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연령대 - neibeo webtun yeonlyeongdae

웹툰의 독자는 누구인가

박인하 만화평론가

만화는 인류에게 친숙하며 효율적인 시각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아주 단순한 그림에서 세밀하고 사실적인 그림까지,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한 장의 그림에서 복잡하고 다층적인 연결까지 모두 만화에 담을 수 있다. 작가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의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으니 개인의 창의성을 담기에도 적합하다.

웹을 통해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의 등장은 이런 만화의 특징에 디지털 제작과 유통의 기능을 더했다. 디지털 제작 방식은 도입 초기 만화 제작의 효율을 높였다. 최근에는 사실적인 채색이나 스케치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 배경 작업 등 제작에 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사용하지만, 한편으로는 간략한 선과 채색으로 작업한 웹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네이버 웹툰이 도입한 ‘도전 만화가’ 시스템은 기존 청탁을 기반으로 한 만화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비용을 받고 연재하는 정식 연재도 있지만, 개방된 게시판에 누구나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방식도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이 등장한 초기, 네이버 웹툰 메인화면에는 네이버에서 계약한 정식 연재작과 함께 누구든 만화를 그려 올리는 베스트도 전 코너의 작품 역시 추천웹툰으로 공개됐다.

사용자 창작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는 디지털, 인터넷 환경에서 익숙한 개념이지만 출판만화 환경에는 낯선 개념이었다. 웹툰은 제작과 유통에 있어 기존 만화 생태계와 완전히 다른, 보다 확장된 디지털 콘텐츠로 시작되었다. 결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게 되면서 웹툰은 말 그대로 스낵컬처,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예전 출판만화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이해할 수 없던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기 시작 한 것이다. ‘웹툰의 독자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기 위한 서문이 길었다.

2012년 <중앙SUNDAY>는 「‘꼰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웹툰을 클릭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도입에는 네이버 웹툰 코너의 한 달 페이지뷰(PV)가 8억 8천만 건이 넘었고, 가장 높은 뷰는 11억 7000건까지 나온다며 이를 한국 인구수로 나누면 한국인 한 명당 주 4회∼5회는 웹툰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전체가 웹툰을 보지는 않겠지만 웹툰은 이미 2012년에 가장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로 소개된 셈이다.

이 기사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네이버는 보통 자정에 새로운 회차를 올린다. “(네이버 웹툰의) 접속량은 오전 7시에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오후 5시∼6시까지 꾸준히 상승한다.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대에 정점을 찍었다가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올라가 퇴근이 임박한 오후 5시대에 가장 높다”며 “대학생 이하 연령대가 주로 본다고 알려진 만화 소비층이 성인층으로 넓어진 셈”이라고 소개했다.

웹툰은 더이상 10대만의 콘텐츠가 아니다

만화의 부흥기에 나타난 주요 현상은 독자층의 확대다. 비슷한 세대의 독자가 늘어나기보다는 주로 높은 연령대의 독자가 새로 유입된다. 1980년대 만화 부흥도 허영만, 이현세,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 등 신진 작가의 장편 만화로 인해 청소년과 성인층이 독자층으로 새롭게 유입되며 시작되었다. 그러니 2012년 기사에서 소개된 ‘웹툰 소비층이 성인층으로 넓어졌다’는 분석은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웹툰이 10년 만에 폭발적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2017년 와이즈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웹툰, 웹소설을 보는 앱 이용자 791만 명을 분석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91만 명의 웹툰, 웹소설 관련 앱 이용자의 연령대는 2017년 1월 기준 ▲10대 254만 명 ▲20대 233만 명 ▲30대 169만 명 ▲40대 93만 명 ▲50대 42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10대가 31%로 제일 비중이 높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자 비중이 줄어들어 20대, 30대, 40대, 50대 순이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웹툰 독자 구성의 의미를 살펴보면 첫째, 웹툰은 어린이나 청소년용 콘텐츠가 아니라 전체 연령이 구독하는 콘텐츠다. 둘째 10대∼20대가 전체 이용자의 61%를 점유해 웹툰의 지속적 성장성을 담보하고 있다. 셋째 20대∼50대 성인층이 전체 이용자의 69%를 차지하고 있어 웹툰 유료화나 광고 모델로의 수익구조 확대 등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웹툰, 웹소설 앱의 이용 비중도 조사했다. 사용자가 많은 앱은 ▲1위 네이버 웹툰 526만 명 ▲2위 카카오페이지 256만 명 ▲3위는 다음 웹툰 145만 명 ▲4위 레진 코믹스 48만 명 ▲5위 투믹스 45만 명 마지막으로 ▲6위 웹소설 앱 조아라 33만 명 순이었다. 성인용 웹툰을 서비스하는 탑툰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성인용 웹툰은 모바일 앱뿐만 아니라 PC 웹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9년 11월 6일 랭키닷컴의 웹애널리스트 한광진이 기고한 「전자책/웹툰 앱, 20대∼30 대 다음/네이버 웹툰 이용량 활발!」이라는 칼럼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성별, 연령별 이용 비중’에서 예상외로 10대 이하의 비중이 제일 높은 플랫폼이 레진코믹스다. 연령별 이 용 비중의 순서는 네이버 웹툰은 30대, 20대, 10대, 40대, 카카오페이지는 30대, 40대, 20 대, 10대, 다음 웹툰은 30대, 20대, 40대, 10대, 레진코믹스는 20대, 30대, 10대, 40대 순이 다(기사에 정확한 수치 기재 없이 그래프만 나와있어 정확한 비율을 비교하기 어렵다). 네이버 웹툰 에 10대 일진을 소재로 하는 웹툰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에 네이버의 주 이용층이 10 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네이버나 다음 웹툰 모두 30대와 20대가 10대에 비해 이 용 비중이 더 높다.

