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생긴 레후 어디서 볼 수 있나요

9. 자를 위해서라면(2)

맛보다는, 허기를 채우는 저녁 식사가 끝났습니다.

우리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마마를 깨웠습니다.

마마는 부스스 일어나 허겁지겁 남은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홀로 목욕하겠다며 황급히 집을 나갔습니다.

집 문이 닫히자마자 장녀 오네챠가 캐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테츄. 말을 해주는테치.’

‘...’

‘차녀챠, 정말 무슨 일이었던테치, 답답해서 미치겠는테츄’

‘...내일 마마께서 설명하신다고 하지 않으신 테치’

차녀 오네챠와 5녀 오네챠는 그날 끝까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내내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는 새 4녀 오네챠는 모처럼 몸이 편안해졌는지 테근테근 잠이 들었습니다.

마마는 금방 귀가했습니다.

다른 실장석들의 냄새도 많이 가셨고, 옷도 여전히 붉은빛깔이 돌기는 했지만, 심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물에 빠졌다 온 실장마냥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

다음 날.

나는 마마가 맞춰 놓다시피 한 생체시계로 인하여, 이른 새벽녘에 눈을 떴습니다.

기이하게도 마마는 여전히 거친 숨소리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마마를 깨워야 하나 싶어 일어나 마마에게 기어갔습니다.

‘쉬이잇...테치. 오늘은 더 주무시게 두는 테츄’

마마 지척에서 자고 있던 차녀 오네챠가 내 발목을 잡으며 속삭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내 이불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언덕 마을에서 보았던 독라 엄지가 구덩이에서 나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엄지의 눈은 죽은 3녀 오네챠처럼 이미 꺼진 눈이었습니다.

구덩이가 깊어지고 더 넓어지더니 앞마당의 구덩이로 바뀌었습니다.

엄지가 수많은 우지들로 변했습니다.

‘살고 싶은 레후! 잡아먹지 마는 레후!’

‘우지챠도 고치를 틀 수 있단레후! 꺼내주는 레후!’

‘우지챠도 손발 긴긴씨 되고 싶었던 레후!’

‘이 이모토챠 잡아먹고 사는 똥분충레후!’

‘레훼에에엥! 식참종!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잡아 먹어가며 살아가는레후?’

그런 욕설을 들으면서도 나는 태연히 구덩이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구덩이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구덩이 으슥한 응달에서, 방금의 엄지가 쓱 나왔습니다.

그 엄지는 나를 보고 빙긋 미소 짓더니, 날개를 돋쳐 펼치고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솟구치던 엄지가 ‘레프프’ 웃으며 외쳤습니다.

‘많이 처먹고 지옥에나 떨어지는레치!’

나는 무어라 외쳐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말했습니다.

‘테치 테에치이 테츄아앗-테치야 테칫!!’

...

...

‘6녀도 일어나는데스우! 어서 일어나는데스!’

기다란 내 귀가 위로 치솟더니 격한 고통이 몰려왔습니다.

‘테갸아아아!’

‘쉿! 이렇게나 늦은 데스우. 이렇게 늦게까지 잠을 자게 둔 적은 처음인데스!’

아파서 귀를 만지작대다가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다른 자매들은 이미 부산하게 이불을 개고 있었습니다.

오직 마마의 허락을 받은 4녀 오네챠만이 안경 닦기를 덮고 누워 있었습니다.

마마가 문을 열어 두었는지 신선한 공기가 집 안을 들락거렸습니다.

그리고 문밖으로는, 햇님상이 저 관목 위로 보일 정도로 솟구쳐있었습니다.

햇님상의 햇살에 비치는 마마의 모습은 기이했습니다.

눈은 퀭했고 옷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졌습니다.

많이 옅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실장 가족들의 냄새가 마마 특유의 체취와 섞여 났습니다.

그리고 비릿하면서도 익숙한 쇠붙이 냄새도 나는 듯했습니다.

‘오늘은 먹이를 많이 구해와야 하니 마마 혼자서 나갔다 오겠는 데스. 장녀와 6녀는 내일 나가기로 하는 데스우’

‘하이테치...’

마마는 이불을 개다 말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엄지를 힐끔 보았습니다.

눈치챈 차녀 오네챠가 엄지에게 급히 다가갔습니다.

‘엄지챠, 엄지챠, 깨는테츄’

‘레치히이...잉...’

‘...마마는 지금 바로 나가는데스. 오늘은 장녀 인솔하에 먹을 만큼 벌레를 찾아 먹고 들어가는데스우’

무엇이 그리 급한지 마마는 보검과 비닐봉지 하나만 급히 챙기고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마마가 나가자마자 우리는 마당으로 나가 아침거리를 찾아보았습니다.

마당의 이파리를 훑으니 진딧물 몇 마리로 겨우 분대에 체면치레할 정도였습니다.

‘갈수록 벌레씨들이 안보이는테치.’

‘또 지렁이씨 하나 안나오는테치까... 이제는 그냥 수월하게 잡을테치’

아무리 훑어도 더 이상의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어느새 하늘을 빛으로 가득 메우던 햇님은 구름씨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좀 많다 싶던 구름이 하늘 가득 몰려 시커매졌습니다.

‘테에... 또 비가 오려는테츄. 테칙!’

‘4녀챠는 맞으면 또 도질 수 있는테치. 어서 들어가는테치’

‘레후우... 레후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다가 아주 어렴풋한 운치 구덩이 우지들의 절규가 들렸습니다.

저번의 수확으로 부쩍 늘어난 운치 구덩이의 우지들 때문에, 마당은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 레후레후 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했습니다.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늘 고요했던 지난 마당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어쩐지 아침에 꾸었던 이상한 꿈이 생각났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지가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도저히 그 작은 몸에서 났다고 보기 힘든 소리가 들렸습니다.

‘꼬로르르르륵!’

‘테에... 엄지챠, 배 많이 고픈테츄까’

차녀 오네챠가 물었습니다.

’레츄우...‘

‘엄지챠가 배고픈 것보다도, 차녀챠...’

장녀 오네챠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말해주는테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테츄. 왜 마마가 피범벅이 되어서 오시고 대체 닝겐들 알약은 어디서 나신테츄’

‘...다른 실장석을 해쳤을테츄. 테츄익! 그렇지... 테칙! 않은테츄까?’

아직 완쾌하지 않은 4녀 오네챠가 안경 닦기로 몸을 말아 누우며 말했습니다.

‘우지챠라더라도 냄새만 맡고도 눈치챘을테츄. 마마의 몸을 벌겋게 물들인 것은 마마가 몰고 온 실장취의 주인들 피라는 것 테츄’

내가 말했습니다.

5녀챠가 아주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매들에게 추궁당하던 차녀 오네챠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습니다.

‘...오늘 말해주신다고 하시지 않으신테츄까...’

‘마마는 나가신테치. 오마에가 말해야 하는테츄’

‘...싫은테치’

‘그럼 5녀챠가 말해보는 테츄’

‘...’

‘지금 와따치가 마마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오마에타치 돌씨에 또 각인시켜야겠는 테치까?’

어느새 장녀 오네챠는 협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는테츄. 테치익!’

4녀 오네챠가 재채기를 하며 말했습니다.

‘난 알아야 겠는테츄. 마마가 어떻게 닝겐 약을 구했는지, 왜 다른 실장석을 해쳤는지 알아야 겠는테치. 궁금해서 잠도 못 잔 테츄. 내내 참느니라 핀치였던테츄’

‘...오네챠, 마마가 저녁에 오시거든...’

‘말하란테챠아아! 답답하단테치야!’

장녀 오네챠가 5녀 오네챠의 면전에 소리쳤습니다.

잔뜩 겁을 먹은 5녀 오네챠가 몸을 뒤로 물리더니 말했습니다.

‘마... 말하는테치... 근데 너무 길... 길어서테츄’

5녀 오네챠가 울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는다는테치까?’

장녀 오네챠가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말했습니다.

‘...와따치가 말하는테츄’

차녀 오네챠가 말했습니다.

차녀 오네챠는 크게 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습니다.

‘와따치가 말하는테치. 와따치가테츄. 엄지챠는... 우지챠 귀를 막는테치. 파킨할 수도 있는테츄’

‘...가서 물 한 컵 떠서 와주는테치’

장녀 오네챠가 나를 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페트병을 따고 쏟아지는 물을 뚜껑 컵으로 받아 가져오자, 장녀 오네챠가 차녀 오네챠에게 그것을 내밀었습니다.

차녀 오네챠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크게 심호흡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제 보았던 일을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햇님상이 하늘씨 꼭대기에 닿지 못했으니 늦은 오전일테츄. 와따치타치는 마마를 따라 햇님상이 지는 서쪽으로 갔던테츄. 긴 풀숲을 지나고 소나무씨가 사는 땅을 지나니 광장이 나온테치. 광장을 지나고 한참 또 걸으니 언덕이 나온테츄.

그 언덕 밑에 마을이 있었다고 하는데, 와따치는 납작해져서 한 곳에 치워진 상자 더미 빼고는 다 쓰러진 한 집 밖에는 보지 못한테치. 그 마을이 학대파 닝겐에게 멸망했다는 이야기는 장녀 오네챠와 6녀챠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 테치.

테치.., 그곳은 정말 끔찍했던테츄.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안나 오바상이 자들과 함께 다 무너진 집에서 살고 있었던테치. 자들은 자신들의 마마에게 투분을 하고 있었고, 벽에도 마구 투분을 하고 있어서 정말 냄새났던테츄. 손님으로 온 우리에게도 투분을 하려고 했던테치. 마마가 우리를 데리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간테츄. 이윽고 집 안에서 안나 오바상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밖으로 나온테치.

