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서민석 - seouljung-angjigeom seominseog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은 3일 보이스피싱 방지 콜센터를 통해 위조된 구속영장이나 가짜 검사 명함 등 검찰 관련 위조서류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 37건을 예방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월부터 주상용(45·사법연수원 29기) 인권감독관 산하에 '보이스피싱서류, 진짜인지 알려줘 콜센터(찐센터)'를 개설해 이달 2일까지 총 748건의 신고 전화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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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검찰 관련 서류를 수사관들이 직접 확인한다. 누구나 콜센터(☏ 010-3570-8242)로 전화하거나, 진위 여부가 의심스러운 검찰 서류를 촬영해 전송하면 △진위여부 △검사실 소환 △조사여부 등을 안내 받을 수 있다.

검찰이 예방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가짜 검사 명함과 사건공문을 이용한 사례 △가짜 검사 명패와 압수물교부목록을 이용한 사례 △가짜 압수수색·구속영장 허가서와 조사명령서를 이용한 사례 △가짜 대검찰청 공문 및 은행연합회 공문을 이용한 사례 △가짜 고소장 및 사건공문을 이용한 사례 등이 있다.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금융사기 범죄에 연루돼 있고 재판이 내일 열린다. 당장 조사를 받아야 하니 서울로 올라오라"며 가짜 검사 명함과 사건 공문을 보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검찰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통장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건이 발생했다. 벌금 2000만 원을 내야 한다"며 가짜 검사 명패와 압수물교부목록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검사를 사칭하며 적금 계좌 해지를 요구한다거나 국가안전보안계좌로 돈을 송금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은 전화로 서류를 보내거나 현금을 가져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검찰 관련 서류가 의심된다면 일단 전화를 끊고, '찐센터'로 연락해 서류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휴대전화의 경우, '찐센터'로 연락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될 수 있어 가족, 지인 등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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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검찰출입기자 檢사칭 보이스피싱 통화해보니

보이스피싱 수법은
그럴듯한 조사통보 문자 보내
직원·수사관·검사役나눠 연락
위증죄 적용될수 있다 협박도

보이스피싱 허점은
공문에는 휴대전화 번호 안써
어르고 겁주며 피해자 혼동줘
위증죄는 재판 과정서만 적용

서울중앙지검 서민석 - seouljung-angjigeom seominseog

"귀하의 계류 사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통보함.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금융실명제법 위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7부 박석용." 최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라고 빨간 인장까지 찍힌 '조사자 지명통보' 문서 사진이었다. 이름과 주민번호 앞 7자리가 정확히 찍혀 있었다. "앞서 두 차례 우편 고지했지만 반송됐고, 이번 3차 고지 불응 시 긴급체포 수사 대상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경고가 담겨 있었다. 문자 수신자는 서울북부지검을 출입하는 본지 기자였다.

검찰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문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만들어낸 가짜 공문이었다. 한 재경지검 관계자는 "해당 '조사자 지명통보'는 검찰에서 사용하지 않는 양식"이라며 "공문에는 사무실 번호를 적는다. 누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문에) 적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측도 "박석용 검사를 사칭한 문서가 돌아다닌 지 꽤 됐다"고 밝혔다. 박석용 검사는 실제 중앙지검 금융·기업범죄전담부(형사7부)의 부부장 검사다. 이미 박 검사를 사칭한 사기 행각이 드러났음에도 같은 수법의 범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검찰 사칭·역할 분담까지

해당 사칭범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40여 분간 이어졌다. 검찰을 사칭한 이들은 각각 검찰 직원, 수사관, 검사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었다. '수사관' 사칭범은 상대적으로 친절하게 응대하며 사기 대상자의 배경 정보를 확인했다. 이후 '검사' 사칭범이 고압적인 태도로 피해자를 위축시키며 직접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수법을 취했다. 영문을 모르고서는 그냥 속아 넘어가기 쉬운 시스템이었다.

