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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소파가 말을 걸어요!” 상상력 키우는 ‘홈 놀이법’ 유료 전용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면 그림책을 펼쳐 보세요. 즐겨 먹는 사과, 매일 앉는 거실 소파도 달라 보이는 비법이 담겨 있어요. 일상을 재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과 색다른 시각을 길러주는 책들을 서울 숭례초등학교 이소리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뭘 하면 재미있을까?’ 아이들은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양육자들은 늘 이런 고민을 달고 살죠. ‘아이가 색다른 경험을 하려면 뭘 해야 할까?’    답은 우리 일상에 있습니다. 비싼 장난감이나 거창한 체험활동, 나들이도 따로 필요없어요. 생각을, 시선을 바꾸고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는 겁니다. 그림책을 읽고 익어 가는 바나나의 색을 감상해 보세요.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집 공간에 숨어 있는 이야기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이 내민 손을 잡고 보면 똑같아 보이던 하루하루가 달라져 있을 겁니다.   ━       ━  너는 무슨 색이니   『이 색 다 바나나』(제이슨 풀포드 글, 타마라 숍신 그림, 김혜은 옮김, 봄볕) ⓒ봄볕 “여름의 색을 찾아보세요.” 지난여름 아이들에게 낸 방학 숙제입니다. 여덟 개 빈 네모 칸을 주고 여름의 색을 찾아 칠해 보라고 했어요. 한 아이의 여름은 새빨갰습니다. 계곡에서 먹은 시원한 수박을 떠올렸다고 해요. 짙은 파란색으로 여름을 기억한 아이도 있었어요. 여수 여행에서 본 밤바다가 생각났다고 해요. 아이들의 여름은 이렇게 다채로웠습니다.   색 찾기 숙제는 바로 이 책『이 색 다 바나나』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과라고 다 빨갛기만 한 건 아니라고, 풀도 초록색만 있는 건 아니라고 책은 말합니다. 핑크 사과도 있고, 보라색 풀도 있다고요. 바나나도 마찬가지예요. 샛노란 바나나도 며칠 전엔 덜 익어 푸르스름했고, 얼마 후엔 검은색으로 변하잖아요. 모두 다 바나나색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바나나 하면 노란색만 떠올립니다.    책은 ‘글’보다 ‘색’으로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존재가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색을 팔레트처럼 그저 펼쳐 보여줍니다. 우리가 가진 고유의 색깔도 있죠. 나와 네가 다르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색을 통해 일깨워줍니다.    우리의 일상도 자세히 살펴보세요. 오늘 아침 본 하늘의 구름, 밖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 옷에 묻은 흙은 무슨 색이었나요? 무미건조해 보였던 일상에서 다채로운 색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사과는 빨갛고 하늘은 파랗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나를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일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오늘 하루를 색깔 일기로 표현해봐요. 아침, 점심, 저녁 내가 경험한 일들과, 나의 기분을 잘 나타내는 색으로 칠해보고, 이야기해봐요,  ⓒ이소리 [예시]‘이 색 다 여름’이란 제목으로 학생들이 발견한 여름의 색깔입니다. 자신이 경험한 여름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했어요.      」     ━   틈이 만든 이야기    『끼였네 끼였어』(박보라 지음, 오늘책) ⓒ오늘책 집사가 외출하고 고양이가 집에 홀로 남습니다. 혼자 된 고양이는 무엇을 하며 지낼까요? 오매불망 집사만 기다리며 쓸쓸한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고양이도 자기만의 계획이 있거든요.    신난 고양이는 집 안 곳곳을 요리조리 뛰어다니며 점프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집니다. 착지 실수로 그만 소파 사이에 몸이 쏙 끼어 버린 겁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고양이. 그 모습을 지켜본 물고기 모양의 모빌이 이렇게 상황을 정리합니다. “끼였네. 끼였어.”   고양이는 소파 틈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빠져나갈 수 있어!’ ‘가자!’ 하며 자기 최면도 걸어 보죠.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점점 소파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 뿐입니다. 홀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고양이가 낙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파가 말을 걸어옵니다.    소파는 실은 자기는 고양이의 친구라고 말해요. 그 말을 듣자 소파가 달리 보입니다. 자기가 낀 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친구가 자신을 너무 좋아해 놓아주지 않는 거라고 상상합니다. 답답했던 소파 틈이 이제는 안락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있는지도 몰랐던 소파에서 고양이는 새로운 친구를 발견했어요. 우리 집 소파는, 다른 가구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 할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족이 외출한 뒤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우리 집 반려동물은 가족이 외출하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예시] “몰래 창문을 열고 나가 마음껏 산책하고 놀고 난 뒤 가족들이 집에 오기 전에 들어와 가만히 있었던 척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재미있게 읽던 책들을 몰래 꺼내 읽어볼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혼자 있던 고양이가 소파 틈에 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틈이 있습니다. 그 틈에서는 기발한 이야기가 샘솟기도 합니다. 물건을 다양한 곳에 끼워보아요. 어쩌다 그곳에 물건이 낀 신세가 됐는지 이야기를 상상해보세요.   ⓒ이소리 [예시] 다리 사이에 책이 끼여있네요. 책은 어쩌다 다리 사이에 끼였을까요?       」     ━  책이 사람이라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최민지 글·그림, 모래알) ⓒ모래알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가 있어요. 쓸쓸해 보이는 이 아이에게 얼른 손을 내밀어 주고 싶네요. 마침 하늘에서 빨간 동아줄이 내려옵니다. 옛이야기 ‘해님 달님’에 나올 법한 줄 말입니다. 알고 보니 이 줄은 책의 ‘가름끈’이었어요. 읽던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책 사이에 끼워두는 끈 말입니다. 책이 건넨 도움의 손길을 가름끈에 빗대어 표현한 겁니다.       동아줄을 타고 올라간 아이는 책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만납니다. 온몸이 문자로 이루어진 ‘책 사람’도 만납니다. 눈은 ‘o’, 코는 거꾸로 된 ‘ㄱ’, 귀는 물음표로 된 사람이죠. 몸은 온통 문장들로 가득 차 있어요.     아이는 책 사람과 친구가 되어 한바탕 신나는 시간을 보내요. 모험하며 위험한 순간도 맞지만, 책 사람과 함께 헤쳐나갑니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은 이렇듯 책 사람과의 즐거운 추억으로 그려집니다.     책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안내자입니다. 책에 푹 빠지면 이야기 속 주인공을 실제로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죠.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도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동아줄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실제로 빨간 동아줄(가름끈)이 달려 있어요. 이제 그 줄을 잡고 올라가 나만의 책 사람을 만나 볼 차례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아직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책은 글이 없잖아. 동아줄을 타고 올라 아이가 책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책 사람과 헤어질 때는 무슨 말을 주고 받았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내가 만났던 책으로 나만의 ‘책사람’을 만들어 보아요. 그리고 책 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그 책사람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그림을 그려보아요.  ⓒ이소리 」          관련기사 “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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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아빠가 헤어졌어요”…아이 품어줄 동그라미의 힘 유료 전용

    독서와 수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으신가요? 그렇다고 이야기에 억지로 수학 개념을 끼워 맞춘 것 같은 수학 동화를 읽히기는 싫으시다고요? 여기 도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넓혀 주는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도형과 친해지면서 문제 해결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서울 미래초등학교 김지민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아이는 글자보다 모양을 먼저 만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색연필을 꼭 쥐고 선을 그리며 세상을 알아가요. 삐뚤빼뚤한 선은 어느새 커다란 동그라미가 되고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하트도 됩니다. 도형은 세상을 이해하는 창입니다. 로봇 장난감, 곤충, 나무처럼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잘 뜯어보면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같은 도형들로 이뤄져 있거든요.   내 가족과 친구도 동그라미로 그려 볼까요? 작은 네모로 가득 찬 모눈종이 위에 나만의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도 있어요. 책을 읽고 신나게 그리다 보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동그라미로 말해요   『커다란 포옹』(제롬 뤼예 글·그림, 명혜권 옮김. 달그림)  ⓒ달그림 흰 종이 위에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 하나가 있어요. “여기 한 아이가 있어요”라고 말하니 아이들의 눈도 둥그레집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한장 더 넘깁니다. 이번에는 커다란 노란색, 빨간색 동그라미가 보입니다. 노란 동그라미 밑에는 ‘우리 아빠’, 빨간 동그라미 아래에는 ‘우리 엄마’라고 적혀 있어요. 그제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책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그라미로 등장해요.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슬픔의 감정 모두 동그라미로 풀어내죠. 엄마, 아빠가 만나 사랑에 빠지면 두 동그라미는 겹쳐지고 포개져 하나의 원이 됩니다. 아이는 빨간 원이 작은 주황색 동그라미를 품으며 태어난 거죠. 이렇게 탄생한 가족은 노란 원 안에 빨간 원, 또 그 안에 주황색 원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요. 온 가족이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둥글둥글하지만은 않은 법이죠. 어느 날 주황색 동그라미 아이는 반으로 쪼개집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기로 하면서 큰 슬픔에 빠진 거예요. 얼마 후 엄마는 새로운 아빠를 만납니다. 파란 동그라미 아빠예요. 작은 연두색 동그라미 동생도 함께 왔어요. 엄마는 보라색 동생 원도 품게 돼요. 새로운 가족을 만난 주황 동그라미의 인생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이 책은 가족의 탄생과 해체, 새로운 결합을 동그라미와 색을 통해 직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책의 마지막 면지를 가득 채운 알록달록 원형들을 보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종이와 크레파스를 꺼내 나의 동그라미 사람들을 그려볼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족과 친구 관계로 고민에 빠진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주황색 동그라미는 빨간 아빠와 노란 엄마가 헤어졌을 때 ‘둘로 갈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했어. 너도 둘로 갈라지는 것처럼 느낀 적이 있었어? [예시]최근에 친한 친구와 크게 싸워서 사이가 서먹해졌을 때, 마음이 둘로 갈라지는 것 같았아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동그라미로 그려봐요. 사람마다 원의 색깔, 크기를 다르게 하고, 위치도 다르게 그려봐요. 다 그린 동그라미들을 하나씩 짚으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동그라미는 누굴까? 왜 이 색을 선택했고,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김지민 선생님 [예시]듬직한 아빠는 크고 파랗게, 앙증맞은 개구쟁이 동생은 작은 연두색 원으로, 인자한 할머니는 귤색으로 그려본 친구에요. 내 곁에는 가족만 있지 않아요. 우리 반 선생님과 친구들도 그려볼 수 있어요. 내 짝꿍은 내 테두리와 딱 붙여서, 얼마 전 싸워 서먹해진 친구는 조금 떨어져 있게 그리기도 해요.   」     ━  동그라미로 탑을 쌓으려면   『딱 한 번만 더! 』(나오미 존스 글, 제임스 존스 그림, 김여진 옮김, 미운오리새끼) ⓒ미운오리새끼 동그라미가 또 주인공이에요. 하지만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네는 이 동그라미는 앞의 책과는 달라요. 눈과 입이 있고, 팔다리도 있어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다른 도형 친구도 함께 놀고 있네요.   이야기는 동그라미가 사각형과 육각형이 쌓은 탑에 반하며 시작됩니다. 동그라미는 삼각형, 마름모에게 함께 탑을 쌓자고 제안해요. 하지만 둥글고 뾰족한 모양들끼리 튼튼한 탑을 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를 잡고 올라 버텨보려고 애쓰지만, 무너지고 구르길 반복하죠. 갖은 노력에도 탑을 쌓을 수 없자, 삼각형과 마름모는 다른 놀이를 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동그라미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동그라미는 지쳐 드러눕고 말아요.     “동그라미야, 포기하지 마!” 그때 하늘의 별들이 ‘납작한 기분’에 빠진 동그라미를 비추며 응원을 보냅니다. 순간 동그라미의 머릿속에 기막힌 아이디어가 반짝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렇게 외쳐요.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과연 동그라미는 어떤 방법으로 탑을 쌓으려는 걸까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동그라미가 완성한 멋진 탑은 직접 책을 펼쳐 확인해 보세요. 무릎을 탁 치게 될 거예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미리 포기하는 아이  -탑 쌓기, 블럭 놀이,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너도 동그라미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성공해보고 싶은 일이 있니? [예시]저는 만화가가 되고 싶은데 사람을 잘 못 그려요. 주변에서도 만화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포기하라고 해요. 그래도 다시 그림을 연습해 보려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동그라미, 삼각형, 사각형, 마름모, 육각형, 오각형, 하트, 별 모양 등 다양한 모양으로 탑을 쌓아보아요. 꼭 그림책처럼 쌓을 필요는 없어요. 나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탑을 쌓아보세요. [예시]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거울에 비친 그림인 거, 눈치 채셨나요? 도형이 계단 위에 하나씩 있습니다. 그걸 거울에 비춰보는 겁니다. 그럼 마치 서 있는 탑처럼 보이죠!  ⓒ김지민 선생님   」     ━  달라서 더 멋져   『보니까』(오은영 글·그림, 올리) ⓒ올리 가끔 흰 도화지를 보면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지 않나요? 그럴 땐 가로세로 줄이 반듯하게 그려진 모눈종이를 펼쳐보아요. 작은 네모 칸을 넘나들며 점과 선을 자유롭게 이어가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멋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거예요.     책을 펼치면 모눈종이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아이가 등장해요. 아이는 낙서를 시작해요.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리고는 두 모양이 같은지, 다른지 관찰합니다. 같은 동그라미지만 색이 다르고, 세모와 네모는 다르지만, 높이가 같다는 걸 깨달아요. 모양끼리 붙여 보고 기울여도 보며 멈춰 있던 생각에 시동을 겁니다.   생각이 달리는 대로 그리다 보니까 낙서는 자동차가 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해 보여요. 하지만 아이는 ‘자동차들이 다 똑같으면 재미없잖아’라며 자신의 그림에 만족해요. 신이 난 아이는 비행기도 그려요. 자세히 보니 프로펠러 방향이 틀렸네요. 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당당합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다르니까 더 멋져 보인다!”   그림책은 끝으로 향할수록 자유로운 선과 모양으로 가득 차요. 동그라미 여러 개는 나무가 되고, 네모는 건물이 돼요. 상상 속 친구들도 나와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안 되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환상의 세계 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어요. “생각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니까 멋진 세상이 보인다!”     실제와 다르게 그리는 건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거라고 자신을 탓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아이의 구겨진 그림과 마음을 쫙 펼쳐주고 싶을 때, “달라서 더 멋진 거야”라고 말해 주며 이 책을 함께 읽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색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상상을 펼치고 싶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에는 같은 것 같은데 보니까 다르고, 다른 것 같은데 같은 것들이 있어. 너와 나는 뭐가 같고, 다를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같아? 달라!’ 그림 놀이를 해봐요. 가족, 친구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고 비교해보는 거에요.   ①한 사람이 먼저 그림을 그린 후 그 그림을 설명해요. “가운데 큰 동그라미를 한 개, 그 위쪽에는 세모를 두 개를 그렸어“처럼 모양, 개수, 위치를 말하면 좋아요.  ②나머지 사람은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려요.  ③다음은 역할을 바꾸어 활동해요. 단, 약속한 횟수가 끝날 때까지 서로의 그림을 볼 수 없어요. ④서로의 설명만 듣고 그린 그림의 완성작들을 비교해봐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그림들을 감상해보아요.   」    관련기사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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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가 이야기꾼 됐어요…대사 없는 그림책의 마법 유료 전용

    무대 위에 그림책 속 이야기를 올려 보세요. 아이가 배우, 관객, 작가 역할을 하며 공감과 소통 능력이 자라날 거예요. 연극을 통해 책 속 이야기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서울 홍릉초등학교 김미주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림책과 연극이 만나면 아이는 이야기꾼이 되고 배우로 변신합니다. 자신만의 표정, 몸짓과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죠. 이 과정에서 등장 인물에게 깊이 공감하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작가와 소통하게 돼요. 친구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 동료 배우, 관객과 상호 작용하는 경험도 하죠.   책을 읽고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요? 스포츠 해설 위원이 돼 이야기 속 축구 경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볼 수도 있어요. 아이의 공감, 소통 능력이 쑥쑥 자라나는 무대를 감상해 보세요.    ━  긁적긁적 말고 박박   『긁적긁적』(손영목 글, 그림, 담푸스)   ⓒ담푸스 한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가려움을 참고 있는 겁니다. 책 표지만 봤을 뿐인데, 벌써 몸이 간질간질 해지는 느낌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모기 한 마리였습니다. 깜깜한 밤, 벌러덩 누워 자다 모기의 습격을 받은 거죠. 스멀스멀 작은 가려움이 올라옵니다. “긁으면 되겠지?” 아이는 모기 물린 곳을 살살 긁어봅니다.    그런데 긁어도 긁어도 가려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아니,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간지러워지는 상황에 이릅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렇게 온몸이 간지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구를 써요.” “긁지 말고, 가려운 부분을 찰싹 때려요.” 책을 읽던 아이들이 저마다 모기 물렸던 경험을 되살려 해결책을 말해 줍니다. 주인공 아이도 간지럼을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가려움은 더욱 격렬해지죠.    아이가 인생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낀 순간, 번뜩이는 통찰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어차피 긁을 건데 그냥 신나게 긁어버릴까?’  살다 보면 힘들고 불편한 일들도 겪게 돼요. 그럴 땐 이것저것 재거나 마음 졸이지 말고 정면으로 문제를 돌파하는 방법도 필요해요. 주인공 아이처럼 말이에요. 가려우면 무아지경으로 신나게 긁어대는 겁니다. 긁적긁적 말고 박박요. 이제 속 시원해지셨나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모기에 물려 간지러움으로 고통을 느껴봤던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살다 보면 간지러움 외에도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있어. 네가 참기 힘든 것은 어떤 거야? 힘들고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이겨냈어?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한 사람이 아래 해설을 들려주면, 다른 사람은 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팬터마임으로 상황을 표현을 해보세요.     [해설] 발바닥에 모기를 물렸어요. 손톱으로 긁적긁적 발바닥을 긁어요.   긁어도 긁어도 간지러워요.   집안에 발바닥을 긁을 수 있는 도구가 없나 살펴봐요.   나는 도구를 한 가지 가져와 발바닥을 긁어요.   시원하네요. 그런데 이제는 손이 잘 닿지 않는 옆구리가 간지럽네요.   다시 집안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서 도구를 찾아요.   도구를 이용해 옆구리를 긁어요.   동작을 작게 하며 살살 긁어요. 동작을 점점 더 크게 하며 긁어요. 다시 살살 동작을 작게 하며 긁어요.   휴,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     ━  무언의 함성 들리시나요?   『슛!』 (나혜 글, 그림, 창비)  ⓒ창비 축구 선수들이 공을 차며 힘차게 내달립니다. ‘슛!’이라는 제목을 보니 ‘와~’ 하는 함성과 박수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들뜬 마음을 안고 책장을 넘깁니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니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역동적이었던 축구 선수들이 검은 봉에 가만히 매달려 있네요?     선수들은 테이블 축구 게임기 봉에 걸려 있는 인형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검은 봉을 앞뒤 좌우로 움직이면 일렬로 매달린 채 오는 공을 받아칠 뿐이었죠.    그런데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수 한 명이 무언가 결심한 듯 보입니다. 이어 봉에 붙어 있던 자신의 등을 힘겹게 떼어냅니다. 봉에서 뛰어내린 선수는 자신의 두 발로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닙니다. 자유를 만끽하죠.    그는 다른 선수에게도 봉에서 내려오라고 손짓합니다. 고민하던 선수들이 한명 두명 봉에서 벗어나요. 봉에서 뛰어내린 선수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슛!』은 글이 없는 그림책입니다. 만화처럼 장면이 나뉘어 있고 발 빠르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책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실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아이들의 입을 주목해 보세요. ‘달려 달려!’ ‘슛’ ‘패스!’ ‘골~’을 말하고 싶어 아이 입이 움찔대기 시작할 겁니다. 이 책을 가만히 눈으로만 읽을 수 있나요? 나만의 소리와 이야기를 넣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축구 선수들이 봉에 매달려 있을 때와 벗어난 후의 표정을 비교해서 살펴봐. 매달려 있을 때 어떤 표정, 기분이었고, 봉에서 벗어났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 것 같아?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빨간 유니폼 선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했을까요? 각 장면에 포스트잇을 붙여 생각 풍선, 말풍선을 그려 넣고 채워보아요.   - 축구 해설위원이 되어 각 장면을 해설해 봅시다.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지 분위기도 상상해보아요.     [예시] 빨강 팀의 선수가 힘차게 공을 찹니다. 머리 위로 뜨는 공,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저기 파랑팀 선수가 급하게 달려오는데요. 슛! 골인! 네~! 빨강팀의 골입니다. 우와아아~! 골! 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네요!  」     ━  비밀의 무게가 버겁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인경 글, 그림, 문학동네) 384 누구나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신체의 비밀이 한두 가지쯤 있을 겁니다. 혹여 남들이 알까 어떻게든 가리고 싶은 결점 같은 것 말입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사는 왕들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었습니다. 왕이 되면 누구나 어김없이 귀가 당나귀처럼 길어졌거든요. 왕들은 모두 커다란 왕관을 써서 긴 귀를 꽁꽁 숨깁니다. 1대 왕부터 443대 왕까지요. 귀가 길어진 사실을 어디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왕들은 갖은 이유로 죽습니다. 화가 나서, 기가 막혀서, 왕관에 눌리는 사고를 당해서요.   444번째로 즉위한 왕도 처음엔 선대 왕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왕관으로 귀를 가렸죠. 하지만 큰 왕관 때문에 아프게 되자 선조들의 일기를 찾아봅니다. 그 속에서 앞선 왕들 모두 무거운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죽게 됐단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왕은 고심 끝에 왕관을 벗어버립니다. ‘에잇, 이깟 귀가 뭐라고’. 세상에 귀를 내보인 왕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책의 그림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림책 속 그림들과는 다릅니다. 단순한 선과 도형으로 이뤄진 그림이 마치 도장이 찍힌 것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포인트가 되는 주황색을 제외하면, 다른 색은 쓰이지도 않았죠. 인물과 사건을 자세하게 묘사하기보단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상징을 통해 의미를 담아낸 겁니다. 글을 읽기에 앞서 그림부터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그림 속 상징이 건네는 이야기에 나만의 상상력을 더해 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 때문에 고민이 많은 어린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왜 왕이 되면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어졌을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코가 아니고 귀가 길어진 이유가 있을까? - 내 귀가 당나귀 귀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왕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 지 상상해봅시다. 나만의 이야기를 짓고 그림책처럼 상징을 담은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연극으로 만들어봐요. 다른 사람은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추측해보아요.    [예시]  269대 왕은 크고 무거운 왕관이 앞으로 쏠려 강에 빠져 죽었습니다.   ⓒ김미주 선생님 귀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다니던 499대왕을 보고 백성들은 놀라고, 임금님은 기이한 귀를 노리던 괴한에게 귀를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김미주 선생님 」    ㅇㅇㅇ   관련기사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가을이 사람이라면?" 책으로 만들자, 가을처럼 깊은 상상력 "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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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무는 공간부터 꾸며보세요" 자존감이 자라나는 책

