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연봉 3 억 - hoegyesa yeonbong 3 eog

극한직업의 상징 회계사
더 `귀하신 몸` 됐다는데

자격증만 따면 취업걱정 NO
회계법인 취업률 사실상 100%
빅4, 작년에만 1165명 채용

회계사 위상 확 높아져
新외감법 도입으로 역할 늘어
빅테크·사모펀드로 이직 활발

직업만족도요? 평균 78점
입사 6년차만 돼도 연봉 1억
수평적인 업무 분위기도 장점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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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높은 연봉에 이직은 선택. '워라밸'도 개선 중. 직업 만족도는 평균 78점."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직업에 대한 평가가 단기간에 이처럼 바뀐 경우도 드물 것이다. 회계사 얘기다. 야근은 일상이고, 업무가 몰리는 '비지(Busy) 시즌'에는 심신이 갈려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기로 악명이 높았지만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 찾는 곳이 많아지면서 몸값도 치솟았다. 대리급도 연봉 1억원은 기본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 시행이다. 신외감법 시행으로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감사 시간이 늘어났고, 과거처럼 시간에 쫓겨 일을 하지 않게 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으로 회계법인 이외 회사로의 진출도 용이해졌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대형 회계법인들에 몰렸던 일거리가 중소 회계법인에도 분배되는 '낙수효과'도 생겨났다.

여기에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재계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경영·세무 자문 등 먹거리도 늘어났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기업 수가 증가하진 않았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되면서 투입 시간 증가로 감사 보수가 올라갔다"며 "사모펀드(PEF)나 빅테크·유니콘 기업으로의 이직도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연스레 회계사 수요는 높아졌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계사들도 '귀하신 몸'이 됐다. 회계사 개개인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직업 만족도도 올라갔다. 매일경제가 만나본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평균 직업 만족도 78점은 이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중소 회계법인에 재직 중인 6년 차 회계사 권 모씨는 "(기업 투명성 등에 일조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보수도 만족스러운 수준이고, 회계사에 대한 사회 인식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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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이어 "개인적으로 직업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0점"이라며 "100점이 아닌 것은 여전히 업무 강도가 센 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회계법인에 재직할 당시에는 매일 야근을 하고 택시로 퇴근할 정도였다"며 "다만 이런 요소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회계법인 2년 차인 김 모씨 역시 직업 만족도에 대해 80점을 줬다. 그는 "한 해에 2~3개월인 비지 시즌의 워라밸은 좋지 못하지만 그 외 시기는 야근이 잦지 않고 보수 또한 많이 올라서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처럼 최근 회계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업무 강도 완화와 더불어 급여 상승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입 회계사의 연봉은 6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만 해도 대형 회계법인 입사 6년 차(매니저 1년 차) 기본 연봉은 8000만원대 초중반 수준이었지만, 최근은 인력난으로 1억원을 웃도는 분위기다. '대리급만 돼도 연봉 1억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성과급을 더하면 연봉은 더욱 뛰게 된다.

