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줄거리 - neoui sowon-eul deul-eojulge julgeoli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아빠의 이야기

물고기를 놓아주고 세 가지 소원을 받게 된 어부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내가 어부라면 어떤 소원을 빌까? 영원히 살게 해 달라고 할까? 아니면 보석이 많다는 용궁에서 살겠다고 할까? 이렇게 세 가지 소원은 금세 우리들 마음 속 소망들을 하나씩 꺼내는 힘이 있다. 더욱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가 용궁에서 사는 공주라면 기대치는 더 쑥쑥 자라난다. 하룻밤은 잉어의 목숨을 살려 준 은혜로 용궁으로 들어가 세 가지 소원을 이룬 평범한 우리 아빠의 특별한 하룻밤 이야기다. 아빠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과연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이뤘을까? 여덟 살, 우리 아빠와 함께 용궁 여행을 떠나 보자.

엄마 없는 어느 날 밤, 아빠는 아이들을 재우려고 거실에 텐트를 친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어 주려 하지만, 톤이 항상 비슷한 아빠의 동화 읽기는 아이들에게 매력이 없다. 아빠는 슬그머니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아빠가 경험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려준다. 동화 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용궁에 다녀왔다는 아빠의 말을 아이들은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아빠가 경험한 용궁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아빠는 아빠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아빠의 집안에는 전통이 하나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의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열 살이 되면 함께 밤낚시를 가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빠의 할아버지는 여덟 살밖에 안 된 아빠를 밤낚시에 데리고 간다. 아빠는 할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전에 경험하지 못한 정을 쌓아간다. 밤낚시는 아빠에게 하나하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각인된다. 낚싯바늘에 지렁이를 끼우고, 해가 넘어가면서 붉게 물든 강물을 보고,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아빠는 조바심이 일지만, 이상하게 할아버지는 오히려 느긋하게 손자와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해한다.

시간은 저 강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어. 또 한순간도 멈추지 않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거야. 너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좋지 않으냐?”

본문 30

세 가지 소원

아빠는 드디어 할아버지와 함께 커다란 잉어를 잡는다. 잉어를 어망에 가둔 뒤, 할아버지는 아빠를 품에 안고 용궁 구경을 갔다는 낚시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점점 가깝게 느껴지고 스르르 잠에 빠진다.

모두가 잠든 새벽, 아빠는 달빛을 받으며 오줌을 누려고 일어난다. 그런데 어망 속 잉어가 자신을 살려 주면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한다.

그래. 날 놓아주면 우리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네 소원을 들어줄게.”

, 너희 할아버지가 누군데?”

용왕님.”

정말? 그럼 너 고, 공주야?”

. 공주 맞아. 그러니까 날 놓아줘.”

본문 46~47

아빠는 잉어를 풀어 주고 훌쩍 커진 잉어와 함께 용궁으로 떠난다. 용궁에 도착하자 잉어는 아빠와 비슷한 또래의 예쁜 여자아이로 변한다. 공주를 보는 순간 아빠는 짝사랑하는 정은이 대신 공주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어야 할까,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잉어 공주의 나이가 무려 팔백서른두 살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더 놀라운 건 공주의 할아버지, 용왕은 만 살도 넘었는데, 이제는 나이 세는 것도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아빠는 문득 죽음이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같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영원히 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했어. 도대체 얼마큼 살아야 팔백 살이 되고, 만 살이 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몇 살이 되면 나이 세는 게 귀찮아질까? 나는 한 살 한 살 더 많아지는 게 좋기만 한데.

문득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났어.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이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 같단다.”

영원히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봐.

본문 57~59

아빠는 세 가지 소원을 받으려고 용왕님 앞에 갔는데, 용궁 신하들이 잉어 공주를 잡은 벌을 내리자고 한다. 그때 마침 아빠의 주머니에서 초록색 하트 보석이 떨어진다. 잉어 공주 방에 들어갔다가 벽에서 떨어진 걸 보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당황한 아빠는 살려 달라고 세 번 반복하고 마는데, 용왕님은 그걸 세 가지 소원으로 치자는 게 아닌가.

훔친 거 아니에요. 떨어진 거 주운 거예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 주세요!”

내 말이 끝나자 용왕님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어.

그것이 정녕 네 소원이란 말이냐? 오냐, 소원을 들어주마.”

본문 70

공주의 부탁으로 살려 주는 걸 소원 한 가지로 겨우 인정받았지만, 이번에는 용궁을 떠났던 공주에게 벌을 주자며 신하들이 성화다. 한 가지 소원을 써버렸지만, 아빠는 마음이 약해져서 두 번째 소원으로 공주에게 벌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이제 진짜 소원은 단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아빠는 마지막 남은 소원을 두고 고민하다가 초록색 하트 보석을 달라고 한다. 그래야 용궁 다녀온 사실을 사람들이 믿어 줄 거라 여긴 것이다. 공주는 기꺼이 빛나는 초록색 하트 보석을 용궁 다녀온 기념으로 간직하라며 건넨다.

하룻밤, 영원한 이야기

용궁에서 뭍으로 무사히 돌아온 아빠는 다음 날 할아버지에게 용궁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았던 할아버지는 손주 중에서 용궁에 다녀온 아이는 아빠밖에 없다며 흐뭇해한다. 용궁에서 봤을 때보다 빛을 잃었지만, 순간 초록색 하트 보석이 반짝이더니 할아버지는 용왕님처럼 미소를 짓는다.

밤낚시를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신다. 겨우 할아버지와 친해졌는데, 영영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빠는 슬프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막내 손주와 밤낚시를 가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가서 행복해하셨다는 할머니의 말에 아빠는 위로를 받는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걸 알면서도 참 담담하셨어. 손주들 기억을 통해 영원히 사신다는 걸 아셨던 것 같아.”

본문 93

하룻밤은 아빠의 세 가지 소원이 무엇일지, 그 소원들이 다 이루어질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하고, 용궁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런데 동화의 껍질을 감싸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보다 그 속에 숨겨진 할아버지를 향한 아빠의 그리움이 점점 독자의 마음에 젖어든다. 단 하룻밤,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추억은 삼십 년이 지나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할아버지는 아이들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그리고 이금이 작가는 하룻밤을 통해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들 기억에 영원히 남기고 싶다는 소원을 작가의 말에 밝힌다. 아마도 그 소원은 이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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