마마가 두 손을 꽉 잡고는 말한테치.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 같은 꼴 데스우. 이제야말로 와따시의 말 대로 집을 옮기라는데스! 그리고 결정하라는데스우. 안나상은 더는 저런 분충 자들과 함께할 수 없는데스우. 마마를 노예라고 부르면서 투분하는 분충과 함께할 수 없는데스.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우. 슬픈 일을 하라는 말은 아닌데스. 그저 자들만 내버려 두고 데스우 님께 모든 걸 맡기는데스우. 안나상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참생을 시작하면 되는 데스우’

그런 상황에서도 안나 오바상의 자 하나가 운치를 던진테츄. 안나 오바상의 볼에 팍! 하고 맞아서는 그것이 우리에게도 튀긴 테치. 우리는 놀라고 분해서 몸을 마구 닦으며 어쩔 줄을 몰라했던테치. 안나 오바상이 계속 약한 모습을 보이고 본참의 자들을 잃은 것을 자책하니 분충 자들이 기어이 자신들의 마마를 노예로 보고 기어오른 것 같은 테츄...

운치도 닦지 않은 안나 오바상이 통곡하면서 말한테츄.

마마의 말이 맞았다고 하면서 테치, 태교의 중요성도, 집의 위치를 정하는 것도, 자들의 교육 방식도 이제야 마마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 테치. 자 없이 살던 지난 세월이 너무 그립다고 한 테치. 자를 가지는 문제로 이 공원에 쫓겨나고도 이제야 정신을 차린 자신은 분충이라고 마구 자책한테치.

안나 오바상의 통곡에 지나가던 닝겐상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어서 아주 무서웠던테치.

마마는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말했던테치.

“아직 안나상의 참생은 끝난 게 아닌데스우. 와따시가 말했던 자리 중 하나로만 가는 데스우. 북쪽 호숫가의 갈대숲이던, 닝겐들이 바퀴 달린 판때기를 타는 커다란 둥근 돌씨 방향 나무 숲 등 말인데스”

“...오늘 그렇게 하겠는데스”

“와따시가 돕는 데스우. 점심거리만 자들에게 먹이고는 바로 오겠는데스”

“...데슷, 이제 생각난 데스우. 이웃상은 오늘 와따시를 도우면 안되는데스. 그 닝겐상이 왔던데스”

“데스?”

마마가 영문을 모른다는 투로 말했던테츄.

그러자마자 마마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얼굴이 하얘진테츄.

안나 오바상이 다시 ‘그 닝겐상’이 자신을 찾아와서는 ‘그곳’으로 마마를 불렀다고 말한테츄.

“대회가 다시 열린다고 전해주라 했던테츄. 어차피 매일 만나지 않느냐면서데스”

“...다른 실장들도 알고 있는테치까”

“모찌론데스우... 보스 실장들이 사라진 이후로 두각을 내던 실장석들을 다 그곳으로 불렀다고 했던데스. 이웃상에게 꼭 그렇게 말하라고...”

마마는 안나 오바상의 말을 황급히 끊으면서 말한테츄

“보상은 저번과 똑같다는데스까? 오늘 언제 열리는 데스까?”

“저번과 같은데스. 소원 하나 데스우. 닝겐상들의 시간으로 두-시랬던데스우. 해가 서쪽으로 조금 낮게 내려앉을 때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라고 했던데스”

마마는 광장 쪽에 솟은 탑을 유심히 보더니 데스우! 하며 우리를 잡고 뛴 테츄.

뛰면서 고맙다고 말하니 안나 오바상이 힘없이 손을 흔드는 것을 봤던테치.

마마는 도저히 우리를 집에 데려다 줄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했던 테츄.

안나 오바상의 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우리에게 투분을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뭐라고 했는지 잘 들리지도 않았고 운치도 맞지 않았던테츄.

잠깐 물 한 잔만 하는테츄.

테츄아, 6녀챠, 미안한테츄, 물 한 잔만 더 따라주는테치까?

고마운테츄.

다시 이어서 말하는테츄.

마마는 뛰면서 황급하게 말했던테츄. 공원 멀리 북동쪽으로 가면 닝겐상들이 짓다가 만 커다란 건물이 공원 안에 방치되어 있다고 하셨던테츄. 닝겐들마저 근처에도 안 갈 정도로 외진 곳에 있다고 한 테치. 늘 막혀있지만, 오늘은 아니라면서 와따치타치가 더 빨리 뛰도록 마구 재촉하신테츄. 와따치가 너무 힘이 들어서 더는 못 뛰겠다고 울자 마마는 화를 내더니 우리를 옆구리에 낀 테츄. 그리고 달린테치.

테츄? 그런테츄. 우리를 옆구리에 끼고 마구 북동쪽으로 달린테츄. 가능한테츄.

마마가 한참을 그렇게 마구 달린테츄. 풀숲을 헤치고 닝겐상들만 다니는 돌길도 거침없이 내달린테츄. 그러다가 호수가 보인테츄. 마마는 거기서 우리를 내려놓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앉은테츄. 확실한지는 모르겠는테치. 호수 저편에 아른거리는 나무숲이 우리 집이었던 것 같았던테츄.

마마는 아주 잠깐 그렇게 숨을 고르고는, 이제 다시 우리에게 뛰라고 하셨던테치.

나는 헐떡이면서도 외친테츄.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냐고 테치.

마마는 당연히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뒤쳐지는 와따치를 겨드랑이에 끼고 달린테치.

5녀챠는 튼튼해서 마구 달릴 수 있었던테츄. 와따치는 그렇지 못했던테치.

테츄? 알겠는테츄. 정신 사나우면 테치로 통일하는테츄. 테치! 미안한테츄. 테치테치! 또 실수인테치. 자꾸 말버릇이 이렇게 굳어버린테치.

하여튼 우리가 태어난 날 걸었던 거리의 배의 배 만큼을 더 뛰어서야 공원 북동쪽 끝에 커다란 닝겐 건물에 도착한테츄. 둥글고 하얀 건물이었는데 덕지덕지 떼가 끼어서 보기 흉할 정도로 오래되어 보인테츄. 들어가지 못하도록 닝겐상들이 무언가를 쳐놓았지만, 허술해서 그 틈 아래로 들어간테츄. 마마가 거기서야 잠깐 앉아서 숨을 고른테츄. 건물 정면으로 들어가는 문은 닝겐상들이 쇠로 된 줄로 잠가버린테츄, 마마는 건물을 한 번 빙 돌아보더니, 들어가는 입구를 찾은테츄. 구석에 작은 샛문이 살짝 열려있던테츄. 마마가 그 문을 데스우! 하면서 힘을 주니 문씨가 비명을 지르면서 열린테츄.

테츄? 테치테치! 와따치도 모르게 자꾸 테츄거리는테치. 주의하는테치 장녀 오네챠.

그... 하여간 문을 열었더니... 테칙! 테칙!

6녀챠? 물 한 잔만 더 떠다 주는테치. 아리가또테치.

다시 이어서 말하는테치. 문을 열자 바깥에서는 닝겐들 기계 소리에 시끄러워서 들리지 않았던 동족들의 소리가 건물 안에 가득했던테치. 그 건물 안은 칙칙한 돌씨로 가득 차 있었던 테치. 아마 건물을 짓던 닝겐상들이 계단으로 쓰면서도 앉을 수 있도록, 돌 씨로 둥근 건물 안을 몇 계단으로 빙 둘러서 만들었던 것 같은테치. 그리고 계단 아래로는 평평하고 둥근 바닥이 펼쳐져 있었던테치. 계단과 똑같은 색에 똑같은 질감이었으니 아마 같은 소재였을테치. 바닥에는 우리 집 앞에 놓인 가로등씨 보다는 작고, 오직 한 부분만 비추지만, 훨씬 밝은 빛을 뿜는 닝겐의 기계가 서너 개 서 있었던테치. 그리고 구석에는 커다란 네모 상자와 여러 닝겐의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던테치.

와따치타치는 처음 보는 그런 광경이 너무 무서웠던테치. 험악해 보이는 실장석들이 그 빛 아래에서 초조하게 줄을 서고 있었던테치. 모두 보검을 팬티에 꽂고 있었는지 옷 한쪽이 불룩 튀어나온 것이 보인테치. 그러나 와따치타치는 그것을 보고 무서웠던 게 아니었던테치. 그렇지 않은테치까 5녀챠?

그런테치. 그 줄의 끝에는 바로 닝겐상이 하얀 의자에 앉아서 빛나는 판때기를 쥐고 보고 있었던테치. 실장석들은 그 닝겐상 앞에 나란히 줄 서면서도 조용히 순서를 다투고 있었던 것 테치. 그 어른 실장들은 모두 자 하나씩을 데리고 온 테치.

그런테치. 마마와 우리도 그 줄 맨 끝에 섰던테치. 그러자마자 닝겐상이 우리 뒤로 들어온 실장석들에게 참가 실장을 더 받지 않으니 돌아가라고 한 테치.

우리는 무서워서 마마의 손을 꼭 잡은테치. 자세히 보니 다른 가족의 자들도 우리처럼 무서워하고 있었던테치. 그런데 자를 둘이나 데리고 온 실장석은 마마밖에 없었던테치.

웅성웅성하는 소리 가운데에서도 닝겐상의 말이 또렷하게 들린테치. 오마에타치들은 닝겐상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테치까? 와따치는 들어 본 테치. 그것은 우리 실장석의 언어와 다를 것이 없었던테치. 그러나 목소리는 데스우님의 엄지 천사들 노래처럼 청아하고 발음은 그 어느 사육실장보다도... 테치? 미안한테치. 이야기 새지 않겠는테치. 본론으로 돌아가는테치... 테치.

