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나 유혹해.보구시퍼

2017년 12월30일, 새해가 밝기까지 이틀이 남았습니다. 날짜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연말의 분위기’는 필연적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합니다. 변화와 발전은 성찰에서 나옵니다. 연말을 계기로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삶을 더 좋은 내용으로 채우기를 꿈꿔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17년, 다른 건 몰라도 난 이것만은 해냈다! 경향신문은 ‘작심삼일’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새해 목표를 이뤄낸 ‘꾸준왕’의 이야기를 모집했습니다. 기계처럼 일만 하던 삶에서 벗어나 20대 초반에 만든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여행과 금연, 다이어트 등 목표달성 4관왕에 오른 김환진씨(28),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에 빠져 보디빌딩 대회에서 1등까지 거머쥔 원하나씨(33), 16살 나 홀로 여행의 꿈을 이룬 이희찬군 등 많은 분들이 사연을 보내주었습니다. 지면에는 싣지 못했지만 헌혈 100회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매일 다이어리를 쓴 사람 등 많은 ‘꾸준왕’들이 있었습니다.

‘꾸준왕’들은 실천 가능한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정말 꾸준히 해냈습니다. 그 결과 ‘작심삼일’로 발목을 잡아끄는 오랜 습관을 깰 수 있었고, 변화된 삶과 성취감·자신감을 상으로 얻었습니다. “나는 날 믿었고, 꾸준히 이뤄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꾸준왕’들은 이야기합니다.

올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이루고 싶은 것을 계획해보면 어떨까요. 꼭 연말과 새해가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니까요.

“잃었던 나 자신을 찾고 싶어서”
퇴사 후 여행 10㎏ 감량 금연·자격증
- 28세 김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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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하는 삶에 지쳐 사표를 던지고 ‘버킷리스트’를 실행에 옮긴 김환진씨가 포항 여행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환진씨(28)는 2017년 ‘새로운 삶’을 살았다. 직장인들의 ‘로망’이라는 퇴사를 한 후 홀로 떠나는 여행, 체중 10㎏ 감량, 금연, 자격증 네 개 따기에 성공했다. 재취업도 했다. 하나도 이루기 힘든 새해 목표를 대부분 이뤘다. 꿈과 삶의 균형추가 무너졌을 때, 꿈 쪽에 과감히 무게를 실은 결과다.

#꿈과 삶은 멀어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시대, 김씨는 성공한 쪽에 속했다. 군대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공공기관 문화기획자로 취업했다. 꿈과 자신감, 당당함이 당시 김씨에게 가득했다.

하지만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 나가듯 시간이 갈수록 김씨는 지쳐갔다. 빠르게 사회생활에 적응하던 김씨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안정적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하며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취업 2년차, ‘올해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야근과 주말 출근은 여전히 많았고, 일에 허우적대며 ‘자신’을 잃어갔다. 친구들과 멀어지고 ‘내 생활’이라 부를 법한 것들이 사라져갔다.

취업 3년차. ‘올해도 똑같겠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퇴근 후 술을 먹는 날이 많았고, 담배도 늘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신세 한탄을 하는 배 나온 아저씨의 삶은 살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자신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귀에서 들려온 ‘삐~’ 소리.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이명이 시작됐다. 수시로 울려대는 ‘삐~’ 소리는 삶의 경고음 같았다.

#다시 찾은 버킷리스트

집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20대 초반에 쓰던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군 시절 계획했던 ‘버킷리스트’. 운명처럼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100개에 달하는 목록을 읽어 내려갔다. ‘건강하기, 금연하기, 혼자 해외여행 하기, 내 돈으로 전셋집 구하기, 몸짱 되어 보디프로필 찍기, 안정적이면서 하고 싶은 일 하기….’ 30~40개를 제외하고 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2016년 12월31일 퇴사하기로!

진짜 사표를 썼다. 그리고 2017년 1월1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갔다. 새해 첫 번째 목표, ‘혼자 해외여행 하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중국 상하이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 지난 3년간 받았던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홀로 자유롭게 여행하며 돌아보니 20대를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대학 입학, 군대, 취업…. 28세가 된 지금에야 비로소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딱 3개월만 쉬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보기로 했다.

