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법적 성격(=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 및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가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소극) /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의 의미와 증명 방법 및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1] [다수의견] 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창원지법 2016. 6. 23. 선고 2014노466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2.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나. 병역법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중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먼저 병역의무를 18세가 된 남성에게 부과하고(제3조,
제8조), 40세가 되면 면제한다(제71조, 제72조).
다음으로 병무청장 등이 개별적인 병역처분을 할 때에는 병역의무자의 신체와 심리 건강, 학력과 연령 등 자질, 가사사정, 형사처벌 여부, 귀화 또는 북한출신 여부, 국외이주, 전문지식이나 기술 등을 고려하여 병역의무자에게 부과할 병역의 종류·내용 또는 면제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제5조, 제11조,
제12조, 제14조, 제62조,
제63조, 제64조, 제65조 등). 다. 그러므로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다.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4.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 나.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등 참조).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5. 이 사건의 해결 6. 결론 7.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나. 그런데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의 수, 그들에 대한 병력자원으로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및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한 병역기피 방지대책 마련의 곤란 정도,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는 현대전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방력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최근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국회에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으므로(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조만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그 논거에 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8.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 다.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률의 해석 라. 다수의견의 결론이 갖는 문제점 마.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국내외 상황 바. 결론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언제나 더 우위에 있다는 전제 아래 근거 없이 소극적 부작위로 실현된 양심의 자유가 다른 모든 가치에 대하여 절대적 우월성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종전 판결들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폄훼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수의견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나.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대체복무제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이므로 향후 입법을 지켜볼 필요가 있고, 다수의견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입법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었을 때 그 내용, 요건과 판단 기준 등에 따라서는 다시 대체복무기피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되는 등 형사사법절차상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없지 않다고 한다. 다. 반대의견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하고, 이는 범죄구성요건에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법원이 법률해석이라는 명목 아래 당초 입법자가 의도하지도 않은 전혀 새로운 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라. 반대의견은, 병역처분과 입영처분은 별개의 것이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병역법상 다른 규정들의 정당한 사유와 함께 체계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오로지 특정한 구체적 입영처분과 관계된 사정만으로 한정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입영통지에 의하여 지정된 기일에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입영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사유인 질병이나 재난 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만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역사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대체로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구사회는 기독교 전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공유와 관용 및 합의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하면서, 다수의견이 사회적 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반하여 우리나라와 서구사회의 중대한 역사적·종교적·문화적 차이를 간과하는 논리적 비약과 함께 현실과 괴리되는 오류를 범하였다고 한다. 바. 반대의견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나 유럽인권법원 등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서로 규범체계가 달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도 없다고 한다. 사. 반대의견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양심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도 보장될 수 없고, 이를 위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중한 안보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아. 반대의견은, 현역병으로서의 복무는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험은 물론 상당한 정신적·경제적 부담 등을 수반하고, 현역병으로 입영할 병역의무자 중 어느 1인에 대한 병역면제는 필연적으로 다른 병역의무자에 의한 대체로 이어지므로, 병역의무의 형평성은 매우 엄격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함으로써 형사처벌을 포기한다면 작금의 병역기피 풍조를 감안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자.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자 병역의무를 골고루 분담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일 뿐 다수의 소수에 대한 부당한 억압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병역거부자들이 부담하여야 할 병역의무를 추가로 나누어 부담하게 될 나머지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한다. 차.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써
병역면제를 위하여 여호와의 증인 등 특정 종교로 개종하거나 대부분의 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생명존중 사상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가 더 이상 소수의 특수한 이념이나 신조가 아니라 보편적·일상적인 것이 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카. 반대의견은, 양심은 객관적으로 판단 불가능한 것으로서 이는 형사사법절차가 상정하고 있는 증명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범의의 증명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거동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양심은 원칙적으로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으로서 객관적 거동을 전제로 하지 않으므로 범의의 증명방법을 차용하여 양심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타. 양심의 자유는 인간 존엄의 필수적 전제로서 인간으로서 가지는 보편적인 권리이다. 개인의 내면적 양심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으며 설령 국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국제사회와 국제규범의 상황 변화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일치하고 견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자유권규약은 1966. 12. 16.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1976. 3. 23.부터 발효(단, 제41조는 1979. 3. 28. 발효)된 조약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간성 파괴를 경험한 인류는 ‘기본적 인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인식에 대한 믿음’(유엔헌장 전문)에 따라 ‘인종, 성별, 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해(유엔헌장 제1조 제3항) 유엔을 창설하였다. 이러한 인권존중 정신에 따라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은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할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목록을 수록하였다. 다만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에 그 내용을 구속력 있게 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결과물로서 1966년 자유권규약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사회권규약’)이 제정되었다. 