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처리 비용 - peteubyeong cheoli biyong

[과대 포장 OUT] <8·끝>
내년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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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천에서 들어온 재활용품들이 쌓여 있는 인천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음식물이 담겨 있거나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과 섞인 재활용품들이 많다 보니 일일이 분리하기가 어려워 상당량은 다시 쓰레기로 배출된다. 인천=최혁중 기자

1년 동안 쏟아져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폐기물 처리를 위해 쓴 돈이 최대 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폐기물 발생량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처리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을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첫해로 정하고 폐기물 재활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원순환 정책포럼’을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

○ 증가하는 폐기물, 비용도 눈덩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2020 토론회’가 열렸다. 폐기물 관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불법 폐기물이 사라지지 않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폐기물에 대한 기존 사고방식과 이론, 원칙을 모두 허물고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발생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일일 발생량은 2012년 39만4000t에서 2017년 43만 t으로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폐플라스틱이 5704t에서 8162t, 음식폐기물이 1만3000t에서 1만6000t으로 늘었다. 의료폐기물과 건설폐기물도 증가세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습관 변화와 고령화, 재개발 등 우리 사회의 변화상이 폐기물 배출에도 반영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t당 10만∼15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15조∼23조 원이다. 2019년 환경부 예산(7조8497억 원)의 2∼3배 규모다. 액수만 놓고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축구선수 손흥민(연봉 110억 원)을 2000명가량 보유할 수 있는 규모다.

반면 기존 시설의 처리능력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 신증설은 곳곳에서 주민 반대 등에 부닥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 산업단지 42개 중 76%(32개)는 의무사항인 폐기물 매립시설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전국 폐기물 매립시설의 3분의 1은 2023년 사용기간이 만료된다. 중국 등 여러 나라가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처리 단가는 2년 동안 1.5∼2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국 곳곳에 폐기물이 불법 방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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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시작은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19일 환경부가 발표한 ‘페트병 재활용 체계 개선’도 그중 하나다. 페트를 비롯한 플라스틱 포장재 배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페트의 상태를 고려한 분류는 여전히 미흡하다. 우선 분류부터 세분화한 뒤 고급 재생원료로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실제 분리선별장에선 음식물이 그대로 담긴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에 담긴 채 배출된 페트병 등 이른바 ‘마구잡이’ 재활용품이 골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의 재활용품 선별업체 현대자원 최동철 대표는 “재질별로 분리만 잘돼도 재활용을 못 해 버리는 양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분리배출 정책을 바꿔 재활용률을 높인 제주도의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는 2016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했다. 같은 재질끼리 모아 배출하는 것이다. 수거 효율이 좋다보니 3년 만에 재활용률이 20% 증가했다. 소각·매립량은 11% 줄었다. 서울시도 2020년 하반기 폐비닐을 특정 요일에 배출·수거하는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재활용이 쉬운 제품 생산도 활성화한다. 올해 말부터 생수·음료 페트병을 투명한 색으로 바꾸고 라벨도 떼기 쉽게 만든다. 이 밖에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 폐기물처리장 신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제대로 된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교육 강화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꼽혔다. 한 의원은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과 분리배출 강화로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 및 기술 개발, 재생원료 사용 확대 같은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자원순환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과 지자체, 정치권과 기업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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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페트병 재활용 비용, 폐기하는 것보다 1.6배 비싸"

기사등록 2014/09/06 11:56:51

최종수정 2016/12/28 13:20:06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빈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비용이 매립이나 소각 등 폐기하는 것보다 1.6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이 6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폐기물 재활용 실적' 및 '재활용·폐기처리 소용 비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빈 페트병의 재활용 규모는 75만5613톤으로 집계됐다.  이를 환경부가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산출한 플라스틱 용기류 재활용 비용에 대입하면 5년간 빈 페트병 재활용에 든 비용은 1㎏당 637원, 총 4813억원에 달한다.  반면 환경부가 2011년 폐기물부담금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용역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플라스틱을 매립하거나 소각해서 폐기하는 비용은 1㎏당 388원으로 조사됐다.  즉, 지난 5년간 재활용한 페트병을 폐기했다면 2932억원으로 재활용 비용보다 1881억원이나 적게 소요된 셈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비용이 폐기하는 것보다 1.6배 비싼 것이다.  현재 환경부는 사업체에 매년 플라스틱 페트병을 출고량에 따른 재활용 의무량을 부담시켜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플라스틱 페트병은 매년 출고량의 80% 이상 재활용되고 있다.  주 의원은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재활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환경부는 구체적 분석 없이 환경오염 방지와 사회적 비용이라는 모호한 근거로 재활용 정책을 권장하거나 강요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자료를 통해 정책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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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환경부담금 적어 업체의 과다 사용 억제 못 해

