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너의 하늘을 보아 박 노 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시감상> 쓰러지는 이유는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고 잃어버린 이유는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고 울며 가는 이유는 꽃 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모든 힘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는 것이다. 내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아있는 희망과 꿈과 진실들과 만나는 일이다. 삶의 시련과 고난에 흔들리지 말고 내면을 고요히 응시하며, 진실과 희망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박노해 시인에게 가장 높은 것이면서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은 바로 하늘이고 나는 바다이다. 며칠 전 프리버드 찾아가는 거리공연 자구리 예술축제를 진행하면서 어둠이 내리며 더 푸름으로 찬란히 빛나는 바다를 보았다. 나의 꿈과 진실을 응시하게 해주는 바다 해인(海印)의 바다, 그 속에서 나는 참 행복했다. <시인 문상금> 오늘의 문학 [좋은시추천]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공유기 2017. 11. 19. 00:03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울며 다시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오늘 제가 포스팅 할 시는 박노해 시인의 < 너의 하늘을 보아 > 입니다, 이 시는 어려운 설명이 필요한 시도, 여러번 읽어야만 하는 시도 아닙니다. 한 번 읽어보면 알 수 없는 위로감이 찾아 옵니다.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의 인생은 늘 힘듭니다. 인생은 해피 엔딩인 영화의 연속이 될 수 없습니다. 마음 쓰던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사건이 찾아옵니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이런 세상 속에서 고통에 대해 점점 둔감해집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둔해져서 느끼지 못할 뿐 마음 속 어딘가에 쌓이고 있습니다. 축적된 고통은 더 큰 고통을 초래하고, 더 커진 고통은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 아픔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만들거나, 가만히 있는 벽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 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위로' 입니다. 위로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위로가 쉬워 보입니다. 사실 위로는 쉬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쉽습니다. 말 한마디면 되니까요.. 혹은 그 보다도 적은 노력으로 위로를 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 해주려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 해주려다 그 사람과 어긋난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아마도 그 사람은 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위로 즉 "괜찮아" 라는 말 한마디, 짧지만 따뜻한 포옹을 원했을 것 입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 생명도 살리는 것이 말 한 마디라고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 어렵지 않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 없이 포옹을 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더 원할 수도 있습니다) 포옹이 어렵다면 손이라도 잡아주세요. 각박한 사회, 당신의 주변은 모두 위로가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괜찮아, 잘하고 있어" 2017/11/17 - [오늘의 문학] - [영화리뷰] 저스티스리그 - 새로운 DC의 시작? 2017/11/07 - [오늘의 문학] - [좋은시추천] <낙화> - 이형기 2017/11/09 - [오늘의 문학] - [좋은시추천]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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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신작시집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가슴에 벼락 같이 꽂히는 한 줄의 시詩를 만난 적이 있는가. 