청년실업을 이겨내는 직업군이라는 점도 높은 직업 만족도에 기여한다. 공인회계사 시험에만 합격하면 회계법인 취업은 '따 놓은 당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은 1100명이었는데, 상위 대형 회계법인 4곳의 채용 인원은 1165명이었다. 신입 선발 인원보다 대형 회계법인에 취업한 인원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B회계법인 관계자는 "전년도 합격자 중 미졸업 인원 등을 채용해서 해당 연도 선발 인원보다 채용 인원이 많은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수가 많지는 않은 만큼 사실상 해당 연도 합격자 모두를 회계법인들이 채용해 간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신입 채용 규모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형 회계법인 5년 차인 정 모씨는 "(회계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며 "문과 출신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격증 중에 공인회계사(CPA)만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공인회계사 자격증은 취업난에서 '문과 최후의 보루'라는 평이 공공연하게 돌기도 한다. 이에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자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치러진 제57회 공인회계사 제1차 시험 지원자 수는 1만5413명이었다. 이는 전년도(1만3458명)보다 14.5% 증가한 것이다. 올해 1차 시험 지원자는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회계사가 귀하신 몸이 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확장성이다. M&A 시장 활성화, 빅테크·유니콘 기업의 등장으로 회계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자 회계사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도 덩달아 많아졌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호황을 구가했던 금융권과 PEF, 벤처캐피털(VC) 등으로의 이직도 활발한 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M&A 업계에서 기업가치 평가와 경영 자문에 관한 노하우 등을 지닌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외국어에 능통한 주요 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라면 몸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기관 리스크 컨설팅과 ESG경영 등 자문 영역도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M&A를 비롯한 다양한 자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매년 20% 이상 성장 중이다. 이로 인해 전문인력, 특히 회계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회계법인 8년 차인 조 모씨는 "회계사의 장점은 능력만 있다면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이직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을 보면 최근 증권사로의 이직 사례가 많다"며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 공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계 업계의 업무 스타일도 점차 바뀌는 추세다. 신입 회계사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MZ(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늘어난 결과다. MZ세대가 공정성·효율성에 가치를 두는 만큼 성과 보상과 부담이 작은 업무 스타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D회계법인 관계자는 "도서관형, 칸막이형, 카페형 등 선호하는 업무 형태를 모두 갖춘 스마트 오피스를 회사 내 2개 층에 마련해뒀고, 이런 형태를 전사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2년 전부터 복장 자율화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회계법인 관계자는 "수평적 분위기를 위해 대표이사가 구성원들에게 법인의 향후 전략 방향 등에 대해 직접 발표하는 '라이브 채팅'을 실시하고 있다. 매회 평균 600~800명의 임직원이 참여한다"며 "스트레스가 많은 전문직 특성을 고려해 누구나 익명으로 연 6회가량 전문 기관에서 상담받을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환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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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계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예요. 중견회계법인이 15년차 회계사를 연봉 2억원 이상 주고 영입한 사례도 있어요.”(IB업계 관계자)

회계 업계의 ‘구인난’이 점입가경이다.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으로 회계 업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일반 기업, 금융회사,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까지 회계사들을 경쟁적으로 채용하면서다. 5년차 ‘주니어’ 회계사의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등 몸값이 나날이 뛰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하기로 했다. 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등 ‘빅4’ 회계법인은 “기업으로 이직했다가 돌아오는 경력직도 와주기만 하면 대환영”이라며 ‘외도’했던 회계사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 기업·IB 업계도 ‘러브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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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인력난은 2018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에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이 시행되면서 회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감사에 투입된 회계사 수는 2017년 114명에서 지난해 175명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2017년 57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8명에서 80명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다 일반 기업들이 회계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으로 영입하면서 인력 쟁탈전이 심해졌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PEF 운용사, 투자은행(IB) 등도 경쟁사다. 한 PEF 관계자는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핵심인 PEF의 특성상 회계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견 법인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삼덕·대주·신한 등 중견 법인들은 지난해부터 ‘빅4’ 수준의 연봉과 추가 성과급을 경력직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력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A보험사에 CFO로 갔던 15년 경력의 한 회계사는 최근 중견 회계법인에 ‘연봉 2억원+알파’를 조건으로 입사했다. B카드사에서 근무하던 5년차 회계사는 C회계법인에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고 들어갔다. C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으로 이직해도 언제든 다시 회계법인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MZ세대 신입 회계사도 ‘모셔오기’

신입 회계사들도 수혜자다. 삼정KPMG는 올해 390명의 신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7년 연속으로 신입 회계사를 가장 많이 고용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19년에는 433명이나 뽑았고 2020년 271명, 지난해 390명 등 매년 300~400명을 새로 채용한다. 삼일PwC도 지난해 385명을 뽑은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신입 공개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EY한영과 딜로이트안진도 올해 감사 부문에서만 각각 250여 명을 뽑기로 한 걸 감안하면 ‘빅4’에서만 1300명이 넘는 회계사를 새로 채용할 전망이다.

회계법인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당근’도 마련하고 있다. 유연근로제, 스마트오피스, 복장 자율화 등은 기본이다. 삼일PwC는 감사로 바쁜 시기가 끝나면 일했던 시간만큼 쉴 수 있는 ‘리프레시’ 제도를 도입했다. 삼정KPMG는 입사 후 글로벌 엘리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3년 동안 스스로 학습 과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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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