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빙의글 찌통 단편 - bangtan bing-uigeul jjitong danpyeon

❣️요청 댑악 많았던 찌통물 모음이 드뎌 왔심미닷,, 전부 다 완결작 + 갓띵작. 맨 위에 세 개는 망갱이 기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찌통 글이구염 마지막 세 개는 요청 많이 들어온 후회/찌통 있지만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들이에여. 즐감하세욤 !

❣️다음 장르별 추천글 : 퇴폐

❣️눈팅족이 댑악 많아서 공감 수 좀 차면 올리고 있슴미담

↘ 전부 필력 저세상이신 금손님들 글이에여. 안 읽으면 자기 손해!

↘ 소중한 작가님들께도 공감과 댓글 잊지 마세요!

↘ 복붙 금지!!

방탄소년단 빙의글 추천 / 방탄 빙의글 추천 / 김석진 빙의글 추천 / 민윤기 빙의글 추천 / 김남준 빙의글 / 박지민 빙의글 / 김태형 빙의글 / 전정국 빙의글 / 방탄소년단 센티넬 빙의글 추천 / 방탄소년단 역하렘 빙의글 추천 / 방탄 빙의글 로맨스 추천 / 방틴 빙의글 계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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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용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허구입니다.

현실과 무관하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대화 시 여주는 보라색입니다! 옥희 님과 조금 달라도 이해해주세요🙏

찌통물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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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희 님의 본편입니다.

찌통물의 정석 +

作 옥희 / 김설희

" 나 ··· 아파, 우리 집으로 와주면 안 돼? "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또다시 본인을 찾는 날 보며 넌 어떤 생각을 할까. 사실 많이 두렵다, 네가 이대로 날 보러 오지 않을까 봐. 이 뭣 같은 관계조차도 끝나버릴까 봐. 수화기 너머로 꽤 긴 정적이 흘렀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입술 끝을 잘근거리며 깨물었다.

' ···· 응, 알겠어.'

수화기 너머로 나지막이 들리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뒤엉켜 폭발이라도 하듯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는데 순간,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심장은 왜 이리 빠르게 뛰는 것일까, 진정하고 한숨 푹 자면 그가 내 눈앞에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고 이내 뜨거운 숨을 몰아내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보다 더 심해진 증상에 눈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내 바람은 또다시 처참하게 짓밟혔다. 알겠다 그랬잖아, ··· 와준다며.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 머리가 핑 돌아 휘청했지만 다행히 벽을 짚어 넘어지지 않았다. 저릿한 다리를 부여잡고 서랍을 뒤져 해열제와 감기약을 꺼내 주방으로 향하는데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며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팔에서 뻐근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돌리니 굵은 주사에 연결된 링거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주방에서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끼고 쓰러진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뒤로부터는 기억이 없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익숙한 실루엣에 입술만 깨물었다. 의사와의 대화가 끝난 것인지 내게 다가와 앉는 태형이었다. 한동안 우리의 정적은 계속되었고 나는 반포기 상태로 그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 ···· 기다렸어, 네가 알겠다 그래서. 잠깐 눈 감고 있으면 네가 오겠지 싶었었어."

" 근데 넌 끝까지 안 오더라."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태형이었다. 간호사 언니를 불러 내 팔에 꽂혀있는 링거를 빼달라 했지만 옆에 있던 그의 목소리에 일순간, 내 모든 행동이 멈춰 섰다.

" 이거 다 맞고 얘기해. 데려다줄게."

어디로 가는지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해버리는 듯한 그의 행동,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어디 가냐 집요하게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이런 게 포기라는 거구나, 그래 이쯤 하면 됐어. 더 가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아.

몇 년 동안 그를 쫓아다니며 애정을 구걸했고 그의 거절은 늘 상처로 돌아왔다. 참 이상하게도 상처라는 건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늘 매번 그렇게 모진 말들을 참아내고 또 참아냈다. 이 관계의 갑은 너였고, 나는 완전한 을이었으니까.

한 번 갖고 놀다 버릴 심보로 내 애정을 받아준 것도, 날 만나면서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갖는 것도, 내게는 잔다 말하고 클럽을 가는 것 또한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계속 유지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그저 네가 좋아서, 이 간단한 이유 하나로 모든 걸 견뎌냈고 참아냈다.

