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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확인된 것만 대략 25,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3,00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 최근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질병을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치료하는 시도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동안 유전자 수준에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이러스를 전달 매개체로 사용하여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유전자 치료 (gene therapy)와 mRNA를 억제하여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하는 RNA 간섭 (RNA interference)이다. 유전자 치료는 단일열성유전인자가 종종 그 원인이 되는 조혈계 질병 (예를 들어, 중증복합면역결핍이나 위스콧-알드리치 신드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고, RNA 간섭은 암이나 노화에 따른 시력 감퇴, 트랜스씨레틴 변이에 의한 아밀로이드증 등의 질환을 대상으로 시도되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였다. 바이러스를 매개로 한 치료 유전자 삽입은 그 삽입 위치에 따라 기존의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 치료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되는 문제가 있었고, RNA 간섭은 목표로 하는 mRNA에 대한 특이성이 떨어지는 문제와 더불어 mRNA를 억제하는 정도로는 유전자의 기능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하여, 보다 최근에는 유전자 가위(programmable nuclease)를 사용한 유전자 편집1이라는 전략으로 치료 효과를 얻으려는 시도들이 주목 받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특징과 실제 치료에 응용하는 데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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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enome editing을 “유전자 편집”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1) 이 기술의 핵심은 특정 부위에 DNA 이중가닥 절단을 유도하는 것으로서 보통 한 개의 유전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기에 25,000개의 유전자를 통칭해서 부르는 “유전체”보다는 “유전자”가 적당하다고 판단하였고 2) 이 기술로 의도하는 유전자 변이는 맥락에 따라서 그 방향이 다양하므로, “교정 (矯正)”과 같은 단어보다는 가치중립적이면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편집”이란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2. 주요 유전자 편집 기술

지금까지 개발된 주요 유전자 가위로는 다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Meganuclease, ZFN (zinc finger nuclease), TALEN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 그리고 마지막으로 CRISPR-Cas9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associated nuclease Cas9). 각 유전자 가위의 특징은 표 (표 1)로 정리하였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 내 특정 표적 자리를 잘라내어 DNA 이중가닥 절단 (DSB; DNA dou-ble-strand break)을 일으키고, 이에 대응하여 세포는 세포 주기나 상동유전체의 가용 여부에 따라 NHEJ (비상동말단연결; Non-homologous end-joining) 혹은 HDR (상동재조합수리; homology-directed repair)의 메커니즘으로 DNA 손상을 수리한다.

NHEJ (비상동말단연결) 는 모든 세포 주기에서 가능한 수리 방식이기는 하지만, 주로 G1 시기와 같이 세포 내에 주형으로 쓸 상동유전체가 없을 때, 절단된 DNA 이중가닥의 끝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절단 부위를 손질하게 되므로, 종종 indel (insertion or deletion mutation) 이라고 불리는 일부 염기의 손실/추가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프레임쉬프트 변이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NHEJ를 거친 유전자는 프레임쉬프트 된 전사체 mRNA를 만들어내고 이들은 넌센스-매개 붕괴 (nonsense-mediated decay)를 겪거나 온전한 길이의 정상 단백질을 합성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HDR (상동재조합수리)은 상동유전체를 주형으로 하여 절단 부위 주변을 재조합하여 수리하는 방식으로서 보통은 활발하게 분열하는 세포의 S나 G2/M시기에만 가능한 방식이다. 유전자 편집을 위해서는 유전자 가위와 함께 적당한 상동염기서열을 갖추고 있는 DNA 주형을 인공적으로 제작하여 세포에 제공함으로써, 표적 자리 주변의 유전자를 임의로 편집하게 된다.

표 1. 유전자 가위들의 주요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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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료 목적의 유전자 편집

여기서는 유전자 편집이 어떤 식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1) 병원성 돌연변이를 비활성화시키거나 2) 정상 유전자로 교체하기, 3) 특정 질병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는 돌연변이를 삽입하기, 4)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유전체에 삽입하기, 마지막으로 5) 바이러스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병원성 돌연변이는 특정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하거나 (loss of function) 혹은 반대로 새로운 기능을 획득함 (gain of function)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유전자의 기능 획득 돌연변이가 질병을 야기하는 예로는 헌팅턴 무도병의 HTT 유전자, 연골 형성 부전증 (achondroplasia)의 FGFR3 유전자가 있는데, 유전자 가위가 표적 자리에 NHEJ을 유도, 유전자 기능을 상실케 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상동염색체의 정상 유전자 (wild-type allele)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되는 병원성 돌연변이만 망가뜨리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림 1a). 또한, 척수소뇌성 실조증 (spinocerebellar ataxia)이나 프리드리히 실조증 (Friedriech ataxia)처럼 삼핵산 반복 서열 (trinucleotide repeat expansion)이 원인이 되는 질병들의 경우, 유전자상 두 군데의 표적 자리를 동시에 절단함으로써, 병원성을 띠는 삼핵산 반복 서열 돌연변이를 통째로 들어내는 전략 또한 가능할 것이다 (그림 1b).

