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곰 습격 장면 어떻게 - lebeoneonteu gom seubgyeog jangmyeon eotteohge

초기 서부 개척시대인 1820년대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미개척 지역을 탐험하고 짐승 가죽을 채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군 소속의 준準군사조직에 아들 ‘호크’와 함께 고용돼 있다. 이들은 가죽을 노린 인디언들의 공격을 받아 45명 중 8명만 간신히 살아남는다.

요새로 복귀하던 중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습격당해 사지가 찢긴다. 대위가 인솔하는 일행이 요새로 먼저 출발하고, 글래스를 돌보기로 하고 남아 있던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글래스를 질식사시키려 한다. 이를 말리던 호크를 살해한 피츠제럴드는 아직 살아 있는 글래스를 구덩이에 던져둔 채 떠난다. 글래스는 아들의 복수를 다짐하며 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레버넌트 곰 습격 장면 어떻게 - lebeoneonteu gom seubgyeog jangmyeon eotteohge

신용관(이하 신) 이번 호에서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5)를 다루고자 합니다.

박정헌(이하 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입니다. <21 그램21 Grams>(2003), <바벨Babel>(2006) 같은 화제작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주가가 높은 감독이지요. 2014년에 만든 <버드맨Birdman>으로는 제87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박 아카데미에서 영화 <레버넌트>도 감독상,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촬영상 3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후보에 오른 부문이 남우조연(톰 하디), 미술, 시각효과, 의상, 작품, 편집 등 9개 부문이나 되더군요. 다시 말해 총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다는 얘기니, 영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인정을 받은 영화인 셈이지요.

신 서부시대 개척자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 <레버넌트: 복수의 소설The Revenant: A Novel of Revenge>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시기적으로 1820년대쯤이 될 듯합니다. 

박 제목 그대로 수차례씩 사선을 넘어 살아남은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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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화가 시작되면 동굴에 누워 있는 한 인디언 원주민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빠가 지켜줄게”라는 디카프리오의 독백이 흐르지요.

박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도입부입니다.

신 장면은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 그리고 다른 군인들과 함께 사냥에 나서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군인은 미개척 땅을 탐험하고, 짐승 가죽을 채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군 소속 준準군사조직의 일원들입니다. 민간인 사냥꾼인 글래스는 여기에 고용된 것이지요. 숲 바닥에 물이 흐르더군요. 

박 해빙기가 아닌가 싶어요. 눈이 녹으면서 강의 수량이 많아져 범람한 듯합니다.

신 백인인 글래스는 원주민 여성과 결혼했고, 외모가 인디언에 가까운 혼혈아들 호크를 낳은 겁니다. 다른 군인들은 들짐승 사냥을 통해 얻은 가죽을 집단적으로 모으고 있지요. 

박 현지 지형에 밝은 글래스는 직접 사냥도 하면서 이 군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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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백인 군인들이 가죽을 배에 싣기 위해 강가에 모여 있을 때 갑자기 인디언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화면을 좌우로 가르는 화살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 줍니다. 수 분 동안 잔혹하고 처절한 영상이 커팅 없이 리얼하게 제시됩니다.

박 촬영 기법은 정말 엄청나게 발전한 듯합니다. 총으로 말을 쏘아 순식간에 옆으로 쓰러뜨리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지 궁금하더군요.

신 일행은 45명 중 33명이 죽는 큰 피해를 입었고, 가죽의 일부를 겨우 챙겨 미주리강을 따라 배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글래스는 “공격을 감행한 아리카라 인디언들이 이 지역을 잘 알고 있으니 배로 이동하면 금방 따라잡힐 것”이라며 육지로 이동할 것을 주장하지요. 반면, 이 부대에 가담한 또 다른 민간인 사냥꾼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배로 이동할 것을 주장합니다.

박 일행을 이끄는 앤드류 헨리 대위(도널 글리슨)는 길잡이인 글래스를 믿고 배를 버립니다. 글래스와 피츠제럴드와 불화가 극에 달하기 시작하지요.

신 일행이 육지로 이동하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글래스가 회색 곰의 습격을 받는 신이 나옵니다. 박 대장님은 실제 곰이나 위협적인 짐승을 만난 적이 있는지요?

