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메가 도스 방법

비타민C 많이 먹을 수록 좋다? 비타민C메가도스

약에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이가 달걀 한 판을 넘기고서도 챙겨 먹는 영양제가 딱히 없었으니까. 물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곰 세 마리가 업혀 있는 피로감에 시도해봤지만 건강에는 무심한지라 뜯어놓고 버린 영양제가 몇 통은 된다. 그런데 지금은 “약으로 배를 채우냐”는 말을 들을 만큼 많은 영양제를 먹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타민 C를 많이 먹는다. 비타민 C를 과다복용하기 시작한 건 레이저 박피 이후. 한 겹 깎아낸 피부를 빠르게 재생하기 위해서, 시술 부위에 색소 침착이 남지 않으려면 고용량의 비타민 C를 하루에 3번 3000mg씩 먹어야 한다는 지령을 받고 나름 열심히 실천 중이다. 그러다 최근 비타민 C를 기준치 이상 섭취하는 ‘메가도스 요법’을 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면역력 강화가 가장 큰 이유인데 감염병이나 상처, 피부 손상 등에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피로 회복, 항염, 항산화 효과 등도 손꼽힌다. ‘많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을 뿐인데’ 팬데믹 이후 뜨고 있는 건강 관리법이라니! 어쩌다가 하게 된 ‘비타민 C 메가도스’.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비타민 C 메가도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복용 방법의 효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갑론을박이라는 것. 비타민 C는 분명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결핍이 잦아 보충이 필요하지만, 과다 섭취에 대한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맹신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결과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몸 상태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여기 소개할 방법들을 숙지한 후 자신에게 맞춰 적용하는 것이 비타민 C 메가도스를 현명하게 실천하는 노하우다.

비타민 C 많이, 잘 먹는 방법

‘메가도스(MEGA-DOSE)’,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는 거라지만 정말 한도가 없는 걸까?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비타민 C 권장 섭취량은 100mg, 상한 섭취량은 2000mg이다. 비타민 C 메가도스는 일반적으로 이 상한 섭취량 이상을 복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양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많이 권장되는 용량은 3000mg으로 시작해 6000mg나 12000mg으로 양을 늘리는 것. 하지만 정답이란 없다. 개인마다 비타민 C 요구량이 다른 만큼 나에게 맞는 용량을 아는 것이 메가도스의 첫 번째 과정이다.
“적정량을 찾는 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장관용 용량’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1981년 캐스카트 박사가 제안한 개념으로 비타민 C의 부작용 중 가장 흔한 설사를 유발하는 양을 기준으로 삼는 거죠.” 신사가나안약국 약사 김정은의 설명. 비타민 C는 과도하게 복용했을 경우 장내에 남아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를 최대치로 보고 70~80%로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 예를 들어, 용량을 늘려가다 3000mg을 먹고 설사가 시작됐다면 2500mg으로 양을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거나 피곤한 경우, 피부과 시술을 받았을 때 등 몸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컨디션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용 용량을 정했다면 하루에 2~3회로 나눠 섭취할 것.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내과 전문의 오수연은 “비타민 C는 체내에 유지되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복용 후 8시간이 지나면 절반 정도가 남게 되죠. 따라서 2~3번 나눠서 먹는 것이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또 많은 양을 한 번에 먹기보다 나눠서 복용하는 게 흡수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죠.”라고 전한다. 고용량 비타민 C는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식사 중이나 직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높은 용량으로 시작하기보단 차차 양을 늘려간다.