#올해 목표는 달성, 달성, 달성

여행을 마치고 한국 땅을 밟는 순간, 7년을 피웠던 담배를 끊기로 했다. 매년 하던 다짐이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금연. 첫 일주일은 괴로웠다. ‘한 대를 피우는 순간 금연은 실패다’라며 이를 악물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담배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취업 후 3년 동안 불어난 몸무게는 10㎏.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고, 자신감도 하락했다. 집에서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식단 조절에 들어가면서 꾸준히 운동했다. 다달이 구체적으로 세운 체중 감량 계획 덕분에 10㎏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대의 마지막인 2018년에는 보디프로필을 찍는 게 목표다.

한 달에 한 번 무조건 여행을 떠났다. 20대에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스펙 쌓느라 다니지 못한 여행이었다. 일자리를 찾아 흩어진 친구들을 만나러 부산, 포항, 대전, 이천 등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났다.

4개의 자격증도 땄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에 관심이 생겨 사진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평소 한문 공부를 했던 터라 상공회의소 한자 3급에 합격하고, 사는 데 꼭 필요할 것 같아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땄다. 이직 준비를 위해 워드프로세스 1급 자격증도 땄다. 문화기획에 필요할 것 같아 따려고 했던 음향기능사 시험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새해에는 꼭 볼 계획이다.

퇴사 후 3개월 뒤에 이직을 하겠다는 목표는 절반은 이뤘고, 절반은 이루지 못했다. 원하는 조건과 근무여건이 맞는 직장을 찾기 어려워 2번째 이직 끝에 카메라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서른 살 전에 안정되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새해의 목표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사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20대의 마지막에,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다. 후회는 없다. 김씨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를 믿고 꾸준히 이뤄내니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이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내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고교생 혼자 태국 방콕 자유여행
- 16세 이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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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선생님도 친구도 없이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목표를 이룬 이희찬군이 태국의 아유타야 유적지에서 포즈를 취했다.

16세, 홀로 떠난 여행은 특별했다. 이희찬군은 멀게는 이집트, 아프리카, 유럽까지 세계 곳곳을 다녀왔지만, 올해 떠난 일주일의 태국 여행은 각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계획해 떠난 여행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여행을 가면 부모님 위주로 일정을 짜잖아요. 아무래도 저는 따라다니는 입장이고. 2016년을 마무리하며 새해 목표로 ‘홀로 여행’을 세웠어요. 가족도, 친구도, 선생님도 없이 혼자서 계획을 짜고 예산을 관리하며 여행하고 싶었어요. 제 능력을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재정과 거리 등을 고려해 태국 방콕을 여행지로 삼았다. 관광 책자와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어딜 가고 무엇을 먹을지 정했다. 방콕 외곽의 유명 관광지에 가기 위해서 미리 현지 여행사에 예약도 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걱정하는 부모와 친구들을 뒤로하고 공항버스에 올랐다. 손을 흔드는 어머니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겁이 덜컥 났다. 버스와 공항, 비행기 모두 혼자 경험하니 느낌이 달랐다.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비행기와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인 노부부와 사업가 등은 이군에게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덕분에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아유타야 유적지, 태국 왕실 궁전 등 관광지를 여행하고, 홀로 타이 마사지를 받고 길거리 음식도 먹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흥정할 때. 어린 학생인 데다 관광객 티가 역력한 이군에게 가격 흥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 세게 불러 못 산 것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여행은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수단이다. 고등학교 2학년 진학을 앞둔 이군에게 여행은 진로에 대한 답을 얻는 시간이 됐다.

“뉴스를 보다보면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에 있고, 이를 위해 정치를 공부하고 싶어졌다”고 이군은 말했다. 이군은 지난 촛불집회에 참석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촛불집회 1주년에는 청소년 선거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함께하기도 했다.

2018년 새해 목표는? 고등학생다운 답이 돌아왔다. “고2니까 성적도 올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죠.”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도 필요한 법이다.

