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왜 왔니 영화 다운로드

그의 따스함은 내 둥지가 됐다.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내 스물둘 생일에 이렇게 처참한 꼴로 시골 흙바닥에 내팽겨져있을지. 스무 살에 처음 사귄 남자친구 이현웅.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고, 더군다나 태어난 순간 그 이후부터 남자에 대한 기억이라곤 좋을 수 없었던 내 인생이 그를 밀어냈지만 끊임없이 표현해줬고 그의 다정함에 속아 연애를 시작했다. 가부장적인 남자가 가장인 집에 태어났고...

(스포일러 많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주의!)

킬링타임,,할까하고, 가벼워보이는 DVD를 봤다

하지만, 의외로 여러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한 영화, 마냥 가벼히 느껴지지 않았다.

0. 스릴러물? Oh~No

어느 달밝은 겨울밤, 한 여성이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다.  형사들은 그녀의 소지품을 조사하고, 가지고 있던 우편물 다발의 수신자의 집에 찾아간다.

주소지에서 경찰을 맞는 건 초췌한 몰골의 사내, 경찰임을 밝히자, 남자는 다짜고짜 도주하고, 경찰은 그를 긴박하게 뒤쫓는다

시작은 영화는 범죄스릴러물같지만, NO.  전혀 아니다.

1. 소외된 이들끼리 서로를 바라보기

영화는 2명의 소외된 자 (looser)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업자 병희(박희순 분)는,

아내의 사고사에 대한 자책, 한편 그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싼 아내의 배신 징후 등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만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수강(강혜정 분)은

어릴적부터 고아로 살며 가난과 왕따에 시달리다가, 잠시 잠깐 자신을 바라봐준 남자애를 무작정 뒤쫓다가 노숙자로 전전한다

둘은 만난다. 병희는 또 다시 자살하려던, 수강은 집착하는 남자를 병희의 집 창문으로 관찰하려 병희의 집에 몰래들어온 순간에.

기묘한 동거가 계속되면서, 둘은 서로의 상처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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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수강과 은둔자 병희>

2. 소외된 자의 소통 포기.  포기하지 않는 소외자들은 따돌림을 당할 뿐

병희는 아내의 죽음, 그리고 암시된 배신에 세상과 교류할 힘을 잃고 스스로를 은폐해버렸다.  세상과의 소통을 포기한 것이다.

수강은 방식이 다를 뿐, 스스로를 폐기한 바 없건만, 가난,외톨이,과잉된 개성으로 인해 세상이 그를 따돌렸다.  잠시 자신을 바라봐준 여린 연인도 떠나버렸다.   연인을 쫓으려 했더니, 세상은 그를 이단으로 척결한다.  (주거침입, 폭행, 미성년자추행 등등)

병희의 소통포기는 자신의 소외로 인한 선택이지만, 수강에겐 '다름'으로 인한 강요된 단절이다.

하지만, 수강은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신이 연인을 계속 집착하면 언젠가 보상받을거라 스스로를 속인다.

결국, 수강이 현실을 자각하는 것은 자신이 스토킹하던 연인('빅뱅'의 승리!)를 방화 자살시도로 부터 구출해, 한숨 돌린 때, 자신의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상처투성이인 손발로 대변되는 처지를 바라보고 흐느낄때다.

그 울음을 병희는 묵묵히 듣는다.  상처의 방향은 다르지만 그 아픔은 자신과 유사한 동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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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없이 지저분한 수강을 씻겨주는 병희, 미묘하지만 이 시점의 이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선택한, 또는 강요당한 소외자들끼리 공감이고, 상처핥기이지>

3. 소통마저 어려운 인간들에게, 도대체 사랑이란?

병희와 수강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조차 단절당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찌 남녀로서 서로를, 혹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이 집착으로 강박되어, 이젠 연인(승리)를 죽이려 하는 수강에게 병희는 말한다.

"나는 남을 사랑하길, 너는 남에게 사랑받기 그른 사람이야, 서로를 사랑하는 것?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기적이야"

그럴까? 아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기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사랑받는 것, 그것을 지켜받는 것은 사회적 권력-재력이 있건말건, 그건 작은 기적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수천가지다"

이것은 사람들간에 사랑으로 유지되는 관계란, 뭐 천가지 요인 중 한가지라도 빠져서는 아니되기에, 부실한 사랑은 그 한가지가 빠진 양태대로 수 천가지일수밖에 없다는 반증이다.

그렇게 수강은 자신의 소박한 바람이 사실은 '기적'이라는 암담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집착을 놓는다.

