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발전의 문제점 - gwahag gisul baljeon-ui munjejeom

과학기술의 밝은 빛뿐만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까지 파헤치는 ‘기술영향평가’가 국내에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공동으로 기술영향평가를 심층 해부한 기획기사를 마련해 매주 연재한다. 과학기술의 해독제 역할을 하는 기술영향평가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註]

현대의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광범위하다. 과학기술은 편리한 삶,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의 긍정적인 영향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환경·윤리·문화 등의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옥수수로부터 에탄올을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 기술을 개발했다고 생각해보자. 에탄올은 석유를 대체해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두들 사회에 유익하고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옥수수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밀, 감자 등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던 농부들이 모두 옥수수 재배로 전환했다고 상상해보자.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먼저 재배되지 않는 만큼 다른 농작물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며 이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또한 옥수수 재배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삼림을 해치고 농약의 양을 증가시키면 오히려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주게 된다.

이렇듯 사회에 전혀 해로운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는 기술도 기술개발자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술영향평가는 이렇게 ‘복잡하게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미리 예측해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면 사전에 이를 대비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기술영향평가의 필요성은 미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보여주었던 레이더와 페니실린, 원자폭탄 등의 놀라운 기술적인 성공은 일반시민들에게 전쟁 이후에 기술발전이 가져올 편리한 삶에 대한 환상을 꿈꾸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은 점증하는 환경오염 문제, 베트남 전쟁이 보여주는 군사기술의 파괴성으로 깨어지기 시작했으며 바람직하지 못한 기술의 변화, 발전에 대한 민주적 통제 필요성이 제기 됐다.

하원의원이었던 에밀리오 다다리오(Emilio Daddario)는 1966년에 최초로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1972년에 최초의 기술영향평가 전담기구인 OTA(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를 의회 산하에 설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OTA는 도구적 기술영향평가의 대표적인 예로서 전문가 중심의 전문적 분석을 위주로, 의회의 정책입안자와 같은 수요자에게 주요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적 정보 및 자문을 제공해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독점에 대한 미 의회의 견제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OTA는 1995년 예산삭감의 본보기로서 해산될 때까지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700여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OTA는 기술영향평가의 전형으로서 다른 나라의 기술영향평가 제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각 나라의 정치·문화 제도의 특색에 맞게 발전시켜 나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전문가 중심의 미국과 비슷한 도구적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채택한 반면,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일반시민이 참여해 대중의 공공논쟁을 장려하는 참여적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발전시켜 나아갔다. 참여적 기술영향평가는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대중의 사회적 토론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도구적과 참여적이라는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것은 편의상의 구분일 뿐, 각 나라는 평가 대상기술의 특색에 따라 두 제도의 장점을 취한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해 기술영향평가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1999년 복제(Clones and cloning: The Dutch debate)에 대한 기술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전문가와 일반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바이오 회사들의 대표, 연구자, 이익 단체 등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공청회가 열려 복제분야의 주요 이슈를 도출했으며,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보다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복제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민패널이 조직돼 전문가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수천 명의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설문이 실시돼 복제에 대한 의견들이 수집됐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얻어진 결과들이 최종 관련 장관에게 제출되도록 했다.

도구적·참여적 기술영향평가 방법은 기술영향평가 전담기관들을 행정부나 의회에 정보 제공 및 자문을 하는 조직으로 편입시키고 대상기술의 선정 등의 기술영향평가 활동이 정치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문제를 초래했다. 기술영향평가가 실제 R&D 사업으로부터 괴리돼 정치적, 기술적인 고려 속에서 방황하게 되는 문제점을 초래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미국 등에서 실시간 기술영향평가가 시도되고 있다. 즉, 정보기술, 나노기술, 인간유전체사업 등과 같은 대형 연구개발사업의 일부로 수행되고 있는 법적·윤리적·사회적 측면의 연구(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 (ELSI))를 과학기술정책과정이나 R&D과정에 통합하기 위해 실시간 기술영향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실시간 기술영향평가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 과학기술자와 일반시민의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기술발전의 초기단계에 기술의 사용자와 이해당사자를 모두 포함시켜 기술발전과정을 확대시키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효과와 문제점들이 논의되며 다시 이것은 기술의 발전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영향평가 제도의 발전으로 최근의 기술영향평가는 보다 다양해지고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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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가 왜 중요한가

20. 과학자의 책임 한계는
21.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친 영향
22. 성장이냐? 분배냐?

과학기술 발달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생명공학이 발달함에 따라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건강하게 오래 살 길을 찾아내기도 했다. 교통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의 활동 범위는 확대되었고 그에 따라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확대되었다. 컴퓨터의 발달로 이제는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로봇의 탄생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편익에도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 또한 많다. 새로이 등장한 대량살상 무기에는 전 인류의 삶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내재돼 있다. 자연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가치관이 확산됨에 따라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위협받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기계에 의해 침해될 수 있으며,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이처럼 인간의 삶과 직접적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 삶의 변화 요인으로서 과학 기술 자체에 대한 고찰을 요하는 문제는 대입 논술고사에서 인문계와 자연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출제되고 있다.

1999학년도 고려대 정시 : 과학적 진리가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긍정적인가

베르톨르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 중 일부가 단일 제시문으로 주어졌다. 논제는 예시문에 나타난 사제와 갈릴레이의 견해를 밝히고, 이러한 견해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제시문은 갈릴레이와 사제의 대화로 이뤄졌는데, 당시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는 과학적 발견을 발표할 것인가 숨길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제의 입장은 과학적 발견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이를 은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갈릴레이는 과학적 성과는 민중의 삶에 기여하며, 과학적 진리가 종교적 교리와 충돌한다고 할지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학자의 태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논제 해결의 핵심은 ‘과학적 진리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이런 입장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1999학년도 이화여대 모의(자연) :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하라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화됨에 따라 인류는 많은 편익을 제공받기도 했지만, 부정적 영향을 받기도 했다. 1999학년도 이화여대 모의논술고사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열역학 법칙에 의거해 고찰하는 문제가 주어졌다. 열역학 제1법칙과 제2법칙을 설명한 제시문을 주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가 인류의 미래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서술하고 이들의 역기능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나 방법에 대해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어떤 물체를 외부와 고립시켜 놓았을 때, 그 물체계 내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이다. 제2법칙은 ‘그 물체계 내에서의 모든 현상들은 항상 그 물체계 내의 분자들이 더욱더 무질서한 운동을 하게 되는 방향 즉,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어떤 에너지가 높은 수준에서 낮은 수준의 상태로 옮겨갈 때 다음 번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된다.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안이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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