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이 홈 2 번째 쿠키 영상 - no wei hom 2 beonjjae kuki yeongsang

개봉 전부터 여러 가지 추측과 유출 소식들이 난무해서 기대감과 즐거움을 증폭시켰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개봉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5번째 영화이자, 마블의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로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 이어 3번째 영화이다.

스파이더맨 캐릭터 자체는 그 어떤 마블의 캐릭터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캐릭터가 일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탄생하기도 전인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2004년, 2007년에 <스파이더맨 2>와 <스파이더맨 3>가 개봉하였다. 이렇게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막을 내릴 줄 알았는데, 2012년에 엔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리부팅된다. 2년 뒤인 2014년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개봉하지만 흥행하지는 못했다.

불과 2년 뒤인 2016년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등장하게 된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도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토비 맥과이어부터 시작하여 엔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까지 3명의 배우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9년간 스파이더맨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앞으로 3편의 스파이더맨 영화가 추가로 제작될 계획도 있다고 하니 스파이더맨의 인기를 가늠해 볼 만하다.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포스터 이미지

이번에도 대학로 CGV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늘 당장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예매를 했다. 백신 패스관에서 취식은 불가능하고 물이나 무알코올 음료수만 먹을 수 있다.🥛

먼저, 이번 스파이더맨의 내용에 대한 정말 많은 유출과 루머로 사전 정보가 많은 상태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는 내내 식상하거나 지루한 부분이 전혀 없었고 새롭고 놀랍고 감탄의 연속이었다. 유출 정보나 해외 소식통을 제외하고 예고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은 이렇다. 정체가 밝혀진 스파이더맨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마법 시전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평행우주에서 빌런들이 넘어온다. 그 빌런들은 과거 스파이더맨에 등장했던 빌런들이고(배역도 배우도 동일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과 전투를 한다.

개인적으로 감탄한 부분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짜임새가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맞물려서 빈틈없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파이더맨이 정체를 들키고 나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기까지 스파이더맨의 감정과 행동들이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이기도 쉽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부분에서 개연성이 틀어지면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평행우주에서 넘어온 빌런들이 스파이더맨과 싸우게 되는 과정에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표현되고 개성을 그대로 살려준 부분도 좋았다. 이런 부분들은 마블의 특기이자 큰 장점인 것 같다. 이터널스 못지않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다들 익숙한 캐릭터가 과거의 성격과 특징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질감이나 생소함보다는 반가움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자칫하면 산만하고 정신없을 수도 있는 스토리를 마블 특유의 재치와 센스로 알차고 정말 재미있게 구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는 올해 개봉한 마블 영화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감히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도 견줄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블 팬,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영화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마블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 쿠키영상은 총 2개가 있다. 🍪🍪

*** 이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어 데블의 맷 머독(데어 데블, 왼쪽)과 윌슨 피스크(킹핀, 오른쪽)

이미 유출된 이미지 때문에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던 데어 데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데뷔. 현재 <데어 데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각 시즌마다 13회로 총 3 시즌이 올라와 있다. 맷 머독은 어렸을 때 사람을 구하다가 시력을 잃었지만, 청각이 비범하게 발달하여 시력이 멀쩡한 일반인보다도 더 뛰어난 인지능력과 반응 속도를 발휘한다. 맷 머독은 복면을 쓰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경단을 자처하다가, 후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데어 데블이 된다.

영화 보기 전에 시즌 1만 미리 정독을 했더니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했을 때 더욱 반갑고 재밌었다. 사전에 유출되었던 플롯과 동일하게, 미스테리오 살해 혐의로 ‘데미지 컨트롤’에 의해서 조사를 받는 피터 파커를 도와주는 ‘유능한 변호사’ 역할로 등장한다. 피터 파커와 맷 머독, 메이 숙모와 해피가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데, 밖에서 미스테리오 신봉자들이 던진 벽돌이 창문을 깨고 날아온다. 그때 맷 머독이 쳐다보지도 않고 날아온 벽돌을 잡으며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짧은 장면이었다. 변호사로서의 맷 머독과 비범한 능력의 히어로로서의 데어 데블의 특징들을 짧은 장면에 잘 녹여낸 멋진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개봉 당일에 디즈니 플러스의 <호크 아이> 5화가 공개되었는데, 해당 회차에서는 데어 데블의 메인 빌런인 ‘킹핀’이 등장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데어 데블이 합류하는 것이 확실히 되었다.

