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널뛰기를 방지하는 방법

수능 난이도 널뛰기를 방지하는 방법

올해는 비켜가는 듯했던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의 악몽이 또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수능 점수는 재작년에 전체 수험생 평균 27점 상승했다가 지난해에는 66.5점 하락해 널뛰기한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아 올해에는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와 재작년의 중간 수준으로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됐지만 7일 가채점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다음달 2일 최종 성적 발표를 지켜봐야 하지만 가채점 결과만으로도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난이도 혼란을 겪어야 하느냐”, “정말 난이도 맞추기가 이렇게 힘드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에는 난이도 조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출제위원단에 일선 고교 교사를 대거 포함시키고, 9월에는 모의평가까지 해 봤으며 출제지원 예산도 대폭 늘렸기 때문에 더더욱 교육당국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난이도 조절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고3 재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단군 이래 최저라던 지난해 고3보다 더 낮은 학력저하현상을 출제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출제당국은 “해마다 달라지는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을 고려해 문제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수능문제의 객관적인 난이도는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올해 수능은 문제는 지난해보다 쉬웠으나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이 예상보다 더 낮아 점수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승제 출제위원장(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도 “올해 수험생들 수준에서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문제 고유의 난이도를 측정해서 지난해보다 쉽게 낸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학력 저하 고려 안했나
7일 가채점 결과를 발표한 이종승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올해 재학생의 학력수준이 떨어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학생과 재수생의 학력 격차는 이미 지난 9월 3일 실시된 평가원의 모의평가 결과에서 뚜렷하게 드러나 올해 재학생이 단군 이래 최저학력이라던 지난해 재학생보다 더 저학력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모의평가에서 인문계는 재수생이 전체집단 기준 58.7점, 자연계는 72.1점이나 앞섰고, 상위 50%는 각각 22.7점, 28.9점 앞서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차이가 났었다.

실제로 이번 수능을 치른 직후 재수생들은 “지난해 수준이거나 좀 쉬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재학생들은 “모의평가보다도, 지난해 수능보다도 더 어려웠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현장교사를 대거 출제위원에 참여시키고 지난 9월에는 모의평가까지 실시해 가며 수험생 학력 수준 측정에 골몰했던 평가원이 수험생의 학력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탐 난이도 실패
가채점 결과 가장 점수 하락폭이 큰 영역은 사회탐구로 전체집단의 경우 인문계는 지난해 수능보다 4.4점, 자연계는 8.1점 떨어졌다.
상위 50% 집단도 인문계는 4.4점, 자연계는 8.8점 떨어져 총점 하락세의 주원인 중 하나가 바로 사탐 난이도 조절 실패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도 사탐과 과탐에서 3~6점씩 지난해 수능보다 하락해 이번 본 수능에서는 사탐과 과탐의 난이도가 집중적으로 조절될 것으로 추정됐으나 사탐은 난이도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모의평가때보다 오히려 점수가 더 떨어졌다.

평가원은 사탐이나 과탐의 성적 하락은 최근들어 대학들이 5개 영역 점수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인문계열 학과는 과탐을, 자연계열 학과는 사탐을 제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사탐과 과탐에 전력투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사탐의 경우 자연계 수험생의 점수하락폭이 인문계 수험생의 두 배에 달하는 채점 결과가 설명되지만 과탐은 비교적 적절하게 난이도가 조절된 것은 어떤 이유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출제체제 문제 없나
교육부와 평가원은 올해에는 평가원내에 수능을 전담 관리할 상시 기구를 설치했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연구인력 34명을 보강해 기출문항을 분석하고 새로운 문항유형을 개발, 관리했다.

심지어 출제위원에 현직 고교교사를 20%인 32명 참여시켰고 모든 시험영역 출제에 참여시켰다.
지난해에는 출제위원에 참여한 현직 교사가 7%인 10명뿐이었고 참여한 시험영역도 사회탐구.과학탐구와 제2외국어 영역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노력이었다.