내 안의 나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 어둑한 앞길을 비춰주는 빛과 같은 문장을. 때로 그 한 줄에 기대어 힘겨운 날들을 버텨내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그런 시를. 상처 난 우리 가슴은 간절히 시를 부르고 있다. 세상의 분노와 혐오에 휩쓸릴 때, 하루하루 내 영혼을 잃어갈 때, 이 세계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무력하기만 할 때. 바로 그때, 박노해의 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시집”이 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에 박노해 시인의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된다. 3천여 편의 육필 원고 가운데 301편을 묶어 펴낸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낭송되고 사랑받은 시들, 그러나 책으로는 처음 출간되는 「너의 하늘을 보아」, 「별은 너에게로」, 「살아서 돌아온 자」, 「경계」, 「이별은 차마 못했네」, 「동그란 길로 가다」 등의 시도 함께 담겨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언제나 나의 길을 밝혀줄 301편의 시를 건네며 박노해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삶이 빚어낸 이 시들은 이제 그대의 시이자 우리의 시라고. “나의 시는 어둠과 눈물 속에서 암시暗示받은 암시暗詩일 뿐, 이 시는 그대의 것이다. 그대가 말하라.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삶으로, 자신이 싸워낸 진실로.” ▶ 『너의 하늘을 보아』 북트레일러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가정보
1984년 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으며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1991년 군부독재 정권 하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환히 웃던 모습은 강렬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무기수로 감옥 독방에 갇혀 침묵 정진 속에 광활한 사유와 독서와 집필을 이어가며 새로운 혁명의 길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7년 6개월 만에 석방된 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그 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20여 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해왔다. 자신에게 전승되고 간직해온 사랑의 불을 지구별의 아이들에게 전해주겠다는 그는, 어둠 속을 걸을 때나 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고 말한다. 감옥에서부터 30년간 써온 한 권의 책, 우주에서의 인간의 길을 담은 사상서를 집필 중이다. 시인의 작은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기르며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삶의 공동체 〈참사람의 숲〉을 꿈꾸고 있다. instagram @park_nohae
목차
책 속으로널 지켜줄게 / 그 말 한 마디 지키느라 / 크게 다치고 말았다 / 비틀거리며 걸어온 내 인생 // 세월이 흐르고서 나는 안다 / 젊은 날의 무모한 약속, / 그 순정한 사랑의 언약이 / 날 지켜주었음을 - 11p 그 약속이 나를 지켰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 (…)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나간다 // (…)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 12p 내가 좋아하는 것들 죽은 강아지를 안고 / 걸어간 적이 있다 / 생각보다 무거웠다 / 이 자그만 생의 무게도 // (…) 죽어간 것들은 무거웠다 / 진정 사랑하다 죽어서 / 내 품에 안고 걸은 것들은 / 두고두고 무거웠다 // (…) 진정 사랑했으나 끝내 / 푸른 나무로 심어주지 못하고 / 저 바람 속에 어둠 속에 두고 온 이들은 / 두고두고 날 울리며 내 안에 살아있다 - 18p 죽은 강아지를 안고 깊은 밤에 30년째 쓰고 있는 /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다가 // (…) 만 년이 지나도 계속 쓸 수 있다는 / 만년필이라는 네 이름이 좀 / 쑥스럽지 않나 싱긋 웃었더니 / 검은 눈동자를 흘기며 토라진다 // (…) 미안, 미안하다 / 나랑 너랑 같이 30년 동안이나 / 내 첫마음을 네 첫 펜촉으로 새기며 / 막막한 흰 설원의 여백 위를 