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자기를 생각하는 경향이있다

‘스몰 마인드’였던 내가
어떻게 인간관계의 달인이 됐을까?

20년 전의 저자는 ‘스몰 마인드’ 그 자체였다. 모범생이었고 공부를 잘했지만, 그것은 부모님과 선생님 눈 밖에 나는 게 겁나서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회사에 들어갔고 성실히 일했지만, 그것은 상사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입사 초기에도 항상 뭔가에 쫒기는 기분이었다. 성적이 오르고 성과를 내도 늘 초조했다. 부모님과 상사 등 주위의 기분을 살피느라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소심한 마음은 그렇게 지쳐 갔고 모든 게 싫어졌다. 나중에는 회사에 나갈 수도,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었다. 비참한 기분으로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심리학이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심리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치유했고, 이후 17년 동안 심리상담사로 일하면서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예전의 자신 같은 소심한 사람들이었다. 매일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 못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목말라 하고, 미움받을까 두려워 무슨 부탁이든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
저자는 지금 심리상담사로서 그 누구보다 활기차게 자신을 드러내며 산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사람 만나는 것이 즐겁다.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 해 100회가 넘는 심리 세미나를 연다.
한때 어쩔 수 없는 스몰 마인드였던 그가 이처럼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타인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기적의 바탕에 심리학이 있다. 소심한 사람을 위한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가 그것으로, 저자 자신뿐만 아라 저자가 상담한 수많은 내담자들에게 효과를 본 심리 프로그램이다.

소심한 사람을 위한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7단계

소심한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는 것은 자존감이다. 그리고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은 자기긍정감과 자기중심 사고방식이 결정한다.
자기긍정감이란 ‘자기(=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갖는 ‘긍정감(=인정하는 기분이나 감정)’을 말한다. 또 자기중심 사고는 모든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두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자존감의 두 바퀴와 같다. 함께 고양되어야 진정 나답게 살 수 있다.
남 신경 쓰지 말고 자기중심으로 살라고 하면, 소심한 사람은 놀라며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나는 못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책에서는 자기긍정감을 올리고 자기중심 사고방식을 몸에 익히기 위한 심리 기술을 7단계로 나눠 차근차근 안내한다. 대단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인정하고 따라 해 보면 된다. 그게 다다. 사실 너무 간단해서 놀랄지도 모른다.

최고의 인간관계 비법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

한 일벌레 직장인은 평소 궂은일을 혼자 도맡아 했다. 누군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 상사가 지시하면 무조건 받았다. 거절하면,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까 겁났고 업무 평가가 낮아질까 두려웠다. 반대로 정작 하고 싶은 업무는 엄두도 못 냈다. ‘나 같은 게 무슨…’ 하는 마음에 스스로 비참해지기도 했다.
저자를 만나 심리 상담을 받고 ‘소심한 사람’을 졸업한 그가 회사에서 처음 거절이라는 것을 한 날, 그는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상사가 실망했으면 어쩌지? 출근하면 상사 얼굴을 어떻게 보지? 앞으로 왕따 당하는 건 아닐까?
사실, 그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필요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다. 불이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상사가 무리한 부탁을 해서 마음이 불편했었는데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 같은 게 무슨…’ 하며 지레 포기했던 프로젝트였다.
이는 책에 등장하는 저자의 여러 상담 사례 중 하나다. 사례 속 남자는 이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싫은 건 ‘NO’라고 해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건 ‘YES’라고 해도 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상담 사례를 들려주며, 이것이 일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최고의 비결이라고 단언한다.