박 가까이서 맞닥뜨린 적은 없습니다. 지리산에 방생하는 곰이 있다고 하는데 본 적은 없어요. 오래전 호주에서 불난 지역을 거쳐 가다가 지나가는 곰을 목격한 적은 있습니다. ‘아이벡스ibex’라고 들소처럼 생긴 짐승이 있습니다. 파키스탄이나 네팔의 히말라야 지역에서 볼 수 있는데, 사이즈가 커서 무척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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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글래스는 혼자 새벽에 정찰하다가 곰의 습격을 받습니다. 바닥에 깔려서 곰의 발에 찍히고 곰에 물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리얼하지요. 곰이 발로 글래스를 누른 채 냄새를 맡아보다가 잠시 물러납니다. 그러자 글래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어 공격하지만, 이제 곰이 본격적으로 물어뜯기 시작하지요.

박 덩치가 워낙 커서 총알 한 방으로 죽을 곰이 아닙니다. 

신 사람을 바닥에 깐 채 머리 위에서 ‘꾸억꾸억’ 거리는 등,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CG를 사용했다고 하는 이 장면은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박 곰의 야생성이 실감 나게 표현돼 있습니다. 이름은 잊었지만, 예전에 알래스카의 곰 전문 촬영 카메라맨도 결국 곰에 물려서 사망한 적이 있지요.

신 그 와중에 글래스는 소지한 칼로 곰의 심장을 공격하고, 둘은 함께 구릉 아래 바닥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이윽고 군인 동료들이 발견해 위에서 누르고 있던 곰을 치우고 온몸에서 피 흘리는 글래스를 지혈하지요.

박 지혈은 저 스스로 직접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같은 고산에서는 추위와 고도 때문에 피가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곰에 살점이 뜯겨 쏟아지듯이 피가 나는 것과는 다르지요.

신 피츠제럴드는 “차라리 죽이는 게 글래스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다. 어차피 1시간이면 죽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헨리 대위는 그의 말을 무시하지요. 대위가 글래스의 뼈를 맞추자 글래스는 기절하고, 그사이에 다른 군인들이 목을 꿰맵니다. 

박 경우는 다르지만, 우리도 설악산 같은 데서 클라이밍하다가 어깨가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동료들이 어깨를 맞춰서 넣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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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제 군인들이 글래스를 들것에 눕혀 이동하는데 산을 넘어야 합니다. 

박 내려오는 건 몰라도 올라가는 건 정말 힘듭니다. 히말라야에서 고산증을 앓는 동료를 들것에 눕혀 이동할 때 4명이 붙어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이고 게다가 수목도 울창하니 훨씬 힘든 상황이지요.

신 대위는 일행이 요새에 가서 말과 구호품을 가지고 올 동안 글래스를 돌봐줄 사람들을 보상금을 내걸고 구하지요. 글래스의 아들 호크와 피츠제럴드, 그리고 젊은 군인 짐 브리저(윌 폴터)가 남습니다. 

박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인디언들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는 거짓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글래스를 질식사시키려 하다가 호크에게 제지당합니다. 그는 몸싸움 끝에 결국 호크를 죽이는데, 이를 들것에 묶여 누워 있던 글래스가 전부 목격하지요.

신 다른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고 유일한 혈육인 아들 호크를 끔찍이 아끼던 글래스로선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지요. 하지만 그는 곰의 습격으로 목을 다쳐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표정 연기가 정말 압권이더군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했습니다.

신 또한 이 장면에서 감독은 그 광기의 현장을 계속 보여 주는 대신 카메라를 허공으로 돌려 나무들 사이를 스치는 바람과 하늘의 모습을 비춥니다. 사안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더군요.