 처음에는 닝겐상이 무어라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던테치. 닝겐상 앞에 선 친과 자는 닝겐상의 질문에 대답하고 뒤에 있는 돌 계단씨를 한 칸 올라가 앉아서 대기한 테치. 나중에 닝겐상이 그곳을 객석이라고 한 테치. 점점 앞의 줄이 줄어든 테치. 이제 닝겐상의 말이 명확하게 들린테치.

닝겐상은 친실장에게는 이름이 있느냐고 물어본테치. 그리고 자실장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세라거나 마마란 어떤 존재인가, 실장석과 닝겐은 어떤 관계인가 등을 물었던테치. 닝겐상은 빛나는 판때기와 실장석 친자를 힐끔힐끔 바라보면서, 대답에 따라 객석에 앉게 하거나 밖으로 돌려보낸테치. 우리 한참 앞에 있던 친실장 하나가 돌아가라는 닝겐상의 명령에 화를 내며 보검을 뽑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테치.

테칫? 5녀챠, 말하지 말라고 한 테치까? 아닌테치... 여기까지 말했으니 말하는테치.

닝겐상은 어이가 없다면서 앉은 채로 그 친실장을 차버린테치. 괜히 뒤에 서 있던 다른 친실장과 자실장이 날라오는 친실장과 부딪쳐 쓰러진테치. 닝겐은 벌떡 일어나서는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친실장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올린테치. 그리고는 그 실장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그 실장이 데리고 온 자의 머리를 입에 쑤셔넣은테치. 테에에엥... 우리 실장석이 약한 존재라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줄은...

알겠는테츄. 진정하겠는테치. 진정하겠는테치.

계속 말하는테치. 그 친실장은 정신을 차렸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뭐라고 막 소리를 낸 테치. 그렇지만, 자의 머리가 입에 끼어있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으니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테치. 닝겐상의 등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닝겐상이 손으로 친실장의 눈 한쪽을 산채로 뽑았던 것 같은테치. 그래서 그 친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다가 자의 머리를 그만...

목 없는 자의 시체가 철푸덕 하고 땅에 처박힌테치.

닝겐상은 절규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그 친실장의 옷을 단숨에 찢고 머리카락을 뽑고는 문 쪽으로 내동댕이 친 테치. 그리고는 다시 태연하게 의자로 가서 자리에 앉고 자신의 빛나는 판때기를 들여다보았던 테치.

친실장들은 두려워서 벌벌 떨고 있었고, 자실장들은 모두 빵콘을 했던테치.

자들이 테에엥 테에엥 울었던테치. 줄은 흩뜨려졌고, 그 만들어지다 만 흉하고 어두운 건물이 비명으로 가득 차서 테엥 테엥 울린테치. 닝겐상이 판때기를 잠시 내려둔테치.

그리고는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우리들 사이에 세게 던진테치. 내가 본 물체의 속도 중에서 가장 빨랐던테치. 팍 하는 굉음에 모두가 조용해진테치. 던져진 것은 아까 문 쪽으로 날라간 친실장의 빨간 눈이었던테치. 와따치는 부들부들 떨며 그 눈의 주인이었던 친실장이 어디있는지 찾아본테치. 그러나 문 쪽에는 없었던테치. 아마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었을... 테칫, 미안한테치. 본론만 이야기하겠는테치.

인간이 나지막하고 단호하게 다시 줄을 서던가 나가라고 한 테치. 모두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줄을 섰던테치. 더러는 황급히 건물 밖으로 나간테치. 어느새 와따치타치 뒤로도 몇몇 친실장이 자와 손을 잡고 줄을 섰던테치. 다시 줄을 서는 와중에 마마가 새치기를 했기 때문인테치. 이윽고 우리의 차례가 온 테치. 닝겐상이 물었던테치.

“이름”

“마농의 장녀인데스”

마마가 말 한 테치.

그러자 판때기를 바라보고 있던 닝겐상이 천천히 팔을 내리더니 마마를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 본 테치. 닝겐상이 마마에게, 올해도 살아 있었는가 물었고 마마는 닝겐상에게 그간 안녕하셨느냐고 물은 테치. 닝겐상이 닝겐 특유의 ‘하하하’ 하는 괴상한 소리로 크게 웃더니 마마에게 말 한 테치.

“와, 너도 정말 대단하다. 그 꼴을 당하고도 또 자를 낳은 거야?”

“...”

“얘네들은 알고 있으려나? 야, 너네 마마가 저번에 낳은 자식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니? 응? 하하하.”

“...이 자들은 그 자들의 다음하고도 다음 자들인데스우. 관련이 없는 데스. 닝겐상, 와따시는 감히 닝겐상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닌 데스우. 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데스”

“좋아, 마농의 분충 장녀. 목적과 소원은? 아, 또 저번처럼 세레브한 집...”

“아닌 데스. 닝겐들의 감기약을 원하는데스. 사랑하는 자가 실장 감기로 사경을 해매는데스우. 오직 감기약 하나만을 원하는데스”

“너가? 보란 듯이 자를 버리고는 큰 소리로 ‘자는 또 낳으면...”

“그런데스우. 오직 그것뿐인 데스우”

“말을 자꾸 끊네. 뭐, 좋아. 사실 목적이 무엇이든 너의 자유니까. 둘 중에서 누구를 제물로 바칠 거야?”

“...5녀를 제물로 하는데스”

닝겐상은 또 씨익 웃더니 5녀챠에게 1부터 15까지 세어보라고 한 테치.

5녀챠는 덜덜 떨면서도 틀리지 않고 천천히 센 테치. 테치? 안떨었다고테치? 아닌테... 아, 알겠는테츄. 알겠는테츄! 안떨은테치!

사실 이것 말고도 더 많은 대화가 있었던테치.

와따치는 기억력이 6녀챠만큼 좋지 못해서 그나마 이 정도만 기억하는테치. 대략 이런 말을 나눴다는 것인 테치. 닝겐상은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 끈적한 종이를 마마와 5녀챠 가슴팍에 붙인테치. 그것은 똑같은 색과 똑같은 문양이었던테치. 그리고 와따치에게는 구두 끝에 다른 색의 스티커를 붙인테치. 그리고 닝겐상이 들고 있던 판때기의 뒷면이 우리를 향해 아주 잠깐 밝게 빛나며 찰칵 소리가 난 테치.

하여간 나는 둘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머리가 핑핑 돌았던테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던테치. 마마가 옛날의 오네챠들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건지, 제물은 또 뭔지, 대회라던가 경기는 뭘 하려는 건지도 몰랐던테치. 마마는 닝겐상이 눈으로 객석을 흘기니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우리 손을 잡고 그곳으로 간테치. 마마가 먼저 한 계단을 기어 올라가고, 우리를 하나씩 안아서 그 위로 올려준테치. 우리가 태어났을 때, 하얀 돌씨에서처럼 말인 테치. 내가 제물은 뭐고 경기는 뭐냐고 물었지만 마마는 닝겐상이 조금 있으면 직접 설명해 줄 것이라고 한 테치.

마마는 와따치가 빌려 온 장녀 오네챠의 보검을 꺼내 보라고 한 테치, 그리고 자신의 보검을 꺼내더니 서로 비교하고는 와따치에게 그냥 다시 검을 차라고 한 테치. 그러고는 열심히 객석 계단에 보검 끝을 비빈테치. 엄청 까끌까끌한 돌이라 잘 갈린테치. 아마 건물을 짓다 말아서 계단이 까칠한 것 같은테치. 근처를 둘러보니, 다른 객석의 실장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거나 위협하는 등 기선제압을 하고 있었던테치. 나는 마마가 정말 위험한 경기에 발을 들였다고 느낌이 온 테치.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테치. 닝겐은 어느새 더 커다란 판때기를 꺼내 두 쪽으로 피고는 무릎에 둔 테치. 그리고 그 판때기의 아래 부분을 한참 타닥타닥 치고만 있었던테츄.

그리고... 테칙! 테칙! 6녀챠. 물 한 잔만 더 떠다 주는테츄까.

아 살 거같은테치. 고마운테치. 너무 많이 말하니 목이 아픈테치. 조금 쉬었다가... 테치?

알겠는테치. 그럼 마저 끝내고 쉬는테치.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를 테치.

닝겐상은 일어나서 열어둔 쪽문의 틈을 닫은테치. 그리고 닝겐상이 의자 아래에 둔 가방에서 또 다른 판때기를 꺼내서는 바닥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한 커다란 막대기에 걸어서 고정한테치. 그리고는 구석에 있는 커다란 검은색 상자 모양의 기계에 선을 연결했는데, 거기서 커다란 은빛 막대기를 꺼내 쥐고 바닥에 내려온 테치. 마마는 조용히 그것이 각각 닝겐들이 이곳의 시간을 담아 다른 닝겐상들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 기계와 목소리를 크게 내주는 마법의 기계라고 한 테치.

닝겐상은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갑자기 허공을 향해 큰소리로 외친테치!

닝겐상의 목소리가 마법막대와 마법상자를 통해서 증폭된테치. 그리고 닝겐들의 시끄러운 노래가 그 기계를 통해서 막 울린테치. 너무 신기하고 무서웠던테치...

닝겐상이 자꾸 아무도 없는 허공... 그니까 정확히는 걸어둔 판때기를 보면서 인사를 하고 친한 척을 하며 우리를 소개한테치. 누구에게 말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와따치는 마마에게 닝겐상이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기계로 커진 닝겐상의 목소리와 노랫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바로 옆의 마마에게도 와따치의 말이 들리지 않은테치.

