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로고 폰트 - soni logo ponteu

1946년 창립 당시부터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브랜드 가치를 완성했던 소니(SONY). 우리가 기억하는 소니의 디자인, 대중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추억 속 제품 디자인을 통해 프로덕트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짚을 수 있을 것이다.

글 ㅣ Jun  도쿄통신원

1945년 10월 이부카 마사루(井深 大)를 중심으로 소수의 멤버가 도쿄로 상경하여 동경통신연구소를 차렸다. 다음해인 1946년 5월에는 동경통신공업주식회사(훗날의 소니 주식회사)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자본금은 19만엔(한화 약 190만원). 직원은 20여명. 창업자인 이부카씨의 나이 38세의 일이었다.

처음 회사를 차리게 된 니혼바시 시로키야 3층은 쓰러져가는 건물로, 콘크리트의 차가운 바닥만이 공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허름한 방 이었다.  당시에는 끼니를 걱정만으로도 여력이 없을 정도였고 제품을 생산하는 부품 조차 손에 들어오지 못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 창립멤버들은 우리나라의 벤처 붐이 일던 시절처럼, 젊음과 희망, 이상((理想)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부카씨가 쓴 새로운 회사의 창립취의서에 서술된 정신은, 지금의 소니 스피릿으로서 현재까지 소니 디자이너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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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대기업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기술의 틈새는 있다. 우리는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기술의 힘으로 조국의 부흥에 보탬이 되자. 자금은 적고, 기계설비도 없다. 그러나 돈이나 기계가 아닌 자신들의 두뇌와 기술이 있다.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자 “

위와 같은 모토로 1958년 동경통신공업은 회사명을 외국인들이 읽고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사명을 ‘SONY’로 변경했다. ‘SONY’는 음 ‘SONIC’의 음원(라틴어) ‘SONUS’와 아이라는 의미의 ‘SONNY’의 합성어이다. SONY는 작지만 활력있는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아 설립됐다.

소니 로고는 1950년 8월, 일본최초의 녹음 테이프 발매당시, 패키지의 스펠링(Sony-Tape) 로고로 등장했던 것이 시초였다. 당시 유행했던 서체 FUTRA 폰트가 사용되었으며, 1955년 디자이너에 의해 수정된것이 직사각형의 사각선안에 이탤릭체 형태를 띤 긴 서체로 디자인된 마크형식의 로고였다. 현재 우리의 눈에 익숙한, 조금 납작한 형태로 각각 알파벳이 분리되어 있는 소니 로고는 1957년 발매된 제품 패키지를 통해 사용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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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디자인실 설립을 통해 공업디자이너인 사토우 쇼죠(佐藤 章蔵)를 중심으로 10명의 멤버로 소니 로고 위원회가 꾸려져 1957년 구축한 형태를 기반으로 클래식함을 갖춘 런던 활자의 느낌을 더해 수차례에 걸친 수정작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의 소니 로고와 비슷한 형태가 선보인다.

제작을 담당한 패키지파트가 한 글자의 크기가 좌우 2미터의 수정 원안을 100장 겹쳐 그려내며 면밀히 글자 크기를 맞추게 되면, S와 O가 가진 공간의 차이때문에 O가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착시효과를 가져온다. 이를 수정해 작은 크기로 축소 시, 글자간격과 밸런스 등을 고려했고, 이를 통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었다.

라디오, 카세트, 방송기기에 이르기까지 점점 제품의 폭이 넓어지며, 소니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를 채용하기에 이르렀고 이들은 각각 제품의 현장에 배정됐다. 1959년에서 1960년 사이에 신입사원은 물론이고 타사에서 많은 기존 디자이너들이 유입되어 20여명에 이르른 디자이너들로 소니 디자인실 발족이 이루어 졌다.

20대 젊은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당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신입사원들과 각기 다른 회사에서 이미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베테랑 디자이너간의 마찰이 존재했다. 이들을 총괄해줄 이 조차 없었던 그 때, 방송기기 제작부장인 오오가 노리오(大賀 典雄)는 이들을 총괄관리 하기 위해 디자인실의 초대 실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1961년 12월 14일, 디자이너 24명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소니 창업 당시의 디자인은 엔지니어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형태가 많았으나, 1951년 발매된 ‘테입 코더H형’ (가격 8만4천엔/ 한화 84만원 상당)은 당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었던 야나기 소리(柳 総理)에 의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문적인 디자인 컨설팅을 받았다. 그 후 이부키는 통산청 공업기술원 산업공예시험소(IAI)를 찾아가 디자인 사령탑을 담당해 줄 인재를 의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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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디자인의 키워드, 「Black and Silver」

초대 디자인실장인 오오가는, 홍보부장 겸임,  프로덕트 디자인과 광고을 담당하게 된다. 당시, 그의 발언을 빌려 그 의의를 설명하자면, “나는 디자인영역에 있어 프로는 아니지만, 취임한 이상 나의 주관에 따라 결정하겠다. 한명의 매니저가 통일된 기준에 의해 같은 판단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디자인 폴리시의 확립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니는 시장 점유율 목표치를 상향으로 측정해도 대략 20% 정도로 만족하거나, 그보다 정말 소니를 이해하고 아끼는 특정 고객층을 공략하기로 마음 먹는다.

