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느냐 이뤄질.수 없는 굼


Gos&Op

2011. 10. 5. 01:55

 

인터넷에 돌아다는 글귀가 있다.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라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주인공의 나레이션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진 글귀다.

요약하자면, (일단 공자의 일화라고 가정하자) 어느날 공자가 울고 있는 제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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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왜 울고 있느냐?
제자: 꿈을 꾸었습니다.
공자: 무서운 꿈이었느냐?
제자: 아니요.
공자: 그러면 슬픈 꿈이었느냐?
제자: 아니요. 
공자: 그러면 어떤 꿈을 꾸었길래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너무 달콤해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눈물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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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일화가 공자의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제자는 너무 달콤한 꿈을 꾸었기에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룰어질 수 없는 꿈은 참 슬픈 꿈이기도 하고 무서운 꿈이기도 하다. 제자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슬퍼 눈물을 흘렸지만, 더 무섭고 슬픈 현실은 지금 많은 이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점이다.

 꿈이란 것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꿈'이다. 그런데 그런 꿈도 없다면 진짜로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적은 것같은데, 이 사회/회사는 당신의 꿈을 갉아먹고 산다. (이 사회/회사의 마수에 잘못 빠져들면 애초에 당신에게 전혀 꿈이 없었던 것처럼 무기력하게 만든다.) 당신의 꿈을 잘 지켜라.


[달콤한 인생, 구운몽]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프게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병헌이 주연을 했던 영화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대사.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자의 현실을 비극적인 종말로 마무리한 영화. 김만중의 소설 주인공 성진이 추구한 욕망의 꿈을 연상하게 하는 대사.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운몽에서의 성진과 같은 행복한 득도가 없다. 영화 속의 주인공은 달콤한 꿈의 대가로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현실은 꿈을 꾸는 자를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현실로 끌고 오는 그 최소한의 자유마저 허락되지 않는 것이 삶이었을까? 그렇다면 꿈이 비참하다면 역으로 현실은 행복한 위안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신에게서 욕망을 부여받은 인간들의 모순된 천형일까?

눈뜨기가 두려웠던 아침이 지속되던 때가 있었다. 방의 창가 너머로 비쳐오는 햇살이 부끄럽고 하루의 시작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던 그 날들... 꿈이 연장되면 부르르 몸을 떨며 나를 거부하던 가로수길에서의 하루. 시력을 잃어버린 눈으로 가로수 잎새 너머의 하늘만 훔쳐보던 공허스러웠던 욕망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의 나레이션. 움직이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이다. 움직이는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움직이고, 정지한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풍경이 된다. 현실은 모습을 바꾸지만 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라보는 자의 내면일 뿐이다.

  거대한 현실에서 이탈한 자의 달콤한 꿈의 대가가 가혹스러웠던 역사와 현실의 흔적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의 눈물을, 그리고 그 가혹한 공허를 끝내 나는 버리지 못할 것 또한 알고 있다, 꿈 꾼 자들의 가혹한 대가가 세상의 지축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는 달콤한 꿈꾸기를...

이별 후 남성은 말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우느냐 이뤄질.수 없는 굼
영화 ‘달콤한 인생’

영화 ‘달콤한 인생’의 엔딩 장면에 삽입된 배우 이병헌의 나레이션이자, ‘구운몽’의 한 구절이다.

이야기 속 제자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꾼 남학생이 여기 있다.

그는 아스라이 펼쳐진 꿈의 정원을 손으로 천천히 더듬듯이 한 줄, 한 줄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남학생은 얼마 전 이별을 경험했다. 오랜 시간 만났던 한 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둘은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겨 멀리 떨어지게 됐다. 잘 만나고 있던 두 남녀의 사이는 이때부터 멀어져만 갔다.

남학생은 “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걱정이 현실로 다가올 줄 몰랐다”라며 “결국 성격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털어놨다.

왜 우느냐 이뤄질.수 없는 굼
영화 ‘달콤한 인생’

이어 “처음에는 정말 화가 났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지, 뭐가 모자랐는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의 결이 정리되자 후회들이 밀려왔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누나의 말을 들어줄 걸,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게 아닌가, 하고 되뇌었다.

이후로 부끄러움을 참고 몇 번 연락을 건넸던 남학생이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끝이었다.

이별의 순간을 털어놓던 남학생은, 연애 당시 누나에게 처음으로 ‘그것’을 고백했던 일을 떠올렸다.

사실 남학생에게는 안면인식장애가 있었다. 쉽게 말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거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왜 우느냐 이뤄질.수 없는 굼
영화 ‘달콤한 인생’

남학생이 안면인식장애를 고백하자,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가 나중에 잘못돼도, 나는 널 못 잊을 거 같은데, 넌 날 기억 못할 수도 있잖아”

괜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 개월 뒤 누나의 그 말이 현실이 돼었다고, 남학생은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헤어진 연인이 꿈에 나온다는 것을 영화에서나,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저도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꿈속에서는 그 누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참 달콤했다”

“하지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꿈이, 누나의 얼굴이 기억난다면 정말 가슴이 미어졌을 게다”

왜 우느냐 이뤄질.수 없는 굼
영화 ‘달콤한 인생’

누나가 좋아했었던 비가 오는 날, 남학생은 달콤한 꿈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

남학생에게 달콤한 꿈이란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잊혀져서 다행인 것.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