닝겐상이 '실장 콜로세움'의 규칙을 설명하겠다고 한 테치. 와따치는 콜로세움이 뭔지 모르겠지만, 대충 이 경기를 콜로세움이라고 하나보다 생각했던테치. 닝겐상이 말한 테치. 대회는 두 실장이 서로 싸워서 이긴 실장이 또 다른 이긴 실장과 싸우고 최후에는 한 실장만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던테치. 어떤 방법으로든 저 객석 아래 바닥에서 싸워서 한 실장을 이기는 것이었던테치. 그러면서 닝겐은 막대에서 판때기를 떼어서 객석에 도열한 우리를 천천히 훑더니, 다시 막대에 고정한테치. 그리고는 이제 자신의 배팅 실장을 고르라고 했던 테치. 와따치가 지금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모를 정도로 닝겐상의 단어와 문장은 이해도, 기억도 잘 못 하겠는테치.

노랫소리가 잠잠해진 틈을 타서 마마가 말 한 테치.

“자들은... 아무 걱정 마는데스. 마마는 이 공원에서 가장 먼저 보검을 사용한 실장인 데스. 저 닝겐상이 처음 공원에 보검을 뿌렸을 때 말인 데스우”

“마...마마, 마마 저 아래에서 다른 실장들과 칼싸움을 하는테츄까?”

“보검 말고 다른 것으로도 싸울 수 있으니 칼싸움이라고 만은 할 수 없는데스”

“왜... 왜 이런 짓까지...테챠아... 설마 저 실장석들을 죽이는 것까지는 아닐 테츄. 그렇지 않은 테츄까? 그냥 넘어트리기만 하면...”

“...명줄을 끊어서 돌 씨를 파킨 시켜야 이기는 것인 데스우”

와따치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고 당혹스러워서 테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 테치.

그러면서 마마의 다리를 원통하게 치면서 말 한 테치.

“마마가 지면 마마의 돌 씨가 파킨한다는 뜻 아닌 테치까! 마마! 마마! 와따치타치들은 어떻게 살라는테치까!”

마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테치. 그저 자신이 갈았던 보검을 마마가 ’조명‘이라고 부르는 빛을 뿜는 기계에 비춰보고는 다시 돌씨에 비빈테치.

닝겐상이 다시 노래를 키더니 허공을 보면서 슬슬 첫 경기를 시작하겠다고 말 한 테치.

닝겐상이 "대진표"라는 것을 확인하겠다며 빛나는 판을 들고 몇 번 치더니 번호와 함께 이름을 호명한테치. 아마 “찢어진 원피스” 라던가 “콧물 실장” 같이 이름이라기보다는 아까 즉석에서 만든 별명이었던 테치. 두 실장이 자신의 자를 먼저 내리고 쭈뼛쭈뼛 바닥으로 내려온 테치. 마침 바닥에는 닝겐상이 알록달록하고 커다란 융단을 깔았는데, 그 융단을 밟은 상태에서만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것이었던 테치. 닝겐상은 고래고래 허공에 소리를 지르면서 두 실장의 사용 무기와 소원 등을 읊고는 자들을 옆에 있는 빈 상자에 하나씩 넣어 둔 테치. 그 상자는 신기하게도 벽이 투명하지만 단단해서 안에 갇혀도 밖을 볼 수 있었던테치. 즉, 자는 그 안에서 마마가 싸우는 것을 볼 수 있는테치. 패한 실장의 자는 자신의 마마가 비참하게 파킨하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는 뜻인 테치. 와따치는 곧 그곳에 갇히게 될 5녀챠의 얼굴을 본 테치. 그저 입만 턱 벌리고는 소리도 못 내고 눈물만... 테치? 사실이지 않은 테츄까... 아, 알겠는테치. 오마에는 그런 적이 없는테치.

이윽고 두 실장이 융단 끝에 섰고, 노래가 꺼진 테치. “찢어진 원피스”는 투박한 창 같은 보검을 들었고 “콧물 실장”은 마마와 같은 모양의 보검인데, 녹이 슬었는지 많이 빨간 보검이었던테치. 둘 다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부들부들 다리를 떨고 있었던테치.

마마는 원피스 실장의 신기한 보검이 '대못'이라는 종류라고 말해준 테치. 와따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마가 너무 미워서 마마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테치. 이윽고 닝겐상이 이상한 쇠붙이를 흔들며 낸 소리로 경기가 시작된테치.

시작하자마자 콧물 실장이 달려든 테치. 그리고 원피스 실장이 보검을 받아치면서 한 번의 공격을 막은테치. 그러면서 대못을 크게 휘둘러 반격한 원피스 실장은, 그 공격을 막다가 넘어진 콧물 실장을 향해 대못을 위로 높게 쳐들더니 엎어진 콧물 실장의 등에 대못을 찍은테치. 곧 피가 융단을 붉게 적신테치. 살려달라고 비는 콧물 실장을 무시하고 원피스 실장은 데프프, 웃으면서 바닥에 엎어진 그 실장의 등을 사정없이 찌른테치. 이윽고 파킨 하는 소리가 들렸고 닝겐상이 다시 그 쇠붙이를 치면서 경기가 끝난테치. 이긴 실장석은 상자에서 풀려난 자와 함께 객석으로 돌아간테치. 마마의 죽음에 목 놓아 울부짖던 그 자실장만 다른 투명한 상자로 옮겨진테치.

그 이후로도 똑같은 경기가 수없이 계속된 테치. 자꾸 새로운 실장석들의 이름이 불리면 그 실장들은 자신의 자를 안거나 손을 잡고 내려간테치.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무기를 휘두른 테치. 대부분의 경기가 순식간에 일방적으로 끝났기에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여러 경기가 이루어진 테치. 어느 실장들은 서로가 준 피해가 막심하여 거의 동시에 같이 파킨한테치. 어떤 실장은 싸우다가 살려달라며 그 융단에서 도망가 문 쪽으로 달려간테치. 자도 버리고 말인테치. 닝겐상이 자지러지듯이 웃더니 성큼성큼 그 실장에게 걸어간테치. 단지 몇 걸음 걸어갔을 뿐인데도, 전속력으로 달리는 친실장을 따라잡아 머리채를 잡고는 그대로 한바퀴 휘둘러 바닥에 내리 찍은테치. 그 실장은 그 모습 그대로 파킨한테치.

닝겐상은 패배한 친실장의 자를 투명한 상자에 옮겨 모은테치. 곧 친을 잃고 절규하는 자실장들이 한 상자 안에 가득해진테치. 이것 말고도 온갖 방법으로 죽고 죽이는 결투가 벌어진테치. 우리는 파킨할 것처럼 무서워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눈을 계속 뗄 수도 없었던테치. 마마만 자신의 보검을 만지작 거리며 그 전투를 다 지켜본테치.

건물 안이 실장들의 실장취와 운치냄새, 피 냄새로 가득해진테치.

“31번 참가실장! 마농의 장녀! 48번 참가실장! 두건 없는 근육실장!

한참 뒤에 마마와 어떤 실장이 호명된테치. 마마가 벌떡 일어나 내려가자면서 5녀챠의 손을 끌어잡은테치. 5녀챠가 대성통곡하면서 자신은 가기 싫다면서 마구 떼를 쓴 테치. 그렇게 발버둥 치는 5녀챠를 결국 마마가 번쩍 들어서 안고 내려간테치. 5녀챠는 그러면서도 마마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대던... 가만히 좀 있는테치.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는거지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면서 부정하는테츄. 말 좀 끊지 마는테챠!

테츄후우... 목이 아픈테츄우. 이제 좀 쉬면서 하면... 테치이... 알겠는테츄. 계속 말하는테치.

그럼 대신에 계속 이 잔이 비지 않도록 물을 떠주는테치.

마마와 덜덜 떨고 있는 5녀챠 앞으로, 마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옆으로 어깨 하나는 더 넓은 거구의 성체실장이 자를 안고 내려온테치. 그 실장은 특이하게도 보검이 아니라 커다란 쇠몽둥이를 쥐고 온 테치.

와따치는 객석에 남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테치. 빠르게 자들은 각자의 투명한 상자 속으로 옮겨졌고, 닝겐상이 쇠붙이를 흔들어 경기가 시작된테치.

그 근육실장이 먼저 몽둥이를 높이 쳐들고 마마에게 달려온테치. 와따치는... 와따치는 그것으로 마마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은테치. 곧이어 객석의 다른 실장들의 탄성이 들린테치. 와따치가 실눈을 살짝 뜬 테치. 놀라웠던테츄. 마마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달려오는 근육실장에게 똑같이 달려가 순식간에 가슴을 꿰뚫은테치. 급소를 스쳤는지, 들어 올린 몽둥이를 내리치지 못하고 ’뎃... 뎃...‘ 거리는 근육실장을 마마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찔러 둔 보검을 마구 휘저은테치. 근육실장이 괴성을 지르면서 거품을 물고 바닥에 엎어진테치. 마마는 태연하게 쓰러지는 그 거구를 피하고는 등 위에 올라간 테치. 그리고는 등을 마구 찌른테치. 아마 돌 씨를 찾아 부수려고 그랬던 모양인테치. 곧 파킨 소리가 들렸고 닝겐상이 크게 웃으며 쇠붙이를 흔든 테치.