2. 과거의 빌런들

닥터 옥타비우스(왼쪽), 그린 고블린(가운데), 일렉트로(오른쪽)

샌드맨(왼쪽), 리자드맨(오른쪽)

맷 머독의 변호 덕에 미스테리오 살해 혐의는 풀렸지만, 세상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임을 이미 알아버렸고, 여전히 미스테리오를 지지하는 신봉자들 때문에 피터 파커는 정상적인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MJ와 네드, 그리고 피터는 MIT에 가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며 다짐하지만, ‘최근의 논란’을 이유로 MIT에 입학하지 못한다.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것 같아서 괴로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흔쾌히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다.’라는 기억을 모든 사람들에게서 삭제하는 망각 주문 ‘코프콜의 룬’을 시전한다.

주문 도중 피터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하는 바람에 주문이 불안정해지면서 잠시 차원의 경계가 무너진다. 곧바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수습하긴 했지만, 잠깐 사이에 ‘피터 파커를 알고 있는 자’들이 평행 우주의 경계를 넘어서 현재 차원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 결과, 5명의 스파이더맨 빌런들이 등장한다. 그린 고블린,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리자드맨, 그리고 일렉트로는 각각 과거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등장했던 빌런들로 과거와 동일한 배우가 연기했다.

이들이 하나의 영화에 같은 배역과 같은 배우가, 그것도 이전 영화에서 등장했던 동일한 성격과 기억을 가지고 등장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스파이더맨 영화들이 최신 영화들과는 별개의 ‘옛날 영화’가 아니라 최신 영화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시리즈’가 되는 것이다. 마블은 ‘평행 우주’라는 개념을 적절하게 이용했고, 마블 팬 그리고 스파이더맨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것 같다. 이러한 방식의 통합은 특별한 이벤트를 통한 평행 우주 간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고 과거와 현재의 영화 스토리에 큰 영향은 주지 않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후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게 될 과거의 히어로들(예를 들면, 엑스맨, 울버린, 판타스틱 4 등)도 독립적인 리부팅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방식으로 과거 영화와 연결하여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 Damage Control, F.E.A.S.T.

데미지 컨트롤, 원작 마블 코믹스(왼쪽, 구글 이미지 검색), MCU 속 데미지 컨트롤(오른쪽, 블로그 검색)

데미지 컨트롤은 히어로와 빌런들 간의 전투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정리하고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건설 업체였는데, 초반에는 쉴드 소속인 것처럼 등장했다가 지금은 정부 소속 기관으로 발전한 것 같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 초반부에 <어벤저스 1> 치타우리 종족과의 전투가 끝난 후 피해를 입은 뉴욕의 모습이 나온다. 사설 청소 업체를 운영하던 ‘에이드리언 툼스’는 피해 현장에서 외계 물질들을 수거하려고 하는데, 데미지 컨트롤과의 갈등으로 저지당한다. 이를 계기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메인 빌런인 ‘벌쳐’가 탄생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공교롭게 <스파이더맨 : 파 프럼 홈>의 메인 빌런인 미스테리오를 옹호하는 듯이 스파이더맨에게 미스테리오 살해 혐의를 적용하고 조사하는 역할로 등장하였다. 어쩌면 앞으로 등장할 스파이더맨 또는 마블 영화에서 빌런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 등장하게 될 것 같다.

