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화이트 칼라 및 은행원, 세무사, 회계사 등 점차 수요 줄어들 것으로 전망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의 등장으로 직업 세계의 혁신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신기술에 의해 대체 위기에 처해있는 직업이 있는 반면, 새롭게 주목받을 직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점차 사라질 직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당황한 어르신들…무인시스템기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얼마 전 60대 송모 할아버지는 손자와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당황한 적이 있다. 손자에게 줄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하려 했더니 주문은 무인시스템기를 통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인시스템을 처음 써보는 것이라 주저하고 있었는데 뒤에 서있던 젊은 청년이 도와줘서 무사히 주문은 했지만 등줄기에 식은땀이 난적이 있다.

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사진=나무위키]

김모 할머니는 동네에 과자집이 크게 생겨 들어갔다가 놀란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과자들이 즐비해 이것저것을 고른 후 계산을 하려했는데 점원은 없고 키오스크 기계만 있어 어리둥절했다. 이것저것 누른 뒤 다행히 계산은 됐지만 무인점포가 동네에 생겼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이들은 쉽게 하는 것들이 쉽지 않다”면서 “세상은 나날이 발전할 텐데 다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원 감축 여파인지 4차산업혁명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많은 음식점들이나 패스트푸드점들이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인 인건비 절감은 물론 불필요한 고객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원 절반 “내 일자리 8년 뒤 인공지능이 대체”

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자료=금융경제연구소]

최근 은행도 음식점에서 무인시스템을 도입한 것처럼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 앱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1대만 있으면 은행원을 거치지 않고도 계좌 개설은 물론 상품 가입, 계좌이체 등 80% 이상의 은행 업무가 가능한 시대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줄어들었다. 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면 웬만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대다수가 스마트폰 이용이 자유롭지 않은 고령의 고객들이거나 스마트폰으로 처리되지 않는 분실, 재발급, 카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다.

미래학자들 대다수가 10년 후 없어질 직업 상위권에 은행원이 꼭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금융과 4차산업혁명에 의해 은행원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처럼 오프라인 영업점과 은행원 없이 비대면 채널을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확산되고 있는 등 점점 은행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는 핀테크(Fintech) 진화로 2025년까지 전 세계의 은행원 23만 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관측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화이트칼라 소멸 비중 1위, 여성 일자리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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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교수 외 _고용의 미래_ 제공

몇 년 전 다보스포럼 문건을 보면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전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대신 200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하며 순손실 일자리 수는 510만개로 관측했다.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분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이트칼라 사무직’(476만개)이 전체의 67%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보였다. 제조업(161만개)이 22.6%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고, ‘건설·채광 분야(50만개)’가 7%, 미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스포츠·미디어 등 분야(약 15만개)가 약 2.1%, 법률 분야(11만개) 1.5%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 일자리 수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 생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일자리 분야는 주로 여성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인 과학이나 컴퓨터공학, 수학 분야는 현재 주로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로, 보고서는 남성이 직업을 잃는 속도보다 여성이 직업을 빼앗기는 속도가 훨씬 빠를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여성에게 일자리가 적게 주어진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까닭에 남성은 4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동안 하나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반면, 여성은 일자리 20개를 잃어버리는 동안 하나의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무사, 회계사 등도 10~20년 안에 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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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BBC]

2019년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대해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연구해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미래에 사라질 직업 순위 1위로 텔레마케터가 올랐다.

뒤이어 회계사, 소매 판매업자, 전문 작가, 부동산 중개인, 기계전문가, 비행기조종사, 경제학자, 건강 관련 기술자, 배우, 소방관, 편집자, 화학엔지니어 순이다. 또한, 슈퍼점원, 일반 사무원, 택시 운전기사, 호텔 객실 담당, 경비원 등도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꼽혔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도 제품조립원과 청원경찰, 미화원 등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직업들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교사나 일반의사, 항공관제사 등 전문직도 선정됐으며 특히 로봇의 발달로 로봇 일자리가 대신하면서 직업이 사라지는 속도도 가속화 되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 여행사에서 했던 최저가 항공 및 예약 관리 패키지 가이드 등은 현재에도 Air BnB로 인해 개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미래에는 여행사 직원 역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기자, 사회보험노무사, 약제사, 1급 건축사, 지하철 차장 등은 기계화 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직종으로 전망됐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AI 진화에 따라 산업구조 및 일하는 방식의 격변이 예상된다”며 “사회상황 변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 AI를 활용한 산업 입지도 확보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AI 진화에 따른 변화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특히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AI가 주목받는데다, IT강국인 만큼 변화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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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크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아… 이달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땐 ‘비대면 거래’ 가속화

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2016년 12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신한은행의 ‘S20 홍대입구 스마트 브랜치’. 손바닥 정맥 인증을 통해 스마트형 ATM으로 대다수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신한은행 제공

회사원 김지은씨(33)는 마지막으로 은행 영업점을 찾은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예·적금은 물론 연금저축, 적립식 펀드 등 나름대로 이런저런 재테크를 하고 있지만 모두 스마트폰으로 가입했다. 웬만한 결제는 신용카드로 하고 송금 역시 모바일로 해결하는 편이라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온라인 금융거래의 ‘필수품’이었던 공인인증서도 요즘엔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계좌이체는 스마트폰에 깔린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지문 인증으로, 온라인쇼핑몰에서의 물품 구매는 카카오·네이버페이를 활용한다.