    집 앞 감나무 땡감에 주황빛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뾰족한 밤송이 사이로 알밤도 매끈한 얼굴을 드러냈죠. 이 가을 익어가는 열매를 보며 우리 아이들의 내면도 한층 단단해지고 성숙해지길 바라는 게 양육자들의 마음이겠죠. 경기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최정아 선생님이 이런 바람을 담아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는 그림책들을 추천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른이 되어서도 이 질문에 술술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자아 개념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하는 아이들일수록 '나'에 대해 알아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시작할 지 막막하다면 일단 그림책을 펼쳐보세요.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좋아하는 빵을 골라보고, 한 뼘의 공간일지라도 아기가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마음껏 꾸밀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자신의 여러가지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양육자는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  내 안의 그림자들과 함께 사는 법   『아리에트와 그림자들』 (마리옹 카디 글 그림, 정혜경 옮김, 문학동네) ⓒ문학동네 한 아이가 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런데 물속에 비친 건 장난 끼 많아 보이는 사자네요? 아이의 미소 짓는 표정을 보아하니, 이 사자 그림자가 그다지 싫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어느 날 사자가 죽고 홀로 그림자만 남겨집니다. 사자 그림자는 아리에트라는 아이를 우연히 발견하죠. 이후 아리에트가 물 웅덩이를 지나갈 때 그 속에 풍덩 뛰어들어 아이의 그림자가 됩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사뭇 달라집니다. 자신감 넘치고 거친 모습으로 학교를 누비죠. 하지만 이런 사자 같은 행동으로 인해 친구들은 도망가고 선생님에게도 혼이 나요.    아리에트는 다시 자신의 옛 그림자를 찾아 나섭니다. 이윽고 자기 방 침대 아래에서 옛 그림자를 발견해요. 두 그림자 앞에 선 아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책에서 그림자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아를 의미합니다. 특별히 아끼고 자랑스러워서 뽐내고 싶은 그림자도 있겠지만, 미워하고 지워버리고 싶은 그림자도 분명 있을 거에요. 부정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외면하는 게 최선일까요? 싫은 내 모습일지라도 어루고 달래 더불어 살아가는 길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해줍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삶을 더 즐길 수 있다고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자신의 다양한 면을 이해하고 싶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네 안에도 여러 그림자가 있을 거야. 네가 좋아하는 그림자와 싫어하는 그림자는 뭐야?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물웅덩이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동물의 그림자로 나타날까요? 그림으로 그려보고 어떤 그림자인지 말해보세요.   [예시] 고양이 그림자가 비쳤어요. 학교에 갔더니 고양이처럼 친구도 많아지고 노는 게 제일 좋아졌어요. ⓒ최정아 선생님 」     ━  구석에서 찾은 나   『나의 구석』 (조오 글 그림,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제 집안에도 구석구석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베란다 작은 선반 위엔 다육 식물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벽에는 좋아하는 그림이 걸렸습니다. 8살 아들의 침대 머리 맡은 포켓몬스터 인형들이 차지했죠.   책 주인공인 까마귀에게도 작은 구석 공간이 있습니다. 까마귀는 휑했던 구석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채웁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식물, 책, 조명, 러그, 스피커가 들어서면서 구석은 단장을 거듭합니다.    썰렁했던 구석이 그럴듯한 구색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와 살림 늘어가는 대리 만족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흐뭇해 할 독자와 달리 까마귀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모습입니다. 까마귀의 구석에 부족한 구석이 무엇일까요?     까마귀는 답을 찾기 위해 드릴로 벽을 뚫어 버립니다. 창문을 내고 마침내 환한 빛이 구석을 비추자 까마귀는 마침내 평안을 찾은 듯 보여요. 창문은 까마귀에게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열어주기도 하죠. 까마귀가 구석에서 진정으로 찾고 싶었던 건 햇살 같은 따뜻한 소통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머무는 공간은 나를 말해줍니다. 나의 취향을 알게 되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욕망도 발견하게 되죠. 내가, 아이가 꾸미는 공간에는 어떤 마음과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내 방을 새로 갖게 된 아이, 방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집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야? 왜 그 곳을 좋아해? - 그 곳을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건은 무엇일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종이 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구석’을 꾸며봐요. 동물 친구를 상상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구석도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예시] 호랑이의 구석입니다. 힘이 세야 해서 요가 매트와 운동 기구가 있고, 잠이 중요해서 소파와 침대가 있어요. 그리고 머리가 좋아야 해서 책도 많아요. ⓒ최정아 선생님 」     ━  마음의 근육도 키우자   『울퉁불퉁 크루아상』 (종종 글, 그림, 그린북) ⓒ그린북 아이들이 커가며 외모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한창 클 나이에 자신이 뚱뚱하다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럴 때 저는 아이들에게 크루아상의 속사정을 들려줍니다. 멋진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라고요.   크루아상은 자기 외모에 자부심이 있는 빵입니다.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죠. 다른 빵들이 잼이나 치즈를 먹을 때 삶은 달걀과 채소를 먹어요. 저녁마다 울퉁불퉁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운동도 합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빵집에서 인기가 없자 고민에 빠집니다.    잘 팔리는 빵이 되기 위해 크루아상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 보기도 하고 반듯한 빵 틀에도 들어가 봅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껏 치장한 외모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자 공허함을 느끼게 되죠.    그 때 친구 식빵이가 무거운 짐을 잔뜩 들고 지나갑니다. 크루아상은 식빵이의 짐을 번쩍 들어주죠. 그동안 운동으로 만든 근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식빵은 크루아상을 ‘멋진 친구’ 라고 치켜세웁니다.    그제서야 크루아상은 깨달아요. 화려한 외모보다 친구를 돕는 따뜻한 마음이 진정한 멋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나를 나 답게 만드는 힘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 있다고요.   크루아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가꾸기 위해 운동을 하고 식단을 관리합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도 단련이 필요합니다. 배려심 같은 내면의 멋을 가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 외모에 관심이 많은 아이. 외모로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네가 좋아하는 빵은 뭐야? 네가 빵이라면 너는 어떤 빵이 될 것 같아? [예시] 부드러운 카스테라요. 성격이 부드럽고 화를 잘 안내거든요. 카스테라가 달달해서 질리지 않는 것처럼, 게임을 질리지 않고 잘하기도 하죠 .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같은 작가의 『평범한 식빵』(종종 글, 그림, 그린북)을 함께 읽어보세요. 크루아상이 도와줬던 그 식빵에게도 사실 고민이 있거든요. 식빵은 밋밋하고 평범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길을 깨닫게 되죠. 남들보다 크게 잘 하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아이, 평범한 외모가 고민인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그린북   」    관련기사 "가을이 사람이라면?" 책으로 만들자, 가을처럼 깊은 상상력 "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이송원 기자 , 변소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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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사람이라면?" 책으로 만들자, 가을처럼 깊은 상상력

    [그림책 선생님의 말랑말랑 책방]에도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찬란한 이 계절을 만끽하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는 책들을 서울 탑산초등학교 김설아 선생님이 추천합니다.       온 세상이 강렬한 빛깔로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 옆구리에 끼고 가을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볼까요? 파란 하늘 아래 책 읽고 낙엽을 주워보고, 보고 싶은 친구를 떠올리며 편지도 써봐요. 가을 날의 멋진 도전을 판화로 새겨본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답니다. 상상력과 표현력이 가을 하늘처럼 깊어질 거에요.    ━  가을을 담아 쓴 편지   『가을에게, 봄에게』(사이토 린 · 우키마루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이하나 옮김, 미디어창비) ⓒ미디어창비 “만약 가을이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고독에 빠진 사람, 약간 차갑고 까칠한 사람을 이야기하네요.『가을에게, 봄에게』도 이런 상상에서 시작됐어요. 계절이 모두 의인화 되어있거든요.   이야기는 봄과 가을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펼쳐집니다. 봄은 가을이 무척 궁금해요. 가을에 대해 묻자 겨울은 ‘따뜻한 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름은 ‘차가운 녀석’이라고 하죠. ‘따뜻하고 차가운 애’. 도대체 가을은 어떤 아이일까요?     마침내 봄은 가을에게 편지를 씁니다. 벚꽃을 담아 자신을 소개하죠. 그 편지를 가을에게 전해 달라고 여름에게 부탁해요. 1년 후 잠에서 깨자 가을로부터 온 답장을 겨울이 건넵니다. 가을은 코스모스를 알려주네요. 이렇게 봄과 가을은 매년 한 통씩 편지를 주고 받아요. 그 계절의 꽃과 과일, 동물, 나무 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어요.   가을이 봄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많이 보여줘서 기쁘다”고요. “당신과 편지를 나누는 동안 나에게도 좋은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도 하죠. 상대를 알아갈수록 자신도 사랑하게 되는 존재가 있나요? 이 가을 나의 ‘봄’은 누구인가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네가 가을이라면, 봄에게 어떤 답장을 해줄래? 가을의 어떤 모습을 소개해주고 싶어?  [예시]따끔 따끔 밤 송이를 소개해주고 싶어요. 가시 안에 단단한 껍질이 있고, 속 껍질까지 까보면 노랗고 달콤한 밤이 나와요. 봄에는 밤 송이가 어떤 모습일까요? -여름과 겨울도 서로 만날 수 없잖아. 여름은 겨울에게, 겨울은 여름에게 어떤 편지를 쓸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가을의 입장이 되어 봄에게 소개하고 싶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담아 사진을 찍어보고 편지를 써봐요. 아래 링크를 참고해 그림의 일부를 오려내고 풍경으로 채워봐요. 매일 보는 가을 풍경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어요.    [예시]계절을 담은 그림 _ 샤메크 블루위 따라잡기 봄의 입장에서 자신이 상상한 ‘봄이’의 모습을 그리고, 가을에게 봄에 돋아나는 새싹을 소개한 편지에요. 봄이의 머리는 연둣빛 새싹으로 채웠네요.   ⓒ김설아 」     ━  판화로 새기는 가을의 깊이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데지마 게이자부로 글, 그림, 정근 옮김, 보림) ⓒ보림 “와, 이걸 하나하나 파서 찍었다고요?” 판화 수업을 할 때 이 책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입이 떡 벌어집니다. 동물의 털 한 올 한 올, 나뭇잎 맥과 물고기 비늘 하나 하나 섬세하게 파냈거든요. 일렁이는 강물은 역동감이 넘칩니다. 목판 음각이 그려낸 대자연의 깊이와 생명력에 절로 빠져들죠.   산이 울긋 불긋 물들고, 달빛이 물결에 일렁이는 어느 가을 밤이었어요. 아기 곰은 난생 처음으로 엄마와 연어를 잡으러 갑니다. 연어 떼가 몰려오네요. 엄마 곰이 늠름한 모습으로 강물로 뛰어 듭니다. 엄마 곰은 금세 커다란 연어를 잡아요. 하지만 아기 곰에게 그냥 주진 않죠. “네 힘으로 잡아야지!” 아기 곰이 스스로 연어를 잡도록 엄마 곰은 지켜만 봅니다.   아기곰은 안간힘을 쓰지만, 역시나 마음처럼 되진 않습니다. 안되겠다 싶었던 아기곰이 물 속 깊이 온 몸을 던집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물 속 세상을 마주하죠. 그곳에선 연어들이 아기 곰을 피하지도 않고,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어요. 아기 곰은 과연 연어를 잡았을까요?   이 책은 양육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아이를 믿고 기다려준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특히 아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땐 말이에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엄마 곰의 너그럽고 포근한 마음씨를 되새겨보세요. 아이의 첫 도전과 성장을 묵묵히 응원하다 보면 이 가을도 한 층 깊어져 있을 겁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올 가을 새로운 도전을 앞둔 아이 -판화 등 색다른 미술 기법을 접해보고 싶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아기 곰처럼 너도 처음 도전해서 힘들고 두려웠던 적이 있었어? 여러 번 도전해서 성공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어?    [예시]줄넘기 쌩쌩이를 할 때 너무 어려워서 안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해내고 나니 하늘 높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책 속 멋진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간단한 미술 활동을 통해 이해해볼 수 있어요. 이 가을에 해보고 싶은 도전을 새겨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우드락을 활용해보세요.    ①우드락 위에 원하는 그림의 도안을 올려놓고 볼펜으로 따라 그려봐요.   ②도안을 치우고 다시 볼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그림을 새긴다는 느낌으로 그려봐요.   ③잉크 스탬프로 찍으면 멋진 판화 작품이 완성됩니다.   -더 간편한 활동으로는 스크래치 페이퍼를 활용해도 좋아요. 검은 도화지를 긁으면 알록 달록 색이 나오죠. 판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환상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서울 탑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우개를 활용해서 판화를 찍어보는 활동을 했어요. 이렇게 만든 판화로 '고마워, 친구야'라는 학급창작그림책도 펴냈다고 합니다. ⓒ김설아 」     ━  낙엽으로 만드는 나만의 세상     『Leaf Man』(Lois Ehlert, Harcourt) ⓒHarcourt 영어 원서입니다. 영어라고 부담 갖지 마세요. 영어 잘 못해도 낙엽이란 가을의 언어 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즐길 수 있거든요. 표지를 넘기면 각양각색의 나뭇잎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낙엽들을 모아둔 것 인데도 가을의 색이 물씬 느껴져요.    이 나뭇잎들은 이제 낙엽 인간으로 변신합니다. 도토리 눈, 솔방울 입을 달고서요.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옵니다. 낙엽 인간은 그 바람을 타고 여행을 떠나요. 정처 없이 떠나는 여행길에서 온갖 친구들을 만나죠. 닭, 거위, 호박, 칠면조, 감자, 당근…역시 모두 낙엽으로 만들어졌어요. 단풍잎은 거위 발이었다가, 닭의 얼굴이 되기도 하죠.    바람 타고 떠나는 낙엽 인간의 여행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요? 누구를 만나서 끝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요? 답은 책 밖에 있습니다. 산책길, 나들이 길에 다양한 종류의 낙엽을 직접 주워 보세요. 낙엽 인간에게 내가 만든 가을 세상을 소개해주는 겁니다.    낱낱의 책장에도 주목해보세요. 다양한 모습의 나뭇잎처럼 책장의 생김새도 가지각색이거든요. 어느 쪽은 완만한 언덕 같고, 또 어느 쪽은 뾰족 뾰족 나무가 솟은 산을 닮았어요. 출렁이는 강물 같은 페이지도 있죠. 다양한 책장들이 한데 겹쳐진 모습은 저 멀리 펼쳐진 가을 풍경을 떠올리게 해요. 이제 두 눈으로, 손 끝으로 가을 여행을 떠날 차례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바깥 나들이, 자연물 체험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낙엽 인간은 여행 중에 어디를 가보고 싶어했을 것 같아?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낙엽을 주워 나만의 낙엽 인간과 친구들을 만들어봐요.낙엽을 모은 뒤 두꺼운 책 사이에 끼워 말려보아요. 이후 낙엽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고 가위로 오려서 꾸며봐도 좋아요. 도토리, 밤, 솔방울 등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낙엽을 비슷한 색끼리 분류해보고, 낙엽(가을)의 색을 물감으로 직접 만들어 봅시다. [예시]낙엽에 깃든 가을의 색을 수채화, 아크릴 물감 등으로 그렸습니다. ⓒ김설아 」    관련기사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어린이에게 ‘답’보다는 ‘질문’ 줘야 좋은 그림책       이송원 기자 , 변소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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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아이 창의성 키우는 방법 5

     ━  『창의성의 즐거움』은 어떤 책인가?     4차산업 혁명 시대에는 창조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기억력이 좋거나 암산을 잘하면 곧잘 신동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아무리 암기력이 뛰어나도 컴퓨터를 뛰어넘을 수 없으니까요. 인류가 컴퓨터, 특히 인공지능(AI)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창의성에 있을 겁니다.   그런데 창의성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창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게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창의력을 키울까 생각하면 난감합니다. 그런 분들께 『창의성의 즐거움』을 추천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창의적 인물을 연구해 창의성이 무엇인지 밝혀낸 책이죠. 칙센트미하이라는 이름이 낯익으시다고요? 네, 『몰입』을 쓴 그 저자입니다. 몰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창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몰입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이었던 거죠.    이 책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데 있어요. 단순히 창의성에 관한 이론을 설명한 게 아니라, 현존하는 창의적 인물 100여 명을 인터뷰했거든요. 칙센트미하이는 세상이 놀랄 만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특징이 있는지 낱낱이 조사합니다. 그들의 삶을 파헤쳐 창의성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창의성이란 “문명의 행렬에 흔적을 남기는” 생각을 의미해요. 단순히 남다른 아이디어, 색다른 견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인류를 뒤흔드는 발견이요. 그들은 좋은 머리를 타고나서 창의적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닙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창의성은 타고난다? 만들어진다!     먼저 창의성에 대한 오해를 짚고 넘어갑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오해① 소수의 천재만 창의성을 타고난다 어떤 깨달음은 주어진 문제점에 대해 오랫동안 꾸준히 생각해온 사람에게 찾아온다.  p.102   창의성이 타고나는 거라면 세상을 바꾼 인물의 대다수는 어린이여야 할 겁니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이지만, 그를 창의적이라고 하지는 않죠. 창의성과 재능은 달라요. 재능은 타고날 수 있지만, 창의성은 무르익어야 발휘되거든요. 무언가를 변화시키려면 일단 그 영역을 낱낱이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발명하려면 물리학과 공기역학을 배우고, 새로운 수학 공식을 도출하려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요.   결국 창의성은 한 영역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엄청난 양의 노력을 할 때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깨달음입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몸을 담근 순간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을 외쳤던 건 물리학에 그많은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에디슨도 마찬가집니다. 그가 전구를 발견한 건 30대 초반인데, 실험과 연구에 몰두한 건 10대부터였죠.   오해② 창의성은 개인의 산물이다 어떤 사람이 창의적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그의 창의적인 성향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창조해낸 새로움이 영역에 포함되는 일이다.  p.33   21세기는 한 명의 창의적인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하죠.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입니다.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린 사람은 개인일 수 있지만,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여러 사회적 조건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먼저 그 생각이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여야 하고요. 그걸 알아봐 주는 전문가의 평가도 필요합니다.   사후에야 창의적 인물로 칭송받는 이들이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동시대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못한 비운의 천재는 차고 넘칩니다. 멘델법칙을 발견한 유전학의 창시자 그레고리 멘델은 영국의 유전학자들이 진화론을 인정하기 전까지 빛을 보지 못했어요. 우리는 화가 반 고흐를 존경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전혀 아니었죠.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에 기여하는 개인의 힘은 빈약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창조형 인재를 기르려면 개인의 노력보다 사회구조의 변화가 더 필요해요. 개인이 다양한 생각을 말하고, 평가받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낼 기회가 있어야 많아져야 합니다.   오해③ 창의적 아이디어는 혼자서 깊이 골몰한 끝에 나온다 과학자들은 단지 책이나 실험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미나, 모임, 워크숍, 그리고 현재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일들을 보도하는 신문에서도 배운다.  p.112   창의성은 골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생하죠. 예컨대 과학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완성하려면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다른 교수진과 협업하고, 연구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해야 해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창의성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능력을 발견해 그들이 특정 학문에 눈뜨게 하는 길목에는 언제나 좋은 스승이 있었거든요. 창의적 인물에겐 늘 신뢰할 수 있는 동료, 공동체 그리고 모임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들에게 조언을 구했죠. 창의적인 생각은 혼자 골몰하는 시간 속에서 탄생할 때가 많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건 사회적 관계의 역할이 큽니다.      ━  창의성의 비결, 사랑하는 일을 하라       책을 중반부쯤 읽다 보면 허탈해질지도 몰라요.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인물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거든요. 조사 결과, 큰 업적을 이룬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양면적 성향을 가졌다는 겁니다. 개방적인 성격이지만 때로는 편집증에 가까운 외골수 기질이 있는 것처럼요. 그중에서도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인물의 대답이 일치한 지점이 하나 있었죠. 창의적 인물들은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즐거워서 일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를 해서, 외과의사는 수술을 해서 지위와 돈을 얻는 한편, 자신이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 결국 행복한 삶의 비결은 우리가 하는 일에서 몰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141   창의적 인물들은 어떻게 일을 즐거운 활동으로 여길 수 있었을까요?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발견할 때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뭔가를 즐길 때 느끼는 양질의 경험을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이라 정의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쉽게 만족감을 주는 대상에서 즐거움을 찾아요. 섹스, 게임, 돈 같은 거죠. 반면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서 진정한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결국 한 영역에 깊이 몰입해야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겁니다.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흥미가 없는 분야에 몰입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아인슈타인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연구를 한다는 자신감은 늘 있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은 뉴욕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날, 대학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연구해도 모자라는 시간을 박사학위 수여식으로 허비할 수 없다고요.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분명한 방법은 어떤 영역에서 몰입상태를 최대한 많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아이를 창조형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사랑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는 게 먼저입니다.    ━  재능을 칭찬하고, 아이를 믿어라     칙센트미하이가 만난 창의적 인물들은 어린 시절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신동 소리를 듣거나 천재라고 인정 받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호기심이 많아서 곤충, 숫자, 별 등 뭔가에 빠졌던 기억을 갖고 있었죠.   또 이들은 양육자 덕분에 자신의 흥미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학교가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죠.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합니다.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한 이야기는 유명하죠. 하지만 양육자가 학교의 빈자리를 충실히 채웠죠.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의 양육자는 하나같이 아이가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 알아채고,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틈날 때마다 아이를 박물관, 도서관에 데려갔고, 재능을 칭찬했죠. 아이의 선택을 믿어주고요. 이렇게 자주 칭찬받고, 크고 작은 성취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은 그 분야에 강렬한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배경은 별 상관이 없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인터뷰에 응한 창의적 인물들이 부모로부터 배운 가장 큰 자산으로 ‘정직’을 꼽았다는 겁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아이를 창조형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사실 처음 이 부분을 읽을 땐 의아했는데요, 곧 납득할 수 있었어요. 어느 분야든 진실을 왜곡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정직한 태도야말로 창의성의 필수 전제조건입니다.   물리학자는 그들이 실험 관찰한 사실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면 과학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과학자는 동료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그들의 이론까지도 의심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미술가와 작가에게 있어 정직이란 자신의 느낌과 직관에 충실한 것을 의미한다.  p.200   ━  일상에서 창의성 키우는 5가지 방법     창의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 공간, 활동을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절하는 기술을 통해 존재의 소모를 방지하는 것이다. p. 439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해요. 얼핏 보면 평범하지만, 사실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들입니다. 창의성의 전제가 되는 호기심과 주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그의 여러 제안 중,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①매일 적어도 한 사람을 놀라게 하세요 놀라게 한다는 건 거창한 의미가 아니에요. 매일의 습관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일을 해보는 거죠. 예를 들면 아이에게 평소에는 묻지 않을 법한 남다른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hello! parents가 만든 ‘질문노트’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질문노트를 활용해 하루에 하나씩, 아이와 함께 색다른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hello! Parents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아이와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질문을 매주 전해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에 답을 고민하는 동안 아이도, 양육자도 잠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평소 잘 가보지 않았던 길로 산책하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습관을 벗어난 작은 행동이 쌓여 새로운 생각을 불러올 겁니다.     ②시간표를 지키세요 창의적인 인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먹고, 자고, 일하는 데 가장 적합한 시간을 스스로 알고 있었고, 어떤 유혹이 있어도 그걸 지키려고 노력했죠. 시간표를 잘 지키는 건 정신 에너지가 함부로 낭비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에요.   그러려면 먼저 자기 에너지가 언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배가 고플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식사 후 공부나 일을 하고, 배가 부를 때 졸음이 밀려오는 사람은 공부를 먼저 끝내고 밥을 먹는 게 훨씬 능률이 높겠죠. 내 신체 리듬에 맞는 일과표를 짠 뒤 잘 지키면 창의적인 에너지를 끌어내기가 더 쉽습니다.   ③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세요 분주함은 창의성에 있어선 독입니다. 어린 시절 상상력이 풍부했던 사람도 생계를 책임지는 어른이 되면 생각이 경직되잖아요. 분주함 때문입니다. 뇌과학자도, 신경해부학 전문가도 뇌 사진만으로 그 사람이 천재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은 누구나 비슷하거든요. 다만 정신 에너지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창의성의 크기가 결정되죠.   어른과 어린이 모두 하루 중 충분히 휴식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창의성은 뇌의 여백에서 탄생하니까요. 사실 최고의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데요. 무료한 게 싫다면 공부 또는 일과 전혀 관계없는 걸 하세요. 산책, 샤워, 수영, 등산처럼요.     ④자기만의 공간을 꾸미세요   공간의 규모는 상관없어요. 스스로 공간을 꾸미는 게 핵심입니다. 공간이 반드시 깨끗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엉망진창이어도 자기가 편안함을 느끼는 질서가 유지된다면 괜찮죠. 특히 아이 방에 둘 소품은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합니다. 자기 취향이 담긴 물건으로 채운 공간은 자긍심을 갖게 하고 주의집중력을 높이거든요.   가고 싶은 장소의 사진을 붙이거나, 장래희망과 관련된 책을 곁에 두는 것도 좋아요. 이게 미래의 이정표가 되어주니까요. 같은 이치로 의미 있는 물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지갑 속 가족사진이나 가방에 달린 캐릭터 인형 같은 것들이요. 이렇게 하는 건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하고, 자기의 취향을 상기시킵니다. 또 물건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정신 에너지를 더 수월하게 쓸 수 있다고 하네요.   ⑤좋은 일과 싫은 일을 기록하세요   창의적인 사람들이 예민하다는 평을 듣는 이유는 자기감정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의외로 자기감정에 무심합니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파악하지 않으면 매일이두루뭉술하게 지나가죠.    감정 상태를 잘 알고 싶다면 매일 무엇을 했고, 어떻게 느꼈는지 기록해보세요. 이 기록이 일주일만 쌓여도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됩니다. 자기 모니터가 끝났다면 앞으로는 의도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싫어하는 일은 줄여나가 보세요. 매일 메모를 하는 건 창의성을 기르는 데 중요한 습관이기도 해요. 창의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구체화하기 위해 일기, 메모, 실험기록을 썼거든요.   hello! Parents가 만든 '질문노트'.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매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받아보면 신청할 수 있다.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고백하면, 창의성이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다른 감각을 타고 났거나, 비범한 교육을 받아야 가질 수 있는 건 줄 알았죠. 창의성은 번개처럼 찾아오는 영감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들여 깊이 공부한 뒤에야 찾아오는 깨달음이라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창의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생각을 옳은 일에 사용하는 것일 테니까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특수상대성원리로 인류는 원자폭탄을 만들었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아인슈타인은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수차례 정치적 발언을 하고, 과학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을 더욱 위인답게 만드는 건 이러한 행보에 있죠.   비록 새로운 화학원소를 발견하거나 위대한 소설을 쓰지는 못한다고 해도 창조과정을 사랑하는 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풍요로운 삶을 사는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p.132   창의적인 인물이 되려면 여러가지가 필요합니다. 적당한 재능을 타고나야 하고요.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야 하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양육자를 만나고, 개인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하면 확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나의 창조물이 역사와 사회의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요. 결국 행운이 뒤따라야 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세상을 바꾸는 역사적 인물이 될 수는 없지만, 창의적인 삶을 살 수는 있습니다. 사실 창의성은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삶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죠. 칙센트미하이가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이 책은 “아이에게 여유를 주고, 전적으로 믿어줘야 한다”는 진리를 담은 양육서입니다. 칙센트미하이의 말처럼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삶을 사는 일일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세상을 바꿀 깨달음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모든 창의적 인물들이 그랬듯이요. 관련기사 7번 읽으면 성적 오른다?…인지과학자 해법은 달랐다, 학습법 넷 “아들은 말 느리고, 딸은 수학 못한다? 성별 문제 아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해석이다” 우울증 없이 즐겁게 사는 법성소영 객원기자 , 정선언 기자 , 변소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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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만 읽지 마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책 읽는 법

