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감자 재배 원리 - masyeon gamja jaebae wonli

입력 2018.06.02 03:00

NASA 식품 생산 프로젝트 매니저가 말하는 '우주농업 실험'

마션 감자 재배 원리 - masyeon gamja jaebae wonli
이미지 크게보기랄프 프리체 NASA 매니저(왼쪽)는 “상추와 토마토가 우주인들이 가장 먼저 자급자족할 식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진 오른쪽 위와 아래는 NASA 연구원이 토마토를 점검하는 모습과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태경 기자·바이엘·NASA·20세기폭스코리아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주인공은 화성 탐사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홀로 화성에 남는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는 우주선에 마련한 비닐하우스에서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 삼아 직접 감자를 재배해 끼니를 해결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센터를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 랄프 프리체(Fritsche) NASA 식품생산 프로젝트 매니저는 "영화를 본 뒤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기술을 보고 싶다'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면서 "영화에서는 감자를 기르는 과정을 단순화했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기술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프리체 매니저는 화성 탐사 같은 장시간 우주비행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먹을 신선한 식량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공식품도 포함되지만, 그가 주력하는 분야는 '우주 농업'이다. 현재 케네디 센터에는 15여명의 원예 전문가, 미생물학자, 식물학자 등이 대학이나 연구소 등과 협력해 우주에서 효과적으로 식물을 기르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프리체 매니저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구에서 가까워 식량 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지구에서 화성까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년"이라면서 "가공식품과 알약 형태의 비타민은 금방 영양분이 손실되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를 우주선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수경재배 방식… 구운 점토도 활용

지구 330~400㎞ 상공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채소 재배 실험이 한창이다. 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연구원들은 채소 재배 기계 '베지(Veggie)'를 사용해 지난해 10월 로메인 상추와 양배추, 경수채 등 3가지 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데 성공했다. 채소를 기르는 방법은 수경재배와 유사하다. 수경재배는 토양을 이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다. 우주정거장 채소 재배에는 태양 광선 대신 햇빛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LED 조명을 활용한다. 프리체 매니저는 "우주는 지구와 환경이 달라 식물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제대로 된 식량 공급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진 화성 탐사에 나설 수조차 없기 때문에 5~6년 내로 우주에서 채소를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중력이 거의 없는 극미 중력의 환경에서 식물의 뿌리에 필요한 만큼의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일이다. 프리체 매니저는 "극미 중력에서는 물이 덩어리로 뭉치면서 공기가 밀려난다"면서 "식물의 뿌리를 이 덩어리에 넣으면 뿌리가 물에 잠겨 죽고, 물 밖에 두면 말라 죽는다"고 설명했다. NASA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지'와 밀 등의 식물을 키우는 소형 냉장고 크기의 컨테이너 농장인 '고급 식물 서식지(Advanced Plant Habitat)'를 개발했으며, 지속 가능한 재배 방법을 연구 중이다.

-어떤 재배 방법이 있는가.

"수경재배 외에도 구운 점토를 활용해 식물을 기르는 방법이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별도 용기에 넣은 점토에 씨앗을 심고 물로 적신다. 점토 사이 공간에 공기가 적당히 들어가기 때문에 식물이 자란다. 그러나 이 점토는 재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중이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유력한 후보군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구멍이 많은 세라믹(도자기) 관을 활용한 기술이다. 관 표면에는 미크론(100만분의 1m) 크기의 구멍이 많은데, 관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씨앗이 싹을 틔우고 뿌리가 자란다."

-장기 우주 비행에 나설 경우 어떤 식물이 기르기 적합한가.

"새싹 채소로도 불리는 마이크로그린(microgreens)을 주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싹 채소의 장점은 3~4주면 키울 수 있는 데다가 작은 새싹에 영양소가 농축돼 있어 적은 양으로도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당근, 브로콜리, 상추, 비트 등 기를 수 있는 채소의 종류도 다양하다. 햇빛이나 물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아 아주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와사비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와사비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우주 비행사들의 식단에 풍미를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토마토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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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NASA에서 화성의 흙을 본뜬 토양에 영양소를 첨가해 식물을 키우는 실험을 하는 모습. /NASA

토양서 중금속·과염소산염 분리해야다음 도전 과제는 화성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일이다. 프리체 매니저는 "먼 미래에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려면 화성 토양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구에서 화성까지 식량을 싣고 간다고 가정한다면, 1년 동안 우주 비행사 한 명을 먹이는 데 드는 비용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화성에서도 지구와 비슷한 그린하우스 시설을 구축해 농작물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화성에서의 농사는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화성의 토양은 바위와 화산암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토양에 생명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유기물이 없다. 프리체 매니저는 "화성의 토양에는 염분의 일종인 과염소산염과 중금속이 많아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토양에서 중금속, 과염소산염 등을 분리해 농사짓기 적합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구에서는 미생물이나 화학 물질을 활용해 과염소산염을 분리하는데, 이런 농업 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ASA는 2016년부터 페루의 국제감자센터와 함께 화성의 토양을 본뜬 환경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실험 초기 단계지만, 연구진은 안데스 사막의 토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공기에서 감자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극한 환경에서의 농업이 화성에서의 농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농사 짓기 적합하지 않은 지구의 일부 토양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체 매니저도 "아직은 지구의 농업 기술을 우주와 화성 농업에 적용하는 단계지만, 우주 농업 연구가 발달하면 지구 농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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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출처-google image)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2015년에 개봉된 영화 '마션(The martian)'입니다.