스몰 마인드가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법(본문 속에서)

남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소심한 사람은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도 그것이 좀처럼 자신감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중심이 없고, 오로지 ‘부끄러운가, 부끄럽지 않은가’가 유일한 행동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 상태로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를 겁내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57쪽

이 상태에서는 엄마와 아이의 심리적인 경계가 사라져서 감정을 공유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엄마가 웃으면 자신도 기쁘지만, 엄마의 기분이 언짢으면 불안해지고, 엄마가 화내면 자신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지 않았는지 공포심을 느낍니다. 아이가 엄마와 맺은 이런 관계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인간관계의 기본으로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안타까운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지 않을까요? -90쪽

사실 부모와 가족은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든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슬픈 감정도 오늘로 끝입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깊이 파헤친 나의 본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중심을 확립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108쪽

자신에게 없는 것은 남에게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위 사람이 친절하다고 느꼈다면, 당신 속에도 친절함이 있는 것이고, 예쁜 사람이 많다고 느꼈다면 당신 속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120쪽

감정은 비와 같은 것입니다.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비가 내리는데도 ‘왜 비가 내리는 거지? 비가 내리다니 잘못됐어!’라며 고집스럽게 우산도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감기에 걸리고 데이트가 잘될 리도 없습니다. -124쪽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당신은 이미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요? 소중한 친구나 애인에게는 부족하거나 서투른 부분이 있어도 질책하는 대신 인정해 주지 않나요? 이번에는 그 행동을 자신에게 해 줍시다.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이 자신을 대해 봅시다. 괴로울 때는 괴롭다고 인정해 주면 됩니다. 슬플 때는 슬프다고, 외로울 때는 외롭다고 인정해 주면 그만입니다. -127쪽

‘나는 나, 너는 너’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과 당신 사이에 경계선을 그을 수 있으며 나의 영역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는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며, 나만의 개성을 발휘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175쪽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자신에게 맞춰 주기 때문에 친구였던 사람은 떠나가지만 당신의 진짜 가치와 매력을 깨달은 친구는 오히려 당신의 변화를 기뻐하며 변함없이 친구로 지낼 것입니다. 진정한 친구는 분명 남을 것입니다. 이는 일이나 애인에 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197쪽

일이 잘 안 풀릴 때, 또는 실패를 경험했을 때 많이들 자책하곤 할 것이다. 나는 왜 이러는걸까? 라던가 조금 심한 경우에는 ‘너는 이래서 안 돼 ㅉㅉ’, ‘넌 이제 끝장이야’까지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심하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심리학자 크리스텐 네프(Kristin Neff)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특히 삶이 어려워질 때, 스스로를 보듬지는 못할망정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짓밟는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그리고 일련의 연구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것,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것(self-compassion)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이유로든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 따듯하고 자애로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그럴 줄 알았지 ㅉㅉ. 넌 쓸모없는 머저리야’이런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참 힘들겠구나 네가 힘들어하니 내 마음도 함께 아프다. 힘들겠지만 심하게 자책은 하지 말았으면 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족하기 마련이고 미끄러지기 마련이야. 혹시 내가 뭔가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줘’라고 할까?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전자와 같이 말하는 사람을 본다면 뭐 저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할까 싶을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대할 때도 저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들어하는 자신을 비교적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과하게 비난하며 삶의 의욕을 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괜찮다며 스스로를 보듬고 용기를 북돋아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진다. 스스로에 대해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하며 정신건강상태도 양호한 경향을 보인다(Neff et al., 2007). 또한 삶이 어려워질 때 스트레스를 좀 더 잘 견디며(Leary et al., 2007), 자존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Neff & Vonk, 2009).


그런데 자신에게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걸까?

너그러움의 세 가지 요소


Neff가 발견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Neff, 2003). 첫 번째는 자신을 향한 친절(self-kindness)이다. 자애로운 사람이라면 힘들어하는 사람을 봤을 때 위로부터 하듯이,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자애로운 마음씨와 친절한 태도를 갖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인간성(common humanity)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나 불행이 오직 ‘나만의’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각보다는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며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이를 열린 마음으로 감지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되 그 고통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에만 주의가 휩쓸려가지 않게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라기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 해보도록 하자. ‘너그러움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자애로운 태도는 ‘모든 인간’ 즉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에게 가져야 한다는 것, 나 역시 인간인 이상 기본적인 존중을 받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도록 하자.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기 전에 나부터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참고문헌
Neff, K. D.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 85–102.
Neff, K. D., Kirkpatrick, K., & Rude, S. S. (2007). Self-compassion and its link to adaptive psychological functioning.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41, 139–154.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Allen, A. B.,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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