“이야! 하하하하! 작년 봄과 가을 콜로세움의 우승자! 마농의 장녀! 정말 놀랍습니다! 이렇게나 나이를 먹어도 그 실력이 조금도 녹이 슬기는커녕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닝겐상은 마치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소개하듯이 마마를 칭찬하며 5녀 오네챠를 꺼내준테치. 마마는 덜덜 떨고 있는 5녀 오네챠를 안고 다시 객석으로 올라온 테치.

그때, 쪽문이 벌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닝겐상이 들어온테치. 다른 실장들이 당황했지만, 그 닝겐상은 개의치않고 늦어서 미안하게 되었다며 태연히 객석 구석에 가서 자신의 판때기를 가방에서 꺼내 무릎에 올려둔테치. 아마 원래 있었던 닝겐상과 아는 사이인 다른 닝겐상이었던 것 같은 테치. 이 이후로, 나중에 들어온 닝겐상이 경기의 조수 역할을 다 해주었던테치. 그 닝겐상은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둔 두 쪽으로 열리는 판때기로 ’대진표‘를 다시 정리한다고 했던 것 같은테치. 대진표가 무엇인지는 마마도 모른다고 했던 테츄. 새로운 닝겐상의 등장으로 지체되었던 경기는 금방 재개된 테치. 또 다시 수많은 실장들이 순식간에 상대의 흉기에 배를 찔려 엎어지고 머리가 박살 나 쓰러지고 돌 씨가 금이 가서 눈을 까뒤집고 엎어진 테치. 막대 기계를 잡은 닝겐상만 위에서 내려다보며 마구 환호한테치. 각 경기가 3분도 걸리지 않는다면서 말인테치.

조수 닝겐이 죽은 실장의 자를 그런 자들만 모아두는 커다란 투명 상자에 던져둔테치. 그리고 이긴 실장의 자를 풀어줘 객석으로 돌려보낸 테치. 얼마나 많은 경기가 진행되었고 또, 얼마나 많은 실장이 죽었는지 수를 세기 힘들 지경이었던 테치, 이윽고 다시 마마가 호명된 테치. 한 번만 나가면 되는 줄 알았던 5녀 오네챠가 눈을 햇님상만큼 크게 뜨더니 마구 고개를 저으면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한 테치. 그러나 마마는 4녀챠를 살리고 싶지 않은 거냐면서 소리를 빽 지르고는 또 억지로 끌고 내려간테치.

마마의 상대는, 한 손에는 보검, 다른 손에는 단검을 쥔, 옷만 입은 독라 실장이었던테츄. 다리에 매달려 온 그 독라의 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빵콘을 하고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던테치. 서로의 자가 옮겨지자마자 경기가 시작된테치. 역시 상대가 마마를 향해 보검을 휘두르며 달려온테치. 마마 또한 한 박자 늦게 달려가며 상대의 허를 찌르려 했던테치. 그러나 상대는 마마의 보검 일격을 자신의 보검으로 막은테치. 그리고 단검을 훽하고 휘둘렀는데 그만 마마의 다리를 스친테치. 마마의 구릿빛 다리에 붉은 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이 객석에서도 보였던테치. 와따치는 이대로 일가실각을 당하는구나 대성통곡을 했던테치. 왜인지 마마가 그렇게 약한 낌새를 보이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다른 어른 실장들이 슬금슬금 와따치의 주변으로 모이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던테치.

그러나 마마는 다리를 한번 쓱 보더니, 자세를 고쳐잡고는 움직이지 않은테치. 마마의 다리에 유효타를 주고 몇 걸음 물러서 있던 상대가 다시 긴 보검을 휘두르며 공격해 온 테치. 마마는 한 걸음 뒤로 피하여 그 보검을 자신의 보검으로 받아치고는 그대로 그 반동으로 높이 올라간 보검을 양손으로 힘껏 내리친테치. 상대 실장의 단검이 마마의 가슴에 닿기 직전에, 마마의 보검이 정확하게 상대 실장의 얼굴을 반으로 내리쳐 스친 것인 테치. 상대는 당황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아주 잠깐 본인의 얼굴에 일어난 이상현상을 이해하려 했던 테치. 곧 상대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은테치. 처음에는 그저 얼굴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그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촤악 퍼진테치.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던테치. 당황하는 그 상대를 놓치지 않고 마마가 성큼성큼 다가가 그 실장의 복부를 찌른테치. 상대는 본능적으로 단검으로 막으려 했지만, 한참 놓치고는 데걋! 소리를 내며 고꾸라진테치. 마마가 보검을 뽑고는 상대의 양팔을 찔러 단검과 보검을 놓게 해무장해제 시킨테치. 그리고 발로 차서 배를 위로 보게 하고는 그 위에 올라탄 테치. 그리고 보검을 높이 들어 상대의 가슴을 연거푸 내리친테치. 피만 흘리고 돌씨가 찔리지 않자 정신을 차린 상대가 자꾸 바둥거린테치. 마마는 일어서서 상대의 배를 콱 짓밟고는 그년의 옷을 보검으로 죽 찢은테치. 그리고 다시 올라타서 그 실장의 가슴을 마구 난도질한테치. 그러면서 마마의 얼굴과 몸에도 분수같이 솟구치는 피가 튀긴테치. 가슴팍의 살점이라고는 죄 파헤쳐진 독라가 아직도 죽지 않고 눈동자만 까뒤집으며 거품을 흘린테치. 그녀의 자가 투명 상자를 쾅쾅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은테치. 뭐라고 했는지는 객석에서 들리지 않은테치. 마마는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실장의 아랫배 부분을 찌른테치. 한 번에 파킨 소리가 나더니, 닝겐상이 쇠붙이를 흔들어 소리를 낸 테치. 와따치 곁으로 슬금슬금 가까워져 오던 다른 실장들이 황급히 원래 있던 자리로 물러간테치.

마마는 매우 격양된 표정으로 5녀챠의 손을 잡고 객석으로 올라온 테치. 5녀챠도, 와따치도, 바로 옆에 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마마가 더 이상 마마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된 테치. 마마가 아닌 무언가... 꼭 괴물처럼... 그렇게 생각된 테치.

마마는 풀썩 주저앉아 반은 눕다시피 하며 다른 실장들의 싸움을 구경한테치. 각종 무기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정말 잘 싸우는 실장들이 많았던테치.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판이 끝나면서 으깨지거나 헤집어진 시체가 조수의 손으로 치워진테치. 그리고 그 시체는 닝겐상만큼 커다란 봉지 속에 구겨져 처박힌테치. 친을 잃은 자가 시끄럽게 울고 불며 다른 상자 속에 들려간테치. 이제 그 상자가 자들로 가득해진테치.

조수가 경기장을 나가더니 또 다른 투명 상자를 하나 더 들고 올 정도로 말인 테치.

한 경기당 2분 30초꼴이라고 은빛 막대를 든 닝겐상이 외쳤는데, 마마가 1분은 60초라고 했으니 대략 10을 15번 세면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사투가 벌어졌다고 보면 되는 테치. 마... 맞는테치까 6녀챠? 다행인테치.

너무나도 많은 살육이... 의미 없는 살육이 일어난테치. 선수 실장들이 융단 위에 설 때마다 닝겐상이 외쳤던테치. 이 실장석의 소원은 사육실장이 되는 것이다, 이 실장은 실장복을 잃어버려 비닐봉지를 입고 있는데 소원은 사육실장복을 얻는 것이다 등등 테치...

모두... 모두 나름 소중한 자신들의 소원만 바라보고 이 위험한 대회에 참가한테치. 닝겐상은 56명의 실장석이 참가했다고 한 테치. 그리고 55번의 경기가 이루어졌다고 한 테치. 55번의 경기 동안... 55명의 실장석과 그 자 한명 씩이... 그리고 그 친실장이 집에 두고 왔을 자실장까지 희생 된 테치... 아무리... 아무리... 자신의 소원이 마마만큼 중요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55명의 실장석의 목숨만치 중요한 것인 테치까? 아... 아닌테츄 4녀챠. 와따치는 그런 말이 아닌테치... 오마에가 55명의 목숨을 빌어서 살았다는 뜻이 아닌테치... 그건 전혀 다른 문제인테치. 와따치는... 와따치는 그저 애초에 이런 콜로세움 자체가...

그... 그런테츄. 그런테치. 알겠는테츄.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겠는테치.

마마는 3번을 더 싸운테치. 다른 참가 실장보다는 한번을 덜 싸웠는데, 싸우지 않아도 한 번 이기는 행운이라고 마마가 말해준테치. 마마와 싸우기로 했던 실장의 자가 유독 겁이 많았는지 경기를 보다가 파킨하고는 제물 파손으로 실격 처리되었다는 테치.

마마는 결승전의 상대 빼고는 사실 너무 싱겁게 이긴테치. 모든 상대가 마마에게 먼저 달려들었고, 덕분에 마마는 한걸음 뒤로 빼다가 뒤늦게 똑같이 달려들어서 상대의 가슴을 보검으로 꿰뚫은테치. 보통 그러면 풀썩 고꾸라져 마마에게 반항 한번 못해보고, 배나 등에에 올라탄 마마에게 돌 씨가 꿰뚫릴 때까지 등과 가슴을 난도질 당한테치. 한 경기가 이루어질수록 마마의 옷은 두건부터 구두까지 피로 물들어간테치. 그러면서도 마마는 숨을 거칠게 쉴지언정, 아프거나 지친 내색 한 번 내지 않은테치.

거짓말로 들리는 테치까? 5녀챠, 와따치의 말에 거짓이 하나라도 있었던 테츄까? 테에? 있었단테치까? 무엇인... 아니, 오마에에 대한 내용 빼고 말인테치. 그래, 그런테치. 정말 마마의 검술 실력은 공원 제일이었던테치. ...그런테치. 6녀챠의 말이 맞는테치. 자를 낳은 친실장이 갓 낳은 자들을 봉지에 매고서 한 손으로 분충 둘을 보검으로 해치웠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는 테치.