“멋진 인생사진 찍고 싶어서”
13㎏ 감량 후 보디빌딩 그랑프리
- 33세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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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과 음주로 불어가던 몸무게에 다이어트를 결심한 원하나 경사가 운동 시작 4개월 만에 원하던 보디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탄탄한 구릿빛 근육질 몸, 조각같은 복근, 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수상. 강원지방경찰청 원하나 경사(33)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런 이력을 쌓게 될 줄 몰랐다. 원 경사는 술자리와 야식을 즐겨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매일 밤 치킨·족발·피자 등을 벗으로 삼았고, 몸무게는 가속도를 내며 불어갔다. 그러다 어느 날 인생 최고점의 몸무게를 찍은 걸 확인한 순간,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를 남은 한 해의 목표로 삼았다. 정말 멋진 몸을 만들어 ‘인생 사진’을 남겨보고 싶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까지가 힘들었지, 일단 시작하자 운동에 매달렸다. 헬스장에 가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기 시작했다. 주변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매일 세 시간씩 운동이 매달렸다. 하루하루 몸이 변하는 것을 느끼다보니 더 운동과 식단관리에 신경쓰게 됐다. 운동에서 돌아오면 다음날 먹을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삶았다.

체중이 정체되는 시기도 있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나’라는 회의감에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주변의 ‘한잔 하자’는 유혹을 뿌리쳤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체중 13㎏을 감량하고 근육질 몸을 얻었다. 지난 7월에는 당초 목표로 했던 보디프로필을 찍었다. 20대에 이루지 못했던 꿈이다.

사진을 찍고 나자 목표가 흐릿해졌다. 그때 헬스장 트레이너가 보디빌딩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이왕 시작한 거 더 열심히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보디빌딩대회 출전은 ‘극한’의 일이었다. 아침저녁 독하게 운동하고, 끼니는 모두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처음엔 원 경사에게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던 주변 동료들도 “그만해라” “여자가 왜 이렇게까지 운동을 하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귀를 막고 운동에 집중했다.

총 4개 대회에 출전했고, 지난 9월에는 수원시장배 보디빌딩대회에서 통합 1위인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2017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어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자신감도 생기고, 체력도 좋아졌어요. 2018년에도 운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원 경사에게 비결을 물었다. “의지요? 남들이 할 수 있으면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평범한 다이어터에 불과했는데, 이렇게 이뤄냈잖아요. 누구라도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 계획하는 인생 살아보라고”
초등 3년 딸과 사교육 없이 공부하기
-44세 이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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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끊기’ 목표를 세운 이혜랑씨는 매일 딸과 함께한 공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공부뿐 아니라 음악회 전시회 등의 기록도 눈에 띈다.

“언젠가는 사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함께 해 보자.” 이혜랑씨(44)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사교육 없이 공부하기’를 실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주변 친구들은 한두 개의 학원은 다니고 있었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대부분 학원을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시간을 학원에서 많이 보내고 학원 숙제도 많으니까 힘들어 하죠. 우리 딸은 자유시간이 많고 엄마랑 함께할 수 있으니까 좋아해요.”

한 달 한 달, 딸과 할 수 있는 만큼 정해서 공부를 해보고 조금씩 방향을 수정했다. 매일 공부한 내용을 하루씩 월 단위로 정리해 A4 용지로 남겼다. 처음에는 ‘복습 노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수학 성적이 70점대로 ‘폭망’했다. 방법을 수정해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예습을 시도했다. EBS 교재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시험기간에는 매일 수학을 공부했다. 2학기 수학 성적은 90점대로 올랐다. 목표를 ‘1학기보다 잘하자’로 잡았기에 100점이 아니어도 기뻤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이씨와 아이 것이 됐다. 아이는 하교 후 자유롭게 놀다가 저녁을 먹고 쉬엄쉬엄 공부를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음악회나 전시회에 가고, 틈틈이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다. 방학 때는 아이의 소원대로 원없이 늦잠을 자게 하고, 저녁이면 불을 꺼놓고 함께 칼 세이건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나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함께 봤다. 매일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이가 앞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공부는 내가 봐주기 너무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2018년 목표를 물었다. 이번에는 아이 교육이 아닌 자신의 시간을 갖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 아이가 할 일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아이 공부를 집에서 봐주느라 제 시간이 없었는데, 새해에는 저의 계획을 세워보고 싶어요.”

“나만의 일 찾아 퇴사하고 싶어서”
주3회 글쓰기 매주 월·수·금 무조건 업로드
-36세 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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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회 글쓰기를 꾸준히 실천해온 최호진씨가 지난 6월 아들 둘과 함께 떠난 그랜드캐니언 여행에서 밝게 웃고 있다.

