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멀어지면 어떻게 보일까

과학자가 다시 쓰는 걸리버 여행기(지구와 우주편)

자연 속으로의 여행

1. 여행: 속박으로부터의 탈출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는 전기도 없었고, 어쩌다 자동차가 마을에 나타나면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을 마시기 위해서 아이들이 자동차 뒤를 쫓아다니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한 학년이 한 반 뿐인 학교라 버스 하나를 대절하여 들뜬 기분으로 출발하였다. 포항에 왔을 때였다.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행 기분이 있기도 했지만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우리는 기차를 처음 보았다.

여행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여행은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이 있고, 여행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배움과 감동이 있다. 연인과 같이 하는 여행이라면 가슴 설렘이 있을 것이고,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비록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서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여행에 대한 동경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걸리버의 여행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걸리버 여행기는 거짓말이다. 그것도 황당무계한 거짓말이다. 이 황당무계한 거짓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매료되고 그래서 그 책이 세기가 바뀌어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도 가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주 큰 인간이나 아주 작은 인간이 될 수는 없지만 모두 그러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그 꿈을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맨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힘센 악당을 때려눕히고 싶은 충동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늘을 그냥 날고 싶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구라도 들고 싶지만 우리의 힘은 너무 약하다. 별까지 단숨에라도 가 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슈퍼맨을 통해서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꿈을 현실화하고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되는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의 현실 세계는 걸리버가 보는 세계와는 달리 재미가 없는 것일까?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현실 세계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것이다. 우리나라만 다녀도 재미있지만 세계를 여행하면 더 재미있다. 모래 언덕이 옮겨 다닌다는 사막, 거대한 물보라가 솟아오르는 나이아가라 폭포, 북극의 빙하, 아마존의 밀림, 만년설이 있는 에베레스트, 북극광의 현란한 모습, 해저의 신기한 지형과 동식물들, 그 뿐인가? 수 만년을 지구에서 살면서 남겨놓은 인간들의 삶의 흔적들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런데 지구가 아닌 우주를 여행한다면 어떨까? 달에 가본다면? 화성에 가본다면? 그 뿐인가. 태양 속으로 들어가 본다면 어떨까? 블랙홀에 가본다면? 아니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세계로 가본다면? 원자 속으로, 원자핵 속으로 들어가서 쿼크들과 같이 놀아본다면 어떨까? 그 재미가 걸리버의 재미만 못할까?

여행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등산가들에게 산에 왜 오르는가라고 물으면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답한다. 과학을 왜 하는가? 거기에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우리가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섭취한다. 자연과 떨어져서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 현상에 관심을 갖는다. 인간의 이러한 관심이 지금의 과학 문명을 이루었다. 이러한 관심이 인간이 우주를 보게 하고 원자의 세계를 탐구하게 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탐구 과정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러한 감동이 비단 과학자들만이 가지는 특권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는 모든 사람이 감동할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여행은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이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자유! 이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고귀한 것이 아닐까? 모든 투쟁은 자유를 얻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들먹일 것도 없이 감옥은 견디기 어려운 공간이다. 단지 생활하기 불편하기 때문 만이 아니다.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속박 속에서 산다. 감옥에 있어야 속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감옥이 아니라도 우리는 속박되어 있다. 공간적으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속박되어 있다. 공간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고,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부자가 되려하며, 정신적인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진리를 탐구하며,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영생을 생각하고 종교를 찾는다.

2. 과학: 미지 세계로의 여행

과학자는 어떤 사람일까? 실험 가운을 입고 냄새나는 실험실에서 작업을 하거나 책상 앞에서 문제를 푸는 모습이 연상되고, 머리는 좋으나 가슴은 메말라 있는 이상한 외계인쯤으로 보이는가? 어떤 면에서 과학자는 여행자이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세계를 찾아다니는 여행자이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보기 위해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노력 끝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감동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등산가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그 많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고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등산하는 사람도 정상에 올라가기 전까지 그냥 고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올라가는 길 가에 있는 온갖 동물과 식물, 흐르는 시냇물과 중간 중간에 펼쳐지는 경치에 매료되는 것과 같이 과학자들도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지 못하던 많은 현상들을 관찰하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과학자는 어떤 면에서 고독한 여행자이다. 동행자가 없지는 않으나 자기들이 경험한 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기들이 체험한 감동을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소설가나 시인과는 달리 자기들의 감동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과학자는 일반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들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여행자들은 자기의 경험을 사진에 담거나 글로 쓴다. 그리고 그 사진은 여행자가 본 바를 있는 그대로 잘 나타내 주기 때문에 그 사진만으로도 여행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비교적 잘 알 수 있다. 과학자들도 자기들이 본 것을 사진에 담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찍은 사진은 일반 여행자가 찍은 사진과는 다른 면이 있다. 일반 여행자의 사진은 누가 보아도 그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과학자들이 찍은 사진을 이해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들은 x선 사진에서 질병의 징후를 금방 알아보지만 일반인들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면서 발견한 사진도 이와 같아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사진을 보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거쳤던 논리적 과정을 거쳐야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논리적 사고 능력이 없이는 사진을 보아도 그것의 의미를 알 수 없고, 의미를 알 수 없으니 감동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자를 고독하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여행자가 찍은 사진과 여행기를 읽는 것이 여행자가 경험한 것과 동일한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체험한 것과 동일한 체험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여행자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자의 감동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과학자들이 체험한 것 전부를 알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체험한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도 과학자들이 체험한 것이 어떤 것인가를 간접 체험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자연의 내면의 모습을 좀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제 우리도 과학자들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이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엿보고 감동해 보도록 하자.

3. 자연의 참모습

우리 눈에 보이는 바로 그 모습이 자연의 진면목일까? 내가 공부하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공원에는 조각 작품이 하나 있었다. 이 작품은 기하학적인 특별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작품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보면, 보는 방향에 따라 작품의 모양이 극적으로 변하는 그러한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작품을 보면서 이 작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이 방향에서 본 둥근 모양일까? 아니면 저 방향에서 본 모난 모습일까? 그리고 도대체 이 작품의 진짜 모습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경험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만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같은 물체라도 조명이 달라지면 매우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의 모습을 가시광선으로 보면 이렇게 보이지만 X선으로 보면 뼈다귀만 보이게 된다. 적외선으로 본다면 온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만 나타날 것이다. 가시광선으로 본 세상만 이 세상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물이 우리 눈에 보인 모습은 그 사물의 진면목이라기보다는 사물의 한 단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자연을 이해한 것은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사물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많은 다른 측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님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소리와 냄새, 촉감으로 이 세상을 본다. 장님이 보는 이 세상은 눈으로 보는 이 세상과는 다르다. 그것이 “다를” 뿐이지 틀린 모습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을 소리로만 본다면? 촉감으로만 본다면? 아니면 냄새로만 본다면 어떨까? 만약 냄새로만 본다면 물체의 모양, 색깔은 물론이고 공간이라는 개념조차도 없을 것이다. 냄새정보만으로 이 세상을 표현하고 그 정보들에 내재하고 있는 일반적인 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냄새정보만을 사실로 한 과학이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론은 시각적, 청각, 촉각에 의해서 수집된 정보를 사용하여 만든 과학 이론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것이 “다를” 뿐이지 엉터리는 아니다. 실제로 곤충들은 시각적인 정보보다 냄새 정보를 더 잘 활용하여 위험을 피하거나 필요한 먹이를 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오감으로 이 세상을 보고, 오감으로 수집한 정보에 바탕을 둔 우리의 이론만이 정말 제대로 된 이론일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의 눈은 적외선, 자외선, x선 등의 빛은 볼 수 없다. 만약 그러한 빛으로 사물을 본다면 그 세상은 우리가 보는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과학자들은 자연을 탐구하기 위해서 우리의 감각기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물론 감각기관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필요하고 매우 유용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자연의 참 모습을 아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하는 여행은 그냥 발로 걸어 다니며 하는 여행과는 다르다. 에베레스트 산에는 노력을 하면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노력해도 갈 수 없는 곳은 많다. 먼 별에 가보고 싶지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모습을 관찰한다. 잘 관찰해 보면 그 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그 별의 크기가 얼마인지, 별이 얼마나 뜨거운 불덩어리인지, 그 별에는 어떤 원소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과학자들은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지구 속을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지진파가 전달되는 모습을 관찰하여 지구 내부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뜨거운 태양 속을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적외선, 자외선, x선 등의 광선을 관찰하여 태양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별들은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는 곳이지만 너무 작아서 갈 수 없는 곳도 있다. 원자의 세계는 너무 작아서 갈 수 없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현미경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작은 세계도 볼 수 있다. 너무 딱딱해서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초음파나 x선을 통해서 관찰할 수 있다.

그 뿐인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 지질학자들은 지층을 조사함으로써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미래로 가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금의 상태를 잘 관찰함으로써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상당히 잘 알 수 있다.

자, 이제 우리도 자연의 참 모습을 좀 엿보아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 스스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너무 어려울 것이니 나의 안내를 받으며 과학자들이 체험한 자연의 모습들을 엿보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과학자들이 체험한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너무 가치 없는 것으로 깎아내리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여기서 우리가 과학자들이 체험한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더라도 과학자들의 감동을 이해하고 미루어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그 나름의 감동을 맛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보는 자연이 예전과는 다르고 새롭게 보일 것이며, 이 자연이 더 아름답게 보일 것이며, 여러분들도 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의 인생도 더 의미가 있고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주여행

1.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를 영어로 universe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전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우주란 이 세상의 전부이다. 그런데 이 우주에 대한 생각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매우 많이 변해 왔다. 천동설을 믿던 당시에는 우주란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이 같은 천구에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별은 태양과는 전혀 다르며 단지 빛을 내는 작은 점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거리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별까지의 거리가 엄청나게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주가 유한한 것이 아니라 무한하며 무한한 공간에 무한히 많은 별들이 분포되어 있다고 믿었다. 이 우주는 공간적으로 무한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무한히 먼 과거에서 무한히 먼 미래에까지 지속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우주는 영원불변이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영원히 계속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믿은 아주 최근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의 믿음이었다. 그 한 예로 아인슈타인조차도 우주를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다.

최근에 들어와 이 우주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유한한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사건을 시점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주는 무한한 것도 아니고 영원한 과거에서부터 존재했던 것도 아니다. 우주는 나이도 있고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은 물론 우주의 거의 전부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계에 속한 작은 행성이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여러 행성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태양이 우주를 밝혀주는 존재이며,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에 그나마 위안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별을 관찰하면서 태양은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이 우주는 수많은 별들의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별의 집단인 은하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은하가 우주의 전부이며 비록 태양과 같은 별이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태양이 이 우주의 중심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은하의 별 분포를 조사하면서 태양은 이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의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우주를 알면 알수록 인간의 존재는 점점 왜소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놀란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놀라움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하늘에 별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많다”의 많은 정도가 천문학자들이 “많다”고 할 때의 많은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우주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크다”라는 의미가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크다고 할 때의 “크다”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감동은 진실을 제대로 알 때 가능하게 된다.

한 가지 가상적인 예를 들어보자. 100미터 거리에 개미만한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본다면 그렇게 놀랄 필요가 없다. 100미터 거리에서 개미만 하게 보이는 물체라면 실제로는 그 크기가 수십 미터 정도인 물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킬로미터 밖에 개미만 하게 보이는 물체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물체의 실제 크기는 수십 킬로미터는 될 것이며, 그것이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비행기만큼 빨리 움직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크기가 수 킬로미터나 되고 빠르기가 비행기 정도인 물체가 나타났다면 그것은 분명히 비상사태를 선포할 일이다.

망원경을 통하여 저 멀리 있는 은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 멀리 있는 어떤 별을 천문학자가 발견했다고 하자. 그 별을 일반인들이 본다면 그냥 희미한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그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고, 그 별의 밝기가 저 정도이면 그 별은 태양과 같은 별 약 1000억 개에 맞먹는 밝기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의 밝기가 수 시간의 주기로 변한다. 그렇다면 그것의 크기는 빛으로 수 시간 갈 수 있는 크기보다 작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크기가 수 광 시간(태양계 정도)인 것이 수십만 광년 크기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천억 개나 되는 별들이 쏟아내는 에너지를 쏟아낸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별이라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은하도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지구 근처, 아니 근처가 아니라 100광년이나 되는 거리에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그 열기에 타버렸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그 작은 점을 보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놀라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보는 모습은 그냥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면서도 놀라움이 없다.

천문학자들이 은하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도 대단하였을 것이다. 만약 천문학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멀리 있는 은하를 본다면 그냥 작은 희미한 점으로 보이거나 자세히 정성들여 보면 작은 꼬리 같은 것이 휘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보고 그렇게 놀랄 일이 무엇일까?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한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그것이 그냥 멀리 있는 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한 결과, 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거리를 보면 그것은 우리 은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에 있는 별의 집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은하와 같은 크기의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은 모습이 약 1000억 개나 되는 별이 모여 있는 것이라는 알게 되었을 때 그 놀라움은 어떠했을까?

이제 우리는 태양계를 벗어나 광활한 우주를 가면서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놀라워했던 이야기들을 듣고 우리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 놀라움의 근처에 접근해 보도록 하자. 지금부터 우리의 여행에서 발견하는 놀라움은 지구나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발견하였던 놀라움과는 그 규모와 모양이 전혀 다를 것이다.

2. 은하수 은하: 우리 우주

옛날 사람들은 이 우주는 별들이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별들이 골고루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별들이 무리지어 있으며, 우리는 그 별무리들 중의 하나에 속한다. 이 별무리를 은하하고 부르며,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가 있다. 말이 별무리이지 별의 수가 1000억 개 정도인 어마어마한 별의 집단이 은하이다. 은하는 가히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이 속해 있는 이 작은 우주인 은하를 은하수 은하 Milky Way Galaxy라고 부른다.

맑은 날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한 별들이 보인다. 그리고 하늘을 가로질러 은하수가 보인다. 나라마다 은하수에 대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 사람에게는 이지스 신이 뿌린 밀가루로, 잉카 인에게는 황금빛 별 먼지로, 에스키모 인에게는 하늘에 있는 하얀 눈으로, 폴리네시아 사람들에게는 구름을 먹는 상어로 보였으며, 이슬람교도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는 자기들의 성지로 가는 길로 보였다. 동양에서는 은하수를 하늘의 강으로 보았으며,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서양에서는 제우스신의 부인 헤라 여신이 아이에게 먹이다가 흘린 젖이 흘러서 되었다고 하여 우유 강이라는 이름의 milky way라고 불렀다. 영어의 Galaxy라는 말의 어원도 그리스어의 흰 젓이라는 뜻의 “galactos”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은하수는 강도, 우유도, 구름도 아니고 별들의 집합일 뿐이다.

은하수가 별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원자를 처음 주장한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Democritos(B.C. 470-380)였다고 한다. 그것은 정말로 데모크리토스다운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데모크리토스는 연속적으로 보이는 물질도 보이지 않는 원자라는 알갱이라고 주장하였는데, 뿌옇게 보이는 은하수를 별들의 집합이라고 보는 것은 어쩌면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입증한 사람은 갈릴레이였다. 그는 1609년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관찰하여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이 사방으로 골고루 퍼져 있지 않고 한 평면에 더 많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종이 위에 점을 드문드문 찍어 놓고 그 점들을 종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점이 드문드문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종이를 눈높이에 올려놓고 옆에서 비스듬히 보면 점들이 다닥다닥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현재는 은하수 은하는 타원판과 같이 생겼고, 장축이 10만 광년이고 약 1000억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은하계 밖에 있다면 은하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은하의 속에 있기 때문에 은하의 전체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은하라는 큰 별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어려웠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별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별의 집단 속에서 그 별의 집단이 어떤 분포를 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별 집단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별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에 의한 연주시차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 별은 극소수의 가까운 별들뿐이고 거의 모든 별이 이 방법으로는 알아내기 어렵게 멀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의 집요한 연구로 현재는 우리 은하의 모습이 비교적 믿을만하게 밝혀졌다.

은하수 은하의 모양이 공 모양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1750년 영국의 천문학자 토머스 라이트 Thomas Wright(1711-1786)였다. 그러나 그는 예날 천동설을 주장하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딱딱한 고체 물질로 되어 있고, 별들은 그 고체 물질이 뜨거운 물질을 분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초신성은 지구에서 화산이 폭발하듯이 고체인 하늘에서 생기는 화산으로 생각하였으며 꼬리별은 화산에서 뿜어져 날아가는 파편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실제 관측을 통하여 은하수 은하의 구조를 밝힌 사람은 천왕성을 발견하여 무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에서 일약 유명한 천문학자가 되고 작위까지 받게 된 영국의 윌리엄 허셸 William herschel(1738-1822)경이었다. 우리가 은하 밖에서 은하를 본다면 은하의 모습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우리가 수많은 별들로 된 은하 속에서 은하의 모습을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은하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에서 별이 어떻게 분포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별은 3차원 분포를 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가 하늘을 볼 때 보이는 모습은 2차원적이다. 각 별까지의 거리를 안다면 별의 3차원적 분포를 추리해낼 수 있겠지만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별을 관측하여 별의 공간적 분포를 알아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공 모양으로 생긴 우주의 중심에 있고, 그 속에 별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면 우리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별의 분포, 다시 말하면 별의 밀도가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은하가 대칭성을 갖은 공모양이 아니라면 우리가 보는 방향에 따라서 별의 밀도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것도 물론 우주가 유한하다는 가정이 성립할 때이다. 이 논리를 거꾸로 하면, 우리에게 보이는 별의 밀도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면 우주는 유한하며 우주가 둥근 공모양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허셀은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하늘을 68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망원경으로 각 구역에 있는 별의 수를 헤아렸다. 조사한 결과 어디서나 은하수 쪽으로 가면 갈수록 별의 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1785년 허셸은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 은하는 공모양이 아니고 장축이 단축의 약 6배인 가운데가 불룩한 타원모양이며 별이 약 8억 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은하의 장축이 태양과 시리우스 간의 거리의 약 800배라고 주장하였다. 그 당시에는 태양과 시리우스 간의 거리를 알지 못했지만 현재의 자료로 계산한다면 장축이 8000광년, 단축이 1500광년으로 계산이 된다. 그런데 현재는 우리 은하는 장축이 10만 광년, 단축이 3000광년이며 약 2000억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약 한 세기가 지난 1900년대 초에 독일의 천문학자 캅테인 Jacobus Kapteyn(1851-1922)은 보다 정밀한 방법으로 구역 별 별의 밀도를 측정하였다. 그런데 그는 성간 물질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태양의 위치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태양은 우주의 중심에서 2000광년 이내의 위치에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동설의 등장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인간 중심의 우주관에 대한 상처였다면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은 그래도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캅테인이 죽은 직후 미국의 천문학자 세플리 Harlow Shapley(1885-1972)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에서 약 45000광년(실제로는 28000광년으로 밝혀졌음) 떨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인간 중심 우주에 대한 또 한 번의 충격을 가져다 준 셈이다. 이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은 물론 우리의 별인 태양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세플리의 주장 중에서 잘못된 것도 있었다. 그것은 그는 성운들이 우리 은하에 속한다고 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커티스 Heber Doust Curtis(1872-1942)의 반박에 부딪치게 되어 천문학 역사상 매우 유명한 논쟁이 되었다. 세플리는 우리 은하가 전체의 우주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관측되는 많은 성운들은 우리 은하에 속한다며 은하수가 우주의 전부라고 주장한 반면, 커티스는 성운들은 우리 은하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 은하는 수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소위 1920년에 이루어진 “대논쟁”이었다. 이 논쟁에 대한 판결은 결국 별이나 은하까지의 거리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만약 성운이 우리 은하에 속한다면 성운까지의 거리와 별까지의 거리가 비슷한 스케일이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성운은 관측되는 별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논쟁은 결국 1924년 허블 Edwin Powell Hubble(1889-1953)이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우주에서 거리 측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비교적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는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거리 측정법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아주 가까운 몇 개의 별에만 적용이 되고 더 먼 별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별의 밝기를 이용하는데 이것은 소위 주계열 별들의 밝기가 별의 온도, 별의 스펙트럼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별의 절대 밝기를 이론적으로 알면 별의 겉보기 밝기로부터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에만 적용된다. 다른 은하에 있는 별들은 너무 멀어서 개개의 별이 분리되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거리를 알아낼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방법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케페이드 변광성이다.

케페이드 변광성은 밝기에 따라 주기가 정해진다. 밝은 별일수록 주기가 길고 어두운 별일수록 주기가 짧으며 그것은 10%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히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페이드 변광성은 별 중에서 무거운 별이며, 여러 겹의 원소 층으로 되어 있어서 중력적인 수축과 핵반응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다. 우리 은하에 속하는 변광성은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기 때문에 밝기 변화의 주기와 별의 광도와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면 변광 주기를 측정함으로써 별의 절대 밝기를 알 수 있다. 절대 밝기만 알면 관측된 겉보기 밝기로부터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페이드 변광성은 우주에서 거리의 이정표가 되는 우주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허블은 안도로메다 성운( 그 당시는 성운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성운이 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모인 은하이다.)에 있는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변광성의 주기로부터 그 별의 실제 밝기를 계산하고 이것을 겉보기 밝기와 비교하여 거리를 계산한 결과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에 있는 어떤 별보다도 엄청나게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발견은 우주론에서 새로운 장을 연 대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은하수는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이 은하수 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우주에 무수히 많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우주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더듬어 보자. 처음에는 지구가 우주에서 가장 크고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지구 둘레를 천구가 돌고 천구에 작은 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며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도는 여러 행성들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탱양은 우주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다시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에서 3만광년이나 떨어진 은하에 있는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아직 은하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는데 이제 은하수는 수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2. 섬 우주: 수많은 우주들

우리가 작은 우주인 은하계에 속하고 은하는 수많은 별의 집단이며, 이러한 은하가 수없이 많이 있다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칸트 Immanuel Kant(1724-1804)이다. 그는 그 당시에는 구름 별(성운)이라고 불리던 천체를 수많은 별의 집단인 은하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타원형의 은하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로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이었으나 대단히 획기적인 주장이었으며 현재의 과학적인 결론과 아주 유사한 것으로서 칸트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후 뉴턴의 프린키피아 Principia가 나오기까지 144년이 걸렸는데, 칸트가 우주모형을 제안한 보편적 자연사 Universal Natural History의 출판에서 허벌의 나선 성운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기까지는 170년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주의 모습을 인간이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은하들을 처음에는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가 아니라 기체로 되어 있는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보아도 개개의 별들은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관측을 하는 과정에서 신성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신성은 우리 은하 속에서도 많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다른 은하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전에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서 유난히도 많은 신성들이 관측되었다. 물론 이 신성들이 안드로메다 성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의 우리 은하 속에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신성들이 우리 은하 속에서 나타난 것이라면 왜 하필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만 많이 나타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서 나타나는 신성은 다른 신성들보다 어둡다는 점이다. 왜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의 신성들이 그렇게 어둡게 보일까? 이러한 문제는 그 신성들이 안드로메다 성운 속에서 발생한 것이고 안드로메다 성운이 매우 먼 거리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결론이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셰플리와 커티스의 유명한 대논쟁의 핵심이 바로 이 문제였다.

성운이 별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은 다른 관측 결과에서도 나왔다. 성운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나타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주계열 별들은 별의 크기와 온도에 따라서 다른 스펙트럼을 낸다. 고온의 기체가 내는 스펙트럼과 별들이 내는 스펙트럼은 그 특성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간접적으로 성운이 기체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성운이 별들로 되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더 좋은 망원경이 나옴으로써 얻게 되었다. 물론 우주에는 성운이 실재로 존재한다. 그런데 그 전에 성운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은하임이 밝혀진 것이다.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들이 있고, 은하수는 그 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각각의 은하는 하나의 작은 우주, 즉 칸트가 말한 대로 섬우주인 셈이다. 과학자들이 우주를 관측하면 할수록 우주는 점점 더 커지고, 우리 인간은 점점 더 왜소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점점 더 왜소해진다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3. 우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인 은하수 은하는 약 2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고, 이 우주는 이러한 은하가 또 그만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우주를 별과 은하들의 집합으로만 보는 것은 우주 전체의 모습에 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있는 별들의 운동을 관찰하였다. 하늘에 있는 별은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항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별들이 정말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엄청난 속력으로 운동하고 있다.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수백년 정도 관찰해도 위치 변화를 알기 어려울 뿐이다.

