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변동에 대응한 마을학교공동체의 공교육 변화 사례 및 방법

미래 중등교육 혁신의 방향과 과제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1. 서론 : 교육환경의 변화

우리나라 교육계는 급격한 변동의 과정에 놓여 있다. 교육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 제도는 이러한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변화는 추세에 따라 예상이 가능한 부분과 급격한 기술 발전을 통해 이루어질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7명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인구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인 노령인구는 2015년 65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하는데, 노령인구가 20% 이상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초고령사회는 2025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도별 출생아 수는 1957년 이후 1971년생까지 100만 명이 넘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1996년에 70만 명 대 이하로 감소하면서 60만 명대에 접어들다가 2002년부터는 40만 명대로 급감하였다. 2002년 이후에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신생아 출생은 40만 명대를 유지하며 점차 감소 중에 있고 2017년에는 30만 명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교육 분야에 위기이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다문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2007년 외국국적 동포에 대한 방문취업제를 시행한 이래 등록외국인의 숫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2월 말 기준 체류외국인은 2,049,441명으로 우리나라 총 인구 51,696,216명의 4.0%에 근접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체 초·중·고 학생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에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2010년 0.44%에서 2015년 1.35%, 2016년 1.68%로 나타나 2010년 대비 최근 7년간 약 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재학생의 과반수 이상인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은 기초교육의 강화와 함께 개별화된 교육 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사회적 양극화 심화와 그로 인한 교육 격차의 심화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아교육은 생애 첫 교육이자 전 생애에 걸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2014년 기준으로 국공립유치원의 학부모 부담금은 월평균 8,300원인데, 사립유치원의 학부모 부담금은 월평균 195,100원으로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230만원 수준이며, 원어민이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일부 사립유치원의 경우에는 연간 교육비는 1천만 원이 넘기도 하여 사립대학 등록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소득 가구에서 증가하였고, 600만원 미만의 모든 가구에서는 전년대비 감소하였고, 최상위 가구(700만원 이상)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로 가장 높았고, 최하위 가구(100만원 미만)는 30.0%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소득 1분위와 5분위간 학생의 학원 교육비 격차는 8.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사교육 참여와 사교육비 지출의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아기부터 시작된 교육격차는 교육투자의 격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결과적으로 학업성취도 격차로 나타나며, 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최종적인 학업성취 결과는 수능 성적과 대학입학 결과로 나타나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학 입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비의 부담으로 근로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학업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이 경제‧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교육이 국민적 희망이 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 교육격차 심화와 함께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학교제도로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특히 20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산업사회형 학교의 다양한 문제로 인해 학교는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2016년에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교육정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2017년 정권의 교체로 인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가져올 교육적 함의를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중등교육의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해보자 한다.