근데 ···· 나 이제 더는 못 버틸 거 같아, 아니 그냥 못하겠어.

어떠한 감정도, 맥락도 없었다. 그저 이 관계를 빨리 끊어내고 싶을 뿐이었다. 팔 안쪽에 꽂혀진 링거 바늘을 잡아 뽑으니 붉은 선혈이 새어 나왔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곧장 몸을 일으켜 응급실 밖으로 향했고 얼마 가지 않아 벤치에 앉아있는 태형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그에게로 다가갔고 그 또한 나를 알아본 것인지 손에 들려있던 것을 발로 비벼 껐다. 이내 팔 안쪽에 흐르는 붉은 선혈을 보고 눈이 커지는 그였다.

" 너 ···· "

" 나 이제 그만할래. "

" ···· "

" 참고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고 무뎌질 줄 알았는데 ···· 나는 매번, 늘 아프더라. 사실 다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척했어, 이런 뭣 같은 관계도 소중하고 좋았으니까. 근데 태형아, 나 너무 힘들어. 이대로 더 가면 진짜 망가질 것 같아."

" ···· 다 갖고 놀았으면 이제 버려주라."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있다. 매번 바보처럼 자신만 보며 애정을 구걸하는 내가 우습고 가여웠겠지. 모질고 매정하게 대해도 자신의 손길 한 번, 눈짓 한 번이면 다시 돌아와 매달리는 날 보며 넌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황당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를 지나쳐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 없이 그저 멍하니 한참을 걸던 그때였다.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아 돌리는 손길에 걸음을 멈췄고 내 앞에는 태형, 그가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내 팔을 잡은 뒤 흘러내린 혈을 닦아주고는 링거 자국이 선명한 부위에 반창고까지 붙이는 그를 보며 조소를 터트렸다.

" ···· 데려다줄게, 가자."

" 이제와서 걱정하는 척, 신경 쓰이는 척 하지 마. ···· 가증스러워."

그의 손을 탁 쳐내고 지나치려 하는데 나지막이 들리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섰다.

" ···· 너 나 없으면 안 되잖아,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

" 내 후회는 너야.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말이지 않았을까. ···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후회돼."

때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고, 내 시선은 사이드미러로 비치는 태형에게 고정되었다. 점차 멀어지며 이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 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슬픔을 쏟아냈다. 내가 너무 매정하게 내친 것은 아닐까, 모진 말로 상처를 준 건 아닐까. ···· 습관처럼 그를 떠올리며 여전히 나보다 태형 그를 먼저 생각하는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

태형시점

여자애가 자존심도 없나, 모질게 밀어내도 그때 잠깐이다. 상처받은 눈을 하다가도 어느샌가 옆에 와서 헤실 거리는 여주, 하루 이틀 저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꾸준히 내게 애정을 구걸해오는 그녀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축구를 끝내고 반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이어 내 시선은 복도 끝에서 남자애와 장난치며 놀고 있는 여주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 야 태형아, 쟤 김여주 아니냐? "

헤실 거리며 웃는 여주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고 기분은 좋지 않았다. 곧장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한껏 예민해진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조금 뒤 여주가 내 옆으로 다가와 이온음료를 건넸다.

" 너 축구하는 거 봤어! 진짜 잘하더라! "

" ···· 태형아 이거 마ㅅ "

이온음료를 마시라며 건네는 여주의 손을 사납게 쳐내버렸다. 민망해서 어쩔 줄 모르는 여주의 얼굴조차 내 심기를 건드렸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여주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야."

" 남자애들한테 웃음 흘리고 다니지 마, 너 존나 헤퍼 보여."

" ···· "

" 아 그냥 네가 헤픈 건가."

옆에 있던 친구들이랑 낄낄거리며 여주 하나를 농락했고 여주는 손에 들고 있던 이온음료를 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내 입술을 꾹 깨물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교실을 나가는 여주였다. 울든 말든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찾아올 텐데 뭘.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여주는 더 빨리 나를 찾아왔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내 팔을 잡는 여주였다.

" 왜, 할 말 있어? "

" ... 나 너무 힘들어 "

" 그래서? "

" .... "

" 나 좋아한다며, 그만 두게? ··· 혹시 누가 알아."

" .... "

" 내가 너한테 마음이 생길지."

