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한국 실패 - kkaleupu hangug silpae

한국인 마음 못읽고 글로벌 전략만 고수 세계 2위 할인점 업체인 까르푸(프랑스)에 이어 세계 최대 할인점 업체인 월마트(미국)가 한국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것은 한마디로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한국소비자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본사 전략만 고수하다 토종업체들에 완패당했다. 까르푸는 한국시장 진출 10년, 월마트는 8년 만의 일이다.
반면 ‘한국형 할인점’을 표방하는 영국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업계 1위 이마트를 바짝 추격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까르푸, 월마트의 실패는 예견된 일=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까르푸와 월마트의 실패 원인으로 우선 한국의 문화와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 업체는 점포 구성에 있어 물건을 높이 쌓아놓는 창고형 매장을 고수했다. 화사한 분위기의 백화점식 매장에 익숙한 국내소비자들에게 삭막한 대형 매장에다 높이가 5∼6m에 달하는 선반까지 진열된 상품을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매장은 익숙지 않았다.
또 이들은 할인점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점포의 접근성에서도 다른 할인점에 비해 크게 뒤졌다. 한 예로, 월마트의 경우 서울에는 강남점 1개만 있고 경기 일산·구성, 대전, 대구 등 경기도 외곽과 지방에만 점포가 위치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까르푸 한국 실패 - kkaleupu hangug silpae
◇백화점식 할인점을 표방, 아기자기하게 내부를 구성한 이마트 매장 모습.

현지화 노력을 게을리 한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초창기부터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거의 중용하지 않았다. 특히 까르푸의 경우 사장과 대부분의 임원, 심지어 점장까지 프랑스인 일색으로 채워졌다. 임원급은 외국인, 직원은 한국인이라는 기형적 인력 배치로 조직융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유통물류진흥원 구성진 본부장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토착화에 성공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유통세미나에서 ‘삼성테스코의 성공스토리’를 발표했다. 이 사장은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가 자본을 참여했지만 경영진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며 우리의 유통경험을 역수출하는 한국형 할인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다국적 기업이면서 홈플러스가 토종 할인점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인의 소비행태와 의식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한발 빠르게 제공한 결과”라고 자평한다. 자신들의 기준만을 강요하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월마트, 까르푸와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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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한국철수

