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내린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멘붕 사회에 해독제로 쓰일 책!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첫 번째 책!

1. 어느 때보다 절박해진 고민,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것은 독립한 인격체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내가 나름대로 찾은 대답을 이야기했다. 삶의 기쁨, 존재의 의미, 인생의 품격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빈다. 그 무엇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그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면서 한 걸음 앞서 시대와 삶의 과제를 고민해 왔던 유시민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신간을 들고 정치시장을 떠나 지식시장으로 복귀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느 시대 어떤 사람도 비껴가지 않는 것이지만, 이른바 ‘힐링 열풍’이 대세를 형성할 만큼 상처받은 사람이 많은 ‘멘붕의 시대’에 자기다운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고민이라고 그는 믿는다.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본문 중에서)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유시민은 도덕을 설교하거나 당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로세우기 위한 사상이나 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위로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자기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신념과 관용, 욕망과 품격, 사랑과 책임, 열정과 재능 등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여러 관념들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찬찬히 되짚어 본다.

2.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첫 번째 책!

대중적 글쓰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시민이 스스로 가장 자기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정치인 유시민에 가려져 있었던 자연인 유시민 지식인 유시민의 사람과 자연,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온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쓰는 작업은 그에게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이었으며, 그는 책의 결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기다운 삶,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의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유시민은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기의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을 단편적으로 드러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의 일부터 대학 시절 야학 교사 활동을 거쳐 소위 ‘통합진보당 사태’와 18대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어떤 감정과 생각이 자신의 삶을 지배했는지 이야기한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그만두기로 한 이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민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유인이 되어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지 솔직하고 소박하게 토로한다.

이젠 정치적 자기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정치의 일상이 요구하는 비루함을 참고 견디는 삶에서 벗어나 일상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야수의 탐욕과 싸우면서 황폐해진 내면을 추스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정치적 욕망의 화신이라는 세상의 비난에 맞서 내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싸움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 의심한다. 정치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불의에 대해서 내 몫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 게 괴로웠다. 왕의 심기를 살피는 신민처럼, 변덕스러운 여론을 언제나 최고의 진리로 받들어야 하는 정치인의 직업윤리가 너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위선으로 보인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 삶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정말 훌륭한 일인지 모르겠다.(본문 중에서)

원래 정치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던가.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 ‘아래’와 정치 ‘너머’의 변화가 없다면 정치도 더는 바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직업정치를 떠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먹구름이 걷혔다. 해방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본문 중에서)

이 책은 진심으로 ‘나다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또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며 격려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저자 유시민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저자 유시민은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네 가지 요소를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로 정리했다.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면서 즐기며 사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은 더 좋은 사회제도와 생활환경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만큼이나 온전치 못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일과 놀이와 사랑만으로는 인생을 다 채우지 못한다.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며, 그것만으로는 누릴 가치가 있는 행복을 다 누릴 수 없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남김없이 사용해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인생이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인생이다.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가 이루어내는 아름답고 유쾌한 변화를 ‘진보’라고 이해한다.
[…] 진보의 낡은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왔다. […] 진보주의는 만인의 것이다. 누구든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은 자발성을 발휘한다면 그 사람이 진보주의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본문 중에서)

일, 놀이, 사랑은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이다. 흔히들 그것만으로 훌륭한 삶,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과 놀이, 사랑만큼이나 본질적인 삶의 요소가 있다. 그것은 연대(solidarity)이다. 타인과의 연대 또는 사회적 연대는 단순한 도덕적 당위가 아니다. 타인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연대에 대한 욕망은 일, 놀이, 사랑에 대한 욕망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본성이라고 유시민은 주장한다. 이기심과 이타심은 단순히 대립하는 감정이 아니다. 우리는 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유시민은 ‘연대’와 ‘진보주의’를 독특한 방식으로 정의한다.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4원소이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남편과 함께 가끔 놀러 가곤 했던 밀라노 근처 남편 친구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된 일이 있다. 친구 둘이 사는 집이었는데, 평소처럼 그중 한 친구가 우리 부부에게 흔쾌히 방을 양보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한참 수다를 떨다가 씻고 방에 들어갔는데 침대협탁에 웬 못 보던 책이 한 권 놓여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마침 보고 싶었던 책이었고, 한국어로 된 종이책에 목말라 있던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책을 펼쳤다. 다음 날 오후에 떠나야 해서, 급한 마음에 그날 밤부터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쉽게도 끝마치지 못했지만 몇 달 뒤 그 친구가 귀국하면서, 결국 그 책은 나에게 왔다.