    에너지 넘치는 우리 아이, 책 읽을 때 온몸을 베베 꼬고 엉덩이가 들썩 들썩 하진 않나요? 이런 아이들에겐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소속 우서희 서울 자운초등학교 선생님이 추천한 책들 속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얼마 전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이에요. 도서관에 뛰어 들어온 한 아이가 곧장 소파로 달려가더니 풀썩풀썩 뛰고 데구르르 구릅니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도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결국 아이는 엄마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죠. 엉덩이 붙이고 있기 힘든 아이에게 가만히 책 읽는 시간이 즐거울까요?   그림책, 조용히 앉아서 보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신나게 춤 추고 칙칙폭폭 기차 놀이도 하고 흥겨운 음악도 들어보세요. 책 읽는 몸 머리 마음이 쑥쑥 자라날 겁니다.     ━  ①흔들흔들 '내 마음대로 춤'   『넌 어떻게 춤을 추니?』 (티라 헤더 글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   화려한 미러볼 조명 아래 아이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춤을 추고 있어요.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아이만 빼고요. 모두 춤을 추고 있어서인지 가만 있는 아이에게 더 시선이 갑니다.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책은 주인공인 이 아이에게 춤 추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춤 추는 다른 사람들을 한 명씩 소개하기 시작해요. 일을 하다가, 요리를 하다가, 기분이 좋아서, 또 기분이 울적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요. 파란 수영복을 입은 아이는 ‘이상해지면 어때? 어떻게 되나 두고 보는거야!’라고 외치며 몸을 흔들죠.    책 속에 등장하는 춤들은 다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내 마음대로'라는 점입니다. 지퍼를 올리는 동작을 하면 ‘지퍼 춤’, 넘어지면 ‘꽈당 춤’입니다. 주인공 아이가 그대로 서 있으니 ‘꼼짝 마 춤'이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줍니다.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말했어요. “춤은 칼 군무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느낌 가는 대로 추는 춤도 재미있어요!” 춤은 다른 사람 눈에 멋있어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해줍니다.   책 후반부에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모여 어둠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주인공 아이는 한 쪽에서 문을 벌컥 열고 ‘그만!’ 이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그림책은 아이에게 물어봐요. “넌 어떻게 춤을 추니?” 사실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근사한 춤이 있거든요. 어떤 춤인지는 그림책에서 확인하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음악이 흘러나오면 춤을 추는 흥 많은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에 나오는 다양한 춤 동작을 따라 춰볼까? 흐물흐물 뼈 없는 동물처럼 움직이는 춤은 어떻게 추는 걸까?   -넌 책에 나온 춤 가운데 어떤 춤이 제일 마음에 들어?   [예시] 평소 흥이 나면 무반주로도 춤을 추던 한 아이는 ‘까불까불 춤’이 좋다고 했어요. 그림책에 나온 춤 장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몸짓에 모두 웃음이 터졌어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책에 나오거나 자기가 직접 만든 춤을 선보이고, 상대방은 어떤 춤인지 맞추는 퀴즈를 해봐요.  -재미있는 의상은 춤의 흥을 돋우는 장치입니다. 책에서 사람들은 커다란 선글라스에 고깔 모자를 쓰거나, 바나나옷, 공룡탈을 쓰고 춤을 추죠. ‘나만의 춤’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을 찾아서 입어보세요.     」     ━  ②그림책 따라 칙칙폭폭 기차 여행   『기차가 출발합니다』 (정호선, 창비) ⓒ창비   이 책은 아이에게 “책 읽자!”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코디언처럼 생긴 책을 펼쳐 놓기만 하면 아이가 먼저 다가올 겁니다. 길이가 4 m나 되거든요. 책장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기차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아스라이 노을이 지는 저녁 ‘바다마을 기차역’에서 동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간 풍선을 든 고양이는 매점에서 붕어빵을 사 먹고, 고릴라는 꽃다발을 든 채 시계를 바라보고 있네요. 드디어 ‘땡땡땡’ 소리와 함께 곰 기관사가 운전하는 기차가 역에 들어섭니다.    기차를 타고 있는 동물들이 창문을 통해 보이네요. 저기 고릴라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짝꿍도 있어요. 기차의 꼬리 칸에 이르러 책이 끝났나 싶을 때쯤 책장을 반대로 넘겨보세요. 이번엔 기차가 아까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물들을 태우고 새로운 여행을 떠납니다.    책의 덧표지에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68개나 실려 있어요. 책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다정한 말들입니다. ‘만나서 기뻐요’,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걱정 말아요’처럼 고단한 여행길을 어루만지는 말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전할 시간은 많지 않잖아요. 이 책의 정호선 작가도 ‘세상 곳곳에서 조용히 빛나는 모두’에게 ‘다정한 인사와 응원의 말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작고 네모난 틀에 갇힌 책이 지루한 아이 -기차와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책 날개에 ‘소원을 이루어 주는 기차표'가 있네. 이 표로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예시]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이가 말했어요. “마카롱을 잔뜩 먹을 수 있는 프랑스에 가고 싶어요.” 오늘따라 피곤하다고 했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하루 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는 뒹굴나라에 가고 싶어요.” -그림책에 나온 말 중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뭐야? [예시]학원 끝나면 집에 10시에 돌아온다는 한 아이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어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포스트잇을 이용해 기차에 타고 있는 동물들에게 말 풍선이 생긴다면 무슨 말을 할 지 상상해 써 붙여보세요. [예시]매표소 앞에 있는 아기 돼지가 엄마를 붙잡고 떼를 쓰고 있어요.  한 아이가 “손으로 매점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엄마, 나도 붕어빵 사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의 몸짓 언어를 관찰하는 것은 공감력의 토대가 됩니다. 등장 인물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 퀴즈를 내보세요.  [예시]퀴즈를 내기 전에 미리 ‘떼를 쓰는 돼지는 어떤 몸동작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 몸풀기를 해보는게 좋아요. 양육자가 시범을 보이며 웃기게 표현하면 아이들은 더 좋아합니다. 우서희 선생님이 그림책 속 등장인물을 맞춰보는 퀴즈의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사진=우서희 」    ③OST(음악), 뮤직비디오까지 패키지로 『삘릴리 범범 』(박정섭 글, 이옥남 그림, 사계절) ⓒ사계절   한 편의 마당놀이 같은 책입니다. 호랑이가 덩실 덩실 춤을 추고요, 꼬리 위에 빨간 가면을 쓴 누군가가 피리를 불고 있네요. 왼쪽 귀퉁이엔 쥐와 토끼가 부동산 간판을 내걸고 앉아있습니다. 농담을 달리한 먹 그림과 ‘삘릴리’ 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한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져 멋과 흥을 돋웁니다.     빨간 가면을 쓴 이는 소금 장수에요. 경치 좋은 곳에 자기 집을 갖고 싶은 꿈이 있죠. 하지만 가진 거라고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피리 한 자루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선생네 부동산을 지나가는데 아주 싼 집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소금 장수가 서둘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토선생이 돈을 쓸어모으며 독자에게 ‘쉿’ 하고 눈짓을 합니다.   아,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집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아홉 마리가요. 소금 장수는 서러운 마음에 삘릴리 삐리리리 피리를 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피리 소리에 호랑이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구경꾼이 모여들더니 돈을 줍니다. 하지만 이내 돈 맛을 본 호랑이는 소금 장수를 잡아먹을 계획을 세우게 되죠. 욕심 많은 토선생도 소금 장수가 돈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데요. 바람 잘날 없는 소금 장수에게 볕 뜰 날이 올까요?     이 그림책은 특별하게 OST(‘춤추는 호랑이’, ‘피리 부는 소금 장수')와 뮤직비디오가 함께 제작됐어요. 그림책 판권지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림책 속 어떤 장면이 음악과 어울릴지 생각하며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두세요.  책 읽기 전 목도 한 번 풀어주세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글씨에 따라 목소리도 크고 작게, 판소리 한 곡조 뽑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면 어린이 관객들이 ‘엄지 척’을 날릴 겁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풍자가 가득한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음악, 뮤직비디오도 즐기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토끼에게 사기를 당한 소금 장수는 속상할 때 피리를 불잖아. 너는 속상할 때 무엇을 하면 기분이 풀려? -이 책에는 검은 먹색 외에  빨강, 노란색을 썼어. 어디에 무슨 책을 썼는지 찾아볼까? 여기에 이 색은 쓴 건 무슨 의미일까? [예시]“돈, 소금, 토끼 눈, 부동산 계약서에 노란색을 썼어요. 돈 욕심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이 그림책과 함께 감상하면 좋은 음악을 하나 더 추천합니다. '이날치'라는 밴드의 ‘범 내려온다’입니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李捺治,1820~1892)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판소리를 바탕으로 베이스 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진 새로운 음악을 선보입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으로, 자라가 육지에 올라와 ‘토 선생’을 부른다는 것을 그만 ‘호 선생’을 불러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온다는 내용입니다. 소금 장수가 피리를 불었을 뿐인데 호랑이가 나타난 것과 비슷하지요? 소금 장수의 피리 소리를 듣고 춤을 추는 호랑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범 내려온다'에 맞춰 춤을 춰보세요.  [예시]◦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 네이버 문화재단에서 제작하는 온 스테이지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라이브 무대입니다. 보컬, 베이스 기타, 드럼과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함께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3P1CnWI62Ik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라는 제목으로 서울 홍보 영상에 등장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입니다. ‘범 내려온다'의 춤을 중심으로 감상하고 싶으시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    관련기사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우리는 왜 서른, 마흔에 가방 하나 메고 산티아고 가게 됐을까?"이송원 기자 , 변소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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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책 싫어하던 아이, 웃음 못 참는다…마성의 그림책들

    그림책 리뷰가 시즌 2를 맞아 '그림책 선생님의 말랑말랑 책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림책이 좋아 연구 모임까지 만든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와 함께요.  전문가 선생님이 시기와 상황에 맞게 읽으면 좋은 책들을 엄선해 추천합니다. 아이와 책을 읽고 나눌 이야깃거리와 연계 활동도 소개합니다. 그림책으로 우리 아이의 사고와 마음, 양육자와의 관계까지 말랑말랑해지는 경험을 누려보세요. 오늘은 서울 개일초등학교 이현아 선생님의 추천입니다.      이 그림책 세 권의 공통점이 뭘까요? 책이라면 질색하는 아이들의 입 꼬리를 배실 배실 올려주고 싶은 날, 제가 꺼내 드는 그림책들입니다.   열이면 아홉은 좋아하고, 남은 한 명도 친구들 반응에 절로 책 앞으로 다가온다는 마성의 책들이죠. 재미는 기본이고요, 상상력도 한껏 자극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동물들의 생김새부터 쓰는 말, 책 읽는 법까지 다시 생각하게 하거든요.    ━  ①웃음 보장, 상상력 번뜩   『판다 목욕탕』(투페라 투페라 글 그림, 김효묵 옮김, 노란우산) ⓒ노란우산   와, 여긴 대나무맛 우유를 파네요. 무슨 맛일지 궁금해요! 벌써부터 아이들이 그림을 샅샅이 살피면서 들썩거리는데요. 벽을 둘러보니 선글라스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기라고 써 붙여 놓았네요. ‘웬 선글라스?’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기막힌 장면을 만나게 된답니다.     판다가 선글라스를 벗으면 백곰처럼 하얀 얼굴만 남는다는 발상에 아이들 입이 떡 벌어지고요. 판다가 목욕하러 들어가기 전에 까만 티셔츠와 까만 양말을 벗자 아이들이 낄낄대기 시작하네요. 판다가 메이크업을 지우듯 귀에 발랐던 검정 왁스를 씻어낼 때는 ‘푸하하하’ 웃음보가 터집니다.     그림책 『판다 목욕탕』을 읽을 때는 마지막 장면의 그림을 꼭 눈여겨보세요. 코끝이 찡, 웃음을 짓게 하는 한 끗이 있거든요. 목욕을 마치고 나온 판다 가족이 손잡고 집으로 돌아가는데요.    아빠 판다의 귓볼을 한 번 자세히 보세요. 아빠 판다는 목욕하고 나와서 귀에 검정 왁스도 제대로 바르지 못하고 허겁지겁 나왔군요. 아마도 아기 판다를 꼼꼼히 챙겨서 발라주느라 정작 본인 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겠죠. 글이 없는 장면이지만 디테일한 그림을 통해 양육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 그림책 속 판다처럼 다른 동물들도 목욕할 때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 네가 좋아하는 동물은 목욕탕에 가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예시] 평소 손톱 만지기 좋아하는 한 친구는 달팽이를 떠올렸어요. “선생님, 달팽이 목욕탕에는 네일샵이 있을 것 같아요. 목욕할 때 달팽이집을 벗어서 맡겨 놓고 가면 매니큐어를 바르고 깔끔하게 관리해주는 거예요.”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어떤 동물의 목욕탕을 상상해보았나요? 앞서 말한 동물의 특징을 떠올리면서 ‘@@ 목욕탕’으로 세 문장 글쓰기를 해보세요. (또는 목욕탕의 한 장면을 그려보세요)   [예시] 토끼 목욕탕 ▷문장1: 토끼 목욕탕에는 머리띠 가게가 있어요.   ▷문장2: 토끼들은 목욕하러 올 때 머리띠를 벗는 것처럼 귀를 벗어 놓고 들어가요.   ▷문장3: 목욕하고 나와서 기분 전환 겸 새로운 머리띠를 하나 사서 산뜻하게 쓰고 가지요   」     ━  ②이 말에 이런 뜻이? 신나는 말 놀이!   『이랴! 이랴?』(김장성 글, 양순옥 그림, 이야기꽃) ⓒ이야기꽃   벌써 몇 해 전이네요. 마스크도 없이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뒤엉겨서 줄다리기를 할 때였으니까요. 얼굴이 벌겋게 익은 종성이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묻는 거예요. “선생님 그런데요, 줄다리기에서 밧줄을 잡아당길 때 왜 하필 ‘영차’라고 말해요?” 순간 머릿속에 형광등이 켜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많고 많은 말 중에 우리는 어쩌다가 ‘영차’라는 말을 쓰게 됐을까요? 아이들에게 물음표를 던졌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쏟아지더군요.“영부터 백까지 차고 나가자!” 이런 뜻 아닐까요?” 지우의 말에 현민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짐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덧붙이네요. “영~힘을 못 쓰네 차올라라, 힘!”     이번엔 ‘이랴’라는 말을 생각해볼까요? 소나 말을 몰 때 왜 하필 ‘이랴’라고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옛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그림책 『이랴! 이랴?』랍니다.     옛날에 한 여자가 쌀을 팔러 장에 가는데요. 어째 말이 영 말을 안 듣는 겁니다. 글쎄 이런 말까지 하네요. “여자 말을 내가 왜 들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던 우리의 주인공, 팔을 걷어붙이고 ‘휙’ 공중 제비를 넘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으랏차차차차! 내가 너를 이랴?” 그리고는 힘 센 두 팔로 말을 번쩍 들어 이고서 강을 건넜지 뭐예요. 말은 어떻게 됐냐고요? 아이들과 그림책을 펼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끝말잇기, 삼행시 짓기 등 말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말들은 처음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예를 들어  ‘까꿍’, '도리 도리' ‘으랏차차’ 같은 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예시] ‘도리 도리’ 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 학생이 실제 쓴 이야기 입니다.“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기가 있었어요. 아이가 온 집안을 기어 다니면서 난장판을 만드는 거예요. 엄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이렇게 말했죠. “도로 이리와~ 도로 이리와~”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영차 영차, 도리 도리, 이랴 이랴 같은 낱말 카드를 만들어서 몸으로 표현해보세요. 한 명이 몸으로 퀴즈를 내면 다른 한 명이 어떤 단어인지 맞추며 몸 놀이를 해보세요.  」     ━  ③위, 아래, 옆으로! 쭉쭉 책 펼치는 재미   『똑똑! 똑똑!』(다카하시 가오리 지음, 박대진 옮김, 보림) ⓒ보림   와, 세상에 이렇게 넘기는 책도 있어요?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장씩 넘겨가며 읽는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뜨는 그림책이에요. 한 번 보여주면 자꾸 넘겨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해지고요. 그림책이 얼마나 다양한 만듦새를 지녔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집에 온 아이가 곰돌이를 찾네요. 책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넘겼더니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2층으로 올라가서 201호 현관문 앞에 도착하는군요. “똑똑! 곰돌이가 여기 왔나요?” 이번엔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겼더니 201호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오른쪽에는 202호 현관문이 있네요. 책을 다시 위로 넘기면 302호, 또 옆으로 넘기면 301호를 들러서 4층, 5층, 6층까지…. 책을 굴리듯 펼치며 이웃집을 찾아가고 옥상까지 올라가는 책 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마다 다른 집안 풍경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아이가 곰돌이를 찾고 난 후 펼쳐집니다. 옥상에 있던 아이가 다시 1층 집으로 내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루마리를 펴는 것처럼 책을 위에서 아래로 펼쳐보세요. 쭉 이어진 계단을 신나게 뛰어 내려가는 아이를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부분이랍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처음 어른 손바닥 만하던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커다란 보드게임판 같은 종이 한 장으로 변신합니다. 앞면에는 1층부터 옥상까지 찾아갔던 집 안 모습이 모여있고, 뒷면엔 ‘똑똑’ 두드렸던 현관문들이 보인답니다. 한 동의 아파트처럼 설계된 거죠. 이 책을 쭉쭉 넘기면서 아이와 건물 곳곳을 누벼보세요.      ■  「 ◆이런 아이에게 추천해요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것보다 만들기, 움직이는 활동을 더 좋아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살아도 사는 모습은 참 다르지? 가장 찾아가 보고 싶은 집은 어디야? 그 집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이런 활동을 해보세요 -그림책 중에는 병풍처럼 옆으로 펼쳐가며 읽는 책, 아래에서 위로 펼쳐 올리며 읽는 책 등 독특한 구성을 가진 책들이 꽤 있답니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넘겨 읽는 그림책을 찾아 읽어보세요.   [예시] 꿈틀꿈틀 땅속으로 지구탐험 (사를로트 길랑 글, 유발 좀머 그림, 키다리) 이 책은 위에서 아래로 펼쳐가며 발 아래 땅속 세상을 여행할 수 있어요. 내려가다 보면 하수구를 만나고 지하철이 지나가고 급기야 지구의 맨틀과 외핵 내핵까지 관통해서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나와요. 세로로 길게 펼쳐가면서 읽기 때문에 땅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답니다.     」    관련기사 “우리는 왜 서른, 마흔에 가방 하나 메고 산티아고 가게 됐을까?" 약하고 빈틈있는 동물의 유쾌한 복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이송원 기자 , 변소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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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 읽으면 성적 오른다?…인지과학자 해법은 달랐다, 학습법 넷

     ━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어떤 책인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까요? 이에 관한 몇 가지 상식이 있죠. 아마 대다수의 학생이 이렇게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한 단원을 끝냅니다. 그리고 다음 진도를 나가죠. 교과서와 필기 노트는 반복해서 읽고요. 필요한 내용은 외울 때까지 집중적으로 다시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책에 따르면 단순히 반복해서 읽고, 같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 진짜 지식이 되지는 못합니다. 성적을 올리는 공부법은 따로 있죠.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뛰어나다고 증명된 여러 학습 전략을 제시하는데요. 모두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비롯된 과학적인 공부법입니다. 인지심리학이란 인간이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예요. 한 재단의 지원으로 11명의 학자는 합동연구팀을 꾸려 인지과학을 교육에 적용하는 연구를 10년간 진행합니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책임연구원 2인(헨디뢰디거, 마크 맥대니얼)과 작가 1인(피터 브라운)이 집필팀을 결성해 3년간 이 책을 썼죠.   오늘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말하는 과학적인 공부법 4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방법은 간단하지만, 막상 실천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거예요. 처음에는 더디게 배우는 것 같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래야 진짜 공부 실력이 늡니다. 이 글에서는 학생들이 참고할만한 사례를 들었지만, 양육자의 공부에 적용해도 큰 효과가 있을 겁니다.  ━  ①수업이 끝나면 테스트하라   새로 배운 지식을 잘 기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업이 끝난 즉시 테스트를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교재 또는 필기한 공책의 내용을 보지 않은 채 스스로 여러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는 거죠. ‘오늘 수업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생소한 용어, 모르는 내용은 없었나?’ 같은 질문이요. 그날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간단한 시험을 봐도 좋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내기 어렵다면 학습지에 수록된 짤막한 테스트를 풀어도 되고요. 핵심은 배운 내용에 대한 시험을 보는 겁니다.   우리는 편하게 배우는 것이 좋다고 믿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지지만, 연구 결과는 그 반대다. 인출에 더 많은 노력이 들수록 그 지식은 인출 덕분에 더욱 탄탄해진다. p. 64   저자는 이러한 시험을 일컬어 ‘인출 연습’이라고 말해요.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을 꺼내 쓰는 연습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배운 내용을 다시 상기하고, 답을 찾으려 애써야 하죠. 이 경험이 우리의 기억을 강화합니다. 더디게 잊게 하고요. 인출 연습은 답을 틀릴수록 효과가 커요. 이것도 의외죠. 실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기억이 또 한 번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방금 배운 걸 틀렸다고 화를 내거나 혼내지 마세요. 그게 오히려 기억을 강화하니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메타인지(책에서는 ‘상위인지’라고 표현해요)도 가능해집니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건데요. 시험을 보면 자기가 제대로 이해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저절로 직시할 수 있게 됩니다.   시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경쟁을 부추기고, 획일화된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수단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시험을 나쁘게만 보는 건 훌륭한 공부법 하나를 놓치는 것과 같아요. 간단한 시험을 한 번 보는 게, 필기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 지식을 기억하는 데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죠. 시험이 나쁜 게 아니라 그 결과를 가지고 줄을 세우는 게 나쁜 걸 겁니다.    시험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학교에서 시험이 많이 축소되었는데요. 그래서 스스로 테스트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음의 부담이 없는 테스트’는 시험에 대한 긴장을 낮추고, 학습의 효과는 극대화합니다.   ━  ②시간을 두고 복습하라   ‘복습’도 오해가 큰 영역입니다. ‘반복해서 읽기’와 ‘특정 내용을 집중해서 연습하기’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복습하면 그 순간에는 다 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잠깐일 뿐입니다. 익숙한 느낌이 잘 안다는 착각을 일으킨 것에 불과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효과적인 복습이란 ‘시간 간격을 두고, 스스로 떠올리는 행위’를 의미해요. 방법은 쉽습니다. ‘①수업이 끝나면 테스트하라’ 파트에서 소개한 자체 시험 보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두고 복습하는 셈이 되지요. 이렇게 학습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꺼내면 기억을 더 꽉 붙들고, 더 빨리 꺼내쓸 수 있도록 뇌에 신경회로가 추가됩니다.   얼마의 간격을 두어야 하는지 정해진 답은 없지만, 저자는 내용을 완전히 잊기 전에 다시 한번 보기를 권합니다. 처음 배운 내용은 다음 날 간단한 질문, 테스트를 통해 복습하고요. 그중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은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시험을 봅니다.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한 달에 한 번 자체 시험을 다시 보면 좋죠.   한 강좌를 듣는 동안 습관처럼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벼락치기나 밤샘 공부를 하는 일이 없어진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 조금만 공부하면 된다. p. 263   여기에 대한 효과는 연구 결과로 증명됐어요. 학기 중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퀴즈를 자주 보자 아이들의 성적이 달라졌거든요. 퀴즈를 보지 않은 부분은 평균 점수가 C+였지만, 퀴즈를 여러 차례 본 부분은 평균 점수가 A-까지 올랐습니다.    ━  ③다양한 유형을 뒤섞어서 공부하라     혹시 『수학의 정석』을 생각하면 ‘집합’만 또렷이 떠오르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학창시절 ‘수포자’였을 확률이 높겠군요. 만약 『수학의 정석』을 순서대로 마스터하겠다는 결심 대신, 여러 단원을 조금씩 번갈아가며 공부했다면 당신의 수학 성적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대다수 사람은 하나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 다음,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학습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에요. 아이가 말을 배울 때 쓰는 플래시 카드를 떠올려보세요. 매일 순서대로 카드를 보여주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순서를 외울 뿐이죠. 다양한 유형의 내용을 뒤섞어 공부하는 게 학습에 더 효과적인 이유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수학을 공부한다면, 각각 다른 공식을 적용하는 문제를 번갈아 학습합니다. 보통의 경우, 타원의 부피 구하는 공식을 배우고 같은 유형의 연습문제를 수차례 푼 뒤 원뿔의 부피 구하는 법을 배우죠. 이걸 동시에 하는 겁니다. 타원 문제, 원뿔 문제, 직육면체 문제를 번갈아가며 공부하는 거죠. 미술사를 공부한다면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등 각 사조에 속하는 작품을 뒤섞어서 보고요.   처음에는 이 공부법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하나를 완전히 끝내기 전, 다른 내용을 배우면 또 새로운 것을 이해해야 하잖아요. 진도가 빨리 나가기 어렵죠. 무엇 하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생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단순히 내용을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서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가능케 할 겁니다.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를 교차해가며 공부하는 건, 각 유형을 구분하고 관계를 파악하는 판단력을 키우거든요. 이로써 머릿속에 이미 있는 지식과 새로 배운 지식의 통합을 더 활발하게 이루어내고요.   학생들은 집중적으로 한 단원의 내용을 암기하고 많은 문제를 풀어 연습한 뒤에야 다른 단원으로 넘어간다. 한 학기 내내 이런 식으로 한 단원 한 단원 나아간다. 하지만 기말 시험지를 받아보면 이럴 수가, 문제가 모두 뒤섞여 나온다. p. 76   시험이 교과서 순서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출제된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공부법을 실천해 볼 이유는 충분하죠. 순서를 뛰어넘어 변화를 준 학습에 익숙해진다는 건, 실전에 강해진다는 의미거든요.   사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가 그렇지 않나요? 인생이 교과서처럼 순차적으로 흐른다면 이 공부법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들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오죠. 이 공부법을 익혀두는 건, 훗날 아이가 직업인이 되었을 때도 유용할 겁니다.    ━  ④ 어렵게 배워라, 그래야 오래간다     대다수의 교사와 양육자는 아이에게 공부를 더 쉽고 편하게 가르쳐주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지식이나 기술은 쉽게 배울수록 생산성이 떨어졌어요. ‘쉽다’는 건 편하고 익숙한 데서 오는 느낌일 뿐, 머릿속에 장기기억을 남기지 않았거든요. 쉽게 배운 지식은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시간이 지나면 금방 사라졌습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지식을 떠올려 보세요.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들이요. 아마 쉽게 배운 내용은 아닐 겁니다. 밤을 지새워 리포트를 썼거나, 알고 있지만 시험에서 아깝게 틀렸거나, 내 삶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흥미로웠다는 등 개인적인 의미가 깊은 내용일 테죠. 지식은 ‘노력해서 얻고, 반복해서 보고,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연결’할 때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거든요.   공부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지적으로 더욱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은 학습에 깊이와 지속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p. 208   어렵게 배우는 방법 중, 누구나 매일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답을 쓰기 전에는 절대 해답지를 보지 않고 문제를 푸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 하나를 다 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틀린 답을 써낼 확률이 높아서 자꾸 실패한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이 느낌에 속지 마세요. 끙끙대며 문제를 푼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답을 알았을 때 뇌가 그걸 장기기억으로 저장하거든요.   새로 배운 주제에 대해 짧은 글쓰기를 하는 것도 어렵게 공부하기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쓰려면 공부한 내용을 자기의 언어로 바꾸어야 하니까요. 자기 언어로 바꾼다는 건 배운 걸 검토하고, 질문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념화할 수 있죠. 리포트를 쓰거나, SNS에 포스팅했던 주제는 더 확실히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학습자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벼운 어려움’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언어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단원의 순서를 뒤바꾸어 수업하거나, 인수분해의 개념을 모르는 아이에게 끙끙대며 인수분해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건 가벼운 어려움이 아닙니다.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일 뿐이죠.      ━  hello, parents의 읽기 가이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잘못된 공부법을 소개하면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학습 원리와 올바른 공부법을 설명해요. 그리고 다시 그 학습 원리와 올바른 공부법을 더 자세히 반복해서 전하죠.     저자는 의도적으로 책을 썼다고 해요. 책에서 말하는 학습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서요. 그래서인지 독서를 하는 동안에는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서 설명한 4가지 공부법이 무엇인지 선연히 떠올랐습니다. ‘시간을 두고 복습’했고, ‘다른 주제의 내용을 사이사이 끼워 넣어’ 새로운 지식을 배웠기 때문일 겁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시킨다’는 제목의 7장이었어요. 그동안 지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잘못된 통념이었죠. 사실 지능은 평생에 걸쳐 노력하는 만큼 변하고요. 심지어 ‘지능은 고정된 게 아니라 학습의 결과’라고 믿는 것만으로도 더 우수한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지능이 타고났다는 믿음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무능에서 찾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략을 바꾸어 다른 시도를 하게 되니까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린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는 400명 이상의 인물을 모두 그린 뒤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내가 이렇게 뛰어난 기량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그 그림이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천재적으로 보이는 결과물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습니다. 어떤 노력이든 그걸 수행하는 과정은 쉽고 편안하지 않을 테고요. 학습도 마찬가지예요. 벼락치기는 중간고사를 점수를 반짝 올릴 수 있지만, 그 지식은 절대 오래가지 않죠. 수능이나 국가고시처럼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시험은 모두 장기전이고요. 편하고 쉽게 배우고 싶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력을 들여 배우느라 어렵고 불편한 느낌이 들수록,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수록 지식은 단단한 장기 기억이 되어 진짜 내 것으로 남습니다. 이 통찰을 배운 게  제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관련기사 “영어유치원, 아무 소용 없다” 언어학자의 도발 “아들은 말 느리고, 딸은 수학 못한다? 성별 문제 아니다”성소영 객원기자 , , 변소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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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말 느리고, 딸은 수학 못한다? 성별 문제 아니다”