걸어 / 우리 또박또박 여기까지 왔으니 // (…) 그래, 만 년의 도구로 / 백 년의 글을 쓸 순 없지 - 53p 만년필萬年筆 역사는 자기 방식으로 일을 해요 / 하늘은 다른 길로 뜻을 이뤄가요 // 한 시절 악의 세력이 승리해도 /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 오래 절망하지 말아요 //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통해 / 거짓과 죄악의 실체를 드러내며 / 역사의 무대에서 자기 배역을 /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니까요 // (…) 어둠 속에서 패배 속에서 / 서로 함께 묵묵히 걸어가요 / 밤이 오고 또 밤이 오고 / (…) 봄이 오고 또 새날이 와요 - 57p 역사의 무대에서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 그러나 실은 하루하루 / 죽어가는 것이 아닌가 // (…) 언젠가 어느 날인가 / 죽음 앞에 세워질 때 // 나는 무얼 하다 죽고 싶었는가 / 나는 누구 곁에 죽고 싶었는가 // 내가 죽고 싶은 자리가 / 진정 살고 싶은 자리이니 // 나 지금 죽고 싶은 그곳에서 / 살고 싶은 생을 살고 있는가 - 59p 내가 죽고 싶은 자리 나한테 왜 이러는데 / 도대체 이유가 뭔데 // 이 세상엔 / 이유 따윈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 (…) 이유 없는 고통이 아주 많다 // 인생은 연습도 없이 던져졌고 / 불운은 예고도 없이 기습한다 //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된 건 하나도 없고 / 그럼에도 의미를 찾지 않으면 살 수 없는 // (…) 난 이유 따윈 몰라도 / 사랑하고 상처받고 / 다시 죽도록 사랑할 테니 - 85p 이유 따윈 사랑은 끝이 없다네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 그대가 내 가슴속을 걸어 다니겠는가 // (…) 사랑에 끝이 있다면 /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 한순간 그날들로 나를 데려가겠는가 // (…) 나에게 사랑은 / 한계도 없고 패배도 없고 / 죽음마저 없는 것 // 사랑은 늘 처음처럼 / 사랑은 언제나 / 시작만 있는 것 - 97p 사랑은 끝이 없다네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 많은 걸 알고 있다 / 금지된 것들을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 많은 걸 배반한다 / 강요된 것들을 // (…) 아이들은 언제나 /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 훨씬 더 견뎌낸다 / 스스로 하게만 둔다면 - 99p 아이들의 진실 부자를 돕는다며 푼돈을 건네는 건 / 부자에 대한 최고의 모욕이다 // (…) 청년을 위한다며 동정하고 위로하는 건 / 청년에 대한 최고의 모독이다 // (…) 젊음은 위로가 아닌 활로가 필요하다 / 자신만의 생생한 길을 찾아가는 힘과 / 미친 사랑의 상처가, 저항의 투혼이 필요하다 // 젊음을 ‘위로 거지’로 길들이고 / 젊음을 ‘힐링 중독’에 쩔게 하는 / 저들이 유포시킨 유행병을 물리쳐라 // 동정받기보다 공정하게 세상을 바꿔가기를 / 위로받기보다 격려하는 좋은 벗이 되기를 - 118p 젊음에 대한 모독 여기는 2020년대 봄의 지구 / 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외계인만 같은데 / (…) 누군가 / 환히 손을 흔들며 달려와 와락 나를 안는다 // 아, 되었다, 이것이면 되었다 // (…) 내 얼굴과 내 이름이 있는 존재로 / 만나고 손잡고 안아주는 네가 있으니 // (…) 사랑은 위험을 무릅쓴 끌어안음이니까 / 혁명은 사랑의 감염이니까 / 희망은 미지의 접촉이니까 // (…) 사랑을 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죽이겠지만 / 사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은 존재니까 - 129p 감염感染된 사랑 우는 걸 좋아한다 // (…) 눈물이 날 때의 그 진실한 기분 / 허위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 // 비를 쏟은 하늘은 얼마나 해맑은가 // (…) 울음만이 저 깊숙한 대지로 내려가 / 쌓여온 것들을 깨끗이 정화하고 /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지 않는가 // 사랑은 우는 걸 좋아한다 / 하늘은 우는 걸 좋아한다 / 나는 우는 걸 좋아한다 - 157p 우는 걸 좋아한다 그날 종로2가 뒷골목에서 / 진압봉과 방패에 찍혀 끌려가던 / 너는, 고개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 // (…) 네 눈동자는 / 하얗게 소리치고 있었지 / 날 구해줘! 