정밀한 관찰에 의하면 별들이 이동하고 있다. 별들의 움직임은 매우 복잡하지만 대체로 은하의 중심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운동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별들의 운동이 중력의 법칙과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들은 태양에 가까울수록 공전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은하는 은하의 질량이 은하의 중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은하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포를 고려하면 별들의 공전 속력은 거리에 비례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정밀한 관찰을 해보면 이러한 가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심에서 아주 가까운 별들은 거리가 증가하면 급격히 공전 속력이 증하지만 약 10000광년 거리를 벗어나면 공전 속력이 증가하지 않고 거의 일정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천문학자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은하의 질량은 우리 은하와 상당히 가까이 있는 작은 은하의 운동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관찰에 의해서 추정되는 은하의 총 질량은 우리 은하에 있는 2000억 개나 되는 별의 질량의 10배나 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 은하에 속하는 별이 약 2000억 개인데 이 은하 속에는 이 별들보다 10배나 더 많은 볼 수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러한 사실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과학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우주에 대한 관측 기술이 더욱 정밀해지고, 우리 은하뿐만 아니라 다른 나선형 은하들에 있는 별들의 운동을 관찰해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밖에도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소위 중력렌즈 효과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도 중력에 의해서 휘어진다. 별에서 나온 빛이 다른 무거운 별 근처를 지나면 휘어진다. 만약 암흑 물질이 있다면 그 근처를 지나는 빛도 휘어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대기권 밖에 설치한 허블 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분석해 보면 한 별에서 나온 빛이 원형 형태로 퍼져 있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같은 별에서 나온 빛이라는 것은 그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강력한 중력이 존재한다는 매우 확실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물질의 존재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믿고 있으며 그 이름을 암흑물질 dark matter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은하는 은하의 중심 근체에 집중되어 있고 은하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영역에 암흑물질이 분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당연히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같은 종류일 가능성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물질일 가능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되어 있는 물질이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라고 해서 보통의 물질이 아니라고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물질이 빛을 내지 않는다면 광학적으로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 지구도 다른 별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우주에는 지구와 같이 빛을 내지 않은 천체도 많고, 천체는 아니라도 기체들도 많다. 물체의 온도가 빛을 낼 정도로 높지 않으면 그것은 암흑물질로 분류되는 것이다. 광학적으로 관찰되지 않아도 중력은 작용하기 때문에 별이나 은하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통 물질로 된 암흑물질을 MACHO(massive compact halo object)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로 된 암흑물질을 WIMPs(wee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고 부른다. WIMPs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MACHO 만으로는 암흑물질의 질량을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 WIMPs의 후보로 뉴트리노를 지목하였으나 뉴트리노는 거의 광속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은하의 중심에 오래 남아 있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WIMPs는 상호작용이 매우 약해야 하며 전자기파를 전혀 방출하지 않아야 한다.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으로 우주 초기에 이러한 물질이 우리에게 보이는 물질보다 많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실제 이 우주의 질량 대부분(90%이상)이 암흑물질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다.

밤하늘에 있는 무수한 별들을 보고 우주의 광활함에 우리는 놀란다. 그리고 망원경이 점점 발달하면서 맨눈으로 보지 못하던 수많은 별들과 은하들을 보면 우리는 우주의 크기와 그 방대함에 다시 놀란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이제 놀라는 것조차도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대관절 이 우주란 무엇이란 말인가?

4. 빅뱅: 천지창조와 우주의 운명

별들만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은하들도 운동하고 있다. 은하들의 운동은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알아낸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먼 은하일수록 스펙트럼이 붉은 색 쪽으로 치우침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소위 허블의 법칙이라고 하며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허블에 의하면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계속 멀어진다. 다시 말하면 이 우주는 계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팽창 우주론이라고 한다.

은하의 운동을 관찰해 보면 지구에서 멀수록(여기서 “지구에서 멀수록” 이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태양에서 멀수록” 이라고 해도 곤란하다. 차라리 “은하수에서 멀수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 태양 아니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팽창하고 있는 풍선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 풍선의 표면에 별들이 분포하고 있다면 풍선이 팽창할 때 풍선이 팽창할 때 모든 별들 사이의 거리가 증가하게 되고, 어느 한 별에서 보면 모두 자기를 중심으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주가 전체적으로 팽창하면 어디에서 보거나 자기를 중심으로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으로부터 자기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과 같이 비록 모든 은하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팽창 우주론은 빅뱅 이론이 밝혀짐으로 인하여 현재는 확실한 우주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면 여기서 빅뱅이란 무엇인지 잠시 알아보자. 빅뱅이란 오랜 옛날에 이 우주는 없었고, 어느 시점(약 150억년 전)에 대 폭발이 일어나면서 우주가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우주가 한 개의 점에 불과하였으나 대 폭발을 통하여 팽창하게 되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별과 은하가 만들어졌으며, 그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천문학자 르메트르Georges Edouard Lemaitre(1984-1966)가 우주가 작은 알 cosmic egg이 대폭발을 일으켜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빅뱅 이론의 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가모브 George Gamow(1904-1968)가 이것을 빅뱅 Big Bang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굳어져서 지금은 빅뱅으로 통하게 되었다. 이 이론은 너무 공상과학 같아서 처음에는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빅뱅은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이 사실이라면 불가피한 결론이다. 현재의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미래의 우주는 지금보다 더 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거꾸로 해보면 과거에는 우주가 작았을 것이고 계속 과거로 돌아가 본다면 언젠가는 한 점과 같이 작은 우주였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초기의 대폭발은 불가피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럴 듯하지만 우주를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 듯 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그럴 듯해도 증거가 없으면 과학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보브가 그냥 빅뱅이라는 이름만 붙인 것은 아니다. 가모브는 빅뱅이 있었다면 그 증거로 우주의 모든 곳에서 동일한 마이크로파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것이 소위 우주의 배경복사라고 하는 전파이다. 만약 이 마이크로파가 관측되면 빅뱅의 증거를 찾는 셈이다. 1964년 미국의 물리학자 윌슨 Robert Woodrow Wilson(1936-)과 독일계 미국 물리학자 펜지아스 Arno Allan Penzias(1933-)가 우주의 배경복사파을 관측하였다. 이것으로 빅뱅은 하나의 공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우주의 배경복사란 무엇인가? 빅뱅이 있었다면 초기에는 우주가 엄청나게 뜨거운 작은 덩어리였을 것이다. 이것이 팽창을 하면 점점 식을 것이다. 이것을 소위 단열팽창이라는 것으로서 열역학의 기본 법칙이다. 냉장고나 에어컨이 바로 단열팽창을 할 때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만약 현재 우주의 크기를 알고 전체의 에너지를 안다면 현재 우주의 평균 온도를 알 수 있다. 우주의 온도가 존재한다면 그 온도에 해당하는 복사파인 전파를 발생해야 한다.

윌슨과 펜지아스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하여 먼 은하에서 나오는 전파를 찾는 중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전파가 감지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전파망원경의 전자 장치에서 나오는 전자소음으로 생각하였으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정체를 몰라서 고심하던 중 그것이 바로 우주의 배경복사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은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고 빅뱅이 사실임을 밝힌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 것이다.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으로 지금은 우주 초기의 모습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현재의 물리학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우주 탄생 후 10-43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10-43초가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짐작이나 가는가? 카메라 셔트의 속력이 아무리 빨라야 10-5초를 넘지 못한다. 10-43초라는 것은 찰라보다 더 짧은 시간인 것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10-43초가 되면 소립자들이 만들어진다. 그 전에는 입자도 없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양자역학적인 한계이기 때문이다. 빅뱅 후 3분이 지나서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50만년이 지나서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10억년이 지나서 비로소 별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의 별인 태양은 100억년이 지나서 만들어졌다.

빅뱅은 바로 천지창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빅뱅 이전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어서 빅뱅 이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의 물리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빅뱅 이전은 없다. 없다라니? 무엇이 없단 말인가? 물질이 없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공간도 없었단 말인가? 또 시간은 어떻다는 말인가? 물리학적인 답은 시간과 공간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질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공간도 없다니!

이것은 상당히 철학적인 논쟁이 된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아는 것은 물질의 변화를 통해서다. 모든 물질이 전혀 변화가 없다면, 물질이 운동도 하지 않고, 상태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도 시간은 존재하는가? 과학적으로는 그러한 경우에는 시간의 존재를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빅뱅 이전에는 물질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존재했는가? 우리가 존재한다고 공상을 할지라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을 과학에서는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간은 존재했는가?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질이 없는 공간이 왜 존재할 수 없느냐고? 이것은 시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보다 좀 어려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길이를 측정해야 한다. 길이는 어떤 면에서 가장 간단한 공간일 수 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길이는 1차원 공간이다. 그런데 길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그것은 공간의 한 점에서 다른 점까지의 거리이다. 이렇게 보면 공간의 점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물질이 없다면 기준을 정할 점을 결정할 수 없다. 점이 없으면 길이를 정의할 수 없다. 길이를 정의할 수 없다면 면적도 정의할 수 없고, 부피도 정의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물질이 없다면 공간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그러한 공간을 공간이라고 이름을 붙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빅뱅은 단지 물질을 창조한 사건일 뿐이 아니고 시간과 공간도 창조한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야말로 천지만물을 창조하는 대 사건이 빅뱅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빅뱅 이전을 생각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의심 많은 인간이 행복해 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빅뱅을 통해서 우주가 탄생했고, 이렇게 탄생한 우주는 계속 팽창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의 운명을 어떻게 될 것인가? 우주가 계속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팽창하다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리가 돌을 위로 던지면 속력이 점점 느려져서 결국 멈추게 되고 다시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돌을 아주 빠르게 던지면 돌이 지구를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가버린다. 이렇게 던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원히 가버리는 속력을 탈출속력이라고 한다. 지구 표면에서 탈출 속력은 약 11km/s이다.

같은 논리가 우주에도 적용된다. 별들의 속력이 이 우주의 탈출속력을 넘어섰다면 영원히 팽창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팽창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수축을 하게 될 것이다. 팽창속력은 관측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탈출속력은 이론적으로 알아내어야 한다. 탈출속력에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우주의 질량이다. 광학적으로 관찰되는 물질만으로 계산하면 지금의 팽창속력을 탈출속력을 넘고도 남는다. 문제는 암흑물질의 양인데 이 암흑물질의 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략 추정은 가능하다. 이 암흑물질의 양을 감안해도 우주 팽창은 탈출속력을 넘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물질이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재할 수 없다. 그 가능성이 무엇일까?

이 우주에 가장 많은 것이 소위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중입자인 것은 아니다. 입자수로는 광자가 가장 많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중성미자이다. 중성미자는 원래 광자와 같이 질량이 없는 입자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질량이 있다고 믿는다. 중성미자는 매우 가볍지만 그 수가 워낙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전체 질량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우주의 질량에 합친다면 지금의 팽창은 탈출속력을 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우주의 팽창 속력이 점점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가속팽창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가속팽창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력은 인력이기 때문에 팽창하는 속력을 느리게 하면 하였지 빠르게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중력 이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힘은 전기력과 핵력인데, 우주 전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일 것이기 때문에 전기력이 작용하여 팽창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핵력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우주의 팽창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척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미스트리가 아닐 수 없다.

우주의 가속팽창이 사실이고, 이것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된다면, 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여 공간은 점점 더 텅 비어갈 것이고, 암흑만이 이 우주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우주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면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원히 팽창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허무함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것 같다. 이 우주는 인간을 참 여러번 배신한 것 같다. 지구가 중심이라고 안도했었는데 태양이 중심이 되었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안도했었는데, 태양은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별에 불과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은하구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는데, 우리의 은하수는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주가 안정된 상태라면 좋겠는데 우주는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것도 가속 팽창을 하여 우주는 영원히 암흑 속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논의가 참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수백억년 뒤에 다시 수축을 하면 어떻고 계속 팽창을 하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때까지 나의 수백대 자손은 물론이요, 전 인류가 존재할 가능성조차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렇지 않다. 육체적으로는 백년도 살지 못하나 인간의 정신은 영원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체만이 인간의 모든 것이 아니다. 정신은 육체보다 더 소중하며 그 정신의 한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 우주의 운명에 대해서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지구여행

1. 지구: 어머니의 품속

지구 여행 보고서

지구: 인류가 살고 있는 천체로 태양계에 딸린 행성의 하나이며, 지각, 맨틀, 핵의 세층으로 이루어졌으며, 지표는 엷은 대기층으로 싸여 있고, 자전을 하면서 태양의 세 번째 궤도를 공전한다. (동아새국어사전)

위치: 은하수 은하의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별(태양)의 세 번째 행성

나이: 약 46억년

크기

반경 6370km

질량

5.98×1024kg

최고봉: 에베레스트 8848m

지구내부:

지각 35km

맨틀 35km-2,900km

외핵 2,900km-5,100km

내핵 5,100km-중심

해양:

넓이

평균깊이

3,796m

마리아나해구

11,022m

부피

해수의 양

증발되는 물의 양

3.2×105km3/년

대기:

수증기양

1.33×1016kg

이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보잘것없는 티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천체이다. 아직도 지구 이외에 생명이 살고 있는 천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태양계 안에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흔적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게 된 과정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먼지 덩어리에서 고온의 불덩어리로 되고 이것이 식어서 만들어진 지구에 어떻게 지금과 같은 대기가 생기고 바다가 만들어지면서 생명체가 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최대의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태양계에만 하여도 화성은 과거 지구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생명체가 없다. 태양계 밖에 지구와 유사한 조건의 행성은 무수히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 생명체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구의 크기가 지금보다 조금 더 작았더라면 약한 중력 때문에 대기를 지구중력이 붙잡아 두지 못하여 달과 같이 진공이 되었거나 공기의 조성이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가 많았다면 지구는 온실 효과로 매우 고온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금성은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표면 온도가 400℃나 된다고 한다. 지구에 산소가 많았거나 대기의 온도가 발화점 이상으로 높았다면, 일단 불이 나면 모든 것을 다 태우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지 모른다.

대기가 없거나 지금보다 작아도 대기는 비를 내리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대기로 인하여 우주에서 수없이 날아오는 별똥별의 거의 대부분이 대기 중에서 타 없어진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낮에 별똥별에 맞아 죽는 사람이 수없이 나타났을 것이다. 지자기가 없었다면 우주 공간으로부터 들어오는 방사선을 막을 수 없어서 생명체는 방사선에 피폭되고 세포는 파괴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구에 생명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수없이 다양한 생물들이 있어서 서로 먹이사슬을 유지하고 생태계적 평형이 유지되어 온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천지창조가 다시 시작되어 새로운 지구 탄생이 시작된다고 할 때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확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 지구의 크기, 지구 대기의 조성이 지구 생명 탄생에 어떤 역학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바다가 지금만큼 크지 않았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다. 달의 영향도 무시하진 못하였으리라. 조석 현상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역학을 했는지, 달의 공전주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여자의 생리 주기는 분명 달의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과학이 발달했다고 하나 지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참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알게 되어 그 신비를 밝히는 날이 온다고 해도 지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천체가 아닐 수 없다.

이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지구는 분명 우주의 오아시스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지구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이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지구로부터 얻으며, 이 황량한 우주에서 지구는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공기는 우리가 숨쉬는 산소를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운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며, 지자기는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막아준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지구는 이 황량한 우주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구의 참모습을 아는 것은 우리 인간 누구에게나 값지고 의미 있으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 인간이 지구를 만든다면?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아파트가 있는 도시의 건물과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100층짜리 빌딩이 아니라 히말라야와 같이 웅장하고 금강산 같이 아름다운 산, 농사를 짓기 위해서 만든 물길이나 배가 다니기 위해서 파 놓은 운하가 아니라 아마존과 같이 길고 큰 강, 인간이 만든 운동장이나 댐이 아니라 오대양과 육대주, 광장에 만들어 놓은 분수가 아니라 물보라를 뿜으며 매초 수천 톤을 쏟아내는 나이라가라 같은 폭포 등 인간이 범접하지 않고 수억 년을 존재해 왔던 이 대자연을 말한다.

세계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지구의 환경이 얼마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지 잘 알 것이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육지와 바다, 강과 들판은 물론이요, 수만 년 전의 빙하가 그대로 있는 남극, 눈이라고는 태고부터 내린 일이 없는 적도지방,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곳이 있는가하면, 비를 구경도 할 수 없는 곳 등 지구 표면의 다양함은 놀라울 정도이다.

좀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인간에게 지구를 주고 지구 표면을 설계하라고 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금강산과 같은 아름다운 산을 만들었을까? 한려수도의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만들었을까? 남극의 빙하와 북극의 툰드라, 아프리카나 중국의 사막을 만들었을까? 아마도 사막이나 빙하는 쓸모가 없다고 만들지 않았을 것이고, 꼬불꼬불한 해안선이나 강은 비효율적이라고 직선과 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 나의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만들어놓은 도시의 모습을 보라. 건물은 성냥갑과 같이 만들고, 꼬불꼬불한 하천과 해안선은 펴서 곧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사람이 살수도 없는 바다를 저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바다를 매꾸어 육지로 만들까 궁리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을 할 때 저렇게 큰 바다를 만들었을 까닭이 없다. 이러한 인간들이 만든 지구에 금강산이 있었겠으며,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아름다운 한려수도가 있었겠으며, 생태계의 천국이라고 하는 늪지대를 만들었겠는가?

인간이 고쳐놓은 지구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부작용이 수없이 나타난다. 강의 물길을 바꾸어 큰 제방을 만들어도 태풍이 오면 강은 옛날의 물길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해운대의 동백섬을 막고 호텔을 지었더니 해류가 바뀌어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가 점점 없어진다고 한다. 해안선을 곧게 하여 제방을 하였더니 갯벌이 없어진다고 한다. 인간이 조금 고친 자연도 이렇게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만약 인간이 지구를 통째로 만들었다면 그 지구의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손길이 가지 않았던 지구는 참 아름다운 지구였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름다움은 지구의 모습을 닮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가장 좋은 칭찬이다. 화가가 그린 그림이 자연스러워야 아름답다. 무슨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보기 좋다. 자선 사업을 해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게 보인다. 인간관계도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해야 좋다. 화폭에 그림을 그릴 때 화가는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고생에도 불구하고 그 고생한 흔적이 그림에 나타나면 그 그림은 좋은 그림은 아니라고 한다. 고생을 했지만 고생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좋게 보인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고생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의 얼굴에 고생에 찌든 보습이 나타나면 좋게 보이지 않는다. 고생을 했어도 그 얼굴에는 고생한 흔적이 없어야 멋있게 보이는 것이다.

이 대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기 때문에 아름답다. 금강산이 형성된 것은 갑자기 된 것이 아니다. 수 억년 동안 묵묵히 조금씩 깎아서 만든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억지로 하지 않고 내리는 빗방울에, 흐는 물에 조금씩 깎기고 조금씩 솟아올라서 만들어진 것이 아름다운 금강산이 된 것이다. 이 대자연은 갑자기 된 것이 아니고 이렇게 수 억년을 거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작은 동산 하나도 수 만년 수 억년의 역사와 자연의 풍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자연에 있는 하찮게 보이는 것도 우리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3. 지구의 모양

서양에서는 지구를 earth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냥 “땅”이라는 말이다. 그 말 속에는 지구의 모양이 어떠하다는 암시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지구 地球라는 말은 “둥근 땅”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이 서양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먼저 알았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지구라는 말은 땅이 둥글다는 것을 안 이후에 만들어진 말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서양 문물이 중국에 소개되면서 알려졌고, “지구”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사용된 것도 그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용한 지구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에 우리도 지구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국어사전에 보면 지구를 “인류가 살고 있는 천체로 태양계에 딸린 행성의 하나이며, 지각, 맨틀, 핵의 세층으로 이루어졌으며, 지표는 엷은 대기층으로 싸여 있고, 자전을 하면서 태양의 세 번째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의만으로 어떻게 우리가 지구의 모습을 머리 속에 제대로 그려볼 수 있을까?

지구의 표면은 매우 울퉁불퉁하고 변화무쌍하다. 높이가 9km(8848m)나 되는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하늘을 찌르는 높은 산이 있는가하면 깊이가 11km(10924m)나 되는 마리아나 해구가 있다. 그 높이 차이는 무려 20km나 되지만 지구의 크기에 비하면 이 정도는 너무나 작다. 지구의 반지름이 약 6400km이므로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지구의 반지름에 비하면 1/650에 불과하다. 지구를 사과 정도의 크기로 축소시키면, 그 반지름이 약 5cm 정도가 되는데, 이 때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약 0.05mm에 불과하게 된다. 사과의 껍질 두께보다 훨씬 더 얇다! 우리는 지구의 표면이 매우 거칠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매끄럽고 둥근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사과 표면에 붙어사는 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사과의 표면은 인간이 보는 지구 표면보다 더 울퉁불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연필로 둥근 지구를 그린다면 에베레스트 산이나 마리아나 해구는 연필로 그린 선의 두께 속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게 될 것이다. 인공위성에서 찍힌 지구의 사진은 아주 둥근 원형으로 보인다. 달에 가서 지구를 보면 에베레스트 산이 얼마나 높아 보일까? 그랜드캐년이 얼마나 깊어 보일까? 우리가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깊고 높은 요철이지만 지구는 그냥 아주 매끄러운 구형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아는 데에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만드로스 Anaximandros(610-547B.C.)는 원통형의 지구 주위를 별들이 돈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기원전 500년경 피타고라스 Pythagoras(약 569-490 B.C.)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그 후 유독스스 Eudoxus(407-356 B.C.),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le(384-322 B.C.),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 Aristarchus of Samos (310-250 B.C.)등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주장하였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 때 달에 나타난 지구의 그림자를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한 최초의 사람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 Eratosthenes(276-196 B.C.)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지구가 둥글고, 지구 표면에 수직으로 막대를 여러 곳에 세운다면 그 막대의 그림자의 길이가 다 다를 것이다. 막대의 그림자 길이를 같은 시각에 여러 곳에서 측정할 수 있다면 지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에라토스테네스는, 기원전 240년 6월 21일(하지) 정오에는 이집트의 시에네 Syene에서 수직으로 세운 막대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리아는 시에네의 정북 쪽(같은 위도상)에 있는데 같은 날 정오에는 그림자가 생겼다. 그는 사실로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신했으며, 실제로 지구 둘레의 길이를 처음으로 측정하였다. 그가 측정한 것을 지금의 단위로 환산하면 약 42,000km(실제는 40,000km임)라는 값이 된다고 하니 그 당시로는 놀라우리만큼 정밀한 측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2500년이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 Christopher Columbus(1451-1506)가 1492년에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에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였으며 심지어는 지금도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역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르거나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주의 깊게 주위를 살펴본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매우 쉽게 알 수 있다. 먼 바다를 나가는 배를 관찰한다고 하자. 지구가 평형하다면 배 전체가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지게 되어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될 것이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배가 멀어지면 배가 첨차 보이지 않게 되는데, 처음에는 배의 몸체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점차 배의 돛이 물에 잠기는 듯이 보이다가 돛의 끝이 사라진다. 이것은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또한 별을 보고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우리가 보는 북극성이 남극지방에서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볼 수 있지만 남반구에서는 북극성을 볼 수 없다. 또, 북반구에 사는 우리는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십자성을 볼 수 없다. 그 밖에도 여기가 낮일 때, 미국은 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것은 우리가 생활하는 범위 내에서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신이 발달되지 않고, 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지도 못하던 옛날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별은 매우 멀리 있기 때문에 지구가 평평하다면 아무리 걸어가도 별의 고도가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 위에 있는 별은 항상 머리 위에 있고 지평선 근처에 있는 별은 항상 지평선 근처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느 정도 거리를 이동하면 별의 고도가 변한다. 이것을 보고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별이 멀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멀리 이동할 때 별의 고도가 변하는 것을 보고도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가 이동할 때 먼 산이 뒤로 이동해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의 고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당시의 불편한 교통과 도로 여건으로는 그러한 이동 관찰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일반 대중이 알기 어려웠던 이유 중의 하나는 교육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양에서 일반인이 교육을 받은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시작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교육은 귀족들에 국한되었던 것이다. 뉴턴이 살았던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하여도 서양에서 교육은 특수한 집단만이 받을 수 있었다. 영국의 옥스퍼드와 켐브리지와 같은 명문대학도 귀족들만 입학할 수 있었고 일반 대중에게는 입학이 허용되지 않았다. 일반 대중을 위한 교육은 1836년 런던대학교 University of London의 설립과 더불어 시작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특수한 계층만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도 일부 특수층에만 알려졌던 사실이었고 일반인들은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먹혀들어가기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일상 생활적인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지구가 둥글다면 우리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 하는 것이다. 거꾸로 있으면 아래로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거꾸로 매달린 느낌이라도 들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닷물은 어떻게 되겠으며, 물체들이 땅에 놓여 있을 수도 없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점은 세계 여행을 하고, 인공위성이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실제로 여행을 한 사람은 아마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일 것이다. 그런데 콜럼버스의 업적은 매우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북미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은 노르웨이에서 그린랜드로 가던 항해사 브자르미 헤르줄프슨(Bjarmi Herjulfsson)이었다고 한다. 그는 바다에서 길을 잃어 대륙에 안착하였는데 그곳이 사실은 아메리카 대륙이었다. 그 경험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대륙을 찾는 열풍을 일으켰고, 그 후 서기1000년경에 노르웨이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정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500년 뒤에 이주해온 스페인 사람이나 영국 사람들과는 달리 원주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신대륙 발견을 콜럼버스에 돌리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콜럼버스보다 500여 년 전에 노르웨이인들이 이미 신대륙에 정착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명나라의 정화 鄭和(1371-1435?)는 컬럼버스보다 87년이나 앞선 1406년에 3000톤에서 8000톤 급의 배 62척에 27800여명의 선원을 이끌고 인도양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아프리카를 돌아서 대서양까지 갔다고 한다. 정화는 중부 아메리카에만 갔던 것이 아니라 북쪽으로는 거의 북극 가까이, 남쪽으로는 거의 남극점 가까이까지 접근을 하였으며, 호주에도 도착했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컬럼버스가 88명을 250톤급 배 3척에 태우고 스페인에서 아메리카까지 간 것과 비교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항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앞선 발견은 아메리카를 바꾸지 않았지만 컬럼버스의 발견은 아메리카를 완전히 서구화하였다는 점에서, 그것이 좋은 의미가 아닐지는 몰라도 역사적 진실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항해를 통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은 포르투갈 탐험가 마젤란 Ferdinand Magellan(1480-1521)이라고 할 수 있다. 마젤란은 1519년 9월 20일 스페인의 세비야 항을 출발하여 대서양을 지나서 남미 최남단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여 태평양을 횡단하고 필리핀에 1521년 4월 27일 사망하였다. 그 선단은 그 후 3년간 계속 서쪽으로 항해를 하여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서 1522년 9월 6일 본국으로 돌아왔다. 출발 당시 260명이었던 선원 중 34명만이 살아서 돌아왔다고 한다. 이것이 아마도 지구를 완전히 일주한 최초의 항해였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하루면 비행기로 지구를 일주할 수도 있고, 인공위성에서 지구의 둥근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용기와 희생이 따랐던 것이다.

