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제작 비용 - os jejag bi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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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 | 작성일 2019년 06월 1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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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제작 비용 - os jejag biyong

<나라의 신동식 대표 photo 황현상 기자>

24시간, 그러니까 만 하루 만에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옷을 맞추고, 완성품을 받을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 4월 25일, 동대문에 위치한 쇼핑몰 롯데피트인 2층에 막 오픈한 시범매장 ‘위드인24’를 찾아 취재했다. 그리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에는 만 하루 만에 주문제작한 옷의 출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위드인24’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시가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동대문 패션클러스터를 결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획한 의류판매장이다. 충분한 재고와 유통비용 조달이 어려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일감이 필요한 패턴실과 고급 봉제인력을 매칭해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에 기사를 공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취지는 좋으나 시스템의 한계로 디자인이 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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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24’는 입점 디자이너와 패턴실, 샘플실이 한 팀을 이뤄 주문을 소화한다. 나라의 신동식 대표(가운데) 부부와 강동진 디자이너(오른쪽).>

이번 취재는 이 댓글에서부터 출발했다. 점검 포인트는 24시간 안에 만들어지되, ‘예쁜 옷’이 나오는 지다. 기술 체험이나 하루 만에 옷을 만든다는 홍보에 혹해 ‘구린 디자인’을 감수하고 옷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산업부와 서울시가 올 한해 약 28억 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가 목표한 ‘좋은 취지’, 동대문을 테크 패션의 허브로 만들 수 있는 사업 모델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었다. 

정부와 서울시 비전에 따르면 ‘위드인24’는 앞으로 전국에 확산될 것이고, 이어진 프로젝트도 많다. 

올 하반기 중 인공지능이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마이스타일랩’, 상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v커머스 스튜디오가 동대문에 만들어진다. 

동대문 도매몰과 디자이너, 경기와 대구지역 원단기업, 창신동 봉제공장을 연결하는 ‘디지털 밸류 체인’ 조성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도 시작된다. 빅 데이터건 인공지능이건 4차 산업혁명이건 돈을 벌 수 있어야 쓸모도 논할 수 있는 법이다. 정부사업에 참여한 디자이너, 패터너, 봉제사는 무엇을 기대하고 실제는 어떨까. ‘위드인24’에서 옷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IT 옷가게’에서 쇼핑하기

롯데피트인의 개장 시각은 오전 11시. 매장에는 ‘프롬 더 예스터데이’를 전개하는 강동진 디자이너가 먼저 나와 기다려 줬다. 입점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가끔 매장에 들르기는 한다지만 주문 이후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 보기 위해 미리 요청을 했다. 5월 29일, 평일 오전이어서 쇼핑몰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매장의 가장 큰 차별점인 스마트 룩 북과 가상 피팅을 해 볼 수 있는 스마트 미러를 써보기로 했다. 스마트 룩 북은 키오스크로, 매장 내 각 아이템의 상세 디자인과 컬러, 변형 가능 요소, 완제품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만큼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행거에 실물이 걸려있기 때문에 ‘눌러보는 재미는 있는데 구매결정에 무슨 도움이 되려나’ 생각하는 찰나, 매니저가 “실물 샘플은 한 가지 사이즈와 컬러만 있지만 스마트 룩 북으로는 매장 내 전 제품에 대해 선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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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인24’매장전경>

스마트 미러는 이색 체험이긴 했지만 기자에게는 딱 거기까지였다. 정확한 위치에 서서 한동안 정지 동작을 취해야만 명령어를 인식하는 스마트 미러.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가며 어렵사리 허공을 휘젓기를 수차례, 땀이 날 정도로 이것저것 메뉴를 적용해봤다. 대상 아이템은 ‘프롬 더 예스터데이’의 체크 패턴 셔츠로 골랐다. 