편집자주

기후위기와 쓰레기산에 신음하면서도 왜 우리 사회는 쓸모없는 플라스틱 덩어리를 생산하도록 내버려 두는 걸까요.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그 동안 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온 재활용 문제를 생산자 및 정부의 책임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시리즈의 다른 기사들과 함께 읽어주세요.

내용물보다 포장재가 더 화려해질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포장재를 만드는 플라스틱이 막 써도 될 만큼 싸기 때문이다.

환경당국과 산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정가 950원인 제주삼다수 500ml의 PET병 1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비는 약 19원밖에 안 된다. PET병은 작은 알갱이 모양의 PET펠릿을 가공해서 만드는데, PET펠릿 1kg은 2019년 기준 평균 0.96달러(한화 약 1,086원)에 거래됐다. 삼다수의 500ml 병이 18g이니 개당 약 19.5원인 셈이다. 1,000원이면 페트병 약 55개를 만들 수 있다. 같은 기간 PP펠릿은 1kg당 평균 1.02달러(1,156원), HDPE펠릿은 0.91달러(1,031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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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용기의 원료인 펠릿. 이 펠릿을 녹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면 플라스틱 용기가 된다. 에코오롯 캡처

도대체 왜 이렇게 싼 걸까. 우선 원료부터 터무니없이 싸다. PET의 원료는 원유로부터 정제된 파라자일렌(PX)인데, PX 1kg으로 PET 약 1.71kg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PX 가격은 가장 높았던 2018년에도 1kg당 평균 1.47달러(약 1,666원)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약 0.71달러(약 804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막대한 생산량도 제조원가를 낮춘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고정비가 분산되어 전체 비용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 기준 3억8,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안 그래도 싼 원료로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해내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신제품 플라스틱이 재활용 제품만큼 싸져 재활용 시장을 위협하기도 한다. 국제 유가가 급락했던 지난해 상반기 PET 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PP·PE는 재활용품과 신제품이 다른 용도로 쓰여 서로 경쟁하지 않지만, PET의 경우 폴리에스터 섬유 시장이 겹친다. 폴리에스터 섬유는 PET펠릿으로 만드는 합성섬유로, 외투 보온재·인형 솜·자동차 시트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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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PET 재생업체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단섬유 모습. 재생업체 제공

2019년 kg당 평균 1,086원이었던 PET의 신제품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약 848원까지 떨어졌다. 평균 배럴당 63.53달러였던 국제유가가 40.73달러까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당시 재활용품 가격은 kg당 약 757원이어서, 업체들 입장에서는 품질이 떨어지는 재활용품을 쓰느니 100원 더 주고 신제품을 쓰는 게 나은 상황이 되었다.

당시 PET 재활용 시장이 휘청이며 수거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는 ‘폐기물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지기도 했다. 재생PET 판매량은 지난해 3월 약 1만7,380톤이었는데, 4월엔 한 달 만에 약 25.2%(4,383톤)가 급감했다. 재활용품 판매량이 줄어드니 재생업체에서 원재료인 폐플라스틱을 사가지 않고, 폐기물 선별장에 폐플라스틱이 처리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쌓이게 된다. 실제로 일부 수거업체들이 수거 거부를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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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당시 저유가 영향으로 재활용품이 시장 경쟁력을 못 가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폐기물 양도 급증하며 선별 업체 및 자원순환센터가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남용을 막고 재활용품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플라스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업체들에게 부과하는 환경 부담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포장재를 만들거나 △포장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에 환경 비용을 부과하는데, 이 부담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부터 1kg당 0.8유로(약 1,000원)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1kg당 100~200원대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금액으로는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을 없앨 수도,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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