2.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의 인재상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는 교육 분야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미래 인재상과 핵심역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래사회의 인재상과 핵심역량에 대한 논의는 교육 시스템의 설계에 있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미래사회의 변화는 학교를 포함한 교육 시스템의 총체적 혁신을 요구한다.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2차 산업혁명 시기의 공장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 발전에 비해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승자 독식의 구조('Winner Takes All' Society)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적 복지,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정책의 강화와 타인에 대한 배려 교육 강화가 요구된다.
20세기 후반부터 OECD를 중심으로 미래 핵심역량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OECD는 2000년부터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을 갖추었는지 평가하기 위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the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OECD의 핵심역량 연구인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프로젝트는 OECD의 PISA가 지향하는 장기적 관점의 평가 영역을 설정하기 위한 역량 영역을 설정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OECD의 DeSeCo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역량은 삶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자, 개인의 성공적인 삶(a successful life)과 잘 운영되는 사회(a well-functioning society)를 이끄는 데 공헌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eSeCo에서 정의하고 있는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은 크게 3가지 영역에서 9가지 역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 역량으로 “큰 맥락에서 행동, 인생 계획과 과업을 구상 및 실행, 자신의 권리·관심·한계·필요를 옹호하고 주장”하는 역량, 대인관계 역량으로 “타인과의 관계 설정, 협동, 갈등관리” 역량, 기술적 역량으로 “언어·상징·텍스트를 상호적으로 활용, 지식과 정보를 상호적으로 활용, 새로운 기술 활용”하는 역량이다.
Assessment and Teaching of the 21st Century Skills(ATC21S)’는 OECD 등 국제기구에서 강조해 왔던 역량중심 교육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여러 나라에 보급하고 있다. ATC21S는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4개의 영역에서 10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Griffin, McGaw & Care, 2012). 첫째, 생각의 방식(Ways of Thinking)은 “창의성과 혁신, 비판적 사고․문제해결력․의사결정능력, 학습역량․상위 인지능력”이다. 일하는 방식(Ways of Working)은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이다. 셋째, 일하는 도구의 활용으로 “정보 리터러시, ICT 리터러시”이다. 넷째, 사회생활의 방식으로 “시민의식, 삶과 경력 관리, 개인적․사회적 책무성(문화적 인식과 역량 포함)”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미래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우리나라 정부의 공식적인 인간상과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15). 인간상은 4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이다. 또한 교육과정의 6가지 핵심역량은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은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면 “디지털 사회에서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문화적으로 향유하는 창의적 인재”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동안 지속되어 왔던 인재상은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의 “홍익인간”,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를 고루 갖춘 인재”, “지덕체(智德體)를 갖춘 전인적 인간”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인재의 덕목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 양상에 맞추어 추가될 역량이 있을 것이다. 교육적 관점에서 5가지 역량을 추가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능정보사회에서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미 의사소통의 매체는 오프라인의 소통을 넘어서 인터넷, 모바일,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 디지털화 되고 있으며, 이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등의 발달은 디지털 세상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상당히 디지털화 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자라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모두 강조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디지털 시민의식(Digital Citizenship)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기존 인류의 시민의식은 오프라인의 세상에 맞도록 형성되어 왔다. 한 마을 수준의 시민의식에서 국가 수준을 넘어 최근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세상에 맞는 디지털 시민의식이 새롭게 형성되고 공유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어야 하며 학교는 이러한 내용을 전수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있어서 윤리적 문제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첨단의 과학자들에게도 이러한 디지털 시민의식의 기준과 내용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디지털화 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존할 수 있도록 인류애에 기반한 인문적 소양(Humanity)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인공지능 등 기계를 소유한 소수의 사람에 의한 부의 독점을 초래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승자 독식의 사회구조('Winner Takes All' Society)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교육의 양극화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인류애에 기반한 교육복지 체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로 나누면서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결국 인문학을 통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면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명민성(agility)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정답 맞추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서 학생들은 문제의 규정, 문제해결 방법, 결과의 평가 등에 있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유연성을 기르지 못하고 경직된 학습을 하고 있다. 명민성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의 학습 경험에 의해 길러질 수 있다. 다양한 실패의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학습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명민성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다.
다섯째, 제한된 인식의 틀을 바꾸어 새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creativity)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류를 이기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등극하였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기존 ‘19줄×19줄’로 이루어진 바둑판을 ‘20줄×20줄’로 바꾸면 바둑을 두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의 수에서 최적의 결정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창의적인 산물은 결국 인간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미래의 교육은 기계의 제한된 합리성을 뛰어 넘는 창의적 역량을 계발해야 할 것이다.

