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크툴루 신화] 마블이 크툴루 신화보다 먼치킨이라는 분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2010.12.17 08:46 4,781 36 0
본문
우선은 단순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해두지요. 어차피 다 창작물인 판에 나중에 나온 게 먼저 나온 것보다 굉장하다고 설정하는 건 간단한 것 아닙니까. 마블 세계관에 크툴루 신화의 신이 돌아다니다가 마블 세계관의 굉장한 녀석들한테 쳐맞기라도 한다 쳐도, 결국은 나중에 만든 세계관에서 자신들의 창조물의 강함을 강조하기 위해 끌어내온 것 뿐입니다. 이건 일단 모든 창작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지요.
문제는 크툴루 신화는 이렇게 막 나가는 비교가 좀 애매해진다는 겁니다. '차원'이 다르니까요.
차원이라는 단어도 의미가 하나가 아니지요. 그냥 수준차이가 난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평행세계를 다른 차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블이나 DC의 차원은 주로 이 의미가 강할 수 밖에 없는게, 평행세계 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널리 도입한 회사들이니 말입니다. 아말감 브라더스가 초월적인 존재로 설정되어서 몸의 극히 일부 안에 우주가 있다든가 어쩌든가 해도 일단은 이러한 차원개념의 연장으로 봐야합니다. '수많은 우주를 내포한 거대한 우주의 의인화판'이지요(마블과 DC 두 회사를 상징한 캐릭터이니 의인화라는 표현이 딱입니다).
반면 크툴루 신화의 차원은 일반적인 의미의 '차원'입니다. 1차원은 선, 2차원은 평면, 할 때의 그 차원이요. 그리고 크툴루 신화의 신들은 이러한 의미의 차원에서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랜돌프 카터 연작의 초기작(은제 열쇠로 문을 열고였는지,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에서 언급된 설정이지요.
3차원의 물체에는 수많은 단면이 있을 수 있고, 그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른 2차원이 됩니다. 원뿔은 자르기에 따라 크기가 다른 원이 될 수도 있고, 삼각형이 될 수도 있고, 타원이 될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3차원은 4차원의 수많은 단면 중 하나이고, 그 4차원은 5차원의 수많은 단면 중 하나입니다. 그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들이 크툴루 신화의 신들입니다(게다가 대체 몇 차원까지 가는지도 안 나옵니다).
이 설정을 제대로 써서 크로스오버를 만들려면 참 복잡합니다. 그냥 복잡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저 차원 개념을 글에 적용하면 제대로 된 묘사가 불가능해지지요. 묘사의 생략은 공포물에서는 효율적인 수단이지만 그 외의 장르(크툴루 신화의 신들을 처발라서 자기들이 더 우월함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장르)에서는 참 못써먹을 수단이지요. 그래서 크로스오버물에서
크툴루 신화의 신들은 3차원에 투영된 모습만을 가지고 나옵니다. 초월적인 존재라서 크로스오버 한 건데 그 초월성이 생략되어버리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크툴루 신화의 신들을 가지고 강함의 순위를 논하려는 시도는, 여타 서로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것보다도 더욱 더 의미가 없습니다. 도대체가 한쪽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조차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비교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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