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비싼 이유 - gyeong-yu bissan iyu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운송을 멈췄던 배경에는 화물차 연료인 경유값의 급격한 상승이 있다. 현재 경유값은 리터당 2090.62원(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2022년 6월15일 기준)으로 1년 전(2021년 6월 셋째 주, 1361.33원)보다 729.29원이나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 하면 경유값(월평균 기준)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022년 5월(1964.28원)에 가장 높았고, 이제 리터당 2100원대를 넘보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되는 화물노동자의 특성상 심각한 생계 위협에 내몰려 있다”고 했다.

이번 유가 상승의 특이한 점은 그동안 리터당 200원가량 더 비쌌던 휘발유값마저 제칠 정도로 경유값 상승이 가팔랐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시장의 거래가격을 따르는데, 2022년 초 비슷한 수준에서 출발한 경유값은 휘발유값보다 배럴당 28달러가량 비싸졌다. 6월 셋째 주 기준 경유값은 배럴당 178.38달러, 휘발유값은 150.06달러다.

싱가포르 시장 경유, 두 배 이상 올라

이는 코로나19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22년 들어 감소하면서 2년 동안 참았던 소비 심리가 풀리기 시작했고, 상품을 실어나를 화물차 운행을 더 빈번하게 했다. 여기에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유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고 중동으로 수입처를 돌리면서, 국제시장에서 경유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유럽은 그동안 경유의 6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싱가포르 시장의 경유값은 2021년 같은 기간(6월 셋째 주 79.24달러)과 견줘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정부가 운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것도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비싸진 요인이다. 경유는 원래 국제시장에서 휘발유보다 더 싸지 않은데 국내에선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유값이 더 싸졌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유류세를 30% 정률로 인하하면서 휘발유에 붙었던 세금이 경유 세금보다 더 많이 줄었고, 이것이 가격 역전으로 나타났다.

가격 고공행진으로 서민 경제에도 영향

정유업계는 경유값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장은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 팀장은 “미국이 휴가철을 맞아 8월까지 ‘드라이빙 시즌’에 들어가는 등 수요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재고량은 낮은 수준이어서 현재로선 유가가 떨어질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경유값 상승은 이제 화물차 운전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기름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전력이나 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유가와 연동됐고, 플라스틱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제품이 석유화학에서 나와 거의 모든 물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와인 가격은 2021년 같은 기간과 견줘 20∼30%, 섬유 가격은 30∼40% 오르는 상황”이라고 김승태 이마트 과장은 전했다.

이완 기자

7주째 국내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보다 적고, 경유의 국제적인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48.7원 내린 1,833.2원, 경유는 42.3원 내린 1927.5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7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당시 최대치인 37%로 확대한 이후 국내 휘발유ㆍ경유 가격은 6주 연속 하락했다. 15일 정오 기준으로도 전국 휘발유ㆍ경유의 평균 가격은 각각 L당 1790.06원, 1888.36원으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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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동시에 휘발유-경유 간의 가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주간 단위로는 지난 5월 셋째 주 경유 가격이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이후에는 가격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6월 셋째 주부터 이달 15일까지 거의 10주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둘 간의 가격 차는 6월 셋째 주 1.8원에 불과했지만, 매주 격차를 키워 8월 둘째 주에는 94.3원에 달했다. 15일 기준으로는 98.3원의 차이가 났다. 국내 유가가 가장 비쌌던 6월 다섯째 주 대비 하락 폭을 비교해도 휘발유는 347.6원 내린 반면, 경유는 269.8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가격이 빨리 올랐다. 또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은 유류세를 물리는 국내 세금구조가 유류세 인하에 따른 할인 효과의 차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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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759원, 경유를 1854원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사실 경유는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서민 연료’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국내에서 경유(L당 1441원)는 휘발유(L당 1646원)보다 200원 이상 쌌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으로 지난해 경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77.8달러, 휘발유는 75.3달러로 경유가 2.5달러 더 비쌌다. 2020년에도 경유(49.5달러)는 휘발유(45.1달러)보다 4.4달러 비쌌다. 주로 승용차에만 쓰이는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산업 전반에 소비처가 다양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주요 경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경유 가격에 불을 붙였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격차는 배럴당 25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원유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거들었다. 국제 시세와는 반대로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쌌던 이유는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렸기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L당 820원의 유류세(이하 부가가치세 10% 포함)를 부과했지만, 경유는 산업용 연료라는 이유로 581원만 부과했다.

결국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많은 만큼, 같은 비율로 유류세를 낮추면 그 혜택은 휘발유에 더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이 50%까지 확대할 경우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유는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며 “상당 기간 가격 역전 현상은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내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새로운 최대 한도인 50%까지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근 유가는 하향 추세”라며 “50% 탄력세율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손해용 기자

경유가 왜 휘발유보다 비쌀까… '가격 역전' 들여다보니

  • 입력 2022.08.16 16:26
기자명 송연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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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셋째 주부터 이어져… 유류세 인하 효과 적고 국제 품귀현상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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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약 5개월 만에 각각 리터 당 1700원대와 1800원대로 내려왔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민 연료'로 불리던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 당 1788.53원으로, 경유 가격(L 당 1886.85원) 대비 98.32원이 쌌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리터 당 205원 비쌌다. 경유 가격은 지난 5월 셋째 주에 이르러 200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이후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엎치락뒤차락하다 6월 셋째 주부터 약 10주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보다 적고, 경유의 국제적인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4일(L당 1786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이 1800원대를 기록한 것도 지난 3월 14일(L 당 1892.4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보다 적은 데다 경유의 국제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은 유류세를 물리는 국내 세금 구조가 유류세 인하에 따른 할인 효과의 차이를 키웠다.

사실 국제시장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쌌다. 휘발유는 99%가 승용차에 쓰이지만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버스·굴삭기뿐 아니라 발전 연료용·난방용 등 산업 전반에 쓰일 정도로 수요가 많다. 지난해 기준 국내 경유 소비는 1억 6610만 배럴로, 휘발유 (8486만 배럴)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 지난해 경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77.8달러인 데 비해 휘발유는 75.3달러였다. 지난달 경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45.3달러인 데 비해 휘발유는 116.6달러로 차이가 28.7달러나 됐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주요 경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다.

국제시세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이전까지 경유가 휘발유보다 쌌다. 그 이유는 정부가 휘발유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렸기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리터 당 820원의 유류세(부가가치세 10% 포함)를 부과했지만, 경유는 산업용 연료라는 이유로 581원만 부과했다. 이는 1970-1980년대 정부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를 사치품으로 여겨 휘발유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 반면 경유에 대해서는 산업용 연료라는 인식으로 세금을 감면해준 결과다. 2000년대 들어 디젤 승용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경유에 부과하는 세금도 올렸지만, 여전히 휘발유보다 세금이 낮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14년 만에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를 37% 낮추면서 휘발유는 약 304원, 경유는 약 212원 세금이 줄었다. 이는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큰 만큼 같은 비율로 낮추면 그 혜택은 휘발유가 더 큰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액화 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치솟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경유 수요가 또 늘면서 수급난이 가중됐다. 주요 경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경유 가격에 불을 붙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 경유는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면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역전 현상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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