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떤 바보의 일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 작품선>, 진웅기.김진욱옮김, 범우사,2002년

영화 라쇼몽과의 연관성 그리고 아쿠타가와상으로, 언젠가부터 궁금했던 작가다. 이제서야 읽는다. 단편들인데, 한 인간의 광기와 혼돈, 그러한 인간이 세상속에 뱉어놓은 역사소설과 같은 류의 작품들과 자신의 사적인 얘기를 풀어낸듯한 글들, 이것은 순전히 작가 자신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만드는 작품이라 생각하며 읽는다. 이 작가의 끝없는 물음은 그의 작품 <河童, KAPPA> 에서 나오는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날 것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고 나서 대답을 하라"로 큰 소리로 묻는 거예요.(105쪽)라는 문장을 통해서 말해지듯이, 그가 말하는 태어나고 싶어 이 세상에 태어났나? 왜 나는 태어나야했나? 탄생의 근원적인 의문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존재이유는 결국, 광인의 유전력으로 마감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 불안한 광기, 광기의 개인사가 또 느껴지는 작품집이다. 류노스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정신이상을 일으키게 됨에 사족(士族)인 아쿠타가와의 외삼촌댁에 양자로 들어간 삶이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이 든다.  보는 동안 섬뜩한 전율이 느껴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라쇼몽>과 읽는동안 허구의 진실이 느껴지는 다른 세상을 말하는 작품 <河童, KAPPA> 와,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토록 무엇을 하나 이룬다는 것의 처절함과 잔인함 그리고 그러한 운명의 수용을 보여주는 <지옥변> , 그리고 아주 짧은 문장들로 이어졌지만 짧게 전해지는 그 문장들을 통해 바보의 일생을 그려볼 수 있는, 죽기 1달전에야 완성했다는 약간의 자전적인 얘기가 들어있는 <어느 바보의 일생>만을 얘기할까한다. 이렇게 짧은 감상의 글이 올라오는 작품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들어있는 여러작품에 공감하는 면이 있었으나, 약간 비슷한 느낌, 여기에는 불안, 혼돈, 광기, 광기의 웃음, 신들의 미소라는 약간 비슷한 느낌의 울림이 남는데, 그중 내게는 가장 혼란스러운 작품은 삶의 톱니바퀴를 경험하게한 <톱니바퀴>를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번 읽고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광인의 삶이란 때론 읽고 있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이 작품선을 읽다가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하게된다. 러시아의 작가들, 프랑스 혹은 독일 작가들, 이들로 인해 이미 물들어진 작가내면이라 생각한다. 이미 속해있고, 속해있음을 강조하는 작품이 간혹 보인다. 凡人과는 다른 영향의 거리를 느낀다.

<라쇼몽(羅生門)>

이런류의 소설을 옛기록 <<곤자쿠 모노가타리(今昔物語)>>에서 소재를 가져와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는 류노스케의 장기라 한다. 알고있지만 글을 엮는  재주꾼, 얘기를 구성하는 낱말과 문장에 따라, 달리 다가오는 각기 다른 작품이 가능할 수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란 말하는 작가에 따라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나중 나오는 <杜子春>도 중국의 당의 옛글<두자춘전>을 소재로 하여, <덤불 속> 역시 그런 곤자쿠 모노가타리에서 줄거리를 빌려와 그만의 글쓰기를 한 작품이라 한다. 라쇼몽의 존재, 이는 어떤 곳인가? 2,3년동안 쿄토에 지진이며 큰 불이 나고, 폭풍이 일어 , 아무도 랴쇼몽을 재건한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곳은 여우와 너구리가 살고 도둑이 숨어 살았으며, 마침내는 연고없는 시체를 갖다버리는 습관마저 생겨버린 곳이다. 지금 이곳에서 어떤 남자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환점을 찾아야하는 인물이다.  까마귀가 시체를 쪼으러 오고, 사내는 커다란 여드름을 만지작거리며 멀거니 비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릴 겨를이 없다. 그것을 가리다간 굶어서 담 밑이나 길바닥에 쓰러져 죽을 뿐이다.그러면 이 문 위로 실려와서 개처럼 버려지게 마련이다.그러니 가리지 않는다면- 하인의 생각은 같은 길을 수없이 맴돌던 끝에 마침내 이 대목에 마주쳤다. 그러나 이 '않는다면'(11쪽)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국 '않는다면'이었다. 하인은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을 긍정하면서도 이 '않는다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그 뒤에 올 '도둑질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긍정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11쪽)