유니섹스 스타일이지만 매장 아카이브에 ‘남성복’으로 분류된 탓에 아바타의 성별도 남성으로 선택해야만 가상 피팅을 할 수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흡사 외계생명체와도 같은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안경을 써서인지 얼굴 안쪽으로 구겨 넣어진 이목구비, 떡 벌어진 어깨에 가슴이 솟아 있는 모습. 체형도, 얼굴도 나이길 거부한 아바타로는 완성된 옷을 입었을 때를 유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물을 입고 ‘그냥 거울’에 비춰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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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룩북을 시연하고 있는 강동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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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미러를 사용해 봤다.>

셔츠의 기장을 늘려 아우터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디자인 변형이 가능한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디자이너가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변형이 가능한 요소를 정해 놓고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장, 품, 허리 사이즈, 목둘레, 어깨넓이 등 그레이딩은 얼마든지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반면 원단과 단추, 봉제사의 색을 바꾸거나 지퍼, 포켓, 칼라 등의 탈부착이나 변형은 애초에 변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을 때에 가능하다. 디자이너들도 제작기간은 단축하면서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도록 하의는 거의 허리에 밴딩을 적용하는 등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굳이 디자인 요소를 변경하겠다면 가능은 하지만 실루엣이 틀어지거나 옷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그레이딩, 패턴 출력이 바로바로

기장을 늘리기로 했으므로 총괄 매니저와 그레이딩 매니저가 체촌을 했다. 체촌 후에는 매장 안에 있는 별도의 작업실에서 바로 캐드 그레이딩과 패턴 출력까지 진행된다. 현재 ‘위드인24’에는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일즈 매니저 3명, 그레이딩 매니저 1명, 테크니컬 매니저 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김도연 총괄매니저는 보통의 의류매장 매니저가 동업계 판매 경력자인 것과 달리 대학에서 패션과 방송 관련 강의를 해 온 패션전문가다. 

“소비자에게 매장의 시스템과 주문 방법, 디자이너와 컬렉션에 대해 설명을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소한 형태의 매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죠. 스마트 룩 북으로 제품을 고르고 가상 피팅을 하는 것이 흥미로운 체험이기도 해서 해외 관광객의 반응이 좋아요. 샘플 구매를 원하는 중국인 쇼핑객도 많아서 중국인 직원도 근무합니다.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주문이 꾸준히 늘어서 6~7월 매출은 기대할만 합니다.”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시크한 여성복 ‘근리’, 범상치 않은 디테일의 롱 셔츠가 눈에 들어오는 남성복 ‘제로 드 컨듀인’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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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바로 그레이딩과 패턴 출력이 이루어 진다.>

사진 촬영까지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제품 선택 다음은 가장 중요한 결제하기. 사실 매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착한 가격’이었다. 

15개 브랜드가 각각 7~9벌씩 샘플을 내놓고 있는데, 중심 가격이 재킷 14만5,000원, 셔츠와 팬츠, 원피스는 11만5,000원이다. 최고가 아이템도 24만5,000원. ‘위드인24’ 시스템에 최적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메인 컬렉션 정도의 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기자에게는 가격 대비 소재, 스타일, 완성도 모두 꽤나 만족스러웠다. 

현재 패턴비용은 기본 우븐 셔츠가 8만원, 변형 시 2~3만원이 추가된다. 안감이 있는 아이템은 거기에 비용이 더 추가된다. 샘플 봉제 비용은 기본 셔츠나 팬츠의 경우 10만 원, 재킷과 코트는 16만원이 평균가다. 꽤 디테일이 들어간 아우터는 한 벌 꿰매는 데 20만 원 정도를 잡아야 한다. 

강동진 디자이너의 경우 올 3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제너레이션넥스트 디자이너로 뽑혀 패션쇼를 열 수 있었는데 25착, 총 60벌의 샘플 제작비로만 1,000만 원이 넘게 들어갔다고 한다.  

샘플 봉제비만 기본 10만원이 들어가는데, 옷 한 벌을 10만 원 대에 판매 할 수 있는 이유는 패턴과 봉제공임, 매장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12시 34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자 디자이너와 총괄 매니저, 그레이딩 매니저, 기자의 카카오톡 앱으로 동시에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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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디자이너에게 발송되는 알림, 매장 매니저 알림, 배송알림>

주문자 정보, 주문 내용과 요청 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는데, 링크된 URL을 클릭하면 결제, 패턴과 원부자재 입고현황부터 생산(봉제) 등 진행현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한다. 

