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지수 측정 방법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우리가 존경하는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이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으므로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 등이 선행하는 진정한 사랑(慈愛)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3월31일 부활절(Easter Sunday, Resurrection of the Lord) 미사에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을 때 우리 안에 사막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사랑을 호소하는 교황의 말씀이므로 신도가 아닌 사람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취임사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20번 쓰면서 ‘국민행복’을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어사전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창설 5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행복지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4개 회원국 중 26위였다. 특히 ‘자신의 삶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OECD 평균은 59%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응답자 36%만이 ‘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개인과 사회를 번영시키는 강점과 장점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로서 인생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긍정심리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복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즉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버트 에먼스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일주일마다 다섯 가지 감사했던 점을 찾아 간단한 일기를 쓰도록 하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감사 일기를 쓰고 난 뒤 행복도가 25% 상승하였다.

또한 마음도 긍정적이 되고 평소 잘 하지 않던 운동도 하여 건강이 증진되었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에도 효과가 있으며,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친절해지면서 삶의 만족도가 상승하였다.

켄터키주립대학의 네이선 디월 교수는 감사하는 마음과 스트레스 상황을 연구한 결과 감사하는 마음을 연습하면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도 감사하는 마음을 연습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영향을 상당히 적게 받는다고 하였다. 이는 감사하는 마음이 외부의 스트레스로부터 보호막을 형성하여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심리적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감사를 짧은 글로 써서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한다. 이런 행동이 우리의 행복감을 증대시켜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한 우리 이웃들에게 사랑을 주면 그것이 나의 행복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나라 대림대학 제갈정웅 총장은 2009년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안을 고민하다 ‘감사 나눔운동’을 접하고 학생들에게 감사 일기를 쓰도록 한 결과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으며, 학업 성적까지 올라갔다. 제갈 총장은 감사한 생각을 할 경우 뇌 혈류가 증가하므로 감사 나눔이 창의성과 전문성까지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창의성은 다른 관점에서 비롯되며, 긍정적인 사고가 문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즉 같은 현상을 두고 ‘이제 반밖에 안 남았다’와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로 생각이 양분되므로 창의성은 다르게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법론에서 발전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을 의미하며,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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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상담연구소 김인자 소장(서강대 명예교수)은 긍정적 정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되며, 이것은 결국 나와 세상의 빛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한다. 세상의 재산, 권력, 명예는 감각적 쾌락을 주지만 변질되기 쉽다. 반면 긍정적 생각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정서적, 영적인 만족의 축적은 변질되지 않으며, 그것이 곧 사람을 풍요롭게 하는 행복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이나 해야만 하는 일도 의미를 부여해서 해내는 능력이므로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건설적인 일에 몰입하는 방법들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도 연습을 해야 달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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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즐거운 삶(pleasant life), 적극적인 삶(engaged/good life), 의미 있는 삶(meaningful life) 등을 제시한다. 충만한 삶이란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졌을 때, 그 합이 각각일 때보다 훨씬 크다. 반대로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없으면 공허한 삶으로 그 합은 각각보다 더 적다.

미국 성인 3050명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은 ‘행복도 검사’를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6.92점, 시간적으로 행복한 시간 54%, 불행한 시간 20%, 보통 26%로 나타났다.

당신은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평소에 느끼는 행복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항목 하나를 골라 표시를 한다.

-극도로 행복하다(말할 수 없이 황홀하고 기쁜 느낌)…10점
-아주 행복하다(상당히 기분이 좋고 의기양양한 느낌)…9점
-꽤 행복하다(의욕이 솟고 기분이 좋은 느낌)…8점
-조금 행복하다(다소 기분이 좋고 활기에 차있는 느낌)…7점
-행복한 편이다(어느 때보다 약간 기분 좋을 때)…6점
-보통이다(특별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느낌)…5점
-약간 불행한 편이다(여느 때보다 약간 우울한 느낌)…4점
-조금 불행하다(다소 가라앉은 느낌)…3점
-꽤 불행하다(우울하고 기운이 없는 느낌)…2점
-매우 불행하다(대단히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느낌)…1점
-극도로 불행하다(우울증이 극심하고 전혀 의욕이 없는 느낌)…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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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정이 평균해서 몇 퍼센트나 되는 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또 몇 퍼센트나 되는 시간을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중립적인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측정한 시간의 정도를 아래 빈칸에 %로 적어 세 가지의 합계가 100%가 되어야 한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 )%
-불행하다고 느끼는 시간…( )%
-보통이라고 느끼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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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복도 점수는 몇 점이며, 시간적으로 행복한 시간은 몇 퍼센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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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는 서로 독립적이므로 부정 정서의 제거로 긍정 정서가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즉 부정 정서의 감소와 긍정 정서의 증진은 독립적인 과정이다. 이에 행복감을 증진하려면 비관주의를 약화시켜 부정 정서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낙관주의를 강화하여 긍정 정서를 고양시켜야 한다.

매일 고마운 일 두세 가지를 골라 ‘감사 일기’를 쓰면 당신의 행복도가 높아질 것이다.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이 노력과 연습을 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사회과학 2021년 07월 14일

행복의 사회학 #1에서는 이스털린 역설, 잉글하트의 '조용한 혁명' 등의 개념으로 개인의 경제 수준과 그가 느끼는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행복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측정'하는 다양한 연구 사례와 척도들을 살펴보며 개인의 행복이 어떻게 수치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행복'의 '측정'

행복은 수많은 개인의 삶 속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쳐, 주관적인 감정들로 결정되다 보니 '측정'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예크 역시 <예종의 길>에서 “수백만의 인구의 복지와 행복은 한 가지 척도로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1990년대 이후의 행복 측정 연구에서는 앞 글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은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삶의 질’의 요인을 객관적/주관적 측면에서 측정하려는 여러 시도가 등장했다.