 그렇게 책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고선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1년 뒤에 다시 읽으니 책의 내용이 새롭게 느껴졌다. 책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그처럼 내 것으로 체화되지 않은 채 나를 거쳐간 책들이 얼마나 많을지, 그 시간들을 단순히 나의 지적 유희만을 위해 흘려보낸 건 아닌지에 대해 문득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주 오랜만에 다시 서평이란 걸 써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유시민 씨가 정치계를 떠나온 후, 처음으로 출간해 벌써 6년이나 지났지만, 시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인생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정치라는 모진 풍파 속을 걸어오고 또 그 짐을 내려놓으면서 했을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생각들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풀어놓고 있다.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Grau ist alle Theorie, Und grun des Lebens goldner Baum.

 이론으로 삶을 재단하기보다 내면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하라고 말하는 파우스트 속 괴테의 문구를 책의 서문에 인용한 까닭은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한 귀결임을 암시한다.

 책은 모두 4개의 큰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에서는 주로 청년들에게 던지는 듯한 메시지로, 삶에 대한 이상적인 태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고, 2장에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3장에서는 1장에서 다룬 내용이 이어지고 반복되며 연대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행복한 삶에 이르기 위한 본질적 요소 즉, 올바른 신념에 대해 다룬다.

제1장 어떻게 살 것인가

"마음가는 대로, 그러나 자신의 삶의 방식에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야"

 음가는 대로 살자

 무슨 직업이든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면 그 사람이 바로 프로다. '진정한 프로'가 되는 것, 이것이 삶의 행복과 인생의 성공을 절반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일이 아니라 놀이를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 일이 먼저가 아니다. 놀이가 먼저다.  -p.19

 크라잉넛 멤버들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물질이나 지위, 사회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 어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두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설계했다. 그리고 그 삶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갔다.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부딪쳤다. 인생이 성공했으며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그렇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다고 한다.  -p.27~28

내 인생은 나의 것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  -p.29

 꼭 하고 싶은 일(… ) 그걸 하지 못한다면 삶이 깜깜해질 것 같은, 그렇게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 )  -p.30

 어른들은 매우 기꺼워하셨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p.30

 만약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계속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이미 훌륭한 인생이다.  -p.34

 '닥치는 대로'산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할 수 없다.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p.37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을 다르게 산다. (…) 어느 것이 더 훌륭한지 가늠하는 객관적 기준은 없다.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한 것이라면 어떤 삶이든 훌륭할 수 있다.  -p.37~38

왜 자살하지 않는가

 재능의 본질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p.43

(…) 부럽지만 열등감은 없다. 그들은 각자 자기의 나무를 오르고 있을 뿐이다. 나도 적당한 나무를 골라 오르면 된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가 아니면 어떤가. 내게 맞고 오르는 것이 즐거운 나무라면 된 것 아니겠는가.  -p.44

인간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한 걸음씩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다 살면 그때 죽는 게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우리는 조금씩 죽어 간다. 죽음은 단지 삶의 이면裏面일 뿐이다. 삶과 죽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함께 완성된다.  -p.45~46

 "한 번 살아버린 인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대목에서 나는 영화 <나비 효과>를 떠올렸다.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소하다고 간과할 수도 있을 작은 선택이 인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것이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주제는 결국, 어떤 선택이 됐든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완벽하게 후회 없는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적어도 우리는 과연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매일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위로가 힘이 될까?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p.56