  “비타민 C 단독 제품을 추천합니다. 다른 영양 성분이 포함된 멀티 비타민의 경우 원치 않는 영양소까지 과량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장안제일약국 약사 오정석의 설명. 비타민 C의 역할을 돕는 마그네슘, 비타민 B6 등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은 기본 용량으로 별도 섭취한다. 그리고 파우더 제형을 권장한다고 덧붙인다. 단, 파우더는 공기와 닿아 산화돼 변질되기 쉬우므로 개별 포장된 제품을 선택할 것. 유어클리닉 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수진은 ‘퀄리C(Quali-C)’ 인증을 받은 제품을 권장한다. “천연이라는 단어나 원료, 원산지 등을 강조해서 마케팅하는 제품은 거르세요. 차라리 식약처에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받은 일반 의약품이나 메가도스를 하는 데 있어 충분한 용량을 함유했는지 따져보는 게 우선이죠.” 김정은은 알약의 경우, 개수가 증가할수록 부형제와 같은 첨가물의 부담이 커지므로 위와 같은 조건을 먼저 살피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비타민 C 메가도스는 평생 해도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용량을 잘 조절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단, 메가도스를 주의해야 하는 경우는 있다. 과거 신장결석, 요로결석을 앓았거나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는 당뇨환자, 항응고,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사람 등은 고함량 복용을 피해야 한다. 또 복용 양을 조절했는데도 속쓰림이 계속된다면 중성 비타민 등 특수 비타민을 이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교훈은 대부분 잘 들어맞는다. 음식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과식은 만병의 근원이라 할 만하고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안 먹으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타민C 섭취에 있어서만큼은 이 고사성어를 잠시 잊어도 좋을 듯하다.

적정 권장량의 100~200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섭취하는 ‘메가도스(megadose) 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타민C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다.

하지만 메가도스 요법은 과유불급이라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1000㎎ 알약 기준 6~18개(6~18g)를 하루에 먹도록 권장한다. 아무리 비타민C가 친숙한 영양제라지만 뜨악한 양이다. 정말 괜찮은 것일까. 그리고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일까.

▶1.왜 비타민C인가

▷비타민C 결핍시대…많이 먹어도 안전

국내에 소개된 지 20여년이 지난 메가도스 요법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생활 방식과 식습관 변화로 비타민C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원칙적으로 비타민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흡수율도 높고 과다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없다. 하지만 육식을 선호하는 데다 가정에서도 반조리 식품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비타민을 적절하게 섭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비타민C는 약 7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손실되기 때문에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먹지 않으면 결핍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하는 ‘2016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5.7%는 비타민C를 필요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 안에 비타민C가 부족하면 모세혈관이 약해지고 인체조직 속에 쉽게 출혈이 생기며 멍이 자주 든다. 잇몸이 물러지면서 피가 나고 치아가 흔들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만성피로, 코피, 가쁜 숨, 소화 장애, 우울증 등도 비타민C 결핍에 기인한다.

‘과다복용’이라는 특이한 요법이 적용되는 것은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C의 특성 때문이다. 비타민A, D, E, F, K, U 등 대부분의 지용성 비타민은 다량으로 복용하면 체내에 축적돼 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섭취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반면, 비타민C는 과다복용 시 전부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2.어디에 좋은가

▷피로회복·피부건강·혈관질환에 탁월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의 효과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피로회복이다.

인간은 숨을 쉴 때마다 산소를 들이마신다. 이때 호흡 중 체내로 들어온 산소가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와 달리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우리 몸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방해한다. 암·동맥경화·당뇨·뇌졸중·심근경색 등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활성산소는 스트레스나 과로, 혈액순환 장애와 같은 환경에서 과잉생산되기 쉬운데 이때 메가도스 요법을 활용하면 피로회복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또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고용량의 비타민C를 섭취하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비타민 주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항산화 효과뿐 아니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C는 손상된 피부 재생을 촉진하고 멜라닌 색소 증가를 억제해 기미나 주근깨를 완화시킨다.

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비타민C는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인체 내 결합 조직의 생성을 보조하거나 혈액의 지질을 조절해서 적절하게 혈액순환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장기간 꾸준히 비타민C를 복용하면 경동맥이 두꺼워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혈관벽을 튼튼하게 만들어 뇌출혈이나 동맥 파열과 같은 혈관질환을 예방한다.