지구를 정밀히 측정해보면 완전한 구형인 것은 아니다. 구형이긴 해도 적도 지방이 약간 불룩한 구형이다. 지구를 실제로 정밀히 측정을 하기 이전에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 Principia에서 적도방향이 극 방향보다 약간 불룩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으며, 이론적으로 계산하여 극반경(지구 중심에서 북극(또는 남극)까지의 거리)보다 적도 반경이 약 1/230(현재의 값은 약 1/298임)만큼 더 길 것이라고 하였다. 뉴턴의 생각은 간단하다. 지구가 자전을 한다면 원심력에 의해서 극지방보다 적도 지방이 더 불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초기의 지구가 지금과 같이 딱딱한 고체이었으면 원심력을 받아도 불룩해지지 않겠지만 지구가 기체덩어리에서 출발하여 고온의 뜨거운 액체상태로 되고 이것이 점점 식어서 지금의 지구가 되었다. 기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되는 과정에서도 지구는 자전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원심력과 평형을 이루는 모양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는 적도지방이 불룩한 모양으로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뉴턴과 같은 생각으로 적도 방향으로 얼마나 불룩할 것인가를 실제로 계산을 하는 것은 초급 물리학 수준에도 가능하며, 현재의 자료(중력상수, 지구의 평균 반경, 자전 속도 등)를 사용하여 계산을 하면 거의 실측치에 가까운 1/300을 얻게 된다.

4. 지층: 지구의 역사책

인간은 지구에 살면서 무언가 흔적을 남긴다. 원시인들은 동굴에 벽화를 남기거나 사용하던 돌칼이나 창을 남겨 놓았다. 이런 것들을 보고 수 만 년 전에 인류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다. 문자가 나타난 이후에는 사람들이 기록한 문서를 남겨 놓았다. 후대 사람들은 이 문서를 통하여 과거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인간이 흔적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과거의 역사를 탐구할 수 있지만 이 대자연의 과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인간이 아닌 이 대자연도 무언가 흔적을 남긴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는 지구의 과거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대자연이 남겨놓은 흔적이 바로 지층이고 이 지층의 성분과 지층에 있는 화석들을 보고 지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층은 바로 지구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층은 지구 표면에 있던 물질들이 물이나 바람에 의해서 퇴적된 것이다. 지층을 정밀히 조사하면, 그 지층이 형성된 시기, 형성되는 당시의 환경, 그 당시에 살고 있던 생물들의 종류와 모양 등 무궁무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층 속에는 그 당시에 살던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되는데 이것을 보고 그 당시의 생물과 지구환경을 추리할 수 있다.

지구에서 발견된 가장 오랜 암석은 약 38억 5000만 년 전인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구가 식어서 지층이 생긴 이후의 기간이기 때문에 지구의 연령은 이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질 시대는 크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여러 개의 시대 단위로 나눈다. 시대별로 발견되는 화석의 종류가 달라지는 현상을 보고 생물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를 추리할 수 있다.

지층은 물질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지층은 지구 표면이나 바다 밑에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층이 높은 산꼭대기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높은 곳의 지층에 바다에서나 살 수 있는 생물의 화석이 나타난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기원전 540년 경 크세노파네스 Xenophanes(560-480 B.C.)는 이러한 사실로부터 이 높은 산이 한 때는 바다 밑에 있었고 이것이 올라와서 산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말이 지금은 옳지만 그 당시로는 그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1889년경 미궁의 더턴 Clarence Edward Dutton(1841-1912)이 대륙 융기설을 주장하였다. 그는 대륙을 이루는 암석이 해양 바닥의 암석보다 밀도가 낮다는 사실로부터 대륙이 솟아오르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대륙의 상하 운동을 말한 것이지 수평이동을 생각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이전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 Francis Bacon(1561-1626)은 세계지도로부터 대서양을 접하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이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로부터 두 대륙이 원래는 하나이었다가 나뉘어졌다고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 후 1912년 베게너 Alfred Lothar Wegener(1880-1930) 이 문제를 부각시켜 대륙이동설을 주장하게 된다. 그는 대륙이 해양저를 따라 떠내려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실제로 해양저의 암석이 너무 딱딱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무리가 있었다. 그 후 해양저에 대한 관측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해양저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1962년 미국의 지질학자 헤스 Harry Hammond Hess(1906-1969)가 대서양 중앙 해령에서 물질이 조금씩 솟아 나와서 아프리카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밀어낸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 과정을 해정팽창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각은 몇 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판이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을 지지하는 판구조론 Plate Tectonics이라는 학설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면 지금의 지질학은 이 판구조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층은 고체로 된 지표층에 존재하고 그 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온도가 매우 높아 액체 상태로 된다. 지각의 두께는 대륙에서는 약 35km, 해양지역에서는 약 5-10km로 본다. 그 밑은 맨틀이라고 하는데 완전한 액체 상태로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유동성이 있는 상태이다. 맨틀은 깊이 200km까지 계속되지만, 같은 맨틀이라도 깊이에 따라 그 물리적, 화학적 특성은 매우 복잡하게 변한다. 맨틀 아래쪽을 외핵이라고 하는데 외핵의 온도는 3,500℃로 추정되며, 이와 같은 고온으로 인하여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외핵 아래로 더 깊이 들어가서 깊이 5100km가 되면 내핵을 만나게 된다. 내핵은 4,500℃인 매우 고온이지만 매우 높은 압력으로 인하여 액체 상태가 아니라 고체 상태로 되어 있다.

이렇게 표면의 딱딱한 지각은 유동성이 좋은 맨틀 위에 떠 있는 셈이다. 맨틀은 액체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열로 인하여 대류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맨틀은 솥에 물을 붓고 가열하면 물의 가운데는 올라오고 가장자리는 내려가는 대류가 일어나듯이 맨틀도 어느 부분은 위로 솟아오르고, 어느 부분은 내려가며, 그 사이 어느 부분은 수평 이동을 하는 등 복잡한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지각은 이러한 복잡한 운동을 하는 맨틀에 떠 있기 때문에 지각도 이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구 표면은 몇 개의 판으로 되어 있고, 이 판이 맨틀 위에 떠다닌다고 보는 학설을 판구조론이라고 한다. 지각은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인도판, 태평양판, 아메리카판, 남극판 등 6개의 큰 판으로 되어 있고, 이 판은 다시 몇 개의 작은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맨틀의 운동으로 인하여 연간 수 cm 정도 이동한다. 이런 속도로 10년을 이동해도 수 m밖에 안된다. 그러나 100만년을 이동한다면 1년에 1cm를 이동해도 10km를 이동하게 되고, 1억년을 이동하면, 1000km를 이동하게 된다. 이것은 제주도에서 압록강에 이르는 거리가 된다. 이렇게 느린 변화도 장구한 세월 속에서 보면 대단한 변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판의 운동으로 인하여 판의 경계면에서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그 결과로 환산과 지진이 일어나며, 장기적으로는 충돌로 인하여 지층의 습곡과 산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산맥인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에 부딪치면서 생긴 현상이다. 판은 맨틀의 대류 현상으로 인하여 어느 부분은 지구 내부로 함몰되고 어떤 부분은 솟아올라 판이 성장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대륙이 이동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1915년 독일의 베게너였으며, 1928년 영국의 홈즈가 맨틀의 열대류설을 제안하여 대륙 이동의 원인을 밝히게 되었다. 판구조론은 제안 초기에는 매우 황당한 이론으로 생각되었으나 지금은 대륙이동은 물론이요, 화산과 지진대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초기에는 대륙이 한 덩어리였으나 맨틀의 대류에 의해서 몇 개의 판으로 나뉘어져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서양을 중심에 놓고 세계지도를 보면,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의 요철이 서로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원래 남미와 아프리카가 한 덩어리였다가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서양 한 가운데는 물질이 계속적으로 솟아 나와서 해저가 확장되고 있다. 즉, 대서양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륙이동의 가장 극적인 것은 아마도 인도판의 이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도판은 원래 아프리카의 동부 해안 쪽에 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여 유라시아판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이 충돌로 인하여 인도 대륙 북쪽에 거대한 주름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히말라야 산맥이다. 지금도 인도판은 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도판과 유라리사판의 경계인 인도 북부와 인도네시아 지역에 화산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4년 12월 25일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수십만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사상 최대의 해일을 몰고 온 인도네시아의 지진도 이 판의 충돌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 몇 달을 머문 일이 있었다. 그 나라는 적도 근방이지만 해발 2000m 이상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가을같이 쾌청하고 좋았다. 경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랜드캐년과 같은 협곡이 있고 그 협곡 경계면에 옹기종기 게딱지같은 집을 짓고 사는 마을들이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 협곡은 금방 무너져 마을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눈에 “금방”인 것같이 보이는 세월이 수만년은 될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나의 걱정은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어 올리는 것과 같은 장구한 지질학적인 세월 속에서 보면 그 마을은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나라의 경계를 정하고 서로 엉엉거리며 싸우고 있는 현실을 이러한 장구한 세월 속에서 본다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장구한 세월 속에서 보면 한 나라의 땅덩어리도 영원한 것이 못된다. 있던 땅이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땅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같은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닌가?

5. 해양: 자원의 보고이자 거대한 정화조

우리는 육지에 살기 때문에 바다를 옆에 두고 살지만 바다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어떤 사람은 바다에 대해서 인간이 아는 것보다 달의 뒷면에 대해서 인간이 더 잘 알고 있다고도 한다. 옛날 사람들에게도 바다는 신비한 곳이었다. 바다 깊은 곳에는 용왕이 살고 있어서 용왕이 노하면 큰 파도가 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어부들은 정기적으로 바다에 제물을 바쳤다. 그 덕분에 심청의 아버지가 눈을 뜨기는 했지만, 아무튼 바다는 우리 인간의 애환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하나님이 땅을 1/4, 바다를 3/4의 비율로 만든 것은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다는 그 넓이가 약 3억6,100만 km2이고, 바닷물의 부피는 약 13억7,000km3이며 그 질량은 무려 14,100경톤(1.41x1020톤)이나 된다.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은 마리아나 해구인데 그 깊이가 11,022m인데, 그것은 에베레스트 산 높이 보다 2,192m나 더 깊다. 바다의 평균 깊이는 3,796m이며, 지구의 요철을 없애고 평평하게 만들고 지금의 바닷물로 지구를 덮으면 그 깊이가 2,686m가 된다. 바닷물의 부피는 해수면 위에 있는 땅의 11배나 된다고 한다.

바다 속으로 내려가 보자. 바다의 표면은 대기와 접해 있음으로 인하여 매우 변화가 많은 곳이다. 바람의 영향으로 항상 물결이 치며 큰 파도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바다의 이 물결침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물결침은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며 바다 생물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하며, 대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표층이라고 하는 수심 200m까지는 온도와 염분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수온은 대기의 온도에 따라 지역별로 크게 변하며 염분의 농도와 해수의 밀도는 가장 낮지만 지역별로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수심 1,000m에 이르기까지 온도는 내려가고 염분과 밀도는 점차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더 내려가도 수온, 염분, 밀도가 거의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 수온은 약 3.5℃로 상당히 차가운 상태이나 영하는 아니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변하는 것은 수온과 염분만이 아니다. 물은 투명하여 빛이 얼마든지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이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빛은 물에 의해서 산란과 흡수가 일어나 빛은 색깔(파장)에 따라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다. 열선이라고 하는 적외선은 수심 1m이내에서 거의 다 흡수되고 10m를 지나면 빛의 84%가 흡수된다. 수심 100m가 되면 99%가 흡수되며 200m가 되면 칠흑 같은 암흑세계가 된다. 광합성은 이 빛이 통과하는 영역에서 일어나고 더 깊은 곳에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은 살 수 없다. 더 깊은 곳에도 물고기들은 살 수 있는데 그것은 위에서 떨어지는 유기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래로 내려갈수록 압력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10m 깊어짐에 따라 압력이 약 1기압씩 증가하므로 수심 5,000m에서는 무려 500기압이나 된다. 500기압이라면 1cm2에 무게가 500kg이나 되는 물체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압력이다. 깊어짐에 따라 증가하는 이 압력은 해저 탐험의 가장 큰 복병이다. 인간은 소위 잠수병으로 인하여 깊은 곳에서 오래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산소통을 착용한다고 해도 기껏 수 m 정도나 깊어서 수십 m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을 뿐이다. 더 깊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압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한 잠수정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6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유인 잠수정 페스파인더와 3,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무인 잠수정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보고이자 자원의 보고이다.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농경지의 100배 이상으로 평가한다. 그것은 단지 바다가 연안에 접해 있는 작은 부분에 대한 것이고 바다 전체로 보면 그 경제적 가치는 무한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의 가치가 바다에 사는 생물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바닷물에는 소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도 수많은 금속과 무기물들이 녹아 있다. 바닷물에 있는 소금의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여 지구에 골고루 뿌린다면 1.5m 높이로 덮을 만한 양(5×1016톤)이나 되며, 바닷물 1m3 속에는 마그네슘이 900g, 유황이 600g, 칼륨이 300g이나 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바닷물에 있는 금을 모두 걸러낸다면 약 85억kg이나 되며, 우라늄은 21억 톤이나 된다고 한다. 이 우라늄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한다면 전 세계가 3,0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정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하여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지만 미래에는 그 가치가 크게 될 것이다. 해저에는 육지로부터 유입된 온갖 침전물들이 있다. 특히 깊은 바닥에는 엄청난 양의 망간의 덩어리(망간당괴)가 있어서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바다는 인류에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땅보다 바다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바다가 단지 자원의 보고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는 큰 정화조이다.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오물들은 빗물에 씻겨 강을 통하여 바다로 간다. 1년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의 양은 36조 톤이나 된다. 바다는 흘러 들어온 오물을 바다에 있는 박테리아와 플랑크톤에 의해서 정화를 하고 다시 순수한 말만 증발하여 비가 되어 육지의 생명체를 먹여 살린다. 1년 동안에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은 400조 톤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이 바다에서 증발하여 다시 비가 되어 내리면서 지구 표면만이 아니라 대기의 오염 물질까지 쓸어 바다로 끌어 들인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신이 이렇게 큰 정화조를 만들면서 인간들이 제 아무리 땅을 더럽혀도 이 정도의 바다라면 모든 오염 물질을 다 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러한 계산은 좀 착오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이렇게 까지 오염물질을 쏟아낼 줄은 하나님도 모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하나님을 원망하는 것은 곤란하다. 만약 바다를 더 크게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땅은 작고 인구 밀도는 높고 땅의 오염은 더 심각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바다의 염분 농도가 낮아서 지구에 생명체가 생기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이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바다가 하는 역할을 우리 인간이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마도 바다는 생명체의 발생지이었을 것이고,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바다의 중요성은 바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바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약 절반을 흡수하고 있다. 만약 바다가 없다면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서 지구 온난화는 훨씬 더 빠르게 가속되었을 것이다. 또 바다의 열용량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해양성 기후라고 하는 지중해 연안은 연중 좋은 기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류는 지구의 기온을 평준화시키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해류의 이동이 없으면 지구의 기상 변화는 훨씬 더 격렬했을 것이며 인간은 더욱 혹독한 환경에 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표층 해류만이 아니다 심층수의 이동은 지구의 장기적 기후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심층수가 지구를 순환하는 데는 수천 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대기와 순환하는 데에도 수천 년의 세월이 걸린다. 이것은 바다가 지구의 기후가 변덕스럽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바다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해변가에서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보자. 그 파도침이 수십억 년을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그냥 바람에 의해서 물의 출렁거림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파도가 칠뿐이라고 생각해버려도 좋은가? 그것이 아무 의미도 없이 그렇게 수십억 년을 치고 있다는 것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아직 그 파도침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해서 그렇지 그것은 이 지구 생태계와 우리 인간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단히 생각해서, 만약 파도침이 없었더라면 공기 중의 산소가 바닷물에 잘 녹아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그 결과로 바닷물 속의 산소량이 지금과 다를 것이고, 산소량이 다르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나지도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이 작은 파도치는 행위는 지구에 생명을 만들고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너무 심한 사고의 비약일지 모르나 전혀 엉터리 같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6. 대기: 지구 보호막

지구는 고체인 땅과 액체인 바다, 그리고 기체인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 대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생물이 호흡을 할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하며, 기온을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비를 내리고, 우주에서 날아오는 별똥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기는 건조한 공기 기준으로 질소가 78%, 사소가 2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르곤, 이산화탄소가 약간 있으며, 미량의 헬륨, 수고, 오존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기에는 상당량의 수증기가 녹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의 조성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높이에 따라서 많이 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기는 위로 온도와 기압은 내려가고 공기의 밀도는 희박해진다.

대기를 높이에 따라,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분류한다. 대류권은 보통 지상 10km까지로 본다. 대류권에서는 높이가 1km 증가함에 따라 기온이 6.5℃씩 떨어져서 대류권의 경계면에서는 약 영하 60℃까지 낮아진다. 구름이 생기고 비를 내리며, 바람이 부는 지역은 이 대류권이다. 대류권은 특히 산소는 공기의 평균밀도보다 높기 때문에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급속히 감소한다.

10km에서 50km까지를 성층권이라 하며, 여기에서는 오존이 많이 존재하는데 오존이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여 기온을 상승하게 만든다. 50km에서 80km까지를 중간권이라 하며, 공기가 매우 희박하며, 공기분자가 이온화되어 전리층을 형성한다. 극광이라고 하는 오로라도 이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 이상을 열권이라 하며 온도가 매우 급격히 상승하지만 밀도가 너무 낮아 온도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인공위성이 우주공간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성층권이나 중간권에 머물고 있다.

대기에 있는 수증기의 역할은 대단하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 그 무거운 물이 하늘에 어떻게 떠 있을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하기까지 하다. 바닷물이 일년에 400조톤, 땅에서 1년에 60조 톤의 수증기가 증발한다고 한다. 이 많은 수증기가 결국은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양은 약 13조 톤이나 된다고 한다. 비가 오는 것은, 습기를 많이 포함한 더운 공기가 상승하여 온도가 떨어지면 수증기가 응결되어 작은 물방울이 된다. 이것이 구름이다. 구름의 작은 물방울들이 응결되어 큰 물방울이 되면 비가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대기 중의 수증기는 단지 비를 오게 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습기의 증발과 응결은 소위 기화열을 주위로부터 빼앗거나 응결할 때 방출되는 열로 인하여 대기의 온도를 변하게 하며, 이 온도의 변화가 고기압과 저기압을 발생하여 태풍이 일어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태풍의 에너지는 대단하다. 태풍의 에너지는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내어놓는 열 때문이다. 수증기 1g이 응결하면 약 80kcal의 열을 방출한다. 반경 100km인 태풍을 예로 들자. 한 시간 동안 30mm인 비를 내린다면 비의 양은 약 10억 톤(1012kg)이나 된다. 이 때 발생하는 열량은 약 500조 kcal(2×1018J)이나 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약 1015J이었다고 하니 이러한 태풍은 이러한 원자폭탄 1000개에 해당하는 위력인 셈이다.

대기는 우리가 필요한 산소와 물을 공급하는 고맙고 필요불가결한 존재이다. 그런데 태풍은 아무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농작물을 파괴하는 백해무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아니 인간을 위해서도 태풍은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태풍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는 청소할 수 없는 육지의 오물들을 청소한다. 땅에 있는 오물만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모여 있는 오염된 대기를 청소하는 역할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연구된 바에 의하면 태풍으로 인하여 해양을 한 번 뒤집어 놓음으로써 적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그 외에도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태풍은 지구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은 이와 같이 아직 우리 인간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지만 매우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달 여행

달(Moon)

지구와의 거리: 384,400km

반지름: 1,737,4km

질량:73,483,000,000,000,000,000,000kg

부피: 21,700,000km3

달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천체이다. 밤하늘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밀물과 썰물이 생기게 할 뿐만 아니라 여자의 생리 주기를 결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달은 지구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달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른 천체와는 달리 날마다 그 모양이 변한다. 달의 위상은 매우 규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날자를 알려주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식과 월식은 달, 지구, 태양의 위치 관계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고대 사람들에게 이것은 대단한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월식 보다는 일식이 더 공포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런데 일식과 월식의 원인에 대해서는 고대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탈레스는 기원전 585년에 소아시아 지역에서 일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예언하였고 실제로 일어났다. 그 당시에는 두 나라 (메디아와 리디아) 사이에 전쟁 중이었는데 일식에 의한 공포심으로 서둘러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조약을 맺었다고 한다.

달은 천체 중에서 유일하게 표면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천체이다. 달에 보이는 얼룩을 동양 사람은 계수나무로 보지만 서양 사람은 춤추는 여자로 보았다. 달 표면의 얼룩은 고대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미스테리였다. 왜냐하면 그 당시 사람들은 천체는 완전한 것이어야 하는데 달 표면의 얼룩은 그러한 생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천체와는 달리 달은 지구에 가까이 있어서 지구의 온갖 더러운 물질에 오염이 되었다는 생각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이 완전한 구이고 실제로 그 표면은 매끈하며 완전하나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생각은 매우 강했던 것 같다.

달의 표면을 관찰하여 요철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갈릴레이였다. 갈릴레이는 달 표면을 관찰하면서 달에 있는 그림자가 변하는 것을 보고 달에도 산과 골짜기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로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 당시 학자들은 천체는 완전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 재판에서 달의 표면이 매끈한 구면이 아니고 산과 골짜기가 있다고 하고, 실제 망원경으로 그 사실을 재판관으로 하여금 직접 보게 하였더니 그 재판관이 망원경을 통해서 보고 난 후에 “그것은 이 망원경이 만들어낸 영상일 뿐이지 실제 달은 매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다.