하지만, 상동염색체의 정상 유전자는 놔둔 채, 병원성 기능 획득 돌연변이만을 NHEJ로 망가뜨리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목표로 삼은 기능 획득 돌연변이가 점 돌연변이일 경우가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일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SOD1 유전자의 G93A 점 돌연변이로서, 아무리 최신의 유전자 가위일지라도, 단 한 개의 염기 변이를 구별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NHEJ방식의 유전자 편집은 자칫 상동염색체에 있는 정상 유전자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점 돌연변이 부위를 망가뜨리기 보다는, 정상 유전자를 주형으로 하는 HDR 방식의 유전자 편집을 유도함으로써, 병원성 기능 획득 돌연변이를 정상 유전자로 교체하도록 한다 (그림 1c). (설령 의도치 않게 유전자 가위가 상동염색체의 정상 유전자를 자르게 되더라도 정상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DNA 조각과 HDR이 기능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NHEJ에 의한 유전자 편집이 병원성 기능 획득 돌연변이에 유용하다면, HDR에 의한 유전자 편집은 기능 상실 돌연변이로 인한 질병에 필수적이다. 테이-삭스병(Tay-Sachs disease)처럼 기능 상실 돌연변이가 그 원인일 경우,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능 상실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정상적인 염기서열로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상 유전자가 포함된 DNA 조각을 주형으로 하는 HDR 방식의 편집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복원시켜야 한다.

NHEJ에 의한 유전자 기능 상실과 HDR에 의한 유전자 교체라는 이 두 가지 편집 원리는 감염이나 몇몇 질환을 사전 예방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HIV 감염 경로로 알려진 CCR5라는 수용체 유전자를 망가뜨려 HIV 감염을 차단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저밀도 콜레스테롤 (LDL)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PCSK9의 기능 사실 돌연변이를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 또한 진행 중이다. 또한, 아밀로이드전구체 유전자 (APP)의 특정 점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HDR에 의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형 역할을 하는 DNA 조각과 HDR을 활용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인간 유전체에 삽입하여 치료 효과를 거두는 데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d). 이는 기존에 시도되었던 바이러스 매개 유전자 치료와 매우 유사한 전략이지만, 유전자 삽입 위치나, 유전자의 발현 정도 등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HDR 유전자 편집 기술이 더 유리한 점이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간 유전자 외에도 외부의 DNA, 예를 들어 바이러스 유전체를 표적으로 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와는 그 염기서열상 구분이 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보다 높은 정확도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거나, 적절하게 유전자 가위를 제작하면 인간 유전체에 끼어 들어간 바이러스 유전체를 아예 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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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치료 목적으로 유전자 편집을 활용하는 예

4.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요소들

지금까지 유전자 편집 기술은 몇몇 질환에 대해 전임상 내지 임상 1상 단계에 이르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표 2). 치료 목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고자 할 시에는 다음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의도하고 있는 유전자 편집이 치료 효과를 낼 것이 확실한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의 유전자 조작이 용이한가. 세포가 유전자 치료를 겪게 될 때 그리고 겪고 난 후의 상태는 어떠한가. 유전자 가위를 포함한 유전자 편집에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대상 세포에게까지 전달할 것인가 등이다.