가 아니었어 / 도망가, 빨리 도망가! // 난 돌아설 수 없었지 // (…) 그로부터 나는, / 어두운 시대의 새벽길을 달렸고 // 포위된 나는, 나의 시는, /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 188p 사방으로 몸을 돌려 싸웠다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딛으며 / 나는 기도한다 // 광야여 사막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대지를 지키고 이야기를 보존해온 / 이 땅의 사람들이여 저를 받아주소서 // 우주에서 오직 이 장소에 뿌리박은 자만이 / 체득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전해주소서 / 기쁨의 순간들과 좋았던 일들을 들려주시고 / 고난과 실패를 이겨낸 불굴의 인내와 / 곧고 선한 인간의 위엄을 전해주소서 (…) 그리하여, 여행자의 발길을 낮추어 / 당신의 삶 속으로 나직이 스며드니 / 저를 받아주소서 - 192p 여행자의 기도 귀한 씨앗을 심은 지 / 한 해 두 해째 봄인데도 / 감감하시다 // (…) 하도 갑갑하고 애가 타서 / 보령 야생화 농원 조규삼 선생께 / 전화를 드렸더니 // (…) 어떤 놈은 천둥번개 맞고 깨나기도 하구유 / 눈보라에 얼어야 말문이 터지기도 하구유 / 7년 만에 옷 벗고 앵기는 씨알도 있시유 // (…) 사람이 열 내고 하면유 나무가 죽어가유 / 사람이 죽은 듯 가면유 나무가 살아나유 / 귀한 나무일수록 무심無心을 좋아혀유 // (…) 나무랑 씨앗들은 지들 알아서 하라고 내비두고 / 맛있는 아욱 된장국 드시러 그냥 한번 오셔유 // 전화를 끊고 / 나무 한 번 씨앗 한 번 / 하늘 한 번 바라보다 / 허허허 웃고 일어선다 // (…) 그래, 니가 알아서 해부러라 / 살아나든지 마시든지 / 씨앗도 나무도 시도 일도 인연도 - 200p 씨앗은 알아서 누군가 끝났다, 끝났다 울먹이면 /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 괜찮다, 괜찮다 가만히 속삭인다 // 나 또한 끝간 데까지 가본 자이니 // 끝났다는 것은 끝에서 난다는 것 / 끝에 가서야 무언가 나온다는 것 // 언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 어둠의 끝에서 해가 솟아나고 / 절망의 끝에서야 새 희망이 나온다 // (…) 끝에서 난다 / 끝에서 나온다 - 378p 끝에서 나온다 한번은 너에게도 하늘이 열렸고 / 네 곁에 신이 다가갔음을 나는 알고 있다 // (…) 한번은 예술가였고 탐험가였고 시인이었고 / 한번은 창조자였고 혁명가였고 구도자였고 / 지금도 그 모든 네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 단지 네가 주목하지 않았을 뿐 // (…) 한번은 한번쯤은 다시 / (…) 네 가슴의 창문을 두드리는 / 네 안의 네가 살아있다 - 389p 주목注目한다 하늘이여 // (…) 나는 당신의 영매靈媒인 시인 / 힘없는 이들의 펜이며 말 없는 것들의 입 // (…)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이정표 / 세상의 마음 바닥을 닦는 한 조각 걸레 /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삽이고 / 괭이이며 일손인 하나의 연장 // (…) 저를 사랑의 도구로 쓰지 않고 / 제가 사랑을 도구로 삼는다면 / 단호히 내 목을 쳐버리세요 - 407p 그런 밤이 있다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 이리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 // (…) 단념이 아닌 체념으로 / 자긍이 아닌 자만으로 / 아량이 아닌 아집으로 // (…) 젊음의 법정에 세워져 / 처형되기 직전이니 // 한 생의 노고와 성취가 / 부정되고 조롱받고 냉대받는 / 죄가 된 늙음이여 / 가혹한 노년이여 - 435p 가혹한 노년 난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 내가 여기로 왔던 / 저 먼 어둠 속으로 // 그 길에서는 / 내가 좀 빛이 날 거야 / 사랑했으니까 // (…) 난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 어둠 속의 빛으로 가는 / 나의 연료는 충분한 생이었으니까 / 사랑, 나를 다 사른 사랑으로 - 452p 우주 끝까지 가볼 참이야 어두운 길을 걷다가 /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 슬퍼하지 말아라 // (…)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 (…)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515p 별은 너에게로 예술가의 타락은 / 이로부터 시작된다 // 이익을 밝히는 것 / 권력과 손잡는 것 / 대중을 따르는 것 // 시인은 혁명가다 / 원칙은 세 가지다 // 가난할 것 / 저항할 것 / 고독할 것 - 520p 시인의 각오 출판사 서평무언가 잘못된 세상에 절망할 때 고난과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하늘같은 마음의 그대에게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 너의 하늘을 보아 //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시인이자 혁명가이며 유랑자로