우리의 관계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만 하겠다며 마음을 접으려는 여주에게 나는 희망고문이라도 하듯 여지를 남겨주었고 그녀는 다시금 내게 애정을 갈구했다. 나는 그저 여주의 반응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러한 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었고 친구들은 술자리 안주삼아 내게 물어보곤 했다.

" 김여주? 걔는 어떻게 할 거야 "

" 몰라 "

" 네가 그냥 한 번 갖고 놀던가. 저번에 보니까 몸매는 괜찮던데 "

" 그럴까 "

다음 날, 여주에게 먼저 사귀자 고백했고 예상대로 얼굴을 붉히며 놀라는 그녀였다. 친구들 말처럼 갖고 놀기엔 여주가 제격이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순응하며 믿었고 다른 여자들처럼 연락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그 덕에 나는 마음 놓고 유흥을 즐겼다.

나는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클럽부터 시작해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과 하룻밤도 슬슬 지겨워질 때쯤, 얼핏 봤던 여주의 친구가 떠올랐다. 꽤 예쁘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망설임 없이 여주에게 친구와 셋이 만나자 제안했고 여주의 반응은 조금 떨떠름해 보였지만 늘 그랬듯 반박하거나 싫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얼핏 봤을 때는 예쁘장해 보였는데, 이리 가까이서 만나니 예쁘장이 아니라 예뻤다.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휘어지는 것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문득 짧은 치마가 눈에 들어와 겉옷을 벗어 무릎에 덮어주었다. 대화를 이어가려는데 반대편에 앉아있던 여주가 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내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여주, 나는 그제서야 알아챘다. 여주도 똑같이 짧은 치마에 평소 잘 신지도 않는 높은 구두까지 신고 왔다는걸.

여주의 친구는 어쩔 줄 몰라 했고 나는 웃으며 친구를 다독였다.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되었다. 자리를 옮겨 더 깊은 대화를 나누려던 그때,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여주에게 전화가 왔다. 아프다며 집으로 와주면 안 되겠냐는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얘가 진짜 아픈 건가, 사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하나로는 알 수가 없었다. 이내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성의 없이 응, 알겠어. 라고 답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멈칫했지만 옆에서 무슨 일이냐 묻는 여주 친구에 의해 여주의 전화는 머릿속에서 잊혀버렸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새벽을 넘기고 있던 그때였다, 유독 조용한 핸드폰. 나는 아프다는 여주의 말이 떠올라 서둘러 카톡을 남겼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1이 사라지는데 30분이 지나도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곧장 여주의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눌러도, 전화를 걸어봐도 여주는 대답이 없었고 나는 도어록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생일이 아닌 비밀번호에 팔짱을 끼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번뜩하고 생각난 숫자, 내가 처음 고백한 날.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 사귀게 된 날, 나는 기억을 더듬어 날짜를 떠올렸고 역시나 손쉽게 문이 열렸다.

어딘가 모르게 조용하고 고요한 집 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내 주방 안쪽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주가 보였다. 머리가 새하얘진 듯 아무 생각도 안 났고 무작정 여주를 안아들어 응급실까지 왔다. 나는 땀 범벅으로 거칠게 숨을 뱉었고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덜덜 떨려왔다. 여린 팔에 굵은 링거 바늘이 들어갔고 아무런 미동 없이 새근거리며 숨만 쉴 뿐이었다. 옆에 앉아 가만히 얼굴만 바라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사실 ···· 무서웠다.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진 널 봤을 때, 짧은 순간이었지만 날 좋아한다며 헤실 거리는 너를 다신 볼 수 없을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너를 잡았어야 했다. 그렇게 보냈으면 안 되는 건데, 아프다며 전화했을 때 바로 달려갔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깨달았다, 널 내 옆에 둔 이유가 그저 흥미만은 아니었다는걸.

한참이 지나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여주를 보며 손톱만 잘근거리며 뜯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의사에게 묻는 도중, 여주가 일어나는 것이 보여 바로 다가갔다. 그렇게 깨어난 여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였다. 답답했는지 먼저 말을 꺼내는 여주,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 기다렸어, 네가 알겠다 그래서. 잠깐 눈 감고 있으면 네가 오겠지 싶었었어. 근데 넌 끝까지 안 오더라."

