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를 만드는 이유 - milaleul mandeuneun iyu

이집트 미라(mummy)

부패하지 않은 채로 보존된 시신을 지칭한다. 엄밀히 따져 인간의 시신뿐 아니라 이집트의 고양이 미라처럼 다른 동물의 시체도 포함된다. 식물의 경우 죽은 후 부패하지 않고 건조되어도 미라라고 칭하지 않으며, 생선 등 건어물 역시 미라로 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시신의 경우만을 미라라고 칭하는게 흔하다.

아무래도 시신이다보니 많은 일반인들이 미라에 관해 접하는 것을 꺼리지만, 미라를 통해 고대인들의 생활을 직접 분석하고 그 시절의 영양 상태나 문화, 의복, 역사적 사실 등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된, 그리고 잘 보존된 미라일수록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각 언어별 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엔 포르투갈어 mirra가 일본어 ミイラ를 거쳐 들어온 '미라', '미이라'로 알려져 있다. mirra'몰약'을 뜻하는 단어인데, 어쩌다가 일본에 미라로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라를 만들 때 쓰는 방부제가 몰약으로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한자어 '목내이(木乃伊)'라고 쓰기도 한다. 한편 대다수의 유럽어에서는 라틴어 mumia에서 유래한 단어들을 쓰고 있는데, mumia'밀랍'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mūm에서 유래한 아랍어 مومياء (mūmiya')를 어원으로 한다.

극도로 건조한 기후, 추운 기후나 자연적 화학반응으로 인한 방부 처리 상태, 자연적 진공상태가 이루어져 생긴 자연 미라와 인위적 시신 건조 또는 냉동, 방부제 등을 이용해 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한 인공 미라가 있다. 대표적인 인공 미라 제작지였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죽은 자는 언젠가는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때를 대비해서 시신을 온존하기 위해 시신의 심장을 제외한 내장을 제거한 후 미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인공 미라 제작은 고대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행해졌지만 이쪽은 발견되는 대부분의 미라가 백골을 겨우 면하는 수준이며, 제대로 보존된 것은 고산 지대 같은 곳에서 발견된 것들이 많다. 기타 등등의 구체적 실상과 이유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단순 미라의 숫자로 따진다면 한국에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회묘(灰墓)'(회격묘) 제작 방식으로 묻힌 사람들 수가 많기 때문. 조선시대에는 무덤 안으로 물이 스며드는 것과 해충이 시신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고자 관의 사방에 두껍게 석회를 칠하는 회묘(灰墓)가 크게 성행했고, 거기에 숯을 넣기도 했는데 석회는 강력한 방수작용을, 숯은 자동 방습작용을 하면서 전혀 뜻하지 않게 미라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본 문서의 '실제사례/한국' 문단에서 후술한다.여전히 유교적 가치관이 짙은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생성된 미라를 발견하더도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여, 시신을 다시 묻거나 화장(火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실제로 발견된 미라 수와 연구된 미라 수는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굳이 유교적 인식을 공고히 하지 않더라도, 고인의 신체를 다루는 것이므로 관련 연구자들은 미라 연구에 앞서 미라에 예를 표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의료 교육 등에 관해 시신 기증자의 시신에 동서를 불문하고 예()를 표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 미라의 경우 생전 당사자의 의사를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미라의 대중적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이다. 붕대(아마포)를 몸에 감은 미라가 바로 이집트 미라의 특징.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후세계와 부활에 대한 믿음을 이유로 다수의 인공 미라를 제작, 관리했으며, 미라 제조 전문가들도 있었다.

미라를 제작한 이유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후관(死後觀)때문으로,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인 '(Ba)'는 사후세계로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 되살아난다고 믿었으며, 그럴려면 그때에 돌아올 육신인 '아크(Akh)'가 온전해야 완전히 부활할 수 있다고 믿어 시체 보존에 대한 경험과 약학지식 등을 동원하여 시신을 방부 처리를 한 것이었다. 복잡한 미라 제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이집트 기후가 워낙 건조하다보니 바깥에 놔둬도 저절로 자연 미라가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피라미드 등의 폐쇄적인 무덤 안에 시신이 안치되면서 시신이 부패할 가능성이 생겨나 결국 저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고 한다.