 한동안 '위로' 열풍이 분 적이 있다. 누구나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고, 그 위안 속에 잠시 잠깐 안주했다. 그게 가장 마음 편하고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와서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바꾸어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 없인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내부로부터 답을 찾는 대신 외부로부터의 '힐링'을 찾는다.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을 퍼담는 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잠깐의 힐링을 쇼핑한다. 누군가의 위로를 바라고, 그래서 잠시 나아지는가 싶다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치고 다른 사람의 위로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이지만 내 삶을 채우는 의미를 찾아 나아간다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에 있다. 작가가 말한 대로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리고 스스로 삶을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하루하루 더 나은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이라는 운명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까?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할까? 잘 죽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 )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 )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아직 젊은 사람일수록 더 깊이 있게 죽음의 의미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p.71

나도 죽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p.89

 내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p.90

존엄한 죽음

 사랑하는 사람들, 추구하던 가치들, 한때는 기쁨과 의미를 주었던 모든 것들과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작별하는 것은 누구도 막아서는 안 될 자유이며 존엄한 권리라고 나는 믿는다.  -p.135

 나는 솔직히 아직까지도 '내일 죽는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아도 죽음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생생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잘 되지 않는다. 그럴만한 동기가 없었거나, 누군가는 아직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아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말은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충분히 내 삶을 즐기고 있고, 그것에 감사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죽음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삶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내가 언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고 있다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죽음은 준비한다고 해서 준비된 대로 맞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했다고 해서 후회가 남지도 않는다. "내가 없으면 내가 인식하는 세계 자체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말한 바와 같이 "죽음은 삶의 이면"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처럼 예측할 수 없는 다음 순간에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까지 현재를 사랑하고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일이다.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아이들을 옳게 사랑하는 법

품격있게 나이를 먹는 비결

 그는 심신을 단련해 아흔 살 넘게 살면서 빛나는 이성으로 역사의 진보를 믿으며 투표장으로 가는 것을 지역 갈등보다 심각한 세대 갈등을 치유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도 더 나이를 먹으면 정치와 역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 ) 언제나 정치적으로 청년들의 편에 설 것이다. 그것이 유권자로서 품격 있게 나이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p.232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제고 바뀔 수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항상 인지하는 것이다.

글쓰기로 돌아오다

 글쓰기는 지성과 영혼을 건드리는 작업이지만 정치는 국가권력을 다루는 사업이다. 국가권력의 본질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폭력이다.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폭력이라 할지라도, 폭력으로는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거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p.238

 해와 바람이 서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고 내기를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바람은 강하면 강할수록 사람도 집도 날려버릴 만큼 위력적이지만 정작 이루려고 했던 목적만큼은 이루지 못한다. 이것은 아주 작은 일상에서 인간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는 이야기다. 어떤 일에 있어서도 항상 그 본질을 생각해봐야 한다.

진보의 생물학

 강연이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진보주의란 무엇이며 보수주의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 )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  -p.254

나도, 받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이타적인 이기심.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신념의 도구가 되는 것

 신념에 따른 삶과 죽음이 훌륭하려면 먼저 그 신념이 훌륭해야 한다. (…) 그러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p.269

 신념은 훌륭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람은 훌륭해야 한다.  -p.276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사업이다.  -p.280

출생이라는 제비뽑기

 인간은 선을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는 것들이 언제나 진리인 것은 아니다.  -p.293

 책에서 저자가 소개한, 올바른 신념의 잘못된 실천의 예시를 보면서,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한 사람의 신념이 어떻게 많은 사람을 옭아매고 그 사회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신기하면서도 소름이 돋았고, 그 아픔을 뼈저리게 경험했을 그 당시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내가 사는 이 시대의 이성에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런 비인도적인 끔찍함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크고 작은 비슷한 일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일어날 테지만, 그러한 실수를 점점 빠르게 깨닫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나는 믿는다.

 책은 언제나 그 내용이 훌륭하든 아니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생각이나 인생을 대하는 방식이 누구에게는 가슴 깊이 와 닿을 수도, 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읽는 동안 우리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되뇌이게 만든다는 것만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 번이고 곱씹을 책은 아닐지라도, 한 번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