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눈물 우울증 - iyueobs-i nunmul uuljeung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당산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제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나옵니다. 첫 시작은 중학교 때였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학기 초에 간단한 상담을 하는데 갑자기 울음이 나오더니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성적이나 가정, 학교생활 등 평범한 얘기였는데 말입니다.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울컥 울음이 나와 버리는 증상이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폭력이나 가정 폭력을 당하지 않았고 평범한 학창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왜 우는지 원인을 찾으려고 해도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가슴속 무언가 벅차오르면서 울 것 같은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울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도 눈물이 먼저 나오는 일이 많고, 그럴 때마다 부끄럽고 답답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쏟아지는 눈물, 단순히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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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원하지 않을 때나,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눈물은 곤란할 때가 있죠. 사연자님 또한 중학생 때 시작으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의도치 않게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괴롭고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엔 그다지 심각한 증상이나 병증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까요. 눈물이 주는 불편감보다도, 그 원인이나 별다른 이유를 모른다는 점 또한 답답하지요. 눈물은 왜 나게 되는 것이며, 어떠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추측해본다면 사연자님의 고민이 해소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은 의학적으로 뇌의 변연계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을 건드려 감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신체적 반응입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그 ‘감정적인 반응’이 중요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감격스러울 때 등등 눈물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당연하게 나타나지요. 그렇다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나는 증상이 지속되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본인이 울고 싶지 않지 않은데도 눈물이 나오는 것, 그것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충분히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눈물이 지속되는 것은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 힘든 감정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이 나는 증상에 대한 기준이라든가,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리는가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신체적 반응이며 하나의 증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그 상황을 어찌할 수 없거나 회피할 수 없을 때 눈물이 나올 수도 있으며,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힘든 부분이 숨겨져 있을 경우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사연을 미루어보았을 때, 담임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을 하는 도중에 눈물이 나온 건, 상담 내용 중 일부가 사연자님의 감정을 건드렸다고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본인은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다 다릅니다. 누가 보아도 명확한 정도의 폭력이 아니라, 은근한 따돌림 등 개인적인 사연으로도 충분히 기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받아 병원을 찾은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약점이 다르듯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부분 또한 다릅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폭력과 무관해 보이더라도요. 사연자님께 숨겨진 어려움과 감정을 고려하길 권유하는 까닭은 지속성에 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하여 성인까지 증상이 지속해서 나타났다는 것은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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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으로 인해 일상에 큰 불편감을 느끼거나 부끄럽고 답답한 마음이 커져 괴롭다면, 병원에 방문하여 면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다른 환자의 경우, 면담을 통해 과거의 가족 문제와 억울함 등으로 그 원인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기억을 되짚고 본인의 상황을 살펴보면 부모와의 관계, 학업, 자존감 하락 같은 문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과거에 힘들었던 경험이나 현재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종합심리검사는 여러 가지 척도 도구를 통해 지능, 성격, 정서, 인지 평가, 현재의 문제와 어려움 파악 등 종합적으로 심리를 검사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고, 어렴풋이 느끼던 부분을 구조화할 수 있도록 끄집어내게 됩니다. 구조화란 일의 수행 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경우, 이가 지능의 문제인지 혹은 불안이나 우울, 성격, 적응의 문제 가운데 원인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걸 말합니다.

종합심리검사는 진단을 위한 도구인 면도 있지만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내가 어떠한 감정이나 성격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최근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치료적이 면이 있습니다. 정형외과의 MRI가 손상된 특정 부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조직도 보여주는 것처럼요.

의도치 않게 눈물이 나는 증상에 대해 스스로 괜찮고 어려움이 없으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화되어 눈물을 흘리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문제로 인지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적인 측면이 활성화된 증상이기 때문에, 방치되어 악화할 경우 병증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눈물을 흘리는 증상뿐 아니라, 증상에 관한 사연자님의 생각 및 감정입니다. 혹여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거나, 무기력해지는 등의 증상이 따라온다면 그 자체로 우울증의 한 증상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셔야 합니다.

현재는 그다지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도 모르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담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혹은 눈물이 나는 증상을 시작으로 다른 병적 증상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눈물이 나는 특정 시점이나 상황이 있다면, 자극이 되지 않도록 피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언젠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눈물이 나온다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아주 궁극적으로는 혼자 있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도록 치료와 면담이 진행되었지만, 처음에는 그러한 상황을 피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큰 대안이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는 증상에만 집중하기보다, 사연자님이 언제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발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눈물이 난 이후에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생각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결점을 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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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이제 갓 성인이 된 사람입니다. 