인간개발지수와 객관적 삶의 질

행복 지수 측정 방법
아마르티야 센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야 센은 빈곤과 불평등의 경제학을 연구하며, 그 공로로 아시아인 최초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여러 국제구호단체를 이끌며 부유한 국가들은 국제적 재분배 정책을 통하여 제3세계의 빈곤과 국제적 불평등을 퇴치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고,  이를 통해 제3세계의 빈곤 해결을 위한 유엔의 노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그 중 대표적인 성과가 삶의 질에 관한 객관적 연구 방법인 유엔 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이다.

각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가, 그리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를 평가하는 지표로 만들어진 인간개발지수는 '사회적 역량'을 강조하는 센 교수의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내총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세계은행의 방식과 달리 경제 이외의 요소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고 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매년 1인당 국민 소득, 평균 수명, 성인 문맹률 등의 수치를 토대로 발표되고 있는 '객관적 삶의 질 측정 지수'인 것이다. 이 지수의 개발로 센 교수는 모든 나라의 분배와 복지정책에 직간접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관적 행복은?

삶의 질을 주관적 차원에서 측정하는 척도도 존재한다.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 SWB)이다. 이는 객관적인 삶의 질과는 별개로, 그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나에겐 별 것 아닌 일도 남에겐 커다란 행복일 수 있듯이, 주관적 안녕은 단순히 경제 발전 수준이나 사회적 역량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복'이라는 큰 가치 판단의 영역 내에 포함된 주관성을 드러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실제로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에서 주관적 안녕에 관한 조사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행복데이터베이스(World Database of Happiness)는 매년 세계 각국의 행복 지수를 측정하여 발표한다. 미국의 미시간 대학에서도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를 5년마다 실시하여 주관적 안녕에 근거한 행복을 측정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2006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행복지구지수(Happy Planet Index: HPI)를 측정하여 발표한다. 신경제재단의 행복지수의 측정은 주로 국내총생산(GDP)과 인간개발지수(HDI)가 다루지 않는 생활 만족감, 기대수명, 생태발자국 지수 등을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주관적 안녕 척도'에서는 객관적 삶의 질 자체는 훨씬 향상되었으나, 행복지수는 오히려 그대로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를 다수 찾아볼 수도 있다. 이스털린의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소득과 행복의 역설적 관계처럼, HDI와 같은 지수들이 드러내는 객관적인 삶의 질은 향상된다고 해도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행복해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행복 지수 측정 방법
지도로 표시된 신경제재단의 HPI 지수

그러나 주관적 행복의 측정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가장 흔한 지적은 ‘행복’과 ‘만족’의 평가란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기에 복잡한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많은 조사에서 서양 사람들이 대체로 아시아인보다 더 행복을 느낀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여러 학자들은 개인주의적 문화를 지닌 서양인들은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해 개인적 성취와 물질적 만족을 중시하는 반면, 집단주의적 문화의 동양에서는 행복은 외부에 서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족, 공동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처럼 행복의 주관적 측정에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행복에 대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측정한 주관적 삶의 질이 객관적인 삶의 질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이다. '행복의 나라'로 알려진 부탄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부탄의 인간개발지수는 2020년 기준 129위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국민들의 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은 매우 높은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수준이 높아도 실제로 삶의 만족도는 낮고, 경제적 수준이 낮더라도 주관적으로는 국민들이 만족하고 있는 국가들은 결국 삶의 만족은 사회의 발전 단계에 따라 매우 다른 상대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질, 행복의 추구

삶의 질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와 삶의 만족을 측정하는 주관적 지표는 결국 한 사회 내부의 사회적 관계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객관적 삶의 질과 주관적 안녕의 측정은 주로 개인적 차원의 계량적, 객관적 지표에 집중하여 진행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에는 ‘사회적 질(social quality)'이라는 척도로 행복을 측정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했다. 이는 “자신의 안녕과 개인적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건에서 자신의 공동체에서 사회경제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라고 정의된다. 유럽 사회적 질 재단(EFSQ)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토대로 자원, 연대감, 접근과 참여, 역량 강화 등 네 가지 구성요소를 포함하여 사회경제적 안전, 사회적 결속력, 사회적 포용, 사회적 역량 강화 등의 지수로 한 국가의 사회적 질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질에 관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경제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 정책을 중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강조한다.

오늘날 정부, 사회, 국민은 모두 국내총생산과 같은 경제적 지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부유해진다면 자연스레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합리적 상식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두 편에 걸친 행복에 관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낸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관적 안녕은 객관적 지표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비물질적 가치도 충분하게 고려하면서 국민의 행복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국민 행복 수준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김윤태,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움 논문집, pp. 75-90, Sep, 2009.

[2] 한국재정정보원, (2020, August 24). 아마르티야 센의 경제사상: 빈곤의 경제학의 선구자 [Online]. Available: https://blog.naver.com/kpfisnet/222064759905

[3] Human Development Reports, (2020). Human Development Index (HDI) - Composite indices [Online]. Available: http://hdr.undp.org/en/indicators/137506

그림 1.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512&cidx=2342

그림 2. http://happyplanetindex.org

Cover Image. https://unsplash.com/photos/noydSJIW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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