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영어공부 - oeguggye gieob yeong-eogongbu

영어 공부는 해도해도 부족하다. 회사에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애들도 많고 일을 못해도 그런 애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을 개발로 하든 새발로 하든 윗선에서는 결국 대화가 통하는 사람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젠장
억울하면 내가 그만큼 영어를 하는수밖에 없다.

[초급영어 탈출기]

전공 공부는 바닥이었어도 영어 공부는 안 끊고 대학때부터 한다고 했다. 그래도 연수다 유학이다 가는 친구들을 따라잡을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학때는 갑자기 기울어진 가정형편으로 나의 경제사정도 자존감도 쪼그라들만큼 쪼그라 들어 있었다. 그 흔한 학원 한번 안다니고 혼자 공부를 하다 영어회화 고급반 수강신청을 한 뒤 해외 교포 출신 아이들만 그득차 있는 교실에서 충격먹고 뛰쳐나온뒤 엉엉 울기도 했었다. 아버지가 어디 주재원으로 몇년씩 이미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아이들앞에서 정말 한마디도 할수 없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어민 교수는 그런 나를 엄청 무시했었다.

그리고는 과언니가 소개해서 달려간 곳이 박정 어학원이었다. 당시 한달이었는지 석달이었는지 30-40만원 정도의 아마무시 큰 돈을 들여 수강을 했는데 없는 형편에 지출이 컸으니 눈에 불을켜고 공부했었다. 당연한것이겠지만 그런데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영어 실력은 금방 나오지 않았다.​

다만 다른 과목보다 박정 선생님이 가리키던 structure강의가 문장 구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점차 영어 실력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단어 시험를 자주봤는데 작은 페이퍼 중고 사전을 하나를 사다가 매일 아침 일교시가 시작되기전 공강의실에서 A에서 Z까지 형광펜으로 칠해 놓은 주요 단어를 빠르게 한번씩 봤었다. 전자사전이 있었는데도 페이퍼 사전을 본 이유는 속도 때문이었다. A-Z까지 모두 훓는데 아무리 빨라도 한두시간은 기본으로 걸렸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 이 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고안했던 방법이었다. 이걸 한 3개월은 했던것 같다. 그리고 독해가 빨라지게 됐다.


​​영어 공부도 좀 했겠다, 남들 다 본다는 내 토익 점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셤을 한번 봤는데 왠걸... 더 어렵다는 토플을 공부했는데도 토익 성적은 바닥;; 토익 맞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닥은 아니라 생각했던 내게 또다시 좌절이 왔다. 토익책 하나를 사서 그 책만 세네번은 반복해서 봤다. 좋은 책인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그냥 했다.
처음엔 그냥 풀고 다음엔 맞춰서 보면서 왜 틀렸는지를 파악하고 다음엔 그걸 일일히 타자를 쳐서 넣어 파일로 만들었다. 파일을 어디 사용할 생각으로 만든것은 아니고 손으로 쓰기엔 방대해서 자판을 치면서 문장을 통채로 외우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영문 자판치는 속도가 이때 붙어서 나중에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을때 많이 편했다. RC파트는 이렇게 내가 다른 방법을 찾을수 없을 만큼 내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한뒤부턴 그냥 더는 공부하지 않고 끊임없이 셤을 봤다. 정말 웃긴게 공부를 안해도 셤을 자주보면 문제 유형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점수가 점점 오른다. 리스닝은 지금도 잘 못하니 예전에는 더 엉망이었는데도 점수가 올라 결국 900을 찍고 그담부터는 토익을 안봤다.

그 전에는 없는 살림에 취직을 빨리해야했기때문에 시험 점수가 급급했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주중에는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해야해서 공부할 여력이 없었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지하철에서 숙어장을 반복해서 봤다. 이것도 꽤 오래 했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출퇴근시간에 했으니 일이년은 했을거 같다. 그리고 주말에는 회화학원에 등록해서 원어민 강사에게 회화를 배웠다. 도움은.... 그닥......
부족한 시간과 부족한 체력과 원어민 강사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그렇고 그런 실력향상으로 또 좌절.

다른 방법을 찾아봤다.
이익훈 어학원에서 청취 테입 받아쓰기도 해보고
정철어학원에서 문장구조 공부도하고(도움 많이됐음)
전화영어도 해보고(매일 50분씩 6개월정도,입때는 훈련)
방통대 영어영문과에도 입학했다.(;;글세..졸업은 했다)
뭐 조금씩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노력에 비해 가시적으로 보이는게 없어 또 좌절

그렇게 슬럼프를 격는 와중에 친한 친구중에 내가 매일 도서관에서 막막하고 우울하게 영어공부만 하고 있을때 연애만하고 놀러가니던 친구 하나가 워싱턴으로 발령받아 미국간다며 인사을 하더라. 그때 하필 나는 개똘아이 팀장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쏙 골라 프랑스로 교육 및 출장을 보내서 자괴감에 빠져있는 타이밍이었다. 상대적 박탈감.

영어 공부는 일도 안하던 그 친구가 내가 이렇게 개고생하면서도 안느는 영어를 미국에서 신나게 놀면서 배워 현란하게 할 생각을 하니 너무 화가났다.

그래서 생각했다. 영어를 늘리고 싶으면 매일 더 많이 노출되는 회사에서 일을하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고는 바로 인터넷으로 영어를 많이 쓰는 직업으로 서치를 하고 내 경력과 상관없이 이력서를 다 뿌렸었다.