직장생활 13년차. ‘적당히’ 잘 다니고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하는 일이 ‘행복한 일’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장 퇴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9세와 5세 아들 둘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퇴사를 하더라도 대안이 필요했다. “어차피 10년 뒤에 회사에서 내쫓을 텐데, 그 전에 스스로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직장인 최호진씨(36)는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2년 전, 아이들과 다닌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https://blog.naver.com/tham2000)에 일상에 관한 에세이, 서평 등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에 치이다 보니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글쓰기 결심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7월부터 주 3회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주 월·수·토 오전 8시에 무조건 글을 올리기로 했다.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한 번 포기하고, 두 번 포기하게 될 것 같았다. 추석 연휴가 고비였다. 여행 계획을 세워놨는데, 한 번 건너뛸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글을 올렸다. 7월부터 6개월간 매주 3회 빠짐없이 글을 올리고 있다.

글쓰기 주제는 다양하다. 여행, 육아 이야기부터 서평, 퇴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쓰고 있다. 최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글을 써야 하니 글을 쓰는 것도 소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매월 초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지 생각하고 혼자서긴 하지만 ‘편집회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 글쓰기의 출발점이 됐던 ‘퇴사’도 주요한 테마다. “퇴사를 꿈꾸는 것 자체가 회사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 회사 밖의 다양한 ‘딴짓’이 오히려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새로운 직업을 가진 기분이다. 수입이 따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독자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무엇인가를 창작하고 있다’는 기분은 삶의 활력이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고, 회사에서도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쫀쫀한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며 “언젠가 퇴사할 거라 생각하는 회사일도 열정을 갖고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엔 글쓰기 말고도 이룬 목표가 있다. 몸무게를 6㎏ 감량하고, 회사 밖 인맥을 5명 이상 만들자는 목표도 달성했다. 어느 순간 회사 사람만 만나고 있는 걸 발견하고서 삶의 폭이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연히 해외 출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사람들과 친해져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받고 있다.

인생 목표는 45세에 ‘나만의 일’을 찾아 퇴사하는 것이다. 올해 초 회사에서 100여명의 임직원 앞에서 발표할 일이 있었는데, 동료로부터 “참 행복해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강연 사업이나 1인 방송 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꾸준왕’이 되려면 이렇게 해보자.

■ 해시태그를 써라

라이프코치 존 에이커프는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짧은 리뷰와 함께 ‘#책읽는남자에이커프(#AcuffReadsBooks)’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시태그는 게시물이 점점 쌓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 다른 사람이 그의 노력을 알아주는 재미, 여기에 다른 책을 추천받는 재미를 안겼다.

블로그 포스팅, 소셜미디어 게시, 해시태그 등을 통해 스스로의 꾸준함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라. 타인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자극’은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목표 달성 노하우다.

■ 커뮤니티를 활용하라

버킷리스트 관련 스타트업 플라이어스 박민우 이사는 “커뮤니티 활동은 책임감이라는 강제성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보는 물론 응원과 독려의 힘을 얻기 좋은 공간이다.

플라이어스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올리면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모여 실현을 추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벽화 그리기, 뮤지컬 공연, 연극 제작, 잡지 발간 등의 꿈이 이뤄졌다.

독서토론 스타트업인 트레바리,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배움 플랫폼을 표방한 오픈컬리지 등 최근 등장한 커뮤니티 스타트업도 ‘꾸준왕’의 의지를 북돋는다.

■ 계획 수정을 두려워 마라

안동대 정현미 교수는 논문 ‘대학생의 자기계발에 대한 인식 탐색’에서 “실천 가능한 적정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 못지않게 “초기 목표와 활동에 대해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한다. 연초에 화려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블로거보다, ‘중간점검’의 과정을 거치는 블로거의 목표 실현율이 월등히 높다. 새해 목표는 한번 못 박으면 절대 바꿀 수 없는 계약이 아니다.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하라.

■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워라

‘꾸준왕’들은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호진씨는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7년 목표 가운데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 ‘요리하기’ 등의 ‘추상적 목표’는 유야무야됐지만, 주3회 글쓰기, 체중 감량 등의 구체적 목표들은 달성할 수 있었다.

김환진씨도 목표를 기간별로 쪼개 구체적으로 잡을 것을 권했다. “다이어트 시 월단위로 체중 감량 목표를 세우니 달성하기가 쉬웠다”고 전했다.

장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