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웨이 베이비그랜드 - seutain-wei beibigeulaendeu

안녕하세요, 피아노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결정장애에 빠졌습니다.

주 용도는 딸의 연주용입니다. 하루 1~2시간 정도 연습하고, 같이 사는 동안 쭉 쓴다고 하면 10여년은 쓸 것 같아요. 피아노는 조금 욕심을 부려서 그랜드피아노를 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옵션은 4가지 입니다.

1. Yamaha C1X를 새것을 구입 (예상 금액 피아노 $26,000 + 배달 세금 등등 up to $3,000)

2. Yamaha GH1/GB1K 중고를 12,000 정도 가격으로 구입 (예상 금액 피아노 $10,000 + 배달 세금 등등 up to $2,000)

3. 그냥 아무 중고 그랜드피아노를 소유자에게서 1:1로 거래 (보통 20~30년 된 것들이 많더군요. 가격은 $4,000 부터 다양하고 브랜드도 다양합니다.)

4. 그냥 렌트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는 사이즈도 똑같고 10년 쓰면 렌트가 손해인듯도..)

피아노 딜러를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본 결과 몇 가지 얘기를 들었습니다.

- Yamaha C1X 같은 피아노는 price depreciation이 일어나지 않는다. Yamaha C1X는 버클리, 샌프란 등등에서 수~수십대씩 가지고 있는 주력 피아노이다. (정확히는 못알아들었지만 대충 음악대학, 오케스트라 등등에서 많이 쓴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 신규 피아노 가격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중고로 이후에 되팔더라도 중고가격이 오히려 구입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다.

- Yamaha GB1K 같은 최근 피아노는 인도네시아 산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 Baby grand piano를 살 경우 현 길이가 너무 짧기 때문에 Upright 피아노보다도 못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연주하는 것을 들어보니 음색 차이는 막귀인 제게도 어느 정도 차이가 뚜렷하게 들렸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1번 옵션으로 할 경우, 10년 동안 최대 4~5천불 정도 내고 쓰는 셈이 될까요? (물론 피아노에 묻혀있는 돈은 투자를 못하니까 그 손해도 있겠지만요)

2번/3번 옵션으로 할 경우, 피아노 퀄리티에 대해 결과적으로 많이 실망할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차이가 크게 날까요?

4번 해보신 분 있으시면 경험좀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구입을 목적으로 딜러와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부분을 네고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할까요?

----- 답변보다 추가로 궁금해진 점들입니다 ----

피아노 "배송" 비용이라는게 얼마 정도 예상하면 될까요? 이 가격이 몇백 ~ 몇천 (도시간 이동시?) 한다고 하면 중고로 사서 나중에 팔고 다시 산다거나, 렌트를 한다거나, 다른 도시의 물건을 산다거나 할때 그 자체로 상당히 출혈이 클 것 같은데요.

야먀하 C1X의 경우 MSRP는 37,000이 넘었지만 딜러가 제시한 가격은 26,000 이었습니다. 이걸 SMP (Suggested Maximum Price) 라고 하는 것 같은데 보통 이 정도 디스카운트 되는 것이 일반적일까요? 같은 피아노가 한국에서는 2200만원, 즉 < $21,000 이더라구요.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used price 가격은 대부분 Contact Us인데요. 가끔 가격이 나오는 경우도 3년 정도 된 중고는 대부분 $20,000 이상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딜러는 최근에 3년된 중고를 신품보다 $2,000 정도 싸게 팔았다고 했었습니다. 딜러 판매라고는 하지만 중고가격이 이렇게 높은게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10년 이상된 중고를 개인거래하는 가격 포인트를 보기는 쉽지 않네요.

중고 피아노 가격은 30~40년 된 낡은 개인 소장 피아노들이 아무리 싸도 3~5천불 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야마하 그랜드의 경우에도 8~9천불 하는 것도 많구요.

