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프로그래머 현실 - aeb peulogeulaemeo hyeonsil

지난 화요일, 모바일 앱 어워드 시상식을 겸한 모바일 앱 세미나가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앞서 잠깐 소개했던 대로 모바일 앱 어워드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있는 모든 개발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도록 가치있는 앱을 찾아내기 위한 작은 활동이었는데요. 그 모바일 앱을 만들었거나 앞으로 앞으로 개발자의 꿈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로 행사로 올해 활동을 마무리했던 것입니다.

개발자가 주인공인 행사에서 첫 무대를 연 것은 지금 가장 활발하게 각 플랫폼 별로 모바일 앱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세 명의 개발자였습니다. 안드로이드의 박성서 님, iOS의 이일희 님, 윈도폰 7의 박현철 님이 단상에서 각 영역에서 보는 플랫폼과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곽동수 님의 노련한 사회로 진행된 세 개발자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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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곽동수, 박성서, 이일희, 박현철
왜 서로 다른 OS를 골랐나?

일희 : 블로거로 오래 활동하면서 수많은 디지털 장치들을 만져봤다. 그 많은 제품 중 맥에서 키노트를 발표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상당부분 해소되더라. 그 때 애플이 주는 그 매력에 빠져 iOS 개발을 시작했다.

성서 : 뭐, 일단 다른 플랫폼에서 개발을 시작하면 뒤쳐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막 나오기 시작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기 시작한 거다. 그 땐 모든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상황이었고, 그 때 시작하면 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으니까…

현철 : 오늘 온 사람들 가운데 PC쪽 앱 개발자가 많을 텐데, 그걸 그대로 모바일에서 개발할 수 있는 게 장점 아니겠나? 나도 원래 PC 개발자다. PC는 앱 개발은 쉽지만, 스마트폰에 개발하는 건 매우 즐겁더라. 솔직히 돈이 되는 다른 플랫폼에 가고 싶었는데, 윈도폰 7을 기다렸다가 준비 중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없는 강력한 장점이라면, MS가 지고 들어갈 기업은 아니지 않냐.

(사실 MS는 이미 많이 지고 있지 않냐…. 고 사회자가 살짝 꼬집음~ -.ㅡㅋ)

돈 어떻게 벌고 있나?

성서 :  내가 만든 컬러노트는 유료인 어썸 노트와 비교해 많이 다운로드할 것은 아닌 앱이다. 팔아서 돈을 버는 모델이 아니라는 것. 다만 노트앱을 기반으로 웹으로 확장할 거다. 다른 수익원도 고민중이고. 부가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있지만 웹서비스를 진출하기 위해 앱을 만들었을 뿐이다.
(참고로 어썸 노트는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노트 앱 중 하나다.)

일희 : 요즘 윈도모바일쪽 일은 거의 없고. 안드로이드와 iOS를 같이 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료 앱으로 이름 알리고 SI 작업으로 비용을 확보해 인력을 늘리고 웹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것저것 돈만 좇아 갈팡질팡하다보면 유지만 되고 발전은 못하는 듯 싶다.

돈이 안되면 개발자를 안할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건데, 지금 개발자의 길은 걸을만한가?

성서 :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SI에 시달리지 않는 현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희 :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좋아진 것 같다. 이렇게 좋아진 판매 시장을 만난 게 아마 세번 째일 거다. 웹 2.0 시대 이후로는 두 번째인데, 지금이 가장 강한 시장이다. 개발자는 별로 없고 수요는 많고, 그래서 거품이 많이 꼈다. 요즘 거품먹고 살고 있다. ^^

현철 : 일이 많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개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요즘은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 개발이란 게 말 그대로 찍어내는 것일 뿐 창의적인 게 아니다. 적당한 여유기간을 갖고 만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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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가는 게 후회스러울 때가 많을 텐데, ‘욱’할 때 있었나?

현철 :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있으므로 나는 프로그래머보다 ‘개발자’라는 단어가 좋다. 돈 못벌어도 즐겁다. 아마 결혼 안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성서: 외국 개발자들 솔직히 부럽다. 이런저런 지원 다 받으면서 개발하니까. 나는 그게 되지 않아 회사 그만두면서 절대 취직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회사 안들어가고 열심히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

일희 :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대중과 생각이 다른 게 많다. 정말 창의적인 걸 만들 때까지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럴 땐 실무가 도움이 된다. 지금 시장 힘들다. 하루에 두 시간 잠잘 수 없을 때도 있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르고 지나갈 때도 많다. 예전에는 밤을 새더라도 보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일을 하면 보상이 있는 일을 한다. 시장은 좋아지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로또 맞은 대박 개발자가 등장하고 등떠밀려서 뛰어드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 기성 개발자들로서 할 말 있다면?