자유권규약은 가입국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유권규약에 관한 유권해석기구로서 1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를 설치하였다. 다.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 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제2항은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와 유사한 규정을 두면서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자유권규약 제18조 제3항은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 질서, 공중보건,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 제37조 제2항과 유사한 법률유보에 의한 자유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에 가입하면서 제22조 등 일부 조항을 유보하면서도 제18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보도 하지 않았다.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자유권규약 제18조는 특별한 입법조치 없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55877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라. 자유권규약은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의 종류와 내용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28조 이하에서 이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하여 권한과 임무를 부여하고, 각 가입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권규약에 의해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의 구체적 내용과 보장의 정도 등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규약 전체 조항과 규약에 따른 위원회의 활동 및 가입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 내용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마. 반대의견은 자유권규약 제18조는 물론 다른 어느 조문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고, 자유권규약은 가입국으로 하여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드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자유권규약 자체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권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의 해석은 각국에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유지하였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187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바. 설령 자유권규약 제18조 자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더라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정부보고서 심의 결과에 따른 권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나라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에서 채택한 견해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 등은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헌법적 차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위한 유력한 규범적 근거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국제인권규범이 존재하고 있고 특히 유럽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위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등 이제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지위에 준하게 되었다는 점,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상 자유권규약 등 보편적 국제규약에 대한 국제기구의 해석은 유력한 법률해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 자유권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이제는 확립된 국제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점, 우리나라 정부 스스로 자유권규약 가입 후 헌법에 직접 명시되지 않은 것이라도 규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어떠한 법률도 규약상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그러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점,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개인통보에 대한 견해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정을 제기 받아 가입국의 규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사법적 판단과 유사하고, 우리나라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여러 차례의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도 국내 사법기관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하는 개인통보사건에 관하여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예외 없이 자유권규약 위반임을 인정하는 견해를 채택할 것이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 존중주의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고 할 것이다. 사. 반대의견의 주된 논거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 배경의 특수성과 국가안보 현실의 엄중한 특수성이다. 그러나 국제인권규약은 모든 가입국에 동일한 일반적인 규범을 창설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성격의 규범창설규약이다. 이러한 규범은 다른 가입국의 이행상태와 무관하게 당해 가입국에 의해 적용되어야 하며, 또한 가입국의 특수한 사정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인권규약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조약에서의 상호주의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7조는 ‘국내법과 조약의 준수’라는 제목으로 “어느 가입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내법적 상황을 근거로 국제법적 의무위반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이러한 국제법 위반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인권기구의 결정 또는 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국제법 존중주의에 합치되는 것이다. 인권은 보편적인 권리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는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평가되는 우리나라가 그 특수성에 집착하여 자유권규약의 준수의무를 부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제법 존중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우리 헌법의 기본적 이념이지만 그 자유와 권리 중 일부는 국가와 사회가 처한 상황을 이유로 제한되어 왔고, 그러한 제한이 법원에 의해 정당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므로 사정이 변화되어 그 제한을 거둘 때가 되었다는 정당한 사회적 요청이 있다면, 법원은 신속하고 분명하게 그 자유와 권리를 확인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11.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나. 그러나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태도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양심의 자유에 관한 기본 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논의되어 온 역사적 배경과 경과 및 그 과정에 드러난 우리 국민의 의사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 등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석이다. 무엇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양심의 자유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어떠한 형태로 어느 범위에서 국가의 독립 유지와 영토 보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조화시키면서
제도화시킬 것인지에 관한 국가정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에 관하여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여겨지고 있고, 이 점은 종래 학계의 설명과 실무 및 이 사건 다수의견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라. 한편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여부 즉 ‘진정한 양심’에 대한 심사 역시 그 자체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침해로서, 우리 헌법이 천명한 양심의 자유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 병역법하에서 진행되는 형사절차에서 그와 같은 심사와 판단이 가능하지도 않다. 마.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기보다는 대체복무제의 도입 등 병역제도에 관한 국가정책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바. 이 사건 판결의 선고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려 그에 따라 처리함이 타당하다. 사. 우리도 피고인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12.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이 말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있다.
나.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위의 독일이나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 보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 우리 헌법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킬 수는 없고, 나아가 다수의견의 입장에 따라 이 사건에서 구체적, 개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은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이 사건에 관하여 앞에서 검토한 내용을 종합하여 결론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