미라 제작 시 심장을 제외한 내장을 빼낸 후 시신 안에 다른 물질을 채웠는데, 사회 상류층은 송진과 향료를 섞어 넣었고, 하층민의 경우 톱밥이나 돌덩이를 넣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몸을 탄산나트륨을 이용해 건조시키고 붕대(아마포)를 감은 후 관에 넣으면 끝. 이집트 미라의 역사를 기준으로 먼 훗날에는 미라 제조 문화가 로마 문명권으로 확산되었는데, 로마 문명권에서는 주로 관을 쓰지 않고 시신을 아마포를 감은 뒤 석고 또는 회반죽을 칠해 시신의 윤곽을 드러내도록 굳히고 채색해 관을 대신하거나, 석고를 칠한 뒤 그 위에 일상복이나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아마포를 더 감는 경우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생각을 뇌로 하는게 아니라 심장으로 한다고 생각했고, 사후 지하에서 오시리스가 저울에 심장을 달아 선악을 판별하고 저승 또는 천국으로 보내는 증거로 삼는다고 믿었다. 따라서 심장은 가장 중요한 장기여서 꺼낸 다음 따로 붕대로 싸서 다시 넣거나 실로 꿰맸다고 한다. 한편 심장과 달리 뇌를 그다지 중요한 기관인 줄 몰랐고, (뇌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미라 제작시 시신의 뇌를 제거했다.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콧구멍을 통해 갈고리랑 주걱을 쑤셔넣어 사골(篩骨. 벌집뼈)이라 불리는 코와 머리가 연결된 곳의 뼈를 부순 다음 뇌를 뽑아내는 방법이고 하나는 드물긴 하지만 머리 뒤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으로 뇌를 꺼내는 방법이 있다(일설에 의하면 투탕카멘의 미라가 이 시술을 거쳤다는 설이 있다.). 뇌를 꺼낸 자리에는 송진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뇌를 제거하는 건 후대의 일로, 예전에는 그냥 뒀다고 한다. 뇌가 남은 미라는 흔들면 말라붙은 뇌가 두개골 안에서 움직여서 딸깍딸깍 소리(...)가 난다고 한다.

파라오의 일족이나 귀족의 경우는 제거한 장기(, , , 소장/대장만)를 따로 방부처리하여 카노푸스 단지라고 부르는 다른 용기에 담았고, 중산층의 경우는 특수한 약물을 시신의 항문에 주입해 내장을 다 녹여서 겉만 남은 시신을 미라로, 형편이 안 되는 서민들은 그냥 건조한 토굴에 안치하여 자연적으로 건조되는 방식을 택했다.

미라로 만들 대상이 젊은 귀부인일 경우에는 시간(屍姦)을 방지하기 위해 며칠 방치하였다가 미라 제작자들에게 건네주어 미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개나 고양이같은 친숙한 동물뿐만 아니라 거의 웬만한 동물도 미라로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신의 화신으로 여겨졌던 특수한 동물들은 성대한 장례식과 함께 별도의 무덤에 안치되었다. 신앙의 대상으로서 모셔지던 매, 따오기, 악어, 하마, 소의 미라는 살고 있던 신전의 묘지에 안치되었고, 신성시되었을 뿐 아니라 애완용으로도 키워지던 고양이 미라 같은 것은 한번에 수십 톤씩 발굴되기도 했다. 19세기에 베니하산에서는 20톤의 고양이 미라가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했는데, 몽땅 갈아서 비료로 써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많이 만들었던 탓에 꾸준히 발견되고 있고,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등에 여러 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이집트 북부에서 한번에 800만 마리의 개 미라가 발견된 적도 있다. 성스럽다고 여긴 물고기들도 미라로 만들었기에 건어물 물고기 미라도 많이 발견되었을 뿐더러 원숭이, , , 당나귀 등등 이집트 박물관에 가면 진짜 여러가지의 미라가 놓여 있다. 참고로 대부분의 미라로 만든 동물들은 '의식용'으로 키워진 동물들이다. 이 동물들은 신전에서 미라와 함께 묻기 위해 키우는 동물들인데, 신전에서 떠받들다시피 키우다가 이들을 껴묻거리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고가에 팔았다. 주로 재생의 상징인 개구리, 바스테트의 표상인 고양이, 호루스의 상징인 매, 크눔의 상징인 악어등을 많이 묻었다. 이외에도 죽은 이가 부활했을 때 먹기 위해 미라처리해 둔 동물들도 있다.

2017년 영국에서 전국 박물관에 있는 이집트 동물 미라들을 X선 등으로 조사했더니, 사체가 실제로는 없는 '가짜 동물 미라'가 적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현대에 모조품을 만든게 아니라, 고대 이집트인들이 처음부터 가짜 동물 미라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를 연구한 리디야 맥나이트 박사는 두가지 이유를 추측했는데, 하나는 동물의 사체 자체는 주인과 함께 매장하고 이후 기념품의 용도로 '모의 미라'를 제작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미라 제작자들이 사기를 쳤을 가능성이다. 후자의 경우, 당대 이집트에선 위에 언급한 것처럼 동물 미라 제작이 대단히 활발해서 '산업'으로 봐도 될 정도였으므로 이를 악용해서 가짜 미라를 만드는 사기꾼도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그 근거이다.