1969년 11월 20일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디딤으로서 달은 더 이상 신비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달은 지구에서 약 38만km 떨어진 반지름이 약 1740km인 지구의 위성이다. 표면은 장구한 세월 동안 충돌한 운석들이 만들어 놓은 분화구가 달 표면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대기가 없는 황량한 곳이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공전 주기와 자기의 자전 주기가 같고 그 주기는 약 29.5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달에 있다면 달의 낮과 밤은 약 15일이 되는 셈이지만 달은 지구에 한 쪽 면만 향한다. 지구에서 달의 반대편을 관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달이 자전하지 않고 공전만 한다면 지구에서 보면 한 달 동안에 달의 모든 부분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이 한 달에 한 번 공전하는 방향과 같이 자전하기 때문에 지구를 향하는 부분은 항상 지구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이상한 현상인데 우연인지 그렇게 되는 역학적인 원인이 존재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바람도 없고, 기후의 변화도 없다. 그런데 낮과 밤의 표면 온도는 엄청나게 다르다. 지구에서 낮과 밤의 온도 차가 별로 크지 않은 것은 대기층으로 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직사광선에 의해서만 표면이 가열되고 직사광선이 없으면 복사에 의해서 금방 식게 된다.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달에서 보는 하늘은 짙은 금은 색이다. 그리고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지구에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 때문이다. 그리고 낮에 별을 볼 수 없는 것은 대기에 의해서 산란된 빛의 밝기가 별빛의 밝기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이 없어서 하늘이 검게 보이고, 낮에도 태양과 함께 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달에 간다면 여러 분의 몸무게가 약 1/6로 줄어든다. 몸무게라는 것은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인데 달은 지구보다 질량이 작아서 중력도 매우 작다. 그래서 몸무게도 줄어드는 것이다. 지구에서 넓이뛰기를 2m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달에서는 12m를 뛸 수 있다. 거의 날아가는 기분일 것이다. 물체를 던진다면 엄청나게 멀리 던질 수 있다. 지구에서 30m를 던지는 사람이면 달에서는 180m를 던질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역도 선수라면 6배나 더 무거운 물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기가 없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큰일 난다. 우리 몸은 지구 대기압에 맞추어져 있어서 몸 안의 압력이 1기압이다. 그런데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기압이 영이다. 따라서 맨 몸이 노출되면 그 즉시로 엄청난 힘으로 몸이 폭발하게 된다. 달에서는 빨대로 주스를 빨아들일 수 없다. 우리가 빨대로 물을 “빨아들인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빨대를 통해서 주스가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입이 빨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입안의 압력을 낮게 하면 대기가 주스를 우리 입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런데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 입 안의 압력을 줄여도 주스가 우리 입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 대신에 우리 입과 위 속에 있는 공기가 갑자기 병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며 우리의 위에 있는 공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내장 전부가 병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달에 가서 빨대로 주스를 마실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달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인간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었다. 달의 크기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달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자로 잴 수 있고, 좀 먼 거리는 소위 삼각측량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은 시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한 지점에서 방향을 측정하고, 일정한 거리를 이동하여 다시 방향을 측정하면 그 방향이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까이 있는 것은 그 방향이 많이 변하고 멀리 있는 것은 그 방향이 조금 변한다. 이것을 시차측정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으로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서정주의 시에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이 있다. 달 밤에 우리가 걸어가면 달도 우리를 따라 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이동해도 달이 있는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달은 엄청나게 멀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100m, 200m가 아닌 수백 km를 이동한다면 약간의 시차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실제로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프코스 Hipparchos(190?-120? B.C.)이었다. 그는 달까지의 거리가 지구 지름의 약 30배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지구의 지름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달까지의 실제 거리도 알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 지름 12,760km를 적용하면 382,800km가 나온다. 이것은 엄청나게 정확한 값이 아닐 수 없다. 이 값으로 달의 크기를 계산하면 달의 지름이 약 3,500km는 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 당시 사람들로는 말도 안되는 엄청난 크기였던 것이다.

달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은 크기를 측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어림짐작 방법을 쓴다면 달도 지구와 같은 물질과 밀도로 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달의 크기를 알면 그 질량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의 질량을 실제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달 주위에 위성을 올려서 그 공전주기를 측정해야 한다. 구소련은 1958년에 루나 탐사선을 쏘아서 달 주위를 공전하는데 성공시킴으로써 달 주위의 공전주기로부터 달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었다. 달의 질량은 지구의 약 1/80이 정도이다. 달의 지름은 지구의 약 1/4이다. 그리고 부피는 지구의 약 1/60이다. 이렇게 보면 달의 밀도는 지구보다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달이 지구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달은 위성을 통해서 매우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직접 가 본 첫 천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바다 속보다 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있다고도 한다.

달에 공기가 없다는 것이 큰 장애 요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달은 인간 생활과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게 될 것이다. 지구는 대기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생활할 수 있지만 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도 있다. 반도체나 다른 특수한 물질을 제조할 때 진공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진공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달에서 이러한 일을 한다면 매우 간단하고 경비가 적게 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진공을 필요로 하는 공장을 달에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달에 천체 관측소를 설치한다면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 현상이 없기 때문에 관측이 용이할 것이다. 지금은 허블 망원경을 지구궤도에 올려서 관측을 하지만 달에 설치하면 더욱 영구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달 여행 관광 상품도 개발하게 될 것이다. 달에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달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상상해 보는 것도 그렇게 황당무계한 일은 아니다.

태양계 여행

1. 천동설과 지동설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고 표현한 어떤 시를 본 기억이 있다. 별이 쏟아지다니!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는가? 자연을 관찰하지도 않고 머리로 생각만 하니 그런 표현을 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별을 관찰해 보지도 않은 사람이다. 지금도 시골의 한 여름 날 불빛도 없는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면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실감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멀고 먼 옛날 사람들도 아마 밤하늘을 쳐다보고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신비에 도취되기도 했을 것이다. 저 별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어 보기도 하고 어떤 재앙을 가져다줄까 마음 졸이기도 했으리라. 별과 별을 연결하여 동물 모양을 만들어도 보고, 신들의 이름도 붙여 보고 그러다가 점성술을 만들기도 했으리라.

그런데 별을 오래 관찰하면서 이 별의 운행이 매우 규칙적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을 것이다. 모든 별은 하루에 한 바퀴씩 어떤 별(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별이 하늘에 배치된 모양은 이러한 별의 일주운동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별들이 천구라는 둥근 판에 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별들이 독립된 존재라면 모든 별이 똑 같이 일주운동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또, 일주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별의 배치 모습이 변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이 모두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별이 회전하는 천구에 붙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천동설이다.

별은 밤에만 볼 수 있지만 다음날 밤이 되면 반드시 같은 별이 같은 위치로 돌아온다는 사실로부터 별이 낮에는 없어졌다가 밤에 다시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낮에도 하늘에 별이 있지만 밝아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쯤은 옛날 사람이라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별의 운동을 관찰한다면 별은 일정한 속도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기 때문에 낮 하늘의 어디에 어떤 별이 있을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하늘 전체에 별자리가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별자리표가 천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좌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천구좌표는 천체 관측에 필수적이다.

별의 관찰은 해가 진 저녁에서 해가 뜨는 아침까지 이루어지며 이 동안 하늘의 별은 모두 북극성을 반 바퀴(180도) 회전을 하는데 매일 동일한 운동을 반복한다. 별을 항성恒星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러 날 관찰을 하면 해가 뜨는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별자리 판에 태양의 위치를 표시해보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 동안 태양이 있는 위치를 표시하면 천구를 한 바퀴 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 동안 천구 상에서 태양의 위치 변화를 표시한 것을 황도라고 한다. 이것은, 천구는 지구를 정확히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데 태양은 이 천구보다 약간 빨리 회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이 되면 태양은 정확히 천구보다 지구를 한 바퀴 더 돌게 된다. 달의 운동도 같은 방법으로 천구에 표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달은 1달(29.5일)이 되면 천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이것은 달도 천구와 마찬가지로 대략 지구를 하루에 한 바퀴 돌지만 좀 더 빨리 돌아서 한 달이면 천구보다 지구를 한 바퀴 더 돌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와 달만 천구에 붙어 있지 않고 별도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별 중에도 그런 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성이나 금성을 1년 내내 관찰하면 별과 별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별도 태양이나 달과 같이 천구에 붙어 있지 않고 별도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별을 떠돌이 별 또는 행성行星(일반인들이 혹성惑星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주 잘못된 용어이다.)이라고 한다. 이 별은 실제로는 별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이다. 그런데 그 당시로는 이런 별들은 매우 골칫거리였다. 모든 별은 천구에 붙어 있어야 하고 천구에 붙어 있다면 모두 같은 운동을 해야 할 것인데 이 떠돌이별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을 정말 하늘 같이 떠받들던 당시에는 이들 별들은 하늘의 무법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행성들이 없었다고 생각해 보자. 행성들이 없었다면 모든 별은 하루에 한 바퀴 씩 지구 둘레를 돈다. 이것도 정확히 하루에 한 바퀴 돌고 예외란 없다. 하루 이틀, 한 해 두해 이렇게 관찰해도 하늘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언제 보아도 변함이 없는 하늘에 변함없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마도 바보이거나 지적인 수준이 매우 낮아서 같은 일을 반복해도 지루해 하지 않는 사람들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하늘은 변함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변화가 있다. 그런데 얼핏 보아서 그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을 해야만 알 수 있다.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 어느 정도 어려워야 한다. 그런데 이 행성들의 운동은 하늘을 그냥 낭만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은 볼 수 없고 전문적인 관찰을 하는 사람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면 할수록 더욱 이상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이 아닐까? 만약 이 하늘의 방랑자 행성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천문학은 이렇게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며 하늘을 관찰하는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행성들은 하늘의 무법자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의 관심을 하늘로 끌어들이는 마법사의 역할을 했다고 할 있다.

이 행성들의 운동을 관찰하면 매우 특이하다. 그냥 별보다 일정한 정도로 더 빨리 돌거나 느리게 돈다면 조금만 관찰하면 행성의 운동 법칙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면 행성마다 운동이 빠르기가 다 다르다. 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빠르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궤적도 다 다르다. 더욱 신기한 것은 어떤 행성은 앞으로 가다가 뒤로 가기도 한다. 이것을 소위 행성의 역행운동이라 하는데 이것이 많은 별 관찰자를 괴롭게 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천문학이 된 것이다.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천동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믿음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서양의 중세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기독교는 현 세계와 천국을 분명하게 구별하였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이나 천국은 완전한 세계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하늘은 곧 천국을 의미하였다. 그렇다면 하늘에 있는 별들의 운동은 완전한 운동이어야 하고, 완전한 운동은 원운동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천국과 땅을 구별하는 경계를 달로 보았다. 달 보다 더 멀리 있으면 하늘에 속하기 때문에 일체의 흠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달 보다 아래에 있는 것은 불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별똥별은 불완전하지만 달보다 멀리 있는 태양이나 행성, 그리고 별은 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행성을 제외한 모든 별이 정확히 하루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도는 원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행성의 운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행성의 운동 중에서 특히 난처한 것은 역행하는 운동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천동설을 주장하는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aeos(100-170)는 주전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주전원이란 원의 주변을 도는 또 다른 원운동을 말한다. 즉, 어떤 물체가 작은 원을 그리며 도는데 이 작은 원의 중심이 다시 다른 중심을 통해서 더 큰 원을 그리며 돌 때, 작은 원을 주전원이라고 한다. 마치 돌고 있는 큰 원판에 놓인 회전목마가 스스로 작은 원을 그리며 도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원래의 원이 회전하는 방향과 주전원이 회전하는 방향이 같을 때는 앞으로 진행하지만 반대일 때는 뒤로 역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 두 원의 회전 반경과 회전 주기를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원이 아닌 복잡한 실제 운동에 일치시킬 수 있다. 사실, 기하학적으로는 어떤 곡선이든지 원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프톨레마이오스는 150년 경에 <알마게스트 Almagest> 등 여러 책에 기록하였는데 이것이 천동설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코페르니쿠스를 시작으로 하여 지동설이 확정될 때까지 가장 권위 있는 천체의 운동에 관한 이론이었다.

이 주전원 개념은 천체가 완전한 원운동을 한다는 천동설의 기본 가정을 유지하면서도 불규칙하게 보이는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관측을 자세히 해 보면 이 주전원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운동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주전원에 또 다른 주전원을 상정하여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생겼다. 이렇게 주전원을 사용하여 설명하다보니 보다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전원을 더 많이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체의 운동은 완전한 원운동을 해야 한다는 기본 생각 때문에 이 주전원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완전한 원운동이라는 생각은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에게도 절대적인 믿음이 되어 그의 지동설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천체의 운동을 완전한 원운동이라고 가정함으로서 생기는 불편은 이 주전원의 도입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천체가 지구의 중심을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생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서 행성이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 지구에서 약간 벗어난 점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중심으로 천체가 회전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중력이라는 힘을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 당시로는 천체가 반드시 다른 천체를 중심으로 회전해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주의 중심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그렇게 문제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다보니 설명 방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었다. 1252년 카스티아의 왕 알폰소 10세(알폰소 항성표 Alfonsine Table을 작성한 것으로 유명함.)는 행성의 운동이 이렇게 복잡한 것을 탄식하여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훨씬 단순한 체계를 알려드렸을 텐데!”하였다는 예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천동설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에 코페르니쿠스 Nicolaus Copernicus(1473-1543)는 태양중심설을 주장하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요약하면, 항성과 행성의 일주운동은 지구의 자전 때문이라는 것, 지구를 포함하여 모든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한다는 것, 그리고 우주(천구)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다는 것 등이다. 사실, 이것은 그 당시의 관념으로 볼 때 엄청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한갓 우스꽝스러운 가설로 취급되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하나는 코페르니쿠스가 제시한 방법이 어렵기도 하였지만 실제 측정치를 지구중심설보다 더 잘 설명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은 그의 저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어서 자기의 태양중심설을 출판하는 것을 매우 꺼렸다고 한다. 그것은 가톨릭과의 마찰을 우려한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가 66세이던 1539년 레티쿠스Georg Rheticus(1514-1576)라는 학자와 만나게 되고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에게 그의 생각을 책으로 출판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코페르니쿠스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 자기의 학설 일부를 레티쿠스 이름으로 출판하도록 하였다. 이 출판이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자기 이름으로 책을 출판할 결심을 하게 되고 드디어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De Revolutionibus Orbium Caelestium(Concerning the Revolutions of the Heavenly Spheres)>를 출판하게 된다. 이 원고는 1542년 5월 뉘른베르크 인쇄소로 넘겨졌다. 그런데 이때부터 레티쿠스는 코페르니쿠스에 대해 정이 떨어졌다. 일설에 의하면 그 이유는 코페르니쿠스가 자기의 책 서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사를 표시하면서 레티쿠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책의 출판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레티쿠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며, 레티쿠스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이 출판될 즈음에 코페르니쿠스는 매우 중한 병에 걸려 있었는데, 1543년 5월 24일에 자기 책의 초판을 전해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뜻하지도 않게 자기가 쓴 서문을 빠지고 대신 레티쿠스의 부탁으로 책의 출판을 맡은 오시안더 Andreas Osiander(????)가 쓴 서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 서문에는 책의 내용을 매우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묘사했고,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투로 되어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 서문을 쓴 사람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음으로서 마치 이 서문을 코페르니쿠스가 직접 쓴 것처럼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원고를 최종적으로 읽어 보았을 레티쿠스가 동의했거나 최소한 묵인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서문을 읽은 코페르니쿠스는 매우 실망하였음에 틀림없다. 실제로 병상에 있던 코페르니쿠스가 그 책의 서문을 읽고 몇 시간 뒤에 숨을 거두었고, 후세 사람들은 그가 이 서문을 읽고 그 충격으로 죽었다 생각하게 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태양중심설)이라는 역사에 남을 대단한 주장을 하였으면서도 행성의 궤도 속력이 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주전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한다. 행성의 속력이 변하는 것은 태양을 중심으로 원 궤도가 아니라 타원 궤도 운동을 하기 때문인데,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원 궤도를 믿었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주전원은 천동설을 유지하는 기본 발상인데 이것을 자기의 이론에 끌어들임으로써 자기 이론에 대한 신빙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행성은 태양 둘레를 돌고, 달은 지구 둘레를 돈다고 하였는데, 사람들은 어떤 천체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야 하고 어떤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반론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공전한다면 그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별이 보이는 방향이 계절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소위 연주시차가 관측되어야 할 것인데 연주시차가 전혀 없다(실제로는 존재하나 당시의 관측 정밀도로는 측정이 되지 않았음)는 사실을 들어서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다른 이유는 가톨릭 교리와 맞지 않는 점 때문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성경을 믿기도 하였지만 가톨릭 교리에 따르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이러한 풍조에 일조하였다고 본다. 그 뿐만 아니라,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에 의해서 예측한 행성 운동의 정밀도가 천동설에 입각한 것보다 더 정확하지도 못했다는 점도 지동설을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이 코페르니쿠스는 아니다. 기원전 350년경, 그리스의 헤라클레이데스 Heracleides(388-315 B.C.)는 수성과 금성이 태양으로부터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것을 보고 태양이 자기 주위를 도는 수성과 금성을 데리고 지구를 돌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헤라클레이데스의 주장은 역시 지구 중심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지동설을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은 피타고라스학파에 속하는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 Aristarcus(310-230 B.C.)이며,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가설을 세웠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로는 매우 혁선적인 천문 관측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를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비로 측정하였다. 그는 정확히 반달이 되었을 때는 지구-달-태양을 잇는 삼각형이 직각 삼각형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직각 삼각형이라면 지구와 달, 지구와 태양을 잇는 선의 각도를 측정하면 지구와 달,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 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측정한 각도는 87°이었는데 이것으로부터 태양은 달보다 약 20배(실제로는 약 400배) 멀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상당히 잘못 측정된 것이기는 하였으나 태양이 달보다 그렇게 멀다는 것은 당시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일식 때 달이 거의 완전히 해를 가리는 것을 보고 태양은 달보다 약 20배 크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그는 월식 때 달에 생기는 지구의 그림자를 보고 지구의 직경이 달의 약 3배가 된다고 추정하였다. 그렇다면 태양의 크기는 지구의 7배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그는 지구보다 7배나 큰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돌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리스타르쿠스가 기원전 300~200년 전 사람이었고, 코페르니쿠스는 1500년대 사람이었으니 약 1800년이나 아리스타르쿠스의 생각은 묻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생각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사실은 위대한 사상은 언젠가는 인정을 받게 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이유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천체는 그 자체로 흠이 없어야 하고, 완전한 원운동이어야 한다는 천동설의 주장을 확실하게 반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동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천체의 완전성에 대한 확실한 반증이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확실한 반증은 망원경의 발견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던 것은 달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갈릴레이는 달을 망원경으로 보니, 웅덩이와 언덕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그는 그림자의 길이로부터 언덕의 높이도 계산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1609년 그는 태양을 관찰하여 태양에는 흑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흑점이 이동한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이것은 천체가 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심각한 반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이 천동설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였다. 심지어 망원경으로 보는 달의 불완전한 모습을 직접 본 사람도 그것은 망원경이라는 기계에 의해서 조작되어 나타나는 것이지 실제의 달은 아니라고 주장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 중심설에 결정적인 반증은 목성의 관찰에서 나타났다. 목성을 도는 위성을 발견한 것이다. 1610년 1월 7일 갈릴레이는 목성 가까이에 빛나는 작을 별 3개가 일직선으로 늘어선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여러 날 관찰한 결과 그 작은 세 별이 목성 뒤로 가고 다른 별 4개가 나타난 것이다. 더 자세히 관찰한 결과 이들 별들은 결국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또한, 갈릴레이는 태양 흑점의 관찰로부터 태양이 자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시니 Gian Domenico Cassini(1625-1712)는 1665년 화성이 24.5시간 주기로 자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1668년에는 목성이 10시간 주기로 자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구라고 자전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보다 정밀한 측정을 통하여 태양이 지구보다 훨씬 크며, 우주가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점차 믿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들은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천동설의 핵심은 모든 천체는 지구(또는 우주의 중심)를 중심으로 회전해야 하는데, 목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여러 개의 천체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어떤 별이 목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며, 나아가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대로 행성은 태양 주위를 달은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도 불가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가장 장애가 되었던 것은 달이 지구를 돈다는 것이었는데 이 장애가 목성의 위성으로 인하여 없어진 것이다. 또한 태양을 포함한 다른 행성들이 자전을 한다면 지구라고 자전을 하기 말라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광대한 우주에서 이 작은 지구가 중심이어야 할 이유를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 뿐만 아니라 케플러에 의해서 화성이 태양 주위를 원이 아닌 타원궤도로 돌며, 일정한 속도로 도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천동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한 원운동과 천체의 완전성,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천체가 우주의 중심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생각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생각으로는 너무나 분명하고 너무나 단순한 지동설이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볼 때,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2. 태양계

우주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에 속해 있다. 태양이라는 별에는 지구뿐만 아니라 9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도 행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 꼬리별이라고 하는 혜성, 작아서 눈으로 관찰할 수는 없지만 소행성들도 있다. 또 별똥별이라고 하는 유성을 만들어내는 운석들은 수없이 많이 있다. 이러한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지구에서 보지 못한 광경들을 보도록 하자.

우선 태양계 밖에서 태양계를 내려다보자. 중심에 태양이 있고, 그 주위를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차례로 돌고 있다. 태양의 웅장한 모습에 비하면 다른 것은 존재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가장 바깥에 있는 명왕성은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수성은 태양 빛에 가려서 보기도 어렵다. 가장 큰 것이 목성인데 지구의 직경의 10배가 넘으니 그 크기는 지구의 1000배나 되지만, 지구 질량의 33만 배가 되는 태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태양을 반지름이 1m인 구라고 생각하면, 지구는 지름이 1cm, 목성은 약 10cm, 수성은 약 0.4cm, 명왕성은 0.2cm가 된다.

먼저 각 행성이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를 비교해 보자.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1AU(AU: 천문단위 Astronomical Unit)라고 한다. 그러면, 수성은 0.387AU, 금성은 0.723AU, 화성은 1.52AU, 목성은 5.20AU, 토성은 9.53AU, 천왕성은 19.2AU, 해왕성은 30.1AU, 명왕성은 39.5AU이다.

[보데의 법칙]

영국의 천문학자 보데 Johann Bode(?????)는 0, 3, 6, 12, 24, 48, 96, 192, 384 ․ ․ ․ 에 4를 더하면 4, 7, 10, 16, 28, 52, 100, 196, 388 ․ ․ ․ 가 되며 이 숫자는 각 행성이 태양에서 떨어진 상대적인 거리 비율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것은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데이터와 매우 잘 맞기 때문에 ‘보데의 법칙’으로 알려졌으며 당시에는 많이 사용되던 법칙이었다. 여기서 4는 수성, 7을 금성, 10은 지구, 16은 화성 52는 목성 등이다. 그런데 28인 위치에는 행성이 없는데 후에 대략 그 위치에 소행성군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매우 재미 법칙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것은 해왕성에 가서는 전혀 맞지 않지만 명왕성은 비슷이 맞는다. 이렇게 보면 해왕성을 제외하고는 보데의 법칙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심심풀이로 즐길 수 있는 법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행성의 위치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을 두 종류로 분류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지구형 행성이라고 하고,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목성형 행성이라고 한다. 지구형 행성은 태양에서 가깝고, 고체로 되어 있으며, 비교적 크기가 작으며 위성이 없거나 있어도 수가 적다. 반면에 목성형 행성은 크기가 크고, 표면이 고체가 아니고 액체나 기체 상태이고, 위성이 많고 대체로 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명왕성은 이 두 분류의 어디에도 넣기 곤란하다. 명왕성은 크기도 매우 작고(반경이 1,160km로 지구의 달보다 작다.), 궤도도 다른 행성과는 특이한 궤도를 가지고 있다. 표면도 고체로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 편으로는 지구형 행성에 가깝지만 가장 외곽에 있기 때문에 지구형 행성으로 분류할 수도 없는 태양계의 이단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모양의 행성들임에도 신기한 것은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돌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행성은 좀 더 타원이고 어떤 행성은 원에 가깝지만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거의 같은 평면상에서 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회전 방향은 태양이 자전하고 있는 방향과 같다. 다만 명왕성은 회전면이 다른 행성과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이것은 태양계의 탄생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군이 있으며, 태양에서 엄청나게 먼 곳에서 태양 근처를 돌아서 지나가는 혜성들이 있다.

이제 태양계 속으로 들어가서 태양계의 가족들을 만나 보도록 하자.

1) 태양

그렇게 멀지 않은 옛날에 사람들은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은 고사하고 태양계의 중심도 되지 못한다. 태양계의 주인공은 당연히 태양이다.

태양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며,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인은 물론 현대의 우리도 태양에 대해서는 이상한 경외심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많은 민족이 태양신을 섬겼다. 고대 이집트는 태양을 유일신으로 섬겼다. 이집트 태양신의 이름은 라(La)이며 태양신은 밤에는 사악한 뱀과 싸워 이기고 아침에 다시 떠오른다고 생각하여 사제들은 태양신이 이 싸움에서 이기도록 밤에 주문을 외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느 민족은 태양을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낙사고라스 Anaxagoras(500-428 B.C.)는 태양이 그리스의 펠레포네수스 반도의 크기만 하고 불타는 돌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태양은 실체가 아니라 다만 빛을 내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는 뜨겁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만져지지도 않는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그럴 듯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태양은 높은 고온으로 인하여 지구의 육지와 같이 딱딱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초고온의 열에도 견딜 수 있는 우주선을 타고 태양에 내려 않는다면 별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태양은 지구에서 약 1억5천만 km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지구의 약 30만배인 kg이고, 반경은 지구의 약 109배인 696,000km이다. 반경이 100배이면 표면적은 10,000배이고 부피는 1,000,000배이다. 즉 지구 100만개를 태양 속에 넣을 수 있는 크기인 것이다. 태양는 수고 70%, 헬륨 28%, 그리고 미량의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은 적도 지방은 약 27일을 주기로 자전하고, 극지방은 31일 주기로 자전한다. 이처럼 자전 주기가 위치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것은 태양이 고체가 아니고 기체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에 잘 견디는 우주선을 타고 태양으로 달려가면 먼저 만나는 것이 소위 태양풍이라는 것이다. 이 태양풍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온과 소립자들인데, 혜성의 꼬리를 태양 반대쪽으로 밀어내는 주된 역할을 한다. 아마도 앞으로 태양계를 여행하는 시대가 오면 태양풍을 이용한 우주 돋단배가 매우 유용한 여행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이 태양풍을 거슬러 태양으로 돌진하여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면, 둥글고 매끈한 태양의 모습은 없어지고 부글부글 끓는 기체 덩어리와 만나게 될 것이다. 그냥 기체 덩어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홍염이라고 하는 지구 수십 개를 삼킬 만큼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비록 고온의 열이 아닐지라도 강한 소용돌이치는 자기장과 강열한 x-선에 의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태양에 있는 기체는 지구의 대기와 같은 것이 아니다 고온으로 인하여 모든 기체는 전기를 띤 이온이고 이러한 전기를 띤 입자의 소용돌이들로 인하여 강한 자기장이 형성된다. 이러한 상태를 플라즈마 상태라고 하는데 태양이나 별은 모두 플라즈마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태양에는 소위 흑점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망원경을 사용하지 않고도 흑점을 볼 수 있다. 이 흑점이 검게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밝은 백열등보다 더 밝다. 태양의 다른 부분이 워낙 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 어두운 것은 아니다. 흑점의 온도는 약 4000℃이다. 촛불의 온도가 약 ????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밝은지 짐작이 갈 것이다.