<스파이더맨 : 파 프럼 홈> 초반부 F.E.A.S.T. 자선행사에 참석한 메이 숙모와 스파이더맨(왼쪽), 원작 마블 코믹스 속 미스터 네거티브의 모습(오른쪽, 구글 이미지)

F.E.A.S.T.(Food, Emergency Aid. Shelter&Training)라는 기관은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 단체로 나오는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추가적으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후,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5년간 블립되었던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를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메이 숙모’가 이 단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묘사된다.(정확히 어떤 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자선 파티를 개최하고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꽤 높은 지위에 속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린 고블린의 노먼 오스본이 F.E.A.S.T.를 찾아가 메이 숙모를 만나고, 곧이어 위험한 상황을 예상하고 달려온 피터와 다시 한번 마주친다. 이후 해피의 아파트 전투에서, 메이 숙모는 그린 고블린의 글라이더에 공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다. F.E.A.S.T는 원작 코믹스에서 ‘미스터 네거티브’라고 하는 빌런에 의해서 운영되는데, 메이 숙모의 죽음으로 F.E.A.S.T의 행보가 선한 영향력에서 악한 영향력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4. 스파이더맨 vs 닥터 스트레인지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스틸컷

닥터 스트레인지는 붕괴될 뻔한 코프콜의 룬을 봉인하고 평행 우주에서 넘어온 자들을 되돌려 보내기 위해 봉인된 주문을 담아 특별한 스위치를 만든다. 우여 곡절 끝에 생텀의 지하 감옥에 모두 모인 5명의 빌런들을 다시 원래의 평행 우주로 돌려보내려는 찰나에 스파이더맨은 그 스위치를 가지고 도망가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를 쫓는다.

스파이더맨이 그들을 원래의 평행 우주로 돌려보내지 않는 이유는, 그린 고블린, 닥터 옥타비우스, 일렉트로의 경우는 스파이더맨에게 죽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샌드맨의 경우, 스파이더맨이 용서를 해서 죽진 않지만 딸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하고, 리자드맨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잘린 팔을 재생하기 위해 실험을 하다가 엇나간 욕망 때문에 스파이더맨과의 갈등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팔을 회복하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은 빌런들의 이러한 속 사정을 이해하고 당장 그들을 되돌려보내기보다는 그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으로 치료한 뒤에 돌려보내고자 했다. 대의를 위해서 그들의 죽음 와 고통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 닥터 스트레인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여 성심성의껏 도와주려는 스파이더맨 간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런 부분이 바로 스파이더맨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실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의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든다며 그를 말썽꾸러기 취급했다. 이렇게 대의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일과 아무리 작은 희생이라도 막고자 하는 일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과연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대의를 위해서 나머지 절반의 희생을 강요했고, <이터널스>에서도 우주의 순리라는 대의를 위해 지구의 모든 인류가 희생당할 뻔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어벤져스’의 전투에서 그들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갈등은 단순히 일방적인 선과 악의 대립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네이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도망가는 스파이더맨과 쫓아가는 닥터 스트레인지와의 결투는 치열하고 처절하진 않지만 재치 있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먼저, 유체이탈된 스파이더맨이 엄청난 반응 속도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회피하는 장면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본인도 당했고,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헐크도 당한 적이 있다. 그들 모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후에 육체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놀랍게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뒤에도 육체가 반사적으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움직임을 모두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아마도 피터 파커의 의지와는 별개로 발휘되는 초감각(일명 ‘피터 찌리릿’)과 관련이 있는 모습인 듯하다.

다음으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스파이더맨을 미러 디멘션에 가두지만 스파이더맨이 닥터 스트레인지를 무력화시키고 탈출하는 장면이다. 스파이더맨은 처음 보는 미러 디멘션의 구조적인 특징을 빠르게 파악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와선’ 구조를 이용해서 거미줄 트랩을 설치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슬링 링을 강탈하여 ‘마법(magic)보다는 수학(math)이 더 멋지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미러 디멘션을 탈출한다.

물론 스트레인지가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스파이더맨을 상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소서러 슈프림’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오롯이 자신의 능력(스파이더 센스와 수학)을 사용해서 이겨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5. 세 명의 스파이더맨

네이버 영화, 순서대로 <스파이더맨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포스터 이미지

그린 고블린의 방해로 빌런들의 치료가 무산되고 메이 숙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막지 못한 피터 파커는 죄책감과 좌절감에 빠져 자취를 감춘다.