일희 : 요즘 힘들다. 3월까지만 해도 쉬웠다.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강남에서 속성 6개월 과정 수료하는 이들이 나올 때가 됐다. 그들이 단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상장사 정도는 억대를 불렀는데, 이제 억대는 없다. 이제 모임 좀 만들어서 가격좀 안내리게…담합은 좀 그렇고 여기 모인 분들끼리 화합 좀 안될까? ^^;

성서 : 개발자의 수요는 늘고 대우도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1인 개발자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혼자서 창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점점 줄고 있는 거다. 그런 이유를 선배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걸 잘 모르니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현철 : 꿈을 갖고 시작해도 현실에 좌절해선 안된다. 모바일 앱 시장은 전쟁이다. 너무 과열되어 있는 데다 자기가 개발한 앱은 로또 맞는 것보다 어렵다. 내가 만든 앱이 성공할 거라는 과신은 분명 실패한다. 소비자의 패턴을 파악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자기가 만든 앱이 소비자를 끌어들여 판매로 이끌 수 있다. 1회성에서 멈추지 말고 웹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상황을 보면 여의치 않다. 유료로 돈내고 샀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그냥 준다고 하더라. 이율배반자적 시장에서 개발자 시장만 커지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나?

현철 : 저도 어둠의 루트를 많이 이용했는데, 직접 만들어팔아보니 그 생각이 바뀌더라.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마켓이 확장되면 그 시장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 무턱대고 싼 거만 찾지만 않았음 한다.

성서 : 개발자들이 소비자에게 무조건 사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고, 나도 그런 거에 호소할 생각 없다. 무엇보다 개발자들은 다른 앱을 많이 써봐야 하는 데 어떻게 다 사서 쓰나? 초기 안드로이드 유료 마켓에서 다운로드할 것도 거의 없었고, 결국 불법 다운로드 밖에 할 수 없지 않았나? 이건 구글도 방조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DRM 관리 기술이 들어오고 있으니 점점 더 불법 복제는 어려워질 것이다. 어차피 자정될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

일희 : 이쯤에서 음반 시장을 볼 필요 있다. 음원 공유에서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는 비율을 보면 DRM을 포기하고 합법적인 사용자를 더 편하게 대우하는 시장을 보면서 구입비율이 오히려 올라갔다. 합법적인 사용자가 더 불편한 것을 없애고 좀더 쉽게 쓸 수 있게 해주면 환경을 구성해 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7~8년 이후 모바일 앱 시장의 불이 꺼지고 나면 IT 버블처럼 침체되지 않을까?

일희 : 아마 그 때가 되면 지금 고속도로에 붙어 있는 웹 개발 3만원 같은 광고가 붙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거품은 꺼질 것이다. 단지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고 다음에 내가 무언가를 할 기반을 닦는다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게 더 좋다.

여기 온 사람들은 수익 모델에 대한 기대가 클텐데…

일희 : 초기 시장은 자기 역량을 알리는 실무적인 일들을 할 필요있다. 어느 정도 그 작업을 한 뒤에 다음 시장을 보는 게 좋다. 곧바로 2차 시장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1차 포트폴리오가 다른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면 그 안에서 쌓이는 수익을 이용해 2차 모델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성서 : 모바일은 웹이나 그런 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곧 모바일 결제도 폰 안에 들어올 거다. 스마트폰에 들어오면 또 다른 환경이 들어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료 앱이 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가치로 돌아올 지 계산해보면 여러 가능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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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개발 중인 플랫폼의 장점은 무엇인가?

성서 :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대세다. 나 말고 여기 있는 두 사람도 다 개발하고 있지 않나? ^^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OS가 6개월에 한번씩 업데이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대표적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안드로이드를 따라올 수 있는 속도감 있는 플랫폼은 없다. 안드로이드는 솔직히 짜증나지만 잘될 수밖에 없다.

현철 : 윈도폰 7은 말하나마나 2011년 기대 플랫폼이다. 내년이면 아이패드와 윈도폰 7이 주도하지 않을까? 윈도폰7의 개발 시장이나 마켓 플레이스를 통한 확장을 기대해도 좋다. 따지고 보면 안드로이드 폰의 개발 시장은 이미 포화 직전이다. 윈도폰7은 이제 시작이잖나~ 그러니 개발자들에게 오히려 시장성은 더 좋을 것이다. 더구나 가장 친숙하게 개발했던 언어로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희 : 윈도폰7이 대세가 될 거라는 이야기는 일단 윈도폰 7이 나온 뒤에 하자. ^^ 그런데 이전 PC 개발자들이 쉽게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건 한마디로 블루오션이 금세 레드 오션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개발자들이 우루루 쏟아져 들어오면 금세 포화된다는 말이다. 분명 단말기 대수로는 안드로이드가 훨씬 많겠지만 안드로이드는 개발툴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하는 것도 있다. 더구나 안드로이드는 프리미엄 폰은 되기 힘들다. 효도폰 같은 피처폰 시장이나 노리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iOS는 트렌디한 시장에 최적화되어 있고, 그쪽 앱을 만들면 매우 감각적인 개발자로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

이제야 개발자 대담 답게 불이 붙고 있는데, 시간 다 됐다. 선배 개발자로서 오늘 세미나에 대해 한마디씩 해달라.

현철 : 어떤 상황에서도 즐기면 된다. 그저 재밌게 즐기길 바란다. 오늘은 놀러왔다고 생각하고 즐기자.

일희 : 새로운 다짐이나 아이디어는 강연하는 사람에게 얻는 경우가 드물다. 오늘은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시장상황을 파악하는 요소를 찾으면서 세미나를 즐겼으면 한다.

성서 : 아까 안드로이드 개발툴을 만들어 써야 한다고 했는데, 이미 개발된 거 많이 나온다. -.ㅡㅋ 개발자들에게 기회는 많지만 전세계적으로 모두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좀 유리한 부분이 있으니 그 점을 잘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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