     ━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는 어떤 책인가?     당신 곁에 있는 모든 사물은 한 가지 색깔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색을 선택할 권한은 없습니다. 바꿀 수도 없죠. 당신의 집, 사무실, 자동차는 물론 옷, 신발, 핸드폰도 그 색깔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받는 모든 선물까지도요. 어떤가요?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당신의 삶 곳곳에서 그 색깔은 영향력을 발휘할 겁니다.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의 저자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은 ‘젠더(gender)’가 바로 그 색깔을 의미한다고 말해요. 젠더는 생물학적 성(sex)과는 다릅니다.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을 뜻하죠. 생물학적 남성과 남성성은 다릅니다. 남성이라도 해도 남성적인 성격이 아닐 수 있잖아요. 브라운에 따르면, 온 세상이 젠더로 색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살아갈 수밖에 없죠. 저자는 20년간 젠더가 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발달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통념이라고 믿는 젠더 고정관념이 왜 문제이고,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반박하죠.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 젠더(gender)는 다르다. 생물학적 성은 주어지지만, 젠더는 학습된다. 저자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근거를 대기 위해 노력합니다. 젠더는 2022년 대한민국에서만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서나 뜨거운 감자죠. ‘젠더에는 선천적 차이가 있다’는 생각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그는 저명한 미국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메타 분석’ 결과를 인용합니다. 메타 분석은 한 가지 주제로 실시된 수백 건의 연구를 한데 모아 서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에요. 개별 연구는 연구자의 특정한 기대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고, 표본이 너무 적어서 신뢰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페미니스트 저자의 개인적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의 영역에서 남자아이와여자아이 사이의 역량에서 선천적 차이는 없었어요. 하지만 부모와 사회의 고정관념이 아이를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키웠죠. 남자아이가 남자답게, 여자아이가 여자답게 크는 게 왜 문제냐고요? 그 생각이 아이의 미래에 한계를 긋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키우기 위해 저자가 꼭 실천하는 양육법 3가지(책에는 훨씬 더 많은 방법이 소개됩니다)를 정리했어요. 글을 다 읽을 즈음이면 양육자가 젠더 고정관념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시게 될 겁니다.    ━  젠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다     선천적인 젠더의 차이가 없는데, 남자와 여자는 왜 이토록 다른 걸까요? 먼저 그 이유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흔히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들은 선천적이지 않다. 그 차이들은 실제 수학 능력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능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신도 모르는 새에 당신에게 꼬리표를 붙인 문화적 고정관념의 결과물일 뿐이다. p. 124   미국의 대표 심리학자 100인 중 한 명인 재닌시블리하이드는 젠더 차이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메타 분석하는 데 수십 년을 바친 인물입니다. 그가 진행한 소규모 분석의 표본만 약 128만 명에 달하죠. 하이드가 127가지 젠더 차이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약 78%의 연구에서 젠더 차이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아주 약간만 존재했어요.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흔히 알려진 감정, 언어 능력, 수학 능력, 활동 수준, 공격성, 공간 능력, 심지어는 수다스러움에서도 선천적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패턴이 하나 발견돼요. 처음에는 거의 없었던 차이가 아동기를 지나면서 점점 커지는 겁니다. 아이들이 젠더 고정관념을 학습하기 때문이죠. 혹시 신문 기사와 책에서 ‘남녀 차이가 있다’고 밝힌 연구를 본 적이 있다면 그래서입니다. 그 연구들은 사회화가 이루어진 성인이 대상이었거나, 표본이 10명 이내로 아주 적었을 거예요.    “울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는 남자아이들은 감정을 숨기고, 슬픔을 분노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울면 혼나지만, 화를 내면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받아들여지거든요. 여자는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교사와 양육자 아래서 자란 여자아이들은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기피합니다. 다만 언어 능력의 경우, 여자아이들의 발달이 더 일찍 이뤄졌는데요. 단 몇 개월 빠른 것에 불과했어요. 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발견된 영역들마저 그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같은 상태를 0이라고 했을 때, 차이가 0.11~0.20에 불과하죠. 그래프가 완전히 겹쳐질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젠더의 차이가 크게 발견된 영역도 있습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공을 던질 수 있느냐’와 ‘일부 성적 행동(자위행위의 빈도 등)’에 국한되었죠. 저자는 “젠더는 야구 선수를 선발할 때나 자위하기 좋은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할 사람을 알아낼 때 유용하다”고 꼬집습니다.   젠더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형성하는 데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키우는 일의 핵심이다. p. 110   선천적인 젠더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 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더 잘 파악하고 아이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딸에게 “엄마도 그랬어”라며 선천적 능력의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과 시간을 내서 함께 문제를 복습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저자는 젠더 고정관념이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양육 방식은 꼭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의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는 젠더라는 주제로 실시된 수백건의 연구를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젠더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  실천 가이드 ①고정관념은 즉시 바로잡는다     젠더 고정관념은 세상 구석구석에 너무 많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비 또한 잘해야 한다. p. 237   저자는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라고 조언하지 않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상,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내 아이가 젠더 중립적으로 자랐으면 좋겠지만, 무리에서 동떨어진 괴짜 취급을 받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도 양육자의 솔직한 마음이죠.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은 ‘방어’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젠더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게 드러날 때마다 곧장 이분법적 사고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반 여자애들은 깔끔한데, 남자애들은 지저분해” 같은 말을 할 때 말이죠. 젠더 고정관념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고, 그냥 두면 더 강해지거든요. 아이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혼내거나, 젠더 의식에 대한 연설을 늘어놔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음의 두 가지 요점만 짚어주면 되죠.      ■  「 ①남녀 모두 그 특성을 공통되게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여자는 깔끔하고, 어떤 여자는 지저분해. 똑같이 어떤 남자는 깔끔하고, 어떤 남자는 지저분하지.”    ②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아빠를 생각해 봐. 깔끔해서 엄마보다 청소를 더 잘하잖아.”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사례는 친구, 사촌, 교사, 만화 캐릭터, 유명 연예인 등 무엇이라도 좋다.) 」  편견에 사로잡힌 말들은 어른의 입을 통해 나올 때가 훨씬 많죠. 주변의 어른들이 내 아이에게 젠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말을 할 때도, 그 말이 어떻게 틀렸는지 바로잡아줍니다. 아이와 양육자, 둘만 남았을 때 말이에요. 아이는 어른의 말을 존중해서 듣는 방법도 배워야 하니까요.     ■  「 (슈퍼마켓에서) “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장 볼 때 도움도 되고.”    ⇒저 할머니가 젊었을 때는 남자아이들이 장 보는 걸 별로 돕지 않았어.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만 장을 보는 게 아니야. 남자들도 장을 보고 요리를 할 줄 알지.     (가족 동반 모임에서) “남자애들은 원래 과격하게 놀잖아.”    ⇒아까 이모가 남자애들은 과격하게 논다고 말했지? 이모는 여자애들도 거칠게 놀 수 있다는 걸 모르나 봐. 또 어떤 남자애들은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이모가 저렇게 말할 때는 세상에 있는 모든 과격한 여자아이와, 모든 조용한 남자아이를 까먹고 있어서 그렇다는 걸 기억해줘. 」   ━  실천가이드 ②장난감은 여아⋅남아용 모두 산다     아이들은 젠더가 같은 아이들하고만 놀면서 자신이 속한 젠더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회화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젠더 그룹의 암묵적 규칙을 배운다. p. 134   아이들은 자랄수록 ‘같은 젠더’인 친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원합니다. 또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요. 우리 아이는 기관에 다니지 않지만, 특정 젠더의 장난감만 찾는다고요? 그럼 TV 광고와 장난감 박스의 사진을 잘 살펴보세요. 누가 가지고 놀도록 표현되어 있는지요.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면, 양육자는 그걸 더 많이 사주게 됩니다. 아이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젠더의 사회화를 강화하는 일이에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저자는 사회가 규정한 남아용/여아용 장난감을 모두 구비하길 권합니다. 집에 포크레인과 인형이 있을 때, 아마 대다수의 딸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아들은 포크레인만 가지고 놀 거예요. 형제자매가 있으면 이 현상은 더 빠르게 나타나요. 첫째가 둘째에게 각 장난감이 어떤 젠더 그룹에 속하는지 시범을 보이거든요.     아이가 두 유형의 장난감을 모두 잘 가지고 노느냐, 아니냐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딸이 포크레인을 가지고 놀고, 아들이 인형에 흥미를 보이게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엄마·아빠는 남자/여자 장난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이건 아이의 잠재력을 위해서도 꼭 실천해야 하는 일이죠.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공간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건 성별 차이에 관한 대표적인 통념인데요. 연구 결과, 여자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형태를 상상하는 훈련을 몇 번 실시하자 공간 능력상의 젠더 차이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러니까 공간 능력은 경험의 차이였던 겁니다.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처럼 비디오 게임과 블록 놀이를 많이 하면 자연스레 공간 능력이 향상될 수 있어요. 이건 하나의 예일 뿐, 경험의 차이로 남녀의 능력이 달라지는 사례는 수없이 많죠. 아이의  취향과 상관없이 두 가지 유형의 장난감을 모두 구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실천가이드 ③양육자의 언어를 바꾼다     언어에서 젠더를 이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어 습관의 영향으로 여자아이들이 어떤 직업이나 특기, 기술이 오직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을 하고 싶어 할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p. 57   연구에 따르면 젠더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고정관념을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 연구 끝에 밝혀진 사실이죠. 이 연구에서 교사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동등하게 대했고, 젠더 고정관념이 담긴 말(ex. 남자는 강해야 해, 여자는 얌전 해야해)은 철저히 금지되었습니다. 단지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아이들을 구분했을 뿐이죠. 그런데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반보다 더 강한 젠더 고정관념을 형성했어요. 4주 후 이 아이들은 ‘오직 남자만’ 공사 현장 노동자, 의사,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오직 여자만’ 간호사, 가사도우미, 보모가 될 수 있다고 대답했거든요.     딸이 자기 꿈에 한계를 긋지 않고, 아들이 자라서 따뜻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양육자라면 언어부터 바꿔야 합니다. 사람에게 젠더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게 시작이에요. “남자” “여자”라는 표현 대신 “어른”, “어린이/아이”라고 통칭하는 겁니다. “의젓한 숙녀 같다, 멋진 신사 같다”는 칭찬도 “의젓한 아이구나, 멋진 아이구나”로 바꿉니다.     책을 읽어줄 때도 표현에 신경 씁니다. 보통 그림책에서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는 거의 남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동물 이미지에 담긴 젠더 고정관념에 따라 성별을 추측하죠(저희집 4세 어린이는 토끼가 하는 말을 남자 목소리로 읽으니 어색해했어요). 그러니까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는 남자와 여자를 무작위로 왔다 갔다 바꿔주며 읽어주는 겁니다. 영어 동화책이라면 직업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에 ‘~man’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살핀 후 바꿔줍니다. ‘Fireman’이 아니라 ‘Firefighter’라고요.     나아가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는 아이에게 더 자주 말을 걸고, 감정 어휘를 많이 사용하세요. 연구 결과 다수의 양육자는 딸보다 아들에게 말을 더 적게 걸었거든요. “오늘은 행복해 보이는구나” “섭섭했구나” 같은 감정 어휘는 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죠. 남자아이의 언어 능력이 여자아이보다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그래서입니다.     딸을 키우는 양육자는 숫자를 더 많이 말하세요. 연구 결과 아들을 둔 양육자가 딸을 둔 양육자보다 숫자에 대해 3배 더 많이 말했습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이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우리집은 14층이야”, “저기 개가 세 마리 있네”라고요. 여자아이들이 비교적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도 이렇게 사소한 경험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카고의 한 학교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 사회 곳곳에 젠더에 상관 없는, 성중립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CPS 트위터 캡처]  ━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나는 고정관념이 최신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온갖 항균성 손 세정제를 사용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감기에 걸린다. 당신이 아이를 젠더 고정관념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애써도 아이들은 어딘가에서 그것을 습득하고야 만다. p. 212     딸을 가진 다수의 양육자가 그렇듯 저도 아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이름부터 중성적으로 지었고요. 핑크색 옷, 바비 인형은 산 적이 없죠(수많은 선물까지 막을 수는 없었지만요). 그림책을 고를 때도 성차별 요소가 있는지 확인해요. 그런데도 4살 어린이는 날로 여성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롤모델은 공주, 가장 좋아하는 건 주방놀이죠.     아이의 변화를 보며 ‘젠더는 타고난다’는 말을 실감하던 참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이 책이 그 생각에 균열을 일으켰죠. 사회에 젠더 고정관념이 워낙 만연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젠더 고정관념을 학습해요. 이 고정관념은 아이의 자존감, 학업성취도, 나아가 직업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죠. 양육자가 적극적으로 젠더 고정관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책은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가 꼭 읽었으면 합니다. 남자는 성차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젠더 고정관념은 아들에게도 가혹하게 작용하거든요. 사람은 감정 스키마(구조나 도식)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크면서 배워갈 뿐입니다. 슬픔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 중 하나인데, 남자아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때가 많죠. 젠더 고정관념이 강한 사회에서 남자아이들은 감정을 학습할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나는 싸우기로 했다. 젠더 중립을 지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젠더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아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p. 65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여자와 남자라는 아이의 생물학적 성별을 지우자는 게 아니에요. 젠더를 아이가 가진 특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자는 거죠. 키, 몸무게, 눈동자 색깔과 마찬가지로요. 아이들은 남자라서, 여자라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한명 한명 그 자체로 고유한 빛을 냅니다. 젠더를 빼고 바라보면 아이의 고유한 빛이 보일 거예요. 양육자는 그 빛을 가장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 사람입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 관련기사“상처 받는 말 들었다면,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라”“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해석이다” 우울증 없이 즐겁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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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받는 말 들었다면,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라”

    아이를 낳고 가장 혼란스러웠던 순간은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폭력성을 마주할 때였습니다. 인간의 성장을 지척에서 바라보는 삶은 경이로웠지만, 그만한 희생이 뒤따랐죠. 몸과 마음이 고단한 날이면 배우자는 물론이고 기저귀를 찬 아기에게도 언성을 높이게 되더군요. ‘비폭력대화’라는 제목에 마음이 이끌린 건 그래서입니다. 양육자가 되고 제 인격의 얕은 한계를 실감하는 날이 많았거든요.    책의 저자 ‘마셜B. 로젠버그’는 심리학자이자 갈등중재자입니다. 그는 평생 폭력의 한가운데서 살았어요. 다섯 살 무렵의 이민이 그 시작입니다. 로젠버그 가족이 이주한 곳은 인종차별 폭동이 심했던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지역이었거든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때리고, 죽이는 모습을 본 그는 두 가지 질문에 맞닥뜨립니다.    ‘인간은 왜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여전히 인간미를 발휘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화두를 풀기 위해 그는 심리학자가 됩니다. 이후 30여년간 르완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는 분쟁지역을 오가며 갈등을 중재하는 활동을 하죠. 여기서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이하 NVC)가 탄생해요. 심각한 갈등으로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말하는 방법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겁니다. 깨달음을 얻은 로젠버그는 1984년, 비영리 국제평화기구 비폭력대화센터를 설립하고 전 세계에서 비폭력대화를 가르칩니다. 이 책은 그가 창안한 비폭력대화의 교과서죠.  그래픽=변소라 디자이너 다양한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로젠버그는 한 가지 결론을 얻었어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고, 누구나 타인의 삶에 기여할 때 기쁨을 느낀다는 거죠. 하지만 사회는 소수의 지배계층 아래에서 다수가 복종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스템 안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폭력에 무뎌집니다. 사회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나쁘다고 판단해버리거나, 특정 집단을 혐오하거나, 원하는 바를 굴복시켜서 이뤄내는 태도가 대표적이죠.   비폭력대화의 목적은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데 있습니다. 의무와 책임, 두려움, 보상 등에 의한 동기가 아니라 ‘기꺼이 주고 싶은 마음’으로 타인과 연결되는 게 이 대화의 핵심이죠. 이번 글에서는 비폭력대화의 4가지 요소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상세한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양육자의 일상과 가까운 예문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으니 꼭 실천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비폭력대화의 첫 번째 요소는 평가와 관찰을 구분하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일에 자기 생각을 뒤섞어 말하곤 해요. 아이가 실수했을 때 “왜 이렇게 덤벙거리니”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말에 관찰과 평가를 뒤섞으면 그걸 듣는 상대방은 비판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관찰한 바를 표현할 때는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죠. 다음의 예를 보면 ‘관찰’과 ‘평가가 섞인 관찰’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  「 평가가 섞인 관찰: 상우가 어제 ‘이유 없이’ 내게 화를 냈다. 관찰: 상우가 나에게 화났다고 말했다/ 상우가 주먹으로 탁자를 쳤다.평가가 섞인 관찰: 동생을 도와주다니 ‘정말 착한 아이’구나.   관찰: 동생의 가방을 대신 들어줬구나. 」    여기서 기억하면 좋은 팁이 있습니다. ‘언제나, 한 번도, 결코, ~한 적이 없다’ 등의 어구들은 관찰과 평가가 섞인 말을 과장할 때 자주 쓰인다는 겁니다. 자기 뜻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어구를 사용하면 내 의견이 가닿지 않고, 상대방에게 변명하고 싶은 욕구만 일으키니 주의해야 해요.   ■  「 평가: 너는 내가 하라고 말하는 건 좀처럼 하지 않는 구나.   관찰: 너는 내가 제안한 3가지를 다 하기 싫다고 말했어.   평가: 우리 아이는 이를 자주 닦지 않는다.   관찰: 우리 아이는 이번 주에 이를 2번 안 닦고 잤다.  」    두 번째 요소는 ‘느낌’을 말하는 겁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 보이면 상대에게 저항감을 일으키지 않고 뜻하는 바를 전할 수 있어요. 느낌을 말하는 건 얼핏 쉬워 보이는데요. 막상 시도해보면 우리가 느낌을 표현하는 데 얼마나 인색했는지 깨닫게 될 겁니다. 말로는 “느낀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느낌을 표현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연습을 한번 해볼까요? 아래의 예문에서 느낌을 표현한 말이 무엇인지 맞춰보세요.   ■  「 다음 중 느낌을 표현한 말은 무엇일까요? 1.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지 않아서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2. 나는 쓸모가 없는 것 같아.   3. 네가 떠난다니 슬프다.   4. 나는 엄마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   5. 빨리 하라는 말을 들으면 조급해져요.  」    어떠셨나요? 정답은 3번과 5번이에요. ‘슬프다’와 ‘조급하다’가 느낌에 대한 표현이죠. 비폭력대화에서는 ‘느낌을 나타내는 말’과 ‘생각을 나타내는 말’을 구분하는 게 중요해요. 생각은 평가와 다름없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느낀다’는 말을 ‘생각한다’로 바꿔보면 좀 더 명확한 구분이 가능할 거예요. 진짜 느낌은 생각으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위에서 생각을 느낌이라고 착각한 예문을 바꿔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밑줄 친 단어가 느낌을 나타내는 어휘입니다.    ■  「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지 않아서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지 않을 때 나는 섭섭하다. 2. 나는 쓸모가 없는 것 같아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슬프다. 3. 나는 엄마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 ⇨ 나는 엄마로서 좌절감⋅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엄마로서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    로젠버그는 우리가 느낌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게 당연하다고 말해요. 어린 시절부터 내적인 동기보다 사회가 올바르다고 여기는 기준에 맞춰 움직이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폭력대화를 연습하는 건 개인으로서 나의 자유를 되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기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면 느낌을 표현하는 어휘를 많이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일상에서 느낌 어휘를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단순히 “좋다, 싫다”라는 표현 대신 “설렌다, 기쁘다, 사랑스럽다, 갑갑하다, 언짢다” 등 구체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낱말을 사용하는 겁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는 듣는 사람에게 우리가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전달하기가 어렵거든요. 세 번째 요소는 느낌이 생기게 된 근원인 ‘욕구’를 의식하는 일입니다. 어떤 느낌이든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 ‘충족되지 못한 나의 욕구와 기대’가 숨어 있거든요. 그걸 알아차리는 거예요. 비폭력대화를 연습하다 보면 알게 돼요. 타인의 말과 행동은 내 느낌을 ‘자극’할 수 있지만, 느낌의 ‘원인’은 아니라는 걸요. 느낌이 일어난 것은 충족되지 못한 나의 욕구 때문입니다. 숨은 욕구를 인식하는 건, 내 느낌에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죠. 아래의 예문을 볼까요.   ■  「 A: “음식을 남기다니, 걱정스럽구나”   B: “엄마·아빠는 네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에 네가 음식을 남기면 걱정스러워”  」    A와 B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A는 ‘걱정’의 책임을 음식을 남긴 아이에게 지우고 있지만, B는 걱정의 이유를 ‘아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원하는’ 자기 욕구에서 찾고 있습니다. 로젠버그는 자기 느낌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느낌이 일어난 근원에 있는 욕구를 인식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하면 상대방은 그 말을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자기방어에 나서고 싶어지거든요.    자기 느낌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그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죄책감을 행동의 동기로 이용할 때 쓰는 기본 심리 과정이다 p.102.  때로는 타인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도 하죠. 특히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죄책감을 행동의 동기로 이용하는 대화가 흔하게 일어납니다. 만약 양육자가 “네 성적이 떨어져서 엄마와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면 좋은 일일까요? 로젠버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요. 아이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라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느낌’과 ‘욕구’를 직접 연결해 말할수록 상대방은 나에게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나는 ~이 중요하기 때문에(~했으면 하기 때문에) ~을 느낀다”는 공식을 기억했다가 대입해보면 훨씬 쉬워요. 다음의 예문처럼요.   ■  「 1. 이번 주말에 가족여행을 가려고 오랫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팀장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화가 나요. 2. 저녁 식사는 함께 먹었으면 했는데, 네가 친구와 노느라 늦게 들어와서 섭섭하구나. 3. 네가 한 노력이 인정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네가 상을 받았을 때 엄마아빠는 정말 기뻤어.  」    어떻게 부탁해야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요? 로젠버그는 “원하는 것을 부탁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을 표현하라”고 말합니다.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을 부탁하면 상대에게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부탁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할수록 상대가 그것을 받아줄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  「 부정적인 부탁(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당신이 일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부탁(무언가를 하는 것): 일주일에 하루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모호한 부탁: 네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구체적인 부탁: 네가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자신감 육성 캠프’에 참가했으면 해.  」    부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반응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상대는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그를 비난하거나 미워하면 부탁이 아니라 강요가 됩니다.    강요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보이지 않는다. 복종 아니면 반항이다. 어느 경우든 부탁을 한 사람은 강압적으로 비치고, 듣는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부탁에 응하기 어려워진다. p.145   비폭력대화는 상대가 스스로 원해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임을 기억하세요. 자신의 부탁이 받아들여졌을 때만 비폭력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진정한 목적에서 벗어나 비폭력대화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일 뿐입니다. 비폭력대화는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말하기이자, 나를 지키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기도 해요. 나에게 상처가 될만한 폭력적 언사를 들을 때도, 비폭력대화의 기술을 적용하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죠.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우리에게는 다음의 4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 ① 비난과 비판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누군가 당신에게 “정말 이기적이군요”라고 말했을 때, “내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구나”라고 반응하는 겁니다. 이 선택은 타인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해서 나를 비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어요.     ② 상대방의 잘못을 찾아 비난하기   누군가 당신에게 “정말 이기적이군요”라고 했을 때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요. 진짜 이기적인 사람은 당신이에요”라고 반박하는 겁니다. 얼핏 속이 후련해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되면 우리 마음 안에는 분노가 생깁니다.     ③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주목하기 상대의 말을 들었을 때 내면에 피어오른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고, 그걸 표현하는 거예요. “당신이 나에게 이기적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느낌). 왜냐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내가 얼마나 신경쓰고 노력했는지 인정받고 싶었거든요(욕구)”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스스로도 내가 어떤 욕구 때문에 마음이 아픈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④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에 불을 비추기   상대방은 왜 당신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했을까요? 그 표현 아래에 자리한 욕구를 찾아보는 겁니다. 예컨대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죠. “당신이 조금 더 배려받기를 원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실망하셨어요?”라고요. 이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를 알게 되면 그를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    위의 선택지에서 3번과 4번은 욕구에 주목하는 비폭력대화의 방식이에요.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 해석, 평가 등은 사실 자기 욕구를 돌려서 말하는 왜곡된 표현일 뿐입니다. 상대가 던진 말에 끙끙 앓으며 상처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죠.    우리에게 위협적으로 들렸던 모든 메시지 뒤에는, 자신들의 삶에 기여해 달라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우리는 그 사람이 하는 말에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p.178 비폭력대화는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게 하는 책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한 명의 존엄한 개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거든요. 비폭력대화가 특히 좋았던 건 말하기뿐 아니라 듣기에도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었어요. 폭력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말을 하는 상대를 만나도, 그가 욕구를 가진 유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관계에서 오는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깁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오늘날 이 세상이 무자비하다면, 그것은 우리의 무자비한 태도와 행동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변하면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p.13    책에는 다양한 갈등상황에서 비폭력대화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다수 실려 있습니다. 특히 로젠버그가 여러 분쟁지역을 다니며 상처 난 마음을 비폭력대화로 어루만진 이야기들은 단 몇장의 글로 요약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이 있죠.  로젠버그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겨 분노하는 이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말 뒤에 숨은 욕구를 알아채고 공감해줍니다. 단단히 걸어 잠겨있던 마음이 풀릴 때까지요. 그러자 수십 년의 싸움이 막을 내리고,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손을 맞잡죠. 이 아름다운 치유의 과정을 보면 잊고 있던 진리가 하나 떠올라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은 어쩌면 ‘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녀 양육을 넘어 평화로운 관계 맺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폭력대화〉의 일독을 권합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   관련기사“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해석이다” 우울증 없이 즐겁게 사는 법“영어유치원, 아무 소용 없다” 언어학자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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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해석이다” 우울증 없이 즐겁게 사는 법