또 난이도 조절을 위해 실제 수능과 똑같은 형식의 모의평가를 지난 9월 실시해 수험생들의 학력수준을 진단.분석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을 자격 기준으로만 삼고 비중을 점차 줄이겠다는 것이 여러 차례 공언된 교육당국의 의지인 만큼 어느 정도 난이도만 유지된다면 매년 수능 평균 점수 등락폭이 더 이상 문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수능점수를 발표할 때 원점수를 발표하지 않고 당해 수험생 중에서 자신의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표준점수만 발표하는 것이 난이도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는 2005학년도에나 도입될 예정이어서 내년에도 난이도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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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가채점한 결과 적게는 30~50점, 하위권의 경우 많게는 무려 60점 이상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으로 파악돼 수험생과 교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해는 그 전해보다 평균 27점이나 높아 혼란을 빚었던 수능이다. 학생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무책임한 널뛰기를 해도 되느냐고 학부모들이 울분을 토할 만하다.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현재의 고3생은 국민의 정부가 교육개혁을 한다며 바꾼 새 대입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수험생들이다. ‘한가지의 특기만 가지면 대학을 갈 수 있다’며 경시대회에 매달리는가 하면 보충수업을 폐지하고 모의고사 응시횟수도 제한해가며 쉬운 시험에 익숙해져 전보다 학력이 대폭 낮아진 학생들이다. 수능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등급제로 바꾼 뒤 처음 치른 수능이 오히려 비중을 높인 꼴이 돼버렸으니 수험생들은 어이가 없을 것이다.

널뛰기 수능은 교육당국이 기준과 원칙을 견지하지 못한 데서 온 필연적 산물이다. 해마다 수능의 난이도를 낮춰온 교육당국은 특히 새 대입제도에서는 수능이 등급제로 변하고 자격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쉬운 수능’이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쉬운 수능의 기본줄기는 유지했어야 옳다. 지난 3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을 평균 36점 이상 낮아지도록 어렵게 출제하겠다고 밝혔을 때 우리는 ‘어려운 수능’이 몰고올 부작용을 경고한 바 있다. 새 대입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교육비의 증가를 불러오고 공교육의 정상화에 역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려워진 수능은 지난해 수능이 쉬워 상위권 점수대가 기형적으로 많아진 데 대한 반작용이자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변별력을 문제삼아 수능Ⅱ의 도입을 주장한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점수가 정상분포를 이룰 수 있도록 배점 등만 조정해도 될 것을 터무니없이 어렵게 출제함으로써 또다시 기형적 분포를 낳고 말았다. 난이도 조정을 위해 검토위원 등에 일선교사를 늘린다고 했지만 일부 과목에 10명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실패는 예고된 것이다. 고달픈 수험생들을 더 이상 모르모트로 삼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예측 가능한 수능’ 준비에 나섰으면 한다.

이번 수능시험은 수험생의 변별력 확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로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애초 설정했던 난이도 목표에는 크게 어긋났다. 때문에 수능시험 출제방식 등에 근본적인 개선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난이도 조절 실패=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초 200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위 50%집단의 수능평균점수가 전년 대비 17~37점 낮아지는 수준에서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문제를 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수능시험 성적 채점결과 상위 50% 집단의 평균점수가 66.8점이나 하락했으니 이런 목표는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26.8점이나 올라 '너무 쉬운 수능'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너무 어려운 수능'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에는 주로 1교시 언어영역의 난이도 조절실패로 전체 평균점수가 크게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언어, 수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평균점수가 하락했다. 언어영역의 경우 지난해 79.7점에서 올해는 56.4점으로 무려 23.3점이나 떨어졌다.

이처럼 난이도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자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총점평균이나 총점누적분포 등을 아예 발표하지 않는 등 파장 확산을 막는 데 급급했다.

<> 대책=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이 해마다 실패하고 평균 점수가 널뛰기를 거듭함에 따라 수능시험 적정 난이도 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게 됐다. 때문에 교육과정평가원도 나름대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안에 상설 출제기구를 구성하고, 출제위원에 고등학교 교원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등의 계획이 담겨 있다. 해마다 수능시험 출제위원이 바뀌어 안정적인 난이도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상설 출제기구에는 교육평가를 전공한 전문가를 다수 배치해 양질의 문항개발과 평가방법 연구를 전담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새로운 유형의 문항을 개발해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난이도 조절에 활용함은 물론 고등학교의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지금까지 원칙적으로 모의고사를 금지해온 교육부의 기존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차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