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콜센터 후기 - kakao kolsenteo hugi

과거를 회상하다가

그냥 욕 좀 하고 싶어서

혼잣말로 쓴

쿠팡 채팅상담 알바 후기가

생각 외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짜 비추라서 입에 거품을 물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쓴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는 분이 많으셔서

너무 안타까울 뿐...

쿠팡 고객센터 알바 어떤가요?

할만한가요? 라고 물으신다면

그냥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어요.

거기 다니다가 얻게 된

정신병 치료하느라

병원비가 더 들었어요.

아무튼

오늘은 쿠팡을 퇴사하고 나서 간

카카오뱅크 채팅상담 알바 후기를

써보겠다.

알바?

도급사 정직원이긴 했는데..

알바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한데

정식회사라고 하기에도 뭔가 좀 그렇고

아무튼 그렇다.(횡설수설)

이 후기에는 근무기간은 기재하지 않겠다.

왜냐면

이거 후기 쓰는 것도 좀 조심스러울 정도.

이 포스팅 하려고 며칠을 생각해봤었는데

글을 쓰기가 정말 조심스럽다.

보안이 철저하고 모든 게 대외비이기 때문에

내가 이 글을 쓰다가

자칫 잘못해서 상담내용 같은 걸 말해버리면

진짜 소송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냥

입사과정,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쿠팡고객센터와 비교해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에 대해서만

대략적으로 말해보려고 한다.

쿠팡 고객센터를 퇴사하고 나서

(퇴사이유는 뭣 같은 고객들 때문에 미칠 것 같아서)

고객들한테 무시받은 게 서럽고 너무 화나서

다시 전공을 살려서

연구소에 입사를 했었다.

공백이 엄청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다닐 때보다 연봉도 1,000만원 올렸다.

기뻤지만 돈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너무나도 잦은 야근, 업무 압박.

업무가 끝나고도 집에 가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스트레스.

끈기가 없다고 생각들 하겠지만

진짜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결국 또 퇴사.

그러고나서 몇달의 방황기를 거쳐

알바몬이나 뒤적거리던 어느 날.

카카오뱅크 채팅상담 인원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오, 괜찮아보였다.

쿠팡은 일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게 없고 빨리 질렸는데

은행권으로 가면 뭐라도 배우는 게 있겠다 싶었다.

지금이야 재테크에 그나마 관심이 있지만

예전에는 금융 관련된 건

그냥 예,적금 구분만 가능한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이 일을 하면 시야도 넓어지고

내 자신한테도 좋고

돈도 벌고

누이좋고 매부좋고(엥?....)

아무튼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원.

쿠팡 때와는 다르게

자기소개서라던지 하는 건

요구하지 않았고

그냥 지원하면 끝.

지원하고 하루인가 이틀 있다가 연락이 왔다.

면접 보러 오란다.

문자로 연락이 왔던 것 같은데

단정한 복장으로 면접 참석하라고 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는데

단정한 복장이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의 복장을 원하는거지라고 생각하다가

그냥 귀찮아서 박스티에 레깅스나 주워입고 갔다.

(쿠팡 면접때와 다른 태도 ㅋㅋㅋ....

거의 에라, 모르겠다 수준)

면접장 도착하니까 내 복장이 부끄러워졌다. ㅠ_ㅠ

면접은 카카오뱅크 고객센터를 담당하는

도급사 본사에서 이루어졌는데

삐까뻔쩍하고 정말 사무적이고 조용한 분위기.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세미정장이었고

나 빼고는 다 블라우스에 치마, 셔츠에 바지였다.

너무 민망해서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택시비가 아까워서 온 김에 입이라고 털고 가자 싶었다.

면접관은 센터장님 한 분.

동시에 면접보는 사람은 약 8명 정도 됐던 것 같다.

8명이 우르르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짤막하게 시켰다.

공교롭게도 그 8명 중에

고객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건 나뿐이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온 사람들이 많았다.

면접 질문은.. 뭐 어딜가나 비슷하겠지만

지원동기를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답변하고

그냥 다른 사람 대답 들으면서 멍때리고 있었다.

면접은 5~10분 정도였던 것 같고

내가 답변한 뒤로 추가적인 질문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난 망했다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는데

합격문자가 왔다.

(면접 보고나서 언제 발표했는지는 기억 안 남)

나중에 알고보니

그 8명 중에 나 하나만 합격했다.