네드의 할머니에 의해 면 네드에게는 마법사의 피가 흐른다고는 했지만 믿을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네드는 의외로 슬링 링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마법사의 기질을 발휘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조금은 놀랄 정도로 자질이 있는 듯하다. 과거 스파이더맨들이 모두 절친과 피 터지게 싸웠던 운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능력을 각성한 네드와 피터의 갈등이 있을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네드는 사라진 피터 파커를 찾기 위해 슬링 링으로 포탈을 여는데, 여기서 바로! 원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엔드류 가필드)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모든 팬들이 기대하던 순간이었다. 기존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성격과 스타일 그대로 이번 영화에 등장했다. 빌런들과 마찬가지로 이전 시리즈들과의 연속성을 제시하며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였다.

세 명의 피터 파커는 모두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정체성과 살아온 삶이 서로 닮아있기에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어디에 있을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드 타운 고등학교 옥상에서 세 명의 피터 파커가 조우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스틸컷

메이 숙모의 죽음으로 큰 슬픔에 빠져있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에게 두 명의 피터 파커는 각자 벤 삼촌의 죽음과 그웬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공감과 위로를 해준다.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했던 두 피터 파커는 아직은 미성숙해 보이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느끼는 책임의 무게와 그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알고 있기에 지금 당장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본격적으로 힘을 합쳐서 빌런들을 치료한 뒤에 원래 평행 우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미드 타운 고등학교 과학실에서 빌런들의 치료제를 만들고, 캡틴 아메리카의 비브라늄 방패를 든 자유의 여신상(아직 공사 중인)에서의 최종 전투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최고의 팬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MJ와 입 맞추는 피터(톰)를 우수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피터(엔드류), 웹 슈터 없이 거미줄을 몸에서 직접 발사하는 피터(토비)를 보고 놀라는 피터(톰, 엔드류), 네드에게 자신은 절친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이야기를 하는 피터(토비), 각자가 싸웠던 빌런에 대해 공유하는 피터 파커들, 피터(엔드류)에게 ‘어메이징’하다며 격려하는 피터(토비), 그리고 추가로 전투 중에는 낙하하는 MJ를 성공적으로 구해내고 나서 눈시울을 붉히는 피터(엔드류) 등등 많은 장면들은 보는 내내 즐겁고 미소를 유발했다.

초반에는 살짝 합이 안 맞았지만, 서로의 호칭을 정리한 후에 각자의 스파이더 센스를 기반으로 환상의 호흡으로 빌런들을 모두 치료하는데 성공한다.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스파이더맨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 모두 피터 파커 그 자신이기에, 어떻게 보면 오로지 피터 피커의 힘만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6.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 1>의 벤 삼촌(구글 이미지)

스파이더맨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인상 깊은 멘트는 바로 이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에서 벤 삼촌이 피터(토비)에게 해준 말이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벤 삼촌이 자신이 놓아준 강도의 손에 죽임을 당한 후에 그 뜻을 이해하고 스파이더맨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MCU의 피터(톰)는 미성숙한 소년으로 묘사가 되어왔다. 여느 스파이더맨들과는 다르게 거미에 물리고 스파이더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생략되었고, 시작부터 ‘아이언맨’ 거대 후원자를 만나 엄청난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 조력자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왔던 두 스파이더맨들과는 다르게 MCU 스파이더맨의 곁에는 항상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뛰어난 능력자들이 있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듬직하고 믿음직스럽다기보다는 아슬아슬하고 가벼워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는 MIT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러 온 피터(톰)를 꾸짖는다.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1> 스틸컷, 그린 고블린(왼쪽),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오른쪽)