하여간 닝겐상은 겨우 세 시간이 흘렀다고 한 테치. 건물 위로 난 작고 누런 유리창으로 이제 노을님이 된 햇님의 햇빛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던테치. 그러나 와따치는... 어쩌면 마마는 더욱이 세시간이 세시간 같지는 않았을테치.

테치? 한 시간은 60분인테치. 1분은 60초인테치. 60은 10이 6개인테치. 5녀챠는 기억이 나지 않는테치까? 마마가 언젠가 가르쳐주신 테치. ...맞는테치. 그때 마마가 가르쳐주신테치. 역시 6녀챠는 기억력이 우수한테치.

몇 시간이나 떠들어댄 닝겐상은 잔뜩 목이 쉬었지만, 어느 때 보다도 신이 나 보였던 테치.

이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며 닝겐상이 융단에 선 마지막 두 실장에게 막대 기계를 한 명씩 들이댄 테치. 마마와 마지막 결투를 치르게 된 실장은 생김새로는 마마만큼이나 평범했던테치. 닝겐상은 먼저 마마에게 막대를 들이댄테치.

“이 경기에 참가한 이유를 다시 말해 줄 수 있을까요?”

닝겐상이 처음과는 딴판으로 매우 정중하게 물어본테치.

“...와따치의 자를 위해서. 오직 그 뿐인데스우. 사랑하는 자가 피를 토하며 아픈데스우. 약이 필요한 데슷”

닝겐상은 마마에게 자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이런 고생을 감내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어본테치. 보통 실장석의 사상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테치. 마마가 대답한테치.

“자를 위해서라면... 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이 정도 살육은... 아무것도 아닌데스우. 와따시는 더는 자를 잃고 싶지 않은데스. 정말 그것뿐인데스”

마마가 그렇게 대답한테치. 테에... 4녀챠,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울 건 없는테치...

닝겐상은 실없는 질문을 몇 번 더 마마에게 했었는데 와따치 기억이 잘 안나는테츄. 5녀챠는 기억하는 테츄까... 테에... 오마에도 기억 안나는 테츄까. 하여간 닝겐상은 이번에는 다섯번이나 끌려 나오는 5녀 오네챠에게 막대를 들이 댄 테치. 기분을 물은 닝겐상에게 5녀챠는 울면서 이제 그저 집에에 가고 싶다고만 했던테치. 닝겐상이 '하하하하' 하는 기분 나쁜 소리로 웃은 테치.

닝겐상이 그리고는 반대쪽에 서 있는 마마의 상대에게 막대를 들이댄 테치. 경기에 참가한 이유를 물은테치. 그 상대가 말 한테치.

“지난 가을씨에 하얀 아쿠마들이 들이닥쳤던데스. 공원의 보스실장들도 죽어 나갔을 정도로 심했던 데스. 올해도 그러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스. 와따시는 자들에게 이런 환경에서 살도록 두고 싶지 않은데스. 자들이 자들의 자들로 세상을 가득 채우게 하고 싶은데스. 이미 한 번 자를 사육실장으로 만들었으니 다른 소원이 생긴 것인 데스. 그러니까...”

이 씹... 하하하, 본론을 말해줄래요?”

“...하얀 악마가 없는 산이라는 곳으로 보내주는데스”

“하하하, 그럼 저번 대회에서 이겼을 때 그렇게 말했어야지. 하하하! 아니, 뭐, 덕분에 자를 사육실장으로 보냈으니까 그걸로 된 건지? 하긴 어떤 꼴이든 간에 닝겐에게 길러지면 그게 사육실장인거니까~”

“...? 무... 무슨 뜻인...”

“자! 그럼 오랫동안 객석에서 마마를 응원하고 있는 마농의 장녀의 차녀를 만나 볼까요?!”

그 가득 찼던 객석에 이제 와따치 혼자만 서 있었던테치. 닝겐상은 와따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테치. 닝겐의 그 기괴한 모습에 와따치도 모르게 움츠려든테치. 닝겐상이 겁먹었느냐며 웃더니 와따치에게 은 막대를 들이댄 테치.

“마마가 동생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어요. 기분이 어때요?”

“...세, 세레브한테치”

“니 마마 때문에 실장들이 배때기가 뚫려 뒈지고 자들은 저 안에 처박혔는데 세레브해요? 푸하하하, 역시 이 집안은...”

와따치는 대답하지 않은테치. 그저 부르르 떨고 있으니 닝겐상이 와따치에게 관심을 거두고 융단에 다가간테치. 바로 조수가 자들을 상자로 옮긴테치. 이제 그 상자는 너무 많은 자들이 들락거린 탓에 빵콘한 운치로 바닥이 가득 찼던테치. 너무 많은 자들이 그 상자에서 자신의 마마가 죽는 모습을 보며 벽을 쳤던 탓에 그 높이로는 눈물과 운치가 가득 칠해져 있던테치.

5녀챠는 이제 넋을 잃은 것처럼 보였던테치. 그렇지 않은 테츄까. 테에... 아무런 생각도 안난다는 건 무슨 말인 테치까. 하여간 닝겐상이 뭐라뭐라 또 크게 허공에 대고 떠들더니 쇠붙이를 흔든테치.

와따치는 당연히 상대가 마마에게 먼저 달려들 줄 알았던테치. 마마도 그럴 줄 알았는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발을 한걸음 뒤로 뺐던테치. 그러나 상대는 꼼짝하지 않은테치. 둘이 서로 노려보더니, 서서히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테치. 일정한 거리를 두며 말인테치. 그러는 와중에도 닝겐상이 자꾸 허공에 중얼거린테치.

“이야, 의외로 ‘하이디’의 배팅금이 ‘마농 장녀’와 맞먹네요. 저번 봄 경기에 마농 장녀가 참가하지 않아서인가요? 지난 경기 다크호스였던 “하이디”의 평가가 아무래도 더...“

닝겐상이 떠벌거리던 때였던테치.

마마의 상대 실장이 한 손으로 내리 쥐고 있던 보검을 두 손으로 잡아 세우고는 더 이상 돌지 않고 멈춰선테치. 마마도 따라 멈춘테치. 마마는 보검을 한 손으로 잡아 끝이 비스듬히 바닥을 보도록 잡은테치. 테? 잘 이해되지 않는테치까? 잠깐 장녀 오네챠, 보검을 줘 보는테치. ...이렇게테치. 그런테치. 딱 이런 자세였던테치. 그렇지 않은테치까 5녀챠. 테에... 기억이 나지 않는테치까. 대체 5녀챠는 기억 하는 게 뭐인... 됐다테치.

마마의 상대 실장이 발 하나를 앞으로 쭉 빼고는 외친테치.

“와바랏!”

마마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아주 천천히 그 자세로 상대에게 다가간테치. 이제 어느새 지척이 된 둘 사이에 긴장감만 돌았던테치. 지금까지 수십 번의 경기가 있었지만, 이런 경기는 없었던테치. 서로 경계만 하고 공격을 자제하고 있었던테치. 다가가던 마마가 어느새 발을 조금씩 뒤로 물리며 거리를 벌린테치. 이때 보고 있던 닝겐상이 둘에게 뭐라고 속삭인테치. 둘은 잠깐 멈칫하더니, 갑자기 자세를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고쳐잡은테치. 와따치는 그래도 당연히 상대가 먼저 마마에게 달려들 줄 알았던테치. 그러나 와따치의 생각이 틀렸던테치. 갑자기 폭발하듯 달려 나간 것은 마마였던테치. 마마가 검을 비스듬히 내린 상태로 달려 들어서는 크게 한번 붕 휘두른테치. 상대가 들고 있던 검을 가볍게 내리치며 마마의 일격을 튕겨낸테치. 그리고 내린 검을 앞으로 뻗고는 창으로 찌르려는 듯이 잡아 달려든테치. 마마가 너무나도 아슬아슬하게 옆을 내주며 피한테치. 피한 마마가 보검을 옆으로 붕 휘두른테치. 상대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머리에 보검을 맞은테치.

테에에... 아닌테치. 그걸로 싸움이 끝나지 않은테치. 마마가 보검으로 상대를 치기는 했지만, 불행히도 날카로운 끝이 아닌 막대 부분이었던테치. 물론 타격감은 있었을테치. 그러나 전혀 치명적이지 못했던 테치. 상대는 그저 몇 걸음 뒤로 물러선테치. 마마도 놓치지 않고 따라 다가간테치. 그러자 노렸다는 듯이 상대가 그대로 튕기듯이 마마에게 칼을 겨누고 돌진한테치. 미처 피하지 못한 것 같이 보였던 마마는, 그대로 불쑥 들이대는 상대와 부딪친테치. 둘은 그러고도 마치 안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꼿꼿이 서있었던테치.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른테치. 와따치는... 와따치는 다리가 풀려서 털썩 주저앉은테치. 운치가... 운치가 새어 나올 것 같았던테치. 아니 사실은... 빵콘한테치. 상대의 보검이 분명히 마마를 관통한 것처럼 보였던테치. 잠깐이지만 마마가 움직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닝겐상도 놀라며 무언가 외치려 하는 그 순간...

인형이 된 것처럼 굳어있던 마마의 머리가... 살짝 움직이더니 테치...