네이버 웹툰에 10대 취향의 웹툰인 <여신강림>(야옹이), <연애혁명>(232), <외모지상주의>(박 태준), <싸움독학>(박태준 그림, 김정현 글), <인생존망>(전선욱 그림, 박태준 글)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20대∼30대 취향인 <유미의 세포들>(이동건), <고수>(문정후 그림, 류기운 글), <좀비딸>(이윤창), <더 복서>(정지훈) 역시 상위권에 올라있다. 웹툰에 10대들이 선호하는 소위 ‘일진물’만 있는 건 아니다. 네이버 웹툰만 해도 2020년 3월 현재(3월 23일 월요일 기준) 322편이 연재되고 있고, 카카오페이지, 다음 웹툰 등 다른 플랫폼까지 합하면 연재 작품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이렇게 많은 웹툰이 10대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미 웹툰 독자는 특정 연령대로 규정하기 어렵게 폭넓게 확장되었다.

2019년에 이르러 유입 트래픽이 가장 큰 네이버 웹툰과 전통적으로 스토리텔링에 강한 다음 웹툰의 주요 독자층은 10대가 아니라 20대∼30대 청년층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15년 정도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10대였던 어린 독자들이 성장한 까닭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조금 다르다. 네이버와 다음과 비교해 후발주자였고 메신저 서비스 카 카오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연동되기 때문에 주요 이용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전체 연령대 중 카카오 주요 이용층인 30대와 40대가 카카오페이지 웹툰의 주 구독자다.

2012년, 2017년 그리고 2019년 조사 데이터를 통해 웹툰 독자의 특징을 추정해 봤다. 웹툰 독자는 점차 전체 연령으로 확장되어 2020년 현재 10대∼40대까지 폭넓게 형성되었 다. 신규 플랫폼인 레진은 10대 독자가, 웹툰 역사를 끌어온 네이버와 다음은 20대∼30대가, 카카오페이지는 30대∼40대가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웹툰 연재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 웹툰은 2019년부터 신작이 늘어나는 속 도가 빨라지며 장르, 연령대를 폭넓게 확장해 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 인기 원작을 코미컬라이징Comicalizing한 웹툰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에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의 주 이용자인 30대∼40대 취향의 판타지 로맨스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반 대중을 웹툰 독자로 끌어들이는 힘

웹툰은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독자들과 함께 한다. 한때 웹툰이 포털의 트래픽을 올리는 미끼상품으로 평가받고 실제로 그렇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었다. 그만큼 웹툰은 대중화되었고 독자가 많아졌으며 따라서 웹툰시장이 커지고 웹툰에 대한 인식 역시 보편화되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경우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다음 웹툰 <이태원 클라쓰>(광진)가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만화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은 출판만화 때부터 있었다. 최근 웹툰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웹툰과 영상물이 분리되지 않고 묶여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카카오페이지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방영될 때 웹툰 <이태원 클라쓰> 프로모션을 동시에 진행했다. ‘웹툰과 드라마 캐릭터 싱크로율’을 알아보는 카드 뉴스 등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었고, 웹툰을 홍보하는 광고를 만들어 드라마 광고 시간에 내보냈다. 마치 영화 개봉처럼 웹툰 홍보에 대대적인 물량을 쏟아 넣을 수 있었던 건 웹툰 결제가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보편적인 행위가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드라마를 보는 여러 연령대의 일반 대중이 자연스럽게 웹툰 독자로 전환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윤태호의 신작 웹툰 <어린>의 1화가 3월 21일에 공개되었다. 카카오페이지의 후원으로 만화가 윤태호는 <어린>의 배경이 된 남극을 방문해 탐사했고 이 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온라인에서 공개되었다. 또한 웹툰 <어린> 연재 전에 모바일 광고는 물론 TV 광고도 제작, 송출됐다. 역시 <이태원 클라쓰>처럼 일반 대중 독자들을 웹툰 독자로 유입시키기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웹툰은 가두리 양식을 벗어나 다른 엔터테인먼트들과 함께 전체연령의 대중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고 있다.

2012년 <중앙선데이>에서는 “‘꼰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웹툰을 클릭하라?”고 이야기했지만, 2020년 웹툰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되었다. 더 이상 웹툰은 1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웹툰은 모든 연령대가 즐기는 대중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그래서 웹툰마다 세분화된 타깃 전략을 구사한다. <어린>이 작품을 론칭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힘은 전작 <미생>이 웹툰과 드라마로 20대∼40대의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와 광고를 통해 카카오페이지나 다음 웹툰을 꾸준히 보던 독자 뿐 아니라 드라마 <미생>을 봤던 대중에게 홍보하기 위함인 것이다. 반복해 이야기하지만 웹툰 독자는 특정화된 코어 집단이 아니다. 웹툰은 이미 보편화된 콘텐츠가 되었다.

<기획회의> 509호 2020. 4. 5

<기획회의> 509호 ISSUE 콘텐츠 크로스오버, 출판의 자리는? 차례

INTRO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갈수록 다양해지지만 / 김혜원 (<학교도서관저널> 어린이문학 신간선정위원·<기획회의> 편집위원)

웹툰의 독자는 누구인가 / 박인하 (만화평론가)

오타쿠가 아닌, 대중도 아닌 / 이융희 (청강대 교수·텍스트릿 팀장)

누가 종이책을 읽는가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한국출판학회 부회장)

출판물, 새로운 기획작으로 거듭나야 할 때 / 전혜정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책임교수)

웹툰을 책으로 감상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웹툰발發 콘텐츠 크로스오버와 출판의 대응 전략 / 장상용 (만화평론가·문화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