“좋은 제품은 반드시 통용될 것이며, 좋은 제품은 반드시 팔릴 것이다. 그들이 소니의 팬층이 되어 선도해 나아가 다른 고객층으로 확산 되어 나갈 것이다. 조금 비싼 가격에도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재치있는 제품, 지적인 고퀄리티, 편리한 사용법, 그립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매력, 설계마인드의 뚝심있는 제품으로 어필하자” 이런 마음가짐과 목표의식으로 제품을 제작하고 광고를 하기에 이른다. 즉, 고객에게 느껴질 제품의 이미지 캐치를 먼저 생각한 후, 그에 부합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제품 전체를 검게 도색한 후 바디에는 반짝이는 황금색 포인트와 날카로운 아이보리 화이트 도색을 한 크롬 도금의 반사된 필링, 즉, 전체 컬러와 조화를 이루는 작은 면적의 금속광택의 컬러 포인트로 돋보이는 효과를 보여준다. 단순화된 디자인을 목표로 좋은 결과물을 낸 소니는,  오오가의  대담한 통찰력으로 디자인 폴리시는 하나씩 그 모습을 갖춰가며 정착하게 되었고, 당시 제품 라인의 일관된 느낌을 일컬어 ‘Black and Silver’로 불리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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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음악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목표로한 워크맨(Walk man)의 탄생은 가히 폭발적인 인기 속 젊은이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각광받았다. 이는 대중문화가 활발해진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스테디 아이템으로, 소니의 대중적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된다. 워크맨은 프로덕트 디자인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대표적 선례를 남기며, 87년에는 디자인 포룸에 시스루 스타일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90년대에는 패키지의 환경문제에도 주력해 두터운 종이상자에서 친환경 소재인 간이 패키지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는 1991년도 당시의 일본 내 재활용과 친환경 에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이 상용화 되고 보편화 됨에 따라 네트웍 형태의 워크맨이 탄생한다. 현재의 MP3이다. 자연스레 워크맨의 제품 로고도 변화한다. 부드러운 곡선을 응용한 흐르는 듯한 워크맨의 앞글자 ‘W’를 상징화된 로고는 가까운 과거의 추억속 아이템들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초 소니 디자인의 커다란 변화의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소니 프로덕트 디자인의 두 가지 특징은 블랙과 실버를 조합한 배색과 심플하고 부드러운 라운딩 포룸을 들 수 있다. 그 이면에 패키지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후 주류가 되는 재활용을 촉진 시키고 친환경적 사고방식이 집결된 형태의 패키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프로덕트 디자인의 심플함을 잇는 맥락에서 겉은 단순하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난함으로, 제품을 꺼낸 후에는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시의 용이함을 염두한 디자인에 주력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작비용의 축소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힘을 뒷받침하는 친환경 의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메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반해 따뜻하고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로 다가서기 충분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소니 제품 광고의 키워드로도 작용하며, 제품 전반에 걸친 프로모션에 적극 반영되었다.

이번 전시 메인 비주얼에 선정된 제품이기도 한 플레이 스테이션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오락기’다. 기획 당시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닌텐도사와 함께 개발했던 일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이후 닌텐도가 패밀리콘의 신제품에 주력하면서 소니가 홀로 제품완성에 박차를 가해 완성한 이 제품은, 소니가 가진 기술력 중 2000년대 핵심이 된 블루레이 기술을 도입한 플레이어 기능을 겸비하며, 많은 사랑을 얻게 된다. 블루레이 기술은 도입 당시, 일본 내에서도 보편화에 대해 부정적 시선과 긍정적 시선이 공존했다. 처음 발표할 당시는 1999년 7월. 이후 2001년에는 두 가지 형식의 3세대 디스크가 규격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쳤다. 소니의 블루레이가 3세대 디스크로서 규격을 인정 받았다면,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적인 인지도를 쌓고 제품으로 도입된 것은 2004년으로 기억된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붐은 수년 후인 2006년 부터 본격화 되었다.

소니의 디자인이 과거에 많은 지지를 얻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소니만이 행할 수 있었던, 기술 중심의 되는 프로덕트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였다. 소니 디자인의 빛을 내기 위해서 0.01mm의 차이에 힘을 쏟았을 디자이너들이 세심한 탐구와 끈기가 이뤄낸 것은 다름 아닌, 이를 전체적으로 통합한 소니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였다. 디자인 키워드는, 창업이래 줄곳 명확했다. ‘Black and Silver’ 그리고 그간의 작은 차이에 쏟은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소니의 제품들은 50여년이 지난 지금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7, 80년대 제품들의 존재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메이킹 모던(Making Modern), 이것이 소니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의 원천이자, 실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