그전 회사도 나름 외국계였지만 사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회사들은 로컬 조직문화가 강해 이름만 빌려쓴 꼴인 경우가 많다. 내가 이후 입사한 진정한 외국계회사를 경험하고서부터 내 영어공부 고생길은 더 험란해졌다.

[중급영어 극복기]

진정한 외국계를 어찌어찌 입사는 했다.
나에게는 어학 점수가 있었고 영어 면접은 달달 외워 임기웅변으로 어떻게든 잘 넘어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무를 제대로 할 영어 실력이 아니었다는 거다. 메일은 100프로 영어로만 써야했고 (한국 사람들끼리도 업무 메일은 evidence로 남기기위해 영어로 쓰는것이 회사 방침이었다), 엑센트도 다양한 여러 나라에서 수시로 전화가 밀려오고 미팅에 들어가서는 내것만 정리해서 말하면 되겠거니 들어가 있으면 갑자기 질문이 쑥 들어오고 못알아듣고 긴장하는 상황이 무한반복이었다.

전화통을 붙들고 이메일 플리즈를 아무리 외쳐도 시차도 달라 새벽에 일하는 예민한 그들에게는 메일보다 전화가 더 가까웠다.

그렇게 회화학원을 다녀도 안늘던 영어가 몇 개월만에 늘었다. 영어는 역시 생존 영어가 짱이다. 대신 내 몸과 마음은 정말 바닥을 찍었다.

영어 배우려다가 사람을 잡을것 같았다. 정말 눈이 퀭해서 유령처럼 다녔다. 매일 긴장하며 지내다보니 나중에는 영어가 꼴도 보기 싫어지더라.

영어 공부하겠다고 들어온 회사에서 영어는 꼴도 보기 싫어 정말 업무용이외에는 절대 영어를 쓰지도 보지도 않는 슬럼프가 크게 왔다. 이 맘때 꿈도 영어로 꾸기 시작했다ㅠㅠ 정말 생고생을 다 했다.

그러다 1차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최소한 글로 쓰는것은 네이티브들만큼 할수 있었다.
여전히 말은 버벅댔지만 메일로는 무슨 업무든 가능했다. 이제는 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차례였다. 한국말에서 영어로 번역을 해야만 나오는 영어라 퍼즈가 심하게 걸렸고 그러다보니 매번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업무에서 이러면 정말 치명적이다. 그래서 전화영어를 하루에 50분씩하면서 말을 글처럼 바로 튀어나올수 있게 연습했다.

이 때 선생님이 매번 발음을 계속 지적했는데, 내가 그때 한말이 지금 그런걸 할 시기가 아니라는 거였다. 입을 뗄수 있어야 발음이고 뭐고를 고민하지 지금은 입을 떼는게 우선이라고 말이다.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너의 의견대로 하겠노라며 그 이후부터 발음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 얼마나 무식한 발언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두번째 안정기. 여전히 버적대며 적절한 문구를 찾아쓰는데 실수를 범하지만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시기가 왔다.

그런데 말만할줄 알면 뭐하나. 상대방이 뭐라는지 알아야 대답을 하지ㅠㅠ 나의 제일 취약한 듣기가 결국 크게 발목을 잡아 영어가 제대로 늘 생각을 안하는 또 한번의 큰 슬럼프가 왔다. 쓰기, 말하기는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그림이 보였는데 듣기는 보이지 않는 소리라 어떻게 잡을수 있을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필사도 해보고 영화, 미드, 뉴스 아무리 들어도 나는 English Deaf였다. 정말 수년동은 계속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뒤집었다.
보고 쓰던 방식을 듣고 말하는 채널로...
말은 쉽지만 습관적으로 활자를 먼저 찾는 나를 거스르기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글자 자체를 보지 않고 소리에 먼저 노출시켰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먼저 사전을 찾지 않고 소리만 들었다. 그랬더니 연음 강세 한국어에는 없는 소리 등등이 미세하게 감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일년 좀 안되게 그것도 하루에 겨우 10-20분 정도했지만 확실히 영어 소리들이 예전보다 잘 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안되더만.... 방법을 뒤집으니 그곳에 길이 있었다. 여전히 잘 못듣지만 이대로 쭉하면 언젠가는 되겠구나하는 믿음은 생겼다.

아직 넘어야할 한 단계가 더 남았다. 소리는 구분가능한데 듣자마자 독해처럼 이해하는것은 아직 이르지 못했다

내가하는 듣기 공부 방식은 아래 유튜브에서 확인 가능
​https://www.youtube.com/watch?v=V3HyvdRMVus&feature=share​



지금 좀 아쉬운것은 주로 미국 영어로 공부를 하다보니 미국인들 발음은 쉽게 알아듣는데 다른 국가 사람들의 발음을 못알아듣는거는거.. 영국, 싱가폴, 호주 ㅠㅠ 유렵애들 영어는 영어가 아니니 일단 제외하고 영어만 쓰는 네이티브스피커들인데도 말이다.

근데 나는 미국영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미국영어가 서울말이라면 다른 엑센트는 나에게 사투리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말도 전라도 사투리를 따라하라면 버벅댄다. 못알아듣는다. 그런데 지금 미국영어도 겨우 알아들으면서 다른 엑센트까지는 무리라 판단한거다. 네이티브들은 다 알아듣는다. 내가 전라도 사투리라고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아닌것과 같다. 그런데 표준어도 못하는 외국인이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려고 한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제대로 되겠나? 그래서 하나라도 확실히 해서 다른 뉘앙스와 엑센트를 이해하는게 더 빠를거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