살아온 인생 “저주받은 시인이고 / 실패한 혁명가이며 / 추방당한 유랑자”(「취한 밤의 독백」) 박노해. 그는 가난한 청년 노동자 시절을 지나, 민주화 운동으로 사형 구형과 무기징역 감옥살이, 석방 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새로운 혁명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길은 어둠이었으나 그는 언제나 ‘빛을 찾아가는 여정’에 자신을 두었다. 삶과 죽음, 청춘과 사랑, 아이와 노년, 관계와 휴식, 『너의 하늘을 보아』는 528쪽의 두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 사람이 쓴 시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온다. 탄생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굵직한 순간 사이로 아이와 부모, 교육과 배움, 연애와 이별, 청춘과 노년, 정원과 농사, 독서와 여행, 고독과 관계 등 삶의 모든 순간이 이 한 권의 시집에 담겨있다. 평범하다 여겼던 일상이 순간 비범한 행위로 비약하고, 이렇게 풍요로운 의미로 빚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내 영혼을 맑게 하는 시, 인생의 고비마다 꺼내 읽고 인용하고 싶은 시가 가득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인식의 전복 박노해 시인의 시는 사건과 사물, 세상과 자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무심한 돌 하나에서도, 풀꽃과 나무, 책과 만년필에서도 그 존재의 전혀 다른 빛을 비춰낸다. 그의 통찰과 성찰, 상식을 전복하는 관점은 기존의 세계관을 번쩍 확장시키고, 그 시를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강렬한 체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 사랑받기보다 / 사랑을 하기 / 사랑이
되기”(「사랑이 되기」). “내 손바닥에 세상을 놓고 /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 보니 / 스마트폰이 나를 갖고 논다 // 편리가 나를 갖고 논다 / 검색이 나를 갖고 논다 / 재미가 나를 갖고 논다 // (…) 아무래도 크게 걸려든 것 같다”(「나를 갖고 논다」). “인생이 길어졌다 / 아니 / 수명이 길어졌다 // 시간이 짧아 초조하다 / 시간이 길어 불안하다 / 인생은 짧고, 노년은 길다 // 삶이 이리 길 줄 알았더라면, / (…) 다르게 배우고 다르게 일하고 / 다르게 살아왔을 텐데”(「가혹한 노년」). 맑은 눈물로 마음이 씻기며 박노해 시인의 시는 쉽다. 난해한 의미를 해석하느라 복잡하게 머리를 맴돌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꽂히는 시이다. 기교와 장식 없이 시퍼렇게 벼린 시어들은 단순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리듬감에 흡입력이 있어, 마침표 한 번 찍지 않고 끝까지 휘몰아치며 빠져들게 한다. 내면의 심연에서 우주의 대서사시까지, 그 시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단숨에 이끌며 시를 읽는 순간 그것을 ‘체험’시켜 버린다. 박노해의 시는 생생히
살아있다. 눈물이 터지는 시, 웃음이 나오는 시, 가슴에 불을 붙이는 시, 고요히 잠겨드는 시,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 제대로 웃고 제대로 울면서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내가 살아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가난이 서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죽은 아빠가 그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 억울하고 따돌림당하고 외로운 날엔 / 홀로 먼 길을 돌아가며 하늘을 보았어요 // (…) 나는 하늘을 보는 소년이었어요 // (…) 나에겐 하늘이 있었어요 / 하늘이 눈에 담은 내가 있었어요 / 오늘도 난 하늘을 보는 소년이에요”(「하늘을 보는 소년」).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하늘 같은 마음의 그대에게, 오래도록 사랑의 불씨를 품어온 박노해 시인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전한다. 지구의 끝간 데까지 밀어 나간 박노해 시인이 검푸른 우주를 품고 ‘끝에서 나오는 새로운 길’을 별의 지도처럼 펼쳐내는 시집. 어느 쪽을 펴 보아도, 삶으로 살아낸 지혜를 기꺼이 나눠주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표제 시 「너의 하늘을 보아」가 수많은 10대들의 “내 인생의 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별빛 쏟아지는 이 푸른빛의 시집을 아이들 곁에 꼭 놓아주면 좋겠다.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너의 하늘을 보아」). 기본정보상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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