태양 흑점을 제일 먼저 관찰한 사람은 갈릴레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양 흑점을 가장 먼저 관찰한 사람은 영국의 예수회 천문학자 ????이었고 그는 1612년에 태양 흑점을 관찰하고, 이 관찰 문서를 갈릴레이에게 보냈다고 한다. 케플러도 자신도 육안으로 관찰한 일이 있다고 고백한 일이 있었다. 갈릴레이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점을 자기가 1610년에 관찰한 것으로 훗날 공표했다고 한다.

태양 흑점은 대략 11년 주기로 많이 나타나는데 태양 흑점이 많이 나타날 때에는 태양의 활동이 왕성한 때이며, 강한 태양풍을 발산한다. 강한 태양풍이 발생하면 이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주어 지구의 전파를 교란하게 된다. 이 전파의 교란으로 위성 통신이 장애를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강한 태양풍이 지구의 외곽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켜 대기가 팽창하게 되어 인공위성과 우주 정거장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또한 태양풍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하여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과거 빙하기가 태양 활동과 관련이 있었는지, 지구 온난화가 태양 활동과 관계가 있는지 아직 확실히 알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태양 활동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줄 수는 있는 것이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약 6,000℃이고 내부온도는 약 1,500만도로 추정하고 있다. 태양은 매 초 J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태양이 1초에 방출하는 에너지를 모아둔다면 인류가 앞으로 50만년 동안 쓰고도 남는 양이다. 석유 에너지 때문에 전쟁까지 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태양의 열은 중력에 의한 수축에 의해서 발생한다(1854년 헬름홀쯔 Helmholz(????)는 태양이 1년에 100피트만 수축해도 지금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만큼 발생한다는 것을 계산하였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고 실제로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1938년 베테 Hans Albrecht Bethe(1906-)에 의해서 밝혀졌다. 태양의 불빛은 지상에 있는 불빛과는 그 근본이 다르다. 지상의 불은 산소가 없으면 탈 수 없다. 지상의 불은 산소와의 화학 반응의 결과이지만 태양은 화학반응의 결과가 아니라 핵반응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상의 불은 연기가 나지만 태양의 불은 연기가 없다. 수소가 핵융합을 하여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이외에 다른 어떤 물질도 생겨나기 않기 때문이다. 헬륨을 연기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핵반응으로 생성된 헬륨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태양 중심으로 떨어져 쌓이게 된다. 헬륨은 수소의 연기가 아니라 재인 셈이다.

행융합 반응을 실제로 할 수만 있다면 지구의 에너지 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핵분열 반응(원자탄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으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는 있지만 위험한 방사능 물질을 내놓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약기한다. 그러나 행융합 반응은 수소가 반응하여 헬륨이 생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소위 깨끗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핵융합 기술의 개발은 인류의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가장 유망한 대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지구형 행성(Terrestrial Planets)

지구형 행성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있다. 지구형 행성은 태양에 가깝고, 딱딱한 고체로 되어 있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은 주로 철로 되어 있고, 지구나 화성은 규소질이 많은 암석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태양계의 형성 과정에서 태양에서의 거리에 따라 물질의 조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수성(Mercury)

태양과의 거리:

(0.387AU)

반지름:

(지구의 0.382배)

질량:

(지구의 0.055배)

자전주기: 58.6일

표면중력: 0.38

표면온도: -173℃

수성(Mercury)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수성은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내행성이기 지구에서 볼 때 항상 태양 가까이 보이게 되어 초저녁과 새벽에만 보인다. 그리스 시대에는 저녁별일 때를 헤르메스(Hermes), 새벽별일 때를 아폴론(Apollon)이라고 하여 두 개의 별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수성은 행성 중에서 가장 많이 찌부러진 타원궤도를 돌고 있으며, 공전주기는 약 88일이고 자전 주기는 58.5일이다. 머지 않은 과거에는 수성도 달과 같이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같아서 달의 항상 같은 면을 지구 쪽으로 향하듯이 수성도 항상 같은 면을 태양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963년 이후 정밀한 측정 결과 두 주기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성은 태양에서 0.387AU(1억800만 km) 떨어져 있으며, 반지름은 2,439km로서 지구의 약 1/3 정도이고 달의 반경(1,738km)의 약 1.5배인 작은 행성이다.

수성은 태양에서 가깝고 작기 때문에 달과 같이 대기가 없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운석들이 떨어져서 달과 같이 표면은 곰보이다. 그러나 달만큼 곰보는 아니다. 그것은 수성은 달보다는 단단하기 때문이다. 수성은 달 크기의 철로 된 핵이 있고, 자기장이 관측되는 것으로 보아 내부가 지구와 같이 유동성이 있는 물질로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기가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수는 없지만 표면 온도가 700K(430℃)나 되기 때문에 호흡할 수 있는 대기를 준다고 해도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금성(Venus):계명성과 태백성

금성(Venus)

태양과의 거리:

(0.723AU)

반지름:

(지구의 0.949배)

질량:

(지구의 0.815배)

자전주기: -243일

표면중력: 0.91

표면온도: 462℃

금성은 우리가 셋별이라고 하는 매우 밝은 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벽에 보이는 금성을 셋별, 계명성, 명성 등으로 불렀고, 저녁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 태백성, 장경성 등으로 불렀다. 서양에서는 미의 여신이라 하여 비너스 Venus라고 불렀다.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0.72AU(약 2억3천만 km) 떨어져 있으며, 공전주기가 0.615년, 자전 주기가 243일이다. 그런데 금성의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자전 방향이 공전방향과 같은데 유별 금성만은 자전 방향이 공전 방향과 반대이다.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른 소행성과의 충돌에 이해서 회전면이 바뀌지 않았나 추측한다. 만약 금성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하루가 117일(자전 주기와 같이 않은 것은 공전주기가 하루의 길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임)이며 공전방향이 지구와 반대이어서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게 된다. 금성의 크기는 지구와 비슷한 6,052km이고 두꺼운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 두꺼운 대기층 때문에 금성의 표면을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1962년 마리너 Mariner 2호가 금성을 탐사한 것이 최초이며, 그 후 1970년 소련의 베네라 Venera 우주 탐사선이 금성에 착륙하여 조사하기도 하였다.

금성에 관해서 조금씩 알게 되면서 금성은 미의 여신이라든가 계명성과 같은 좋은 이미지의 별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졌다. 금성 표면에는 바다는 없고, 분화구와 큰 산맥이 있다. 반경이 3000km나 되는 분호구도 있고, 높이가 1만m가 넘는 산도 있다. 스펙트럼 분석에 의하면 금성의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이고 약간의 질소와 산소가 있다. 금성 표면의 온도는 두꺼운 이산화탄소 층으로 인한 온실효과 때문에 약 740K(약 470℃)나 된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대기는 강한 산성 구름으로 되어 있다.

비너스니, 계명성이라는 아름다운 금성은 실제로는 뜨겁고, 황량한 곳이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금성의 표면과 같지 않을까? 뜨거운 표면에 강한 산성의 그름이 덮여 있는 곳을 상상해 보라. 비도 내리지 않고 가끔 무서운 번개가 친다. 하늘을 올려보면 엄침한 붉은 색을 띠고 있을 것이며, 서 있는 바닥은 금속이 녹을 정도로 뜨겁고, 얼굴에는 살을 녹일만큼 뜨거운 고온의 열기가 불어치는 곳, 태양이 서쪽에서 뜨고 동쪽으로 지는 그야말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일까? 하긴 아름다운 여인 비너스도 이러한 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화성(Mars)

화성(Mars)

태양과의 거리:

(1.52AU)

반지름:

질량:

(지구의 0.107배)

자전주기: 24시간 39분

구성물질: 암석, 금속

표면중력: 0.38

표면온도: -87℃

-5℃

대기압: 0.007bar

화성은 지구 바로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지구보다 약간 작은 행성이다. 화성은 태양에서 약 2억2천800만 km 떨어져 있는 네 번째 행성이다. 반경은 지구의 절반 정도인 3397km이고 질량은 지구의 1/10정도이다. 공전주기는 지구의 약 2배인 687일이고 자전주기는 지구와 거의 같은 24시간 37분이다. 화성은 자전축이 지구와 비슷하게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의 변화도 있다. 또한 화성에는 포보스 Phobos와 데이모스 Deimos라는 두 개의 위성이 있는데, 포보스는 7시간 39분, 데이모스는 30시간 30분 주기로 화성 둘레를 돌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에는 얇은 대기가 있지만 그 성분은 지구와는 달리 이산화탄소가 대부분(95%)이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화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영하 53도이며, 태양에 가장 근접했을 때에는 영상 37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화성에 관한 탐사는 우주 계획 중에서 가장 관심이 큰 것 중의 하나다. 최근에는 1976년 바이킹, 1997년 페스파인더가 화성에 착륙하여 사진을 보내왔으며 2004년 스피릿과 오포튜니티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여 탐사를 했다. 이들이 보낸 사진을 보면 화성의 표면은 나무나 풀이 전혀 없지만 돌덩어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지구의 사막과 유사한 모습이다.

화성이라는 이름은 붉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바빌로니아에서는 죽음과 질병을 상징하는 별로,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전쟁의 신으로 숭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화성이라고 하면 화성인을 떠올릴 것이다. 화성인이 거론 된 것은 어쩌면 좀 아이러니컬 하다. 1877년 화성이 지구에 가장 근접했을 때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 Giovanni Virginio Schiaparelli(1835-1910)은 그 당시로는 가장 정밀한 화성 지도를 만들었다. 그는 화성 표면에 길고 좁은 줄무늬가 이리저리 뻗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수로(canali: 이탈리아 말로 수로 또는 도랑이라는 의미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것을 영국과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canal로 잘못 읽고는 이것을 운하로 번역하였다. 운하라면 인공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문명이 화성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정말로 운하라면 폭이 160km나 되고 길이가 1,600km나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운하를 건설하는 인간이라면 대단한 문명을 이룩하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후 화성인을 소재로 한 많은 소설들이 나타나 화성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퍼지게 되었던 것이다.

화성인에 대한 생각은 시대를 거치면서 변천해 왔다. 처음에는 현재 화성에 고등 인간이 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보다 정밀한 관측을 하면서 화성의 대기와 온도로 보아 생명체가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지금은 화성인이 없지만 과거에 화성인 있었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좀 멀기 때문에 불덩어리 상태에서 더 빨리 식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구와 같은 환경이 지구보다 훨씬 일찍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예로 운하로 보이는 것은 과거 화성인이 만든 유적이고, 새로 발견된 두 개의 위성은 위성으로 보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고 형태가 구형이 아니기 때문에 화성인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게 큰 운하와 그렇게 큰 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였으면 대단한 문명을 이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문명의 흔적이 아니고 자연적인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은 화성에 문명은 없었을지 몰라도 화성의 지하에 미생물이 살거나 살았던 흔적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도 없지만 반증할 자료도 없다. 아마도 반증할 자료가 나타날 때까지는 화성에 어떤 종류의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으로 믿는 믿음을 불식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화성 탐사선이 가장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생명의 흔적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에 생명의 흔적이 있었던지 없었던지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생명의 탄생에 관한 비밀을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생명은 지구에서 발생하였다고 믿는다. 그런데 만약 화성에도 생명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생명은 지구에 국한하지 않고 외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학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고독에서 탈피하려는 욕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고독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인류를 하나의 개체로 본다면 우리 인류는 지구에 고립된 고독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외계의 생명체를 찾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3) 목성형 행성(Jovian Planet)

목성형 행성에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있다. 이들은 크기가 비교적 크며,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액체나 기체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지구형 행성과 다른 점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목성형 행성에게 신의 이름을 부여했다. 목성은 신중의 왕이며, 토성은 목성의 아버지이고, 천왕성은 하늘의 신이고, 해왕성은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다. 목성은 지구의 1,400배나 되고 가장 작다는 해왕성도 지구의 50배나 된다.

목성(Jupiter)

목성(Jupiter))

태양과의 거리:

(5.20AU)

반지름:

질량:

(지구의 318배)

자전주기: 0.41일

구성물질: H, He

표면중력: 2.53

표면 온도: -148℃

구름층 표면 기압: 1 bar

위성:(63개)

저궤도 위성 5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목성은 태양에서 5.2AU 떨어져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목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11.2배, 질량은 317배이다. 반지름이 지구의 11배라는 것은 그 부피는 지구의 1,000배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목성 자체는 지구형 행성과는 달리 암석이 없고, 거의 수소로 되어 있다. 목성의 내부는 매우 고온(5,000K-20,000K)이지만 매우 높은 압력(2,000,000기압-100,000,000기압)으로 인하여 핵은 고체상태의 암석으로, 그 위에 금속상태의 수소로 되어 있고, 그 위에 액체 상태의 수소 그리고 기체 상태인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 목성의 대기는 주로 수소이지만 헬륨(수소 75%, 헬륨 24%)이 포함되어 있다. 목성은 빠른 자전을 하지만 그 자전 주기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목성의 표면은 액체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두꺼운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전속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목성의 주위의 자기장은 목성 내부의 회전에 의한 효과이므로 이 자기장의 변화를 통해서 자전 속력을 측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목성의 자전주기는 약 10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장을 만드는 매우 깊은 내부의 회전 속력일 뿐이고 그 외곽의 자전 속력은 이보다 훨씬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적도 지방은 빠르고 극지방은 느리다.

지구형 행성은 딱딱한 표면에 얇은 대기층으로 되어 있지만 목성의 대기층은 수만 킬로미터에 이른다. 이렇게 보면 목성은 그 구성이 지구보다는 오히려 태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되지 못한 것은 그 질량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계산한 결과에 의하면 태양과 같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질량이 목성의 80배는 되어야 한다.

[갈릴레오 우주 탐사선의 목성 대기 경험]

1995년 10월 7일 갈릴레오 우주선이 6년 동안의 여행 끝에 목성에 도착했다. 갈릴레오는 시속 20만킬로미터의 속력으로 진입을 했으며 첨단 관측장비를 가지고 온도, 압력, 풍속, 공기의 성분, 방사능 등을 측정하였다. 우선 대기의 구조는 지구와 비슷하게, 열권(thermosphere), 성층권(stratosphere), 대류권(troposphere)로 이루어져 있으며, 열층은 1,000K 정도이고 희박한 공기였다. 성층권은 최고 온도 170K이었으며 화학적 반응으로 인하여 안개 낀 것 같이 뿌옇게 보였다. 대류권은 밀도가 높고 온도는 상층은 125K이나 아래로 내려가면 급속히 온도가 상승하여 500K까지 상승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는 대류권에서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기압은 약 20기압이나 되었다. 대류권에서는 높은 곳에는 암모니아가 응결된 구름, 중간에는 수화황산암모늄의 구름, 그 아래는 수증기 구름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눈이 내리기도 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목성의 대기는 지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매우 짙고 바람이 매우 강하고, 하늘은 짙고 어둡다. 갈릴레오는 대기권 약 500km 깊이까지 내려가고 그 운명을 마쳤다.(Bennett, pp. 296-297)

목성을 관찰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이 적도 근처에 보이는 붉은 반점이다. 옛날에는 이 반점을 지형의 일종으로 생각하였으나 자세히 관찰하면 그것은 대기의 소용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태양계에서 가장 특이하고 극적인 기상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지구에서 생기는 가장 큰 태풍이라도 그 수명이 고작 수십일 정도이고, 그것도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동하는데 이 붉은 반점을 만드는 소용돌이는 인류가 관측을 한 이래 거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 붉은 반점만이 아니라 목성의 적도와 평행하게 나타나는 기류의 형태가 거의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목성은 지구와는 달리 자전축이 공전궤도면과 90도를 이루기 때문에 계절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또한, 태양의 일조량이 지구에 비해서 작고, 고온의 내부에서 열이 일정하게 발산되는 것도 이러한 안정적인 대기 상태를 만드는 원인으로 생각된다.

목성 주위에는 매우 강한 자기권이 형성되어 있다. 그 세기는 지구 자기장의 2만배가 넘는다. 지구의 북극 지방에는 오로라라는 극광이 휘황찬란하게 비췬다. 그런데 목성의 극지방에는 지구의 극광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극광이 보일 것이다. 이 강한 자기장에 의해서 가속된 대전 입자들은 목성 주위에 있는 위성들에 충돌하여 위성들의 대기를 쫒아내는 역할을 한다.

목성에는 7개의 위성이 있지만 그 중 세계는 매우 작아서 최근에 발견된 것이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목성에 네 개의 위성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내었다. 그래서 이 네 개의 위성을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갈릴레이 위성들은 로마 신화의 신인 쥬피터가 사랑한 신인 아이오(I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로 이름 붙여졌다. 가니메데가 한 바퀴 돌 때, 유로파는 두 바퀴, 이오는 네 바퀴 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위성은 주기적으로 일직선이 된다.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목성의 위성을 관찰했을 때도 세 개의 위성이 일직선으로 있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 후에 이 세 위성이 목성 뒤로 가고 다는 하나(칼리스토)가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공전공명이라고 부르는데 이 공전공명으로 인하여 강한 조석력이 아이오에 발생하여 일직선이 되었을 때 이오의 모양이 매우 찌부러진 타원 형태를 만든다.

아이오는 비교적 큰 네 개의 위성 중에서 가장 목성에 가까운 위성이고 크기는 지구의 달 정도이다. 아이오의 가장 극적인 모습은 아마도 화산의 폭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천문학자들이 태양계의 위성은 차갑고 지질학적으로 이미 죽은 상태라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오의 활발한 그것도 태양계 내에서 가장 활발한 회산활동은 이러한 생각을 무참히 허물어뜨렸다. 보이저(Voyager) 우주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오에는 대단한 화산 활동이 있으며,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이 수 킬로미터 높이로 치솟고 있다. 더 장관인 것은 거의 모든 분화구가 불을 내뿜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오에 내려 않아 본다면 하와이의 칼라우에아 화산은 비교가 되지 않을 장관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오에 이렇게 화산활동이 활발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목성과 그 위성들에 의한 조석 효과로 인한 마찰로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유로파는 그 지형으로 보아 수백만년 정도의 비교적 젊은 위성으로 생각되며, 100km 정도 깊이의 액체 상태인 바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파도 강한 조석 효과로 인하여 지각에 많은 균열이 생겨서 마치 표면 전체를 선으로 어지럽게 그어 놓은 모습이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며 표면은 분화구가 많고, 지각활동이 활발하며, 자기 자체의 지자기를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내부는 유동성이 있는 액체 상태로 추측된다. 칼리스토는 목성에서 가장 먼 갈릴레이 위성인데 이오와는 달리 조석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화산활동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목성에는 아이오 안쪽에 5개의 작은 위성 띠가 있고, 칼리스토 바깥쪽에 두 그룹의 띠가 있다.

목성과 관련하여 가장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것은 1994년 7월 16일 슈메이커레비(Shoemaker-Levy) 혜성의 충돌일 것이다. 이 사건은 유사이래 태양계의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여러 개로 나뉘어서 줄줄이 목성에 충돌하였으며, 그 충돌로 인한 파동이 목성 전체로 전달되는 모습이 관찰될 정도이었다.

토성(Saturn)

토성(Saturn)

태양과의 거리:

(9053AU)

반지름:

(지구의 9.46배)

질량:

(지구의 95배)

자전주기: 0.44일

구성물질: H, He

표면중력: 1.07

표면온도: -178℃

대기압: ????bar

위성:(46개)

저궤도 위성 5개

미마스(

엔셀라두스(

테티스(

칼립소(

텔레스토(

디오네(

헬레네(

리(

타이탄(

하이페리온(

이아피투스(

포베(

기타

토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에서 아름다운 띠를 가지고 있는 행성으로 유명하다. 1977년까지만 해도 띠는 토성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띠의 존재는 목성형 행성의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토성도 목성과 마찬가지로 주로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 구조도 목성과 유사하게 고체인 핵이 액체 수소로 덮여있다.

토성의 띠는 바위 크기에서 먼지 크기로 다양하며 주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토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토성의 띠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가장 먼저 제안된 이론은 조석력에 의한 것인데 이 이론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로슈 Edouard Albert Roche(1820-1883)에 의해서 제안되었다. 큰 행성 주위에 어느 정도 큰 위성이 접근하여 소위 로슈 조석대 내에 들어오면 조석력에 의해서 부서지게 된다. 그런데 이 파편들은 결국 모 행성에 끌려 들어가서 없어질 것인데, 이것을 막아주는 것이 소위 양치기 위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치기가 양들을 일정한 곳으로 몰듯이, 양치기 위성은 띠의 안과 밖에 존재하는데 안 쪽으로 오는 파편들은 안 쪽의 위성에 의해서 튕겨나가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파편들은 바깥의 양치기 위성에 의해서 되튕겨서 그 사이에 머물게 된다는 설명이다.

로슈 조석대 Roche tidal zone

조석력이란 중력에 의해서 어떤 물체를 양 쪽으로 잡아늘이는 힘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달은 지구에 조석력을 작용하여 바닷물이 달을 향하는 쪽과 반대쪽으로 불룩하게 나오게 만든다. 조석력의 크기는 조석력을 작용하는 천체의 인력의 크기, 조석력을 받는 천체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조석력의 원인이 되는 천체의 중력이 클수록, 조석력을 받는 물체의 크기가 클수록 조석력은 크다. 그러나 지구의 중력이 이 조석력보다 더 크기 때문에 지구가 한 덩어리로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석력이 지구의 인력보다 크다면 지구는 쪼개져야 한다. 지구의 인력으로 인하여 달에도 조석력이 생기지만 그 힘이 달의 중력보다 작기 때문에 달이 한 덩어리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달이 지금보다 지구 쪽으로 가까이 접근하면 지구에 의한 조석력이 달의 중력보다 크게 되어 달은 쪼개진다. 물체가 쪼개지면 작은 물체가 받는 조석력은 작아지기 때문에 더 이상 쪼개지지 않게 된다. 이렇게 조석력이 중력보다 큰 영역을 로쉬 조석대라고 하고, 조석력과 중력이 같은 지점을 로슈 한계(Roche limit)라고 부른다. 따라서 토성의 띠는 이 로쉬 조석대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쪼개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토성의 띠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맥스웰에 의해서 최초로 주장되었으며, 지금은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에 토성에 충돌한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토성에 접근하면서 여러 개로 쪼개져서 충돌한 것은 이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천문학적인 사건이다.

토성의 띠는 중간에 여러 개의 간극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간극이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카시니 간극(Cassini division)이라고 부른다. 보이저의 관측에 의해서 이 띠는 수없이 많음(대략 100,000개)이 밝혀졌다.

[띠의 간극이 생기는 원리]

그것은 주위에 있는 위성의 인력적인 작용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크게 예를 들면, 고리 중의 어떤 특정 궤도에 있는 알갱이들의 공전주기는 바깥에 있는 위성의 공전주기의 반인 경우가 있다(이렇게 공전주기가 다른 것과 정수배인 것을 공전공명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두 바퀴 돌 때마다 위성과 같은 쪽에 있게 되기 때문에 그 입자가 2회전 할 때마다 같은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강한 인력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입자는 궤도의 특정 위치(해당 위성과 일직선이 되는 점)에 올 때마다 옆구리를 얻어맞는 셈이 된다. 그렇게 되면 따라서 그 부분에 있던 알갱이들은 이 인력으로 그 궤도에 약간 벗어나게 되는데, 자기 궤도에서 벗어나면 다른 입자들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입자들 간의 충돌로 인하여 다시는 자기 궤도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른 궤도에 흡수되어 버린다. 이렇게 하여 그 궤도에는 입자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공전공명 상태에 있지 않는 입자들고 인접한 위성에 의한 중력을 영향을 받지만 그 위성과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점이 같은 위치가 아니고 계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효과가 상쇄되어 버린다. 예컨대, 카시니 간극은 토성에서 12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그 공전주기는 정확히 미마스(Mimas)라는 위성의 공전주기의 반이다. 따라서 카시니 간극은 미마스와의 공전공명 때문에 생긴 것으로 설명된다. 그 밖에도 토성의 띠 속에 있는 매우 작은 위성이 자기 궤도에 있는 파편들을 튕겨 내 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위성을 간극 위성(gap moons)라고 부른다.