GB1K가 신품이 $13,000 인데 비슷한 종류 중고 10~20년된 것을 $8~9,000에 사는게 납득이 안되는데 중고 피아노 가격이 훅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혹시 관련된 내용 볼 수 있는 좋은 사이트들이 있을까요? 제가 보고 있는 사이트들은

피아노 가격: https://www.pianobuyer.com/new-piano-pricing/

중고피아노 가격 매기는 법: https://www.pianobuyer.com/article/buying-a-used-or-restored-piano-how-much-is-it-worth/

(피아노 depreciation은 현재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Note that depreciation is from the current price of the model, not the original price, because the current price takes into account inflation and, if applicable, changes in the value of foreign currencies)

피아노 포럼: http://forum.pianoworld.com/ 오래된 글들이 많아 과거 내용 보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에게 있어 스타인웨이(스타인웨이앤드선스)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있어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니에리, 아마티 같은 명기(名器), 그 이상이다. 연주가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아온 스타인웨이는 전세계 공연장의 피아노 95%를 차지한다. 문제는 바이올린의 수명이 수백년인 데 비해, 피아노는 하루 4~6시간씩 연주한다고 가정할 때 15년 남짓이라는 점. 만약 새로운 스타인웨이가 노후한 스타인웨이의 공백을 계속해서 채워주지 않는다면 스타인웨이는 16~18세기에 제작된 바이올린보다 먼저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 있다.

1. 스타인웨이의 건반은 빠른 반응속도와 적절한 무게감 등의 특성 덕분에 아티스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코스모스악기 제공

스타인웨이가 사라진다?

최근 전세계 클래식계에 ‘스타인웨이 퇴장’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간다. 계기는 지난 7월1일 스타인웨이가 사모투자전문회사 콜버그앤드코의 기업 공개매수 제안에 응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2008년 설립자 가문의 후손 헨리 스타인웨이가 93살의 나이로 사망하며 쇠락의 길을 걸어왔고 지난해 12월 스타인웨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튼 57번가 스타인웨이홀까지 매각됐다곤 하나, 이번엔 그 무게가 다르다. 콜버그앤드코는 음악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인수합병 전문회사로 자동차 와이퍼 회사부터 재봉틀 회사까지 15개 이상의 중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제작 공정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고 콜버그앤드코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160년간 고집스럽게 지켜온 장인 정신이 혹시라도 경제 논리 앞에 좌절되는 일이 생기면, 한 세기 반 동안 최고의 수제 건반악기를 만들어온 스타인웨이를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보내야 할지 모른다. 스타인웨이의 지분을 26.87% 보유한 최대주주인 우리나라의 삼익악기는 지난달 중순 공시에서 “스타인웨이에 어떤 제안을 제출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계약 당사자를 제외한 제3자가 스타인웨이에 추가 제안을 할 수 있는 기간은 45일. 예정대로라면 스타인웨이의 새 주인은 이달 중순께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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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립자 헨리 스타인웨이. 크레디아 제공

어떤 피아노길래

스타인웨이를 연주해본 이들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음정, 상쾌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울림, 건반의 빠른 반응속도와 적절한 무게감, 미끄러지지 않고 손가락에 감기는 부드러운 촉감 등에 하나같이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스타인웨이는 가늘고 섬세한 표현에서부터 굵고 웅장한 표현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노”라고까지 말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미국 맨해튼으로 이주한 독일 태생의 가구 제작자 하인리히 슈타인베크가 1853년 헨리 스타인웨이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바꾸고 피아노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이 공장의 피아노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이라, 1만2000여개에 달하는 부품을 조립해 스타인웨이 한 대를 제작하는 데에 꼬박 1년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목재는 뒤틀림이 없고 고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알래스카 해안삼림지대에 서식하는 싯카 스프루스 최고급 원목을 사용하고 있다.

