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39] 충청남도 아산시 신창면 황산길 100-50 경찰대학 ARS 041-968-2114 민원전화 : 182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처벌될 수 있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C) 2015. BY K.N.P.U All Right Reserved. 이제 대학졸업시즌입니다. 졸업하면 인생의 또 하나의 문턱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문턱이란 게 그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수능을 치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그러다보면 결혼을 하는, 이미 아주 많은 것들이 단계별로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렇게 살지 않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어떻게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다음 단계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하니까요. 오랜만에 대학 동기를 만났습니다. 2월에 함께 졸업할 친구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웃고 고민도 많이 얘기했습니다. 자유나 좋아하는 일에 대해 참 많이 얘기했던 것 같은데, 졸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려보니 친구와 나나 둘 다 생각이 조심스러워진 걸 느낍니다. 친구는 대학 4학년에서야 무턱대고 힙합을 추겠다고 연습생으로 들어가더니 막상 졸업생이 되자 많이 갈등하는 것 같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철’이란 건 들지 않고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졸업생이라는 딱지 앞에서 친구도 저도 갈팡질팡 합니다. ▲ 올해 법대를 졸업하는 문하나 (아, 이제 우리도 졸업이다. 마지막 학기 학점은 확인했어?) (졸업 맞은 기분이 어때?) (완전 니 시간만 남아돈다고?)
(난 오히려 뭔가 다음 단계를 찾아가야한다는 압박감이 드는데..) (주위에 졸업하는 친구들 많아?) (바로 취직했네.) (너는 왜 바로 취직을 안 했어?) (왜?) (취업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왜 들었어?) (니 현실이 왜?) (대학생활은 어땠어? 대학은 꼭 가려고 했던 거?) 취직, 노동, 자아실현 (대학생들보고 막 88만원 세대라고 하잖아. 그런 게 실감이 와? 사실 나는 88만 원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궁핍해져서 그런가.) (이제 취직 준비할거야?) (자기 발전?) (노동은 자아의 실현이란 말을 믿어?) (니 발전에 도움이 되는 취업을 할 수 있겠냐는 거지.) (그 취업이 쉬울 것 같다고?) (딴 친구들은 대학 다닐 때 취업준비를 했잖아. 그런 거에 대한 조급증은 없어? 사실 나는 내가 덜 현명한 건 아닌가도 싶더라고. 대학 때 조금씩 취업준비를 할 수도 있었던 거지. 미리 준비한 친구들보고 나는 그러기 싫다고 말했던 게, 사실 되게 쉬운 말이었던 것
같아.) (근데 더 중요한 건, 취업 준비했다고 해서 졸업하면 바로 취직되는 것도 아니란 말이지. 이게 더 큰 문제야. 주위에는 막 이력서 몇 백 장씩 써도 안 된다고 하잖아.) ▲ 지친 발을 이끌고 대학문을 나서다 춤은 어쩔 거야? 먹고 사는 건 어쩔 거야? (그럼 이제 취직준비를 시작하겠네. 춤은 어떻게 할 거야?) (좋으니까,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전부 아닐까?) (오히려 그런 사람이 드물지.) (나도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계속 갈팡질팡 하겠지. 근데 사실 춤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별 걱정은 없는 거잖아.) (졸업을 앞두고 마음의 압박은 왜 그리 심했던 거야?) (니가 춤추는 거 아빠한테 말 안 했지?) (취직은 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야? 독립하려고?) 춤 연습실 가잖아. 연습실 애들이 진짜 힘들게 살거든. 걔네들은 일단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워. 거의 다 가장이야. 그러니까 자기 가족들도 책임져야하고 책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보탬은 돼야 하고 아니면 완전 자립했거나 하는 애들이 많아. 내가 그 틈에 껴 있었잖아. 내가 정말 너무 작아 보이더라고. 거기서는 내가 대학 4년제 다니고 있다고 하면 공부 잘 한다고 해주는데. 그럴수록 뭔가 더 작아지는 느낌 들어. 부모님 돈 계속 받고 있고, 내가 한 건 고등학교 때 걔네보다 좀 더 공부 열심히 한 거잖아. 걔들은 그때 춤을 더 열심히 춘거잖아. 걔들이 더 현명한 걸 수도 있지. 일찍이 좋아하는 걸 찾은 걸 테고. 걔들 보니까 내가 약해보이더라고. 아침부터 알바하고 연습실가서 춤추고 걔들도 만날 반복되는 일상이니까 되게 힘들어한단 말이야. 나보다 훨씬 어리고. 그런데 걔들은 뭔가 더 많이 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른스럽고, 내가 걔들 나이 땐 생각하지 못 했던 걸,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활을 통해 알아가는 느낌. 나는 이제 그걸 시작하려는 거잖아. 부모님한테 가서 돈 걱정 안 하고 편안하게 살 수도 있어. 이번에 한 열흘 집에 갔다 왔잖아. 정말 돈 걱정 하나도 안 했어. 택시를 타도 괜찮았고, 먹을 때도 언니가 다 알아서 사주고, 옷 같은 것도 몇 백 원 더 쌀까를 하나도 고민 안 하게 되잖아. 그 와중에 공지영 책, 을 봤어. 니가 어떤 삶을 살든 널 응원하겠다. 그 책에 이런 게 있었어. “살아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 나도 살아지고 있는 것인가,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내가 김해에 있으면 왠지 살아질 것 같아서. 음. 근데 그것도 나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웃음) (어찌 보면 사는 게 별 거 아닌데, 살아가는 건 자기 한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을 믿어서인지 나는 자꾸 어려워지고만
있어.)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가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을까.) (하긴, 나도 그런 욕심은 안 난다. 넌 왜 시키는 대로 안 살게
됐어.) (어쩌면 니가 춤이나 이런 걸 해보지 않고 바로 취직준비를 했다면 더 안 좋았을 수도 있겠다.) (왜냐면, 니가 바라는 게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소박한 거잖아. 니 마인드가 원래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대학 때 할 거만 열심히 하고 살아왔으면 오히려 지금은 청년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우리, 살아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 내 화두는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 면접 보는 사람이 나한테 해줬던 얘기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라고. 난 자신감 많았는데(웃음) 나는 내가 자심감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 보기엔 안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까 뭔가 많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회가 되게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난 ‘사회’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말에 속지 말자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지금 억지로라도 고민해야 할 문턱에 서 있는 것 같애. 앞길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잘 살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