메이 숙모는 피터(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메이 숙모의 죽음에 큰 슬픔과 좌절을 느끼고 복수심에 불타지만,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두 명의 피터 파커를 만나서 다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갈 힘을 얻는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힘을 합쳐 네 명의 빌런들을 치료하지만, 그린 고블린이 봉인된 주문이 들어있는 스위치를 터뜨리는 바람에 또다시 차원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붕괴된 차원의 틈으로 넘어오는 다른 우주의 존재들을 막으려 애쓰고, 스파이더맨은 그린 고블린과 최후의 전투를 치른다. 복수심에 찬 피터(톰)은 우격다짐으로 그린 고블린을 제압하고 그린 고블린의 글라이더로 그를 죽이려 한다. 그때, 피터(토비)가 피터(톰)를 막아서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피터(톰)는 그린 고블린을 죽이는 대신에 치료제를 투여한다.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토비)는 벤 삼촌을 죽인 샌드맨에게 복수를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이 피터(톰)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결국 모든 빌런들을 치료한 뒤에, 피터(톰)는 벌어진 차원의 틈을 힘겹게 막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가서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피터 파커를 지워달라"라고 말한다. 자신(피터 파커)이 스파이더맨임이 세상에 알려지며 일어난 일들이기에 이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즉, 임시방편으로 얼렁뚱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정면돌파하여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단 하나의 조건으로 ‘코프콜의 룬’ 주문을 실행하고 주문의 효과가 발휘되자, 차원의 틈으로 넘어오던 존재들과 이미 넘어온 존재들(스파이더맨들, 빌런들 포함)은 다시 되돌아가고 차원의 틈도 사라진다.

출처 : 나무위키

망각 주문으로 모두에게 잊힌 피터 파커(톰)는 세상 속에 철저하게 홀로 남게 된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그를 기억하고 반겨주는 따뜻한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노 웨이 홈’인 것이다.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후에 그는 MJ에게 고백하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도넛 가게에 간다. 그녀의 이마에는 지난 전투에서 생긴 상처가 아직 남아있었고, 그것을 본 피터 파커는 준비해온 말들을 하지 않고 가게를 나온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들의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지켜주는 길을 선택했다. 외롭고 고독하지만 책임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기로 선택한 것이다.

메이 숙모의 묘지에서 ‘해피’를 만나지만 가장 가깝게 지내던 해피도 피터를 전혀 몰라본다. 사랑하는 친구(토니 스타크)와 사랑하는 연인(메이 숙모)을 모두 떠나보낸 해피는 그들이 죽고 나면 그들이 가졌던 신념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서 슬프다고 말한다. 이에 피터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들의 신념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한다. 이는 아이언맨과 메이 숙모의 신념을 본인이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들린다. 선택과 책임, 희생과 도덕심에 대한 값진 경험을 얻은 피터의 모습은 영화의 초반과 비교하면 한결 무게감 있고 듬직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진정한 홀로서기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피터는 빈 집에 단출한 짐을 풀어놓고는 토니 스타크에게 받은 슈트도 아니고, 닉 퓨리에게 받은 슈트도 아닌, 직접 제작한 듯한 슈트를 입는다. 스마트폰으로 경찰 무전을 도청하여 범죄 현장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 만든 슈트를 입고 홀로 선 세상에서 그가 먼저 떠나간 이들의 신념을 짊어지고 사랑하는 이웃들을 묵묵히 지켜주는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났음을 보여준다.

7. 🍪 베놈

네이버 영화, <베놈> 스틸컷

첫 번째 쿠키 영상에는 <베놈>의 에디 브록(톰 하디)가 등장하며 어떤 바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장면은 아마도 최근 개봉한 <베놈 2>의 쿠키 영상과 이어지는 내용인 듯하다. <베놈 2>의 쿠키영상에서는 에디가 갑자기 낯선 장소로 순간 이동되고 그곳에 있는 TV에서는 ‘데일리 뷰글’의 속보가 흘러나온다. 속보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피터 피커(톰 홀랜드) 임을 알리고 베놈은 스파이더맨을 보며 군침을 흘린다. 다시 스파이더맨의 쿠키영상으로 돌아오면, 바에서 이야기하던 에디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이 성공하면서 다시 원래의 우주로 돌아가게 되고, 에디가 앉았던 자리에는 베놈의 조각 일부가 떨어져 있는데,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블과 소니가 언제부터 긴밀하게 이런 시나리오를 짰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놈 2>의 쿠키 영상과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쿠키 영상이 연결되게 만든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베놈이 MCU 우주로 넘어온 것이 코프콜의 룬 주문이 중첩되어 붕괴된 초반부인지 아니면 그린 고블린에 의해 봉인된 주문이 폭발했던 후반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서 MCU 우주에는 베놈의 존재가 남겨졌고, 소니 픽쳐스의 에디 브록은 MCU 우주의 존재와 그 히어로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병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베놈’시리즈까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합류시키면서, 정말 방대한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성립되었다.