바로 말씀드리자면, 제 멘탈이 너무 약해요. 그냥 약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이 정도면 바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분명 마음을 다잡고 수천 번 생각하고 있어도 눈물이 어느새 왈칵 쏟아져요. 주변 사람이 이사한다거나 할 때는 절대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7번 방의 선물이나 릴로와 스티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난 적은 있어요. 그런 작정하고 울리는 영화 아니고는 행복의 눈물이나 감동의 눈물은 잘 안 흘리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외의 일들에서 나는 눈물입니다. 예를 들어

1. 부끄러운 일

예) 가족들과 대화하던 중, 저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적받았어요. 저는 그것 또한 한 사람의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여 고치리라 하며 잘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갑자기 속에서 울컥거리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 분명 뇌로는 받아들이리라 하는데 눈물이 계속 나고 너무 수치스럽다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그냥 부끄러운 걸 넘어서서요. 그러고 마지막에 가족이 저한테 이런 식의 성격을 고치지 못하면 동갑 친구들은 물론 나이가 더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무시를 받거나 우유부단한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을 듣자 정말 참지 못하겠더라고요.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흘리고 닦고 왔어요.

또 한 번은 제가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갔었어요. 기능 시험이었는데 연습은 많이 하진 않았지만, 첫 시험은 연습 삼아 보려고 간 것이었어요. 가족들에게 꼭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5만 원의 택시비까지 내며 멀리까지 시험을 보러 갔어요. 내심 붙었으면 했나 봐요. 막상 시험을 치르려 탔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출발도 못 하고 떨어져 버렸어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시험장을 나서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정말 떨어지는 게 당연한 시험이었는데 눈물의 의미는 부끄러워서였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면허시험을 한 번 더 봤는데 또 떨어졌어요. 또 울었어요 하하.. 그 뒤에 남자친구한테 전화했는데 남자친구가 수고했다고 말해 줄 때 갑자기 눈물이 또 나더라고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그딴 일로 또 왜 우냐고 하니까 갑자기 부끄러웠는지 빈정이 상했는지 또 확 기분이 안 좋아져 버렸어요. 남자친구는 낮잠 좀 더 잔다고 자고 다시 전화한다고 했는데 거기에 대고 ‘아 그래 끊어’ 이렇게 딱딱한 투로 하고 서로 기분 안 좋은 채로 끊었어요. 뭔가 이런 식으로 쪼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이런 일이 빈번해요. 저도 이제는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2. 분한 일

많은 사람들이 그냥 분한 일이 있으면 분해하고 마는데 저는 꼭 눈물이 쏟아져요. 영어 발표시간에 준비한 내용을 다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약 1/3을 남기고 시간이 다 되어 그냥 내려온 적이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이런 일에서 눈물이 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이건 중2 때 일이긴 한데, 계주 모의 시합을 하는데 제가 중간에 넘어져서 저희 반이 졌던 적이 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는 정말 너무 울기 싫었고 뇌로도 그냥 모의 시합이고 넘어졌으니까 어쩔 수 없지 라고 했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니 숨이 가빠지고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저건.. 뭐죠 바보인가요...???

3. 그냥 갑자기

그냥 갑자기 혼자 앉아있다가 숙제가 너무 많거나 시험이 너무 많거나 할 일이 너무 많으면 서러워서(?)인지는 몰라도 눈물이 펑펑 쏟아져요. 뚝뚝 무슨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저도 울고 나면 왜 저랬나 싶어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랬으려나요...?