박 피츠제럴드는 호크의 시신을 숨기고, 글래스를 구덩이에 던져 놓은 채 길을 떠납니다. 브리저가 이를 반대했지만 묵살당하지요.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사람을 생매장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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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가까스로 구덩이에서 기어 나온 글래스는 아들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후 영화는 글래스가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요. 기어서 강가로 간 글래스가 총알에서 화약 가루를 뽑아 목에 바른 뒤 부싯돌로 불꽃을 피워 상처를 지지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박 의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행동일 겁니다. 전쟁터 같은 데서 가위나 바늘을 불에 달궈서 아쉬운 대로 소독해서 쓰듯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겠다는 글래스의 집념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신 잡초를 씹어 먹고 동물의 사체에 붙은 고기를 뜯어 먹는 등 극도의 배고픔을 표현한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박 사실 극한의 허기 상태에서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강물로 해소하고 있지요. 일단 갈증을 해소한 뒤에야 다른 먹을 것을 찾게 됩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하면 위가 수분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신 강가 바위에 ‘피츠’(피츠제럴드를 의미)라고 이름을 새기며 복수를 다짐하던 글래스는 말을 탄 인디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곤 뒷걸음질을 치다가 강물에 쓸려 하류로 떠내려갑니다. 인디언들의 총알이 날아들고 엄청난 물줄기 속에서 간신히 살아납니다.

박 이전에 카약으로 강물을 따라 몇 시간씩 떠내려가는 래프팅을 했었습니다. 가다 보면 ‘홀hole’이라 부르는 지역을 만나게 되지요. 물이 소용돌이치는 와류渦流 지역입니다. 그런 곳에 들어갈 때는 허우적거리면 더 힘듭니다. 숨을 참고 물속에 빠진 채 물결의 흐름에 맡겨야 하지요. 그래서 구명조끼의 충전재를 완전히 물에 뜨는 재료로 하지 않습니다.

신 래프팅할 때는 크고 작은 폭포도 만나지 않습니까?

박 ‘화이트 워터’라고 계속 포말이 일어나는 곳은 물길이 센 곳이지요. 폭포도 이른바 뱉어내는 곳이 있고, 빨아들이는 곳이 있습니다. 뱉어내는 곳의 포말은 막상 들어가면 푹신한 느낌을 줍니다. 빨아들이는 폭포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통상 빨아들이는 곳이 10분의 1 정도 됩니다. 음료수 회사 ‘레드 불’이 지원하는 익스트림 카약팀 선수들은 20m 높이의 폭포에서도 뛰어내리는데, 테크닉 없이 잘못 떨어져 충격을 받으면 내장 파열 등 큰 중상을 입게 됩니다.

신 글래스는 혼자 이동하던 어느 인디언 남자 ‘히쿡’을 만나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글래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고, 등에 난 상처에 약초도 발라 주지요. 천신만고 끝에 글래스는 요새로 살아 돌아옵니다. 

박 그 사이에 피츠제럴드는 대위가 관리하던 요새 금고를 털어 도주하고 대위와 글래스는 피츠제럴드를 추적합니다. 

신 대위는 피츠제럴드에게 살해당하고, 글래스는 피츠제럴드와 둘이서 마지막 담판을 벌이지요. 도끼와 나이프가 난무하는 혈투를 벌이고, 글래스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때 계곡 아래쪽으로 인디언 무리가 천천히 지나가지요.

박 글래스가 피츠제럴드를 계곡물에 띄워 인디언 쪽으로 보내 그들로 하여금 복수의 마무리를 짓게 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신 영화는 복수를 마친 글래스가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보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을 하신다면?

박 주인공의 복수를 향한 집념, 어떻게 해서든 살려고 하는 사투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러닝 타임이 156분에 이르는 꽤 긴 작품임에도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좋고 영화적 긴장을 유지하는 힘이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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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대장 

안나푸르나 남벽 한국 초등(1994), 에베레스트 남서벽 한국 초등(1995), 낭가파르바트 문 라이트 등정(1997), K2 남남동릉 무산소 등정(2000), 시샤팡마 남서벽 신 루트 등정(2002) 등의 기록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 등반가. 

2005년 히말라야 촐라체 원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생환했으나 손가락 8개와 발가락 2개를 잃었다. 

이후 패러글라이딩에 입문,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에서 캉첸중가까지 3,200km를 하늘을 날아 종단했고, 2015년에는 자전거와 스키, 카약 등을 이용해 히말라야 5,800km를 횡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