아마 여긴 고객센터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합격하고 나면

2주간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중간중간 시험도 보는데

시험은 총 3번.

커트라인 아래로 점수를 맞으면

얄짤없이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시험 볼 때마다 하나 둘씩 없어지는 자리를 보며

분위기가 좀 안 좋았다.

시험은..

암기를 잘 하면 유리할 것 같은 시험이다.

나는 이해를 못 하면 암기를 전혀 못 하는 스타일이라서

모든 교육내용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남들보다 시간은 배로 걸렸지만

덕분에 업무투입 됐을 때는

일처리가 좀 더 쉬웠고 빠를 수 있었다.

2주간 교육을 마치고 최종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1주일간 추가교육이 이루어진다.

참,

교육 때는 콜인원과 채팅상담인원이

입사동기가 되어 함께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추가교육때는

같이 교육 받는 시간도 있고

분리되어서 교육받는 시간도 있다.

교육을 마치면 드디어 자리를 배정받고

업무투입.

분위기는 정~~~~~~~~~말

도서관만큼 조용하다.

쿠팡 때는 엄청 시끌벅적하고 농담도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사람 말소리를 하루에 한 번 들을까 말까.

그리고 은행권이니까

당연히 보안이 엄청나게 철저하고

모든 게 비밀이다.

누설하면 안 됨.

밖에 나가서나 엘리베이터 같은 데서

업무얘기하면 큰일난다.

(교육 때도 마찬가지, 짤릴 수도 있음)

모든 상담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난 여기에 쓸 수 있는 게 없고...

뭘 쓸 수 있지...?

고객 성향은

쿠팡 고객성향의 1/100....?

쉽다는 건 아님.

당연히 이상하고 까다로운 사람들도 들어오긴 하는데

쿠팡처럼 그렇게 사람 멸시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하루에 상담 100건을 했다 치면

미치게 만드는 진상고객이 걸리는 경우는

음... 한 5명?

물론 재수없는 날은 10명 걸리기도 함.

그래봤자 쿠팡에 비하면 훨씬 양반.

근무하면서 씩씩 댈 수는 있지만

집에 가려고 짐 싸면서 까먹는 수준이다.

업무난이도는

쿠팡이랑 비교하자면

쿠팡의 한 20배?

은행이라서 확실히 어렵긴 하고

공부를 해도해도 모르는 질문은 계속 생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잘못 안내나가거나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게 많아서 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고객도 많고

귀여운 고객도 엄청 많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채팅상담쪽 얘기고

콜 쪽은 이상한 사람들이 종종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동기들 중에 업무 투입 되자마자

강성고객 만나서 폭풍 눈물 흘린 애들이 좀 있었다.

그래도 쿠팡보다 정말 좋은 건

여긴 상담원 보호 시스템이 정말로 잘 되어있다.

이건 자세하게 얘기하면 또 큰일날까봐 못 쓰겠는데

아무튼 고객이 나보고 욕하고 난리쳐도

회사는 내 편 들어주고 보호해준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안정감이 크다.

쿠팡은 고객이 욕하면

난 보호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욕 듣고 있었어야 했으니까.

또 뭘 말할 수 있을까..?

아!

퇴사율은 의외로 높다.

채팅상담 인원은 약 4개월 동안

8명 중 1명 퇴사했는데

(퇴사 이유는 업무 부적응,

사실 그 퇴사한 사람이 좀 많이 이상한 사람이었음

그 사람 때문에 완전 민폐입음)

콜쪽 인원은 30명인가 입사했는데

4개월 후 남은 인원이... 4명?

확실히 채팅상담과 콜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다.

난 여기 다니면서 보안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긴 했는데

업무도 만족스러웠고

사람들도 다 너무 좋아서

굉장히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퇴사하게 된 이유는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업무 문제나 고객 스트레스 이런 건 전혀 아니다.

짤린 것도 아니고, 권고사직도 아니고

그냥 지극히 개인사정이긴 한데

여기에 쓰면

내가 누군지 특정지어질까봐 말 못 하겠음.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딱 집어서 이 곳을 추천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쿠팡 고객센터보다는

카카오뱅크 고객센터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아마 다시 고객센터 일을 하게 된다면

이 곳으로 재입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 생각나는 게 없어서

후기는 여기서 마침.

추가적으로 생각나는 게 있다면

2탄으로 찾아뵙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