=> 뭐가 문제일까요? 쉽게 눈물을 보이면 사람이 진실해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사실 잘 눈물을 안 흘리는 이유가 어릴 때 아빠께 꾸중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면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며 울지 말고 말하라며 더 혼났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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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제 성격은 대체로 자존심이 강한데 그에 반해 부모님 말씀에 그냥 동의하는 편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제 단점이기는 한데, 저는 지는 걸 정말 너무 싫어해요. 인정해야 하는 일은 머리로는 ‘인정해야지 인정해’ 하는데 마음으로까지 인정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행동도 뭔가 생각한 대로 나가는 편이어서 가족들한테 많이 혼나고 심지어 나이 어린 동생에게까지 잔소리를 많이 들어요. 저희 집 실질적 서열 꼴찌... 자격지심도 좀 있는 것 같아요(특히 동생한테.. 동생 정말 사랑하는데 어떨 때 보면 그 버릇없는 말투와 저를 한 인간으로서 무시하는 말투: ‘아.. 너는 그게 맞는 것 같아? 아 그럼 그러던가’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뭐 생각은 자유지?’ 라던가 ‘아니 무슨 그 나이 먹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나잇값 좀 해.’ 라던가 ‘딴 동갑 보면 저런데 왜 이리 애 같아?’ 라던가 평소에 자신이 하는 행동을 제가 했을 때는 극도로 혐오하는 그런 거? 근데 그럴 때 빼고는 정말 강하고 기대고 싶은 동생이에요. 말투가 약간 저렇고 제가 어리숙해서 기댈만한 언니의 그런 것이 못 돼서 그렇지요. 이런 말 들어보거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저는 그냥 못난 인간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약한 자는 보호하고 강한 자에게는 강한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약한 자에게는 강한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에 항상 행동에 조심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또 하루 자신을 되돌아보면 무언가.. 못난 자신을 또 발견하기도 해요.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걸까요..?

사람들은 저를 매우 활발하고 생각 없고 웃음 많은데 자존심 좀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요. 소심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처음 만나면 소심해지는 그런 것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약간 잘못하다가 사람이 부담을 느끼게 할 때도 있고요.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인간관계는 아무래도.. 과거에는 다 포기하고 그냥 친구도 안 만들고 그랬는데 제 동생은 인싸인데도 노력을 통해서 만들었다는 걸 보고 저도 노력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즘에는 나름 열심히 인간관계에 노력 중이에요.

저는 이상하게 말이 세게 나가요. 특히 사람들이 많고 그중 한 사람이랑 저랑 친하면 그 사람에게 특히 말이 세게 나가요. 뭔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무의식에 말을 세게 하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그 친구한테 너무 미안하고 친구가 떠나지 않을까 또 걱정하고 그래요. 그래서 중간에 아차 싶어서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는 일이 빈번해요. 사과 못 할 때도 있고요. 이건 도대체 무슨 막돼먹은 성격인지 모르겠어요. 자기방어가 너무 심하다고 해야 하나.. 최근 들어 저의 장점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외적으로는 열심히 관리를 잘하는데 마음은 관리를 잘 못 했나 봐요. 점점 마음이 못나지는 저 자신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참고로 저는 분리불안이 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집에 동생과 둘이 며칠 있는 건 가능하지만(여전히 밤마다 불안해해요), 아직도 낯선 곳으로 홀로 캠프를 간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미친 듯이 정신을 놓고 울어버린다고 해야 하려나요.. 뭔가 애정결핍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정말 강한 첫째 딸이 되어서 가족을 지키고 싶어요. 아빠를 만족시키는 자랑스러운 딸도 되고 싶어요. 사회에 나가서 이런 마인드로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이런 멘탈과 마음으로는 가족도 제 인생도 오래 행복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여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더 읽을까요? 명상? 운동? 잠?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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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긴 사연 감사합니다. 꼼꼼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잦은 눈물 때문에 오랜 시간 고민을 해오셨군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분명 내 눈에서 내 눈물이 흐르고 있는데, 왜 흐르는 건지를 나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입니다. 뇌 속에 있는 눈물 스위치 같은 게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몸과 마음이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지경까지 빠져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고조된 감정의 한복판에서도, 그 순간이 지나가고 안정을 되찾은 다음에조차도 그렇게까지 북받쳐 올랐던 이유를 도저히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정신질환의 유무를 떠나서 아마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일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자님의 고민이 질문자님 말고도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긴 사연에 걸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여러 가지 상황을 자세히 정리해주셨습니다. 나름대로 상황과 맥락을 구분하고 분석하신 걸 보면 질문자님 스스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이해해보기 위해 분석하고 객관화하려는 노력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훌륭하다고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한 태도에서부터 좀 더 다른 나를 향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깃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이 흐르는 순간은 대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감정이란 대부분 슬픔인 경우가 많지만 분노, 수치, 기쁨, 안도 등 그 어떤 감정도 격해지면 눈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이 흐르는 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조절하기 어려운'과 '폭발'입니다.