토성의 고리는 두께가 매우 얇은데(수십 미터 정도) 고리의 회전면이 공전궤도면과 많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관찰할 시점에 따라서 그 모습이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때는 고리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지만 어떤 때는 양 끝만 보인다. 그래서 토성의 띠를 최초로 관찰한 갈릴레이는 이것을 “토성의 귀”라고 불렀고, 호이겐스 Christian Huygens (1629-1695)도 이 모습을 띠로 보지 않고, 토성의 모양이 달의 위상이 변하듯이 토성의 위상이 변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토성에는 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양계에서 위성을 가장 많이 거느린 행성으로도 유명하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이자 태양계에서 가니메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위성인 타이탄(Titan)은 우리의 큰 관심사이다. 타이탄은 크기가 가니메데보다 조금 작지만 위성이면서도 행성이 명왕성은 물론 수성보다는 크다. 반경은 지구의 1/3이 좀 넘고 질량은 달의 2배 정도이다. 그리고 타이탄의 표면을 보면 상당히 활발한 지질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니메데나 달과는 달리 타이탄에는 두꺼운 대기층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기가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와 같이 주로 질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기압은 지구의 1.5배 정도로 추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천체라고 생각되어 생명의 존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토성에는 타이탄 외에도 많은 위성(20여개)이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작은 것들이다.

토성과 타이탄의 관측은 보니저 탐사선이 처음으로 관측하였고, 그 후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이 토성 궤도를 돌면서 관찰하고 있다. 탐사봉을 타이탄에 투하하여 2005년 1월 17일에 보내온 사진에 의하면 액체 메탄으로 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타이탄은 딱딱한 표면을 가지고 있으며 표면에는 영하 180도에서 물과 수화탄소가 얼어서 된 암석이 있고 침식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메탄으로 된 강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의 초기 조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생명의 기원에 관한 어떤 실마리를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천왕성(Uranus)과 해왕성(Neptune)

천왕성은 1781년 영국의 천문학자 허셀 William Herschel(???)이 발견하였으며, 처음에는 조지 왕 King George III의 이름을 따서 'George's star'라고 불렀으나 18-19세기에 사람들은 이 별을 ‘허셀’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재는 행성의 위치를

천왕성과 해왕성도 목성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내부는 고체인 핵과 물, 메탄, 암모니아가 고체상태로 존재하고 그 위에 액체 수소로 덮여 있으며 그 위에 대기층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서 천왕성도 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띠는 토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목성형 위성이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천왕성의 띠를 발견하게 되었다. 천왕성의 뒤에 있는 별을 관찰하는 도중, 별의 깜박임 현상(stellar occultation)을 보게 되었다. 천왕성이 별을 완전히 가리기 전에 별이 9번 깜박이는 것을 관측하였다. 이것으로부터 천왕성 주위에 9개의 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비슷한 현상이 해왕성 근처에서도 일어났다. 그리고 1979년 보이저 호가 목성 근처에도 띠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1986년에는 보이저 2호가 천왕성의 띠를 확인하였으며, 1989년에는 같은 보이저 2호가 해왕성 주위에 띠가 있음을 관찰하였다. 이로 인하여 띠의 존재는 목성형 행성이 모두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임이 분명해졌다.

목성형 행성 주위의 띠는 그 특성이 매우 유사하다. 대체로 적도 상에 위치하며, 다양한 크기의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중간에 수많은 간극이 있으며, 두께가 매우 얇다. 그러나 공전면이 완전히 적도면과 일치하지는 않는데 그것은 아직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천왕성과 해왕성에도 여러 개의 위성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해왕성에 있는 트리톤 Triton이라는 위성은 반경이 1353km로 태양계의 위성 중에서 7번째로 큰 위성이다. 특이한 것은 이 위성의 공전 방향은 해왕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이다. 이것으로 보아 트리톤은 태양계 생성 이후에 외부로부터 와서 잡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나머지 위성들은 반경이 수백킬로미터 정도로 그렇게 큰 것은 없다.

[뉴턴 역학의 또 다른 개가]

해왕성의 발견은 뉴턴 역학이 개가를 올린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해왕성은 망원경으로 발견하기 전에 이론적으로 그 존재를 예측했던 첫 번째 행성이다. 1840년 경 영국의 천문학자 애덤스 John Couch Adams(????)는 천왕성의 궤도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그 운동이 뉴턴의 중력 이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뉴턴의 이론을 믿었기 때문에 뉴턴의 이론에 성립하기 위해서는 천왕성 밖에 다른 행성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 정밀한 분석을 통하여 새로운 행성의 위치를 예측하였다. 그 당시 애덤스는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을 설득하여 새로운 행성 관측을 하도록 하지 못하였지만 1846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레베리에르 Urbain Leverrier(????)가 같은 계산을 하였고, 그 결과를 베를린 천문대의 갈레 Johann Galle(????)에게 알려서 1846년 9월 23일 갈레가 실제로 해왕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 천왕성이 발견된 위치는 이론적으로 예측한 위치에서 1° 오차 범위 내에 있었다니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고, 뉴턴의 이론이 절대적인 신뢰를 획득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4) 기타 태양계의 천체들

명왕성(Pluto)

태양과의 거리:

(39.54AU)

반지름:

(지구의 0.18배)

질량:

(지구의 0.002배)

자전주기: -6.39일

구성물질: 암석, 얼음

표면중력: 0.07

표면온도: -233℃

-223℃

대기압: ??? bar

명왕성(Pluto)

명왕성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지만 다른 목성형 행성과는 전혀 다르다. 크기도 행성들 중에서 가장 작고, 궤도면도 다른 행성과는 다르다. 공전궤도가 매우 찌그러져 있어서 어떤 때는 자기보다 안쪽에 있는 해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깝게 접근할 때도 있다. 사실 태양계에는 명왕성 같은 천체가 여럿 있다. 소위 케이퍼대에 수많은 혜성들이 존재하는데 다만 명왕성보다 크기가 매우 작아서 행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명왕성은 행성이라기보다는 혜성에 더 가깝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은 태양계의 기원과 태양계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2006년 1월 미국에서 뉴 호라이즌서라는 명왕성 탐사선을 발사하여 2015년 7월 명왕성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명왕성은 반지름이 1,160km에 불과하다. 달의 반지름이 1,738km임을 감안하면 달보다 작은 행성이다. 이렇게 작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매우 어려웠다. 명왕성도 해왕성과 마찬가지로 천왕성의 궤도 불규칙성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로 이론적으로 예측하였던 행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천왕성 궤도의 변칙성은 측정 오차에 기인하는 것이지 실제로 명왕성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 잘못된 데이터로 예측한 명왕성의 위치가 실제 위치와 아주 비슷했기 때문에 명왕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만약 측정 오차가 없었다면 아마도 명왕성의 발견은 수십년은 뒤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이 실수로부터 비롯된다는 하나의 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왕성의 궤도는 다른 것과 행성들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명왕성 궤도의 일부분은 천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계산에 의하면 두 행성이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명왕성의 질량은 그 위성인 카론 Charon을 1978년에 발견함으로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카론의 반지름은 635km인데 이것은 모성인 명왕성의 크기에 비한다면 상당히 큰 위성이 아닐 수 없다. 카론의 발견은 비교적 쉬웠는데, 그것은 카론의 궤도가 지구에서 명왕성을 보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명왕성을 자세히 관찰하든 중, 명왕성에 생긴 어두운 반점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위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론은 명왕성보다 작기는 하지만 거의 비견할 정도이기 때문에 명왕성과 카론의 궤도를 분석함으로써 명왕성과 카론의 질량, 크기, 밀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소행성(asteroids)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데 맨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라야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그 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10만개는 더 된다고 추정된다. 그 크기는 반경이 1km에서 500km에 이른다. 이들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자체 중력이 작아서 모양이 구형이 아닌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소행성 띠는 토성의 띠와 마찬가지로 태양의 띠라고 할 수도 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소행성 띠에도 토성의 띠에 빈 자리가 있듯이 소행성이 거의 없는 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띠는 목성과 공전 공명에 의해서 일어난다. 일반인들은 이 소행성 띠에는 소행성들이 인접해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행성들이 소행성 띠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들은 이 띠 밖에 있는 것들인데 이것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과 관련하여 매우 정밀한 위치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 주 소행성대와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들을 트로잔 소행성 Trojan asteroids라고 하는데 이것은 지구에 위험이 없다. 왜냐하면 궤도에 벗어나는 것들은 목성의 중력에 의해서 밀림을 받아 목성 안쪽으로 되튕겨서 자기의 궤도를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공전 공명이라고 하는 이러한 궤도 안정성은 이미 200여년전 프랑스의 수학자 라그랑쥬 Joseph Lagrange(???)가 예측한 바 있다.

운석(meteorites)

지구에 떨어지지 않고 궤도 운동을 하는 것을 소행성이라 하고 지구에 떨어지는 것을 운석이라고 한다.

별똥별이라고도 부르는 운석은 하루에도 수 없이 지구에 떨어지지만 대부분 대기 중에서 타 없어지고 간혹 아주 드물게 땅에 떨어진다. 만약 대기가 없다면 우리는 운석에 맞지 않도록 매일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지구에는 대기가 있어서 왠만한 크기의 운석은 모두 대기와의 마찰에 의해서 타버린다. 그러나 간혹 덜 타고 남은 것이 지구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우주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아직 소행성 조각을 지구에 가져오지 못했지만 이 운석은 바로 소행성의 조각들이기 때문에 소행성을 연구하는 데는 물론이고 태양계의 생성에 대한 연구에는 더 이상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원전에 살았던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 Anaxagoras(500-428 B.C)는 이 운석을 보고 ‘떨어진 별’이라고 생각했으며, 하늘에 있는 별은 불타는 바위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하늘에서 돌이 떨어진다는 것은 교수가 거짓말 한다는 것보다 믿기 어렵다.”고 했는데 사실 하늘에서 돌은 매일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교수의 말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하고 걱정하였던 것에 연유하여 杞憂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는데 그것은 기우가 아니라 실제로 걱정할만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지구에 큰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 지질학적인 흔적은 많다. 최근에도 운석이 떨어진 기록이 있다. 1908년 시베리아 중앙부에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지름 32km나 되는 방대한 지역의 나무를 모두 쓰러뜨리고 동식물들을 거의 전멸시켰다. 비록 큰 웅덩이를 만들지 않아서 운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정밀한 분석에 의하면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운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큰 운석 충돌은 25,000년 전에 있었던 미국의 애리조나의 크레이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운석이 떨어지지 않으란 법은 없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러한 것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으며,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이나 운석을 폭파시키거나 궤도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소위 딥임펙 실험을 실제로 실시하였다. 2005년 7월 4 미국항공우주국은 템펠1 혜성과 딥임펙트 우주선을 충돌시켰다. 물론 이것은 혜성의 성분을 알아서 태양계의 생성 신비를 푸는데 더 큰 목적이 있었지만 이러한 우주 기술은 장차 소행성이나 운석과의 충돌을 방지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혜성(comets)

혜성은 아마도 인류가 가장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던 천체가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혜성은 매우 긴 타원 궤도이어서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지만 어떤 것은 포물선 궤도인 것도 있어서 한 번 나타나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도 있다. 그 중에서 영구의 천문학자 핼리 Edmund Halley(1656-1742)가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혜성이 1682년에 나타나리라고 한 예언이 맞아서 일약 유명하게 만든 핼리 혜성이 가장 유명한 혜성 중의 하나다. 그는 뉴턴의 이론을 적용하여 핼리 혜성의 주기가 76년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었다. 이 혜성은 1910년에 매우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1986년에는 예상과는 달리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혜성은 2061년에 다시 나타날 예정이다. 미국의 과학교육 프로젝트 중에 "Project 2061"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핼리 혜성이 다시 오는 년도를 생각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지금은 많은 혜성들이 발견되었고 그 궤도도 정확히 밝혀져 있다. 일식과 월식의 예측과 더불어 천문 현상을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혜성은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혜성은 그 구성이 아주 더러운 눈덩어리라고 표현하면 적합할 정도로 암석이 물과 섞여서 꽁꽁 얼어붙은 고체이다. 그런데 이것이 태양 가까이 접근하면 표면이 녹아서 기화를 하게 되고, 이 기화한 기체가 태양에서 나오는 빠른 입자들(태양풍)에 밀려서 태양의 반대쪽으로 긴 꼬리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태양에서 멀어지면 꼬리는 없어진다.

혜성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이 있지만 명왕성 바깥 태양에서 30-100AU 근처에 수십만에서 수십억 개의 혜성이 존재하는 카이퍼대 Kuiper belt와 50,000AU까지 1조개가 넘는 혜성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오오르트대 Oort belt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태양 근처로 오지 않으나 그 중 극히 일부가 태양 근처로 온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카이퍼대는 명왕성 바로 바깥 궤도이기 때문에 그곳에 상당히 큰 혜성이 원궤도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것이 발견되면 명왕성과 같이 새로운 행성으로 인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반경이 거의 1,000km 되는 혜성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것을 행성으로 보아야 할지 명왕성을 혜성으로 보아야 할지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3. 태양계 탐사 일지

태양계의 행성 탐사 일지

(중앙일보, 2006년 1월 21일)

수성

-1974년 3월 매리너 10(미국) 표면 첫 촬영

-2004년 8월 매신저(미국) 발사

금성

-1967년 10월 베레라4(소련) 대기권 진입, 메리너5(미국) 근접비행

-1970년 8월 베레라7(소련) 착륙성공

-1990년 8월 마젤란(미국) 궤도 순항

-2005년 11월 비너스 익스프레스(EU) 발사

▶화성

-1971년 11월 매리너9(비국) 궤도 순항

-1971년 12월 마르스3(소련) 참사선 착륙 성공

-1997년 7월 페스파인더(미국) 첫 탐사로봇 착륙

-2003년 12월 익스프레스(EU) 착륙

-2004년 1월 스피릿 오퍼튜니티(미국) 착륙

▶목성

-1973년 12월 파이어니어10(미국) 근접 비행

-1974년 12월 피이어니어11(미국) 근접 비행

-1979년 3월 보이저1(미국) 근접비행

-1979년 7월 보이저2(미국) 근접비행

-1995년 12월 갈릴레오(미국-EU) 대기 분석

▶토성

-1981년 8월 보이저2(미국) 근접 비행

-2004년 12월 카시니(미국-EU) 근접 비행

-2005년 1월 호이겐스(미국-EU) 위성 타이탄 착륙

▶천왕성

-1986년 1월 보이저2(미국) 근접 비행

▶해왕성

-1986년 8월 보이저2(미국) 근접 비행

▶명왕성

-2006년 1월 뉴 호라이전스(미국) 발사 (명왕성과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 그리고 카이퍼대 탐사 목적, 2015년 7월 도착 예정)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대한 탐사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다.

별 여행

지금까지 우리는 태양계를 여행하였다. 태양계는 태양이라는 별과 그 주위에 있는 행성들이 있는 공간이다. 이 태양계의 주인공인 태양은 우주에서 유일한 것이 아니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모두 태양과 같은 것이다. 태양은 이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 수많은 별들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별들은 어떻게 다르며 어떤 별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1. 별의 밝기와 종류

별을 구별하는 가장 초보적이고 오래 되었으며 지금의 천문학자들에게 까지도 매우 중요한 특성은 별의 밝기이다. 별의 밝기는 6 개의 등급으로 나눈다. 별을 이와 같이 6등급으로 나눈 것은 이미 기원전 150년 경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쿠스 Hipparcus가 고안한 것이다. 1등성은 가장 밝은 별이며, 6등성은 눈으로 겨우 볼 수 있는 별이다. 지금은 6등급보다 더 큰 등급에서 더 작은 등급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가장 밝은 별인 태양은 -27, 보름달은 -15, 금성은 -4등급이다.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인데 그 밝기 등급은 -1.46이다. 우리 눈이 느끼는 밝기는 실제 밝기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비례한다. 즉, 1등성의 밝기는 6등성의 6배가 아니라 100배이다.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별의 겉보기 밝기이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알아야 하는 것은 별의 절대 밝기이다. 빛은 공간에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빛의 밝기는 광원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것을 구별하기 위해서 우리가 관측한 밝기인 겉보기 밝기 brightness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그 별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발산하느냐 하는 것이다. 별이 발산하는 에너지 정도를 광도 luminosity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태양을 기준으로 하여 나타낸다. 그런데 별의 광도를 비교하기 위해서 절대 밝기를 사용하는데 절대 밝기는 모든 별을 10파섹(32.6광년) 거리에 있을 때의 밝기 등급을 의미한다. 절대 밝기와 광도는 정확히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광도와 절대 밝기를 혼용해서사용해도 무방하다. 태양의 겉보기 밝기는 -27이지만 절대 밝기는 4.6이다. 시리우스의 겉보기 밝기는 -1.47이지만 절대 밝기는 1.3이다. 시리우스는 실제로는 태양보다 엄청나게 밝은 별이다.

아주 가까운(가깝다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별이 약 4광년이다.)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의 공전궤도를 이용한 연주 시차 방법을 사용한다. 즉 지구 계절의 어느 한 시점에서 관측되는 별의 방향과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관측되는 별의 방향이 얼마나 변하느냐를 관측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소위 삼각측량법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별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별은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별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하면 별의 광도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별의 광도를 알면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참 다행스럽게도 물리학의 발달로 별의 광도를 추정하는 방법이 나타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별의 광도는 별의 표면온도와 별의 표면적에 관계된다. 별의 표면 온도는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별은 수소와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하는 핵용광로와 같으므로 이 핵 반응의 물리학으로부터 별의 온도와 별의 크기 사이에 상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복잡한 것을 너무 단순화한 것이지만 대략적인 추정을 하는 데는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별의 밝기를 측정하고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것은 결국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내기 위함이다. 천문학은 거리를 측정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만약 사람들이 지구와 달, 지구와 태양, 태양과 행성들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알았다면 지동설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별까지의 거리를 대략이라도 알았더라면 천동설을 생기지도 않았으며 하늘에 별처럼 보이는 작은 점이 거대한 은하라는 것을 아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에 관한 인간의 잘못된 생각은 모두 거리를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천문학은 거리를 측정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별에서 나온 빛을 분석하는 일다.

별의 밝기를 측정하고 별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것이 천문학을 연구하는 일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의 스펙트럼은 별에 있는 원소들이 내는 빛이다. 이 스펙트럼을 잘 분석하면 그 별에 어떤 원소가 있으며, 그 별의 온도가 얼마인지 알아낼 수 있다.

사람의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별의 스펙트럼도 별마다 다르다. 따라서 별의 스펙트럼은 별의 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별의 지문인 별의 스펙트럼을 수많은 별에 대해서 조사를 하였더니 몇 가지 유형으로 구별되었다. 별을 스펙트럼 유형으로 처음 분류한 사람은 1863년 세키 Angelo Secchi(????????)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분류 방법은 1920년경에 하버드 대학 천문대의 캐넌 Cannon과 피커링 Pickering이 만든 것이다. 이것을 헨리 드레이퍼 Henry Draper (HD, 1837-1882) 스펙트럼 분류법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수소 흡수선의 세기에 기준을 두고 알파벳 순서로 명칭을 붙였는데 그 후 자세한 관찰을 통하여 다 분류하게 되어 O B A F G K M 순으로 별의 스펙트럼을 분류하였다. 이 순서를 암기하기 쉽게 하여 “Oh, Be A Fine Girl, Kiss Me!"라는 문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드레이퍼가 1882년 죽고 난 후에 그의 미망인이 그를 기념하여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 거액의 유산을 기증하여 이 돈으로 당시의 천문대장이었던 피커링 Edward Pickering(1846-1919)이 연구를 계속하였다. 이 일을 위해서 엄청난 계산을 해야 했었는데 그가 사용한 컴퓨터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다. 피커링의 컴퓨터로 사용된 학생들 중에는 뒤에 유명한 천문학자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플레밍 Williamina Fleming(1857-1911)이었는데 그는 스펙트럼 선 분류를 수소 스펙트럼선의 세기로 분류하여 A, B, O 형으로 나주어서 지금의 OBAFGKM 분류를 완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런데 OBAFGKM 분류 체계를 완성한 것은 케논 Annie Jump Cannon(1863-1941)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1896년에 피커링 팀에 합류하였으며, 스펙트럼선 분류를 수소 스펙트럼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여 그 전까지 해온 알파벳순의 분류가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어떤 별 유형은 중복된다는 것도 알았다. 따라서 중복되는 알파벳을 제외하고 순서도 정리하여 지금의 OBAFGKM 형으로 확정하였다. 그녀는 무려 400000개의 별을 분류하였으며 그 공로로 여성 최초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 명예 학위를 수여받기도 하였다.

다음 표는 별 유형 별로 그 특징을 요약한 것이다.

별 유형에 따른 스펙트럼 특성 (Bennet, 478-479)

스펙트럼 형

온도(K)

가장 밝은 파장(nm)

특성

스펙트럼

O형

>30,000

<97(자외선)

이온화된 헬륨이 내는 스펙트럼과 약한 수소 스펙트럼의 혼합

B형

30,000=10,0000

97-290(자외선)

이온화 되지 않는 헬륨과 수소 스펙트럼의 혼합

A형

10,000-7,500

290-390(보라)

강한 수소 스펙트럼

F형

7,500-6,000

390-480(파랑)

수소와 이온화된 칼슘 스펙트럼

G형

6,000-5,000

390-480(노랑)

약한 수소 스펙트럼과 이온화된 칼슘 스펙트럼

K형

5,000-3,500

580-830(빨강)

강한 금속 스펙트럼과 약한 분자 스펙트럼

M형

<3,500

>830(적외선)

강한 분자 스펙트럼

OBAFGKM는 순전히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분류한 것이다.

따라서 O형 별에 가까울수록 스펙트럼선이 뚜렷하고 단순한 반면, M형 스펙트럼은 매우 복잡한 형태를 보인다. 또한 O형 별에 가까울수록 짧은 파장의 빛(푸른 색)이 많고, M형에 가까울수록 긴 파장의 빛(붉은 색)이 많아진다. 이것은 결국 별의 온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온도가 높은 별에는 분자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온도가 높으면 모든 분자는 분해되어 원자 상태로 될 수 밖에 없다. M형 별은 주로 분자들이 내는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온도가 다른 별에 비해서 낮은 것이 분명하다. O형 별이 가장 온도가 높고, M형 별이 가장 온도가 낮은 별이다. 사실 별은 초기에는 수소로 구성되어 있고, 수소가 핵반응을 하여 헬륨이 되기 때문에 O형 별에 수소 스펙트럼선이 매우 약한 것은 예상 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수소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높은 온도로 인하여 수소가 모두 이온화되어 전자가 없기 때문에 스펙트럼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의 밝기와 스펙트럼 유형을 관찰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별의 밝기와 스펙트럼 유형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O형 별이 가장 밝고, M형 별이 가장 어둡다.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덴마크의 천문학자 헤르cm스프룽 Ejnar Hertzsprung(1873-1967)과 미국의 천문학자 러셀 Henry Norris Russel(1877-1957)이었다. 이들은 가로축에 별 유형, 세로축에 별의 밝기를 표시하고 별의 밝기를 로그값으로 표시하였다. 이것은 천문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H-R 표로 알려져 있다.

별들을 H-R 도표에 그려보면 대부분의 별들은 소위 주계열이라고 하는 대각선에 배치하게 된다. 물론 우리 태양도 이 주계열에 속하는 별이다.

왜 별들은 H-R 도표에서 대부분 주계열에 분포하는 것일까?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이 별의 밝기는 별의 온도와 표면적(별의 크기와 무게)에 관계된다. 별의 온도는 스펙트럼선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별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별의 질량과 온도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핵반응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고 핵반응에 참여하는 수소나 헬륨 원자의 수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별의 질량을 측정하는 방법도 나타나게 되어 이러한 가설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주계열에 있지 않는 별들도 있다. 별들을 크게 분류하면 초거성, 밝은 거성, 거성, 준거성, 주계열, 백색왜성 등으로 분류한다.

2. 별의 일생

생명체만이 수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 태어나고 죽는다. 우주에 흩어져 있던 수소 기체가 중력의 영향으로 모여서 뜨거운 불덩어리가 되고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 사라진다. 별의 일생은 별의 질량에 따라 다르다. 태양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별들은 주계열에 속한다. 주계열에 속하는 별도 큰 것에서 작은 것 다양하다. 별의 크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나누는데 여기서 크기라는 말은 질량이라는 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모든 별은 거의 수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큰 별은 대체로 질량도 크기 때문이다. 아주 큰 별은 태양의 100배에 이르기도 하고, 반면에 작은 것은 태양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주계열을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거성인 경우에는 태양 질량의 1000배에 달하는 것도 있고, 백색왜성은 태양 질량의 약 1/100 정도인 것도 있다.

주계열에 속하는 별들은 별의 스펙트럼 유형, 광도, 그리고 별의 질량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다. 얼핏 생각하면 질량이 크면 탈 수 있는 물질이 많으므로 더 오래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질량이 크면 불이 더 활발히 타기 때문에 더 빨리 타 없어지게 된다.