‘은행 없는 은행’ 시대가 빨라지고 있다.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발전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내 집 앞의 은행’보다 ‘내 손 안의 은행’을 더 많이 찾는 추세다. 특히 이달 말 K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격을 앞둔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이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권 ‘디지털퍼스트’ 박차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임직원 3000여명이 짐을 쌌다. 올해도 정초부터 감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에서 28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신한은행도 16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은행원은 물론 점포 역시 축소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전국 영업점은 총 4919곳으로, 1년간 총 177곳의 영업점이 사라졌다. 줄어든 점포 수만 전년인 2015년(58곳)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없애거나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전체 은행 거래 중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어서는 등 변화하는 영업환경도 은행의 몸집 줄이기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원이 사라진 자리, ‘셀프 뱅킹(self banking)’이 각광받고 있다. ‘은행원 없는 은행’인 모바일뱅크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최근 6개월 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이 43.3%로, 전년보다 6.9%포인트 높아졌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모바일뱅킹을 이미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이용금액도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조2084억원에 달했다.

이달 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각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디지털 퍼스트’를 내걸고 있다. “디지털 시대엔 금융회사나 금융인이 있는 곳에만 금융이 있고 고객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핀테크의 무한경쟁은 이제 본격화됐다”(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디지털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등 은행권 수장들의 신년사만 봐도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디지털 중심의 조직개편은 물론 고령층·외국인 전용 맞춤형 모바일 앱 개발(신한은행)부터 음성인식으로 송금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KEB하나은행), 고객과 1대 1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금융상담을 해주는 ‘금융 봇(bot)’(NH농협은행)까지 은행 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고비용 문제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ATM 역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현금지급기(CD) 및 ATM은 총 12만1344대로, 2013년 최고치(12만4236대)를 찍은 뒤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대당 연간 손실액이 100만원이 넘는 데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길목에 ATM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된 것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 ATM 얘기다. 은행들은 은행원 없이도 고객 스스로 대다수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ATM’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2015년 12월 도입한 셀프뱅킹 창구 ‘신한 유어 스마트라운지’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거래건수가 43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금융업무의 약 90%에 해당하는 107가지 업무를 영업시간에 관계없이 고객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엔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인터넷뱅킹 신규가입이나 통장 교체, 체크카드 발급도 가능하다. 비대면 실명 확인은 고객의 생체정보인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5일 손바닥 정맥 등 생체정보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바이오페이’를 올해 상반기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바이오 인증 금융기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드나 현금 없이도 자신의 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7의 시장 퇴출에 일시 중단됐던 금융사들의 홍채 인증도 올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은행공간 사라진다

은행원이 왜 미래에 사라지는 이유

은행업무가 가능한 공간도 전통적인 은행 영업점에서 이동식 무인점포, 스마트폰, 편의점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특히 ‘3만 점포 시대’를 맞은 편의점은 생활밀착형 금융공간으로 떠올랐다. 이르면 이달 말 출범하는 K뱅크는 지점이 없다는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촘촘히 뻗어 있는 편의점 점포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지점 수가 1만500여개에 달하는 GS25 편의점의 ATM이 K뱅크의 오프라인 지점 역할을 대신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든 업무를 인터넷과 모바일, 편의점 ATM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해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로 굳어진 은행 영업시간 관행에 변화가 예고된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에서도 편의점의 역할이 각광받고 있다. 한은은 편의점에서 고객이 현금으로 물건값을 지불하면 잔돈을 선불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방식을 올해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소비자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등록된 은행계좌로 잔금을 송금해주는 방식도 추진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전을 지니고 다니는 불편을 줄일 수 있고,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매년 500억원에 달하는 동전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보안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한은 조사에서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꼽은 답변(100점 만점에 72점)이 가장 많았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는 지문, 홍채, 정맥 등 바이오 인증 기술은 더욱 보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나 통장 비밀번호는 유출되더라도 이후에 바꿀 수 있지만,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는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출사고가 벌어지면 속수무책이다. 한은 관계자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증대했다”면서 “바이오인증 기술 활용 등 안전성 제고 노력과 함께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은 노년층 등 ‘신금융소외 계층’을 낳을 수 있다. 한은 조사에서 세대별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30대가 62.1%에 달했지만 60대 이상은 13.7%로 저조했다. 60대 이상 노년층 10명 중 8명(82%)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이들 중 1.3명만이 스마트폰으로 금융업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