4. 새 사랑의 기대, 그러나 덧없는 촛불

덧없음을 느끼고 다 놔버린 다음, 수강은 같은 아픔으로 묵묵히 자신을 봐준 병희를 '마음 속의 애인'으로 설정한다.

그리도 또 '관찰하기'놀이를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나름의 의식을 시도한다.

그래서, 옛 사랑이 시작되었던 고향으로 돌아가, 작별과 새출발을 고하려는 '고통에 대한 송별회' 도중 죽는다.

빈집,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작은 촛불을 응시하다가, 따뜻한 방안을 떠올리며 웃으며 죽는 수강의 모습은 분명, '성냥팔이 소녀'동화에 대한 오마쥬다.

('성냥팔이 소녀'가 이 시대에 존재하고, 그것이 영화 속에서 하나도 억지같지 않은 GNP 2만달러의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디쯤일까?)

5. '그냥 날 봐줘',,, 쉬운 듯, 하지만 전혀 쉽지 않는 바람들의 단절

그렇게 이젠 병희만 남는다.  첫 기묘한 동거 시작무렵 병희의 '저 제가 뭐 도와들릴 것 없나요'라는 주저주저 질문에 대해 , 수강은 '그냥 날봐줘, 그게 날 돕는거야'라고 심드렁 말하지만,

그건 수강의 일생 내내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아무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경원시, 외면하기만 상처를 치유받고자 하는 바람

하지만, 그 바람은 병희와 새로운 관계의 시작으로 뭔가 이루어질수도 있을 듯 기대되는 그 시점에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병희는 수강의 변사체 사진을 처음엔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허탈해 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병희의 꿈 속에 수강이 나타나는 환상으로 다소 보상을 준다.  여전히 삶을 기피하고자 하는 병희에게, '잘 좀 살아!'라며 질타하며, "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 그리고,,,"라며 알듯 모르듯한 웃음과 누구나 다음 말을 상상할 수 있는 웃음을 마무리 선물로 주며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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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에 생략된 말,, 저건 누가 봐도 "사랑해"겠지,,^^>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강제종결되버리는 것이 인생,,,이라고 결론 짓기엔 너무 슬프다는 것일까??  그래, 그렇게 믿어야지 살아가는 힘이 되는 거지, 부박한 현실이라도 끝까지 놔선 안되며,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이루기 힘든 기적이래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믿고 살아야지.  그것이 인생 아니겠어? (C`est la vie!-세라비-이것이 인생이다.)

PS. 영화 속 경찰에 대해 한 마디,  경찰식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변사 사건 경과 조사'다. 

수강의 사체를 발견한 경찰이 사망경과를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병희의 진술로 얼개가 짜지는 식,

그래서 병희가 감상에 급 휩싸여 이야기를 확대해갈 때, 종로서 김형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봐, 내가 형씨 말하는 동안에 미안한데, 사건에 관계된 이야기만 하지?'라고 뚱하게 한마디 한다

하지만, 결국 병희가 수강의 혼자 마음을 알게 되는 때는

경찰이 수강이 모아온 병희의 우편물이나, 과거 노트들을 모아서 일부러, '이거 아무래도 형씨것 같아서'라고 쑥스럽게 전해주는 순간이다.

그리고, 수강이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려라다, 죽음을 맞는 마지막 여행길의 여적도 경찰의 드라이한 조사-그러나, 아무도 그다지 알고 싶진 않았던 경찰의 업무로서 파악-을 통해서 전해듣고, 수강의 마지막 길을 되짚어 걷는다.

이런 순간, 경찰은 사회적으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도무지 알수 없는 순간을 이어주는 '진실의 매개자(pathfinder)'가 된다.

(모 국가기관 처럼, 권력자들을 불러다가 '조지고',  국가를 뒤흔드는 사건을 취급하는게 아니더라도, 경찰의 묵묵한 사실조사가, 당사자들에겐 인생의 진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수사경찰이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일이다.  필자도 현장에서, 어느 외로운 중년 여성의 자살를 조사하며 그녀의 깊은 우울에 마음 쓰라리고, 달농네의 독거노인의 사망건을 종결하며, 외롭고 가난한 이웃끼리의 예상외의 우애감에 따뜻했던 적도 있다.

이런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그 때 묵묵히 편의라도 돕거나, 덧없는 위로라도 하거나, 그 역시도 막막하면, 말조차도 못하면서도, '힘내시라'는 시선이라도 드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

내 자신이 경찰임을 좋아할 수 있는 101가지 이유중 하나이다

(물론 아직도 경찰이 좋아지지 않는 101가지 이유 역시 이율배반적으로 존재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