다이어트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비타민C는 체내 지방 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이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비타민C가 부족하면 올라가고, 충분하면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가히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어떻게 해야 하나

▷공복 피해 식후에 복용…산화주의

메가도스 요법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먼저 제품 타입을 정해야 한다. 분말형이 체내 흡수가 빨라 효과는 가장 좋지만 특유의 신맛과 흩날림 때문에 먹기 불편할 수 있다. 이 경우 알약이나 캡슐 형태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제품 선택 시 신경 써야 할 점은 흰색으로 된 비타민C를 고르는 것이다. 산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비타민C는 산화되기 시작하면 노르스름해지거나 옅은 갈색을 띤다. ‘산화된 비타민C는 독약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롭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복용량은 하루 6~12g을 권장하는데, 메가도스 요법이 처음이라면 6g에서부터 시작해 차차 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주의해야 할 것은 복용 시점이다. 비타민C는 약한 산성이어서 위장이 예민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빈속에 먹을 경우 속쓰림을 느낄 수 있다. 식사 중 혹은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수용성인 비타민C는 5~6시간이면 모두 빠져나가므로 이 주기마다 복용하면 좋다.

부작용은 없을까. 처음 비타민C를 다량으로 먹기 시작하면 설사를 할 수 있다.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한 비타민C가 대장에서 삼투압 변화를 일으켜 수분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일주일 정도면 괜찮아지는데, 증상이 지속되면 복용량을 조금 낮추면 해결된다. 드물게 신장결석 환자의 경우 과도한 비타민C가 소변을 산성화시켜 신장결석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될 확률이 크게 낮아지지만, 그래도 우려된다면 신장결석 환자는 메가도스 요법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

메가도스 요법 자체가 ‘위약효과(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비타민C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실제 비타민C의 효과보다는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믿음 때문에 유익한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적정량 이상의 비타민C는 모두 배출되고 마는데 왜 쓸데없이 아까운 낭비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과다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한다. 최악을 가정해도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인터뷰 | ‘비타민C 전도사’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

‘적정 권장량’은 죽지 않을 정도의 양…100배 먹는 이유 있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해부학·64)의 별명은 ‘비타민C 전도사’다. 개인 홈페이지 주소를 ‘doctorvitamin-c’라고 만들었을 정도다. 2004년 세계적인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스 후’에 등재되는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면역학자이자 비타민C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하루 60~100㎎만 섭취하면 된다는 비타민C를 6000㎎(6g) 이상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역시 30년 넘게 매일 1만2000㎎(12g)의 비타민C를 먹으면서 메가도스 요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Q 적정 권장량의 100~200배는 너무 많은 것 아닌가.

A 많이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을 먹으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비타민C 하루 섭취량 60㎎은 괴혈병이 걸리지 않을 정도의 정말 최소한의 양이다. 감기나 암을 비롯한 특정 질환의 예방·치료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권장량의 수십 배 또는 수백 배를 복용해야 한다. 아스피린의 용량에 따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다른 것처럼 비타민C도 용량에 따라서 다른 작용을 한다. 또한 음주, 흡연 중이거나 진통제, 항우울제, 항혈액응고제, 경구용 피임약,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 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타민C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Q 6~12g은 어떤 기준에 의해 나온 것인가.

A 영장류를 제외한 모든 포유류는 몸속에서 자체적으로 비타민C를 만들어낸다. 몸무게 400㎏인 말은 뜯어먹는 풀에서 하루 10g(1만㎎)의 비타민C를 섭취하는데도 체내에서 수십 g을 더 만들어낸다. 동물이 매일 간에서 당분을 비타민C로 변환해내는 양은 체중 1㎏당 70~250㎎이다. 인간의 평균 체중인 70㎏으로 환산하면 4900~1만7500㎎이다. 그래서 하한선에 가까운 6000㎎이 적정량이라고 보는 것이다.

Q 많이 먹어봐야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A 체내에서 비타민C를 생성하는 동물도 소변으로 배출하지만 계속 만드는 이유가 있다. 방광에 각종 노폐물과 활성산소가 모이기 때문이다. 비타민C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방광에 있는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메가도스 요법으로 소변 내 비타민C 농도를 높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 방광의 기능이 저하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활성산소인데,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하면 이를 막을 수 있다.

[류지민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0호 (2019.08.07~2019.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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