그는 지금 계단위에 있다가 다락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할일없음에, 호기심에 이미 죽어있는 사람만이 있을뿐이라 생각하며 사다리를 오른다. 죽음뿐이라 생각하는 그에게 다락위에서 불빛이 비친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빛, 처음에는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13쪽)공포감이었으나, 한올한올 머리카락이 뽑힐때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증오심이 싹뜬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하인배에게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는 존재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그에게 두려움에서 증오심을 안겨준다.왜 할머니는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일까?

사나이로서는 이 비오는 밤에 라쇼몽 위에서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용서할 수 없는 악이었다.(13쪽) 사내는 질문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굶어 죽지 않기위해 가발을 만들기위해 죽은 사람의 머리를 뽑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자기 변명, 자신이 머리카락을 뽑은 죽은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지만 할머니는 그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않는다고 말한다. 이유는? 굶어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 역시 지금은 쫓겨나 어디로든 갈 수 없는 하인배이지만, 악을 행하지 않는다면까지는 생각하지만 행동하지 못했던 그에게 , 할머니는 근원적인 움직으로 작용해버린다. 이유는? 살아있는 인간에게 생명의 연장보다 더 큰 무게란 무엇이 있을까?

다만 지금은 비를 피할뿐, 하지 않는다면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던 사나이에게 할머니의 이미 전이된 악, 자신의 굶어죽지않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수도의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그 하인배 역시 전이되버린 악의 삶이 된다.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을 정도의 힘만 남아있는 할머니의 외투를 빼앗아 그는 달아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할머니는 신음인지 중얼거림인지 모르는 소리를 내며, 다락 아래를 흰 백발을 늘어뜨리며 쳐다본다. 한 인간의 삶이란 한 사람의 생명이란, 나란 무엇인가?

하인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16쪽) 악이 드러나지않았던 상태에서 순간 자신의 생존의 위해 어느 무엇도 불사하는 인간으로 쉽게 변해지는 하인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갔는가? 보고 있는 나에게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소설을 보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분위기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도 역시 글을 통한 어떤 돌변하는 인간성, 언제든지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는 인간의 어떤 모습, 그것이 악으로든 선으로든 어느 편으로도 변화가능한 인간의 모습을 놀라며 읽게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흔히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마주하는 순간의 장면전환을 만난것 같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그리고 역시 작품 끝부분, 불지불식간 다가온 사건이 느껴짐에 분명 그 스스로 나중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고골을 말하는 것을 통해서도 이 작품을 통해 역시 고골과 광인의 운명을 만난다.

<지옥변(地獄變)>

지옥변의 병풍을 그린 요시히데라는 화가의 일대기에 관한 역사물처럼 얘기한다. 방자하고 교만한 이 나라 제일의 화가라 생각하는 요시히데라는 인물과 그의 딸을 통해 자신의 재주를 담아내는 예술혼과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에 대한 갈등을 옛 이야기식으로 읽는 동안 재미있었으나, 너무 교훈적인 내용에 아마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나, 어떠한 주어진 상황을 실현해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작가 아쿠타가와의 내면의 모습을 본 듯하다.

