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능력없음 기준 - geunloneunglyeog-eobs-eum gi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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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누리집에 오른 ‘근로 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2009-243(근로 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의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고시에서 말하는 ‘근로 능력 판단 기준’은 국민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판별하는 기준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질병·부상으로 인해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으려면 의료기관에서 받은 근로능력 평가용 진단서를 제출하면 되었다. 그러나 올 1월 1일부터는 기초 생활 수급자가 근로 능력이 없는 자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내는 것 외에 시군구청 담당 공무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다.

‘환상적’ 근로 능력 평가 기준

그런데 이 공무원에게 맡겨진 ‘평가 항목과 기준’이 문제다. 평가항목은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코올중독, 취업 가능성, 외모 관리, 집중력, 자신감, 자기통제, 대처 능력, 동시 업무 수행 능력 등 모두 10가지다. 항목마다 0~4점의 점수를 부여하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근로 능력이 없는 걸로 인정받는 구조다.

문제는 이 기준들이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객관적 수치를 매길 수 없는 지극히 주관적 평가항목이 수두룩하다. ‘집중력’ 항목이나 ‘자신감’ 항목의 경우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 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형식이다. 특히 ‘외모 관리’ 항목의 경우는 이게 온전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싶을 정도다.

·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0점)
· 철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옷이 늘 더럽다.(1점)
·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늘 같은 옷을 입는다.(2점)
· 외모 관리가 어딘지 어설프다.(3점)
· 외모 관리를 잘하고, 옷을 단정히 입는다.(4점)

언뜻 보면 외모 관리를 잘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했듯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점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반대로 점수가 높아서 근로 능력이 ‘있다’라고 인정되면 일을 해야 기초생활 급여가 지급되고, 의료급여도 2종으로 분류돼 진료비 부담이 커진다.

당연히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정받기 위해서는 ‘혐오감’을 주거나 ‘냄새’가 나야만 유리하다. 이게 ‘법대로’를 외치면서 힘없는 사람에게 종주먹이나 들이대고 정작 자신들은 법을 무슨 장식처럼 여기는 잘난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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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능력 평가항목별 기준.  보건복지부 ‘근로능력 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 중에서

외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것은 ‘편견의 제도화’일 뿐

자신이 원하는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더러운 옷을 입고 심한 냄새를 피우고 남에게 혐오감을 주어야 한다고 이 기준은 주장한다. 동정받아 마땅하게 ‘더럽고 냄새나는 것’이 근로 능력 부재의 증거다? 인권단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다. 이 기준에는 국민을 대상화하고 자신들의 업무 집행을 무슨 ‘시혜(施惠)’처럼 바라보는 뒤틀린 시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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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이 되는 평생 친구라고? 정말?

이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 강변하고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라면서 경기 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경기도 의회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 경기도 의회의 지엄하신 의원들이 무상급식이 ‘기본적이고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나 보건복지가족부의 담당자들이 기초 생활 수급자에 대한 급여지원이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거기가 거기’인 것이다.

무료급식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드러내 놓고 ‘대상자’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마찬가지로 ‘근로 능력 부재’를 증명받기 위해서 외모를 ‘관리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복지부의 고시는 비인격적이고 비인간적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은 ‘외모와 행동’에서 부정적 모습을 보이리라는 잘못된 ‘편견의 제도화’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누리집의 시정 구호는 ‘힘이 되는 평생 친구’다. 그러나 평생 친구는 결코 친구의 외모나 행동만으로 그의 삶을 규정하지 않는다. 편견에 바탕을 둔 자의적 평가 기준으로, 스스로 ‘자신의 근로 능력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친구를 절대 능멸하지 않는다.

2010. 1. 5. 낮달

근로능력평가 간소화로 기초수급자 2만 6,000명 평가 불편 해소
- ‘영구고착 질환’을 신설하여 의학적 평가를 면제하는 등 평가제도 개선 -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12월 31일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이하 “기초수급자”)에 대한 근로능력평가 절차 간소화 방안을 포함한「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고시 개정의 취지는 기존 근로능력평가 절차의 효율성을 점검하여 간소화함으로써 기초수급자들에게 반복 평가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고시 일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구고착 질환 신설) 의학적으로 호전 가능성이 없는 ‘절단’ 등 10개 상병을 ‘영구고착 질환’으로 선정하여, 평가 신청자가 해당 질환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을 경우 다음 평가 시부터 의학적 평가를 면제받는다.

①절단, ②변형, ③다리길이 차이, ④인공관절 치환술, ⑤척추고정, ⑥척추변형, ⑦무안구증·각막문신, ⑧장기이식, ⑨위루·장루·요루, ⑩전절제술

* 연간 3,000여 명 수혜, 사회적 비용 1억 원 절감

☞ 사례 : 기초생활수급자인 홍길동님은 2013년 당뇨성 발로 인해 엄지발가락을 절단하였고 의학적 상태의 변동이 없음에도 2년마다 근로능력평가를 받기 위해 동일한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했으나, 영구고착질환으로 인정될 경우 의학적 평가를 면제받는다.


(장애인등록심사 자료 활용)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등록심사를 받은 이력이 있는 등록장애인의 경우 이미 제출된 서류만으로 근로 능력 의학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진단서 등 구비서류 중복제출 부담을 줄인다.
* 예상 기대효과 : 연간 6,000여 명 수혜, 사회적 비용 2억 1,000만 원 절감

☞ 사례 : 전우치님은 2019년 허리뼈 압박 골절로 유합술을 시행하였고 척추장애로 ‘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평가를 위해 장애인등록 심사자료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진단서 등을 공단에 또 제출해야 했다.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기존에 등록했던 장애심사자료를 활용할 경우 이러한 불편 사례는 사라지게 된다.


(장애유형 세분화) 장애인복지법상 ‘모든’ 등록 장애인은 동일한 장애를 이유로 근로능력평가를 신청하여 의학적 평가 결과 2~4단계 및 `근로능력 없음`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장애가 유지되는 동안 근로능력평가를 유예받을 수 있도록 장애 유형을 추가・보완한다.
* 예상 기대효과 : 연간 3,000여 명 수혜, 사회적 비용 1억 1,000만 원 절감

☞ 사례 : 기초수급자 김삿갓님은 2011년 뇌출혈로 인한 언어장애(심하지 않은 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언어장애에 대한 평가유예 기준이 없어 근로능력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고시 개정으로 인해 전씨는 장애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근로능력 평가를 유예받을 수 있게 된다.

(평가 유효기간 간소화) 기존 평가 유효기간이 평가 신청유형(신규평가, 정기평가 등)에 따라 평가 주기가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환의 경중’만으로 근로능력평가 주기가 결정되도록 개선한다.
* 예상 기대효과 : 연간 1만 3,000여 명 수혜, 사회적 비용 4억 5,000만 원 절감

☞ 사례 : 당뇨병 환자인 기초수급자 심청이님은 2년마다 근로능력평가를 받아왔으나, 근로능력평가를 늦게 신청했다는 이유로 평가 유효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어 1년 후 다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번 개정으로 신청유형에 따라 평가 유효기간이 달라지는 문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또한 모호하고 어려운 의학적 평가 기준 및 용어를 정비하여 의미를 명확히 한다. (예시: 경추부 → 목뼈부, 흉·요추 → 등·허리)

보건복지부 김혜인 자립지원과장은 “이번 근로능력평가 간소화를 통해 매년 기초수급자 2만 6,000여 명의 평가 불편을 해소하고 구비서류 발급에 따른 사회적 비용 약 8억 7,000만 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영구고착질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기초수급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붙임> 1. 근로능력평가 간소화 내용
2.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평가제도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