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란 의 지하 미궁 과 마녀의 여단 공략 - lupeulan ui jiha migung gwa manyeoui yeodan gonglyag

이 글은 2017년 9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 이 게임 타이틀은 인트라 게임즈에서 리뷰용으로 제공해주셨습니다. *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의 구동 화면.

 던전 RPG는 꽤 오래된 장르입니다. 콘솔 게임을 오래 즐겨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위저드리' 시리즈부터 37년이나 지속되었으며, 도중에 몰락에 가까운 길을 걸을 뻔했지만 여전히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장르입니다.

 촘촘한 구성에 던전을 탐색하는 재미. 그리고 옛 명작 서양 RPG의 느낌을 간직한 채 던전 RPG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기본적인 느낌 자체는 여타 RPG와 흡사하지만 1인칭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나, 자신만의 파티를 꾸려 제법 어려운 난이도의 전투들을 헤쳐나가는 쫄깃한 부분이 DRPG의 재밌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DRPG는 보다 매니악한 편이기에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1인칭으로 진행되는 던전 탐험이 때로는 답답하게도 느껴지기도 하며, 제한된 시야와 높은 배틀 난이도 역시 거부감을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RPG를 즐기는 신규 게이머들이 늘어나는 데에는 오로지 D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이하 루프란)은 그 DRPG만의 특징을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서 다양한 던전을 탐색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인형병'이라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파티원으로 함께 데리고다니며 성장시키게 됩니다. 인형병들은 저마다 다른 패싯(직업)을 갖고 있으며, 같은 패싯이라도 캐릭터의 외형이 다르므로 보다 마음에 드는 외형을 고를 수 있는 자유도가 있습니다.

루프란에는 매력적인 주연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한다.

 루프란의 즐거운 부분 중 하나는 무척 다양한 주연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며, 특히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마녀 '드로니아'와 그녀의 제자 '루카'는 시작부터 플레이어들을 웃음짓게 만듭니다. 어딘가 냉혹하지만 의외의 모습도 보여주는 마녀와 시종일관 귀여운 매력을 뽐내는 제자의 케미는 두말할 것 없이 초반부터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니혼이치만의 개성적인 캐릭터.

 특히나 디스가이아 등으로 친숙한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의 캐릭터들에 익숙하다면, 루프란의 캐릭터들은 무척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아쉽게도 라하르 & 에트나 & 프론 3총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루프란이라는 게임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독특한 캐릭터들은 확실히 게임에 몰입감을 더해줍니다.

패싯(직업)에 따라 특성과 능력치가 전부 다르다.
또한, '외형'도 바꿀 수 있다.

패싯과 외형 외에도 어떤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 것인지는 자유!

 성격과 성장 타입, 성향 등의 설정에 따라 같은 패싯의 캐릭터라도 완전히 다른 스탯의 캐릭터로 자라는 것은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부분입니다. 각 개성에 따라 플레이어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키운다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니혼이치가 무척 잘한 부분입니다.

인형들 간의 '우호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바뀐다.

 PS Vita 버전과 다르게 PS4 버전은 처음부터 외모(비쥬얼)를 3종류까지 고를 수 있습니다. 이 비쥬얼은 게임 내 던전의 보물상자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후 새로운 인형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형병을 만들고 부대에 소속시켜 파티원을 늘린다.

 DRPG라는 장르가 언뜻 생고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여타 RPG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게 사실입니다. 던전을 탐험하고, 적을 해치우거나 보물상자에서 좋은 장비를 얻어 착용. 적을 해치워가며 레벨을 올리고 이런저런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진행. 각 캐릭터는 특징이 있으며 니혼이치스럽게 어떤 캐릭터는 어떤 무기를 더 잘 쓰는지 등이 갈린다. 단지 그뿐입니다.

기본적으로 던전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다.

루프란의 던전 내 필드 화면.

눈알 같은 적과 접촉하면 전투가 시작된다.

전투는 평범한 턴제 RPG와 같다.

각 던전의 특색에 맞는 적들이 등장하며, 적의 HP가 적어지면 빨갛게 빛나기 시작한다.

다양한 중간 보스와 개성 넘치는 보스전도 있다.

 루프란은 옛 서양 RPG의 틀을 기반으로한 DRPG 장르기 때문에 온갖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선택들은 종류에 따라 게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꽤나 큰 변화를 갖고 오기도 합니다. 어떤 캐릭터를 죽일 것인지, 말 것인지 같은 선택지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어떤 던전을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퍼즐을 풀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등. 심각하게 어려운 것은 없지만 여러모로 촘촘하게 짜여진 구성은 루프란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부분입니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녀가 만든 '인형병'이라는 설정을 적극 활용한 부분은 플레이어를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각 인형에게는 부위가 있고, 전투 중 적에게 잘못 맞아 그 부위가 훼손되었을 경우 수리하지 않으면 최대 HP가 항상 감소된 상태이며 파손된 부위에 따라 즉사하거나 능력치가 떨어진다는 설정은 무척 참신합니다.