    고백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낙관주의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어요. 낙관주의란 단순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한편으로는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했죠. 힘든 상황을 외면한 채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자기 위안일 뿐이라고요. 세상이 늘 아름답지는 않은데, 좋은 생각만 하는 건 현실도피가 아닐까 싶었죠. 알고 보니 낙관주의는 그렇게 납작한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삶의 태도였죠. 누구라도 예외 없이 말입니다.   책의 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의 거장입니다. 혹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충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도 자포자기해 버리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이나, 아동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피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대표적인데요. 심리학계에서 정설로 통하는 이 개념을 처음 도출한 사람이 바로 마틴 셀리그만이에요.  그는 학습된 무기력이 인간의 우울증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파고들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30여년간 50만 명이 넘는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죠. 그리고 결론을 도출합니다. 우울증에 걸리고, 걸리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에 달렸다는 걸요. 매사에 비관적인 사람은 무력감에 잘 빠지고, 우울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무력감을 견디고, 충격을 받아도 포기하지 않았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연구를 거듭한 셀리그만은 한 가지 결론을 더 얻게 됩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다는 점이었죠. 아이들은 특히 양육자의 낙관성 혹은 비관성을 수동적으로 흡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양육자가 특정한 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아이가 낙관적으로 자랄지, 비관적으로 자랄지가 결정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셀리그만은 양육자가 먼저 낙관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책에는 이를 증명하는 방대한 연구 결과가 담겨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비관적인 사고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는 중점적인 방법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희망적인 사실은 누구나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단, 연습이 필요합니다.    낙관주의는 긍정적인 말이나 성공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원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다. p.82   마틴 셀리그만이 말하는 낙관주의란 ‘어떤 일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확언을 외우거나,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생각하는 법’에 가깝죠.   학습된 무력감이 우울증의 한 모델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밝혀낸 그는 무력감에 쉽게 빠지는 ‘비관적인 사람들’에 주목했어요. 이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었습니다. 질병에도 취약했죠.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변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해답은 없었어요.   그런데 한 실험에서 놀랄 만한 성과가 발견됩니다. 동물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 때만 전기 충격이 사라지게 하자, 색다른 모습이 관찰된 겁니다. 스스로 충격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동물들은 더는 무기력하지 않았고,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도 소극적으로 변하지 않았어요. 새끼와 성체 모두에게서 말이죠.   셀리그만은 이것을 ‘면역화’라고 표현해요. 예방주사를 맞으면 질병에 걸리지 않듯, “ 노력하면 역경을 이겨낼 수 있고, 이 고통은 일시적이다”라는 생각이 외부적 충격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이 마음의 면역력이 바로 ‘낙관주의’예요.   물론 낙관주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은 아닙니다. 예방주사가 질병을 100% 예방하지 않듯, 낙관적인 사람도 어려움이 닥치면 속상하고, 실망하고, 자존감이 떨어지죠. 하지만 이들에게는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아이에게 낙관주의를 물려줘야 하는 건 그래서죠. 인생에 무시로 찾아오는 절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아이가 낙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쩌면 아이의 인생 전체를 바꾸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낙관주의 사고를 갖게 되면, 평생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셀리그만은 20여 년의 연구 끝에 낙관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개인의 ‘설명 양식(explanatory style)’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방식대로 사건의 인과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이게 바로 설명 양식입니다. 낙관주의는 매번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자주’ 낙관적으로 일을 해석하는지, 또 그렇게 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비관적인 해석은 실패와 더불어 무기력감과 수동적인 태도를 낳는 반면, 낙관적인 설명 양식은 실패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도전이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p.152   설명 양식은 어린 시절에 발달하고,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평생 지속된다고 해요. 그리고 이 설명 양식의 차이로 인해 비관적인 사람이 될지, 낙관적인 사람이 될지가 결정되죠. 특히 아이들은 3가지 측면으로 일을 해석하는데요. ①원인의 지속 정도 ②영향을 미치는 범위 ③책임의 주체가 그것입니다.     ①영구성: 종종 vs 항상 낙관적인 아이는 나쁜 일의 원인을 일시적이라고 믿습니다. 좋은 일의 원인은 영구적이라고 믿고요. 비관적인 아이는 정반대예요. 나쁜 일은 영구적일 것이고, 좋은 일은 한 번으로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  「 ◇친구와 다투고 난 뒤   (낙관적인 아이) 주희가 나에게 화가 났구나. 오늘은 나랑 놀지 않으려고 하겠지. (비관적인 아이)  주희는 날 싫어해. 다시는 나랑 놀지 않을 거야.   ◇일찍 퇴근한 아빠와 신나게 놀이를 한 날    (낙관적인 아이) 아빠는 나랑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비관적인 아이) 아빠가 나랑 잘 놀아주는 걸 보니 오늘 기분이 좋은가 보다. 」  만약 아이가 따돌림, 실패 등의 나쁜 일을 두고 “늘”, “절대”라는 말을 자주 쓰면 비관적 사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일에 “이번에는” “가끔” 같은 말을 쓰는 아이는 낙관적인 성향이 강하고요.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두 아이는 다르게 반응해요. 낙관적인 아이들은 좋은 일의 원인을 두고 ‘나의 능력과 특성’을 꼽을 때가 많아요. “내가 잘해서, 예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같은 말입니다. 반면 비관적인 아이들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가끔, 오늘은”이라는 말을 잘하고요. 시간에 제한을 둡니다. “이번에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성적이 잘 나온 거야”처럼요.   ②파급성: 일부 vs 전체 낙관적인 아이와 비관적인 아이는 원인을 받아들이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낙관적인 아이는 좋은 일의 원인을 더 크게 해석하지만, 비관적인 아이는 나쁜 일을 더 크게 해석합니다.     ■  「 ◇축구 시합에서 졌을 때   (낙관적인 아이) 나는 축구에 정말 자신이 없어.   (비관적인 아이) 나는 운동을 못 해.     ◇수학 시험을 잘 봤을 때  (낙관적인 아이) 역시 난 똑똑해!   (비관적인 아이) 내가 수학은 잘해. 」  나에게 일어난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원인을 포괄적으로 보느냐, 부분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삶은 완전히 달라져요. 좋은 일을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그로 인해 다른 것도 다 잘될 거라고 믿게 되지만, 나쁜 일을 포괄적으로 해석하면 작은 문제만 발생해도 큰일이 난 것처럼 느끼고, 쉽게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죠.   ③책임의 주체: 내 책임 vs 네 책임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누구를 탓하는지도 중요한 설명 양식입니다.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는 아이일수록 비관적이죠. 그렇다고 남 탓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문제는 ‘진짜 원인’과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자기를 비난하는 거니까요.     아이가 바람직한 설명 양식을 가지려면 자신을 ‘전면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오로지 ‘행동’이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해요. ‘전면적인 자기 비난’과 ‘행동에 대한 자기 비난’에는 이런 차이가 있어요.    ■  「 ◇동생을 때려서 혼났을 때   (행동에 대한 자기 비난) 동생을 때려서 엄마가 나에게 화가 났구나.   (전면적인 자기 비난) 나는 못된 아이야. 그래서 엄마가 나를 혼냈어.     ◇시험을 망쳤을 때    (행동에 대한 자기 비난) 이번에 열심히 안 했더니 40점을 맞았구나. (전면적인 자기 비난) 수학 시험을 40점 맞다니. 난 정말 멍청해. 」  그렇다면 아이의 설명 양식은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연구에 따르면 양육자, 교사 등 아이와 가까운 어른의 낙관적 또는 비관적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의 원인을 깊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취학 전 아이들은 어른이 특정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유심히 관찰한 뒤,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특히 어른들이 어린이를 비판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받았죠. 아이들이 꾸중을 들으면, 그 방식대로 자기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예요.    과장된 비판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죄의식과 수치심을 유발합니다. 아이가 잘못이나 실패를 했을 때, 성격이나 능력을 연관시키는 건 비관주의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아이의 잘못을 언급할 땐 구체적이고 일시적인 원인을 말해야 해요.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  「 ◇아이가 동생을 괴롭혔을 때   (비관적인 원인) “동생 좀 그만 괴롭혀. 너는 왜 ‘항상’ 동생을 울리는 거야?”   (낙관적인 원인) “왜 동생을 괴롭히지? 너는 원래 좋은 누나잖아. 그런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네. 네가 동생한테 사과했으면 좋겠어.”   ◇아이가 축구 시합에서 실수했을 때   (비관적인 원인) “너는 꼭 나를 닮았나 보다. 엄마도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거든.”   (낙관적인 원인) “다음에는 공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자.” 」  아이들은 양육자가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해석하는 방식도 수동적으로 흡수했습니다. 셀리그만은 아이에게 낙관주의를 가르치려면 부모가 먼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새롭게 생각하는 기술’을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기술은 ‘ABC 모델’이라는 인지 치료법이에요. 문제의 원인을 다시 생각해보는 연습이죠.   여기서 A는 역경(Adversity)입니다. 나에게 찾아온 모든 부정적인 사건을 의미하죠. C는 결과(Consequence)예요. 역경이 있고 난 뒤 어떤 기분을 느끼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뜻합니다. B는 생각(Beliefs)인데요. A에 대한 개인의 해석입니다.   ABC 모델에서는 B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역경(A)’이 곧바로 ‘결과(C)’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역경에 대한 개인의 ‘해석(B)’이 특별한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해석이 더 나쁜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알게 되면 비관적으로 흐르는 걸 줄일 수 있죠. 이 사고 체계에 익숙해지기 위해 셀리그만은 A,B,C의 관계를 파악하는 연습을 매일 밤 하라고 권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 실린 연습용 예제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  「 *각 상황별로 ‘결과(C)’가 이어질 수 있는’ 생각(B)’을 채워봅니다.     1.역경(A): 배우자의 생일을 맞아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다. 금요일 저녁, 사무실 앞으로 찾아가 “데리러 왔으니 같이 퇴근하자”고 연락했더니, 배우자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지금은 바빠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생각(B):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결과(C): 너무 당황스러워서 배우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2.역경(A): 배우자의 생일을 맞아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다. 금요일 저녁, 사무실 앞으로 찾아가 “데리러 왔으니 같이 퇴근하자”고 연락했더니, 배우자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지금은 바빠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생각(B):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결과(C): 실망스러웠지만 혼자 근사한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 」  ABC의 관계를 생각하는 연습은 똑같이 나쁜 일이 벌어져도,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1번의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늘 모든 걸 망친다. 배우자가 바쁜 줄도 모르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와 같은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해석을 해야겠죠. 반대로 2번에서는 “좋은 생각이었지만 실패했네”라거나 “오늘 일이 정말 바쁜가 보다”라는 구체적이고 일시적인 외부 원인을 들게 됩니다. 그럼 이 일로 실망할 수는 있어도 자기를 비난하고, 무조건 배우자를 원망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현실에서 맞닥뜨린 문제에서도 A,B,C를 따져볼 수 있게 돼요. 실제로 몇 번만 따라 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과장된 생각을 하며 별거 아닌 일을 비극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양육자가 먼저 이러한 사고 과정을 익히면 그 변화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거예요.   아이를 낙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육서는 무척 많죠. 아마 대다수의 책이 그럴 겁니다. 혹시 일반적인 자녀교육 서적을 읽으며 저처럼 낙관주의의 실체를 의심해 본 경험이 있다면 『낙관적인 아이』를 읽어보세요. 낙관주의가 개인의 의견이나 짐작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테니까요. 책에 소개된 이론, 테스트, 프로그램 등은 수만 명의 어른과 아이를 대상으로 30년 이상 연구해 얻은 과학의 산물이거든요.   1995년 초판 이후 미국의 스테디셀러가 된 이 책은 2010년에 국내에 번역되었는데요. 출간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절판된 상태라 살 수 없으니 도서관에서 꼭 실물 책을 빌려보시길 권합니다. ‘정신적 면역화 작업’이라고 불리는 셀리그만의 낙관성 키우기 기술의 방법이 심도 있게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실전에서 아이와 함께 낙관적인 생각을 연습할 수 있는 예제가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워크북처럼 활용할 수 있어요. 이 글에 소개된 방법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죠.   책에 실린 ‘아이의 낙관 지수 측정 테스트’는 아이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낙관적인 면과 비관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진지한 평가를 해보는 것이 좋거든요. 이 테스트는 8~13살 사이 아이들에게 적합한 수준입니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많은 데다가, 질문지를 다 작성하기까지 20분가량의 시간이 걸려서 미취학 아동은 답을 하기가 어려우니 참고해주세요.   아이는 당신의 카피본이다. p.140   책을 읽으며 가장 서늘하게 다가온 문장입니다. 문득 저희집 아이의 신생아기 이후 시절이 떠올랐어요. 잠결에도 뒤집기를 시도하다가 깨서 울기 일쑤였고, 거듭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걷기 연습을 하던 모습이요.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낙관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패를 무릅쓰고, 발달해야 하니까요.   셀리그만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생후 2년 동안은 아이들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자라면서 양육자의 사고방식에 따라 아이도 낙관성 혹은 비관성을 배운다고 하니 섬뜩하더군요. 평소 닥치지 않은 일을 앞서 걱정하느라 불안이 심한 저는 이 대목에서 마음에 돌을 하나 얹은 듯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가 저의 예민함만큼은 닮지 않기를 바랐거든요.   그럼에도 낙관주의는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으니까요. 오늘부터 저는 ABC 모델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시작은 아이를 위한 다짐이었지만, 낙관주의 연습의 효과는 아마 양육자인 제 삶에 먼저 찾아오지 않을까요?  성소영 객원기자 s,   관련기사“영어유치원, 아무 소용 없다” 언어학자의 도발"우리의 말은 아이 삶에 흔적을 남긴다" 부모가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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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 이 책으로 위로해주세요”

    어린이가 애지중지 키우던 초록 복어가 지난 주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땐 이미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린이는 대성통곡했습니다. “다른 초록 복어를 사주겠다”고 달래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 복어는 초록이(무지개다리를 건넌 초록 복어의 이름)가 아니잖아. 엄마는 내가 없으면 나 대신 다른 어린이 키울 거야?”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식물과 곤충, 동물이 저희집을 거쳐 갔습니다.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대부분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어린이는 그때마다 집이 떠나가라 울었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며칠 동안 문득문득 초록 복어가 생각났는지 화를 내거나 시무룩해지곤 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바로 『오소리의 이별 선물』입니다. 오소리는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두더지와 개구리가 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걸 보면서 그걸 느끼죠. 힘에 부쳐 함께 달릴 수 없었거든요. 오소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어요. 죽는다는 건 예전만큼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몸을 두고 떠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친구들이 걱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었을 때 친구들 마음이 어떨까 싶었거든요.   오소리의 마지막은 정갈합니다. 달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추운 바깥세상을 가려 주는 커튼을 치고는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아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벽난로 앞으로 가 흔들의자에 앉아 잠이 들죠. 오소리는 예전에 꾼 꿈과는 전혀 다른 아주 멋진 꿈을 꿉니다. 긴 터널 앞에 지팡이를 내려놓고 터널을 향해 달리는 꿈을요.   “초록이가 마지막 순간에 슬펐을까?”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이는 아마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답답한 몸을 두고 홀가분하게 떠났을 겁니다. 오소리처럼 말이죠.     오소리는 슬퍼하지 말라고 했지만, 친구들은 슬픔을 이겨 내기 힘들었습니다. 저희집 어린이처럼요. 그래도 시간은 흘렀습니다, 무정하게도 말이죠. 눈이 녹던 어느 봄날 친구들은 한데 모여 오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두더지는 오소리에게서 종이를 접어 두더지 모양의 사슬을 오려 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앞발이 모두 연결된 두더지 모양 사슬을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개구리는 스케이트 타는 법을, 여우는 넥타이 매는 법을, 토끼 부인은 생강빵 만드는 법을 배웠죠.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 오소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오소리가 가르쳐 준 그 일을 이제 매우 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 일을 가르쳐주곤 했죠. 오소리가 준 이별 선물은 다른 이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앞발이 모두 연결된 두더지 모양 사슬을 오리는 법을 배웠다. 가위질을 할 때마다 두더지는 오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보물창고   “초록이가 준 선물은 뭘까?”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초록 복어는 질산염 농도에 아주 민감한 어종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습성이 깨끗한 편은 아니어서 지저분하게 먹고 똥도 많이 싼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물을 갈아주는 게 중요하다고요. 담수에서도 해수에서도 살 수 있는 어종이지만, 소금을 넣어 해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게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초록이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죠. “생명을 키운다는 건 그런 거 같아. 제때 먹이를 주고, 마냥 예뻐해 주는 거로는 충분하지 않아. 어떤 걸 해줘야 하는지 많이 공부해서 알아내고 그걸 해줘야 해. 초록이가 그걸 알려줬네.”   어린이는 아마도 곧 학교에서 또 다른 생명을 들고 올 겁니다. 초록이의 선물 덕에 그 친구는 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린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내서, 제가 아니라 어린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돕길 바랍니다. 그게 초록이가 저희에게 남긴 이별 선물이니까요.  언덕에 오른 두더지는 오소리에게 "고맙다"고 외친다. 그렇게 두더지는 슬픔을 이겨냈다. ⓒ보물창고   ■  「 · 한 줄 평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은 무엇일까?  · 함께 읽으면 좋을 죽음에 관한 그림책 『할머니가 남긴 선물』 죽음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망가진 정원』소중한 이를 잃은 이의, 짐작할 수 없는 아픔을 담아낸 수작(秀作) 『이게 정말 천국일까』 죽음에 관한 가장 경쾌한 이야기   · 추천 연령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더 어려도, 좀 더 커도 상관 없어요. 키우던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연령에 상관 없이 읽어보세요. 」 관련기사"자, 자, 울지않기다" 죽음 준비하는 할머니, 손녀와 마지막으로 한 일“그래도 삶은 계속된단다” 소중한 이를 잃은 모든 이를 위로하며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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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9살 '엄마 껌딱지' 독립시킨 마법

    샤를로트 문드리크, 『수영 팬티』 [사진=한울림어린이] 그림책『수영 팬티』의 주인공 미셸은 누가 봐도 ‘어린 애’입니다. 9살이나 됐는데 아직 이도 하나 안 빠졌고, 체격도 또래보다 작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랑 떨어져 지낸 적이 없습니다. 별명도 ‘엄마 껌딱지’죠. 9살이나 됐는데 말입니다! 그런 미셸에게 걱정이 생겼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할머니·할아버지의 시골집에서 머물러야 하거든요. 엄마·아빠도 없이 혼자서요. 나쁜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 미셸을 놀리는 사촌 형들이 시골집에 온다는 겁니다. 할아버지도 무서운데, 괴롭히기나 하는 사촌 형들까지 온다뇨. 미셸은 인생 최악의 여름방학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라면 미셸의 감정을 먼저 살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미셸 엄마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미셸이 “엄마는 보통 때와 다르게 말없이 눈만 끔뻑끔뻑했어요”라고 했지만, 제 눈에는 찡긋 웃는 표정이 보였거든요. 마치 ‘네 마음 다 알지만 어쩔 수 없어’라는 듯이요.  샤를로트 문드리크 『수영팬티』. [사진=한울림어린이]   순간 저의 9살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방학 때면 할머니 댁이나 이모 댁에 가 있곤 했는데, 그때 저희 엄마 표정이 딱 그랬어요. 떨어지기 싫어 망설이는 제게 “우리 딸은 씩씩해”라며 등을 떠미셨었죠. 그땐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 모든 게 저를 독립적으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계획이었었다는 걸요. 방학은 ‘첫 시도’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엄마는 알고 계셨던 겁니다. 미셸의 엄마처럼 말이죠.   다행히 미셸의 방학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악당인 줄 알았던 형들이 미셸의 수많은 ‘처음’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됐거든요. 미셸은 형들의 거침없는 지도(?)에 따라 다양한 ‘처음’을 맛봅니다. 할머니 눈을 피해 안 씻기 내기를 하기도 하고, 보호 장비 없이 자전거를 타기도 했죠.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입니다. 그런데 형들과 함께하니 이게 됩니다. 넷쨋 날쯤 되니 엄마한테 말 못할 비밀까지 생깁니다. 엄마가 알면 기겁할 일에 도전하거든요. 자전거 점프대를 뛰어넘고, 접근이 금지된 할아버지의 창고를 몰래 들락날락하기까지 하죠. 형들도 더는 미셸을 어린애로 보지 않습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엄마 생각을 하면 슬퍼져서 되도록 안 하려고 해”라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엄마보다 형들이 먼저입니다.   샤를로트 문드리크, 『수영 팬티』 [사진=한울림어린이] 미셸의 엄마도 아닌데, 제가 다 흐뭇했습니다. 고맙게도 계획대로 따라와 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켜보자니 불안합니다. 아이들의 행동이 위험천만하거든요. 직접 해 봐야 위험한 것도 아는 법이라지만,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더군요. 엄마를 까맣게 잊은 미셸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고요. 그런데 이 엄마,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미셸에게 연락 한 통 없네요.    걱정이 많은 건 엄마가 아니라 오히려 미셸입니다. 3m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과제를 받았거든요. 미셸의 집안엔 9살이 되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전통이 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호자도 없는데 애 혼자 다이빙대에 올려보내다뇨. 미셸 엄마의 대담함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미셸 형의 수영 팬티를 챙겨줬거든요. 물에 들어가면 분명 벗겨질 게 뻔합니다. 너무 크니까요. 이쯤 되면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혹시 이것도 미셸 엄마의 계획인가?’  샤를로트 문드리크, 『수영 팬티』 [사진=한울림어린이] 어쨌든 공은 미셸에게 넘어갔습니다. 방학 동안 나름 다양한 ‘처음’을 경험했지만, 다이빙은 완전 다른 얘깁니다. 게다가 형의 수영 팬티를 입고 뛰었다가 벗겨지면 놀림을 당할 게 뻔하죠. 참, 엄마가 원망스러운 순간입니다. 미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 책은 성장 동화 『무릎 딱지』의 명콤비 샤를로트 문드리크와 올리비에 탈레크의 두 번째 성장 이야기입니다. 『무릎 딱지』는 많은 이의 눈물을 쏙 빼놓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엄마의 죽음 이후 남겨진 아이의 상실감을 다뤘거든요.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가 있게 마련이고, 그 또한 인생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무릎 딱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위로였다면, 『수영 팬티』의 메시지는 응원입니다. 세상 밖으로 첫발을 내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다 보면 어느새 성큼 커버린 아이를 만나게 되죠. 두 작가는 희망과 믿음, 책임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통해 그 의미를 강조했는데요. 더운 여름 청량한 색감의 그림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샤를로트 문드리크 『수영 팬티』. [사진=한울림어린이] 책을 덮은 뒤 엄마께 9살 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의 계획을 이제라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웬걸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잠깐이라도 널 맡겨야 내가 쉬지.”    아,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방학은 양육자에겐 근무 시간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걸요. 허탈해하는 제게 엄마는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넌 이미 뭐든 혼자 할 수 있었어. 널 믿고 보냈던 거야.”    미셸의 엄마도 그랬을 겁니다. 미셸이 혼자서도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겠죠. 덕분에 미셸은 ‘처음’이 주는 두려움과 설렘을 맛볼 수 있었고요. 아이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아이와 보낼 방학이 두려우시다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펼쳐보세요. 아이와 양육자 모두가 행복한 휴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 · 한 줄 평 여름 방학이 아이와 양육자 모두가 편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  · 함께 읽으면 좋을 홀로서기에 관한 동화책 『시작하는 너에게』양육자는 어떤 상황에도 끝까지 아이를 믿어주는 존재다. 아이에게 양육자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책.   『괜찮을거야』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나선 아이의 도시 모험기.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한 아이의 용기 있는 발걸음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 추천 연령  『시작하는 너에게』는 4~6세, 『수영 팬티』와『괜찮을거야』는 초등 저학년 이상 어린이에게 추천합니다. 양육자 품을 떠나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 싶은 아이에게 용기를 줍니다. 」 관련기사아이가 내손 놓고 처음 떠나는 날…꼭 손에 쥐고 읽어야할 책 [오밥뉴스]“옜다, 이거나 먹어!” 귀엽고 유쾌한 빨간 모자 할머니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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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유치원, 아무 소용 없다” 언어학자의 도발