추가로, 영화 시작 전에 <모비우스>의 예고편이 나왔는데, 놀란 것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메인 빌런인 ‘벌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소니에서 영화로 제작한 대표적인 마블 캐릭터인 ‘베놈’이 이번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MCU 세계관에 입성하였기 때문에, 베놈과 비슷한 성격의 안티 히어로인 ‘모비우스’도 MCU 세계관 입성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8. 🍪 닥터 스트레인지 2 : 멀티버스 인 더 매드니스

네이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두 번째 쿠키 영상은, <닥터 스트레인지 : 멀티버스 인 더 매드니스>의 예고편이었다. 여느 마블 영화들과 달리 <닥터 스트레인지>의 속편의 경우에는 유출 내용이나 유출 컷 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비밀리에 제작되어왔다. 베일에 감춰져있던 그 영화의 예고편이 쿠키 영상을 통해 가장 먼저 공개된 것이다. 영화 개봉 후 약 일주일 뒤에 공식 트레일러로 쿠키 영상과 같은 내용의 예고편이 공개되긴 했지만, 영화관에서 먼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고편에는 어떤 이유로 현실이 붕괴되고 ‘완다’에게 멀티버스에 관한 조언은 구하는 스트레인지가 나오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스트레인지와 의견 차이로 자취를 감춘 ‘모르도 남작’이 등장한다.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의 모습과 앞으로 등장 예정이라고 알려진 ‘아메리카 차베즈’의 모습도 살짝 보인다. 마지막 부분에는 또 다른 평행 우주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하는데, 어둡고 사악한 분위기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완다 비전>에서 스칼렛 위치로 각성한 완다(왼쪽). 마블 코믹스 속 아메리카 챠베즈(가운데), 디즈니 플러스의 <왓 이프>에서 사악한 기운의 닥터 스트레인지(오른쪽) (구글 이미지)

흑화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왓 이프>시리즈를 통해서 공개된 바 있다. <왓 이프>에서는 ‘크리스틴 팔머’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금단의 영역까지 침범해 점점 사악한 기운에 물들게 된다. 예고편에서도 짧게 크리스틴 팔머의 결혼식 장면이 보였는데, 스트레인지는 그 모습을 슬프게 지켜보는 것으로 봐서는 그녀와의 사랑이 잘 이루어지진 못한 것 같다. 과연 영화가 어떤 스토리로 흘러갈지 함부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단,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이해도와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서는 ‘디즈니 플러스’에 있는 <완다 비전>, <로키>, <왓 이프> 정도는 필수적으로 감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를 통해서 ‘멀티버스’ 개념을 본격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앞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하게 몸집만 부풀리다 보면 번잡하고 정신없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가 생긴다. 그래도 그동안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을 보여줬던 마블이기에 걱정과 우려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0% 만족스러운 영화였기 때문에 아쉬운 점을 찾기가 힘들다. 굳이 억지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영화가 너무 짧았다는 것이 아닐까.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도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알차디 알찬 영화였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의 케미도 더 오랫동안 더 많이 보고 싶었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스파이더맨의 다음 이야기도 너무나 궁금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은 ‘토비 맥과이어’의 모습에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닥터 옥타비우스역의 ‘알프리드 몰리나’는 CG 기술로 17년 전과 거의 흡사한 외모로 연출이 되었던 반면에 토비의 생김새와 목소리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아쉽다기보다는 무언가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 밖에는 딱히 언급할 만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로 계속되는 개봉 연기와 흥행 저조로 MCU의 위기를 전망하는 시선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 역시 마블은 마블이고 앞으로의 마블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호언장담을 보는 듯했다. 연말연시와 더불어 마블의 새로운 시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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