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메트릭 디자인 미적분 - palameteulig dijain mijeogbun

[수학동아 2016년 7월호]

배우에게 외모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캐릭터의 경우 배역에 어울리는 외모를 갖춰야 합니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의 도리와 니모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지만 진짜 물고기처럼 부드럽고 매끈한 몸통을 갖췄어요. 동글동글한 외모가 귀여운 매력을 더욱 끌어올리지요?

지금도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기에 앞서 캐릭터의 생김새와 표정을 손으로 예쁘게 그립니다. ‘컨셉을 잡는다’고 하지요. 하지만 컴퓨터는 이렇게 그린 캐릭터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컴퓨터가 3차원 캐릭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1972년, 미국의 컴퓨터 개발자인 애드윈 캣멀은 단편 영화에서 여러 가지 다각형으로 뒤덮은 3차원 손을 선보였습니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표면을 감싼 캐릭터는 부피감이 느껴지면서도 컴퓨터가 점과 선으로 캐릭터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를 나타내는 것을 ‘폴리곤 메쉬’라고 하며, 캐릭터의 몸통을 만드는 ‘모델링’ 단계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다각형이 맞닿아 있는 부분은 자세히 보면 마치 표면이 꺾인 것처럼 보입니다. 도리를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피부가 모난 듯 꺾여있다면 무척 부자연스러울 겁니다. 다각형으로 이뤄진 캐릭터의 몸통에서 점 몇 개를 잡고, 이 점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릴 수는 없을까요?


몇 개의 점을 이어서 곡선을 그려보겠습니다. 그 중에는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부분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곡선 위의 점에서 곡선에 접하는 접선을 그려보세요. 아마 뾰족한 부분 근처에서 접선의 기울기가 갑자기 크게 변할 겁니다. 원래 곡선의 식을 한 번 미분*한 결과인 기울기가 급변하는 것을 ‘기울기가 연속적이지 않다’고 표현해요.

‘한 번도 미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연속인 곡선’을 ‘C0 연속 곡선’이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한 번 미분한 결과인 기울기까지 연속인 곡선을 ‘C1 연속 곡선’, 두 번 미분한 결과까지 연속인 곡선을 ‘C2 연속 곡선’이라고 합니다. 여러 번 미분한 결과까지 연속인 곡선일수록 부드러워 보이지요.

부드러운 돌고래로 만들려면? 폴리곤 메쉬로 표현한 돌고래의 몸을 더 부드러운 곡면으로 만들려면 먼저 다각형을 더 작은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쪼갠다. 삼각형이나 사각형의 꼭짓점이 만나서 생기는 점들을 이었을 때, C2 연속 곡선처럼 부드러운 곡선이 되도록 점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한다. - 수학동아 제공

이런 곡선의 성질을 고려해 3D 캐릭터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용도로 고안한 곡선을 ‘파라메트릭 곡선’이라고 합니다. 캐릭터를 모델링할 때 많이 쓰는 ‘넙스 곡선’도 파라메트릭 곡선의 한 종류랍니다. 폴리곤 메쉬를 응용한 기술과 파라메트릭 곡선, 두 가지 방법이 함께 쓰여 캐릭터를 진짜처럼 만듭니다.

미분* 곡선을 미분한다는 것은 곡선 위의 임의의 점에서 곡선이 기울어진 정도를 알려주는 식을 구한다는 뜻.

도움| 김민혁(KAIST 전산학과 교수), 노준용(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민조홍(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최완호(덱스터 스튜디오 창작연구소장)

▲ ⓒBridges Seoul 2014 홈페이지

라페엘의 ‘아테네 학당’에는 △과학자 △수학자 △예술가 △철학가 등 54명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약 500년이 지난 지금, “수학과 다른 학문을 연결(bridge)하자”며 전 세계 지성인들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 모였다. 올해 18회를 맞는 Bridges Conference가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열린 것이다. 첨단 전시과 유창영 과장은 “교육부가 강조하는 ‘융합’을 실제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해시켜주고 싶었다”고 유치 이유를 밝혔다.

이번 Bridges Seoul 2014에서는 한국적 특색과 과학기술을 접목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재고하고자 대중강연회가 개최됐다. 그 중 ‘건축, 숨겨진 기하학을 찾아서: 파라메트릭 디자인’ 강연은 개최국의 참모습을 보여줬다. 강연자 박정대 교수는 ‘한옥’에 숨겨진 기하학을 찾아 수학적 원리로 해석하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복잡하게 보이는 한옥의 곡선은 간단하게 2차원 선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며 “이를 3차원 상에 배치해 관계식을 만드는 것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원리”라고 소개했다.

▲ ⓒ김민진 제공

최근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공간이 공존하는 新 한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한옥, 특히 지붕 부의 설계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지붕마다 비례가 달라 정형화된 공식도 없다. 한옥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대대적으로 모범 한옥 지붕을 선택해 공식을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대표하는 기술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은 수학 공식을 적용해 곡선을 설계하는 디자인 방식을 말한다. 우선 건축물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매개변수(parameter)를 부여한다. 그 다음, 건축 요소들의 2차원 작도를 통해 3차원 모델링을 구축한다. 그리고 요소 간 관계식을 찾아내 공식화한 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하학’과 ‘건축 기술’을 융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가장 큰 장점은 실효성이다. 이것을 통해 전체 지붕틀의 통합적 제어가 가능하다. 매개변수를 변경하면 구성요소의 정보가 자동으로 변해 바로 도면에 적용된다. 모든 치수를 기록하고 어려운 작도를 거치는 전통건축 방식을 대신할 수 있다. 또한 상호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최소 구성요소에서 시작해 전체로 조합해가는 Bottom-up과 한옥 전체에서 부분적 구성요소로 변경해가는 Top-down 양방향으로 디자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건축비도 60% 절감할 수 있다. ‘한옥기술개발 연구’에 따르면 서까래의 길이와 곡을 자동으로 형성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한옥 지붕 곡선의 핵심인 앙곡, 안 허리의 2차원의 곡선을 작도하고, 연산과정을 통해 3차원 곡선을 도출한 후 관계식을 만들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것을 한옥에 적용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구성 요소들이 매우 복잡해 아직 한옥 지붕의 기하학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전문가들은 지붕에 숨겨진 기하학을 해석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기존 한옥으로부터 도출된 매개변수를 적용해 한옥 건축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경험하고 느끼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한옥에 숨겨진 기하학이 모두 밝혀질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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