주계열에 속하는 태양은 그 수병이 약 100억년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태양의 30배 정도인 별은 태양보다 대략 30배 많은 수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광도는 태양의 약 300,000배에 달한다. 그것은 이 별이 내뿜는 에너지의 양이 태양의 300,000배가 된다는 말이다. 탈 수 있는 수소의 양은 30배인데 내뿜는 에너지의 양이 300,000배이니 그 수명은 300,000/30 즉 만분의 1인 백만 년 정도가 될 것이다. 우주적 시간으로 본다면 백만 년은 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별은 잠시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별들은 은하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그 수명이 다하게 된다.

별이 죽는다는 것이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이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없어지는 것과 같이 별이 죽는다는 것도 별을 이루는 물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구나 달도 스스로 빛은 내지 못하니 죽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은 어떻게 태어나서 죽게 되는 것일까? 별의 일생을 알아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자.

원시별

별은 우주에 흩어져 있는 기체(거의가 수소와 헬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우주에는 이러한 기체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존재한다. 이 기체 덩어리의 크기는 질량 단위로 볼 때 대부분 태양 질량의 수천 배가 된다. 따라서 이 기체 덩어리가 한 덩어리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덩어리로 모여서 여러 개의 별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의 별을 관찰하면 별들이 집단으로 무리지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것은 큰 기체 덩어리가 여러 개의 별로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체 덩어리들이 어떻게 여러 개의 별로 진화하는가에 대한 물리적인 메커니즘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아무튼 기체들이 중력의 끌림을 받아 모이게 되면 서로 거리가 가까워지고 속력이 빨라지게 된다. 기체의 속력이 빨라진다는 것을 열역학적으로 말하면 온도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물론 중력의 영향으로 오래 동안 끌려온 중심 부분이 더 온도가 높게 된다. 이렇게 온도가 높아지면 점차 중력에 의한 끌림이 온도가 높아짐에 의한 분자운동에 의한 압력으로 방해를 받게 된다. 그리고 바깥쪽에서도 계속적으로 기체가 끌려와서 그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심에서 발생한 열이 밖으로 도망을 가기 어려워진다. 내부의 열이 도망을 가지 못하므로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침내 내부의 압력이 중력에 의한 수축을 상당히 방해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내부의 열에 의한 압력으로 중력적인 수축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이 상태를 원시별(protostar)라고 한다. 원시별의 중심은 매우 온도가 높아서 별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수소 핵융합이 일어날 정도의 온도는 아니다.

별의 탄생

기체가 모여 원시별이 되고 이것이 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의 온도가 수소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인 1000만도에 도달해야 한다.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별 자체에 의해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서 발생한 에너지인데 반하여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되면 자체 물질에 의해서 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정한 별이라고 할 수 있다. 핵융합이 시작하게 되면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로 인하여 원시별에서 지속되어 온 중력에 의한 별의 수축이 마침내 멈추게 된다. 다시 말하면 별이 안정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중력에 의해서 수축하려는 경향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한 압력이 서로 맞먹는 상태를 중력적 평형상태라고 한다. 우리의 별인 태양은 이 중력적 평형상태에 있는 별이다.

원시별의 초기에는 비록 내부의 온도는 어느 정도 높지만 표면 온도가 매우 낮다. 그러나 표면적이 매우 크기 때문에 광도는 별이 된 후 보다 100배 정도 더 높다. 별도 아닌 것이 별보다 더 밝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광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잃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급격한 에너지 방출로 인하여 중력에 의한 수축이 급격히 일어나게 된다. 중력에 의한 수축으로 표면 온도가 약간 상승하기는 하나 표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광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계속하여 중심부의 온도가 상승하여 수 100만도 정도에 이르면 더디어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게 된다. 수소 핵융합이 일어난다고 하여 금방 수축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수축 속도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아직 수축은 계속된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에 비록 수축은 진행되지만 내부 핵융합으로 인한 에너지 방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 후 약 1000만년 동안 광도는 약간씩 증가한다. 이렇게 하여 점차 내부 에너지 생성율이 증가하여 마침내 중력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축이 일어나지 않고 수소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 생성과 복사 방출이 평형을 이루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이제 진정한 별이라고 할 수 있는 주계열에 속하는 별이 된다. 이러한 상태가 수천만 년 계속된다.

원시별에서 주계열 별이 되는 기간은 별의 질량에 따라 다르다. 태양과 같은 정도의 질량을 갖은 별은 여기까지 오는데 약 5천만 년 정도 걸린다. 질량이 큰 별은 백만 년보다 짧은 시간이 걸리며 아주 큰 별은 5만년 정도 걸리는 것도 있다. 태양보다 질량이 작은 별은 그 반대로 주계열 별이 되기까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보통 1억 5천만 년 이상 걸린다.

별의 흥망성쇠

원시별이 주계열에 들어오고 난 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중심부의 수소가 다 소진되고 나면 중심부는 다시 중력에 의한 수축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시점에서 별의 표면적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그것은 별의 중심부의 수소는 다 소진이 되어 모두 헬륨으로 변했지만 아직 바깥에는 수소로 둘러싸여 있고 이 바깥 부분이 수소 핵융합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심핵은 중력에 의한 수축을 하고 외부는 수소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로 팽창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깥 부분의 수소 핵융합에 의해서 생긴 헬륨은 아래로 떨어져서 헬륨으로 된 핵에 합쳐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별은 팽창하여 그 밝기가 급격히 증가하여 준거성이 된다. 이렇게 하여 바깥 쪽은 지속적으로 팽창을 하여 마침내 적색거성에 이르게 된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은 적색 거성이 되기까지 약 10억년이 걸린다. 적색 거성이 되면 그 지름이 약 100배가 증가하게 된다. 적색 거성이 되기까지 별은 엄청난 양의 물질을 주위로 뿜어내어 질량이 많이 감소하게 된다.

핵을 구성하고 있는 헬륨이 중력에 의해서 수축을 하게 되면 중력의 퍼텐셜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전환되어 다시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핵에 있는 헬륨이 융합하기 위해서는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온도보다 훨씬 높은 1000만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태양보다 질량이 작은 별들은 이 정도의 온도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여기가 별의 마지막이 된다. 질량이 아주 작은 별은 중심에 헬륨 핵을 가진 백색왜성이 되어 일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태양 정도인 별은 헬륨이 반응을 할 수 있는 온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중심에 있는 헬륨이 반응을 하게 된다. 헬륨이 핵융합을 하면 탄소가 된다. 헬륨 3개가 융합하여 탄소가 된다. 이렇게 되면 중심부는 헬륨의 핵융합 반응을 하여 탄소가 쌓이고 그 반응으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다시 팽창을 하여 다시 적색거성이 되게 된다. 이 두 번째 적색거성은 첫 번째 적색거성과는 다르다. 첫 번째 적색거성은 중심에 헬륨으로 된 핵과 바깥쪽에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는 층으로 되어 있으나, 두 번째 적색거성은 중심에 핵반응을 하지 않는 탄소로 된 핵과 중간에 헬륨 핵융합을 하는 층과 바깥에 수소 핵융합을 하는 2중핵반응 층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은 적색거성의 마지막 단계에 소위 헬륨 섬광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중심에 있는 헬륨이 중력에 의한 수축으로 헬륨 핵반응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발출되게 되기 때문이다. 헬륨 섬광이 일어나고 난 후에는 질량과 에너지를 급격히 소진하게 된다. 헬륨 섬광이 나타난 후에는 별의 중심에는 탄소만 남게 된다. 이러한 별을 탄소별 carbon star라고 부른다. 탄소성은 바깥쪽에 있는 물질이 팽창으로 하여 소위 행성상 성운 planetary nebula를 만들고 백색왜성이 되면서 별의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백색왜성은 별의 마지막 단계이다. 질량이 아주 작은 별은 중심에 헬륨으로 된 백색왜성이 되고 태양 정도인 질량을 가진 별은 중심이 탄소로 된 백색왜성으로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은 탄소가 생성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핵반응이 더 진행된다. 탄소가 반응하여 질소가 생기고 다시 산소가 만들어지며 이러한 반응이 연쇄적으로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철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질량이 큰 별의 마지막 단계에는 여러 층의 구각이 만들어지는데 그 가장 안쪽은 철, 그 바깥은 실리콘, 마그네슘, 네온, 산소, 탄소, 헬륨, 수소로 된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지게 된다.

별의 중심에서 원소가 만들어지는 가장 마지막 단계가 철이다. 왜 철이 마지막 단계인가? 그것은 원자를 이루는 핵의 특성 때문이다. 핵반응에서 작은 핵이 융합되어 큰 핵이 되면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융합반응을 하여 에너지가 발생하는 마지막 단계의 원소가 철이다. 철보다 더 큰 원소인 경우에는 융합할 때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할 때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자폭탄은 우라늄 원자가 핵분열을 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철보다 가벼운 원소는 융합할 때 에너지가 발생하고 철보다 큰 원소는 분열할 때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철은 융합해도 열을 내놓지 못하고 분열해도 열을 내놓지 못하는 아주 특별한 원소이다. 따라서 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최종 단계가 바로 철이다. 이렇게 보면 별이란 원소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원소는 결국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지구를 이루고 있는 원소는 물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도 결국은 질량이 매우 큰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초신성: 천상의 손님별

지상의 만물은 생성 소멸을 하고, 변화무쌍하나 하늘은 규칙적이고 언제가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천상과 지상의 현상은 전혀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하늘을 관측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믿음에 반하는 여러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가장 첫 번째 것이 행성의 운동이고, 그 다음은 별똥별이나 꼬리별과 같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은 하늘의 완전성을 믿던 사람들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하늘에 갑자기 어떤 별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신의 계시로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초신성은 별이 일생을 마치고 마지막 장엄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질량이 큰 별들은 이러한 여러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거친 후에 적색거성이 되는 것은 질량이 작은 별과 유사하다. 그런데 질량이 작은 별은 적색거성에서 에너지를 쏟아낸 후에 백색왜성이 되어 수명을 다하지만 질량이 큰 별은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되어 일생을 마감하기 전에 대단한 폭발을 일으킨다. 이 폭발로 생기는 것이 소위 초신성이다. 질량이 큰 별은 초신성이 된 후에 다시 백색왜성이 되거나 중성자성이 되거나 아니면 블랙홀이 되면서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질량이 1.4M(태양 질량의 1,4배)인 별은 자체 무게 때문에 중력에 의한 수축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폭발을 하게 된다. 이 한계 질량을 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부르는 데 이것은 인도의 천문학자 찬드라세카르 Subrahmanyan Chandrasekhar(1910-1995)가 백색왜성이 얼마나 질량이 클 수 있을까를 계산하였는데 이 이상의 질량이 되면 폭발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렇게 폭발을 일으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갑자기 내게 되는데 이것이 초신성 supernova이다. 이 별은 갑자기 나타나서 잠시 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손님별이라는 의미로 객성이라고 불렀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초신성은 1006년, 1054년, 1572년, 그리고 1604년에 나타난 것뿐이다. 1006년에 나타난 초신성은 금성보다 200배나 밝았고, 1572년에 카시오페이아자리에 나타난 것은 대낮에도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밤에 그림자를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이 초신성들은 모두 우리 은하인 은하수 은하 내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다른 은하에서 생기는 초신성은 지금도 많이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멀기 때문에 대부분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고, 아주 드물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들도 관찰된다.

초신성이 내뿜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계산한 바에 의하면 초신성 한 개가 단위 시간에 내뿜는 에너지는 별 100억 개가 내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것은 보통 크기의 은하 전체의 별들이 내는 에너지와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 만약 이러한 초신성이 우리로부터 수십 광년 이내에서 생긴다고 해도 우리 지구는 그 열기에 모두 타버릴 정도일 것이다. 다행히 수만 광년 또는 그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1604년에 나타난 초신성은 낮에도 볼 수 있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만 16만9천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지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였다.

초신성에는 스펙트럼 유형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한다. I형 초신성은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 초신성이고, II형 초신성은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는 초신성이다. 초신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그 하나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질량이 매우 큰 별이 핵융합을 다 한 후에 자기 자신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여 폭발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그보다 질량이 작아서 백색왜성이 된 후에 주위에 있는 별의 기체를 빨아들여서 질량이 증가하여 폭발하는 경우이다. 백색왜성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초신성은 I형 초신성에 해당하며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다. 반면, 무거운 별이 폭발하여 만들어진 초신성에는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는 초신성은 무조건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 초신성 중에도 수소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백색왜성에서 만들어진 초신성을 Ia형 초신성이라 하고,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졌으나 수소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 초신성을 Ib형 초신성이라 한다. 무거운 별이면서 수소 스펙트럼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별이 핵융합을 하면서 중심의 열기에 의해서 별 가장자리에 있던 수소 기체들이 다 날아가 버렸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진 초신성인지, 백색왜성에서 만들어진 초신성인지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은 별의 밝기가 변하는 유형을 보는 방법이다. 백색왜성으로부터 만들어진 초신성은 밝기가 급속히 떨어지다가 아주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는 반면,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진 초신성은 밝기의 변화가 일정하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면 장래에 가까운 곳에서 초신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물론 태양이다. 태양이 초신성이 될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태양은 그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지 않아도 쌍성을 이루고 있으면 마지막 단계에서 옆에 있는 다른 별의 질량을 흡수하여 초신성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태양은 쌍성도 없다 따라서 태양은 겨우 탄소로 된 백색왜성으로 그 일생을 마감할 것이다. 태양계 밖에 가장 가까운 별은 4.3광년 떨어진 알파켄타우루스이다. 그런데 이 별의 질량은 태양보다 작기 때문에 초신성이 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지구가 초신성 폭발에 의해서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초신성보다는 좀 약산 신성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별 자체가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백생왜성이 주위에 있는 별의 수소 기체를 빨아들여서 이 수소기체가 폭발을 일으켜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신성이 태양 100억 개에 해당하는 밝기라면, 신성은 태양 10만 개 정도가 내는 밝기와 맞먹는다. 신성은 비록 초신성에 비할 바는 아니나 하나의 별이 보통 별 10만 개가 내는 에너지를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초신성은 이 우주와 우주의 생명을 창조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만약 초신성이 없었다면 이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만 존재하고, 그 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모두 별 중심부 깊숙이 갖혀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구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면 생명체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수소와 헬륨만으로 어떻게 우리 몸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이 우주에 다양한 원소들이 산재하게 된 것은 초신성의 폭발로 별 중심부에 있던 원소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졌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별의 중심부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원소는 철까지이다. 그런데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초신성 폭발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하여 초신성은 이 원소들을 만들고, 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퍼트리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 우주에는 계속 초신성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로 인하여 우주에 원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별의 사망(백색왜성, 중성자성, 블랙홀)

무거운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고 나면 백생왜성이 되거나 중성자성이 된다. 중심핵의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는 질량이면 중심핵은 중성자성이 되고 그 한계를 넘지 않으면 백색왜성으로 남는다. 그리고 중성자성 중에서 질량이 더 큰 것은 결국 블랙홀이 된다.

태양 질량의 1.4배가 되지 못하는 별은 모두 백색왜성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백색왜성은 특별한 성질을 갖는다. 질량이 작은 것이 더 부피가 크다는 점이다. 그것은 질량이 큰 별은 그만큼 중력이 더 강하여 중심을 향하여 강하게 압축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고, 원자는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이 핵을 전자가 둘러싸고 있다. 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는 다른 원자가 접근하는 것을 막아준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 보는 물체들이 그러한 부피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원자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들이 다른 원자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다른 원자들이 엄청난 압력으로 민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자들이 이러한 압력에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전자축퇴압력이라고 한다. 이 전자축퇴압력을 넘게 되면 원자핵과 원자핵이 서로 만나게 된다. 이러한 별을 중성자성이라고 한다. 이 중성자성이 되기 위한 한계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이다. 이 한계를 넘으면 자체의 중력에 의한 압력이 이 전자축퇴압력을 넘기 때문에 별의 중심이 압축되어 밀도가 매우 높은 중성자성이 된다.

중성자성의 밀도는 매우 높아서, 만약 태양이 중성자성으로 된다면 그 직경이 겨우 10km 정도 밖에는 안된다. 중성자성은 전자들이 없고 중성자만으로 된 핵이다. 마치 큰 중성자 덩어리와 같다. 중성자성은 그 표면의 중력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소위 중력에 의한 적색편의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파장의 약 30% 정도로 스펙트럼이 적색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산 정도가 중성자성이 된다면 그 그기는 바늘 정도가 될 것이고, 이 작은 바늘을 여러 손으로 들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바늘을 놓으면 아마도 지구를 관통하여 지나갈 것이다. 마치 지구를 관통하는 직선 터널을 뚫고 물체를 놓으면 터널 속을 물체가 왕복 진동하듯이 이 중성자 바늘도 그렇게 지구 속을 왔다갔다할 것이다.

학자들은 1930년에 중성자성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을 하였으나 실제로 발견한 것은 1967년 당시 24세로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생이었던 벨 Jocelyn Bell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는 그해 10월 달에 전파 망원경으로 맥동성을 연구하는 중이었는데 매우 규칙적이고 매우 빨리 깜빡이는 별을 발견하였다. 그 주기는 정확히 0.033초 간격이었는데, 천체에서 내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간격이 짧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천체는 대부분 그 크기가 엄청난데 그렇게 큰 물체가 이렇게 빠른 진동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신호는 외계인이 보내는 전파로 생각하였으며, 깜빡이는 전파라는 의미의 펄사 pulsar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펄사의 정체는 금방 밝혀졌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중성자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중성자성은 왜 이렇게 빠른 진동을 하게 되는가? 그것은 각운동량 보존 때문이다. 중성자성이 되기 전에 이 별은 부피가 매우 큰 별이었으며 아마도 천천히 회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별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그 회전이 점점 빨라진다.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에 천천히 도는 큰 물체도 움츠러들면 그 회전속도가 빨라진다. 중성자성은 그 부피가 매우 작기 때문에 그 회전도 매우 빠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중성자성이 그렇게 규칙적이고 빠른 신호를 방출하는 이유이다. 중성자성이 전파를 내보내는 까닭은 중성자성 주위에 매우 강한 자기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중성자성이 회전을 하면 주위에 자기장을 교란시키고 이 교란이 전파를 발생하게 된다.

중성자성의 회전 속도는 원래의 별이 어떤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는가에 관계된다. 어떤 중성자성의 회전주기는 1초에 625회인 것도 발견되었는가 하면 어떤 것은 98일이나 되는 것도 있다.

중력에 의한 압력이 전자축퇴 압력을 넘으면 중성자성이 되는데, 만약 중력이 더 세면 어떻게 되겠는가? 중성자성은 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접촉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압력이 더욱 증가하면 이 개개의 중성자들이 서로 축퇴되어 한 덩어리로 뭉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중성자가 서로 합쳐지게 되는 한계 압력을 중성자축퇴압력이라고 한다. 중성자성이 될 수 있는 질량 한계는 약 태양 질량의 3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중성자성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3배 이상이 되면 중성자성으로 존재할 수 없고,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미국의 물리학자 휠러 John Archibald Wheeler(1911-)가 붙인 이름이다.

블랙홀은 이 우주에서 가장 특이한 존재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블랙홀이라는 말은 검은 구멍이라는 뜻인데, 검은 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이 블랙홀도 빛을 내보내지 않는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도 중력장에 의해서 휘어지게 된다. 물론 그 휘어지는 정도가 너무나 작기 때문에 중력장이 아주 크기 않으면 그 휘어지는 것을 감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성자성과 같이 강력한 중력장을 만드는 별 근처에서는 빛이 상당히 휘어지게 된다. 그런데 블랙홀에는 빛이 휘어지는 정도가 심해서 빛이 블랙홀에서 절대로 탈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홀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다. 블랙홀은 가시광선만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전파, x선 등 모든 전파를 탈출할 수 없게 한다. 빛뿐만이 아니다. 빛이 탈출할 수 없는데 보통의 물질이 탈출할 수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블랙홀에서 일정한 거리를 반경으로 하는 소위 사건 지평선이라는 경계가 있는데 이 경계 안에 들어가는 어떤 것도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홀은 빛을 포함하여 주위를 지나가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삼키기 때문에 참으로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블랙홀이 계속적으로 에너지를 삼키고 삼킨 에너지를 내놓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이 괴물과 같은 존재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블랙홀에 대해서는 어떤 신비감과 더불어 두려움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블랙홀에 대한 물리적인 성질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그 신비가 다 밝혀지지는 못하였다. 최근에 들어와서 영국의 물리학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1942-)은 블랙홀이 에너지를 방출하여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하였고 지금은 이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랙홀은 아주 완전히 검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되면 블랙홀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홀은 무서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3. 놀라운 별

지금까지 우리는 별이 어떻게 생겨나서 일생을 보내는지 알아보았다. 작은 점으로 보이는 별은 모두 태양과 같은 엄청나게 크고 뜨거운 불덩어리이다. 그리고 별은 옛날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멀리 있다. 별이 그냥 밝게 빛을 내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원소를 만들어내고 있는 공장이라는 것도 알았다. 우주에 퍼져 있던 기체가 모여서 별이 되고 이 별은 우리에게 필요한 온갖 원소를 만들고 난 뒤에 폭발하여 이 원소들을 우주에 퍼트린다.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 밭에 씨를 부리듯이 원소를 우주에 뿌리고, 이 원소들이 모여서 지구가 생겨나고, 여기에 생명이 탄생하여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세상 만물이 다 저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과학은 그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별이 그냥 반짝이는 물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우주의 생명을 창조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뿐이 아니다. 나의 몸을 이루고 있는 이 원소들도 언젠가는 저와 같은 별의 일부가 되어 다시 우주의 어디엔가에 가게 될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이 천년만년 정도의 시간이 아니라 몇 억년의 시간이기는 하지만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 멀리 있는 별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나의 육체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결국 저 반짝이는 별에서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나의 몸을 이루는 것들이 언젠가는 다시 저 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과 자연, 나와 이 우주 모두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보면 나라는 존재는 곧 이 우주이며, 단지 2미터도 안되는 키에 100년도 못사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장구한 세월의 유산이며 앞으로 영원한 세월 동안 이 우주에 존재하게 되는 참으로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주여행

1.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를 영어로 universe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전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우주란 이 세상의 전부이다. 그런데 이 우주에 대한 생각은 과학이 발달하면서 매우 많이 변해 왔다. 천동설을 믿던 당시에는 우주란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이 같은 천구에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별은 태양과는 전혀 다르며 단지 빛을 내는 작은 점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관측기술이 발달하면서 거리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별까지의 거리가 엄청나게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주가 유한한 것이 아니라 무한하며 무한한 공간에 무한히 많은 별들이 분포되어 있다고 믿었다. 이 우주는 공간적으로 무한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무한히 먼 과거에서 무한히 먼 미래에까지 지속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우주는 영원불변이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영원히 계속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믿은 아주 최근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의 믿음이었다. 그 한 예로 아인슈타인조차도 우주를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다.

최근에 들어와 이 우주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 유한한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사건을 시점으로 생겨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주는 무한한 것도 아니고 영원한 과거에서부터 존재했던 것도 아니다. 우주는 나이도 있고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은 물론 우주의 거의 전부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계에 속한 작은 행성이며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여러 행성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태양이 우주를 밝혀주는 존재이며,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에 그나마 위안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별을 관찰하면서 태양은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이 우주는 수많은 별들의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별의 집단인 은하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은하가 우주의 전부이며 비록 태양과 같은 별이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태양이 이 우주의 중심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은하의 별 분포를 조사하면서 태양은 이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의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 우주를 알면 알수록 인간의 존재는 점점 왜소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놀란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그 놀라움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하늘에 별이 대단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많다”의 많은 정도가 천문학자들이 “많다”고 할 때의 많은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우주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크다”라는 의미가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크다고 할 때의 “크다”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감동은 진실을 제대로 알 때 가능하게 된다.

한 가지 가상적인 예를 들어보자. 100미터 거리에 개미만한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본다면 그렇게 놀랄 필요가 없다. 100미터 거리에서 개미만 하게 보이는 물체라면 실제로는 그 크기가 수십 미터 정도인 물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킬로미터 밖에 개미만 하게 보이는 물체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물체의 실제 크기는 수십 킬로미터는 될 것이며, 그것이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비행기만큼 빨리 움직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크기가 수 킬로미터나 되고 빠르기가 비행기 정도인 물체가 나타났다면 그것은 분명히 비상사태를 선포할 일이다.

망원경을 통하여 저 멀리 있는 은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 멀리 있는 어떤 별을 천문학자가 발견했다고 하자. 그 별을 일반인들이 본다면 그냥 희미한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그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고, 그 별의 밝기가 저 정도이면 그 별은 태양과 같은 별 약 1000억 개에 맞먹는 밝기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의 밝기가 수 시간의 주기로 변한다. 그렇다면 그것의 크기는 빛으로 수 시간 갈 수 있는 크기보다 작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크기가 수 광 시간(태양계 정도)인 것이 수십만 광년 크기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천억 개나 되는 별들이 쏟아내는 에너지를 쏟아낸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별이라면 너무 크고 그렇다고 은하도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지구 근처, 아니 근처가 아니라 100광년이나 되는 거리에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그 열기에 타버렸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그 작은 점을 보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놀라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보는 모습은 그냥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면서도 놀라움이 없다.