이들은 "당신이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로서 조사 대상에 올랐다"고 속였다. 수사관 사칭범은 "임태현이라는 충남 당진 출신 1977년생 남성의 금융사기에 당신이 연루됐다"고 설명했다. 임태현 일당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돈만 받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사기를 쳤는데, 이 범행에 본지 기자 명의 통장이 사용됐다는 것이었다. 사칭범은 "당신 명의로 지난해 만들어진 모 시중은행 계좌에 3274만원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갔고, 피해자 13명이 당신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칭범들은 통화 내내 각종 법률 조항을 내세워 겁박했지만 그 내용은 허술했다. 수사관 사칭범은 "정식 녹취 조사인 만큼 위증하면 공무집행방해죄와 위증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위증죄는 재판 과정에 적용될 뿐 수사 과정에 적용되는 죄목이 아니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 과정에서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의무는 수사기관에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 진술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 보이스피싱 한 해 피해액 7000억원

'박석용 검사' 사칭범들과 통화한 후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게 없으니 별도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칭범들이 사용한 전화번호 2개에 대해 조사한 후 이용중지 조치를 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서 수사부서 관계자는 "사기죄는 기망과 편취가 모두 이뤄져야 성립되기 때문에 편취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사하기 어렵다"며 "하루에도 보이스피싱 신고가 100여 통 들어오고 있어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강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줄었지만 피해 규모는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화 금융사기 발생 건수는 2016년 1만7040건에서 지난해 3만1681건으로 4년 만에 85%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종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1468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5배 가까이로 늘었다. 범죄 건수 자체는 2019년을 기점으로 줄었지만 피해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금융범죄 취약계층의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수사 당국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하며 피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화 금융사기 범행 의심 전화번호 이용중지 처리를 경찰서가 시도청을 거치지 않고 경찰청 본청으로 직접 하도록 간소화했다. 올해 1~3월에는 전화 금융사기 의심 번호 1817개를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전화 금융사기이니 연락을 즉시 끊어야 한다"며 "원금이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사기와 온라인사기에도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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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검사입니다."
진짜 검사인 줄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전화를 받은 A씨는 그의 지시대로 전북의 한 은행에서 420만원을 찾았다. 인턴 생활을 하며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 '김민수 검사'의 수사 압박에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인근 주민센터 택배함에 돈을 넣고 검사님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이다. 20일 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인생을 빼앗긴 절망감과 수치심 때문이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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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은 검찰 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빙자해 300여 명에게 총 100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93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보이스일당이 사용한 가짜 신분증. 사진 부산경찰청

1년이 넘게 지난 14일, 경찰은 이들 보이스피싱범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김민수 검사’ 일당은 붙잡혔지만, 지금도 또다른 피해자를 노리는 일당이 움직이고 있다. 수법은 더 교묘해졌다.

검찰 날인 검사 이름 적힌 문서도 등장 

직장인 서모(33)씨는 지난 9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자문서 한장과 메시지를 받았다. 문서에는 서울중앙지검 날인이 찍혀있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혐의로 적혀있는 수사기관의 문건이었다. 발신자는 "본인 등록상 주거지로 2회에 걸쳐 해당 서류 발송을 했으나 반송으로 통신 고지 하니 해당 번호로 연락해달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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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피싱 문자. [서씨 제공]

중앙지검 형사7부에서 근무하는 박석용 검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같은 문자를 받은 하모(32)씨는 "알아보니 형사7부에 같은 이름의 검사가 실제로 근무중이라 잠시 혼란스러웠다"면서 "검사가 자신의 이름이 도용되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씨도 "다른 보이스피싱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같은 검사 이름으로 문서를 보내다니 그 수법이 점점 교묘해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 하루 25건, 6억원 피해

형법상 공무원 자격을 사칭해 행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 등을 위조·변조할 경우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피해액은 2017년 937억원에서 2020년 2228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1일 25건이 발생했고 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와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등 신종 수법도 느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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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요즘 검사와 그 방 직원들을 사칭하는 피싱이 많다. 해당 검사도 사실을 알고 있다. 일반인들도 실제 근무하는 검사인지 정도를 공개된 정보로 찾아볼 수 있으니 피싱 수법도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이 받은 문서처럼 지명수배자한테 통보해주지 않는다. 문서 양식도 황당하다"고 했다.

검찰, 가짜 확인 '찐센터' 운영

검찰을 사칭한 피싱이 늘면서 서울중앙지검은 보이스피싱 서류가 진짜인지 알려주는 콜센터, 일명 ‘찐센터’(010-3570-8242)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연락해 앞선 사례를 문의했더니 찐센터 관계자는 "검사 명의의 문서가 진짜가 맞는지 문의가 여러 번 와서 가짜라고 확인해드리고 있다"면서 "중앙지검이 보낸 서류가 맞는지 진위를 저희가 확인해 시민들께 판별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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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5계명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측은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정보요구는 일절 응대하지 말 것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면 100% 보이스피싱 ▶개인 금융거래 정보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경우에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것 ▶피해를 본 경우 신속히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유출된 금융거래정보는 즉시 폐기할 것 등을 조언한다. 또한 "문자 메시지 등으로 의심스러운 전화번호나 인터넷 주소(URL)는 클릭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여성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