<河童, KAPPA>

 어느 정신병원의 환자가 풀어놓는 얘기를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학문과 예술의 삶은 어떤가를 보여준다. 허구의 또 다른 허구를 세워올리는 쌓고 또 쌓은 허구의 탑이라 생각되는 소설의 분류화된 가지라 생각하며 읽는다.생명의 태어남은 자궁으로부터임에, 구멍을 통한 진입과 탈출로, 인간의 태어나는 양상과 조금 비슷한 태아의 모습으로, 물에 젖은 듯 보이는 처음 아이의 탄생의 장면을 생각하게하는 카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함이 느껴진다. 신과 같은 입장은 되지 못하지만, 다른 종족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가장 이 작품에서 눈에 뛰는 것은 처음에 말했듯이 정신병의 기질이 있는 상태에서 왜 난 태어나야했는가?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난 결코 태어나지 않았을거라 말하는 작가의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현존하는 인간의 생활을 한번 뒤집어보자는 취지로 다가온다. 예술가 기질로 살아가는 시인 토크, 의사 챠크, 음악가  크라바흐,  자본가인 게르, 정치가인 로페,  철학자 매그, 어부 배그, 학생 래프를 등장시켜,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진 카파를 내세워 다른 시선을 느끼게 하기위해 다른 눈에서 전환되어 똑바로 바라보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잠시 직종의 이름붙이기가 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언어적인기원, 혹은 유명한 대표자들로 이름붙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한다. 분명 얘기적인 구성은 재미있지만 아쿠타가와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인데 , 왜 긴 얘기로 다가오는 글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토리를 지닌 얘기로 다가오고, 짧게 짧게 표현된 작품들이 진정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바보의 일생>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장점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짧은 문장들로 이뤄진 빈 공간이 함께하면서 채워진 듯한 글들로 나에게는 다가온다. 이 작품은 특이나 소 제목들로 이뤄진 듯한, 소제목들이 하나의 연상되는 단상이 되면서 작품이 된 것으로 다가온다. 좀 특이한 작품으로, 시대적 상황, 개인적인 역사까지도, 개인적인 취향도 이야기로서의 연관성이 아닌, 떨어진 여백을 지닌채 살아가는 일생을 본다.  소제목들만을 옮겨보아도 여백으로 채워진 일생이 느껴진다. 1.시대 2.어머니  3.집  4.도쿄(東京)  5.제멋  6.병 (病)  7.그림 8.불꽃  9.사체 10.선생님 11.새벽  12.군항 13.선생님의 죽음 14.결혼 15.그들  16.베개 17. 나비 18.달(月) 19.인공의 날개 20. 족좨  21. 광인의 딸 22.어느 화가 23.그녀  24.출산 25. 스트린드베리 25.고대(古代) 27.스파르타식 훈련 28.살인 29형태  30. 비  31.대지진 32.싸움 33. 영웅(英雄) 34. 색채 35. 어릿광대의 인형 36.권태 37.더 나은 사람 38. 복수(復讐) 39.거울 40. 문답  41.병  42.신들의 웃음소리 43.밤 44. 죽음 45.Divan  46.거짓말  47. 불장난  48.죽음 49.박제한 백조 50. 사로잡힌 사람  51.패배

이처럼 소제목만으로 충분하게 어느 일생의 그림이 그려진다. 평생, 일생 그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들을 관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려지는 그림이다. 물론 작가 여기에 작가는 소소한 명암으로 스케치를 해놓았다.

그리고 그는 왜 자신을 바보라 칭하는 것일까? 이제껏 읽은 단편들속에서도 역시 바보와 광인의 삶을 살다간, 분열된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확연하게 드는데, 이처럼 그는 결과론적인 평가가 아닌, 존재하고 있는 그 상태에서 죽음을 집행할 광인이자 신의 입장에서 보면 바보일뿐인 어느 일생을 스스로 파악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공감이 되는, 작가의 소리라 생각되는 문구들,

그는 이 화가에게서 아무도 모르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던 그의 영혼을 발견했다.(264쪽)

서른 살인 그는 어느 틈엔가 어떤 빈 터를 사랑하고 있었다. (270쪽)

한 번 더 신(神)들의 웃음 소리를 느꼈다. 그것은 '신의 병졸들이 나를 붙잡으러 온다'는 말이었다.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