이 메시지는 봉제가 이뤄지는 샘플실 담당자에게도 동시에 뜬다. 매장에서 그레이딩과 패턴 출력이 되기 때문에 디자이너, 샘플실과 함께 한 팀을 이루는 패턴실에는 주문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디자이너·패턴실·샘플실의 팀워크

출력된 패턴이 가야할 곳을 따라서 인근 샘플실로 이동했다. 

‘위드인24’ 운영사인 한국패션산업협회가 디자이너와 매칭해 준 샘플실은 동대문패션비즈센터 2층 기술트레이닝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나라’라는 곳이다. 

강동진 디자이너와 한 팀을 이룬 신동식 나라 대표는 2016년부터 이곳에서 일을 해왔다. 

신 대표는 40년 전 신사용 맞춤 정장을 만드는 고급 양장점에서 처음 옷 짓는 일을 배웠고,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30년 전 쯤 ‘눈을 떴다’고 했다. 객공 봉제 기술자 여럿을 둔 공장을 운영했다가 기술자들이 나이가 들어 하나, 둘 떠나고 새로 일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어 월세 부담이 없는 센터 입주를 택했다. 원숙한 어시스턴트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가 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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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트레이닝센터>

‘위드인24’의 좋은 취지는 40년 경력의 봉제 장인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

“지금 거래처 대부분이 디자이너 브랜드에요. 기업들은 중국이나 해외로 나가고 샘플 의뢰를 안 하니까. 예전엔 삼성도 동대문 샘플실을 썼는데 일감이 떨어지니 거기도 없어졌고, 아마 장사가 안 되니까 그렇겠지. 나는 하루에 3벌 정도 작업을 하는데, 2명이 인건비라도 빠지려면 5벌은 해야 되요. 제일 힘든 건 일감이 줄었는데 공임도 내려갔다는 거지. 예전엔 코트 한 벌 하면 30만 원 받았는데, 지금은 디테일이 까다로워도 20만 원 이면 잘 받는 거고. 여기 젊은 디자이너들은 아직 뭐 시작이니까 간에 기별이 좀 가나 싶은 정도지만 양이 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애들도 출가시켜야 하고 앞으로 10년은 더 일을 해야 해. 일감이 꾸준한 것이 제일 바램이지. 무작정 나가 영업을 할 수도 없고 알음알음으로 하는 건데 나라에서, 기관에서 이렇게 기술을 인정해 주고 일을 찾아주니 고맙죠. 젊은 디자이너들도 장사가 잘 되어서 같이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샘플실을 나서며 강 디자이너가 말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면서 기획, 제작, 출고시점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홍보 창구도 되고 소비자 반응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구요. (샘플실)선생님도 기획 의도는 살리면서 소비자가 접근하기 수월한 디자인 방향을 조언하고 응원해 주시고. 신인에겐 무엇보다 양산 단계 전까지 정부의 공임 지원이 확실한 도움이 되죠. ‘위드인24’의 운영 계획과 일정, 판매 데이터 같은 정보를 디자이너와 공유해주면 성과를 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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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언박싱.>

기술은 ‘브랜드 가치’에 앞설 수 없다 

 주문 다음날인 30일 12시 반쯤 ‘위드인24’ 매장에 완성된 옷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고, 매장에서 발송한 택배는 31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회사로 배송됐다(수령방식을 택배로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결제 시점부터 24시간 안에 옷은 잘 만들어졌다. 또한 샘플을 보고, 피팅도 한 후 고른 옷은 개인의 취향일 테지만, 디자인이 구리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볼품없는 패키지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위드인24’의 출범 배경과 참여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감사카드라도 넣을 일이지. 누런 상자, 한 겹 비닐 봉투에 담긴 옷에서는 브랜드 가치는커녕 신인 디자이너의 열의도, 봉제장인의 40년 노하우도 전해지지 않는다. 

정부지원 사업에서 흔히 보아 왔던 촌스러움과 무신경함만 재확인했다. 

온라인 플랫폼까지 만들 요량이라면 소비자에게 언박싱(unboxing)의 설레임을 빼앗는 것은 큰 실수다. 

나랏돈으로 첨단 기술이 접목된 매장을 만들어 주고 패턴사, 봉제사에게 공임을 대납해 준다 한들 대중에게 ‘브랜드’로 어필하지 못하면 지속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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