  • 기자명 글/김정숙 기자
  • 입력 2006.05.22 00:00
  • 댓글 0

현지화 실패 ‘까르푸’, 유통기업들 눈독
롯데, 신세계 등 인수의사 밝혀, 시장판도 변화 예상
1963년 창립, 전세계 32개국에 1만1천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까르푸가 한국을 떠난다. 까르푸는 1993년 투자인가를 받고 96년 7월 중동점을 개점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10년 전국에 32개 점포를 세우며 나름대로 외형을 키웠으나 지역성을 무시한 본사 매뉴얼 일방 적용, 노조 불인정 등으로 한국시장 연착륙에 곤란을 겪었다. 뒤늦게 한국 맞춤경영에 돌입했지만 저만큼 앞서간 토종할인점을 따라잡기는 역부족. 결국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까르푸가 2004년 일본에 이어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아시아시장 공략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까르푸는 미국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규모 유통업체다.
한국시장에서 떠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현지화 전략 실패다. 다국적 회사라는 자존심을 앞세우고 프랑스 본사 매뉴얼을 한국에도 적용하려고 했다 실패를 본 것이다.
국내 할인점은 상품 진열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백화점보다 낮지만 슈퍼마켓보다 좋은 매장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한국 소비자는 가격이 비슷하다면 할인점을 쇼핑하고 밥 먹고 즐기는 공간으로 이해하나 까르푸는 진출 초기에 그러한 정책이 미흡했다.
한국 할인점은 도심 외곽에 위치한 외국과 달리 접근성이 양호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풍부한 신선식품 구색과 백화점에 버금가는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 할인점은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40% 정도나 까르푸는 30%에 그쳤다.
반면 테스코는 '홈플러스'로 할인점 이름을 짓는 등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까르푸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다. 특히 단기적인 손익을 중요시하다 보니 협력업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상품 품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 성과주의에 쫓겨 인건비를 차등 책정하거나 능력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조직원 이탈이 생겼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본국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늦은 편이다.
까르푸가 철수하는 주된 이유로 ‘토종 할인점에 밀렸다’는 점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점포수에서 밀리고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해 떠난다는 것이다.
이마트로 대표되는 토종 할인점은 ‘저렴한 가격’ 외에 매장 고급화, 편의시설 강화 등 한국식 할인점 문화를 이끌어 왔는데 까르푸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에 전략적 파트너가 없어 소비자 성향 파악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부지 매입 등 주요 정책 결정이 느렸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영국계 유통업체지만 99년 진출 초기부터 사장·점장을 한국인으로 임명하는 등 한국적 운영 전략을 펴왔다는 평가다. 까르푸는 초기에 사장과 점장을 외국인으로 임명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상대적 성공은 외국업체가 한국에 들어올 때 국내업체와 제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해외에 진출할 때 참고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매장 진열대 높이가 1.6~1.8m인 반면 초창기 까르푸의 매대 높이는 2.2m로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많이 찾는 식품부문도 취약하고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밀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까르푸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매대 높이를 낮추고 점장도 한국인으로 교체하는 등 이른바 ‘한국식’으로 운영했고 이익도 났다”며 “실패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까르푸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통기업들 ‘눈독’
까르푸는 4월 4일 철수 발표문에서 ‘론스타와 같이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투자회사는 인수자의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다분히 론스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부 유출 논란을 의식한 내용이다. 유통업계 일부에선 '국내 업체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해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롯데쇼핑. 신세계 등 4개사가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인수액은 1조2,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까르푸의 적정 인수가격은 얼마일까. 애널리스트들은 몇 가지 수치를 근거로 매각 가격을 추정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까르푸의 자산은 1조5,881억원(부채 포함), 부채를 제외한 자본은 1조751억원이다. 교보증권관계자는 “통상 기업을 살 때 부채를 제외한 자본에 영업권 등을 인정한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이 인수 가격”이라며 “까르푸의 경우 32개 매장의 프리미엄(영업권·브랜드 인지도 등 포함)을 4,000억~5,000억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1조5,000억~1조6,000억원이 넘으면 고가 매각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가 얼마에 까르푸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부 유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석강 백화점협회장 "까르푸 소비자 밀착 실패"
석 강 신임 백화점협회 회장은 4월 13일 “소매업의 생명력은 지역 소비자와 얼마나 밀착돼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국까르푸의 한국시장 적응 실패 원인을 진단했다.
석 회장은 이날 낮 조선호텔에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까르푸 매각에 대한 평가를 질문 받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상황과 달리 까르푸가 있어서 프랑스가 힘을 쓸 정도라는 말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마트가 소비자 선호도를 잘 맞춰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까르푸의 경우 창고식으로 매장을 꾸미고, 식품 분야를 소홀하게 다뤄 이마트 등 토종 할인점들에 밀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중 세일 비판론’에 대해 “계절별 세일은 고객을 위해 필요하기에 계속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비(非)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뀌는 백화점의 모습을 볼 수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백화점 포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협회 회원사가 12개 업체로, 전국적으로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점포가 64개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점포 숫자가 적정 수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일부 명품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간 백화점 입점영업 수수료율 차이에 대해서는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입장에서 뻔히 당하기도 하고, 상전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일부 조정돼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백화점의 위상과 발언권이 세지면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수료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은 도심의 얼굴이고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생활문화 공간이자소비자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곳”이라면서 “협회장으로서 백화점의 이런 순기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한?일간 업계 교류, 기반시설부담금 관련법 개선,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의 활동 목표를 제시했다.