평소와 달리 딱딱해진 말투와 눈빛에 당황스러웠다. 이내 간호사를 불러 링거를 빼달라는 여주를 제지하고 진정시켰다. 안정을 취하려면 지금 상황에서 내가 안 보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거 다 맞고, 얘기해. 라는 말과 함께 응급실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뿌연 연기를 몇 차례 내뿜었고 내 신경은 온통 여주 하나였다. 지금껏 여주에게 무슨 짓을 해온 걸까,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나조차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단 한 번도 죄책감 같은 것을 느껴본 적 없었는데 ...

저 멀리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여주가 눈에 들어왔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발로 밟아 꺼트렸다. 내 앞에 선 여주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나는 당황한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 참고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고 무뎌질 줄 알았는데 ···· 나는 매번, 늘 아프더라. 사실 다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척했어, 이런 뭣 같은 관계도 소중하고 좋았으니까. 근데 태형아, 나 너무 힘들어. 이대로 더 가면 진짜 망가질 것 같아."

" ···· 다 갖고 놀았으면 이제 버려주라."

자신을 버려달라니,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 가슴 한편이 저릿거려왔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팔 안쪽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내가 잡을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가는 여주였다. 정신을 차리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거즈와 반창고를 가지고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며 찾았다. 여주의 어깨를 돌려세운 뒤, 팔에 흐르는 혈을 닦고 반창고까지 붙였다. 매번 밀어내는 쪽은 나였는데,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 장담했던 네가 날 밀어냈다.

" ···· 너 나 없으면 안 되잖아,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

" 내 후회는 너야. 차라리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말이지 않았을까. ···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후회돼."

후회한다는 여주의 말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네가 이젠 아니라며 날 끊어내려 한다. 내 손을 쳐내고 택시를 탄 채 떠나버리는 여주를 더 이상 잡을 수 없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여주가 떠난 그 자리에서 서있었다.

나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너였는데, 사실 어쩌면 그건 네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 아니, 이젠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쪽은 나다.

나는 그렇게 매일 밤 너의 집 앞을 찾아갔다. 네 방 불이 꺼질 때까지 한참 동안 서성이다 집에 돌아오는 것이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몇 날 며칠 술에 찌들어 생활했고 매일 밤 후회하며 잠들었다. 네가 어땠을지, 너도 이렇게 울다 지쳐 잠에 들었을까. 나는 일주일 버티기도 이리 힘든데 넌 몇 년을 이렇게 견뎌왔던 거구나.

···· 모든 순간들을 후회한다.

여주시점

집 안에 있던 태형의 흔적을 하나둘씩 버려갔고 다시는 이런 사랑을 하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사실은 많이 보고 싶다, 하루는 온종일 너만 생각하다 잠들 정도로 그리워했다. 몇 년을 너만 쫓아다녔는데 아직까지도 네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습관적으로 우리가 나눴던 대화방을 들어가 보고, 네 프로필을 확인해보고, 몇 장 안되는 우리의 사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고 있었다.

진짜 미치겠네, 너무 보고 싶어. 상처란 상처는 다 받았는데도 네가 너무 그리워.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 후회한다는 말 거짓말이었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어, 모질게 뱉은 말로 상처받을 때도 너 좋아한 거 후회한 적 없다고, 바보 같은 거 아는데. ···· 너무 보고 싶다 진짜.

내가 널 어떻게 끊어낼 수 있겠어.

한참을 그렇게 울다, 태형을 떠올릴만한 물건들을 죄다 모아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렸다. 쓰레기를 들고 축 처진 어깨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왔다. 전봇대 밑에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뒤를 도는데 익숙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온 몸이 얼어붙었다.

가로등 아래서 한껏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태형이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울컥하며 눈물이 터져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로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내게 다가왔고 어느새 내 앞에 서 있었다. 한 번도 자신의 품을 나눠준 적 없던 그가 나처럼 쭈그리고 앉아서는 날 꽉 끌어안았다. 등을 쓰다듬는 손길은 한없이 다정했고 그에게서 풍기는 향기 또한 따듯했다.

" ···· 보고싶었어."

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나는 또 무너졌다. 한참을 그에게 안겨 울음을 터트렸고 그는 진정시키기 급급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켰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그의 촉촉한 눈가에 나는 울음을 참아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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