미라 풍습은 로마 점령 시대까지 꾸준히 이어졌지만 이집트 전통 신앙의 쇠퇴와 기독교/이슬람교의 박해로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유럽이 르네상스시대에 접어든 이후 해부학의 발전에 따라 고대 이집트의 시신 방부 처리법을 재조명하기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부활하여 오늘날의 엠버밍으로 이어진다.

하술된 람세스 2세의 미라와 투탕카멘의 미라가 매우 유명하다.이집트 관광산업의 돈줄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

19세기 말에 왕가의 계곡 일대가 발굴되고, 20세기에 투탕카멘 왕의 무덤 발굴과 관련된 이야기가 널리퍼져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도시전설로 발전하면서 공포물의 소재가 되어 종종 공포 영화나 액션 영화의 주연으로서 등장한다.

한때 서양에서는 미라 가루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미라 가루가 인기를 끌자 시신을 파헤쳐 미라처리해 판매하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그냥 시체를 가루내서 미라 가루라고 속이고 파는 일도 있었다고. 좀더 후대에는 미라를 가루내어 물감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때로는 미라는 갈아서 비료로 쓰고 겉을 싼 붕대는 벗겨내서 종이 만드는 원료로 쓰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미라를 장식용품이나 장작 대신으로도 사용했다고. 참고로, 놀랍게도 파우더를 바른 미라는 실제로 의약용품으로 쓸 수 있다. 파우더를 바른 미라에는 역청 성분이 있는데, 역청은 약으로 쓰고 있는 원료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역청을 구하기 힘들었고, 또한 미라 속 역청이 약효를 내는 지 몰랐기 때문에 역청이 많은 파우더 바른 미라를 가루내어 사용한 것이다. 현대에는 인공적인 방법으로 역청을 만드므로 안심하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미라와의 대담이 되살아난(주인공들이 호기심에 전기를 가하는 실험을 했다가 덕분에 기능이 정지되어 있던 미라의 몸이 생기를 되찾은 것) '알라미스타케오 백작'이란 이름과 직함을 가진 이집트 미라 얘기를 다루는데, 대단히 지적이고 품격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주인공들에게 과거 이집트의 문화와 종교(예상과는 달리 일신교였다고 말한다) 및 기술(초고대문명 수준이다)을 얘기해주며(주인공 학자들 중 2명이 이집트어를 할 수 있었다) 이집트의 미라들은 사실 전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미래에 깨어날 수 있도록 기능이 정지되어 있을 뿐이라고 한다(다른 가문들은 뇌나 장기를 따로 처리하여 보존하나, 미라가 속한 풍뎅이 씨족은 장기를 몸 안에 넣어놓은 채로 미라화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썼던 책이 몇백년이 지나면 알지도 못하는 후대 좆문가들의 제멋대로 넣은 주석들이 더해져 엉망진창으로 오역되는 경우가 허다해서, 이를 저술가 본인들이 직접 해결하기 위해 몇백년 동안 미라가 되어 '동면'에 빠진 다음 깨어나서 자기 책의 저술 의도를 직접 밝히기 위해서였다나...상당히 풍자적인 성향이 돋보이는 단편소설이다. 여담으로 알라미스타케오 백작은 이후 앨런 무어의 젠틀맨 리그에서도 출연하게 된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를 필두로 한 왜곡으로 인해 고대 이집트에는 대죄인을 산 채로 붕대 둘둘 감고 묻어버리는 등 생미라로 만들어버리는 끔찍한 극형이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허나 실상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 처리란 것은 돈도 꽤 드는, 죽은 이의 시신에 대한 최고 최상의 처리 방법이었다고 한다. 부활을 기원하는 의식이기도 했고. 대죄인이나 범죄자들은 평범하게 참형 등으로 처형한 후 시신을 그대로 썩게(부활을 못 하도록) 내버려뒀다 한다. 이때는 사후의 눈/귀를 열어주는 종교적 의식도 취하지 않았고, 매장 직전 혀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이집트의 사후 세계관에서 절대 부활할 수 없도록. 죽으면 영혼이 신들과 지옥의 관문들에서 심판을 받는데, 이 때 자기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혀를 잘라버리면 말을 할 수 없다. 눈과 귀를 열어주지 않으면 재판장까지 가는 저승길에서 길을 잃고 괴물들에게 잡아먹힌다. 그들의 종교관을 생각할 때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으로 던져버리는 방법. 돈없는 서민들은 자연 미라가 되길 바라며 건조한 모래사막이나 동굴에 안치했다.

이집트 미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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