까르푸의 새주인 누가될까
까르푸의 인수를 놓고 유통업체가 시끄럽다. 누가 까르푸의 새 주인이 되든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변화는 불가피하다.
올해 초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할인점과 슈퍼마켓 점장들을 대상으로 ‘2006 유통업계 최대 이슈’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38%의 응답자가 ‘기업 인수 합병(M&A)을 통한 업계 재편’이라고 답했다. 현장에 있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까르푸 매각이 시장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변수임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이번 주 윤곽이 드러날 까르푸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예측불허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는 가운데 인수 희망업체들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 수장들의 머릿속에도 요즘 까르푸가 꽉 들어차 있다. 유통업계의 관심은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어떤 전략으로 까르푸에 접근하는 지에 쏠리고 있다.
“꼭 잡아야 한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까르푸 인수’에 관한 그룹 상층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까르푸 인수의 당위성을 그룹의 최고위층부터 실무진까지 동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롯데빌딩 26층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긴박하다. 롯데마트, 그룹 법무팀 등 핵심 인원으로 구성된 까르푸 인수 태스크포스팀은 잠정적인 인수가 산정을 끝내고 마지막 조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점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있다. 그는 롯데쇼핑이 상장되기 전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롯데쇼핑 상장의 성공과 실패의 시금석이 될 첫 ‘빅 딜’에서 신부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재계는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만약 롯데가 까르푸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4년도 영업이익률이 1.3%에 불과했다. 지난해 3/4분기(누적)의 경우 3.1%로 높아지긴 했지만, 선발 할인점 업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편이다. 까르푸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금부담으로 인해 까르푸 인수 자체가 오히려 악재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커홀릭’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선릉 본사에 출퇴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몇 년 전 분당 자택에서 타워팰리스로 이사를 오기도 했다. 사장실 한쪽에는 간이침대까지 있을 정도다. 그는 또 도시공학 박사이기도 하다. 할인점의 점포 배치를 누워서 ‘레고’처럼 이리저리 맞춰본다고도 한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아마도 까르푸 인수 시나리오가 각 조건별로 차곡차곡 잘 정리돼 있을 것이다.
문제는 베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홈플러스는 까르푸 인수에 나선 다른 업체들보다 조금은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쟁 입찰 외에도 영국 테스코와 프랑스 까르푸 본사간 대화채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사는 글로벌 점포 교환을 통해 큰 자본을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협상을 별도로 진행중이다. 만약 홈플러스가 까르푸 인수에 성공한다면 할인점 업계 맹주인 신세계 이마트와 한판 불꽃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까르푸를 인수하면 점포 수가 74개로 늘어나 79개의 이마트에 근접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외에도 할인점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이 인수전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적극적인 까르푸 인수의지를 피력한 회사가 바로 신세계다. 1등 할인점으로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구학서 사장이 있다. 삼성 공채 출신인 구 사장은 삼성가 CEO의 전형이다. ‘재무’와 ‘관리’의 달인이다. 그는 또 오늘날 신세계 이마트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유통’보다는 자산의 전문가다. 보유 자산을 얼마나 어떻게 회전시키면 다가올 미래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주는지 정확한 셈법으로 계산해 내는 사람이다.
외환위기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름 없는 부지를 헐값에 사들여 현재의 금싸라기 이마트 부지로 변모시킨 이가 바로 구 사장이다. 다른 회사들은 국내에서 부지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신세계는 중국에서 신시장을 열고 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지금의 까르푸 점포에 이마트 간판만 바꿔 달아도 매출이 20% 신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인수를 앞둔 지금 신세계가 의외의 베팅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10년 후를 생각한다면, 인수가격이 2조원이든, 3조원이든 차이가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업’ 이랜드에 흔히 따라 붙는 수식어다 . 유통부문 2조원, 패션부문 1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랜드는 올해만 3차례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 건을 성사시켰을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1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 박성수 회장의 강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박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해외 펀드 동원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전에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지며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자사의 패션 브랜드들 때문이다. 뉴코아백화점 2개, 아울렛 18개, 슈퍼마켓 25개 등의 대형 유통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가 할인점을 추가한다면 기존의 '로드숍' 위주의 패션 브랜드 전략을 할인점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이랜드의 자체 분석이다. 때문에 박 회장은 까르푸 인수를 위해 자금조달 계획까지 세운 뒤 M&A팀에게 총력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캔두’(Can Do!) 정신이 이번 까르푸 인수전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관심거리다.

까르푸 비상식적 행태, 매각협상 난항

한국까르푸 매각 과정이 까르푸 쪽의 비상식적 행태 때문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까르푸 쪽의 의도적인 값올리기 수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까르푸는 4월 13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지난 4일 입찰제안서를 낸 4곳을 모두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4곳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이마트, 이랜드 등이다. 지난 열흘 동안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뜻이다. 까르푸는 이어 “다음주 중 필립 브로야니고 한국까르푸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매각 과정의 절차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까르푸 쪽은 지난 4월 12일 롯데마트에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내용을 통보했고, 롯데마트는 13일 이를 공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또다른 우선협상대상자가 누구냐를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이랜드는 “어떤 통보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고, 이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는 영국 본사 쪽에 확인 중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 때문에 복수의 대상자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로 압축됐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홍보대행사를 통해 나온 공식 답변은 의외였다. 결국 4명을 동시에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도, 롯데마트에만 먼저 연락을 준 셈이다. 입찰제안서를 낸 업체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동시에 알려준다는 관례를 벗어난 행위”라며 “다른 희망자에게서 값을 더 올려받아 보려는 요량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불쾌해했다. 한 업체는 지난 4월 4일 입찰제안서를 써낸 뒤 까르푸로부터 값을 좀더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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