표 2.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치료 효과 실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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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의 활성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가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더 나은 활성을 가진다면, 굳이 많은 수의 세포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을 성공시킬 필요가 없게 된다. 중증복합면역결핍증 중의 하나인 SCID-X1 질환은 X 염색체에 있는 IL2RG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인데, 이 유전자는 림프구 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에 시도된 바이러스 매개 유전자 치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롭게 정상 IL2RG를 가지게 된 (적은 수의) T전구세포는 돌연변이 IL2RG를 가지고 있는 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증식하였고, 환자는 면역 체계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한편,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가 그 이전보다 활성 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면, 이 경우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세포에 유전자 편집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만성 육아종 병은 (CGD, chronic granulomatous disorder) 포식세포성 산화효소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그 원인인데, 이 유전자는 호식구 (neutrophil)가 병원균을 죽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세포의 활성이나 분화 등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과거 만성 육아종 병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 임상 시험에서도 관찰된 바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가 별다른 선택적 이점을 갖지 못하는 경우, 장기간에 걸친 치료 효과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유전자 편집이 세포 활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해당 유전자가 외부의 다른 세포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non-cell-autonomous fashion)으로 기능할 때가 그렇다. 예를 들어, B형 혈우병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제9 혈액응고인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인데, 중증 사례들은 제9인자의 활성이 1% 이하인 것과 관련이 깊다. 제9인자의 활성을 1% 수준만으로라도 끌어올리게 되면 심각한 출혈 문제는 막을 수가 있는데, 이는 아주 약간의 간 세포에서만 유전자 편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B형 혈우병 모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ZFN 유전자 가위로 제9인자의 돌연변이를 유전자 편집하였을 때, 제9인자의 혈중 농도는 정상 수준의 3~7% 정도로 회복되는데 그쳤음에도, 혈액응고 반응은 정상 수준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완전 복구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세포가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활성이 떨어진다면 (예를 들어 항암유전자를 되살려낸 암세포),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매우 많은 세포에 유전자 편집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런 질병들은 실질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겠다.

b. 유전자 편집 효율

유전자 편집은 DNA 이중가닥 절단을 유도한 후, NHEJ (비상동말단연결)이나 HDR (상동재조합수리) 중 한 가지의 방법으로 절단 부분을 수리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문제는 각 수리 방법의 효율이다. HDR과 비교하였을 때, NHEJ는 거의 모든 세포 주기에서 작동 가능하며 따라서 세포 분열 여부와 큰 상관이 없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NHEJ로 목표 유전자를 망가뜨리는 것보다 HDR로 유전자를 삽입 혹은 교체하는 작업이 더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극복하고 HDR에 의한 유전자 편집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략 다음 다섯 가지 사항이 고려된다. 1) 편집하려는 DNA의 길이 2) 유전자 편집이 끝난 부위에 NHEJ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 3) 제공하는 DNA 주형과 목표 DNA 부위의 염기서열 유사성 4) DNA 주형의 형태 5) NHEJ의 억제 여부. 이외에도 여러 다른 사항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HDR의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HDR 편집 기술의 임상 효용성에 대해서는 B형 혈우병이나 유전성 타이로신 혈증 모델 동물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이 기본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c. 유전자 가위를 세포 내로 전달하는 방법

대상 세포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체내 (in vivo) 혹은 체외 (ex vivo)에서 이루어진다. 체외 편집의 경우, 유전자 가위를 대상 세포에 전달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전기 천공법, 양이온 지질 매개 전달법, 세포 투과형 펩타이드, 탄소 나노와이어, 바이러스 벡터 등의 방법들은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높은 효율의 유전자 편집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용량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오프 타깃 현상을 최소화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체외 편집의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대상 세포가 체외에서 생존이 원활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주로 조혈계와 같은 성체줄기세포로 그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 그리고 체내로 되돌아갔을 때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제 기능을 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체외 편집에 비해 체내 편집의 장점은 체내의 여러 세포 조직을 동시에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내 편집에는 지금까지 주로 바이러스 벡터가 사용되었는데, 바이러스 고유의 수용 한계와 대상 세포에 대한 친화성의 한계 때문에 체내 편집은 간, 근육, 눈과 같은 조직에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체내 편집의 다른 단점은 바이러스 벡터에 의한 면역 반응이다. 유전자 가위 자체가 면역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게다가,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체내 편집은 벡터의 체내 분포나 대상 세포에 대한 용량 조절이 쉽지 않아, 오프 타깃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유전자 가위 전달 방식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5. 임상 적용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로 안전성과 실제 효능에 있어서의 문제들이다.

a. 보다 효율적인 유전자 편집

질환에 따라서 요구되는 유전자 편집 효율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편집 효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NHEJ와 HDR에 따라 좌우된다. 문제는 분열이 활발하지 않은 세포에서 HDR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여 대상 세포의 세포 분열을 자극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신경 세포처럼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세포에서의 HDR 유도는 여전히 난제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뇌신경 세포에서의 DNA 수리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경 세포를 공격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HSV)는 세포 내에서 자기 복제를 위해 단일가닥결합 (single strand annealing)이라고 하는 일종의 HDR 메커니즘을 활용하는데, 이런 연구 결과들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예 HDR을 거치지 않고도 NHEJ와 ZFN 유전자 가위에 의지하여 유전자 주형을 삽입하는 방법 또한 연구되고 있는데, ZFN 특유의 DNA 절단면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b. 유전자 가위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유전자 편집은 영구적이며, 한편 오프 타깃 효과는 세포의 활성을 떨어뜨리거나 최악의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가 정확하게 목표 부위를 특이적으로 잘라내는 것은 이 기술의 안전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프 타깃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ZFN, TALEN, Cas9 각각의 유전자 가위에 대해서 목표 특이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그간 있어왔다. 같은 CCR5 유전자를 목표로 하였음에도 두 개의 ZFN 유전자 가위의 오프 타깃 효과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으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는 그만큼 유전자 가위 (특히 ZFN과 TALEN)의 특이성을 분석하는 일이 까다로움을 시사한다.