영화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대 아레스III의 탐사대원 중 한 명인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에 혼자 남겨져 549 화성일 동안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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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모습 (출처google image)

먼저, 영화의 주 배경인 화성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4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입니다.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며, 자전축 또한 약 25도 기울어진 것이 지구와 유사하기 때문에 지구처럼 계절의 변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의 대기는 지구와 비교하였을 때 아주 희박합니다. 지표 부근의 대기압은 약 0.006기압으로 지구의 0.75%에 불과하죠. 이렇게 희박한 대기는 중력이 작기 때문으로,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1/3 정도입니다. 화성의 대기 구성은 이산화탄소가 95%를 차지하고 있어 화성에서는 산소를 공급해주는 우주복을 착용하여야 호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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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 촬영지 요르단 와디럼 사막 (출처-google image)

화성의 지형은 용암류에 의해 평평하게 만들어진 평원인 북반구와 운석충돌에 의한 움푹 파인 땅이나 크레이터가 존재하는 고지가 많은 남반구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화성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처럼 극지방이 존재합니다. 화성의 극지방에는 물과 이산화탄소의 얼음으로 된 극관(polar cap, 화성의 극에서 얼음으로 덮여 하얗게 빛나 보이는 부분)이 있으며 화성의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성의 평균 온도는 -63도로 매우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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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극관 (출처-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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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의 한 장면인 화성에서의 모래 폭풍 (출처-google image)

주인공 와트니가 혼자 화성에 남겨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강한 모래 폭풍은 영화 마션의 가장 큰 과학적 오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화성은 매우 희박한 대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폭풍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폭풍은 강한 바람, 즉 두 지점간의 기압차가 생길 때 그 차이에 의한 힘으로 생기는 공기의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화성도 희박하지만 대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람은 불 수 있으나 대기압이 지구의 1% 내외인 화성의 경우 아무리 바람이 강해도 지구에서의 산들바람 수준으로 분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화성을 탐사한 우주선이나 탐사 로버가 바람에 의해 쓰러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원작자와 제작진들도 모두 알고 있는 내용으로, 영화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화성에서 와트니가 걸어 다니는 장면도 과학적 오류로 볼 수 있습니다. 화성은 지구의 중력의 1/3이기 때문에 지구에서처럼 일반적인 걸음으로 걷다간 오히려 체력 소모가 심하고 자빠지기 쉽기 때문에 폴짝폴짝 뛰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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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 (출처-google image)

많은 사람들이 꼽는 영화 마션의 명장면 중 하나는 식물학자인 와트니가 온실을 만든 후 화성의 흙과 인분을 이용해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장면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션에서처럼 화성의 흙으로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성의 토양이 지구 토양에서 발견되는 영양소 성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작에서는 식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박테리아를 화성 흙에 공급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져온 토양 일부를 화성 흙에 섞어가며 오랜 시간 화성 흙에서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생략했다고 하네요.

또한 영화에서는 흙에서 자란 작은 감자를 바로 다시 흙에 심어 재배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실제로 감자는 50~100일이 정도의 휴면기간을 거쳐야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영화에서 발견되는 작은 과학적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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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재배를 성공한 상추 (출처-google image)

우주에서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우주 내 자체적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NASA는 '우주농장'을 만들기 위해 식물 재배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들이 LED 빛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 'veggie'라는 수경재배 시스템을 이용해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여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화성에서 실제로 식물을 재배하려면, 방사능은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식물이 자랄만큼 충분한 햇빛을 공급하는 온실을 만드는 작업과 담수의 충분한 공급이 필요합니다. 2018년 화성의 극관 1.5km 아래 지하에 대량의 물이 지속적으로 고여있는 것이 처음 발견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화성에서 식물을 키울만큼의 많은 양의 물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화성 탐사를 통해 화성의 지하 호수에 있는 물을 끌어 쓸 수 있게 된다면 영화에서처럼 화성에서 자란 감자를 먹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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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달에 착륙한 화상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ence) (출처-google image)

화성탐사는 1960년대 부터 시작하여, 처음 화성 착륙을 성공한 바이킹 1,2호 (1975년)를 거쳐 영화에 등장한 패스파인더 (1997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2004년) 등 여러 탐사 로버를 화성으로 보내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0일,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ence)에 탑재된 산소발생장치 목시(MOXIE)가 처음으로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해 냈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여과시킨 다음 800도로 가열해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원리입니다. 목시는 1시간 동안 5.4g의 산소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1명의 우주비행사가 약 10분간 호흡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이 결과를 통해 산소를 화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유인 화성 탐사의 첫 걸음일 뿐 아니라 먼 미래 이야기로만 생각되던 화성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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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성 탐사 로버 주룽(Zhuong)이 화성 지표에 내려 촬영한 영상 (출처-중국 국가우주국)

불과 며칠 전 5월 15일에는 중국 화성 탐사선 톈원(Tianwen) 1호가 화성에 착륙하여 탐사용 로버 주룽(Zhurong)이 화성 탐사 활동을 시작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덕분에 국적으로 따지면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성에 탐사 로버를 보낸 나라가 되었죠. 앞으로 90일 동안 화성에서 어떤 임무들을 수행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NASA는 2030년 중반쯤 유인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이용해 2050년까지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화성으로의 여행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진행될 화성 연구를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