디스가이아처럼 화폐 이외의 '마나'라는 자원이 있다.
또한, 벽 부수기라는 특이한 요소로 보다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던전 내 곳곳에 있는 표지판은 온갖 팁과 힌트를 담고 있다.

던전에서 획득한 마나로 디스가이아의 마계 재판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루프란의 경우 마나만 있으면 재판 없이 바로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는 것이 다른 부분.

던전 내에서 온갖 퀘스트 재료를 모아 퀘스트를 클리어.
퀘스트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도 보상으로 주어진다.

 DRPG라는 장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니혼이치. 루프란은 평범한 DRPG와는 다른 부분들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PS Vita 버전 발매 당시 많은 게이머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그 덕분에 PS4 버전까지 출시될 수 있었던 것에는 그 특이함이 한 몫 했습니다.

 또한, 루프란은 니혼이치의 다른 작품(마녀와 백기병)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명 만화가 팀 클램프의 작품들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세계관 공유는 보다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고, 두 작품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같은 설정과 지명 등의 등장으로 즐거움을 배가 시킬 수도 있죠.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벽 부수기나 디스가이아 시리즈처럼 던전 내에서 마나를 수집하여 그것으로 일종의 '특전'을 활성화 시키는 요소. 그리고 개성 넘치는 주연 캐릭터들은 니혼이치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들입니다. 루프란은 그 부분들을 잘 담아냈고, 니혼이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도 충분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어필해놨습니다.

 특히 루프란이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취향 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진행에 따라 숨겨진 패싯을 얻어 특별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으며 재료만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파티원을 더 많이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결혼서'라는 것을 꾸준히 습득할 수 있어, 최대 5인 파티가 아니라 10인이나 15인까지도 꾸릴 수 있고 서포터 캐릭터까지 더한다면 그 수가 더 늘어납니다. 초반부를 넘어서면 게임 제목에 나오는 '마녀의 여단'이라는 부분처럼 단순 파티가 아니라 마치 부대를 지휘하는 듯한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상점의 물건들은 진행도에 따라 점점 구매할 수 있는 종류가 늘어나는 방식.

경험치 이월 시스템을 통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경험치를 습득할 수도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해금되는 다양한 '진형' 효과도 존재.

마차가옥의 모든 메뉴를 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

 마녀라는 특징을 살린 연금술과 인형병. 그리고 마녀에게 부탁하는 탄원서와 제자가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오는 다양한 의뢰를 담은 메모. 루프란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습니다.

 스토리가 매력적인 것 또한 루프란의 즐거움 중 하나인데, 일본 RPG가 점차 스토리를 날림으로 꾸려버리는 것에 비해 루프란의 스토리는 상당한 수작 급으로 이미 많은 플레이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었습니다. 특히 그 스토리와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시스템이 가히 절묘하게 어우러져 PS Vita 버전의 경우 호평 일색이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디스가이아로 친숙한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지만 루프란은 디스가이아와는 많이 다릅니다. 디스가이아의 향기를 풍기는 요소들이 몇 가지 보이긴 하나, 주구장창 환생과 레벨 노가다를 통해 몇 억, 몇십 억, 몇 조 단위까지 이르는 대미지를 뽑아내는 쾌감을 즐기는 것과는 지향성이 다릅니다. 루프란은 정통 RPG의 노선을 타고 나아가며, 기존의 니혼이치류 RPG와는 색다른 재미를 뽐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미궁을 탐색하여 온갖 다양한 아이템을 습득하고, 새로운 부대원을 늘려나가며 어딘가 있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게임. 둠 개발자인 존 카멕이 말했던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는 부분을 따라간 듯한 디스가이아의 모자란 스토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부분도 루프란의 특징입니다.

사실 이 게임의 주인공(플레이어)은 이 책이다.

​ DRPG 장르를 즐겨본 적이 없는 게이머라도 루프란의 진입장벽은 많이 낮습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튜토리얼 메시지를 스킵하지 않고 전부 본다면 이 게임의 모든 부분을 파악할 수 있으며,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그 친절한 튜토리얼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가 시작되며, 어둡지만 매력적인 스토리와 귀를 즐겁게 해주는 참신한 음악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나만의 인형병 제작과 그 부대를 이끌고 다양한 곳을 누빌 수 있는 미궁 탐험까지.

 루프란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PS Vita 버전 역시 그러했고, 비타가 없어 루프란을 플레이해보지 못했던 게이머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PS4 버전은 휴대 기기의 강점이 빠져 있지만 꼭 휴대 기기가 아니더라도 이 게임의 뛰어난 작품성은 여전합니다.

 던전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그리고 던전 RPG를 입문해보고 싶은 게이머에게. 마지막으로, 던전 RPG를 딱히 싫어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저는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고픈 작품입니다. 루프란은 틀림 없이, 정말 재밌는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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