3. 맞춤형 학습을 통한 완전학습의 구현

근대식 학교제도는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산업사회의 인력을 양성해 내는데 성과를 이루어 왔다. 특히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교육의 양적 성장을 이룩하였다. 많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육제도인 학교 시스템은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시스템(mass production system)과 닮은 대량교육 시스템(mass education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표준화, 전문화, 관료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분업 등의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학교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해 왔다.
학생들은 제 각기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경험에 의해 학습의 결과가 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제도는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 학년제(school ladder system)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운영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 성과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은 학년제에 기반을 하고 있는데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내용의 분량은 표준화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과 무관하게 진도라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평가는 교육적 성장의 목적보다는 사회적 선별(screening)의 목적이 더 앞서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가 집단 내 서열을 매기는 상대평가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시설과 구조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학습을 위한 기능보다는 효율적인 관리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으로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개혁의 시도를 Tyack & Cuban(1995)은 ‘유토피아를 향한 어설픈 땜질(tinkering toward utopia)’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교육개혁이 이루어져 왔으나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실패 원인을 “부분 최적화 전략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는데, 학교 시스템은 하위 시스템 사이에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간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하위 시스템별로 최적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전체 학교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학교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학교 시스템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심적인 문제를 파악하여 최종 목표(goal)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시스템 혁신의 목표는 교육의 본연(本然)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학습자가 원하는 학습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맞춤형 학습은 “학습자가 본인의 흥미와 소질・적성, 학습 경험, 학습 속도, 심리적 특성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된 환경에서 학습을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완전학습은 개별 학습자가 모두 맞춤형 학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안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지만 실제 이러한 맞춤형 학습 지원이 제대로 구현되는데 한계가 있었다. 맞춤형 학습 지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학습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교원, 교육과정, 교육평가, 시설, 재정 등의 한계가 있다. 현재의 구조에서 맞춤형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습자 분석을 토대로 교사가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교사를 상당히 충원해야 하고, 교육과정과 평가의 제도를 바꾸어야 하며, 학습 시설도 확충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혁신을 위해서는 거의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맞춤형 학습의 여러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습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 맞춤형 학습 지원과 평가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4. 중등교육의 변화 방향 : 개인별 맞춤형 학습 시스템 구축

현재의 중등학교는 기본적으로 대량 교육(mass education)의 구조를 갖고 있다. 소품종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공장을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으로 바꾸는 시도는 비용만 늘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중등학교 시스템도 대량 교육에 최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맞춤형 학습 지원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개혁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요구된다. 현재 중등학교 시스템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별 학습자 중심의 학습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별 학습 시스템(personal learning system: PLS)”을 제안하고자 한다. 기존의 학교를 공간의 개념으로 한정하고 모든 학습 프로그램을 학생 개인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학교 내에 운영되는 개인별 학습 시스템(personal learning systems in school)”라고 할 수 있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각각의 학생이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과목의 계열성이 높은 수학과 과학 등의 인지적 교과 내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개별화된 학습을 수행하되, 토론과 프로젝트 활동 등의 집단 학습을 병행할 수 있다. 비인지적 교과와 활동은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목적으로 다른 학생과 함께 팀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학교 조직은 상당 부분 관료제적 성격을 갖고 있어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하향식(Top-down) 의사 결정구조를 갖고 있으며, 공급자 중심의 문화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는 맞춤형 학습 체제를 구축하기에 한계를 지닌다. 결과적으로 교육적 의사결정을 학생을 중심으로 시작해야 맞춤형 학습 지원 체제의 구축이 가능할 수 있다. 개인별 학습으로의 총체적 전환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하위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스템에 대한 점증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교육과정, 교수․학습 과정, 평가방식, 교사의 역할 등 총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은 실재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를 중심으로 학습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하는 ‘가상의 학교(virtual school)’를 의미한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에 대한 재개념화가 필요하다. 대량교육을 하는 현재의 학교는 사회 구성원을 양성한다는 미래 대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의 학습 성과보다는 미래의 진학과 진로에 맞추어진 수단적 관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에서는 미래에 대비하는 동시에 현재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의 개별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중등교육은 자체 학교급의 교육적 목적보다는 상급학교인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과정의 측면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을 학교의 상황에 맞추어 수정하여 운영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의 흥미와 소질・적성, 학습 경험, 학습 속도, 심리적 특성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형성적 과정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변경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의 학습 경로와 경력개발의 경로가 맞추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별 교육과정 설계 과정에는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활용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개인별 교육과정 설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누가 교육과정을 결정하느냐는 것이고, 필수적인 교육내용과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교육에서 초등교육까지의 과정에서는 학습자의 자율적 학습 선택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초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본인의 미래 진로희망과 적성에 맞추어 학습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면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날 수 있다. 개인별 교육과정의 구성을 구조화해 본다면 낮은 연령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 결정되는 영역의 비중이 높지만 학교급이 올라감에 따라 학생 본인의 선택에 의한 자율적 선택 영역이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여 (a)와 (b)와 같이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중등교육 이상의 교육에서는 학생의 자율적 선택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교 학점제 정책도 이러한 개인별 학습 시스템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변동에 대응한 마을학교공동체의 공교육 변화 사례 및 방법
[그림] 개인별 교육과정의 선택 영역 구조

