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낮은 드라마 - sicheonglyul naj-eun deulama

입력2020-04-18 09:30:01 수정 2020.04.18 09:30:01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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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들, 위에서부터 ‘어서와’, ‘부러우면 지는거다’, ‘끼리끼리’ / 사진=KBS2, MBC 방송화면 캡처

지상파 드라마·예능에 비해 종편이 베끼기에 급급하다는 말은 이제 완전히 옛말이다.

최근 지상파의 여러 프로그램이 1%대는 물론 0%대의 초라한 시청률까지 받아들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화제의 프로그램이 모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나오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상파를 비롯한 케이블까지 드라마는 부진을 거듭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KBS2 ‘어서와’는 0.9%(닐슨코리아/전국 기준)까지 추락했고, tvN ‘반의반’은 1%대 낮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해 조기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

MBC 황금시간대 예능 역시 끝을 모르는 하락세다.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부러우면 지는거다’는 1.8%, 일요일 오후 5시에 방송되는 ‘끼리끼리’는 1.0%로 최저 시청률을 연이어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반면 종편에서 바람을 탄 프로그램들은 연일 호황이다. TV조선은 지난해 ‘미스트롯’에 이어 올해 ‘미스터트롯’으로 소위 초대박을 쳤다. ‘미스터트롯’은 35.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종편 예능의 새 역사를 썼다. 역대 예능 프로그램 중 2010년 방송된 KBS2 ‘1박2일’이 39.3%로 시청률 1위인 것과 비교해서도 ‘미스터트롯’의 기록은 의미가 크다.

이에 힘입어 TV조선은 ‘미스터트롯’ 종영 후에도 파생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의 맛’, ‘사랑의 콜센타’ 등으로 20%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지상파 및 비지상파를 통틀어서 20%를 넘는 프로그램은 현재 방송 중인 ‘사랑의 콜센타’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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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으고 있는 종편 방송 ‘부부의 세계’(위), ‘사랑의 콜센타’ / 사진=JTBC,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화제의 드라마 또한 종편에서 등장하고 있다. JTBC ‘부부의 세계’는 2회 만에 10%를 돌파하더니 6회에서 18%를 넘어섰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SKY캐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청률이 오르는 만큼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부부의 세계’ 이전에 많은 패러디와 화제를 낳은 ‘이태원 클라쓰’ 역시 JTBC에서 나와 종편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상에서 얼마나 주목받았는지 측정하는 TV화제성도 종편이 장악했다. 이달 6일부터 12일까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드라마 및 비드라마 TV화제성·출연자 화제성 1위는 모두 종편 프로그램이 가져갔다. 특히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TOP10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을 포함해 모두 종편 출연자들이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는 앞다퉈 종편 출연자들로 반등 효과를 노리고 있다. ‘라디오스타’는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을 섭외해 4년 만에 10%를 돌파했다. 전날 방송 대비 2배 이상이 올라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사례다.

0%대 굴욕을 이어가고 있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까지 출연자 모시기에 나섰다. MBC ‘음악중심’은 4일 방송에서 임영웅 출연 이후 2배 이상 시청률이 오르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1일 방송에서 영탁까지 섭외해 최고 시청률을 유지시켰다. SBS ‘인기가요’ 또한 임영웅 출연분에서 소폭이지만 상승효과를 맛봤고, ‘미스터트롯’ 참가자 이대원까지 출연을 예고하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SKY캐슬’, ‘미스트롯’ 등 종편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지상파가 잠시 주춤한 바 있지만, 신선한 캐릭터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점철된 SBS ‘스토브리그’, KBS2 ‘동백꽃 필 무렵’ 등이 다시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상파에서는 종편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따라잡을 만한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뻔함’과 ‘답습’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방송가의 숙제다.

/추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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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속' 메인 포스터./사진제공=블리츠웨이스튜디오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KBS가 드라마 '어서와' 이후 두 번째로 시청률 0%대라는 굴욕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가 전국 시청률 1.0%를 기록한 것.

지난 26일 방송된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이하 '너가속')는 12회 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1.9%로 시작, 계속된 하락세 끝에 1.0%까지 떨어진 것. 지상파에서는 유일한 수목드라마였음에도 동시간대 방송된 JTBC '그린마더스클럽',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보다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어서와' 메인 포스터./사진제공=KBS

KBS는 지상파 최초로 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당시 오후 10시대 미니시리즈가 0%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어서와'(2020)가 처음. 이전의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 역시 배우 박시후·송지효 주연의 '러블리 호러블리'가 기록한 1.0%, 김재중·유이 주연의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 기록한 1.4% 등 모두 KBS 드라마였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싱그러운 스물다섯, 운동이 전부인 박태양(박주현 분) 선수와 운동이 직업인 박태준(채종협 분) 선수가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이는 뜨거운 스포츠 로맨스를 담은 작품. '인간수업'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괴물 신인' 박주현의 첫 로맨스 작품이자 채종협의 데뷔 3년만 첫 주연작이다.

배우 박주현, 채종협./사진제공=KBS

그러나 '너가속'은 시작부터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간 '학교 20201',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달리와 감자탕' 등 KBS 표 청춘 로맨스물이 흥행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 로맨스물이 통할지 의문이었기 때문. 박주현, 채종협 등 주연 라인업 역시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시키기엔 다소 약하다는 평이었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은 '사극 치트키'로 로 6%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것. 경쟁작인 SBS '우리는 오늘부터'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너가속'의 부진에 KBS는 힘을 실어주기보단 외면을 택했다.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 유입을 해야 함에도 '너가속' 재방 편성은 주로 새벽 시간에 이뤄졌다. 오후 방송대는 일요일이 유일하다.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이상 드라마를 보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스틸 / 사진제공=채종협

'너가속'은 방송 초반 제목 오류 논란으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과학자들이 SNS를 통해 지적한 건 493km 뒤에 '/h'가 사라졌다는 것. 속도는 'm/s', 'km/h' 등의 단위를 사용하기에 길이를 나타내는 'km'과 같이 붙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h'로 했을 경우 구어적으로 '너에게 가는 속도 493킬로미터 매 시'가 되기에 편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매 시'를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제목 논란보다도 화제성이 없는 시청률에 제대로 굴욕을 맛보고 있는 '너가속'. 4회만을 남겨둔 상황 속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이대로 KBS의 두 번째 0%대 드라마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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