갑자기 상대의 목덜미를 크게 한 입 깨물은테치. 상대가 데갸아악 소리치며 바둥거린테치. 그리고 격렬한 몸부림 끝에 기어이 둘은 떼어진테치. 알고 보니, 상대가 마마를 향해서 달려들 때, 마마는 노렸던 것인지 운이덨던 것인지, 상대의 보검을 겨드랑이 사이로 흘려보냈던 것 테치. 그러니 상대도, 와따치도, 닝겐상도 그대로 마마가 보검에 왼쪽 가슴이 꿰뚫렸다고 생각했던테치.

마마의 입에는 커다란 살점이 물려있었던테치. 마구 뒷걸음치며 비명을 지르는 상대 실장의 목이 살 한 점 크기만큼 움푹 파였던테치. 피가 줄줄 솟구쳤던테치. 상대가 그 상처를 한 손으로 짓누르며 마마를 향해 원통한 비명을 지른테치. 이제 완전히 승기가 기운 마마는... 그 실장석에게 다가가 일격에 해치우는 대신에 말한테치.

“퉷, 오마에와 싸우기는 싫었던 데스우. 그날 남은 번데기를 양보해줘서... 자들이 배불리, 행복하게 먹었던데스. 용서하라는데스. 사심은 없는데스우”

상대 실장은 대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눈을 부라리며 더 크게 절규한테치... 정말... 정말 너무나도 무서운 광경이었던테치. 목을 아무리 짓눌러도 그 실장의 손 틈으로 핏물이 콸콸 쏟아졌던테치. 마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간테치. 그러자 상대 실장이 놀라서 보검을 마구 휘둘렀던테치.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너무나 무의미하고 성의 없는 휘두름에 불과했던테치. 상대 실장이 핀치에 몰려 너무 당황해버린 것이 이유였을테치. 마마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강하게 그 휘둘러지는 검을 받아친테치. 그러자마자 상대 실장의 손에서 보검이 튕겨져 나가 멀리 떨어진테치. 무장해제를 당해버린 테치...

그러자... 그 실장이... 와따치는 너무나도... 저... 정말 잊을 수 없는테치... 그 실장은... 그러니까... 무려... 아, 알겠는테치. 끌지 않고 말하는테치. 그러나 너무나도 충격이어서...테치.

무장해제를 당하고 이제 완벽한 수세에 몰린 그 실장석은... 피를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더니... 자신의 볼에 갖다댄테치. 그리고 고개를 꺾으며 말한테치.

‘데....스우우우웅?’

그러자 지금까지 벽을 쾅쾅 치면서 울부짖던 그 상대 실장의 자가 벽 치는 것도 멈추고는... 그대로 굳어버린테치. 그리고는 아까의 와따치처럼 풀썩 주저앉아 버린테치. 닝겐상 조차도 아무 말도 잇지 못했던테치. 마마는... 아주 잠깐 그 모습을 감상하듯 쳐다보더니, 빛님처럼 빠르게 두 다리를 푹 푹 찌른테치. 그러자 데갸아아아! 하면서 그 실장석이 무릎을 꿇더니 엎어진테치. 마마가 그런 실장석에게 다가가 두건을 벗긴테치. 그리고는 보검을 입에 물고는 머리카락을 잡아 끌은테치. 상대 실장이 데갸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질질 끌려간테치. 목과 다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융단의 중앙까지 끌려간 그 실장석은 마마의 팔을 잡아떼려고 바둥거렸지만...테치. 알다시피 우리 실장은 팔이 닝겐만큼 길지 않아 마마의 팔을 잡을 수 없었던테치. 마마는 여전히 바둥대는 그 실장을 걷어차서 뒤집은테치. 얼굴이 하늘씨를 보게 된 그 실장의 가슴에, 마마는 물고 있던 보검을 두 손으로 쥐어잡고 높이 들어 올렸다가 내리 꽂은테치.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저 “데거어어억...” 거리는 실장석 위로 마마가 올라탄 테치. 그리고 보검을 뽑고는 다시 내리 꽂은테치. 그 실장석이 소리친 테치

“데갸아아아! 와따시느으으으으은! 자들에게!!! 더 나은 삶...”

그러나 그 실장석은 말을 다 끝낼 수 없었던테치. 마마가 다시 보검을 뽑고 내리 꽂은테치. 그리고는 “데갸악” 하는 단말마만 계속된테치. 마마는 돌 씨를 찾아 이곳저곳을 몇 번 더 내리친테치. 그렇게 목 아랫부분을 치자, 마구 비명을 지르며 마마를 저주하던 그 실장이 “데보옥!”하며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혀진테치. 그런테치. 돌 씨를 스친테치. 마마는 한숨을 한번 쉬며 이마의 땀을 쓱 닦은테치. 그리고 보검을 뽑아 돌 씨에 꽂으며 일격에 끝내준 테치.

“파킨!”

끝났다...끝난테츄우우... 하며 와따치도 뒤로 쓰러진테치. 한순간에 긴장감이 풀리니까... 갑자기 머리에 쏠려있던 피가 발끝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스르르 힘이 빠지는 것 같았던테치. 눈은 뜨고 있었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귓가는 윙윙거렸던테치.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이건 꿈이구나 악몽이구나 했던테치. 얼마나 더 그렇게 누워있었는지 모르겠는테치. 그저 누워서 같은 생각만 했던테치.

꿈이었던테츄... 꿈이었던테츄... 꿈이어서... 혼또오니 다행인테츄... 하면서테치. 한참 뒤에야 마마가 와따치의 몸을 톡톡 치고 흔들면서 깨운테치. 막 상자에서 꺼내진 5녀챠가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그저 마마의 치맛자락만 잡으며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던테치.

마법상자에서 나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자꾸 귓가를 더 윙윙 울리게 한 테치. 와따치는... 그저 눈물만 난 테치. 마마가 자꾸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뭐라고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던테치. 와따치는 마마를 있는 힘껏 마구 콩콩 치며 원망했던테치. 마마는 자꾸 내 머리와 볼만 쓰다듬으며 무어라 외친테치. 와따치는 싫어서 마마의 손을 자꾸 뿌리치고 울면서 마마의 품을 마구 때린테치.

닝겐상만 혼자 신나서 허공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테치. 광기... 그런테치. 6녀챠 표현이 정확해테치... 광기였던테치... 광기...

닝겐상이 갑자기 다가와 마마의 팔을 훽 잡고 끌어당겨 융단에 서게 한 테치. 덕분에 5녀챠는 치여서 엎어지고, 와따치만 멍하니 서 있던테치. 조수 인간이 다가와 우리를 잡아서 마마 옆에 살포시 놓은테치. 우리 모두 힘이 빠져서 마마 곁에 철퍼덕 앉고는 팬티에 운치만 쌓은테치. 닝겐상이 시끄럽게 떠들수록 검은 마법상자가 더 시끄럽게 증폭시켜서 소리를 낸 테치. 그러나 와따치는 귓가만 윙윙거리고 눈앞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테치. 1분이 그렇게 지났는지, 10분이 그렇게 지났는지, 아니면 30분이 지난 건지도 모르겠는테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닝겐상들은 자신들이 세워둔 온갖 마법기계들을 치우고 밖으로 나르고 있던테치.

이윽고 우리가 멍하니 앉아있던 융단에서 나오라고 조수 닝겐이 소리치자 마마가 우리 손을 잡고 객석 쪽으로 간 테치. 객석에 기대고 앉아 있으니 닝겐상이 다가온테치. 일을 마치는데 좀 오래걸리니 한 시간은 넘게 기다리라고 한 테치. 마마는 알겠다고 한 테치. 쪽문 쪽으로 보이는 바깥을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해진테치. 생각해보니 자매들이 먹을 밥을 구하지 못했던테치. 와따치타치도 어느새 배고픔을 느꼈던테치.

침묵만이 흐른테치. 마마는 와따치타치 이마만 쓱쓱 문지르며 다른 생각을 하는지 바닥만 보고 있던테츄. 와따치가 말한테치. 상자에 들어간 자들은 어떻게 되냐고테치. 마마는 쓰다듬는 것을 멈추더니, 그것은 닝겐상 마음대로라고 들었을 뿐이라고 한 테치. 와따치는 그 자들은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고 말 한 테치. 마마를 위로하려고 한 말이었던테치. 마마는 아무 말도 없다가 한참 뒤에 와따치를 쓰다듬으며 와따치의 말이 맞을 거라고 한 테치.

이제 밖이 완전히 어두워진 것이 보였던테치. 그때서야 닝겐상이 ‘조명’이라고 부르는 기계를 치우러 온 테치. 닝겐은 매우 기뻐하며, 이번 대회는 저번 대회보다 두 배는 실장석을 더 받았는데 마마 덕분에 성황리에 끝났다고 한 테치. 그리고는 마마에게 수고했다며 어떤 작은 상자 하나와 커다란 봉지를 준 테치. 그리고는 우리를 향해 빛나는 판때기의 뒷면을 들이대더니, 다시 빛이 뿜어지고 찰칵! 소리가 난 테치. 이제 가도 좋다고 해서... 이렇게 어제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테치.

마마는 우리 등을 밀면서 밖으로 나간테치. 바깥의 맑은 공기를 마시니까... 아까까지 있었던 몇 시간의 일이 모두 꿈인 것 같았던테치. 자꾸 눈물이 난 테치. 마마가 소리 내어 울지 말라고 등을 토닥인테치. 이대로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마는 호수를 찾더니 거기로 와따치타치를 들여보내서 팬티와 다리를 씻게 한 테치.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통씨 몇 개를 뒤져서 급하게 먹을 것을 담고는 집으로 최대한 빨리 돌아온테치. 돌아오는 길도 역시 너무나도 멀었던테치. 그러나 정신이 반쯤 나가버려서... 와따치가 힘든 건지 아닌 건지 잘 분간이 안되었던테치. 마마가 가장 무거운 봉지를 들었지만, 우리가 든 봉지도 무거웠던테치... 그저 그것만 기억나는테치. 그리고서 돌아오니 달님상이 벌써 저만치나 떠 있었던테치.’