주된 문제가 전자인 분이라면 평소에도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정조절이 어려움 또한 무척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만한 심적 에너지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부족할 때에- 즉 심적으로 무척 지쳐있거나 다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처리하느라고 갑작스러운 감정을 처리할만한 마음의 용량이 부족할 때에 우리는 조절되지 않는 감정이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또는 기술이 부족할 때에-효과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 예를 들어 안정적인 양육환경 속에서 감정을 건강히 소화시키는 방법을 보고자라지 못하나 경우에도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만약 주된 문제가 후자의 경우, 즉 감정의 폭발이라면 마음속에 언제든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늘 지니고 다니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조절하지 못해서 폭발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달리 감정 그 자체가 폭발하기 쉬운 경우도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어떤 강렬한 감정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다가 조그마한 틈이라도 나타나면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항상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 유독 취약한 상황을 가지고 있곤 합니다. 어린 시절, 혹은 과거에 중요한 사람과 겪었던 갈등이 마음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불덩어리로 남아 있지만, 너무나 괴로운 갈등이기에 그러한 것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억압시킨 채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해결되지 않은 불덩어리를 자극하는 방아쇠를 만나면 나도 모르고 있던 그 감정은 기다렸다는 듯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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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님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죄송하지만 질문 글에서 제가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짚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무척 자세히 사연을 정리해주셨지만, 무의식 속의 갈등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상담자와 오랜 기간 깊은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짧은 게시판 답변을 통해서는 제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팁과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그 팁이란, '패턴의 반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을 가능한 많이 열거해 본 뒤에, 각 상황을 가능한 자세히 풀어헤쳐 놓아서, '상황마다 반복되는 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전혀 다른 상황인 것처럼 보여도 만약 비슷한 패턴이 조금이라도 반복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무의식 속 매듭에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지름길을 찾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게시판 글로만 보았을 때 확인할 수 있는 패턴은 두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수치심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부끄러운 일, 분한 일, 그냥 갑자기, 이렇게 세 가지 상황으로 눈물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설명해주셨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안에서 분함과 분노를 불러일으킨 질문자님 내면의 핵심 감정은 수치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것은 글로만 읽은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설명해주신 성격-자존심이 강하고 지는 걸 너무 싫어한다는 성격과 이상하게 말이 세게 나간다는 특징 등에서도 반복되는 것은 수치심에 대한 '반동형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치심의 근본은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새겨진 '나는 부족해' '나는 결점이 있어' ‘나는 실패할 거야’ ‘나는 결함 있는 사람이야’라는 덫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의식적으로는 언제나 수치스러워하고 있는 상태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치심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상태로 마음속에서 꾹꾹 억압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의 결점이나 부족한 점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면 그것을 감추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2차 감정이 유발되곤 합니다. 나의 결점을 파헤치려고 한 상대방에 대한 격렬한 분노로 드러날 수도 있고, 과도하게 자신을 부풀리고 보호하기 위한 자존심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꾹꾹 억압시키고 분노와 자존심으로 간신히 가리고 있던 수치심이-즉 나의 부족함이 결국 드러나 버리고 난 상황이라면 그 눌려진 수치심은 '폭발'해버리고 말지도 모릅니다. 비록 나의 마음은 그 수치심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강렬한 폭발은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눈물에 대한 과도한 자책감'입니다. 제가 서두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영문 모를 눈물,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은 누구나 경험하곤 합니다. 또 눈물은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의 매듭을 해결해주는-일종의 정화작용(카타르시스)을 하기도 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패턴은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난 뒤에 질문자님께서 '또 눈물을 흘리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뭔가 문제가 있어'라는 생각에 더더욱 스스로 자책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첫 번째 패턴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마음속 깊은 곳의 수치심이 스스로의 눈물마저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있다는 증거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순간'으로서가 아닌, '나의 마음속 매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그저 눈물이 흐르는 순간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이기만 하셔도 그것으로 충분하고 말입니다.

근거가 부족한 추측과 해석으로 답변이 다소 장황해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가 질문자님에게 사실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복되는 문제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야 하고, 그 패턴이 담고 있는 무의식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글의 말미에 '정말 강한 첫째 딸이 되어서 가족을 지키고 싶다'라고 말씀 주셨습니다. 훌륭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노력하는 것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왜 그런 목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정말 강한 첫째 딸이 되어서 가족을 지킨다는 것이 나에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그렇지 못한다면 왜 나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와 같은 점들에 대한 해답도 찾아가실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즉, 내가 의식하고 있지 못한 어떤 것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눈물이 말해주고 있는 무언가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면담은 결국 나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질문자님의 마음에 새로운 계기가 찾아들 수 있기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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