개인별 학습 시스템에서의 교수ㆍ학습 과정은 다양하게 설계하여 운영할 수 있다. 인지적 교과의 경우에는 개별화(personalization), 개인화(individualization)된 맞춤형 학습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교사와의 오프라인 수업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학습지원 시스템(Intelligent Tutoring System: ITS)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인지적 학습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협력 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그룹별 활동, 그리고 비인지적 학습의 내용에 대해서는 차별화(differentiation) 방식의 맞춤형 학습이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한 학습 집단의 형성은 무학년제와 학년제가 결합된 유연한 학교 제도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에서 평가는 학습 경험에 대한 질적인 평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대평가는 집단 내에서 협업보다는 경쟁을 유발하며 학습 과정에서의 교육적 활용보다는 학습의 결과에 대한 상대적 서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대평가의 결과는 학습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서열을 의미하는데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지 못하다. 교육과정 상의 목표와 준거에 비추어 평가하는 절대평가를 지향하고,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보다는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를 실시해야 하며 형성평가를 통해 성공적인 학습을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 절대평가 방식의 '학습자 맞춤형 성취평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학습의 과정과 결과가 절대적 기준에 도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 개개인의 개인별 학습을 디자인하는 전문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생의 흥미와 소질・적성, 학습 경험, 학습 속도, 심리적 특성과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육과정 이외에도 인근 학교나 대학 등의 교육기관에서 개설하는 프로그램,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 등을 연결하여 맞춤형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학습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학습자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해주는 조력자의 역할도 할 수 있으며, 협력 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그룹별 활동에서는 개인별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을 할 수 있다.

5. 결론

개인별 학습 시스템은 당장에 모든 학교에 적용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의 적용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를 위한 교육정책과 제도의 구현은 정권을 초월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학교제도를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적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반대와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실험적 접근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험적 접근의 성공 사례는 학교 제도 개선의 과정에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 제도의 전반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교사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은 교수ㆍ학습 활동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규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재개념화를 바탕으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재설정하고, 이에 따라 예비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 내용과 방법, 신규 교원의 임용 방식, 현직 교원의 재교육 과정이 모두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개인별 학습 시스템 구축 등의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육 제도의 유연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국가 주도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공급자 중심의 학교 제도에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개인별 학습 시스템이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교육평가 등 학교 제도의 구성 요소 중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우선 선별하여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학교 시스템의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주체의 신뢰를 얻는 정책 리더십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에서는 이념과 철학에 따라 정책적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또한 정치적 변동에 따라 교육 정책이 너무도 자주 바뀌어 왔다. 미래 교육에 대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육 주체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교육 정책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중등학교 개선의 방향으로 개인별 학습 시스템 구축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에서 대학입시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대입제도 개선을 포함하여 교육 분야의 전반적인 혁신이 부문별로 호응을 이루도록, 종합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곳에 실린 글은 서울대 입학본부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