천문학자들이 은하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도 대단하였을 것이다. 만약 천문학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멀리 있는 은하를 본다면 그냥 작은 희미한 점으로 보이거나 자세히 정성들여 보면 작은 꼬리 같은 것이 휘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보고 그렇게 놀랄 일이 무엇일까?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놀라워한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그것이 그냥 멀리 있는 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한 결과, 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거리를 보면 그것은 우리 은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에 있는 별의 집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은하와 같은 크기의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은 모습이 약 1000억 개나 되는 별이 모여 있는 것이라는 알게 되었을 때 그 놀라움은 어떠했을까?

이제 우리는 태양계를 벗어나 광활한 우주를 가면서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놀라워했던 이야기들을 듣고 우리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 놀라움의 근처에 접근해 보도록 하자. 지금부터 우리의 여행에서 발견하는 놀라움은 지구나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발견하였던 놀라움과는 그 규모와 모양이 전혀 다를 것이다.

2. 은하수 은하: 우리 우주

옛날 사람들은 이 우주는 별들이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별들이 골고루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별들이 무리지어 있으며, 우리는 그 별무리들 중의 하나에 속한다. 이 별무리를 은하하고 부르며,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가 있다. 말이 별무리이지 별의 수가 1000억 개 정도인 어마어마한 별의 집단이 은하이다. 은하는 가히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이 속해 있는 이 작은 우주인 은하를 은하수 은하 Milky Way Galaxy라고 부른다.

맑은 날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무수한 별들이 보인다. 그리고 하늘을 가로질러 은하수가 보인다. 나라마다 은하수에 대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 사람에게는 이지스 신이 뿌린 밀가루로, 잉카 인에게는 황금빛 별 먼지로, 에스키모 인에게는 하늘에 있는 하얀 눈으로, 폴리네시아 사람들에게는 구름을 먹는 상어로 보였으며, 이슬람교도들이나 기독교인들에게는 자기들의 성지로 가는 길로 보였다. 동양에서는 은하수를 하늘의 강으로 보았으며,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서양에서는 제우스신의 부인 헤라 여신이 아이에게 먹이다가 흘린 젖이 흘러서 되었다고 하여 우유 강이라는 이름의 milky way라고 불렀다. 영어의 Galaxy라는 말의 어원도 그리스어의 흰 젓이라는 뜻의 “galactos”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은하수는 강도, 우유도, 구름도 아니고 별들의 집합일 뿐이다.

은하수가 별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원자를 처음 주장한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Democritos(B.C. 470-380)였다고 한다. 그것은 정말로 데모크리토스다운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데모크리토스는 연속적으로 보이는 물질도 보이지 않는 원자라는 알갱이라고 주장하였는데, 뿌옇게 보이는 은하수를 별들의 집합이라고 보는 것은 어쩌면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로 입증한 사람은 갈릴레이였다. 그는 1609년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관찰하여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은하수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이 사방으로 골고루 퍼져 있지 않고 한 평면에 더 많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종이 위에 점을 드문드문 찍어 놓고 그 점들을 종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점이 드문드문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종이를 눈높이에 올려놓고 옆에서 비스듬히 보면 점들이 다닥다닥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현재는 은하수 은하는 타원판과 같이 생겼고, 장축이 10만 광년이고 약 1000억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은하계 밖에 있다면 은하의 모습을 망원경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은하의 속에 있기 때문에 은하의 전체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우리가 은하라는 큰 별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어려웠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별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별의 집단 속에서 그 별의 집단이 어떤 분포를 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별 집단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별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기 때문에 지구의 공전에 의한 연주시차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 별은 극소수의 가까운 별들뿐이고 거의 모든 별이 이 방법으로는 알아내기 어렵게 멀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의 집요한 연구로 현재는 우리 은하의 모습이 비교적 믿을만하게 밝혀졌다.

은하수 은하의 모양이 공 모양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1750년 영국의 천문학자 토머스 라이트 Thomas Wright(1711-1786)였다. 그러나 그는 예날 천동설을 주장하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딱딱한 고체 물질로 되어 있고, 별들은 그 고체 물질이 뜨거운 물질을 분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초신성은 지구에서 화산이 폭발하듯이 고체인 하늘에서 생기는 화산으로 생각하였으며 꼬리별은 화산에서 뿜어져 날아가는 파편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실제 관측을 통하여 은하수 은하의 구조를 밝힌 사람은 천왕성을 발견하여 무명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에서 일약 유명한 천문학자가 되고 작위까지 받게 된 영국의 윌리엄 허셸 William herschel(1738-1822)경이었다. 우리가 은하 밖에서 은하를 본다면 은하의 모습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우리가 수많은 별들로 된 은하 속에서 은하의 모습을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은하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에서 별이 어떻게 분포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별은 3차원 분포를 하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가 하늘을 볼 때 보이는 모습은 2차원적이다. 각 별까지의 거리를 안다면 별의 3차원적 분포를 추리해낼 수 있겠지만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별을 관측하여 별의 공간적 분포를 알아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공 모양으로 생긴 우주의 중심에 있고, 그 속에 별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면 우리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별의 분포, 다시 말하면 별의 밀도가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은하가 대칭성을 갖은 공모양이 아니라면 우리가 보는 방향에 따라서 별의 밀도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것도 물론 우주가 유한하다는 가정이 성립할 때이다. 이 논리를 거꾸로 하면, 우리에게 보이는 별의 밀도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면 우주는 유한하며 우주가 둥근 공모양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허셀은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하늘을 68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망원경으로 각 구역에 있는 별의 수를 헤아렸다. 조사한 결과 어디서나 은하수 쪽으로 가면 갈수록 별의 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1785년 허셸은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 은하는 공모양이 아니고 장축이 단축의 약 6배인 가운데가 불룩한 타원모양이며 별이 약 8억 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은하의 장축이 태양과 시리우스 간의 거리의 약 800배라고 주장하였다. 그 당시에는 태양과 시리우스 간의 거리를 알지 못했지만 현재의 자료로 계산한다면 장축이 8000광년, 단축이 1500광년으로 계산이 된다. 그런데 현재는 우리 은하는 장축이 10만 광년, 단축이 3000광년이며 약 2000억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약 한 세기가 지난 1900년대 초에 독일의 천문학자 캅테인 Jacobus Kapteyn(1851-1922)은 보다 정밀한 방법으로 구역 별 별의 밀도를 측정하였다. 그런데 그는 성간 물질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태양의 위치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태양은 우주의 중심에서 2000광년 이내의 위치에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동설의 등장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인간 중심의 우주관에 대한 상처였다면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은 그래도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캅테인이 죽은 직후 미국의 천문학자 세플리 Harlow Shapley(1885-1972)는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에서 약 45000광년(실제로는 28000광년으로 밝혀졌음) 떨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인간 중심 우주에 대한 또 한 번의 충격을 가져다 준 셈이다. 이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은 물론 우리의 별인 태양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세플리의 주장 중에서 잘못된 것도 있었다. 그것은 그는 성운들이 우리 은하에 속한다고 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커티스 Heber Doust Curtis(1872-1942)의 반박에 부딪치게 되어 천문학 역사상 매우 유명한 논쟁이 되었다. 세플리는 우리 은하가 전체의 우주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관측되는 많은 성운들은 우리 은하에 속한다며 은하수가 우주의 전부라고 주장한 반면, 커티스는 성운들은 우리 은하에 속하지 않으며 우리 은하는 수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소위 1920년에 이루어진 “대논쟁”이었다. 이 논쟁에 대한 판결은 결국 별이나 은하까지의 거리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만약 성운이 우리 은하에 속한다면 성운까지의 거리와 별까지의 거리가 비슷한 스케일이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성운은 관측되는 별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논쟁은 결국 1924년 허블 Edwin Powell Hubble(1889-1953)이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우주에서 거리 측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비교적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는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거리 측정법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아주 가까운 몇 개의 별에만 적용이 되고 더 먼 별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별의 밝기를 이용하는데 이것은 소위 주계열 별들의 밝기가 별의 온도, 별의 스펙트럼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별의 절대 밝기를 이론적으로 알면 별의 겉보기 밝기로부터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에만 적용된다. 다른 은하에 있는 별들은 너무 멀어서 개개의 별이 분리되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거리를 알아낼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방법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케페이드 변광성이다.

케페이드 변광성은 밝기에 따라 주기가 정해진다. 밝은 별일수록 주기가 길고 어두운 별일수록 주기가 짧으며 그것은 10%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히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페이드 변광성은 별 중에서 무거운 별이며, 여러 겹의 원소 층으로 되어 있어서 중력적인 수축과 핵반응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다. 우리 은하에 속하는 변광성은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기 때문에 밝기 변화의 주기와 별의 광도와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변광성의 밝기와 주기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면 변광 주기를 측정함으로써 별의 절대 밝기를 알 수 있다. 절대 밝기만 알면 관측된 겉보기 밝기로부터 그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페이드 변광성은 우주에서 거리의 이정표가 되는 우주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허블은 안도로메다 성운( 그 당시는 성운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성운이 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모인 은하이다.)에 있는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변광성의 주기로부터 그 별의 실제 밝기를 계산하고 이것을 겉보기 밝기와 비교하여 거리를 계산한 결과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에 있는 어떤 별보다도 엄청나게 멀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발견은 우주론에서 새로운 장을 연 대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은하수는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이 은하수 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우주에 무수히 많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우주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더듬어 보자. 처음에는 지구가 우주에서 가장 크고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지구 둘레를 천구가 돌고 천구에 작은 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며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도는 여러 행성들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탱양은 우주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다시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에서 3만광년이나 떨어진 은하에 있는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아직 은하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는데 이제 은하수는 수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2. 섬 우주: 수많은 우주들

우리가 작은 우주인 은하계에 속하고 은하는 수많은 별의 집단이며, 이러한 은하가 수없이 많이 있다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칸트 Immanuel Kant(1724-1804)이다. 그는 그 당시에는 구름 별(성운)이라고 불리던 천체를 수많은 별의 집단인 은하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우리도 이러한 타원형의 은하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로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이었으나 대단히 획기적인 주장이었으며 현재의 과학적인 결론과 아주 유사한 것으로서 칸트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후 뉴턴의 프린키피아 Principia가 나오기까지 144년이 걸렸는데, 칸트가 우주모형을 제안한 보편적 자연사 Universal Natural History의 출판에서 허벌의 나선 성운 케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기까지는 170년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주의 모습을 인간이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은하들을 처음에는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가 아니라 기체로 되어 있는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보아도 개개의 별들은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관측을 하는 과정에서 신성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신성은 우리 은하 속에서도 많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다른 은하에서도 나타난다.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전에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서 유난히도 많은 신성들이 관측되었다. 물론 이 신성들이 안드로메다 성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의 우리 은하 속에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신성들이 우리 은하 속에서 나타난 것이라면 왜 하필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만 많이 나타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에서 나타나는 신성은 다른 신성들보다 어둡다는 점이다. 왜 안드로메다 성운 방향의 신성들이 그렇게 어둡게 보일까? 이러한 문제는 그 신성들이 안드로메다 성운 속에서 발생한 것이고 안드로메다 성운이 매우 먼 거리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결론이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셰플리와 커티스의 유명한 대논쟁의 핵심이 바로 이 문제였다.

성운이 별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은 다른 관측 결과에서도 나왔다. 성운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나타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주계열 별들은 별의 크기와 온도에 따라서 다른 스펙트럼을 낸다. 고온의 기체가 내는 스펙트럼과 별들이 내는 스펙트럼은 그 특성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간접적으로 성운이 기체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성운이 별들로 되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더 좋은 망원경이 나옴으로써 얻게 되었다. 물론 우주에는 성운이 실재로 존재한다. 그런데 그 전에 성운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은하임이 밝혀진 것이다.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들이 있고, 은하수는 그 많은 은하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각각의 은하는 하나의 작은 우주, 즉 칸트가 말한 대로 섬우주인 셈이다. 과학자들이 우주를 관측하면 할수록 우주는 점점 더 커지고, 우리 인간은 점점 더 왜소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점점 더 왜소해진다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3. 우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인 은하수 은하는 약 2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고, 이 우주는 이러한 은하가 또 그만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우주를 별과 은하들의 집합으로만 보는 것은 우주 전체의 모습에 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있는 별들의 운동을 관찰하였다. 하늘에 있는 별은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항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별들이 정말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엄청난 속력으로 운동하고 있다.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수백년 정도 관찰해도 위치 변화를 알기 어려울 뿐이다.

정밀한 관찰에 의하면 별들이 이동하고 있다. 별들의 움직임은 매우 복잡하지만 대체로 은하의 중심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운동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면 별들의 운동이 중력의 법칙과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들은 태양에 가까울수록 공전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은하는 은하의 질량이 은하의 중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은하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포를 고려하면 별들의 공전 속력은 거리에 비례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정밀한 관찰을 해보면 이러한 가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심에서 아주 가까운 별들은 거리가 증가하면 급격히 공전 속력이 증하지만 약 10000광년 거리를 벗어나면 공전 속력이 증가하지 않고 거의 일정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천문학자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은하의 질량은 우리 은하와 상당히 가까이 있는 작은 은하의 운동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관찰에 의해서 추정되는 은하의 총 질량은 우리 은하에 있는 2000억 개나 되는 별의 질량의 10배나 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 은하에 속하는 별이 약 2000억 개인데 이 은하 속에는 이 별들보다 10배나 더 많은 볼 수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러한 사실은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과학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우주에 대한 관측 기술이 더욱 정밀해지고, 우리 은하뿐만 아니라 다른 나선형 은하들에 있는 별들의 운동을 관찰해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밖에도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소위 중력렌즈 효과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빛도 중력에 의해서 휘어진다. 별에서 나온 빛이 다른 무거운 별 근처를 지나면 휘어진다. 만약 암흑 물질이 있다면 그 근처를 지나는 빛도 휘어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현상이 관찰되었다. 대기권 밖에 설치한 허블 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분석해 보면 한 별에서 나온 빛이 원형 형태로 퍼져 있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같은 별에서 나온 빛이라는 것은 그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강력한 중력이 존재한다는 매우 확실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물질의 존재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믿고 있으며 그 이름을 암흑물질 dark matter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은하는 은하의 중심 근체에 집중되어 있고 은하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영역에 암흑물질이 분포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암흑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당연히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같은 종류일 가능성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물질일 가능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되어 있는 물질이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라고 해서 보통의 물질이 아니라고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물질이 빛을 내지 않는다면 광학적으로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 지구도 다른 별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우주에는 지구와 같이 빛을 내지 않은 천체도 많고, 천체는 아니라도 기체들도 많다. 물체의 온도가 빛을 낼 정도로 높지 않으면 그것은 암흑물질로 분류되는 것이다. 광학적으로 관찰되지 않아도 중력은 작용하기 때문에 별이나 은하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통 물질로 된 암흑물질을 MACHO(massive compact halo object)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물질로 된 암흑물질을 WIMPs(wee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라고 부른다. WIMPs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MACHO 만으로는 암흑물질의 질량을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이 WIMPs의 후보로 뉴트리노를 지목하였으나 뉴트리노는 거의 광속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은하의 중심에 오래 남아 있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WIMPs는 상호작용이 매우 약해야 하며 전자기파를 전혀 방출하지 않아야 한다.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으로 우주 초기에 이러한 물질이 우리에게 보이는 물질보다 많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실제 이 우주의 질량 대부분(90%이상)이 암흑물질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다.

밤하늘에 있는 무수한 별들을 보고 우주의 광활함에 우리는 놀란다. 그리고 망원경이 점점 발달하면서 맨눈으로 보지 못하던 수많은 별들과 은하들을 보면 우리는 우주의 크기와 그 방대함에 다시 놀란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이제 놀라는 것조차도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대관절 이 우주란 무엇이란 말인가?

4. 빅뱅: 천지창조와 우주의 운명

별들만 운동하는 것이 아니다. 은하들도 운동하고 있다. 은하들의 운동은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알아낸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먼 은하일수록 스펙트럼이 붉은 색 쪽으로 치우침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소위 허블의 법칙이라고 하며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허블에 의하면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계속 멀어진다. 다시 말하면 이 우주는 계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팽창 우주론이라고 한다.

은하의 운동을 관찰해 보면 지구에서 멀수록(여기서 “지구에서 멀수록” 이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태양에서 멀수록” 이라고 해도 곤란하다. 차라리 “은하수에서 멀수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 태양 아니 우리 은하가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팽창하고 있는 풍선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 풍선의 표면에 별들이 분포하고 있다면 풍선이 팽창할 때 풍선이 팽창할 때 모든 별들 사이의 거리가 증가하게 되고, 어느 한 별에서 보면 모두 자기를 중심으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주가 전체적으로 팽창하면 어디에서 보거나 자기를 중심으로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으로부터 자기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과 같이 비록 모든 은하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팽창 우주론은 빅뱅 이론이 밝혀짐으로 인하여 현재는 확실한 우주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면 여기서 빅뱅이란 무엇인지 잠시 알아보자. 빅뱅이란 오랜 옛날에 이 우주는 없었고, 어느 시점(약 150억년 전)에 대 폭발이 일어나면서 우주가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우주가 한 개의 점에 불과하였으나 대 폭발을 통하여 팽창하게 되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별과 은하가 만들어졌으며, 그 팽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천문학자 르메트르Georges Edouard Lemaitre(1984-1966)가 우주가 작은 알 cosmic egg이 대폭발을 일으켜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빅뱅 이론의 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가모브 George Gamow(1904-1968)가 이것을 빅뱅 Big Bang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굳어져서 지금은 빅뱅으로 통하게 되었다. 이 이론은 너무 공상과학 같아서 처음에는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빅뱅은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이 사실이라면 불가피한 결론이다. 현재의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미래의 우주는 지금보다 더 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거꾸로 해보면 과거에는 우주가 작았을 것이고 계속 과거로 돌아가 본다면 언젠가는 한 점과 같이 작은 우주였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초기의 대폭발은 불가피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럴 듯하지만 우주를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 듯 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그럴 듯해도 증거가 없으면 과학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보브가 그냥 빅뱅이라는 이름만 붙인 것은 아니다. 가모브는 빅뱅이 있었다면 그 증거로 우주의 모든 곳에서 동일한 마이크로파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것이 소위 우주의 배경복사라고 하는 전파이다. 만약 이 마이크로파가 관측되면 빅뱅의 증거를 찾는 셈이다. 1964년 미국의 물리학자 윌슨 Robert Woodrow Wilson(1936-)과 독일계 미국 물리학자 펜지아스 Arno Allan Penzias(1933-)가 우주의 배경복사파을 관측하였다. 이것으로 빅뱅은 하나의 공상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우주의 배경복사란 무엇인가? 빅뱅이 있었다면 초기에는 우주가 엄청나게 뜨거운 작은 덩어리였을 것이다. 이것이 팽창을 하면 점점 식을 것이다. 이것을 소위 단열팽창이라는 것으로서 열역학의 기본 법칙이다. 냉장고나 에어컨이 바로 단열팽창을 할 때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만약 현재 우주의 크기를 알고 전체의 에너지를 안다면 현재 우주의 평균 온도를 알 수 있다. 우주의 온도가 존재한다면 그 온도에 해당하는 복사파인 전파를 발생해야 한다.

윌슨과 펜지아스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하여 먼 은하에서 나오는 전파를 찾는 중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전파가 감지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전파망원경의 전자 장치에서 나오는 전자소음으로 생각하였으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정체를 몰라서 고심하던 중 그것이 바로 우주의 배경복사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은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고 빅뱅이 사실임을 밝힌 결정적 공헌을 하게 된 것이다.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으로 지금은 우주 초기의 모습에 대한 상당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현재의 물리학적인 지식을 사용하여 우주 탄생 후 10-43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10-43초가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짐작이나 가는가? 카메라 셔트의 속력이 아무리 빨라야 10-5초를 넘지 못한다. 10-43초라는 것은 찰라보다 더 짧은 시간인 것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10-43초가 되면 소립자들이 만들어진다. 그 전에는 입자도 없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양자역학적인 한계이기 때문이다. 빅뱅 후 3분이 지나서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50만년이 지나서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10억년이 지나서 비로소 별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우리의 별인 태양은 100억년이 지나서 만들어졌다.

빅뱅은 바로 천지창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빅뱅 이전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어서 빅뱅 이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의 물리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빅뱅 이전은 없다. 없다라니? 무엇이 없단 말인가? 물질이 없다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공간도 없었단 말인가? 또 시간은 어떻다는 말인가? 물리학적인 답은 시간과 공간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질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공간도 없다니!

이것은 상당히 철학적인 논쟁이 된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아는 것은 물질의 변화를 통해서다. 모든 물질이 전혀 변화가 없다면, 물질이 운동도 하지 않고, 상태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도 시간은 존재하는가? 과학적으로는 그러한 경우에는 시간의 존재를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빅뱅 이전에는 물질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존재했는가? 우리가 존재한다고 공상을 할지라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을 과학에서는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간은 존재했는가?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질이 없는 공간이 왜 존재할 수 없느냐고? 이것은 시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보다 좀 어려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길이를 측정해야 한다. 길이는 어떤 면에서 가장 간단한 공간일 수 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길이는 1차원 공간이다. 그런데 길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그것은 공간의 한 점에서 다른 점까지의 거리이다. 이렇게 보면 공간의 점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물질이 없다면 기준을 정할 점을 결정할 수 없다. 점이 없으면 길이를 정의할 수 없다. 길이를 정의할 수 없다면 면적도 정의할 수 없고, 부피도 정의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물질이 없다면 공간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그러한 공간을 공간이라고 이름을 붙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빅뱅은 단지 물질을 창조한 사건일 뿐이 아니고 시간과 공간도 창조한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야말로 천지만물을 창조하는 대 사건이 빅뱅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빅뱅 이전을 생각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의심 많은 인간이 행복해 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빅뱅을 통해서 우주가 탄생했고, 이렇게 탄생한 우주는 계속 팽창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의 운명을 어떻게 될 것인가? 우주가 계속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팽창하다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우리가 돌을 위로 던지면 속력이 점점 느려져서 결국 멈추게 되고 다시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돌을 아주 빠르게 던지면 돌이 지구를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가버린다. 이렇게 던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원히 가버리는 속력을 탈출속력이라고 한다. 지구 표면에서 탈출 속력은 약 11km/s이다.

같은 논리가 우주에도 적용된다. 별들의 속력이 이 우주의 탈출속력을 넘어섰다면 영원히 팽창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팽창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수축을 하게 될 것이다. 팽창속력은 관측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탈출속력은 이론적으로 알아내어야 한다. 탈출속력에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우주의 질량이다. 광학적으로 관찰되는 물질만으로 계산하면 지금의 팽창속력을 탈출속력을 넘고도 남는다. 문제는 암흑물질의 양인데 이 암흑물질의 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략 추정은 가능하다. 이 암흑물질의 양을 감안해도 우주 팽창은 탈출속력을 넘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물질이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재할 수 없다. 그 가능성이 무엇일까?

이 우주에 가장 많은 것이 소위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중입자인 것은 아니다. 입자수로는 광자가 가장 많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중성미자이다. 중성미자는 원래 광자와 같이 질량이 없는 입자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질량이 있다고 믿는다. 중성미자는 매우 가볍지만 그 수가 워낙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전체 질량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우주의 질량에 합친다면 지금의 팽창은 탈출속력을 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우주의 팽창 속력이 점점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가속팽창이라고 부른다. 우주의 가속팽창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력은 인력이기 때문에 팽창하는 속력을 느리게 하면 하였지 빠르게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중력 이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힘은 전기력과 핵력인데, 우주 전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일 것이기 때문에 전기력이 작용하여 팽창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핵력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우주의 팽창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척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미스트리가 아닐 수 없다.

우주의 가속팽창이 사실이고, 이것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된다면, 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여 공간은 점점 더 텅 비어갈 것이고, 암흑만이 이 우주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우주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면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원히 팽창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허무함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것 같다. 이 우주는 인간을 참 여러번 배신한 것 같다. 지구가 중심이라고 안도했었는데 태양이 중심이 되었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안도했었는데, 태양은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별에 불과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은하구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는데, 우리의 은하수는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주가 안정된 상태라면 좋겠는데 우주는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것도 가속 팽창을 하여 우주는 영원히 암흑 속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논의가 참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수백억년 뒤에 다시 수축을 하면 어떻고 계속 팽창을 하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때까지 나의 수백대 자손은 물론이요, 전 인류가 존재할 가능성조차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렇지 않다. 육체적으로는 백년도 살지 못하나 인간의 정신은 영원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체만이 인간의 모든 것이 아니다. 정신은 육체보다 더 소중하며 그 정신의 한계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 우주의 운명에 대해서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