    교육에 관한 양육자의 고민에서 ‘영어’는 단연 선두에 있습니다. 빠르면 만 4세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죠. 영어유치원과 일반유치원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갈등으로요.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학창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했지만, 아직도 새해 계획에 영어 공부를 써넣게 되는 걸 보면 우리가 배웠던 방식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특히 영어에 관해서는 방법론 역시 갖가지여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언어학자 스티븐 크라센의 『읽기 혁명』입니다. 1941년생인 크라센은 평생에 걸쳐 제2언어의 습득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에요. 미국 이민자 학생을 위한 영어 교육법을 최초로 고안했고요. 이해 가능한 인풋(input)이 있어야 외국어를 제대로 익힐 수 있다는 ‘제2언어 습득 이론’을 체계화해, 이전까지 수행되던 언어교육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모국어가 아닌 제2언어 교육, 특히 제2언어로서의 영어 교육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죠.   스티븐 크라센의 주장은 강렬합니다. “독서는 외국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읽기 혁명』은 세계 각국에서 수십여 년간 실행된 언어 교육에 관한 연구를 모아 분석한 대중서예요. 책에서는 ‘읽기’가 외국어를 습득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읽기 혁명』에 따르면 외국어 습득에는 분명한 지름길이 있어요. 총 3장으로 상세히 기술된 그 방법의 핵심을 여기에 간추렸습니다. 책을 직접 읽는다면 자세한 연구 결과를 볼 수 있어서 더욱 좋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우리에게는 언제나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잖아요. 단언컨대 이 글만 정독해도 『읽기 혁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스티븐 크라센이 말하는 제2언어 습득 이론의 핵심은 ‘자율 독서(Free Voluntary Reading)’입니다. 자율 독서란 스스로 읽고 싶어서 책을 읽는 행위를 의미해요.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읽을 때 비로소 더 높은 수준의 언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이때 수반되어야 할 조건이 몇 가지 더 있어요. 절대로 독후감을 쓰지 않고, 책에 대한 퀴즈를 풀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내용이 자기 수준보다 어렵거나, 재미가 없다면 당장 읽기를 그만두고 다른 책을 고를 수 있고요. ‘20분간 책을 읽으면 게임을 시켜주겠다’ 같은 보상도 없어야 해요. 그러니까 독서의 모든 걸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자율 독서는 외국어 습득에 극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교수법’과 ‘자율 독서’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년간 실시했는데요. 처음에는 자율 독서를 한 아이들의 영어 성적이 낮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월등히 좋은 실력을 보였습니다.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뿐 아니라 싱가포르, 스리랑카, 남아프리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율 독서를 경험한 아이들은 영어를 긍정적으로 대했다는 거예요. 억지로 배우지 않았으니까요.   읽기는 좋은 독자, 훌륭한 문장력, 풍부한 어휘력, 고급 문법 능력,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p. 59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게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요. 규칙이나 단어를 하나씩 익히기에 언어는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성인이 쓰는 어휘는 약 4만~15만6000개로 추정되는데요. 이걸 다 외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설사 외운다 해도 미묘한 단어의 뉘앙스 차이까지 알 수는 없고요. 문맥 안에서 생기는 단어의 의미 차이, 복잡한 문법은 오로지 ‘읽기’를 통해서만 숙달되죠. 간혹 일반적인 영어 수업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효과가 서서히 사라졌어요. 영어에 정말 숙달된 게 아니라 단순히 외운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모국어 읽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크라센은 “모국어로 된 책을 재미있게 많이 읽으면 외국어를 읽는 능력도 상당히 발달한다”고 강조해요. 우리가 가진 ‘읽기 능력’이 제2언어에도 전이되기 때문인데요. 이 ‘읽기 능력’은 모국어 독서를 통해 획득하는 게 가장 쉽고, 빠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이어진다는 것도 유의미한 지점이에요. 먼저 한국어책을 즐겁게 읽는 독자가 영어로도 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거죠.   이미 책을 잘 읽는 아이라면, 아이 수준에 맞는 쉬운 영어책 읽기를 시작해 보세요. 단 성급한 결과를 바라면 안 됩니다. 책에 실린 대다수의 연구에서 자율 독서가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1~3년가량의 시간이 걸렸거든요. 하지만 한번 효과가 나타나자 책을 읽지 않는 아이와의 점수 격차가 매년 점점 더 벌어져 크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는 책을 안 좋아하는데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셨나요? 크라센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단지 좋아할 만한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과제로 받은 독서만 싫어하는 거라고요. ‘자율 독서’를 시작하려면 먼저 아이가 책을 좋아하도록 만들어야겠죠. 크라센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책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① 책을 가까이 한다   연구 결과 아이들은 주변에 책이 많을 때 더 많이 읽었습니다. 집에 책이 많을수록, 학급문고가 충실할수록, 공공도서관이 가까울수록 그랬죠. 또 책을 읽기에 좋은 아늑한 장소가 가까이 있을 때 더 많이 읽었어요. 푹신한 소파나 적당한 조도의 조명이 있는 곳이요. 그렇다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순히 책이 많다고 모든 아이가 자발적인 독서를 한 건 아니거든요. 다음의 환경이 더 갖춰져야 하죠.   ②양육자가 먼저 책을 읽자   책을 읽는 롤모델(이를테면 부모가 되겠죠)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존재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책 읽는 시간을 주고, 교사도 함께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은 독서에 더욱 몰두했습니다. 오늘부터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단 10분 만이라도요. 아이의 책 읽기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모델이 되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③소리 내어 읽어주면 더 많이 읽는다 연구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생후 6개월 정도부터 양육자가 매일 책을 읽어줬다는 거죠. ‘나는 아이가 어릴 때 책을 안 읽어줬는데…’라고 자책하셨다면 걱정 마세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또 있거든요. 대학생에게 책을 읽어주었을 때도, 학생들이 더 많은 독서를 하고 언어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거예요. 대학에서 13주간 교수가 일주일에 1시간씩 책을 읽어주자,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양질의 책을 더 많이 대출했습니다. 기말 에세이 평가도 다른 반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받았고요. 아이가 독서를 싫어한다면, 양육자가 소리 내 책을 읽어주세요. 지금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④인생책을 만나게 해준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푹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책(『읽기 혁명』에서는 ‘홈런 북’이라고 표현합니다)을 만나게 해주는 겁니다. 즐겁게 몰입해서 독서를 한 경험이 있다면, 이후로도 계속 책을 읽게 되거든요. 먼저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라고 해보세요. 이때 양육자는 마음을 담대하게 먹어야 합니다. 아이의 인생 책은 뭐가 될지 모르거든요. 세계명작동화가 아니라 유치한 이야기가 가득한 유머책, 연애를 주제로 한 로맨스 잡지를 고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연히 만화책도 좋아요. 양육자의 불안을 감지한 듯, 크라센은 긴 페이지를 할애해 만화책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습니다. 요약하면 만화책이 언어 발달,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는 없고요. 오히려 아이들의 다독과 어휘 확장을 위해 만화책이 필요하다는 연구는 많습니다. 일단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읽는 게 재미있는 기억으로 인식되면, 그 경험이 다른 읽기로 이끌어주기 때문이에요.   언어는 즐거울 때 배울 수 있다    아이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면, 이제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례입니다. 크라센이 분석한 수많은 연구 결과, 언어는 긴장 상태에서 결코 익힐 수 없다고 해요. 언어 습득에는 감정적인 요소도 관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험을 보는 영어 교육은 의미가 없는 겁니다.    스티븐 크라센은 언어학의 제왕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의 이론을 계승한 학자이기도 한데요. 촘스키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언어 능력을 타고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뇌에는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있다고 했어요. 뇌의 어느 부위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수 장치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언어 습득자가 긴장하거나 방어적일 때는 입력된 언어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 언어가 습득을 담당하는 두뇌 부위까지 도달하지는 못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언어 ‘기술(skill)’을 학습하고 나서 이 기술을 읽기나 쓰기에 적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의 활동은 그렇지 않다. p.169   반대로 불안감이 낮고, 즐거울 때 입력된 언어는 뇌의 언어 습득장치에 쉽게 도달하죠. 크라센은 즐거운 인풋(input)을 가능하게 하는 제일 강력한 도구가 바로 ‘책’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지금껏 이야기한 자율 독서의 핵심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독서를 할 때 완전히 책 속으로 빠져드는 몰입을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텐데요. 즐겁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어휘를 습득하고, 복잡한 문법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사용해 쓰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이 책의 각주에 설명된 자료에는 『해리포터』 전권을 읽을 정도가 되면 고난이도 텍스트를 다루는 데도 거의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하네요.   『읽기 혁명』에는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언어 교육의 연구 결과가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흥미롭지만, 독자에 따라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연구 결과를 분석해 설명하기 때문에 문체가 다소 딱딱하거든요. 하지만 언어학 분야의 최고 석학인 스티븐 크라센의 저서 중 한국어로 출간된 유일한 책이자, 크라센의 언어 교육 이론의 중심인 ‘자율 독서’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는 것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자발적인 읽기’의 효용을 설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래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둔 양육자에게 특히 유용할 거예요. 아직 글자를 모르는 영유아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영어 교육에 관한 워밍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읽으시면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을 하나 소개하고 싶어요. 부유층과 빈곤층 아이들의 독서율 차이를 조사한 연구 결과의 한 부분입니다. 크라센은 동료 연구가들과 함께 경제적 격차가 큰 비버리힐즈(Beverly Hills), 와츠(Watts) 등 LA 지역 아이들의 읽기 환경을 조사했는데요. 고소득층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저소득층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4000배나 더 많은 책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해요(고소득층 지역 아이들은 집에 수백 권의 책이 있고 공공도서관과 서점, 학교 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만, 저소득층 지역은 이런 시설이 아예 없거나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읽을거리’의 빈곤은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길거리 간판조차 낙서로 뒤덮여 있어서 단지 66%(고소득층 지역은 96%) 정도만 읽을 수 있는 상태였거든요.    가난은 아이의 교육에 매우 파괴적이다. 그렇지만 학교는 최소한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가난이 미치는 영향에 대응할 수 있다. p.80   코로나19는 교육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교육에 공백이 생기자 양육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교육에도 큰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죠. 저소득층 아이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급식의 부재로 끼니를 걱정하는 반면, 고소득층 아이들은 원격 수업 기간을 오히려 선행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크라센은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쥐여주는 일”이라고 말해요. 평등한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 학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양질의 도서관과 학급문고를 배치하는 거라고요. 단순히 영어 교육의 차원을 넘어 전반적인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영어 교육에 대한 논의는 뜨겁습니다. 영어유치원이나 조기 유학 등에 관한 찬반양론이 대표적이죠. 교육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로 두 견해는 늘 팽팽히 맞서는데요. 사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교육 기관을 선택지에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가정이 훨씬 많을 겁니다.   “읽기가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크라센의 이론은 그래서 힘이 됩니다. 고가의 교육 기관을 보내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어주는 양육자는 충분히 훌륭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사교육 시장에서 날아오는 무수한 소문에 갈대처럼 흔들리고, 때로는 초라해지기도 하는 마음에 이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 싶네요.  성소영 객원기자 s,   관련기사"우리의 말은 아이 삶에 흔적을 남긴다" 부모가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성소영 객원기자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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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옜다, 이거나 먹어!” 귀엽고 유쾌한 빨간 모자 할머니

    “왜 맨날 맨날 할머니가 안 와?”   함께 사는 어머니께서 (당신의)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가셨습니다. 아이가 “할머니는 어디 갔어?”라고 물은 지 나흘째, 마침내 “할머니는 왜 안 오느냐”고 묻습니다. 문득 아이에게 ‘할머니’는 어떤 이미지일까 궁금해집니다. 집에 잘 없는 엄마·아빠 대신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어딜 갔다 오든 “잘 다녀왔어?” 하고 물으며 먹을 걸 잔뜩 내오는 사람이 아마 할머니겠죠. 돌봄과 희생의 아이콘, 할머니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날 밤 아이와 『팥빙수의 전설』을 펼쳤습니다. 사실은 ‘팥빙수’란 소재에 끌렸어요. 정말 덥잖아요. 짜면 물이 나올 것 같은 습도도 힘들고요. 그래서 좀 시원한 그림책을 읽고 싶었어요. 그런데 팥빙수가 아니라 할머니가 눈에 들어옵니다.   빨간 보자기(스카프나 머플러는 아닌 게 분명해요)를 질끈 동여맨 이 할머니, 어딘가 남다릅니다. 끔뻑끔뻑 일어나서 어푸어푸 세수하고 오물오물 냠냠 야무지게 아침을 먹습니다. 된장이 묻은 초록 고추에서 아삭하고 소리가 날 것만 같습니다. 빨간 보자기를 동여매면 외출 준비 완료. 영차영차 국민체조를 한바탕 하곤 밭으로 나가 새를 쫓고 지지대를 세우고 풀을 뽑고, 허리를 펼 새가 없습니다. 할머니의 일상은 단단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요.  단단한 일상을,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살아내는 할머니. 이런 할머니 캐릭터는 만나기 힘들다.   건강한 삶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루틴일 겁니다. 규칙적인 일상이요. 그건 사실 아이의 등하원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 같은 게 저절로 만들어주죠. 더 중요한 건 ‘그 중심에 누가 있느냐’일 겁니다. 육아인이 되면 이걸 잡기가 어렵습니다. 내 스케줄의 중심에 아이가 있으니까요. 2시간 뒤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온통 변동성 투성이에요. 고작 3kg으로 태어난 작은 생명체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죠. 그래서 많은 육아인들이 우울감과 번아웃에 시달리는 걸 거예요. 그런데 이 할머니를 좀 보세요. “그러지 말어, 암만.”   이 할머니가 멋진 또 다른 이유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태도입니다. 밭에서 수확한 딸기며, 참외, 수박 그리고 직접 거둔 팥으로 쑨 단팥죽을 싸 짊어지고 장에 가는 할머니, 산속에서 갑자기 눈을 만납니다. “요렇게 따스운 날에 눈이 오면 ‘눈 호랑이’가 나온다는디.” 어쩌죠? 어쩌긴요.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잖아요. 그냥 갑니다. 뽀드득뽀드득.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눈 호랑이의 매서운 눈이 번쩍합니다. 멀리서 본 것과 달리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눈 호랑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가 딸기를 던지며 말하죠. “옜다, 이거나 먹어!”  눈 호랑이를 마주한 할머니. 움찔하지만, 봇짐에서 딸기를 꺼내 던져주며 "옜다, 이거나 먹어!" 하곤 살금살금 도망간다.    할머니의 삶은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삶을 떠올려보세요. 수월한가요? 삶은 원래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겁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일지언정요. 할머니의 삶도 예외일 리 없죠. 그런 삶을 70년, 80년 살아냈기에 그는 압니다. 호랑이를 만났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걸요.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울고불고 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말입니다. 그냥 마주하는 것 말고는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맛있는 거 달라니, 줘야죠.   이지은 작가가 처음 이 책을 구상할 때만 해도 할머니는 눈 호랑이를 만나 땅이 꺼지게 좌절하는 캐릭터였대요. 삶의 굽이굽이마다 좌절한 한 많은 할머니였거든요. 그런데 그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작가의 정신세계에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명상을 시작했거든요. 사건이나 상황이 아니라 그걸 대하는 나의 태도가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창작물 속 인물들까지 완전히 달라졌대요. 할머니가 눈 호랑이 앞에서 “어이쿠, 호랑이네. 워쩐대. 어쩌겠어? 맛있는 거 달라면 줘야재” 하는 캐릭터가 된 건 그래섭니다.     30일 나간 지나영 존스홉스킨 의대 교수 인터뷰 보셨나요? 지나영 교수는 5년 전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율신경계 장애라 만성 피로와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실신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잦다고 해요. 아이를 좋아하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대요. 좌절할 법도 한 상황인데,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긍정적 마음자세 덕분에요. 어떤 상황이건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아픈 덕분에 이렇게 강연도 하고 책도 쓰고 인터뷰도 하게 되지 않았느냐”는 그는 “아이에게도 이런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 어떤 어려움이나 실패를 겪어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 교수님도, 빨간 모자 할머니처럼 사셨네요.   이 책을 보면 『팥죽할멈과 호랑이』가 떠오르기도 하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래동화 특유의 불편함, 오빠는 똘똘한데 여동생은 사고만 친다거나, 여성을 한없이 수동적으로 그려서 주는 불편함은 없습니다. 나를 위해 사는 유쾌하고 명랑한 할머니와 어리숙해 보이는 호랑이 덕분인데요. 기존의 동화를 알고 있는 어린이라면 캐릭터가 뒤틀릴 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덩치에 안맞게 어리숙해서 귀여운 눈 호랑이와 다부지고 유쾌한 할머니. 고정관념을 비틀어 탄생한 두 캐릭터와 이 둘 사이의 묘한 궁합 덕에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머가 넘친다.   이쯤 되면 궁금하시죠? ‘팥빙수의 전설’이 도대체 뭔지 말이에요. 그건 여러분을 위해 남겨둘게요. 은은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방구석에 선풍기 회전으로 돌아가게 해놓은 뒤 이불 위에서 아이와 읽어보세요. 시원함도, 재미도 보장합니다.     ■  「 · 한 줄 평 팥빙수를 먹으면서 할 얘기가 하나 는다. “눈 호랑이 맛이 어떤지” 꼭 물어보자. · 함께 읽으면 좋을 이지은 작가의 다른 책 『이파라파냐무냐무』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암호 같은 제목의 숨은 뜻을 맞춰보자! 『종이아빠』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 종이가 된 아빠여도 충분히 좋다. · 추천 연령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라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스스로 읽을 수 있고요. 아는 만큼 보입니다. 초등학생이라면 더 다양한 걸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 관련기사거절을 모르는 착한 당신, 왜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나쁜 생각, 해도 괜찮아. 모두 너란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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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을 모르는 착한 당신, 왜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요?

    혹시 이런 기분 아세요? 호의를 베푼 건데, 호구가 된 기분이요. 아신다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군요. 아마 당신은 거절을 못 할 거예요. 오늘 소개할 그림책 『착해야 하나요?』를 당신은 반드시 읽어야 할 겁니다. 당신의 아이에게도 반드시 읽게 해야 하고요. DNA가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우린.   여기 두 어린이가 있습니다. 유진은 나무랄 데 없는 아이죠. 맡은 일은 묻지 않아도 알아서 하고요, 잠잘 때가 되면 스스로 침대에 가죠. 자지 않겠다고 떼를 부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브로콜리도 잘 먹어요. 얼마나 착한지 엄마·아빠가 ‘착한 아이’ 배지를 달아줬을 정도랍니다.   제시는 정반대입니다. 같은 부모에게 나서 같은 집에서 자라는데 달라도 너무 다르죠. 맡은 일은 까먹기 일쑤고요, 잠자기 싫다며 밤늦도록 TV 앞에 누워 초코 과자를 먹습니다. 브로콜리는 절대 안 먹고요. 네, 제시는 ‘나쁜 아이’입니다.   어느 날, 유진은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엄마, 아빠가 제시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데, 유진에게만 하라는 게 많거든요. 유진은 묻습니다. “왜 나만 토끼장을 청소해야 하죠? 왜 나만 브로콜리를 먹어야 하죠?”   엄마와 아빠는 말합니다. “(제시는)아무리 말해도 듣질 않잖아. 이젠 잔소리하기도 지쳤단다. 착한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니.”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배우 류승범의 대사인데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결국 유진은 이런 생각이 들고 맙니다. ‘착한 아이가 되어 봤자 좋을 게 뭐람?’   유진은 마침내 깨닫습니다. 착한 아이가 되어 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요! 그리고 나쁜 아이가 되죠.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왜일까요?   사실은 유진도 브로콜리 엄청 싫어하거든요. 늦게까지 안 자고 초코 과자 먹으면서 TV도 보고 싶고요. 그래서 유진은 하고 싶은대로 합니다. 화장실 갔다가 손도 안 씻고 나왔고요. 저녁 식사로 나온 브로콜리도 안 먹었어요. 토끼장 청소도 하지 않았죠. 물론 늦게까지 안자고 초코 과자를 먹으면서 TV도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합니다.   유진이 ‘나쁜 아이’가 되는 사이 제시는 반대로 ‘좋은 아이’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어딜 가나 말썽을 피워서 친구 생일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했는데, 새로 이사 온 친구 라라의 생일 파티에 유진 대신 가게 된 거예요. 제시를 잘 모르는 라라는 제시에게 같이 놀자고 했고, 친구의 호의에 기분이 좋아진 제시는 말썽부리지 않고 잘 놀았죠. 헤어질 땐 과자 선물까지 받았고요. 제시는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온 제시가 토끼장 앞에서 토끼랑 놀고 있는,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한 유진에게 갑니다. 그리고 말하죠. “지난 23주 동안 나 대신 토끼장을 청소해 줘서 고마워, 오빠.” 유진은 말합니다. “착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청소한 거 아니야. 토끼가 뛰어놀라고 그런 거야.”   유진의 말 속에 "착하다"고 칭찬해선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칭찬 받으려고 한 행동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칭찬이 아니라 고맙다는 인사죠.   ‘착하다’는 칭찬을 받으려고 착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 행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죠. 토끼를 사랑해서, 즐거워하는 엄마·아빠 그리고 친구를 보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행동을 했다고 “착하네” 하고 칭찬하는 건 맞지 않아요. 그럴 때 해야 할 말은 바로 이겁니다. “고마워.”   유진과 제시는 어느 날엔 착하고, 또 어느 날엔 좀 덜 착합니다. 어느 날엔 나쁘기도 하고요. 착한 행동도, 나쁜 행동도 하지만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닙니다. 그저 유진이고, 제시죠.   이 책을 그리고 쓴 로렌 차일드는 아이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의 대표작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에는 채소를 절대 먹지 않겠다는 동생에게 “이건 네가 아는 당근이 절대 아니야! 목성에서 온 오렌지뽕가지뽕이지”라고 말하는 깜찍한 오빠가 나오는데요. 자기는 ‘채소 대장’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채소를 잘 안 먹는 저희 집 어린이도 이 책을 펼쳐 놓으면 채소를 아주 잘 먹습니다. “이건 인어공주가 좋아하는 바다쭉뽕이야”라면서요.   아동문학계에선 그를 ‘포스트모던 작가’로 분류하는데요, 콜라주 기법을 써서 그린 그림 때문입니다. 그의 그림엔 색종이를 오려 붙여서 만든 오브제나 독특한 무늬가 프린트된 종이를 붙여 만든 듯한 벽지 같은 게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식의 정형화된 틀을 깨는 표현 방식이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죠. 로렌 차일드의 책이 널리 읽히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엄마·아빠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유진과 제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니니에요." 맞아요. 착한 행동도, 나쁜 행동도 하지만 그렇다고 착한 아이인 것도, 나쁜 아이인 것도 아니죠. 그저 유진이와 제시일 뿐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내렸다면, 당신은 아마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거나 적어도 ‘읽어볼까?’ 하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을 거예요. 어른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면, 아이들에겐 『착해야 하나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당신을 닮아 너무 착해서 답답하다면 꼭 읽어주세요. 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아이도 알아야죠.     ■  「 · 한 줄 평 어른들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면, 어린이들에겐  『착해야 하나요?』가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로렌 차일드의 다른 책 『난 절대 토마토 안 먹어』 로렌 차일드의 대표작 ‘찰리와 롤라’ 시리즈 중 대표작. 채소 안 먹는 아이도 채소를 먹이는 비법이 나온다!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 역시 찰리와 롤라 시리즈. 재우려고 하면 ‘물 마신다’, ‘그림책 읽는다’ 요구 많은 아이를 재우는 비법이 공개된다.   · 추천 연령 4~6살 어린이라면 찰리와 롤라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착해야 하나요?』는 7살 이상 어린이와 읽으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 관련기사"나쁜 생각, 해도 괜찮아. 모두 너란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농장의 아기 돼지, 베이컨이 되지 않고 살아남은 비결은?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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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말은 아이 삶에 흔적을 남긴다" 부모가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

