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인권운동가 - yumyeonghan ingwon-undong-ga

나의 시누이 신혜수.

내가 결혼할 무렵 시누이는 여성의 전화 대표와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정대협)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일본의 성노예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과 전 세계를 도느라 일년의 반은 해외에서 지냈고, 남편 되는 서경석 목사 역시 경실련이라는 시민단체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인권 분야에서는 유명한 부부였다.

유명한 인권운동가 - yumyeonghan ingwon-undong-ga
신혜수 여사는 한국여성의전화 대표(1995~2002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1999~2001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2001~2008년), 성매매추방범국민운동 상임대표(2000년), 유엔산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위원회 위원(2010~2018년)을 역임했다. 1996년 미국 워싱톤 소재 '국제여성법개발'이 주는 제1회 세계여성인권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주최 제10회 비추미여성대상 해리상(여성지위향상 및 권익신장 부분)을 수상했다.

당시 나에게 인권이라는 단어는 단식투쟁을 하는 공장 노동자나 열악한 상황에서 착취당하는 이주민같은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정도였다. 따라서 내 삶에 그녀가 영향력을 미칠 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조선미라는 사람이 누리는 인권의 수준과 막내며느리의 인권수준은 아주 달랐다. 시댁에서 겪는 낯선 문화는 놀랄 정도로 부당하고 차별적안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누이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은 낯설고 신선했으며, 나를 각성하게 했다. 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oo(딸의 이름) 엄마라고 나를 밝히자 어엿하게 이름이 있는데 왜 아이 이름을 쓰냐고 나무랐고, 명절이면 가족들에게 골고루 역할을 나눠주었다. 재산은 부부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하며 우리 부부를 불러 약정서를 쓰게 했고, 가부장적인 시아버지에 맞서 며느리의 인권을 챙겨준 것도 시누이였다.

결혼하고 7년차, 여느 부부들처럼 다툼이 참 많았던 해였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다른 때에 비해 유난히 취했던 남편은, 큰 소리로 화를 내던 나의 손목을 잡아챘다. 남편은 나를 만류하려던 것이었으나 내 입장에서는 이 물리적 접촉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시누이에게 전화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성인권 운동가 신혜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시누이가 나에게 해준 말은 너무나 엄청나서 내가 힘들어졌을 때 그녀같은 아군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남편과 계속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만일 이혼을 한다고 하면 네 편이 돼서 도와 줄게.”

천군만마를 얻는다는 것은 이런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밖에서 얻어맞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뛰어나와 감싸줄 때 같은 안도감이 들면서 억울함과 분노가 사그러들었다. 같은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을 하기로 하고 그날의 통화는 끝났으며, 다행스럽게도 또 전화할 일은 없었다.

내담자가 어려움을 토로할 때 심리학자는 공감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렇지만 그 때 시누이가 다른 말없이 공감을 했다면 마음은 좀 누그러졌겠지만 내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본 인권운동가 신혜수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으며, 가족이라고 더 감싸지 않았고, 언제 어디서라도 약한 자를 위해 달려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인권운동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실질적인 권리로 만들기 위한 다수를 위한 활동이라면 심리치료는 심리학적 지식을 이용해서 개인 대 개인의 관계속에서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보면 영역이 분명히 나누어지는 것 같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입주민의 갑질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경비원이 찾아왔을 때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함께 분노하는 않고도 그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청소년이 가출 계획을 알렸을 때 부모에게 이를 알려야 할까?

인권운동가 신혜수의 신념과 철학을 접한 뒤 심리학자로서의 내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내담자의 감정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과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까지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성격심리학자 Allport에 따르면 성숙한 사람은 일관성 있는 삶의 철학을 갖고, 자신의 삶을 통해 완수해야 할 일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의무감을 지닌다고 한다. 인권운동가 신혜수는 나에게 그 모델을 보여주었으며, 그녀를 통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한 심리학자로 성장할 것이다. 그녀에게 감사하고, 존경을 전한다.

