "新命記"로 간주하는 것은 신명기(申命記)를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신명기(申命記)의 신() "납 신()"이라는 사실이다. 한자에서 ""의 훈(의미)은 여러 개이다. 첫째, () , 둘째, 기지개켤(欠伸) , 셋째, 거듭() , 넷째, 낯살 펼(容舒) , 다섯째, 아홉 째지신(地支之第九位) , 여섯째, 원숭이() 신 등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신명기(申命記) "" "거듭 신"으로 풀어야 한다. 흔히 이것을 "펴다," "말하다," "밝혀 알린다"(report)는 뜻을 지닌 "()"으로 생각하곤 한다(, 장일선, 『신명기』, pp. 17-18). 신명기(申命記)라는 명칭을  "말씀을 고()한다," "말씀을 펼친다"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신명기란 "널리 퍼치는 말씀," "하나님이 주신 명령을 밝히 알리는 말씀"으로 읽어야 된다는 것이다. 신명기라는 한자어 뜻을 이렇게 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한문 어법에서 정당하지 못하다. "신명기(申命記)"의 신() "() "이 아닌 "거듭() "으로 풀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申命"이란 말이 하나의 숙어 (또는 단어)로 쓰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두 글자가 합쳐져서 하나의 뜻을 가진다. 명사나 동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글자가 결합해서 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자에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많은 까닭에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 현대 중국어는 두 글자를 결합시켜서 한 의미를 갖게 한다. 신명(申命)이란 말도 두 글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동사인 것이다. 따라서 ""자 하나만 가지고 해석하는 것은 중국어의 특성을 간과하고만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중국어에서 "申命" "거듭 강조하여 명령한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이다. ""자를 "거듭"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가장 친근한 예가 신신당부(申申當付)이다. "신신당부" "거듭 거듭 당부한다"라는 뜻이다. "신명"(申命)이란 말이 주역(周易)에서 나온 단어라는 점도 이런 우리 해석을 지지하고 있다. 한글성서 번역사를 보면 "申命記"라고 번역한 번역자들은 주역에 친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Deuteronomy"를 신명(申命)으로 이해해서 신명기를 "거듭 강조하는 계명", 또는 "2의 계명"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아야 하리라. 결과적으로 신명기(申命記)라는 이름은 신명기 17:18 "등사하여"라는 구절의 의미보다도 신명기의 성격을 더욱 잘 드러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신명기는 바로 "거듭 강조하여 들려주는 계명"인 것이다.

                                       왕대일 교수(감신대/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