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붕붕 지하실 - neo bungbung jihasil

ㅈㅇㅁㅇ

눈을 떠보니까 지하실인거고 한쪽 다리는 으스러져서 붕대로 칭칭감아놨음. 오른쪽 팔에는 수갑이 채워져서 1미터 남짓한 체인으로 벽에 기둥이랑 연결되어 있음. 춥고 축축하고 어둡다. 어딘가 퀘퀘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빛이 조금도 새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하실이 확실한 것 같았음. 붕대로 감아진 다리가 자꾸 욱신거려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수갑을 자꾸 당겨봄. 추워서 몸이 저절로 덜덜 떨리는데 저 위에서 약한 빛이 새어나왔음. 빛을 보자마자 너붕붕은 목청껏 소리를 지름. 여기 사람있어요! 살려주세요!

그럼 어스름했던 빛이 넓어지면서 큰 남자의 그림자가 지하실 안으로 비춰짐. 소리를 지르던 너붕붕은 남자의 그림자를 보자마자 멈칫함.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삐걱이는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옴. 한 손에는 쟁반에 따뜻한 죽이 담긴 그릇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오일 랜턴을 든 채로. 남자가 말했음.

마침 잘 일어났어요. 방금 막 죽이 끓었는데.
...
이 아래는 조금 춥죠? 미안해요. 감기라도 걸리면 안되는데, 우선 이것부터 먹어요.

너붕붕은 소름이 끼쳤음. 지하실에서 한 쪽 다리가 부러진 채로 손이 묶인 사람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남자는 티 하나 없는 순수한 웃음을 짓고 있었음. 남자는 너붕붕에게 다가와서 죽을 손수 한 숟갈 떠먹여 주려 했음. 너붕붕은 주춤거리며 뒤로 몸을 움직였음. 남자가 작게 웃었음. 하하. 그러고는 헝클어진 너붕붕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음. 너붕붕은 놀란 나머지 손을 쳐내려다 옆에 세워둔 오일 랜턴을 쓰러뜨렸음. 바닥재가 돌이라 다행히 어딘가에 불이 붙진 않았음. 너붕붕은 남자의 눈치를 살폈음. 남자의 표정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음.

랜턴을 천장에 걸어놨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허니.

그렇게 말하고는 허니가 묶여있는 수갑의 사슬 길이를 짧게 해서 깨진 랜턴에 닿지 못하게 했음. 다시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깨진 랜턴 조각을 치우고, 새 랜턴을 천장에 걸어 주었음. 어둡기만 하던 지하실에 기분나쁜 노란 불빛이 비춰졌음. 남자는 너붕붕의 사슬을 원래대로 해 놓고, 벽 옆의 침대에 앉혔음. 남자는 죽을 다시 한 숟갈 떠서 너붕붕의 손에 쥐어 주었음.

내가 먹여주는 게 어색하면 이렇게 먹어요.

극도로 긴장한 탓에 죽은 너붕붕의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음. 바로 옆에서 너붕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도 한 몫 했음. 너붕붕이 결국 꾸역꾸역 죽 한 그릇을 비우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너붕붕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음. 너붕붕을 침대에 눕힌 다음 남자는 랜턴의 불을 끄고 나갔음.
너붕붕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잠에 들지 못했음. 상황이 전혀 이해가지 않았고 모든 게 무섭기만 했음. 특히 처음 보는 저 남자의 정체를 짐작할 수가 없었음. 전혀 일면식이 없는 남자였고,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곳에 자신을 가둬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음. 집에 갈 수는 있을까?
너붕붕은 춥고 어두운 지하실 안에서 혼자 울었음. 행여나 위의 남자에게 들릴까봐 숨을 죽이고 훌쩍였음.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음.

얼마나 잠을 잤는지 너붕붕은 알 수가 없었음. 깨 보니 남자가 너붕붕을 등지고 책상에 앉아 있었음. 계속 자는 척을 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음. 남자는 돌연 뒤를 돌아 너붕붕에게 걸어왔음.

아직 자요?

많이 피곤했나..

너붕붕은 온 힘을 다해 움직이지 않았음. 최대한 자연스럽게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음. 남자는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음. 한참이 지나고, 남자가 지하실을 나갔다고 판단한 너붕붕은 천천히 눈을 떴음.

뭐야. 안 자네.

남자는 침대 옆에 걸터앉아 너붕붕을 보고 있었음. 너붕붕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음.

빨리 일어나요, 허니. 게으름도 죄악이래요.

남자는 마치 연인을 깨우듯이 너붕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음. 그러더니 너붕붕을 당겨 일으켰음.

오늘 이 옷을 보고, 허니 생각이 났어요.

얇은 분홍색 원피스였음. 봄놀이 갈 때 몇 번 입을 옷을 들고 남자는 마냥 웃었음.

한번 입어봐요.

너붕붕은 멍하게 원피스를 보고만 있었음.

싫어요?

너붕붕은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음. 지금 너붕붕의 목숨은 저 남자 하나에 달려 있었음. 사람을 가두고, 묶어놓고, 다리까지 부순 미친놈에게 너붕붕의 목숨이 좌우되는 것이었음.

..입어보고 싶어요.

남자는 옷을 건네주고는 몇 걸음 떨어지더니 뒤를 돌아서 있었음. 너붕붕은 황당한 남자에 행동에 오히려 더 소름이 끼쳤음. 수줍어하는 남자의 표정이 이질적이었음.
옷을 입으려던 너붕붕은 멈칫했음. 손에 채워진 수갑 때문에 옷을 입을 수가 없었던 것임.

저기..

다 입었어요?

남자는 뒤를 돌아 너붕붕을 바라보았음. 그리고 순식간에 남자의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음. 남자는 눈을 가리고 다시 뒤를 돌았음. 뒤에서 보이는 남자의 두 귀가 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었음.

미, 미안해요. 나는 옷을 다 입은 줄 알고..

수갑이요. 수갑 때문에 입을 수가 없어요.

남자가 뒤를 돌아 온통 빨간 얼굴로 말했음.

그럼 내가 입혀줄게요.

칼럼너붕붕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