그리고 여성인권을 위해 오랜시간을 보내온 모든 운동가들에게도 다시금 깊은 감사를 표한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 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 전의 어떤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인용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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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임상심리 Ph.D.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전문가로, 심리평가 업무와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의 운영 및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아동치료프로그램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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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인권

[인권을 담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_ 세계인권운동가(2)

  세상에는 투옥과 고문에 시달리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권운동가인데요. 전세계 인권운동가들의 목소리가 울렸던 연극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는 세계 인권운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권을 위해 무력으로 싸우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 인권운동가들의 두번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내가 아니면" 

1) 어린이의 권리_ 브루스 해리스 / 과테말라. 영국 

  ​라틴 아메리카 전역세어 집 없는 아이들이 폭행과 고문, 살해, 강간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브루스 해리스는 중앙아메리카 최초의 '거리의 아이들'을 옹호하고 나선 사람입니다. 그는 1989년 이후 과테말라 시에서 '카사 알리안사'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거리에 버려진 43명의 집 없는 아이들에게 음식과 주거, 의료, 약물 재활치료, 기술 훈련, 법적 원조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리스의 조사를 통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392건의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과테말라 역사상 최초로 거리의 아이를 죽인 혐의로 경찰을 고소했습니다. 그는 법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가난한 여성들을 유혹해서 간난아이를 빼앗은 다음 입양시키는 아기거래조직을 적발했습니다. 한 명의 아기를 미국으로 보내면 파렴치한 중개인의 손에는 2만달러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한 혐의자(과테말라 대법원장의 부인)가 해리스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과테말라에서는 명예훼손 소송에 걸리면 진실을 방어할 도리가 없고, 명예훼손은 형사범죄입니다. 해리스는 투옥될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인권운동에 전진하고 있습니다.

2) 아동노동 _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 인도

  카일러시 사티아르티는 인도 아동노동 금지운동의 지도자입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2만8천명의 아이들을 비롯하여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담보노동에서 구했습니다. 담보노동은 일종의 노예제 같은 것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몰린 가족이 사채업자에게 생활비(겨우 35달러 남짓)을 빌리고,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아이를 담보고 넘겨주는 것입니다.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아이는 다른 업주에게 팔려갑니다. 

  담보노동자들은 다이아몬드 가공업이나 석재산업, 제조업 등에 종사합니다. 특히 담보노동자들을 많이 쓰는 곳은 주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제 양탄자를 생산하는 양탄자 수출공장입니다. 

  사티아르티는 비인간적인 노동시간과 위험한 작업환경, 가혹한 학대와 성폭력에 시달리며, 비좁고 불결하고 격리된 공장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여성과 아이들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티아르티는 유럽방송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폭로한 뒤, 양탄자 수출공장 사장들에 의해 고소되어 현재 보석 중입니다. 그는 끊임 없는 죽음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그의 동료 중에도 살해된 사람이 둘이나 있죠.

  사티아르티가 1989년에 설립해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아시아 아동강제노동 대책협의회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담보노동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 직접적인 개입과 법적 대응, 대중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협의회는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서 국내외 조직과 비정부조직을 결집하여 정부와 제조업자, 수입업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도 전역을 누비는 두 차례의 대규모 행진을 조직하여 아동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웠으며, 1998년에는 전세계의 1만여개 비정부조직을 조직하여 '아동노동에 반대하는 지구촌 행진'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인도에서는 600만~1,000만 명의 아이들이 담보노동에 얽매여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2억5천만 명의 아이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미국의 농업 부문과 노동착취업소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24만6천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의 활동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들어섰을 뿐입니다.

3) 아동과 빈곤 _ 매리언 라이트 에덜먼 / 미국

  메리언 라이트 에덜먼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아동보호단체인 아동보호기금의 설립자이며 의장이며, 우리 시대에 손꼽히는 정신적 지도자 중 한 사람입니다. 에덜먼은 인종 차별이 심한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끈끈한 가족애와 경건한 신앙심 속에서 자랐습니다. 

  그녀는 스펠먼 대학에서 민권운동에 참여했고, 대학 졸업 뒤 예일 법학대학원에 진학해 흑인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미시시피 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미시시피 주 잭슨 시에서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의 변호 및 교육부 일을 맡았는데, 그녀와 동료들은 끊임없는 협박과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마지막으로 이끌었던 대규모 집회의 중심대열에 선 그녀는 워싱턴까지 행진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직후 애덜먼은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으며 모든 아이들이 인생에서 건강한 출발, 공정한 출발, 안전한 출발, 도덕적인 출발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아동보호기금을 설립했습니다. 설립 목적은 그녀의 굳건한 이상주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지휘 아래, 아동보호기금은 빈민 아동과 소수자 아동, 장애 아동들을 위해 아동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에 관한 연구와 정보교류 활동, 그리고 전국 및 지역아동보호단체를 지원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저술가이자, 어머니, 아내, 법률가, 강사, 그리고 빈민을 위한 정치전략 수립가로서 분노를 용기와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애덜먼의 능력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빈민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시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영혼을 되찾고 조국을 구하도록 호소하는 각정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 자료 출처 : 연극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_어둠 속의 목소리> / 극단 2017 종이로 만든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