...

...

...

...

...???

‘...차녀챠,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테츄까’

장녀 오네챠가 물었습니다.

‘...레... 레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레치... 레프프, 아무우거엇도오 들리지 않는~ 레치야~ 렛레로게~♬’

언젠가부터 행복회로를 돌리며 중얼거리고 있던 엄지가 정신이 나가버려 노래를 불렀습니다.

귀를 막고 싶어도 우지챠의 귀를 막는데 두 손을 다 써야 하니 귀를 막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차라리 언니들에게 귀를 막아달라고 애원했더라면 그렇게 해주었을 텐데.

‘...차녀 오네챠 말에 틀린 것은 없는테치’

5녀 오네챠가 말했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아 ...알겠는테츄까. 와따치는... 그 투명한 상자 안에서... 와따치이... 테에엥...’

5녀챠가 고개를 파묻고는 울었습니다.

모든 자매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저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였기도 했습니다.

마마가 무참히 꿰고 썰어버린 실장들이 생각나서였기도 했습니다.

닝겐상의 잔혹함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사실 저 모든 이유도 그렇지만, 특히 인간이란 존재의 가학성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들이 마구 웃고 떠들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꺼이 콜로세움의 진행과 기획을 도맡았다는 점에서 인간의 유흥을 위해 그런 대회를 열렸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들은 그저 단순하게 기분이 나빠 우리를 밟고 희열을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실장석은 생각할 수 없는 결투 대회를 열어 수많은 우리의 동족들이 죽어 나가게 했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떨렸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떠올렸습니다. 그런 싸움에서 마구 베고 찌르고 깨물어 이겨나간 마마.

마마의 강력함은 둘째치고, 그녀의 잔혹함... 그녀가 묻힌 죄스러운 피가 나에게까지 이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죗값... 신학의 영역에 발끝만 겨우 들이댄 우리 실장석 중의 하나인 내가 이해하기에도, 분명 마마가 흘린 피의 응보가 언젠가 우리에게 들이닥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와따치는... 와따치는 얼마나 많은 동족들의 피로...’

4녀 오네챠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그 차갑고 냉정하던 4녀 오네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나상의 자들만치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적당히 멍청한 가족이었더라면...

그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지식과 본능만 갖춘 가족이었더라면...

우리 가족은 불행히도 먼 조상 때부터 특유의 지능으로 관리되어 유지된 집안이었기에,

그래서 마마의 말대로 생각이 많은 성격이었기에,

그저 마마의 승리에 기뻐하지를 못하고 업보와 죄책감이 위석을 잠식하도록 놓아두고 말았습니다.

점심 즈음에 마마가 오실 때까지 우리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벽에 기대었습니다.

더러는 눈물을 떨구었고, 더러는 멍하니 반대쪽 벽만 보았습니다.

4녀 오네챠는 기침을 하며 울더니 어느새 또 테근테근 잠이 들었습니다.

패닉 상태에서 빠져나온 엄지만이 열심히 프니프니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생각했습니다.

딱 우리 엄지챠만큼만 머리씨가 좋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못 느끼겠지. 슬픈 일을 겪었더라도 금방 까먹을거야.

해가 중천에 뜨고 집이 또 달아오를 때, 마마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착했습니다.

마마가 문을 네 번 쳤기에 내가 부스스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마마는 그새 또 목욕이라도 했는지 옷이 조금 젖어있었습니다. 거뭇해 보였던 핏기도 이제 어느정도 가셔있었습니다.

‘다녀온데스우... 자들은 별 일 없었던데스까.’

마마가 문을 닫고 말했습니다.

대충 눈치를 채었던 것인지 평소처럼 밝은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어제 받은 실장 푸드를 맛보게 하고 싶지만, 그건 비상 식량인데스. 오늘 점심은 닝겐들의 음식인데스우’

마마가 어깨에 맨 봉투를 내려놓고 펼쳤습니다.

누군가가 밟아 부서진 김밥 몇 개와 치킨너겟,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그저 마구 퍼왔을 썩은 찌꺼기 몇 움큼...

‘먹는데스우’

마마의 어제 행적에 충격을 받아 탈진한 탓도 있었지만, 사실 아침을 거의 굶은 상태였기에 우리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

마마의 말대로, 살 실장은 살아야 하는 법이었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마마의 봉지에 둘러앉았습니다.

장녀 오네챠가 먼저 잘 먹겠다고 하고는 그 찌꺼기 덩어리를 한 입 펐습니다.

‘맛있는테치...’

‘다행인데...’

‘왜 그랬던 테치까’

4녀 오네챠가 말했습니다.

‘...’

‘왜 그랬던 테치까 마마’

‘...’

‘와...와따치는... 테츄익! 와따치...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는 않았던 테츄... 다른 수십 명의 실장석의 목숨 값으로 와따치의 목숨을...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닥치라는데샤아아!’

마마가 소리쳤습니다.

‘와따시는... 와따시는 어떤 꼴을 당해도 말인데스...! 더는 자를 잃지 않을 거인 데스우! 알겠는 데스까?! 닝겐상을 죽이래도 자를 살리려면 그렇게 할 것인 데스우! 오마에를 살리려면 열 번도 백 번도 대회에 나가주겠다는 데샤아아! 이 공원에 있는 죄 없는 실장을 모두 죽이래도 오마에타치들이 살아서 어른 실장이 될 수 있다면! 와따시는!! 와따시는!!! 모두모두 찌르고 베고 밟고 부숴버릴데샤아아아아아아!!!!’

잔뜩 핏발이 선 마마의 눈에서 붉은 눈물과 푸른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마마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

‘나약한 실장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데스. 기억하는데스. 가족을 위해서라면, 다른 가족 열 명이던 백 명이던 파킨 시킬 수 있는 실장이 되라는 데스...’

마마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세 번의 대회 동안 족히 열 마리는 넘는 실장석을 살해했을 마마였습니다.

대회를 제외하고도 마마가 일평생 살아오며 몇 마리를 베어 죽였을지 짐작도 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우리 참생의 죄악은 우리가 마마의 분대에서 잉태되었을 때부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차곡차곡 쌓여왔었는지도 모릅니다.

마마의 절규에 가족의 침묵만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4녀 오네챠가 봉지에 손을 댔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매는 한 명씩, 한 명씩 비닐봉지에 손을 갖다 대었습니다.

모두 말없이 우물우물 음식을 퍼서 먹었습니다.

마마도 으깨진 김밥 한 덩이를 입에 쑤셔넣고는 으적으적 씹었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는... 

‘...’

‘...맛있는 테츄’

4녀 오네챠가 말했습니다.

‘...오마에가 맛있으면 된 거인 데스우’

마마가 김밥을 꿀꺽 삼키며 말했습니다.

나만의 ‘판떼기’가 생긴 이후로 언젠가 나는 옛날 뉴스 한 편을 보았습니다.

인천과 경기도 일대 폐건물을 돌아다니며 실장석들을 결투 시켜 불법 도박을 운영하던 일당이 적발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지금도 철거되지 못한 호수공원 북동쪽의 폐건물.

십수 년 전에 유명 서커스단의 상설 공연장으로 기획되었다가 마감 작업 직전, 부평시와의 협상 결렬로 사업이 엎어져 방치되었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수백, 어쩌면 천여 마리가 넘는 실장석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이 두고 왔을 하우스의 자들도 얼마 못 가 죽은 마마를 따라갔을 테니 더더욱 많은 실장석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신에게 돈이 걸려있는지도 모르고, 인간들의 돈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고 그저 필사적으로 찌르고 찔리며 말입니다.

대회를 주최한 인간은 자 하나를 “제물”로 받았습니다.

그 자의 지능을 판별함으로서, 그 자가 친에게 있어서, 그리고 가족에게 있어서 소중한지, 아닌지를 확인했습니다.

대회의 참가 조건은 가족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똑똑한 자 한 마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양충 자를 길러내고 가려내는 지능을 가진 실장석만 모아두어 경기를 진행하니, 절대다수의 경기가 끊김없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한 번의 대회가 끝나면 수많은 똑똑한 실장석 개체가 대거 공원에서 사라졌습니다.

비록 그 개체들이 어정쩡하게 똑똑한 개체들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리고 어느새 그 자리는 그만큼의 분충들이 메웠습니다.

또 언젠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는 보았습니다. 그 인간과 조수가 제물로 받은 자들을 으슥한 곳에 데려가서는 각종 방법으로 태워 죽이는 영상을 말입니다.

그것을 올린 인간도, 댓글을 다는 인간도 그 자들이 타 죽는 것을 보며 정말로 행복해 하는듯 보였습니다.

그 영상 밑으로 믹서기에 갈리는 자실장들, 닭장에 넣어진 자실장들, 다시 자실장들로 대회를 벌이는 영상 등이 시리즈로 있었습니다.

나는 차마 그 영상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안락한 삶을 누리는 사육실장이 되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장석이란 무엇일까?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으니 인간들에 의해 거둬져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기쁨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인간의 기쁨에 따라 태워지고 갈려지고 으깨져서 사라지는 것인가.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실장들이.

분충도 아니었으며 조용하고 현명하게 살아갔을 저 어린 실장들이... 그런 이유로 사라져야 했는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내가 묻겠습니다.

실장석이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