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녹음 불법 - migug tonghwanog-eum bulbeob

최근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미국 일부 주(州)와 유럽 몇 개국에서는 현재 스마트폰 통화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화녹음이 기본 지원되는 한국산 갤럭시폰을 해당지역에 가져가 쓰는 것은 별 문제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산 갤럭시폰을 가져가 사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부지불식간에 통화 녹음으로 처벌되는 일을 막기위해 삼성전자는 현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통화녹음 기능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일부에서 미국 로밍시 통화 녹음기능이 자동 차단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 통화녹음 한국산은 '지원' 미국산은 '미지원'

현재 미국은 전체 50개 주 중 13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통화 녹음을 허용하는 주라도 상대방에게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게 하거나, 용도를 제한하는 등 세부 규정은 천차만별이다. 이 밖에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도 통화녹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국가와 주마다 통화 녹음 합법 여부나 허용 조건이 판이하다. 이에 애플은 내수 및 수출용 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을 모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의 경우는 다르다. 통화녹음 허용 국가에 따라 차별을 둬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예컨대 통화녹음이 허용되는 한국, 일본, 캐나다 등의 제품에는 통화녹음을 기본 탑재하는 반면, 통화녹음이 불법인 국가에는 해당 기능을 아예 빼고 출시한다.

한국에서 구매한 갤럭시폰을 미국에 가져가는 경우엔 통화녹음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콜시스템과 관련된 펌웨어가 한국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체류 시 펌웨어를 미국형으로 업데이트하면 통화녹음 기능은 사라진다. 하지만 단기간 출장이나 여행이 목적인 이용자가 단순 통화녹음 차단을 위해 업데이트할 가능성은 낮다. 만약 자동 통화녹음 기능을 이용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주의해야한다.

반대로 미국산 갤럭시폰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경우에는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통화녹음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음 기능 해외서 작동 안 해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카메라 셔터음 자동 차단 기능이 있다. 한국에서 갤럭시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무조건 셔터음이 울린다. 하지만 같은 기기를 해외에서 사용하면 셔터음 기능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원리는 간단하다. 한국산 갤럭시폰이 미국 이동통신사 서비스망을 인지하면 셔터음이 무음처리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상반기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적용했다. 셔터음 의무 적용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다.

반면 해외에서 구매한 갤럭시폰을 한국에 들고오면 셔터음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허점을 활용해 셔터음이 거슬린다는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직구(직접구매)로 해외 판매용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애플은 한국과 일본에 출시하는 아이폰에 기본적으로 셔터음을 의무 적용한다. 하지만 이 밖에 다른 국가에서 출시하는 아이폰은 셔터음 활성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만약 한국서 구매한 아이폰을 해외에 가져가면 갤럭시폰처럼 셔터음은 자동 차단된다. 애플은 지난해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처음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업데이트 전에는 한국·일본산 아이폰을 해외에 가져가면 셔터음이 발생했다.

한편, 한국에서 카메라 셔터음은 2004년부터 '몰카(몰래카메라) 범죄'를 막기 위한 권고사항으로 제시해 적용된 기능이다. 당시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이를 제안했다.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제조사에 이를 요구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 찬성 쪽 “정치 유치찬란해져”
반대 쪽 “사회적 강자 보호하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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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 동의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타인과의 통화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조만간 법률안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 의원은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며 카메라 촬영 시 신호음이 나오도록 의무화됐는데, 불법 녹음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윤 의원은 이어 조지프 터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쓴 <보이스 캐처>라는 책을 인용해 “음성인식 기술은 목소리 톤으로 감정이나 성격을 추론하고, 나아가 그 사람이 앓는 질병부터 나이, 인종, 교육 및 소득까지 유추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비밀녹음은 미래에 ‘생체 정보 유출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이날 토론에는 지난달 18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패널로 보수 논객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 문수정 변호사, 이승민 국민의힘 청년위원 등이 참석했고, 반대하는 패널로는 이민 변호사와 김유석 변호사, 남가언 <법조신문> 기자 등이 참석했다.우선 개정안 찬성 쪽에서는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정치권에서 악용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주필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이던 원희룡 전 지사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사건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문자메시지를 노출한 사건 등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정치가 이렇게 유치찬란해진 것도 오늘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 문자든 음성파일이든 사적인 일을 공적인 정치 마당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 정치의 아주 고약한 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된 영상과 음성은 남의 것이라는 걸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녹음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굉장한 윤리 침습적 행위이고, 공격적 행위라는 걸 리마인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국외 입법례를 소개하며 독일과 프랑스처럼 통화 녹음을 금지하되 갑질이나 성폭력 등의 피해에 대해서는 법 적용에서 배제하는 위법성 조각 사유를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수정 변호사의 설명을 보면, 이탈리아는 동의 없이 통화 녹음이 가능하고, 영국과 덴마크, 핀란드는 동의 없이 통화 녹음이 가능하지만 타인에게 녹음 파일을 전달하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독일은 통화 녹음의 동의 뿐만 아니라 녹음하는 이유를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고, 프랑스 역시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뿐만 아니라 녹음 파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형사 처벌을 받는다. 미국은 연방법에서 동의없는 통화 녹음을 합법으로 인정하지만, 주마다 녹음 관련 규정이 다르다.문 변호사는 “당사자 사이의 녹음은 무조건 합법이라는 생각을 가져서 함부로 녹음을 하고 그 음성 파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망신을 줘서 사생활이 유출된다는 그런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직장상사의 갑질처럼 음성 파일을 녹음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 등을 생각해서 위법성 조각 사유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반면 개정안 반대 쪽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익 제보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유석 변호사는 “개정안은 당사자가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을 예정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이 선고되면 당연 퇴직이 된다”며 “녹음을 통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당한 상사의 지시 등을 공익 제보하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공익 제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개정안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나 사회적 강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비춰진다”는 국민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민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헌법상 사생활 보호나 프라이버시권에 해당한다고 했는데,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나 친구, 사회적 관계 등에서 생기는 문제는 헌법상 프라이버시권의 개념을 적용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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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 목적의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케티이미지뱅크

특히 이번 개정안의 입법 취지처럼 프라이버시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게 되면, 범죄 예방 목적의 시시티브이(CCTV)나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까지 다 녹음되는 차량용 블랙박스, 범죄 단속용 차량 번호판 수집 장치 등도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민 변호사는 “앞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라는 안전권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은 무제한적인 게 아니라 헌법 37조 2항에 따라서 적절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윤 의원은 통화 녹음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윤 의원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일 전국 성인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상대방의 동의 없는 전화 녹음에 반대하는 이는 63.6%, 찬성하는 이는 29.%였다. 동의 없는 녹음에 대한 법적 처벌에 대해서도 찬성이 52.5%, 반대가 41.5%로 나타났다. 처벌할 경우 벌금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9.8%, 징역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5.0%였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동의 없이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했다.또한 동의 없는 전화 녹음의 재판 증거 채택에 대해서도 찬성이 63.7%로 반대(27.7%)보다 2.3배 많았다. 부패·부정 사건이나 갑질·성희롱·폭력 사건 등과 같은 상황에 한해 녹음 및 공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이 80.4%로 반대(11.3%)를 압도했다.앞서 지난달 2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지난 26일 전국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통화 녹음이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으므로 법안 발의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4.1%로 나타났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입법예고 등록의견’에도 개정안 발의 이후 이날까지 1만770건의 의견이 올라왔는데, 대부분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고 있다.이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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