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화책은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다

/박미애.어린이도서연구회 경남권협의회 교육부장/

어떤 만화책은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다

새학기다. 이맘때면 대부분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필자의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한 어머니가 담임 선생님과 아무런 의논도 없이 100권이 넘는 전집 책을 사서 학급에 넣었단다. 아마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하니까 반에 책을 많이 넣어주면 선생님도,다른 학부모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뜻밖에도 이런 학부모는 참 많다.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생각. 그래서 무조건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나쁜 만화책을 보고 있어도 책만 보고 있으면 좋아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정말 그럴까. 정말 아무 책이라도 많이만 읽으면 좋은 것일까. 책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읽는 것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 문제를 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라고 하기 전에 책을 읽히는 목적이 무엇인지,어떤 책을 읽힐 것인지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흔히 책은 마음의 양식이요,책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삶의 지혜란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잘 살아남을 것인가에 가 있는 듯하다. 그건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저 혼자 온갖 기득권을 지니고 살아가는 방법이 진정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과 역사를 바르게 아는 것,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어려움을 이겨내고 삶을 당당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이런 것을 배운다면 그게 바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꿈과 희망을 키운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인공의 삶을 겪으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다른 처지에서 살아가는 여러 삶에 대한 이해도 갖게 된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뤄도 보고,괴로움을 준 상대를 통쾌하게 혼내주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따뜻함,평화와 생명의 소중함도 배운다. 그렇게 생각을 키우고,삶을 당당하게 가꾸어 가는 것이다. 이런 것은 좋은 책을 읽어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면 먼저 책을 고르는 눈을 키워야 한다. 현대 사회는 광고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광고를 대하며 살다보니 대중매체의 광고 문구에 시나브로 길들여진다.

광고에 숨어있는 돈을 벌기 위한 온갖 전략 따위를 살펴볼 여유나 판단력을 잃어가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 학습을 위한답시고 나오는 책들이 너무나 많다. '~학년을 위한 동화','~역사를 위한 동화',경제동화,역사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 따위들. 그런 책들을 조금만 꼼꼼히 살펴본다면 자기 아이에게 쉽게 권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원본의 내용을 줄여서 낸다는 점이다. 더구나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작품을 적당히 빼고 줄거리만 살려서 낸 책들이 적지 않다. 아이들은 그런 책을 읽고 주인공과 책이름 정도 기억할까. 그리고는 그 책을 몇 학년 때 읽었노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연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본래 그 책에 담긴 인생을 이해하고,문학작품으로서 지닌 맛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런 책은 도리어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무척 재미없게 만들어서 더욱 책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학원 다니느라 바쁜 아이들이 그런 책을 읽느라 좋은 책을 찾아 읽을 틈이 없다.

책이라고 다 책이 아니다. 책에 담긴 가치관,주제,삽화 인쇄,제본 상태까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쁜 책은 해로운 음식과 같다. 제대로 된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어린이책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좋은 책을 많이 읽고,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부 공식 블로그

그 누가 독서가 쉽다고 했나 본문


8월까지는 그렇게 비가 와서 햇볕보기가 힘들더니 9월이 되니 오히려 지난 몇 달간의 궂은 날을 보상이라도 해줄 듯이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늦더위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높아져 대한민국 초유의 정전사태까지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진정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 얼마나 좋으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고 했을까. 사람은 비구름과 먹구름이 지나간 높은 창공의 푸른색을 즐기고, 말은 들에 나가 맘껏 풀을 뜯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한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오죽하면 한자 성어에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라는 말이 있을까. 날씨가 서늘하여 등불 가까이에서 책을 읽기 좋다는 말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독서의 즐거움과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이미 진부한 격언일 정도로 늘 듣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철학자 도꾸도미 로까는 “두뇌의 세탁에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건전한 오락 가운데 가장 권장해야 할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과 독서하는 것 두 가지라 하겠다.”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독서는 지혜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면서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만화책은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없다

(나의 서재: 책을 읽는데 반드시 책상과 의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독서에 대한 현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의 주당 평균 독서 시간이 3시간 남짓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도사람들의 경우는 주당 10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삼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3시간이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 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성인이 네 명중 한명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씀하신 안중근 의사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책을 읽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말은 참 하기 쉽지만 실제로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을 주변에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바쁘고, 직장인들은 회사 업무로 너무 바쁘기에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서도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마음속으로 책을 읽어야지라는 막연한 다짐을 넘어서는 방법론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몇 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았던 본인이 이제는 한 달에 몇 권씩의 책을 독파할 수 있는 자칭 ‘ 파워 리더 ’ 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책을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은 서점에서 사는 순간 중고 서적이 된다. 읽지 않고 깨끗하게 보존되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보다는 약간 낡고 더러워져도 내 머리 속으로 옮겨진 책이 더 소중하다. 책의 빈 공간에 필요하면 메모도 하고 순간의 생각을 적는 것은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메모지나 공책을 찾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쳐 버린다면 독서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빈 공간은 메모를 위한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좋다. 물론 책을 험하게 다루라는 말은 아니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대여한 책에 메모를 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메모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여백을 이용해도 좋다)

 
둘째, 책을 읽는 공간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책을 반드시 조용한 도서관이나 집의 서재에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는 버스 안이나, 해외 출장이라면 비행기 안도 좋은 독서 장소가 될 수 있다. 정형적인 공간을 생각하면 결코 독서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항상 휴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곳이 어디던 책과 함께 있는 장소가 책을 읽는 공간이고 장소다.

셋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아주 특수한 직종이 아니라면 직원들에게 독서 시간을 따로 만들어 주는 회사는 없다. 스스로 독서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점심시간 중 10분,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의 몇 분, 심지어 화장실에서의 몇 분도 차곡차곡 쌓이면 책 한권을 읽는데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몇 분간의 독서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책 읽기 습관으로 쌓이게 된다.

넷째, 장르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 난 이공계이니까, 난 사회과학을 전공했으니, 난 음악을 전공했으니” 라는 식의 생각은 독서를 하는데 가장 큰 제약 요소 중 하나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고, 전자업종의 엔지니어들이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지식 컨버전스’ 시대이기도 하다. 줄기세포가 한 시점의 사회적 이슈라면 과감히 생명공학에 관련된 책을 뽑아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학이나 순수과학 분야도 쉽게 풀어 쓴 책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만화로 된 책도 좋다. 본인도 생명공학에 관한 입문서를 몇 권 읽었는데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학문간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특정 장르를 가릴 필요는 없다)

다섯째, 다 읽은 좋은 책은 반드시 주변 사람에게 빌려주고 추천해주자. 유태인의 속담에 돈은 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빌려준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완독한 좋은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추천해주는 일은 행복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과 같다.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 선물이 돌아온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라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읽는 책을 보고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식과 지혜로 품격을 갖춘 사람은 어디를 가서도 존경과 우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해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손으로 책을 들어 책을 펼칠 때가 되었다. 머리 속에서만 떠도는 독서의 열망을 뒤로 하고 책의 첫 장을 여는 순간 좋은 독서 습관은 금새 쌓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