    양육자가 ‘좋은 양육’에 대해 이토록 고민하고 공부하던 시절이 또 있을까요? 아이를 개인으로 존중하고, 언제나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건 이제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이죠. 이 양육 태도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교육심리학의 거장 ‘하임G. 기너트(Haim G. Ginott)’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어린이 심리치료사였던 그는 최초로 인간의 ‘감정’에 주목해 어린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어요. 1965년 출간된 책 『부모와 아이 사이』는 이 연구의 결정체죠.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당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아시다시피 1960년대는 체벌이 당연하던 시절이잖아요. 그간의 어린이 심리 교육 연구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데 그쳤다면, 기너트는 어린이를 ‘감정과 욕구가 있는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우리가 읽고 있는 대부분의 육아서는 사실 『부모와 아이 사이』 범주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책은 큰 호응을 받으며 5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살아생전 기너트가 쓴 칼럼은 매주 특종 기사로 연재가 되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기너트는 양육자가 아이의 감정과 욕구,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기를 바랐어요. 이 태도의 기본은 ‘대화의 기술’을 익히는 거라고 했고요. 그는 양육자의 ‘말’이 외과 의사의 ‘칼’과 같다고 말합니다. 서툴수록 더 큰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에요.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아이를 존중하며 양육하는 방법이 가득 담겨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기너트가 제안하는 핵심적인 대화의 기술을 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① 감정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기너트가 말하는 ‘대화의 기술’을 관통하는 핵심은 먼저 아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 느닷없는 말썽 이면에는 언제나 감정이 숨겨져 있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설득의 영역도 아니고요. 사랑을 강요할 수 없듯, 감정은 마음에서 저절로 일어나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대할 때는 종종 착각하게 되지 않나요? 화내고 우는 건 나쁘다고요.   감정은 우리가 유전으로 받은 소산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느낀다. 우리는 어느 때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감정을 우리 마음대로 좌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감정들을 어느 때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또 우리는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p. 56     아이들은 분노, 두려움, 당황,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울거나 떼를 쓰거나, 양육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아이가 속마음을 숨기고, 이렇게 표현하는 건 자신의 감정을 나누는 데 서툴기 때문이에요.   기너트 박사는 아이들이 ‘격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양육자가 그 감정을 알아주는 것뿐이라고 말해요. 아이가 넘어지면 달려와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듯, 감정적 상처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화가 났구나”, “창피하구나”, “속상하구나” 같은 말을 해줘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이 말을 통해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느낄 수 있어요. 때로는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갖게 되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기분이 무엇인지 모를 때도 잦거든요.   그럼 막무가내로 우는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첫 번째입니다. 말 속에 힌트가 있거든요. 그래도 모르겠다면 자신의 감정적 경험에 빗대어 보세요. ‘어린 시절의 나라면 지금 기분이 어땠을까?’를 떠올려보면 아이의 마음이 보일 거예요. 그걸 말로 표현해주면 됩니다.   ② ‘감정’은 너그럽게, ‘잘못된 행동’은 엄격하게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갈게요. 기너트의 양육법은 아이의 모든 것을 인내하고, 받아줘야 한다는 게 결코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양육자의 너그러움이란 “아이가 아이답게 굴 때,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해요. 아이들은 원래 옷을 금방 더럽히고, 위험한 곳에 올라가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해서 장난을 치는 존재임을 인정하라는 겁니다.   이때 ‘감정’과 ‘행동’을 다르게 대하는 게 중요해요. 감정에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그걸 표현하는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는 엄격하게 훈육해야 하죠. 해서는 안 되는 행동까지 허락하는 것은 너그러움이 아니라 방임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감정이 아니라, 오로지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괴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이 발생하면 부모들이 관여하여 그것을 말과 그 밖의 다른 상징적 출구로 배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p. 188    여기서 ‘말’은 “속상했구나”, “슬펐구나” 같은 감정의 언어이고요. 상징적 출구란 흉측한 그림을 그리거나, 끔찍한 내용의 시를 쓰거나, 마구 뛰어다니는 등의 행동을 의미해요. 아이가 건강한 방식으로 ‘상상 속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건 얼마든지 인정해줍니다.   하지만 그 감정 때문에 친구를 때리거나, 집을 나가거나, 양육자에게 욕을 하는 등 사회적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엄격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때리는 게 아니야. 절대로 안 돼” 같은 확고한 표현을 통해서요. 사회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 앞에서는 ‘왜 하면 안 되는지’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분명하게 안된다고 말하는 걸로 충분하죠.   ③ 요청은 거절해도, 소망하는 마음은 허락한다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생기는 트러블은 대부분 아이의 요청을 거절할 때 발생하죠. 기너트는 이때 “안 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요. 현실에서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해도, 소망만큼은 인정해주라는 겁니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소망 또한 저절로 일어나는 마음이니까요.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장난감이 정말 갖고 싶구나. 네 얼굴만 봐도 얼마나 갖고 싶어하는지 알겠다. 나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늘은 사줄 수가 없어.”   물론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을 수 있어요. 이때 아이의 마음을 한 발 더 헤아리며 말하는 방법이 있죠. 상상 속에서나마 소망을 이루어주는 겁니다.   “저 장난감이 우리 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를 초대해서 재미있게 놀 수도 있겠다. 정말 신날 것 같은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오늘은 보기만 하는 거야.”   소망이 이뤄진 모습을 상상하게 하면, 무작정 거절하는 것보다 상처를 덜 받는다고 해요. 비록 장난감을 사지는 못했지만, 양육자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음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고요? 이렇게 설명해볼게요.   그동안 눈여겨본 캠핑 텐트가 할인하는 것을 발견했어요. 텐트를 구경하는 당신에게 배우자가 말합니다. “이번 달 생활비 부족한 거 알잖아. 그리고 집에 있는 텐트는 어떻게 하려고?”    순식간에 억울하고 배우자가 미워집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이 텐트가 있으면 훨씬 편하겠다. 지금 가진 것보다 넓어서 아이들도 좋아하겠지? 나도 우리가 새 텐트를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텐트를 사지 못하는 결말은 똑같지만, 마음만은 전과 다를 겁니다.    ④ ‘나’ 대화법으로 화내기   나아가 기너트는 “양육자도 화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기사를 읽는 대다수의 양육자는 아마 아이에게 욱하지 않으려고 충분히 애쓰는 사람일 거예요. 하지만 아이가 선을 넘는 순간, 무너지고 말죠. 우리는 욱하고, 후회하고, 자책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인내가 미덕이 아니라고 조언해요. 저는 이 대목에서 그간 양육서를 읽을 때마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에게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라고 하면서, 양육자는 왜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감정을 제대로 느껴야 하는 건, 아이뿐 아니라 양육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적으로 건강한 부모들은 성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분노를 의식하고, 그것을 존중한다, 분노를 정보의 근원, 상냥함을 보여주는 징조로 활용한다. 그런 부모들의 언어는 감정과 일치한다. p. 86    중요한 것은 ‘화’ 자체가 아니라 화를 내는 태도예요. 특히 양육자의 분노는 “아이와 부모 양쪽 모두에게 부작용이 없는 방법으로 표현”해야 하죠. 그 첫 단계는 ‘나’ 표현을 사용해 말하는 겁니다. “나 화났어”, “나 기분 나빠”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단계를 더 나아갑니다. ①화가 난 이유를 설명하고, ②양육자의 마음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하고, ③아이가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겠는지 요구하는 거예요. 여기서 ‘감정과 일치하는 부모의 언어’란 이런 겁니다.   “카세트 스테레오의 소리를 줄여달라고 거듭해서 부탁했는데, 아들이 말을 안 들어주니까, 화가 나고 마음이 안 좋아.”   “나 화나고 실망했어.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거 아니야.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돼.”   저자는 아이에게 창피를 주거나 체면을 깎지 않고 화난 감정을 표현하면 아이가 스스로 변할 거라고 조언해요. 양육자가 올바르게 화내는 것은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데요. ‘분노’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타인을 해치지 않고도 화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양육자는 화를 ‘잘’ 내야겠습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양육자가 부딪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대화법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한 고찰이 전무했던 시대에,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 안의 감정을 파고든 저자의 통찰은 21세기의 양육자에게도 묵직한 깨달음을 주죠.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입니다(지금의 『부모와 아이 사이』는 기너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내 ‘앨리스 기너트’가 남편의 연구를 이어받아 2003년 출간한 개정판입니다. 현대에 맞는 사례를 추가하고 대화를 각색했다고 하네요)   혹시 고전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었다면, 기우입니다. 기너트의 설명은 친절하고 구체적이거든요. 수많은 임상 심리치료 사례에서 체득한 생생한 예화로 양육 이론을 전달하는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죠. 바쁜 양육자라면 ‘제10장 요약: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만 읽어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책의 핵심을 한 파트로 정리한 부분이에요.    『부모와 아이 사이』가 출간된 지 57년, 우리는 그 시절에서 얼마나 더 왔을까요? 우리는 1965년 사람들보다 더 어린이를 존중하고 있을까요?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노키즈존’, 미디어마저 미숙한 이들을 ‘-린이'이라고 부르며 어린이를 낮추어 표현하는 걸 떠올리면 “그렇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진 않네요.   부모들은 손님 대하듯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p.19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그리고 아이와 건강하게 공존한다는 건 바로 그 아이를 나와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성소영 객원기자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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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생각, 해도 괜찮아. 모두 너란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변소라 디자이너 2003년 개봉한 일본 영화 ‘사토라레’를 아시나요? 3살 때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외과 의사가 주인공인데, 특이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 주위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리는 거예요.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르고요.사토라레는 마음속 생각을 남에게 들키는 사람이란 뜻이죠. 영화를 보며 궁금했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이 의문이 풀렸어요. 이탈리아 그림책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를 읽으면서요. 그래서 오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사진=출판사 이마주]   유리 아이는 몸이 투명합니다. 그래서 생각과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이죠. 남다른 외모(온몸이 유리잖아요!)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관심을 한 몸에 받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아이를 칭송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하는 덕분에 어느 장소와도 잘 어울린다고요.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읽혀 대화하기 쉽다는 것도 사람들은 칭송하죠. 하지만 유리 아이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이의 생각이 많아졌거든요. 투명한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좋은 생각 뒤로 점차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렇게 흉한 것들을 보여주는 게 창피하지도 않니?” 아이의 생각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각이 불순하다고 다그치더니, 아예 생각하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어른들의, 그것도 무자비한 비난을 무심히 넘길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요? 게다가 이 아이는 예민합니다. 유리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상처를 받으면 몸에 금이 가죠. 아이를 안고 보듬어주면 좋을 텐데, 사람들은 깨지고 금 간 아이를 피합니다. 불쾌하다는 겁니다. 아이는 억울합니다. 스스로 몸을 깨부술 수도, 생각을 감출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트레싱지(반투명 종이)를 이용해 긍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생각 등 인간의 다면성을 표현했다. [사진=출판사 이마주]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사진=출판사 이마주]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사진=출판사 이마주] 이 책을 집어 든 건 몸이 유리로 된 아이라는 소재에 끌려서였어요. 작가의 남다른 상상력이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아렸습니다. 유리 아이가 남 같지 않았거든요.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건 그림책 밖에 사는 우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또래 관계가 일상의 전부인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중요한 일이고요. 저 역시 매일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자극받으며 살고 있죠.    유리 아이가 남 같지 않아지자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졌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하지만 어른도 그러기 쉽지 않죠. 유리 아이는 도망칩니다. 어딘가에는 자기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곳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요.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유토피아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요. 작가 역시 그 사실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어딜 가도 유리 아이를 이해해준 곳은 없었다고 쓰거든요. 그림책이니 해피엔딩으로 쓸 법도 한데요, 작가는 냉정했습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사진=출판사 이마주]   유리 아이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배운 게 있습니다. 자신은 가냘프지만 빛나고, 예민하지만 투명한 존재라는 걸요.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도 나라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듬어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도요.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안아줘야 상황이 바뀐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인간은 누구나 남과 다른 면을 갖고 있고, 그 개성을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 이 책이 주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유리 아이는 어디서 이 깨달음을 얻은 걸까? 이 의문을 해결하려고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봤는데요, 그제야 유리 아이가 집을 떠나있던 시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리 아이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곳, 유토피아를 찾아다니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책에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 다움’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선 방황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죠.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유리 아이』. [사진=출판사 이마주] “집으로 돌아온 유리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어요.”      작가는 마지막까지 유리 아이가 나 다움을 완성했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고 썼죠. 여기에 두 번째 메시지가 있습니다. 나 다움은 한순간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타인에게 평가받고, 상처받고, 흔들리며 완성해 가는 그 여정 자체가 나다움입니다.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아 온몸에 금이 가더라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 거죠.     이 책은 쉬워 보이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깊이가 있죠. 좋은 모습도, 나쁜 모습도 함께 존재하는 게 인간이니까요. 그런 인간을 다루는 게 간단할 리가요. 친절하게도 작가는 트레싱지(반투명 종이)를 이용해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을 겹겹이 쌓아 복잡다단한 인간의 마음을 시각화했죠. 또 주변 사람의 얼굴은 콜라주 기법으로 그려 넣어 인간의 변덕스러움을 표현했고요.   아이가 책을 어려워한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유리 아이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상황마다 변하는 유리 아이의 마음을 유추하며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부터 나 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 될 테니까요.    ■  「 · 한 줄 평 ‘나 다움’은 한 순간에 깨우칠 수 없습니다. 밝지만 어둡고,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이기도한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모습을 끌어안고 인정할 때야 비로소 나다워지는 것이죠.    · 함께 읽으면 좋을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다른 책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남보다 조금 부족한 다섯 친구가 사는 집에 흠 없이 '완벽한 친구'가 찾아오면서 소동이 일어난다. 완벽한 친구의 멸시에도 굴하지 않는 못난이 5명의 행복 코드는 무엇일까?     『사라지는 것들』영원할 것 같던 것도 결국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변치 않고 내 옆을 지키는 게 있다. 무엇일까? · 추천 연령  『유리 아이』는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유리 아이가 되는 상상을 해볼 수 있고, 초등 고학년이라면 나와 친구, '다름'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고요.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와 『사라지는 것들』은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합니다.  」 관련기사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누명 쓰고 쫓겨났지만 모두를 용서한 이유나쁜 기억 지워드립니다…심야식당 단골인 아이에게 벌어진 일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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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누명 쓰고 쫓겨났지만 모두를 용서한 이유

    윌리엄 스타이그의 『진짜 도둑』 표지. 사진=비룡소, 변소라 디자이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슈키 시의 한 구절입니다. 인생의 쓴맛을 느낄 때면 떠오르는 구절 중 하나인데요. 오늘 소개할 동화책 『진짜 도둑』을 읽고 이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알기에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만의 단도직입적인 상황·심리 묘사 덕분에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법합니다. 스타이그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슈렉』의 원작자이기도 한데요. 그의 작품을 읽으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진짜 도둑』도 그런 책입니다.     윌리엄 스타버그의 『진짜 도둑』. 주인공 수문장 거위 가위. [사진=비룡소]   주인공 가윈은 왕실 보물 창고를 지키는 수문장 거위입니다. 가윈의 정직한 성품을 믿은 배질 왕이 가윈에게만 보물 창고 열쇠를 맡겼죠. 사실 가윈의 꿈은 건축설계사였습니다. 하지만 왕에 대한 충성심에 수문장 제안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왕이 즐겁다면 자신도 행복하다고 믿었죠. 안타깝게도 신의는 배신으로 돌아옵니다. 보물 창고에 보관된 보석들이 하나둘 사라진 게 발단이었습니다. 평소 가윈을 눈엣가시로 여긴 총리는 가윈을 도둑으로 몰았습니다. 유일하게 창고 열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요. 끝까지 가윈을 믿었던 배질 왕조차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넌 이 왕국의 수치야!”   왕은 결국 가윈을 죄인으로 낙인찍습니다. 왕의 결정에 평소 믿었던 친구들도 등을 돌리고요. 왕의 요청으로 꿈까지 접어가며 성실하게 일했는데, 그 결과가 누명이라뇨. 배신감과 분노에 가득 찬 가윈은 재판을 받던 중 창문으로 도망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가윈이 보석을 훔친 걸까? 그렇지 않다면, 진짜 도둑은 누구일까? 감쪽같이 사라진 보물의 행방은? 아마 흔한 스토리였다면 도망친 가윈이 진짜 도둑을 찾는 여정이 펼쳐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이그는 달랐습니다. 곧바로 진짜 도둑의 정체를 밝힙니다. 생쥐 데릭. 그가 진짜 도둑이었습니다.  윌리엄 스타버그의 『진짜 도둑』. 재판 받는 가윈. [사진=비룡소]   이 책은 짧지만 세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플롯이 도둑 누명을 쓰고 힘들어하는 가윈의 이야기라면, 두 번째 플롯은 진짜 도둑 데릭의 이야기입니다. 플롯 구성 덕분에 한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이게 제가 꼽은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     데릭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땅굴을 파다가 우연히 보물 창고로 연결되는 틈을 발견했고, 보물이 예뻐서 자기 방으로 옮겨옵니다. 데릭은 나쁜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도둑질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가윈이 누명을 쓴 것을 뒤늦게 알게 됐고, 줄곧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죠.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이야기가 의아하게 흘러갑니다. 죄책감을 느낀다면서도 데릭은 자백하지 않거든요. 감옥에 갇히는 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무도 모르게 보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가윈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냅니다. 덕분에 배질 왕은 가윈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역시 미안함에 괴로워하고요. 이 책의 두 번째 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식의 직접적인 교훈을 주기보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을 때 겪는 두려움과 죄책감 같은 심리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싶은 장면입니다.     마지막 플롯은 홀로 숨어 사는 가윈과 가윈을 찾아간 데릭의 이야기입니다. 데릭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습니다.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밝힐 용기도 없고요. 결국 가윈을 찾아내 잘못을 털어놓습니다. 이때 잘못을 고백하는 데릭과 가윈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껴 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누군가는 가윈이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가윈의 감정을 일일이 나열해 눈물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혐의가 벗겨졌다는 안도감,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 신의를 저버린 친구와 의지했던 왕에 대한 씁쓸함, 안락한 삶에 대한 그리움 등등…. 가윈의 눈물에는 그간 마음고생 하며 쌓인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다는 얘기죠.   “날 용서할 수 있겠나?”   가윈은 데릭은 용서하지만, 배질 왕과 친구들은 절대 용서 못 한다고 합니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곧바로 가윈의 마음이 열립니다. 데릭이 건넨 손길이 열쇠였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그리움을 자극한 겁니다.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오히려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걸 데릭을 통해 깨달은 거죠.  윌리엄 스타버그의 『진짜 도둑』. 홀로 은둔 생활하며 눈물 짓는 가윈. [사진=비룡소]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가윈은 왕국으로 돌아오고, 왕과 친구들은 그에게 용서를 빕니다. 가윈은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요. 다만 가윈이 이들을 무조건 용서한 건 아닙니다. 가윈은 데릭에게 자백하지 말고 도둑의 정체를 수수께끼로 남겨두라고 하는데요. 왕도 신의가 없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도 반성합니다. 그동안 왕에 충성한다는 이유로 왕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자신을요. 그리고는 수문장이 아닌 건축설계사로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모두가 상처를 입었지만, 그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 이게 제가 찾은 이 책의 마지막 매력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혼자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랑하지만 섭섭하고, 밉지만 그리운 마음 같은 복잡 미묘한 양가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요. 양육자가 함께 읽는 걸 추천합니다. 가윈, 데릭, 배질 왕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느낀 감정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합니다. 그중 아이와 함께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지막 구절을 남깁니다.   “가윈은 다시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 그들의 나약함을 알았기에 더욱 현명한 방법으로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  「 · 한 줄 평  우정과 배신, 거짓과 진실, 상처와 용서, 그리고 성장.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책  · 함께 읽으면 좋을 윌리엄 스타이그의 다른 책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친절한 생쥐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은 생쥐를 잡아먹는 여우의 이를 어떻게 치료해줄까? 위기에 맞서는 용기, 자신을 지키면서도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소원 한 번 잘못 빌었다가 바위가 된 당나귀 실베스타, 자신을 애타게 찾아헤맨 부모님과 만날 수 있을까요?   · 추천 연령  『진짜 도둑』은 글밥도 많고 내용도 깊이가 있어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과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도 글밥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투니스트 출신 작가의 귀여운 삽화 덕분에 그림만 봐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으니 초등 1학년도 무난히 읽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나쁜 기억 지워드립니다…심야식당 단골인 아이에게 벌어진 일아기 돼지 삼형제 잡아 먹으려던 늑대가 누명을 쓴 거라고?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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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저학년이 스마트학습지, 괜찮을까?"

