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창] 착한 사람, 착한 척 하는 사람
이종호/OC본부장
# 본성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하지만 어느 누구도 줄곧 착하거나 끝없이 나쁜 사람은 없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착하게도, 악하게도 변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무시무시한 '조폭'도 제 아내에겐 한없이 좋은 남편일 수 있고, 밖에선 호인군자로 두루 칭찬받는 사람도 가정에선 무능한 가장으로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천성적으로 착하다는 소리 듣는 사람이 있다. 손해 보는 줄 뻔히 알면서도 돈 들여 시간 들여 남 좋은 일만 계속 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반대로 뼛속까지 악한(惡漢)이라는 소리 듣는 이도 가끔 있다. 아무리 교육하고 비판하고 처벌까지 받아도 끝내 남 해코지하는 습성 못 버리는 사람이 그렇다. 도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되어 있기에 그럴까.
최근 영국 엑세터대학 연구팀이 그 답을 찾아냈다. 지난 주 영국신문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르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은 자기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더 생각하도록 DNA가 설계되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 인간의 본성 탐구는 고대 철학자들에게도 중요한 과제였던 모양이다. 2500여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와 순자가 대표적이다. 맹자는 인간은 원래 선하게 태어나지만 거짓과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악에 물들어 간다고 보았다. 이게 성선설(性善說)이다. 반대로 순자는 인간은 워낙 악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법과 도덕, 윤리와 규율로 이기적인 욕망을 억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악설(性惡說)이다.
둘 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충된 두 주장이 칼로 무 자르듯 산뜻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누구든지 마음 속엔 상반되고 모순되는 두 감정이 늘 교차, 대립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성화(聖化)의 삶의 롤모델로 인정받는 사도 바울조차도 자기 안에 두 마음이 있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했다.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로마서 7:21)."
# 우리는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 칭찬도 하고 본받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정말 착한 사람과 겉으로 착해 보이는 사람을 분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래서 무엇이 착하고 무엇이 악한가 하는 명확한 기준을 새길 필요가 있다.
선함과 악함은 무엇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야 한다. 내 자존심이 소중하면 타인의 자존심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다는 것을 아는 것, 남에게 상처가 되는 일은 가능한 한 행하지 않는 것이 착함의 기본이다. 나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고 정의의 편에 서서 부조리에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선한 사람이다.
악함은 그 반대다. 세상이 아무리 지옥 같아져도 나만 잘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진짜 악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야 괴로워하든 말든 날만 새면 이권다툼, 권력다툼으로 끊임없이 짜증 바이러스를 생산해내는 한국 정치인들은 악하다. EU 탈퇴를 부추겼다가 막상 통과가 되고 후폭풍이 몰아치자 언제 그런 소리했느냐며 오리발을 내미는 영국 정치인들도 같은 부류다. 한인사회도 그렇다. 이민자, 유학생, 노인, 불체자 등 미국 생활의 약자들만 골라 등치고 사기 치는 사람은 무조건 악한 사람이다.
착한 사람은 잘 없다. 있어도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악한 사람은 갈수록 늘어난다. 이 시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아도 착한 사람이라는데.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한 번 더 나를 돌아보는 아침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청춘시대2'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요즘 주변을 잘 살펴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꽁꽁 숨기고, 내면의 욕구를 꾹꾹 누르며 착해 보이려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착한 아이 증후군(착한사람 콤플렉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받게 되리라 생각하고 착해 보이려 자신을 포장하고 꾸민다.
한마디로 이미지를 위해 '착한 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자신의 내면과 외면이 완전히 모순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맞다고 동의하고, 짜증이 나면서도 겉으로는 웃는다.
이처럼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해봤다. 만약 지금 이 중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은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 할 말을 잘하지 못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혹시 그와 대립하는 의견으로 나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할 경우 당연히 불만을 표출해야 할 때도 불만을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2. 항상 손해 보는 느낌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란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이에 과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에 나중에 잘 생각해보면 자신이 손해 본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착해 보이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불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3. 의사결정은 무조건 상대방을 따른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다른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무조건 상대방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자신은 라면을 먹고 싶은데 상대방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한다면 흔쾌히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
자신이 전날 떡볶이를 먹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4.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나쁜 사람 혹은 예의 없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해 최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숨긴다.
힘들고 짜증이 나면서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5. 눈치를 많이 본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많은 의미를 두고 집착하는 것이다.
이에 혹시 나를 나쁘게 보지 않을까, 내가 방금 한 말이 저 사람에게 예의 없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내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늘 눈치를 살핀다.
6.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거절하면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까 봐 거절을 잘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상대방이 민망해하고 자신에 대해 나쁜 감정을 느끼며 그 기억이 곧 자신의 이미지로 굳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7. 쉽게 상처받고 마음속에 오래 담아둔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쉽게 받는 편이다.
이미지를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최대한 자신이 배려하고 생각해줬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면 곧바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담아둔다.
하지만 이는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인한 자신의 과한 배려가 오히려 상처가 돼 돌아오는 것이다.
8.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착한 이미지, 깨끗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착한 이미지 외에 다른 이미지도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9. 늘 밝은 척을 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착하다는 것에 가지고 있는 편견은 바로 착한 사람은 언제나 밝다는 것.
그래서인지 힘들고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밝은 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친절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10. 다른 사람의 반응에 집착한다
평범한 사람이 착한 아이 증후군이 되는 가장 큰 이유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에 집착한다.
위의 모든 행동은 결국 다른 사람의 반응을 위해 하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