부품 1만2000여개에 제작기간 1년
특허만 125개인 100% 수제 건반악기
“내가 원하는 모든 걸 표현해준다”
랑랑·정명훈·백건우 등 거장들은
‘스타인웨이 아티스트’로 불린다 160년 장인기업이 매각 위기 몰렸다
이달 중순이면 운명이 판가름 난다

20세기 들어 기계생산을 통한 아시아 기업 중심의 보급형 피아노 공세에도, 까다로운 공정과 장인정신이 보증하는 스타인웨이의 명성은 되레 높아졌다. 최고급 수제 피아노 브랜드라는 가치가 더해진 스타인웨이는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의 경우 대략 1억5000만~2억원 선으로 가격도 비싸다. 이 회사는 현대적인 피아노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데, 현을 교차시킴으로써 악기 폭을 줄이고 새로운 금속 프레임과 핀을 개발해 현의 장력을 20t까지 늘리는 등 지금까지 피아노 제작 전 부문에 걸쳐 125개의 신기술을 적용하고 특허 출원했다. 현재 스타인웨이는 미국 뉴욕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생산된다. 미국산은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독일산은 유럽과 아시아 및 나머지 국가에서 소비되는데 우리나라는 ㈜코스모스악기가 공식 수입 판매한다.

3. 스타인웨이 아티스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공연하는 모습. 크레디아 제공

거장들의 유별난 사랑

연주자들의 스타인웨이 선호는 절대적이다. 현역 피아니스트 중 최고의 명성을 구가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랑랑, 머리 페라이어,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라두 루푸, 예브게니 키신 등은 모두 ‘스타인웨이 아티스트’라 불린다. 자신의 스타인웨이를 소유하고 있으며, 모든 무대에서 스타인웨이를 사용하는 연주자에게 스타인웨이사가 부여하는 호칭이다. 한국인 가운데는 정명훈, 백건우, 서혜경씨 등이 있다. 스타인웨이사는 스타인웨이 아티스트가 언제, 어떤 장소에서 연주하더라도 자사의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공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특정한 스타인웨이 피아노여야 하는 유별난 이들도 있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칭송받는 두 사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와 아르투로 미켈란젤리(1920~1995)는 지독한 완벽주의 때문에 언제나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로만 연주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무로 된 육중한 몸체에 미세한 부품을 끼워 조립한 피아노는, 진동이 심하거나 온도, 습도 등의 조건이 안 맞을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장거리 연주 여행에도 피아노 운반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스승에 그 제자일까. 미켈란젤리의 제자인 마우리치오 폴리니 역시 ‘파브리니’라고 새겨진 자신의 스타인웨이를 가지고 다닌다.

이들의 결벽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켈란젤리는 1965년 일본 투어 때 피아노가 공항에서 망가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후 스타인웨이를 두 대씩 가지고 다녔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운반 트럭 운전수를 따로 고용하고, 운반 전후 자신이 직접 스타인웨이를 해체, 조립한다고 한다. 그는 2001년 9·11 테러 발생 얼마 뒤,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스타인웨이를 공수하다가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서 강제 압류, 폐기처분 당한 적이 있다. 피아노에서 나는 접착제 냄새가 폭발물 냄새일 수 있다고 내려진 조처였다. 이럴 경우 지메르만은 아예 연주 프로그램을 싹 바꿔 버리기도 한다. 같은 스타인웨이일지라도 전혀 다른 피아노이므로 연주를 새로 준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다.

물론 ‘비스타인웨이파’도 있다. 보리스 베레좁스키와 앤절라 휴잇은 날카롭고 쨍한 음색을 선호해 대표적인 파치올리 피아노 연주자로 손꼽힌다. 그러나 연주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스타인웨이도 함께 쓴다. 마리아 주앙 피르스는 가볍고 투명한 음색의 야마하 피아노를 즐겨 연주한다. 언드라시 시프는 주로 스타인웨이를 사용하나, 기본 88건반에 저음 건반을 보강한 뵈젠도르퍼를 사용하기도 한다.

김소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