순전히 가이드 RNA에 의한 DNA 표적 메커니즘이 단순하다는 사실 때문에 Cas9 유전자 가위의 특이성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이루어졌다. 초기에, Cas9의 특이성은 가이드 RNA의 염기서열에 상당히 민감하게 좌우되는 걸로 알려졌지만, Cas9과 가이드 RNA의 세포 내 농도가 높을 때에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의 전장유전체 시퀀싱 (Whole Genome Sequencing) 분석은 Cas9 유전자 가위에 의한 오프 타깃 돌연변이가 상당히 낮다는 결과를 보여주긴 하였지만, 정확한 안전성 평가를 위해 유전자 가위의 목표 특이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연구자 그룹에서 유전자 가위의 오프 타깃 현상을 줄이기 위해 Cas9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Cas9을 변형시킨 틈내기효소 (nickase)는 이중가닥 대신 DNA의 한 가닥만을 잘라내는데, 한 개의 가이드 RNA와 Cas9 조합이 아닌 두 개의 가이드 RNA와 틈내기 효소 조합을 사용하여 두 군데의 DNA 부위에 틈 (nick)을 냄으로써, 오프 타깃 현상을 줄이고, 보다 특이적으로 DNA를 절단하는 방법이 소개된 바 있다. 이외에도 Cas9과 FokI을 결합시킨 변형된 형태의 유전자 가위도 목표 특이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

c. 유전자 가위 전달 방법 개선

임상 적용에 있어서 또다른 중요한 숙제는 유전자 편집에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목표 세포에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양한 방식으로 유전자 편집 요소들을 핵산이나 단백질의 형태로 전달할 수 있는데, 각 방법에 따라 유전자 가위는 세포 내에서 영구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 발현하게 된다. 유전자 가위는 오프 타깃 변이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면역 반응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편집 시스템 전달 방법은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조혈 줄기 세포를 대상으로 한 체외 편집의 경우, DNA, mRNA 혹은 단백질의 형태로 유전자 편집 시스템을 전기 천공법으로 세포에 집어넣을 수가 있다. 렌티바이러스 역시 훌륭한 전달 시스템으로 사용 가능한데, 다만 유전체 통합 능력 (integration)을 상실하지 않은 렌티바이러스는 유전자 편집이 끝난 후에도 세포 내에서 유전자 가위를 계속해서 발현시킴으로써 오프 타깃 변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세포 투과형 펩타이드나 화합물 추가를 통해 유전자 가위 (ZFN, TALEN 혹은 Cas9)를 단백질 형태로 세포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 또한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체내 편집의 경우, 바이러스 벡터, 특히 AAV(adeno associated virus)가 가장 유망한 전달 방법이다. AAV는 많은 혈청형 (serotype)을 가지고 있고, 눈, 뇌, 간, 근육과 같은 다양한 조직에 대해 높은 효율로 전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의 크기 제한 때문에 약간의 조작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AAV를 통해 ZFN, TALEN, Cas9 어떤 유전자 가위도 전달할 수 있다. 극복해야 할 단점이라면, AAV 사용시 Cas9 유전자가 대상 세포의 유전체에 삽입되는 바람에, 유전자 편집이 끝난 후에도 Cas9 유전자 가위가 계속 발현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위해 Cas9 스스로를 목표로 삼아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되는 방법 (self-cleaving mechanism)이 고안되었다.

이외에도 나노파티클이나 지질을 사용하여 mRNA 혹은 단백질의 형태로 유전자 가위를 전달하는 것이 바이러스 벡터의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 방법들의 장점은 보다 정확하게 용량을 조절할 수 있기에, 오프 타깃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mRNA나 단백질은 그 발현이 일시적이므로 유전자 가위에 의한 세포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TALEN이나 Cas9 단백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면역 반응을 피하기 위해 용량을 낮추거나 유전자 가위 단백질에 추가 조작을 (humanizing) 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다.

6. 결론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지만,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잘 짜인 전략과, 엄격하면서도 발전을 촉진하는 규제 모두 필요하다. 앞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은 그 효과, 안전성, 특이성 면에서 최적화되는 과정을 거쳐,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