    hello! Parents가 두 번에 걸쳐 스마트학습지 리뷰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 13일 소개한 엘리하이와 와이즈캠프는 각각 강의·문제풀이식 수업과 마인드맵 개념정리 수업이 강점으로 꼽혔었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고요. 2탄에서는 초등 저학년에게 좀 더 친숙한 브랜드를 분석해봤습니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 홈런과 천재교육의 밀크T입니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스마트학습지 '아이스크림 홈런'과 천재 교육의 '밀크T'. 변소라 디자이너 두 브랜드는 스마트학습지 시장에 각각 첫 번째, 두 번째로 진입했습니다. 스마트학습지의 선봉자로 불리는데요.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기 주도 학습 습관을 다잡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브랜드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효과가 달랐습니다. 학습 습관이 다져지지 않은 초등 저학년은 각 브랜드의 강점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오늘은 유희수(서울 신동초 2학년) 어린이와 함께 스마트학습지 서비스를 체험해 봤습니다.   여기서 잠깐! 스마트 학습지 기억나시나요? 스마트학습지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일일 온라인 학습 서비스입니다. 각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전용 태블릿PC를 사용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하루 공부 계획을 세우고, 계획표에 따라 스스로 수업도 듣고 문제도 풉니다. 주 1회 전화 또는 화상으로 담임교사의 학습관리가 이뤄지고요. 과거 종이 학습지를 태블릿PC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죠. 오늘 소개할 아이스크림 홈런과 밀크T도 동일하게 운영됩니다. 하지만 브랜드마다 아이가 선호하는 서비스는 달랐습니다.     ━  아이스크림 홈런   아이스크림 홈런은 초·중등 스마트 교육 서비스 기업 아이스크림에듀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가정용 스마트학습지입니다. 국내 교사 99%가 사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교사용 수업 콘텐츠 '아이스크림'(i-Scream)을 발판 삼아 개발됐는데요. 2011년 11월 출시 당시 선생님이 교실에서 쓰는 콘텐츠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큰 주목을 받았죠. 아이스크림에듀는 올해 검정교과서 출판에까지 진입하며 온·오프라인 교과 연계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에듀 측은 “교과서 중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로 예·복습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스크림 홈런 무료체험 신청시 받아볼 수 있는 전용 태블릿PC 기기와 안내 책자. 이민정 기자   ① 교과서를 그대로 구현, 학습 전과 효과: 전과 기억하시죠? 아이스크림 홈런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참고서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학교별 교과서를 선택해 학교 수업 진도에 맞게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교과서 지문과 문제를 그대로 옮겨와 콘텐츠로 만들었기 때문에 예습용으로 활용하기 좋겠다 싶었습니다. 교과서를 한 번 훑어보고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과서 속 문제를 디지털기기에서 풀고 곧바로 정답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학교에서 하듯 종이에 연필로 뭔가를 적고 지우는 걸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교실에서 하는 활동이나 단원 평가 같은 시험을 태블릿PC로 하진 않으니까요. 이 문제는 매 학기 보조 교재로 지급되는 ‘탑 시크릿’을 활용하면 되겠다 싶긴 했습니다. 각 단원 요점정리와 문제가 정리되어 있어서 초등 저학년 때는 단원평가나 성취도 평가 등 지필고사 대비로 충분해 보였습니다.    아이스크림 홈런은 플래시, 애니메이션, 선생님 강의가 섞인 혼합형 수업이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면 학습 도우미 'AI 튜터, 아이뚜루'가 등장한다. 이민정 기자 ② 학습 도우미 'AI 튜터':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초등 저학년이 20분씩 화면을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수업 도입부 애니메이션에 집중하던 희수도 수업 후반 선생님의 설명이 길어지니 지루하다며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더라고요. 그때 갑자기 화면에 캐릭터 하나가 등장합니다. AI튜터 ‘아이뚜루’입니다. 아이뚜루는 실시간 학습 도우미입니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등장해 아이와 간략히 인사를 하고 시작하는데요, 이때 좋은 글귀를 소개하기도 하고, 스트레칭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뚜루가 수업 내내 화면에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아이가 학습에 집중하지 못할 때, 또는 아이가 문제를 성의 없이 풀 때, 갑자기 화면에 나타나는데요. 태블릿PC에 탑재된 시선 추적 기능 덕분에 가능한 일이죠. 아이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도움이 필요할 때 등장하는 겁니다. 수업 중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뚜루 덕분에 아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③ AI 학습 게임과 체험활동: 희수도 아이뚜루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아이뚜루와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이었는데요. 학습 기기에는 네이버 클로바의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아이뚜루와 대화를 하거나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희수는 아이뚜루와 함께 하는 초성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뚜루가 문제를 내면 희수가 정답을 외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맞춤법과 받아쓰기 공부가 한창인 저학년 어린이라면 단어 익히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숙제해결-체험학습’ 카테고리에도 흥미를 보였는데요. 전국 각지의 박물관, 유적지 견학 과정을 담은 영상 콘텐츠입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희수는 화폐 박물관 견학을 선택했는데요. 영상이 최신판은 아닙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견학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연신 감탄하면서 보더라고요. 수업 영상을 볼 땐 지루해 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죠. 집중력이 높아진 아이를 보며 저학년에게는 학습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  밀크T 초등     40년 전통의 참고서·교과서 출판기업 천재교육이 만든 스마트학습지입니다. 천재교육하면 ‘해법 수학’ 문제집과 ‘천재 교과서’를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브랜드인데요. 오랜 시간 학교 수업용 교과서와 연계 교재를 연구해 왔던 만큼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게 강점입니다. 밀크T 수업을 들은 희수도 “수업을 게임처럼 한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밀크T 전용 태블릿PC와 안내책자. 이민정 기자   ① 게임·녹음 등 참여형 콘텐츠 : 밀크T 수업 형식은 타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플래시와 애니메이션, 선생님의 수업이 과목과 차시에 맞게 배치되어 있죠. 하지만 수업 중간중간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학 ‘길이 재기’ 단원에서 직접 1cm를 써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단원에서는 선생님의 설명보다 아이가 직접 1cm를 써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희수도 태블릿PC용 펜을 들고 화면에 직접 글자를 써 내려 가고 읽는 소리까지 녹음해 보았는데요. 수업을 듣다가 할 일이 생기니 표정부터 밝아지더라고요. AI 캐릭터와 아이가 서로 대화하며 개념을 이해하는 스토리 텔링형 방식인 ‘AI 개념 톡톡’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캐릭터 질문에 어떤 답변을 고르느냐에 따라 설명 방식이 달라지는데요. 이해력이 좋은 아이에게는 짧고 굵게, 이해력이 부족하면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아이는 주어진 선택지 중에 답변을 고르는 재미로 수업을 듣습니다. 희수도 “선생님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보다 쓰고, 선택하는 활동이 더 재밌다”고 했습니다. 다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답변을 고르느라 정작 중요한 내용은 놓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유희수(서울 신동초 2학년) 어린이가 밀크T 수학 수업 중 태블릿PC 화면에 1cm를 직접 써보고 있다. 이민정 기자 ② 복습을 강조한 약점보완학습 : 아이의 하루 학습량은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정해집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하루 공부량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저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 취약한 부분이 있게 나름인데요. 밀크T에는 아이들이 단원을 어려워하거나 틀렸던 부분을 다시 공부하게 하는 약점 보완 학습이 있습니다. AI가 아이의 오답 유형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데요. 틀렸던 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거나 같은 유형의 문제에서 숫자만 바꾼 쌍둥이 문제가 주로 나옵니다. 반복해서 문제를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습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 수업은 길어질수록 아이가 힘들어했습니다. 반드시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학습을 어려워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습니다.    ③ 수준별 학습, 경시대회 준비: 국어, 수학, 영어는 아이의 학습 수준에 따라 6~10개의 파트로 수업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학이 특화되어 있는데요. 교과 수업을 개념 이해-기본 향상-실력 완성-최고 수준 네 단계로 나눠, 개념 이해부터 단계별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학년이라도 각자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습니다. 학습 레벨이 높아질수록 창의력 수학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교내외 경시대회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변소라 디자이너    ━  이런 점은 유의하세요     ①기기 조작의 미숙함: 요즘 아이들이 디지털에 익숙하다고들 하지만, 역시 기기를 능숙하게 작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워낙 교육 콘텐츠가 많다 보니 콘텐츠를 찾는 것도, 화면에 쓰고 저장하는 과정도 양육자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매일 하루 최소 20분씩 저학년이 스스로 기기를 켜고, 수업을 듣고, 문제를 풀기까지 적응 시간이 꽤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②게임과 애니메이션에 과몰입 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홈런은 선생님 설명이 길어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밀크T는 게임과 참여형 콘텐츠가 많아 학습보다는 게임만 선택하려는 모습이 엿보였고요. 자칫 학습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학습은 뒷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저학년은 자신만의 학습 습관을 갖기까지 양육자와 함께 스마트학습지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관련기사목동 엄마들 쓴다는 이것, 직접 써보니…초등 스마트학습지 전격 비교 해부‘엔트리’는 쉽고, ‘파이썬’은 어렵다는 아이, 홈코딩 수업 어떨까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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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기억 지워드립니다…심야식당 단골인 아이에게 벌어진 일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인데요, 바로 여기서 시작된 동화가 있습니다. 이분희 작가의『한밤중 달빛 식당』입니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집을 나온 연우는 정처 없이 걷다 좁은 골목길 끄트머리에서 식당 하나를 발견합니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죠. 하지만 맨발에 슬리퍼 차림인 연우에게 돈이 있을 리 없습니다. 식당을 지키던 여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나쁜 기억’ 한 개면 됩니다.   이미 연우의 눈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꽂혔습니다. 촉촉하고, 폭신하고, 달콤한 케이크를 보니 저녁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오늘 낮 동호의 책상 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보고 주머니에 넣은 기억을 주기로 하죠. 아이들도 거의 없는 하교 시간이었지만, 가슴은 방망이질 쳤거든요. 안 그래도 꺼림칙 했는데, 잘 됐습니다. 나쁜 기억도 지우고 맛있는 케이크도 먹는다니, 손해 볼 것 하나 없는 거래잖아요.   한밤 중에만 열리는 달빛 식당의 주인 여우가 연우에게 "나쁜 기억을 내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알쏭달쏭한 여우의 표정 때문에 더 헛갈린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가방을 열었더니 반짝이는 새 실내화가 나옵니다. 어제까지 신던 구멍 난 낡은 실내화는 온데간데없고요. 동호가 “나는 돈을 잃어버렸는데 너는 새 실내화가 생겼네?” 하며 시비를 걸었지만 무시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갈 곳이 마땅찮은 연우는 어제 그 골목 언덕에 다시 갑니다. 식당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날 밤늦도록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다 연우는 다시 골목을 찾습니다. 식당은 늘 거기 있었다는 듯 그 자리에 있었죠. 오늘은 나쁜 기억 2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걱정 없어요. 차고 넘치는 게 나쁜 기억이니까요. 오늘은 푸딩이네요.   『한밤중 달빛 식당』은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과 맞바꾼, 그래서 영영 잊어버린 나쁜 기억을 둘러싼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연우의 가방에서 나온 새 실내화와 온갖 학용품이 동호의 돈 5만원을 주고 산 거라는 게 결국 밝혀지죠. 그 사실에 연우조차 놀랍니다. 연우는 그 기억을 까맣게 잊었으니까요. 더 큰 갈등은 연우가 정말 잊고 싶어 한 기억 때문에 생겨나죠. 푸딩과 맞바꾼 바로 그 기억 말입니다. 그 기억을 잊어버린 탓에 연우는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릅니다.   연우에겐 동호의 5만원을 몰래 주운 것보다 더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이 있다. 아빠가 서툴게 만든 계란말이 덕분에 푸딩과 바꾼 그 기억을 되찾게 된다.   기억이 있다는 건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잊고 싶을만큼 나쁜 기억을 남겼다면, 그만큼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죠. 나쁜 일은 이미 일어났는데 기억을 지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은 독자에게 바로 이 질문을 던집니다.   게다 좋은 일이 나쁜 일을 가져오기도 하고, 나쁜 일이 좋은 일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북방에 살던 노인 새옹은 좋은 일이라고 반드시 좋기만 한 건 아니고, 나쁜 일이라고 반드시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말하죠. 새옹지마 얘깁니다. 집을 나간 새옹의 말이 얼마 뒤 다른 말 한 마리를 데리고 왔고, 그 말 때문에 아들이 다쳤는데 그 덕에 아들은 전쟁터에 끌려나가지 않았다는 이야기, 모두 아시죠? 연우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연우가 지우려 한 그 사건 덕에 밤늦도록 집에 오지 않고, 와서도 술만 마시던 아빠가 정신을 차리죠. 무엇보다 그 일은 막상 마주하면 해결 못 할 일도 아니었고요.     『한밤중 달빛 식당』은 일본의 만화 『심야식당』을 떠오르게 합니다. 밤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식당이라는 점에서 닮았죠.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는 “시대를 반영한 감각적인 동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시각과 후각, 촉각을 자극하는 음식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먹방이 각광 받는 시대잖아요. 동화도 시대를 벗어나 존재할 수 없겠죠. 그래서인지 이 책은 국내에서만 20만부 이상이 팔렸고, 중국과 대만에서도 출간됐습니다.   달빛 식당은 일본 만화 『심약 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한밤 중에만 열린다는 점에서 두 식당은 닮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인데요, 2학년인 저희집 어린이는 좀 어려워했어요. 잊혀진 기억을 매개로 연우에 대한 정보를 감춘 채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죠. 읽기에 능숙한 어린이 독자라면 이야기의 빈 조각을 뒤에서 찾았을 때 오히려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이보다 제가 더 재밌게 읽은 이유죠. 우리 아이의 읽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 같은 동화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책을 읽고 즐거워한다면 좀 더 글밥 많은 책으로 넘어가는 게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  「 · 한 줄 평  “어머, 연우한테 이런 사연이 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읽기 능력을 갖춘 어린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 함께 읽으면 좋을 이분희 작가의 다른 책 『사라진 물건의 비밀』내가 물건을 잃어버린 게 물건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한밤중 달빛식당』처럼 퍼즐을 맞춰 가는 즐거움이 있는 책 『신통방통 홈쇼핑』 도깨비가 쇼호스트인 홈쇼핑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분희 작가의 본격 장편 동화. · 추천 연령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읽기 단계의 어린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저학년 어린이에겐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숨겨진 단서를 찾아보는 식으로 읽으면 어떨까요? 」 관련기사아기 돼지 삼형제 잡아 먹으려던 늑대가 누명을 쓴 거라고?300번 읽고 또 그 책을 펼치네요…노키즈존이 새삼 부끄러운 이유 |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하며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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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동 엄마들 쓴다는 이것, 직접 써보니…초등 스마트학습지 전격 비교 해부

    양육자 사이에서 스마트학습지가 인기라고 합니다. 스마트학습지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일일 온라인 학습 서비스인데요,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에 차질이 생기자 학교와 학원 수업 대체재로 자리 잡은 겁니다. 목동에선 특정 서비스가 현행뿐 아니라 선행 학습용으로 입소문이 났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독서·경시대회 등 교과 외 활동 콘텐츠도 있어 스마트학습지로 홈스쿨링을 하는 집도 많다고 하네요.   메가스터디교육의 초등 스마트학습지 '엘리하이'(왼쪽)와 비상교육 '와이즈캠프'. 각 브랜드 전용 태블릿PC를 이용해 학습한다. 변소라 디자이너 하지만 좋다고 무조건 시킬 수는 없습니다. 내 아이에게 맞는 학습지를 고르고,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죠. hello! Parents가 스마트학습지 리뷰를 준비한 이유입니다. 두 번에 걸쳐 주요 4개 스마트학습지 브랜드의 초등 강의 서비스를 들여다볼 계획인데요. 수업 내용과 형식, 학습 관리, 가격까지 두루 점검했습니다. 1편은 엘리하이와 와이즈캠프입니다. 두 브랜드는 각각 메가스터디교육와 비상교육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온라인 수업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브랜드마다의 강점이 달랐습니다. hello! Parents가 황지완(서울 신동초 5학년) 어린이와 함께 직접 수업을 듣고 서비스를 체험해 보며 장·단점을 분석해봤습니다.    ━  스마트 학습지 사용법   ① 태블릿PC를 이용 한다: 브랜드별로 자체 태블릿PC를 사용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태블릿PC에 각 브랜드의 학습 콘텐츠가 담겨있는데요, 학습 환경에 맞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은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학습용이 아니라 일반 태블릿PC로 사용하려면 양육자의 추가 인증이 필요합니다. 형태만 보면 과거 종이에 담기던 학습 콘텐츠가 태블릿PC 형태로, 플랫폼만 바뀐 겁니다.   ②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담임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의 공부 스타일과 수준에 맞춰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주 1회 전화 또는 화상으로 담임 교사의 학습 관리가 이뤄지고요. 학습 상황이 서버에 기록·공유되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 패턴,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엘리하이   엘리하이는 입시 전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교육이 선보인 초등 전문 인터넷 강의 서비스입니다. 2018년 12월 출시, 2년 만에 회원수가 10배 증가했는데요. 엘리하이 측은 “20년간의 중고등 입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강의(인강)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의 무료 체험 신청시 받게되는 구성품. 태블릿PC, 스마트펜과 안내서. 이민정 기자   ◆ 이런 점이 좋습니다   하루 학습량과 진도 계획이 세워지면 아이는 매일 태블릿PC를 이용해 정해진 수업을 듣습니다. 기기에 접속한 뒤 주로 찾게 되는 코너는 ‘나의 학습방’입니다. 학습할 과목과 분량이 매일 업데이트 되는데요. 엘리하이의 수업은 강의식입니다. 학교와 학원처럼 선생님의 설명으로 진행됩니다. 수업이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지완이는 “학교 수업보다 재미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러 선생님 가운데 선호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① 강사를 골라서 들을 수 있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별로 3~7명의 선생님의 강의가 올라와 있습니다. 모두 초등학교 교사, EBS 강사, 교재 저자 등의 경력을 지닌 초등 전문 교사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선생님을 골라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중근 선생님(수학)은 구연동화식 수업, 권지민 선생님(수학)은 차분한 설명식 수업으로 유명합니다. 아이가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수업이 좋다”는 지완이는 한중근 선생님의 수업을 선택했는데요. 차분한 수업을 좋아하는 저와 달리 지완이는 유머 가득한 수업에 만족했습니다. 엘리하이의 스마트펜을 스마트교재 문제 번호에 찍으면 해당 문제 풀이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이민정 기자   ② 스마트펜과 스마트교재: 수업 시간은 15~20분입니다. 아무리 수업이 재미있다고 해도 초등생이 15분 간 꼼짝 안고 인강을 듣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싶을 때는 스마트러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펜과 태블릿PC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필요 부분만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입니다. 스마트펜은 태블릿PC와 함께 지급되지만, 스마트교재는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백점 맞는 시리즈’(두산동아)와 ‘디딤돌 수학’(디딤돌)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문제집에 코드(code)를 입력한 교재인데요. 스마트교재 내 문제 번호를 스마트펜으로 누르면 해설 영상이 곧바로 재생됩니다. 페이지 숫자를 누르면 자동으로 채점도 되고요. 채점 결과에 기반해 보충 문제가 나옵니다. 자주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도록 해 정확히 알고 넘어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완이는 스마트러닝시스템에 가장 큰 흥미를 보였습니다. 모르는 문제만 선택해 들을 수 있고, 자동 채점 후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많아질수록 학습 시간이 길어져 부담된다고 하네요.    ③ 수학·영어 수준별 강의: 또 한가지 눈에 들어온 건 수준별 수업입니다. 수학과 영어의 경우 누구나 심화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과 내용을 더 깊이 있게 다루게 되고요. 특히 경시대회·영재교육원 등 메가스터디교육만의 입시 전문 콘텐츠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데요. 특목중에 진학할 생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문제를 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변소라 기자    ━  와이즈캠프   1997년 설립된 교육 콘텐츠 개발 기업 ‘비유와 상징(비상교육)’의 스마트학습지입니다. 비상교육은 교과서, 교재를 주로 출판해왔는데요, ‘O2(오투)’, ‘완자’ 등 교과 문제집으로 익숙하실 겁니다. 비상교육은 2001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수업 노하우를 담아 2018년 1월 와이즈캠프를 내놨습니다. 출시 첫해 1만1000명이었던 가입자가 2년 만에 4만2000명으로 늘어났죠. 와이즈캠프 측은 “개념정리→학습→마인드맵 정리 3단계 학습으로 반복해 공부하는 만큼 교과 내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상교육의 와이즈캠프 무료 체험 신청시 받게 되는 태블릿PC와 안내책자. 이민정 기자 ◆ 이런 점이 좋습니다   ① 개념 다지는 말뼈 사전: 와이즈캠프는 애니메이션과 플래시 기반의 학습 콘텐츠입니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게 강점이었습니다. 수업 도입부에 준비된 ‘말뼈 사전’이 대표적입니다. 각 단원의 핵심 개념과 용어를 정리한 페이지인데요. 예를 들어 5학년 수학 ‘분수의 덧셈·뺄셈’ 수업에 앞서 3학년 때 배운 분수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줍니다. 덕분에 분수의 계산 원리를 이해하는 게 한결 수월하다고 합니다. 공부라는 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용이 방대해지고 깊어지기 때문에 한 번 개념을 놓치면 따라잡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인데요. 수업 전 개념 정리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습니다.    와이즈캠프 온라인 수업은 '말뼈 사전'으로 시작한다. 용어 및 개념을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내용을 이용하는데 수월하다. 이민정 기자 ②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개뼈 노트: 학습 콘텐츠는 주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합니다. 현란한 자막과 실사 자료가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줍니다. 학습 중간중간 게임 형식의 문제가 나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참여 할 수도 있고요. 지완이도 정신없이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화면에 시선을 빼앗겨 수업 내용을 잊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수업 후 진행된 ‘개뼈 노트’가 그 걱정을 잠재웠는데요. 개뼈 노트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아이들이 직접 마인드맵으로 그려서 정리하는 콘텐츠입니다. 수업과 문제풀이가 끝나고 나면 자동으로 페이지가 열립니다. 선생님이 정리한 그림을 보고 내용을 정리한 뒤 아이만의 마인드맵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흰색 바탕의 화면에 태블릿PC용 펜을 이용해 직접 마인드맵을 그립니다. 서버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요. 태블릿PC의 녹음·촬영 기능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설명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선생님처럼요. 자신이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학습하는 효과가 있겠더라고요. 지완이는 그림을 그리는 게 쑥스럽다며 친구들의 그림을 관찰하는 거로 만족했습니다.     ③ 참여형 화상 수업: 그룹형 라이브 화상 수업도 아이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와이즈캠프는 격주로 전화와 화상으로 아이의 학습을 관리하는데요, 2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 화상 수업이 흥미롭습니다. 최대 10명의 학생이 모여 온라인으로 배운 내용을 정리해 발표합니다. 교과 학습에서는 사회와 과학을, 수준별 수업에서는 수학 과목을 화상 수업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과서 단원 마지막 수행평가를 준비할 수 있다고 하네요. 변소라 디자이너    ━  ◆이런 점은 유의하세요   ① 고도의 집중력 필요: 두 학습지 모두 하루 20여 분을 투자해야 합니다. 엘리하이는 강의와 문제풀이 중심 수업이다 보니 높은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특히 기초 개념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많은 문제를 제공해도 푸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와이즈캠프는 플래시 수업이 한 번 시작되면 중단할 수 없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죠. 온라인 수업 전 아이의 집중력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다소 비싼 가격: 교육 기간을 얼마나 약정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최소 12~24개월까지 등록이 가능한데요, 엘리하이의 경우 12개월 기준 월 13만9900원, 18개월 기준 월 12만2900원, 24개월 기준 월 11만3900원입니다. 와이즈캠프는 12개월 약정하면 월 13만9000원, 24개월 약정하면 월 10만9000원입니다. 중간에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있습니다. 약정이 끝난 후에는 태블릿PC의 잠금 장치를 해지해 일반 기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엔트리’는 쉽고, ‘파이썬’은 어렵다는 아이, 홈코딩 수업 어떨까김정주·이해진·김범수가 만든 '혁신 학교' 졸업생, 치킨집 차린 까닭은?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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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돼지 삼형제 잡아 먹으려던 늑대가 누명을 쓴 거라고?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신데렐라는 정말 행복했을까?” “늑대는 정말 나쁜 동물일까?”    동화 읽으면서 이런 생각 해본 적 없으신가요?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합니다. 처음 본 남자랑 춤 한 번 춰보고 한 결혼이 정말 행복했을까, 늑대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돼지를 찾아온 건 아닐까 하는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가 있더군요. 옛 이야기를 비틀어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기로 유명한 미국 작가 존 셰이카입니다. 존 셰이카의 패러디 동화는 같은 이야기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매력이 있는데요,『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모르는 사람 없는 국민 동화『아기 돼지 삼 형제』를 늑대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입니다.   너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야   주인공 늑대 알렉산더 울프 (이하 알)는  이렇게 말합니다. 알에 따르면 진짜 얘기는 이렇습니다. 알은 할머니의 생신 케이크를 만들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설탕이 똑 떨어집니다. 알은 설탕을 빌리러 ‘이웃집’ 아기 돼지들을 찾아가죠. 그런데 하필 그때 재채기가 나옵니다. 하필 지푸라기 집과 나뭇가지 집 앞에서요. 허술하게 지어진 집은 힘없이 무너지고, 두 돼지는 잔해에 깔려 목숨을 잃죠. 설탕을 빌리기 위해 아기 돼지 삼형제 집으로 향하는 늑대. [보림출판사]   알은 숨진 돼지 형제를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는 아주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육식 동물의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라고요. 고기를 먹고 사는 짐승 입장에서 ‘먹음직스러운 햄’을 지나치는 건 직무유기라는 겁니다. 돼지를 먹은 건 절대 “잘못이 아니야” 라고요.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설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알은 세 번째 돼지의 벽돌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합니다. 마지막 돼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거든요. 이 돼지는 설탕을 빌려달라는 알을 향해 “흥! 너희 할머니, 다리나 부러져라!”라고 악담을 퍼붓습니다. 이 대목에서 알은 평정심을 잃습니다. 아무리 버릇이 없어도 가족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겁니다. 화가 난 알은 벽돌집 돼지를 잡겠다며 난동을 부리고, 결국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철창에 갇힙니다. 이 사건으로 알은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라는 불명예를 안습니다.   책에서 늑대는 아기 돼지 삼형제의 집을 무너트린 이유가 의도치 않게 나온 '재채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한다. [보림출판사]   알은 “누명을 썼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평소 꽤 ‘침착’한 편인데, 벽돌집 돼지가 선 넘은 발언을 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또 기자들은 왜 ‘재채기’가 아닌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들이마신’ 행위에만 주목하냐고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알의 항변은 여기까지입니다. 책을 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늑대는 최선을 다해 항변했는데, 왜 ‘범죄자의 궤변’으로 들리는 걸까. 이 책을 6학년 조카에게 읽혀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 늑대 사악하네.” 이유를 물어보니 그림을 가리킵니다.    햄버거 사이사이 생쥐 꼬리, 토끼의 귀, 돼지의 발이 보인다. 육식동물인 자신은 연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게 본능이라는 늑대의 말은 항변일까? 궤변일까? [보림출판사] 다시 들여다보니 알의 행실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단서가 그림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알이 평소 먹는다는 햄버거가 대표적입니다. 햄버거 빵과 치즈 사이 생쥐 꼬리, 토끼의 귀, 돼지의 발이 보입니다. 그리고 보니 알을 만난 아기 돼지들의 태도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지푸라기 집 돼지는 집에 있으면서도 없는 척 숨어있었고, 나뭇가지 집 돼지와 벽돌집 돼지는 “꺼져 버려”라며 까칠하게 굴었죠. 벽돌집 돼지는 “다시는 날 괴롭히지 마”라고 까지 했습니다. 평소 알이 아기 돼지 삼 형제를 어떻게 대했는데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터지면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고 하는 거겠죠.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물론 늑대에 대한 편견을 깨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되겠죠. 객관적 증거를 찾고, 조각을 꿰맞추어 진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관련기사사실도 아닌 신화, 왜 읽혀야 하나…네 아이 키운 서울대 교수 답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단서들을 글과 그림 곳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이 정말 누명을 쓴 건지, 아니면 범죄자의 궤변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이야기를 조목조목 따져보고,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무리 그래도 연약한 돼지라도 잡아먹어서는 안 돼”라는 선입견을 심어주진 마세요. 늑대의 궤변에 속지 않고 아이 스스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늑대가 정말 누명을 쓴 건지 아이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주세요. 그게 이 그림책을 읽는 묘미니까요. 마지막 늑대의 질문은 동화책 내용에 대한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게한다. [보림출판사]   알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너희는 나한테 설탕 한 컵 쯤은 꾸어 줄 수 있겠지?”   저희 조카는 “웃기시네”라며 책을 덮었는데요. 아이들은 늑대의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추신. 늑대의 주장을 굵게 표시해두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키워드를 연결해보며, 늑대의 주장에 오류는 없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  「 · 한 줄 평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는 배워야 한다. 하지만 궤변에 진실이 묻혀서는 안된다. · 함께 읽으면 좋을 패러디 동화책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아이가 될 수 있다면』우리가 알던 '신데렐라'가 원래 게으르고 심술 궂은 아이였다면? 동화 속 공주는 언제나 아름답고 착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을 때 아이와 함께 읽어보자.  『슈퍼거북』,『슈퍼토끼』달리기 경주를 한『토끼와 거북』의 뒷 이야기. 경주에서 진 충격으로 달리기를 그만 둔 토끼와 남들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달리려는 거북이. 토끼와 거북은 ‘나 다움’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 추천 연령 상대의 입장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초등 1~2년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원작 동화를 먼저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원작과 패러디 간의 차이를 찾아보고, 같은 상황이라도 입장에 따라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300번 읽고 또 그 책을 펼치네요…노키즈존이 새삼 부끄러운 이유 |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하며처음 떼는 말, 평생 쓰는 말…'엄마' 이 한 단어로만 쓴 그림책이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